- 에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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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기 면접여행후기>
면접여행, 그날
혁명의 기운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최종 관문은 면접여행이다. 취업에서 겪은 경직되고 긴장되는 면접에 여행을 보탬으로서 당사자로 하여금 면접인지, 놀러가는 것인지를 잠시 헷갈리게 하는 면접은 3월 15일, 16일 이틀에 걸쳐 서울 북한산 자락 근방에서 이루어졌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 자기 삶의 변화와 혁명을 꿈꾸는 이들이 찾는 변화경영연구소. 이곳 연구원을 지원하며 오늘 면접까지 20페이지 이상의 개인사를 작성했고 4주간의 북리뷰와 칼럼을 쓰는 지적레이스를 마쳤다. 착실한 지원자의 자세로 돌아가 레이스 기간 읽은 빅터 프랭클의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이다’란 말을 기억하며 오늘의 의미를 적용해 보기로 했다.
오늘은 3월 15일, 마산에서 출발한 나는 동기들과 선배들과 함께 4.19묘지를 참배하며 많은 영혼을 만났고 혁명을 생각했다. 마산 3.15 부정선거에서 촉발된 혁명의 열기는 4.19에 이르러 정점에 이르렀으니 나는 그 옛날 혁명의 흐름을 따라 걷고 있는 것이다. 열정들을 만나고 있으며 그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 여정들 모두가 나에게 끊임없이 ‘혁명’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홀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았다. 경건해지는 마음과 더불어 묵직함이 자리한 묘지, 그들의 덕으로 오늘날을 살아가기에. 단순한 변화에 머물지 않으리라. 삶을 혁명하리라. 일단 흘러가보리라.
공공의 적은 내부를 단결하게 한다
한달 동안 닉네임과 글로서 만났던 이들의 이미지를 찾아 매치하는 작업은 재밌고 신나는 일이다. 조각 조각의 기억들을 맞추어가는 기술을 구사하며 10기들은 본능적으로 각각의 공통분모를 찾아낸다. 고향이 같다거나 살고 있는 곳이 가깝다거나, 살고 있는 동네를 과거에 가본 적이 있다거나, 직장이 같다거나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거나, 띠가 같다거나 그리고 어딘가에서 본 것 같다, 낯이 익다까지.
그리하여 제일 먼저 찾아낸 공통분모는 영남권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이름하여 개판삼성(개띠+삼성 근무)이다. 그러나 공공의 적이 내부의 단결을 강화시킨다고 했던가. 우리의 공통분모는 진정한 ‘욕(?)’을 통해 강화되었다. 레이스 기간 우리는 괴테를 만났고 한마음으로 괴테를 조잘조잘 씹어 주었다. 『괴테와의 대화』는 1000페이지가 넘는 많은 분량이었기에 북리뷰하면서 느꼈던 실질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너무 잘난 괴테에 대한 다양한 감정들, 책의 저자 에커만의 인생에 대한 안타까움 등등을 나누었다. 그리고 모두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했던 괴테의 색채론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지만 분명 괴테의 귀가 간지러울 정도의 씹어댐이었기에 거기서 느껴지는 통쾌함과 시원함으로 우리들 더욱 뭉쳐진 것은 아닌가? 아님 말고.
연구원 공식 질문!
둘러앉아 도란 소란 이어지는 이야기들 속에 한명씩 한명씩 사라진다. 10기들의 일대일 면접이 진행되는 것이다. 아니, 실제 면접관은 4명이었다. 제일 마지막 면접자인 내게는 면접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들의 얼굴 변화를 보는 것도 참 흥미로웠다. 특별한 면접 기술을 가졌다는 면접관들의 포스 속에 한명씩 사라져간 사람들이 아쉬움, 홀가분함, 새로운 의지 다짐의 표정들로 들어선다. 아니, 그저 술기운에 빨개진 얼굴인가.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또한 술을 마시며 면접을 보는 알콜 면접은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켰을지도. 더불어 정신을 멍하게 했을지도 모르는 일. 자신의 이야기를 던져 놓았기에 어쩌면 서로를 알아내려는 것보다 이해를 하려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얼굴엔 변화가 있을까, 내 생각엔 변화가 있을까.
공식적인 물음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음에도 면접대기자들은 면접에서 오간 이야기들을 궁금해한다. 진정 궁금의 표시를 드러내며 물어보며, 다른 이들의 면접시간을 체크하며 순서를 기다리고, 더러는 제 순서를 잊어버리고 동기들간의 대화에 정신없이 빠져있기도 했다.
면접 공식 질문은 연구원에는 왜 지원을 하였는지, 어떻게 연구원 생활을 할 것인지, 연구원 생활에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등이었다. 면접여행 전부터 질문을 받아들었음에도 답이 술술 나오지 않는다. 아, 정녕 면접인건가. 내 의지를 묻는 질문인데도 면접관들의 포스에 밀린 나는 점점 작아져 간다. 아, 이것이 아닌데 하면서 흘러가는 것이 면접인 것인지 되돌리기엔 늦은 면접을 치루며 복합적인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나에게도 질문권을 주었으나 내가 제일 마지막이었고 저녁시간이라는 핑계로 질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여러 질문들이 막 나오려고 해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 물음들을 물어볼 기회가 다시 있기를 바라며 어쨌든 ‘야호 끝났다’를 외쳤다.
그러나 그것은 공식적인 1대 1 면접의 끝이었을 뿐이다. 면접은 현재진행형이다. 왜 1박 2일이겠는가. 1박 2일의 생활 모두가 면접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면접관님들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한마디씩 던지신다. ‘아직 면접 중’이라고. 잊어버리셔도 되는데 말이다. 몸보신용 저녁을 먹은 후 9시가 되어 가지만을 이른바 면접은 끝나지 않았다. 연구원 생활에서의 각자의 공헌을 이야기하고 변화경영연구소 10년의 기록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10기 각자의 기획안을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다들, 어찌도 이렇게 잘들 풀어내시는가. 많이들 생각하고 고민하였나보다. 이들의 생각들이 모여 연구원 10년의 역사가 생생하고도 그윽하게 기록되어 나올 것이다. 힘든 여정이기도 하겠지만,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그 길에 함께 하게 될 것이다. 물론 합격을 한 경우에~
그대 스스로를 공헌하라
연구원은 홀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여정이기에 ‘공헌’을 중시한다. 내가 동기들에게 또 연구원에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일들. 나는 연구원 과정 속에서 필요한 일이 무엇일까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로 접근하다 보니 공헌할 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점에, 내가 잘하는 일이 없다는 점에서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생각한 것이 모임 때 열심히 청소하고 뒷정리하는 것, 그리고 연구원 수업 때 회의록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그리고…침묵. 필요한 일들이 있을 때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했지만, 10기들의 상태를 보건데 적극적이고 열성적이라 그 역할을 찾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을 듯했다. 다시, 고민이 필요했다. 아, 남해안을 여행 오는 이들에게 서울에서 맛보지 못한 싱싱하고 탱탱한 회를 대접해 볼까나. 마산엔 아구찜과 전어, 진해엔 떡전어~그리고 통영과 거제의 다채로운 해산물, 싸고 맛있는 맛집을 추천하며 회 한접시 쏠게요~
창의적이고 참으로 재주와 능력이 많으신 10기분들은 많은 것들을 쏟아내었다. 펜션과 집으로의 초대는 물론이거니와 많은 먹을거리에, 실질적인 조언과 동기들에 대한 애정어린 파악으로 강점도 찾아주고 인디언 이름도 붙여주고, 타로카드도 봐주고, 정서적 정신적 상담까지도 가능하신 분들. 우와, 앞으로 저 많은 것들을 내가 얻을 수 있다니 힘이 불끈 불끈 물욕이 입가에 미소를 만들어 주었다.
이 밤의 잠은 언제 오나요
서울 전경이 저 멀리 펼쳐 보이는 멋진 숙소에서 밤새도록 이야기꽃이 피었다. 면접관들은 계속 면접중이라고 하지만 이미 면접인지 여행인지 모를 분위기는 계속 이뤄지고 있었다. 서울 야경보다 더욱 밝은 보름달이 비춰주는 가운데 이야기와 노래, 웃음이 이어진 자리가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그리하여 추가된 항목은 튼실한 체력이라는 것. 또한 체력은 흥미와 열의와 우리의 이야기 내용이 이끌어 주는 것임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피곤한 가운데도 어찌 그렇게 활기가 그윽할 수 있을까.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을까.
화장실의 전원 스위치의 헷갈림으로 방안의 형광등 불이 꺼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그때의 창밖의 달빛과 피울님의 보이차를 끓이는 작은 가스버너의 불빛과 물끓임 소리가 참으로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불빛 속에 울리는 하모니카 소리, 김광석의 노래들. 참으로 서정적인 밤이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그 옆엔 많은 술병들이 있었고 술병의 빈병으로의 변화에 나의 기여도도 있었으니 이 모든 것들이 만든 일이었다.
헉, 허그!!!
아, 어색할 줄 알았던 허그! 연구원 공식 인사라고 한다.
이어질수록 아주 참 요상한 감정에 빠지게 했다. 아기를 보면 안아보고 싶듯이 자연스럽고 유쾌한 마음이 이어졌다. 그래서, 요렇게 쓰담쓰담 해주다가 내쳐내면 정말 미워할꼬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면접여행 내내 많이 먹고 마시며 떠들었다. 마지막 헤어지는 길. 음식점 입구에서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두 팔 벌린 사람들의 모습들. 사람이 주는 정을 먹는 일보다 더욱 배부른 것이 또 있을까. 3월 내내 황사와 비로 단단한 바람을 주었던 하늘이 이 날만큼은 어찌나 햇살을 내려주던지 모두들 동화 속의 나그네처럼 옷깃을 열어 서로에게 다가갔다. 또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그렇게 1박 2일의 면접여행은 마무리되었다. 각자에게 각인되어 되새김할 수 있는 많은 기억들을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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