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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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18일 10시 55분 등록

인간은 스스로 변화하여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약할 수 있을까? 요즘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성격이나 기질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타인의 도움이나 조작된 환경을 통해서 변화가 가능한 사람이 있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스스로 힘으로 사고방식과 행동을 바꾸어 삶을 개선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생의 여섯 번째 10년을 맞이하는 지금의 나를 생각해 본다. 자유의지와 통제력의 자질을 갖고 살아가지 못하니 전자에 가깝다고 봐야겠다. 때로는 우유부단함, 약해지는 의지에 고민을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기질과 성격은 아들한테도 유전된 것 같다.  

 

3 개월 전 겨울방학 시작과 함께 아들이 학교 기숙사에서 집에 돌아왔다. 한 손에는 두꺼운 책을들고 있었다. 책과는 담을 싼 녀석인데 궁금해 유심히 보니 실용 영어 책이었다. 아들이 호기롭게 한마디 했다. “아빠, 이번 겨울 방학은 토익 고득점을 목표로 한번 치열하게 영어 공부할 생각이야. 그리고 기타도 배우고 여행도 갈 거야 하며 멋진 방학 계획을 예기했다. 이튿날, 아들은 바로 집 근처 독서실에 갔고 저녁에는 누구한테 빌렸는지 기타를 메고 들어왔다. ‘드디어 녀석이 정신을 차렸구나내심 기뻐하며 변화하려는 자세를 높이 치켜세웠다. 사실, 수능시험 후 지난 2년간 방학만 되면 수면시간 제외하고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에 빠져 지냈었다. 밤 새워 하는 날도 있었다. 온라인 게임을 하며 상대방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하고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하다가 뜻대로 안되면 애꿎은 컴퓨터 자판기를 자주 후려쳐 자판을 작살내기도 했다. 통제된 기숙사 생활로 하지 못했던 게임을 마음껏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만하라거나 적당히 하라고 그만둘 녀석도 아니었다. 그랬던 녀석이 스스로 행동의 변화를 하겠다는 대단한 결심을 한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일주일을 못 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달라진 것은 밤을 새우는 일이 없을 뿐이었다. 기타는 방 한구석에 처박힌 채 먼지만 수북이 쌓였다. 그렇게 지난 겨울 방학에도 게임에 미쳐 하루 하루를 보냈다. 화가 나고 한편으론 안타까웠지만 잔소리 하고 싶지 않았다. 아들한테 아직은 스스로의 힘에 의한 변화보다는 통제된 환경을 통해 행동을 바꾸는 것이 익숙한 것 같다.

 

지난 1년간 내 삶을 돌이켜 본다. 변화와 삶의 개선 위해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겸손한 마음으로 살았는가 라고 누군가 물으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1년 전, 일인 지식 기업가를 지향하는 한 변화경영 연구 모임에 들어갔다. ‘전략적독서, 타인과의 관계와 소통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타인의 삶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변화에 주도적이고 적극적이지 못한 아쉬움이 많다. 나의 무관심과 게으름 탓이다. 매주 주어진 과제를 따라 가기에 급급해 함께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료들한테 관심과 배려를 하지 못했다. 일인 지식기업 분야에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선배들한테 도움도 거의 청하지 않았다. 독서와 글쓰기 입문자라는 이유만으로 나의 무관심을 변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 기질과 성향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인생을 변화시키는 하나의 방법으로 타인을 위한 봉사라고 한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그들과 소통하지 않고 어떻게 봉사의 삶을 살수 있겠는가. 지난 23년 넘는 회사 재직기간 동안 영업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마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 쌍방이 서로 필요에 의해서 좋든 싫든 의무적으로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닌가 한다. 남을 위한 관심과 배려는 자발적인 의지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어야 할 것 같다. 오십이 되도록 아직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남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누군가 부탁을 하거나 같이 하자고 권해서 몇 차례 한 것이 전부다. 부끄러운 인생이다. 영국의 과학분야 저술가이며 생식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브레인 브리지(David Robert James Bainbridge)는 그의 책 <중년의 발견>에서 더 젊거나 늙은 성인들과 달리, 중년인은 종종 자신의 사회 경력과 타인 돌보기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로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타인 돌보기가 의무감과 책임감이 아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지 않고 있으니 좀더 자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듯 하다. 어쩌면 앞에서 언급한 타인이 도움이 필요할 지 모른다. 무엇보다 다시 한번 원점으로 돌아가 자신을 변화시키고 삶을 개선을 위한 확고한 신념을 다져야 할 듯 하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는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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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8 12:47:11 *.185.21.47

이번 일요일 아침에 오랜만에 만나는 아들 생일도 미루고

함께 해주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웨버님이잖아요.

저 혼자 두고 차마 갈 수 없다고

눈물을 흩날리면서~~~(이건 제 환상임 ㅋㅋㅋㅋㅋ)

 

웨버님은 우리 9기에서 함께 해준 존재자체로

늘 ~~~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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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8 17:52:01 *.62.173.210
제2의 인생, 형님 멋지게 사실 것 같습니다. ^^ (이번 글 문단을 좀 더 나눠 주시면 읽기 편할 것 같습니다. 늘 그러셨던 것 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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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0 05:53:07 *.131.205.39

저는 재용님이 일년간 변함없이 듬직하게 함께 해주셔서 정말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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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0 22:47:44 *.209.223.59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새 졸업여행을 앞두고 있네요.

지난 1년의 의미와 확장에 대해 주말에 이야기 나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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