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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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11. 책쓰기 --첫 책을 위한 이런저런 단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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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심 없는 믿음 한 조각 - 내 안의 불꽃, 재능2. 내 안의 잠재력이 말하네- 장르를 바꿔~! 먼저 그걸 하란 말이야~!
3. 이야기 출산(?) 직전의 고백 - 거의 ‘조증’상태?
4.
* * * * *
"결국 돈키호테는 책을 읽는 데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몇 날 며칠 밤을 한숨도 안 자고 말똥말똥한 상태로 지새곤 하는 반면 낮에는 완전히 비몽사몽이었다. 이렇게 잠도 안자고 책만 읽다 보니 머릿속이 푸석푸석해지는가 싶더니 결국은 이성을 잃어버리기에 이르렀다. 머릿속이 책에서 읽은 마법 같은 이야기들 즉 고통과 전투, 도전, 상처, 사랑의 밀어들과 연애, 가능치도 않은 갖가지 일들로 가득 차 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그는 책에서 읽은 몽환적인 이야기들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 세상에서 이보다 더 확실한 이야기는 없다고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중에서...
*
언제부턴가 나는 거의 ‘조증’ 상태다.
내 머릿속은 온통 이야기 바다로 출렁거린다. 너무나 이야기에 열중한 나머지 마치 돈키호테처럼 중세의 기사가 되어 소설속 세계로 길을 열고 떠날 판이다. “그런데 산초는 어디로 간 게 지?”
붕 떠 있는 기분, ‘조증’ 상태에 빠진 이후로 나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순간, 내 인생은 수십 개의 널찍한 벽장이 되어 똑똑똑~ 문 열어주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벽장문을 열면 우르르 이야기가 쏟아져 내길 것 같은 들뜸. 구름 위를 사뿐 사뿐 걸어 다니 듯 이야기 더미 위를 살랑거리며 돌아다니며 나는 단지 주워 담기만 하면 될 것 같은 기분. “아마 이것이 영감이 터져 나오는 순간인지도 몰라...” 나는 약간의 자폐 상태에 빠져 세상도 잊고 친구도 잊고 주체할 수 없는 조증에 빠져 곧 터져 나올지도 모를 한 방울의 달콤한 엑기스 꿀을 핥기 위해 이 벽장 저 벽장 문을 열었다 닫았다 분주한 발놀림를 한다.
한번 읽고 단숨에 알아채는 헐거운 이야기는 싫다.
이곳저곳 여러 번 찔러대는 시선이 좋다. 바싹 몰입하게 만들어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허구의 세상이 마치 진실인 양 푹 빠져 들게 하고, 주인공의 내면에 흐르는 기복에 함께 올라타는 감정여행. 이야기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우리는 현실에 사는 바로 옆 친구나 남편, 아내의 삶을 잘 모른다. 한 눈에 꿰뚫어 이해하지 못한다. 긴 세월을 함께 하고 이야기 나누지만, 나와의 감정의 끈이 연결돼 있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그의 생각들, 슬픔, 갈등 등을 온전한 공감의 눈으로 바라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이야기 속 등장인물의 삶은 왜 이리도 깊은 공감으로 빨려드는 지....
단 한 번도 실제 만난 적 없는 허구 속 인물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적인 삶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그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그곳에서 자기만의 ‘성배’를 발견한다. 궁극적인 비밀, 신비하고 비밀스러우며 찾기 위해서는 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무엇! 바로 허구의 세계 속 이야기는 현실의 세계를 살아가는 힘인 ‘어떤 깨달음’을 독자에게 선물한다. 내 옆의 친구, 가족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돌아서서 허구적 인물을 통해 얻은 어떤 깨달음을 가지고 내 가족과 친구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며 실제를 살아간다.
대가들의 소설을 통해 배우고 느끼며 얻어가는 보물은 참으로 값지다.
반면, 나의 첫 소설은 아직 제대로 된 설계도가 없다. 그저 조증 상태다. 하루에도 숱하게 쏟아지는 아이디어 파편더미에 붕붕 떠 있는 느낌이다. 대가들의 깊이 있는 소설을 훔쳐보며 모방하고 베껴 쓰며 나는 새끼손톱만한 보물 한 조각이라도 나의 이야기에 담아 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내 삶의 벽장 속 아이디어들이 까만 먹물을 타고 하얀 종이 위에 한 자 한자 안착하여 한 장 두 장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 순간이 나에게도 꼭 오리라 믿어본다.
2014년 3월 18일
서은경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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