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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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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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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1일 10시 53분 등록

  

내게는 욕심이 없다. 왜 여행가면 현지 화폐가 낯설어서 쓰긴 쓰면서도 돈 같지 않아 위화감이 드는 것처럼, 우리 돈도 그렇게 본다. 학원운영이 전성기이던 시절 매일 백만원씩 들어오고 하루에 사백만원이 들어 온 적도 있었는데, 책을 쓰겠다고 준비하던 때에는 일 년에 사백만원을 벌기도 했다. 내게는 두 시절이 똑같다.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면 된다. 흔히 개념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내가 딱 그렇다. 내게는 돈의 개념이 없다.”  스물다섯 살에 알바 만으로 꽤 많은 종잣돈을 모아 재테크 운운하는 딸이 나보고, “그렇게 (노후)대책을 세우지 않고도 그렇게 맘 편히 살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한다.

 

욕심이 없는 것은 관계에서도 드러나서, 나는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 적절한 간격이 있는 것이 편하다. 그건 자녀하고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활발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는 부모자식 관계에 역학의 전도가 일어난다. 비교적 꼰대형이 아닌 부모라해도 요즘 사회의 핵심인 디지털 리터러시에서 자녀에게 밀리고, 세상이 워낙 젊은이 중심으로 돌아가니 엄청난 단절감과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데나는 아주 살짝 빈둥지증후군에 시달리다 돌연 마음을 내려 놓았다.   엄마라는 역할을 고집할 경우 퇴행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자녀를 어린 아이들처럼  돌보고, 내 우산 밑에 두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떠나는 것이 당연하다. 떠나야 한다. 아이들은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한다. 이제부터는 엄마가 아니라 삶이 그들을 다듬어 줄 것이고,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은 내 몫이다.

 

그렇다보니 내겐 집착이 없다. 굳이 보고 싶은 사람이 없고, 가슴 저리게 되돌리고 싶은 장면도 없다. 이 모양이니 사교적인 포장이 있을 리 없다. 이제껏 페르소나를 써 본 적이 없다면 말 다 했지…… 타인의 비중이 약하니 인정욕구가 없고타협할 생각도 없다언감생심 타인을 통제하려는 욕구 같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없는 것도 많네!   이렇게 비사회적인 속성을 지니고도 아직까지 험한 꼴 안 당하고 잘 살았다 싶다. 물론 여기에는 나의 긍정적인 시각이 작용한다. 결혼생활에서 빠져 나왔다는 것이 내게 어떤 핸디캡으로도 작용하지 않았고, 수입이 없던 4년간 어렵게 버틴 것도 다 잊어 버렸다. 오히려 늘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도전하며 살았는데 누군가 내게 호의를 베풀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문 하나가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리곤 했다.

 

수억을 대출하여 학원을 확장했을 때 어쩌면 두 어 달도 못버티고 곧장 경매라거나 하는 식으로 극한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학원은 극전성기와 하락기를 골고루 겪으며 내게 경험을 주었고, 나는 그것으로 10년간 가장 노릇을 했다. 쉰 살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도 선생님소리를 들으며 내 강좌를 하고 있다. 나는 요즘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슬리는 것이 없다. 늘어지게 푹 자고 일어나, 세 끼 땡기는 것 찾아먹고, 영어공부와 산책을 하고 나면 하루가 저문다.  황당할 정도로 저지르기만 했는데 이렇게 편하게 살고 있다니, 진심으로 고마운 노릇이다

 

주로 혼자 지내다 보니 외부의 자극이 들어 올 틈이 없어 나 모르쇠~” 하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왔고, 너무도 편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데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이것들이 어쩌면 내가 가진 딱 하나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여우는 숱한 전략과 잔꾀를 가지고 있지만, 몸을 둥글게 마는 것밖에 모르는 고슴도치를 이길 수 없다. 나는 타고난 고슴도치다. 내가 아닌 나로는 살 수 없는 고슴도치! 내게 없는 그 많은 것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단 하나의 힘으로 이제껏 살아왔다. 앞으로도 더욱 직관을 발휘하고 온몸을 던져 없던 길을 내며 그리 살아 갈 생각이다. 나는 이것으로 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내가 아니다. 유일함이라니, 얼마나 황홀한 이야기인가!

                                                    --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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