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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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5일 01시 43분 등록

구스피릿 마지막 북리뷰

떠남과 만남(을유문화사)”

 

1. 저자소개

자유로운 시인을 꿈꾼 변화경영사상가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자립의 꿈을 키워준 선동가

지난 10년간 100명의 연구원과 400명의 꿈벗들과 함께 춤추며 공부하며 그렇게 시처럼 인생을 살아간 그.

육체는 소멸하였지만 그의 정신은 향기로 남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그리고 일상 속에 은은한 향기로 남아 있는 그.

그를 뛰어넘고 싶다 다짐했지만 왠지 그렇게 되지는 못할 것 같은, 내 마음 속 한켠에 언제나 자리하고 있는 그.

그로 인해 희망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용기를 얻었고, 그로 인해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작으로 나는 또 다른 시작들을 만났다. 수 많은 시작들이 자취를 남기고 누군가를 그 자취를 따라갈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들에는 구본형이 있었다.

 

2.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실컷 돌아다니며 마음껏 보고 싶었다. 아름다운 산과 강, 그리고 바다와햇빛이 가슴에 역력해지면거기 가 닿으리라 믿었다. 마음속에 넘쳐나면 그때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생각했다. ‘아는 만큼 느끼는 것이 서구적 배움의 방법이라면, ‘느끼는 것만큼 알게 되는접근법이 동양의 그것이다. 자연 속에서 시간을 넘어 내가 만나고 싶은 것은 이미 이곳을 살다 간 사람들의 안으로 쌓여 넘쳐나는 마음이다. 그들의 이야기로부터 나의 이야기로 바뀌어가는 변곡점에 내가 있고 싶다. 그때 생각은 없어지고 마음만 남을 것이다. 4

 

사람들이 기차를 철마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기차를 타면 씩씩거리는 가쁜 호흡을 느낄 수 있다. 22

이제 옛날처럼 객실과 객실 사이 문을 열어놓은 채 발판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맛이 사라졌다. 23

⇒ 기차를 많이 타보지는 않았다. 밖으로 많이 돌아다니지도 않았고 시내는 버스도 필요없을 정도로 좁았고 덩달아 나의 행동반경도 좁았다. 길지 않은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차는 아마도 대입시험을 위해 탔던 기차였다. 아마도 96 12월즈음. 강릉에서 대구행 통일호를 탔다. 목표했던 성적이 나오지 않아, 누구나 그랬듯, 많은 청년들이 그랬듯 나 또한 원치 않은 기차에 몸을 실은 것이었다. 스무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의 음악을 연신 들었다. 그 음악의 우울함 보다는 그 음악을 만들고 부른 가수의 비운의 삶에 내 슬픔을 얹었으리라. 7시간의 이동시간, 탁한 기차내 공기, 원치 않는 나의 상황…….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기차의 끝으로 가보았다. 통일호. 지금은 사라져 버린 이 기차의 칸과 칸 사이는 위태롭게 연결되어 흔들렸고, 기차의 꼬리칸 문을 열면, 타원형 쇠로 연결된 쇠줄만이 더 이상의 진행을 막는 방해물이었다. 방해물 같지도 않은 방해물. 원한다면 자유롭게 비상할 수도 있었던 뻥 뚫린 꼬리칸 난간.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날아갔겠지……’ 눈이 내렸다. 하늘에서 내린 눈은 내 눈앞으로 떨어질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멀어졌다. 끝도 보이지 않는 지점으로 사라지는 눈발들. ‘나의 10대도 결국 저렇게 사라지는건가그렇게 사라진 것만 같았던 그 순간의 기억, 통일호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지금은 아무 계획도 없다. 행선지 조차도 없다. 표는 구례까지 끊었지만 순천까지 갈지도 모른다. 아니면 곡성쯤에서 내릴까? 그래서 압록의 강변을 따라 걸을까? 아니, 한 정거장쯤 전인 남원에서 내려? 안 될 것 없지. 23

그렇지, 그리고 바람을 따라서 스스로 바람이 되어 그저 내가 한줄기 바람인 곳으로 간다.24

두 번째 인생은 절대로 바쁘게 보내지 않을 것이다. 첫째 더 자유로울 것이다. 오직 나만이 나에게 명령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할 것이다. 둘째 더 많이 배울 것이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진지함을 버릴 것이다. 셋째, 배운 것을 통해 기여할 것이다. 주제넘지 말 일이다. 내가 만족한 나의 삶만이 이 땅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여행은 생략할 수 없는 새로운 시작의 상징이었다. 25

인생의 목적은 인생이다. 산다는 것이 바로 목적이다. 그래서 인생이 전부 경제와 경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랑도 해야 하고 눈물도 흘려야 하고 순수한 배움 자체가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25

게걸스럽고 탐욕스러운 사람이 되지는 않으리라. 그런 사람은 섬진강에 오지 마라. 슬픈 사람만 와라. 자기를 잃은 사람만 와라. 저 푸른 강물에 자기를 두고 간 사람만 와라. 다시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만 와라. 29

그는 살펴야 하는 것만을 살피고 살피지 않아도 될 것은 빠뜨린 것입니다.31

순하다는 것은 자신도 편하고 남도 편하게 해준다.33

자연 속을 거닐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피곤함이 사라지는 것은 애가 그들로부터 많은 에너지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힘보다 자연과 신의 힘을 믿고 있는 사람들의 영혼은 자연에 가깝다. 그들은 자연을 투시할 수 있는 탐욕스러운 안광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자신들이 곧 자연이라는 것을 몸으로 받아들인다. 37

땀이 흘러내린다. 몸은 솔직하다. 이렇게 산을 오르면 땀이 가슴과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호흡도 가빠진다. 심장이 뛰는 소리와  호흡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발에 빡빡한 압력이 걸린다. 조금 속도를 내면 압력은 더욱 강해진다. 속도를 내면 자신의 육체를 더 잘 알게 된다. 나이가 생각나고 헉헉거림 속에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39

초봄의 추위는 겨울과 그 맛이 다르다. 사람을 어쩔 줄 모르게 한다. 봄은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며 다가온다.46

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아름다움은 더욱 은밀하다.47

시대는 변화한다. 절과 스님 또한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변하는 것이니 옛날을 잊어버려야 한다. 그래서 출가 이전을 잊고 세속을 잊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을 잊으면 그것은 더 이상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변질이며 타락인 것이다. 52

향기로운 사람이 된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향기가 후각적 인지의 대상이 아니라 내면적 마음의 흐름에 실린다는 것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아름다움은 감각의 경계를 벗어난다. 그래서 내면을 닦는 것이다. 진정한 변화는 내면적이다. 59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고 있는 사회는 쉬어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부가가치가 낮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몸이 고단해야 겨우 먹고 살 수 있다. 65

나이가 들면 몸이 가벼워진다. 뼛속의 진이 다 빠져 나와 그렇게 가벼워지는 모양이다. 70

인생만 한 변화의 장은 없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노인이 되어 이곳에 있다. 노인에게는 어른인 아이가 있고, 어른에게는 아이인 아이가 있다. 인류의 역사는 그 변천의 기록이듯, 인생은 개인의 변천사다. 굽이굽이 후회가 있고 깨달음이 있다.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는 숨막히는즐거움이 있다. 너무나 부끄러워 잊고 싶은 순간이 있다.  변화가 두렵다면 어떻게 인생을 살 수 있겠는가?70

이 일은 마치 모기가 무쇠로 된 소에게 덤벼드는 것과 같으니, 함부로 주둥이를 댈 수 없는 곳에목숨을 걸고 한번 뚫어보면 몸뚱이째 들어갈 것이다. 88

통쾌한 말이다. 모름지기 달라지려는 사람은 단 하나의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88

좋은 사람을 만나 알고 지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95

발바닥을 닿는 두툼한 나무의 촉감이 더 없이 좋다. 97

어둠이 묵직하게 깔려오는데, 그 무게가 그의 마음처럼 무겁다 105

남도의 봄은 동백과 바람이 말해준다. 바람은 몸을 날려버릴 것 같이 거세게 불다 칼날처럼 품으로 파고든다. 그러나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부드럽기 그지없는 미풍으로 바뀌기도 한다. 부드러움인가 하면 서릿발로 바뀌고, 분홍인가 하면 갑자기 얼어 가짓 빛으로 변한다. 먼지와 흙바랍인가 하면 나비가 날개를 짓는 팔랑거림이다.

하고 있는 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미래가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절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하나의 일을 아직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는 방황이다. 어떤 일에 깨달음을 얻어 밝아지면 자신이 곧 그 일의 미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일을 아주 잘하려면 타고난 재능과 각고의 노력과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천업이라 믿고 하나의 일에 평생을 매달려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제 생긴 대로 살겠다는 뱃심이 중요하다. 나약한 사람은 어떤 경지에도 이를 수 없다. 정진에는 용맹보다 나은 것이 없다. 백척간두에서 또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112

다시 배낭을 메었다. 등에 다시 한 번 섬뜩함이 닿는다. 113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마라. 충무공은 싸움터에서도 하루가 지나는 것을 무심코 넘기지 않았다. 그 하루를 기록하여 그날이 존재함을 잊지 않았다. 121

일이 닥쳐서야 어쩔 줄 몰라 하다 모욕을 당하는 일만큼은 피해라.121

처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가 오늘 밤은 그저 그리움 속에 그녀의 목소리를 가만히 놓아두었다.128

산다는 것은 약간 우물쭈물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망설이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음이며 미련이며 우유부단함이다. 그러고는 나중에 그것을 후회하고 그것이 차마 어쩔 수 없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135

천관산은 여자 같다.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지다가 섬세한 바위로 멋을 낸다. 멀리서 천관산 바위를 제대로 보려면 천관사가 있는 곳에서 보아야 한다. 그곳에서 보아야 장식이 화려한 왕관처럼 보인다.151

이별의 아픔을 가진 사람은 천관사에 와 바다를 보았으면 한다. 바다 너머 그리움을 보라. 인생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도 이곳에 와서 바다를 보았으면 한다. 이곳은 그리움의 산이다. 양근암과 금수술이 서로 다른 등성이에 있어 만나지 못하는 것처럼, 이곳은 그리운 사람들끼리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 가득한 산이다. 160

그대역시 바위들 중 하나이다. 초라하다고 탓하지 마라. 그대가 없으면 인생도 없다. 160

평삼심이 어찌 그립지 않겠는가. 장안사 나이든 보살님이 만든 칡술에 나는 취해 있다. 봄날의 아름다움이 바로 문 밖에 있으니 어디로 가랴. 취해 자가 또 일어나 읽고 버리고 기록한다.168

꿈이란 지금의 자기 이외의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이다. 현실적 불만족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부러움의 표현이다. 그래서 꿈에는 슬픔이 깃들어 있다.170

108배를 하면 30분 정도 걸린다. 물론 훨씬 더 걸리 수도 있다. 그렇게 하면 온몸에 땀이 난다. 낮아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때로는 잡념으로 최초의 정성이 흐트러지고 때로는 고단하여 중도에서 그치고 싶어진다. 그리고 다시는 시작하고 싶지 않아지디고 한다. 시작할 때와 같은 초심을 견지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렴다. 조금 익숙해지면 타성이 붙게 되는데, 그러면 내용은 없고 형식만 남게 된다. 이때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중요하다. 불가에서는 이것을 발심이라고 부른다. 발심은 초심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옳은 말이다. 개혁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개혁이 진부해질 때 원래의 개혁으로 되돌아가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인간의 습성이 고려되지 않는 개혁과 혁명은 허구이다. 그것은 학살이거나 기만이거나 지나친 망상이다.172

한 해를 정리하는 졸업여행을 갔다. 강화도로간 우리는 이튿날 전등사에 들렀다. 가장 오래된 절이라니 빛바랜 연두회식의 절들이 눈에 들어온다. 연녹색 또는 회색빛 파스텔톤의 절. 문득 한 선배가 108배를 하자고 한다. 예전부터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었는데, 힘들까 망설인다. 할 수 있을까 망설인다.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진지한 마음을 담아 해보기로 했다. 방식도 몰랐다. 그냥 했다. 머릿속으로 숫자를 새며 해본다. ‘하나, , , ……. 스물 다섯…… 서른인가에이 모르겠다. 서른 셋……’ 우여곡절 끝에 108배를 끝냈다. 108배를 딱 맞춘건지, 조금 부족하거나 넘치는 건지는 잘 모른다. 그저 내가 이걸 해냈다는 것이 기분 좋았을 뿐. 나를 기다리는 동기들과 선배들, 왠지 모르게 우쭐한 듯 쑥쓰러운 듯, 별거아닌데 유난 떠는 듯 기분이 묘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걸린 시간은 약 10 ~ 15분 사이더라. 정식으로 하면 30분이나 걸리는 108배를 절반다 안되는 시간에 끝냈다니, …..  나의 연구원 생활도 그러지 않았던가. 시작은 화려하고도 결의에 넘쳤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일이 많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이유로 정진하지 못했다. 초심을 유지하지 못했고, 그럴 때 발심하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래가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1년이 끝났다. 하지만 나의 생은 끝나지 않았다. 더욱이 제2의 생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내가 초심을 잃지 않고 발심을 발휘해야하는 이유이다. 108배도 곧 정식으로 해볼란다.

상징을 빼면 인간의 정신은 빈약해진다. 192

편하게 앉아 둥근 돌을 바위에 던진다. 돌이 단단하여 바위에 맞으면 공처럼 튄다. 한번 튀어오른 돌이 차돌바위 위에 떨어지면 다시 튀어오른다. 202

해가 떨어진 지 한 시간쯤 지났지만 완전히 어두워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때 아름다운 실루엣들을 볼 수 있다. 섬과 산들은 이미 어두워져 있지만 하늘은 회청색으로 아직 푸르다. 별이 뜨기 시작하여 점점 더 또렷해지고, 바다는 아직 푸른기가 남아 있다. 그러나 하늘만큼 푸른빛이 더하지는 않다. 205

파도는 바다가 숨을 쉰다는 증거다. 206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푸른 빛을 음미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 소리를 듣는 것이다. 또 하나는 파도가 싣고 오는 바다 냄새를 흠뻑 들이마시는 것이다. 바다의 체취는 바람에 실려 온다. 208

예전에는 눈으로 보는 것이 가장 좋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뚤렸다. 하지만 지금은 바다의 체취가 더 매력적으로 끌린다. 강화도의 짭쪼름한 바다냄새, 오랜만에 맡아보는 진한 그녀의 체취였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생각나는 대로 그것이 스쳐 지나도록 놓아두었다. 가만히 놓아두면 왔다가 그냥 간다. (…) 스치는 대로 있는 그대로 지나간다. 다른 우주적 친교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은 것이 얼마나 오래되었는가!  211

사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장군의 영정이 걸려 있다.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은 무인의 모습이다. 코는 얼굴 가운데 길게 자리잡고 있으며 수염은 단정하게 길렀다. 윗입술은 얇은 편이고 아랫입술은 보통이다. 눈은 꿈꾸는 듯 멀리 보고 있다. 222

바람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우선 나무를 흔드는 것이다. 온갖 잎들을 함께 흔들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사람들처럼 소리를 지르게 한다. 또 하나는 바다에 바짝 다가가 작은 물결의 뒤를 힘껏 밀어붙이는 법이다. 계속 밀어서 앞물결에 부딥치도록 한다. 그래서 두 개의 물결이 합해져 조금 더 커지게 만든다. 바다는 그들이 귀찮게 해도 모르는 체해준다. 눈을 지그시 감고 커다란 몸을 맡겨놓는다. 장난꾸러기가 몸 위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놓아두는 것처럼. 230

변화를 공부하고 싶으면 자연 속으로 들어가봐야 한다. 햇빛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g나 번도 같은 적이 없다. 같은 2시의 햇빛도 계절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 물빛 역시 봄엔 초록색이고 여름엔 파르스름한 녹색이다. 가을엔 푸르며, 겨울엔 검푸르다. 나무에 잎이 나고 지는 것을 보거나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며 변화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미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다. 조직이 왜 피어나고 또 왜 갑자기 그 활력을 잃게 되는지를 알고 싶으면 ㅅ ks에 가보라. 봄이 되면 산 전체가 피어난다. 그리고 겨울이면 산 전체가 웅크리고 있다. 왜 그런가?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본질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은 인문학적 호기심이다. 변화의 능력과 경영은 인문학적 감수성과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문학이 죽으면 경영학이 살아 있을 수 없다. 돈은 사람이 건강할 때 필요한 것이다. 237

불행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불행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한다.241

우리가 살다가 이곳을 떠나더라도 아직 남아 있는 이들에게는 아름다운 자연을 남겨줄 수 있어야 한다.

소비적이고 향략적인 문화는 우리의 휴식 시간이 짧다는 것과 대단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 자유시간이 턱없이 짧기 때문에 클라이맥스는 빨리 맛보아야 한다. 뜸을 들일 시간이 없다. 짧은 시간에 농축되어야 하기 때문에 진해야 되고, 따라서 야만적이며 과격한 몸짓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처럼 휴식은 또 다른 노동이 되고 만다. 247

문화사회란 일하는 시간을 줄여 그 시간을 자아의 실현을 위해 투여하는 사회이다. 노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지배하는 사회가 바라 문화사회인 것이다. 248

어른이 되면 자신에게 주술을 거는 힘을 잃어버린다.254

단지 인간이 일상을 살아가는 현실적 공간 못지않게 현실적인 또 다른 공간 하나를 가지고 있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다.255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흙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259

인생은 길이다.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이다. 마음이 모질고 팍팍하여 한 그루의 나무도 자라지 못하는 길일 수도 있다. (…) 나도 인생의 어느 부분인가에 솔잎이 깔리고 주위에 꽃이 가득한 그런 부드럽고 포근한 길이고 싶다. (…) 아름다운 나무 가득하고 옆으로 작은 시내 하나 흐르는 그런 길이었으면 한다.266

나는 아직도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 나를 좋아한다. 내가 아직 젊은 탓일까. 268

혼자 마시는 술은 맛이 없다. 상념만 많아질 뿐이다.271

성은 침대와 같다. 일상의 잠과 같다. 275

포르로나 포르노에 불과한 것은 광장으로 끌려나온 밀실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관계지만 사랑은 없다. 276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신비한 어둠, 사람에 대한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사랑의 공간 그리고 홀로 쉴 수 있는 비밀의 장소 없이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 276

살아 있다는 것은 영혼이 육체 안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혼만이 단독으로 존재한다는 것, 즉 육체로부터 해방된 영혼은 곧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276

아이들을 생각하면 늘 가슴이 울린다. 어제 고등학교 3학년인 큰딸아이가 전화를 했다. 모의고사를 보았는데 잘 보지 못했다고 속상해 했다. 위로를 해주었지만 위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견뎌내야 하는 것은 늘 자신의 몫이다. 그래서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다. 자식들의 어려움을 대신할 수 있다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이미 모두 죽어 없어졌을 것이다. 과로와 지나친 심려 때문이다. 283

자식들에 관한 객관적인 부모는 없다. 283

갑자기 대박에 터지는 행운을 거머쥔 사람들, 어머어마한 액수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대체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혼이다.(…) 갖고 싶은 바지 한 벌과 치마 한 벌을 한꺼번에 살 수 있으면 그대는 이미 위험하리만큼 부유한 것이다. 더 이상 바라지 말라.286

바다를 오가며 늙어가는 배

우리는 배에 올랐다. 선실에는 이미 여럿이 들어앉아 있었다. 출항지인 동거차도에서 탄 사람들인 모양이다 (…) 어디서나 만다는 그렇고 그런 일상적인 얼굴 뒤에 숨이 있는 사람 수만큼의 사연을 싣고 배는 하루에 두 번씩 이 바다를 오간다. 배도 사람처럼 매일 같은 일을 하며 늙어간다.290

비극은 늘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 미국 흑인의 비극은 그들을 해방시킨 링컨이 흑인이 아니라는 것에서 연유된다. 298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힘을 끌어내지 못하는 사람 역시 비극적이다. 그는 종속적이며 누군가가 시킨 일만 할 뿐이다. 298

변화의 핵심은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새로운 상황을 창조함으로써 스스로 그 주인이 되는 것이다.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주체적인 자기로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이 허락한 대로.300

오르는 길 내내 사람 하나 없다. 내가 유일한 인적이다. 한가하고 한적이다. 302

감탄은 자신을 잊게 한다. 자신과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벽을 허물고 어두운 자아 속으로 햇빛을 가득히 받아들이게 한다.(304)

사람들이 아쉬워해도 진달래는 자기가 밖으로 나와야 할 때는 알고 있다. 그때가 아니면 나오지 않는다. 자기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305

산행의 즐거움은 산과 만나는 데 있다. 산은 음악과 같다. 조용해야 들을 수 있다. 한적해야 피어 있는 들꽃을 볼 수 있다. 호젓하지 않으면 온몸의 피부가 그 정적을 감지할 수 없다. 306

마음을 쉬고 보면 새들이 날아간 자국까지 보인다”307

꿈은 개인의 삶에 생명을 준다. 꿈을 잃으면 생명의 힘은 해소된다. 그러므로 꿈을 잃는 사람은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다.309

꿈은 일상과 유리되지 않은 에너지다. 꿈은 환상과는 다르다. 환상은 일상으로부터 유리된 에너지며, 일상과 만나지 못하므로 개인의 삶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구현하지 못한다.

여과되지 않은 환상을 신의 계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신경증적 환자들이다.” “유치한 행복에 젖은 사람들과 진정으로 자유로운 무리 사이에는 엄청난 심연이 존재한다.”310

모든 여행자가 영웅은 아니다. 대개는 필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상의 어느 위대한 사람보다도 그들(가족)에게는 내가 훨씬 중요한 사람는 점이다. 인간은 별과 같다 수없이 많지만 하나하나가 모두 작은 우주이다. 311

나는 나아질 것이고 스스로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바라건대 다른 사람들로부터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불운과 불행 위에 나의 행복을 쌓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변화라는 주제 속에 내가 담아내고 싶은 인생이다.315

 

 

3. 내가 저자라면.

아직 직장인으로서의, 피고용인으로서의 삶의 흔적, 습관을 벗어버리지 못한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퇴직 직전 운좋게도(?) 변화경영(또는 자기경영) 이라는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운이 어디 거저 오는가…… 그는 준비되어 있었고, 실천해 옮겼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독립된 한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다. 직장인이라는 외피를 벗어버린 것 뿐만 아니라 그 내면 또한 철저하게 바꾸기 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 그는 독립적인 개인, 1인기업가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아마도. 조직을 떠나는 어느 순간. 또는 인생의 큰 전환기에 한번쯤 시도해 볼 것이다. 아니 반드시 써볼 것이다.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가 놓쳐버린 가치들을 끄집어 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삶의 큰 영역에서 나란 사람을 위해 쓴다면 몇몇 독자들을 위한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만큼은 선생님과 똑 같은 분위기의 책을 쓰고 싶어지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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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8 No 45 색의 힘 file [1] 미스테리 2014.03.10 3889
987 갈매기의 꿈_리차드 바크 [1] 라비나비 2014.03.10 2462
986 [2-25] 문제는 무기력이다 - 박경숙 타오 한정화 2014.03.11 4448
985 [2-26] 내 몸은 내가 고친다 - 김홍경 file 타오 한정화 2014.03.13 4445
984 피로사회 (한병철/문학과지성사) 유형선 2014.03.16 2530
983 #40.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신영복, 돌베개) 땟쑤나무 2014.03.17 4215
982 #41. 클라우드 혁명과 애플구글마소 / 오카지마 유시 쭌영 2014.03.17 2059
981 (No.41)움베르토 에코 [젊은 소설가의 고백] 레드박스 - 서은경 file 서은경 2014.03.18 3346
980 안병욱_인생론 file 라비나비 2014.03.18 5030
979 <중년의 발견> 데이비드 베인브리지 지음 file 제이와이 2014.03.18 2660
978 No 46 도형, 그림의 심리학 file 미스테리 2014.03.18 9728
977 #42.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때 / 파커J. 파머 쭌영 2014.03.25 5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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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5 <나이듦의 기쁨 MY TIME> file 제이와이 2014.03.25 6121
974 우리의노동은왜우울한가_스베냐플라스푈러 유형선 2014.03.25 1987
973 No 47. 즐거움의 가치사전-인간이 욕망하는 모든 것 file 미스테리 2014.03.25 3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