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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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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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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5일 08시 16분 등록

<장자(莊子)>의 제4편 '인간세(人間世)'는 공자(孔子)와 그의 제자 안회(顔回)의 대화로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실화는 아닙니다. 노장사상(老莊思想)을 대표하는 장자는 유학(儒學)의 창시자에 해당하는 공자와 그의 수제자 안회의 입을 빌려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갑니다.


이 이야기에서 안회는 수준 낮은 왕으로 인해 백성들의 괴로움이 극에 달한 위(衛)나라로 가서 백성들을 구하고 싶다며 스승인 공자에게 허락을 구합니다. 공자는 "만약 네가 간다면 고작해야 형벌을 받을 따름"이라며 만류합니다. 그가 안회가 위나라로 가는 것을 불허하는 이유는, 한 마디로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안회는 다시 묻습니다.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비우며, 부지런히 힘쓰고 한결같이 행동한다면 가능하겠습니까?" 공자는 가능하지 않다고 답합니다. 안회도 쉽게 물러서지 않고 "그렇다면 안으로 마음을 곧게 하고 밖으로 몸을 굽히며, 무슨 일이든 옛 어른의 가르침에 맞추어 하겠습니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자세히 밝힙니다. 그의 생각을 요약하면 '하늘과 동시대 사람들과 옛 현인들과 함께하는 자세로 임하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공자는 이번에도 안 된다고 하면서 "정법(政法)이 너무 많아 마땅치 않구나. 비록 고루하다 해도 죄가 되지는 않겠지만, 거기서 그칠 뿐이다. 대체 어찌 교화하는 데 미칠 수 있겠느냐"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면 형벌은 면하겠지만 나라를 바로 잡겠다는 목표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 번 거절당한 안회는 스승에게 부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청합니다. 공자는 한 마디로 답합니다.


"심재(心齋)하라."


일반적으로 '재(齋)'는 재계(齋戒)의 준말로, 즉 '제사를 모시기 전에 부정한 것을 멀리하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입니다. '심재(心齋)'는 마음을 '재'하는 것입니다. 마음에 집중해서 마음을 정결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심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자는 말합니다.


"너의 뜻을 하나로 하라.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으며,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氣)로 들어라. 듣는 것은 귀에서 그치고, 마음은 그 뜻에 부합하는 것에서 그친다. 기(氣)는 텅 비어 물(物)을 기다리는 것이다. 오로지 도(道)는 비어 있는 곳에만 모인다. 비어 있는 것이 곧 심재이다."


안회는 스승의 말을 이해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제가 처음에 심재하지 못했을 때는 저라는 자아가 실체로 있었습니다. 심재하고 나니 애초에 저라는 자아가 있지 않습니다." 인회에 따르면 심재 이전과 심재 이후에 달라진 점은 하나입니다. 자아의 유무. 심재 이전에는 자신이 오랜 시간 언행과 처세를 갈고 닦고 풍부한 학식을 쌓았으니 이 정도면 준비 된 거 아니냐는 게 안회의 속마음이었던 듯합니다. 그런데 공자는 그런 마음마저 비워야 함을 지적한 것 같습니다. 조금 다르게 말하면 심재는 자아를 비우는 것, 자아에 속한 욕심과 집착, 두려움과 편견을 비우는 것입니다.


심재하여 이르는 경지는 불교적으로 말하면 '진공묘유(眞空妙有 : 텅 비게 되면 신비로운 일이 일어남)', 법정 스님의 표현을 빌리면 '텅 빈 충만'입니다. 장자도 공자의 입을 빌려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저 텅 비어 있음(空)을 보라. 빈 방에 빛이 드니, 길상(吉祥)이 머무는 곳이다. 무릇 마음이 쉬지 못하는 것을 일러 좌치(坐馳)라 한다."


<장자>에서 '길상(吉祥)'이란 단어가 나온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길상'은 '아름답고 좋은 일이 있을 조짐'이라는 뜻인데, '텅 빈 충만'을 강조한 법정 스님이 주도하여 세운 절의 이름이 '길상사(吉祥寺)'인 것이 우연은 아닌 듯합니다. '좌치(坐馳)'는 '앉은 채로 내달린다'는 뜻으로 <장자>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좌망(坐忘)'과 반대되는 상태입니다. 그러고 보면 동서고금의 대종교는 공통적으로 '좌망'과 같은 것을 강조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좌선(坐禪)'과 '참선(參禪)', 유학의 '정좌(靜坐)', 기독교의 '묵상(默想)' 모두 본질적으로 '고요한 마음, 집중, 몰입, 비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심재(心齋)'는 마음 텅 비우는 것입니다만, 나는 마음 털어내기, 마음 굶기기라는 표현이 더 와 닿습니다. 마음을 완전히 비운다는 게 벅차게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마음속에 아직 비우고 싶지 않은 것들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심재(心齋)', 이 두 글자가 나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합니다. 이제껏 뭔가 더 배우고 무언가 더 하려고만 했습니다. 이제 내게 필요한 것은 마음을 털어내고 굶기는 일인 듯합니다.


* 위 본문에 나오는 <장자(莊子)>의 우리말 번역(공자와 안회의 대화)은 정용선 선생이 쓴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에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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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선 저,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 간장,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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