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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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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7일 00시 06분 등록

 

 

생강나무 꽃 피었고 떠났던 철새 돌아와 숲은 낮밤으로 더욱 소란해지고 있습니다. 여우숲 양지바른 자리에 달래와 명이나물 풍성하게 돋은 지 꽤 되었기에 냉이를 더 해 뜯어다가 반찬을 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봄입니다. 마당 산수유 꽃 사방으로 터져있고 곧 홍매화 봉우리 다퉈 열릴 기세입니다. 밤에 불 밝히면 한두 마리 나방도 날고 낮엔 한두 마리 너풀너풀 나비도 날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그렇게 이곳의 봄은 더욱 찬란해 지려합니다.

 

허나 계절이 봄이라고 도처가, 또 생명 모두가 봄일 수는 없습니다. 봄 더욱 찬란해 지더라도 숲학교 옆에 아주 오래토록 살고 있는 산중 팽나무는 여름 문턱까지도 침묵할 것입니다. 죽기라도 한 것 아닌지 한가득 걱정할 즈음, 그 초여름 문턱에서 팽씨 그는 삽시간에 잎을 뽑아올릴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여름 입구, 그 언저리의 애반딧불이가 제 몸을 덥혀 개똥벌레의 봄날은 여름 입구임을 증명할 테고, 다시 더 뜨거워지는 진짜 여름날에야 물봉선과 달개비 따위의 풀들이 제 꽃을 피워 여름이 자신들의 봄임을 말할 것입니다.

 

절대 시간은 늘 태양이 이끌지만 생명 저마다의 시간은 태양이 이끌어가는 그 힘과 생명 스스로의 기운이 마주치는 순간을 만나야 피어나고 또 소멸하는 법. 나는 그것이 바로 의 현묘한 작용임을 자연의 흐름을 헤아리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삶의 흐름 역시 그런 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이 봄의 나처럼 봄날이건만 봄 아닌 봄날을 보내는 이 계시겠지요? 마당에 심은 두 그루 매화 중 한 그루는 막 고운 꽃을 피우려 하는데, 그 옆에 서 있는 다른 매화나무는 영영 침묵의 기세입니다. 지난 해 닥친 혹한에 입은 상처 때문이었나 봅니다. 꽃망울도 만들지 못한 채 봄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봄이라는 절대시간으로부터 소외된 그 가여운 매화나무처럼 얼어붙은 봄날을 보내고 계시는 이 계시겠지요?

 

같은 처지의 나를 다독이는 마음으로 위로의 편지를 보냅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 산국은 이 봄날이 아닌 서릿발 내리는 계절이 봄날이라는 말씀, 방크시아 속의 생명들은 산불의 뜨거움을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싹을 틔우는 기운을 가졌다는 말씀 전해드립니다. 십오 년쯤 기다려 첫 꽃을 피우는 은행나무 같은 생명도 있음을 기억하라 전합니다. 감나무나 대추나무조차 어떤 해에는 스스로 멈추어 숨고르기를 하는 지혜 발휘한다는 이야기 알려드립니다.

 

한 오 년 넘도록 올해의 봄처럼 쓸쓸하고 마음 어지러운 봄을 만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심장이 아파오도록 시린 날들을 보내지만 나는 이 시간을 피하지 않으려 합니다. ‘, 내게 다시 간결함을 요구하는 시간이 오는 구나그 신호라 느끼고 있습니다. 하여 나는 자주 숨을 멈추어 나를 봅니다. 그리고 자주 자세를 고쳐 앉으며 다짐합니다. ‘올 봄을 혹독한 겨울로 삼자. 내 것인 줄 알았으나 내 것 아닌 것으로 선언해 오는 모든 것을 보내자. 내 빛깔인 줄 알았으나 내 것 아니었구나 자각되는 색 역시 벗어던지기로 하자. 그리하여 감당해야 하는 아픔, 외로움, 가난함 기꺼이 맞이하기로 하자. 이곳에서 첫 겨울을 보내던 해에 그랬듯, 그 한 삼 년의 시간 동안 자주 엎어져 홀로 울고 또 울며 보냈듯, 다시 다가오는 시리고 아픈 날 기꺼이 껴안자. 울고 울어도 해결할 수 없는 날에는 다만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보내자. 오직 한가지, 사랑만 빼고 다 보내자!’ 그대 봄 아닌 봄날을 보내는 이라면 시리고 험한 날을 봄으로 삼는 생명에게서, 혹은 어설픈 나의 방법에서 위로 한 자락 얻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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