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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일 04시 19분 등록

어제 또 길을 잃고 헤맸다.

 

2014년 4월 1일 오후 3시 50분 '& Space(앤스페이스)'에 와 있겠다는 지인을 만나려고 살롱9를 출발했다. 4시에 보자고 했는데, 난 30분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못했다. 문자를 확인하니 정확한 주소가 문자로 와 있었다. 지인에게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고 전화를 했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을 길에서 헤맸다. 결국 1시간이나 걸려서 도착. 돌아올 때는 10분도 안걸렸던 것으로 보아 알면 10분인 것을 모르고 헤멘 게 1시간이었다. 

 

길에서 헤매면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재작년에 강화도에서 길을 잃고 헤맸던 것이 생각났다.

나는 매번 비슷한 방식으로 길에서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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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고 헤맨 경위)

 

처음에 내 출발전에 지도를 확인했다. 그러나 정확히 그곳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1시간이나 헤맸다. 지도를 보고 내가 인지한 목표지점은 '상수역 3번출구에서 나오는 길과 한강변의 강변북로길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이었다. 그러나 나는 출발지점에서 상수역이 정확히 어느 쪽인지 알지 못했고, 강변북로도 알지 못했다. 그러한 출발이었기에 목표지점의 반대방향으로 출발하였다.

 

그리고 헤매는 중간에 휴대폰 지도앱을 가동시켰다. 그것도 2개나. 그 2개의 앱이 별로 도움이 안되었다. 네이버지도앱은 정확한 경로가 표시가 되지 않았다. 이동경로를 기록해주는 앱은 주변의 주요건물이 이름이 제대로 표지되지 않는다. 


길을 잃고 헤매는 중에 출발한 합정역과 내가 향하고 있는 홍대입구역과 상수역의 상대적 위치를 감안하여 홍대쪽으로 방향을 돌렸고, 홍대 정문에서 상수역을 찾아서 이동했다. 지인이 찍어준 상수동 00번지는 네이버앱이 도와주어서 어느 위치인지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내가 출발하기전 본 지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네이버 지도앱은 내 현위치를 정확히 찍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길거리에서 앱을 들여다보고,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상수역 위치를 물으며 시간을 허비했다. 그때는 출발한지 30분이 넘어서였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내 위치를 몰라서 길에서 헤매고 있다고 알렸다.

그 이후에 다시 상수역 위치 확인과 지인이 전화로 일러준 한강변쪽 방향으로 달려서 서강8경을 찾아내서 겨우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다.

 

서강8경 건물에 들어서서도 한번 헤맸다. 서강8경 입구에 경비 아저씨가 어디오느냐고 물어서 '앤스페이스'라고 하니 그런 회사는 없다하여 막막해졌는데, 혹시 '괴르츠'라는 곳을 찾느냐고 그건 옆건물이라고 일러주시어 간신히 목적지를 찾았다. 결국 1시간이 걸려서 도착했다. 그런데 돌아올때는 쉬이 되돌아와서 너무나 황당했다. 한강변, 당인 발전소, 양화진 성지(절두산 성지)가 머리속에서 기존에 알던 지역과 연결해되어어서 찾아갈 때 헤맨 길이 아닌 다른 길, 어쩌면 가장 짧은 코스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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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고 헤맨 이유) 

 

이번에도 길에서 헤매는 동안, 나는 매번 같은 패턴으로 길을 잃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거리에서는 그것을 인지한다는 것만으로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길을 잃는 것은 이러한 프로세스로 일어난다.

 

1) 처음가는 길은 지도를 봐둔다. 그렇지만 그것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확히 지도를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위치와 목적지 사이 혹은 내가 아는 지점과 목적지 사이의 상대적인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지도와 실제 공간에서 방향을 일치시키지 못하고 지도에서의 거리를 실제에서 거리로 상상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도를 실제 공간과 겹쳐서 상상하질 못한다는 점이다. 지도위에 표시된 길의 방향과 길과 길 간에 거리개념이 없어서 얼마나 먼지를 인지하지 못한다. 거리감이 없으니 목적지까지 도달할 예상시간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 예상시각을 넘겼을 때 중간에 길을 잃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데, 그것이 좀 느린 편이다. 

 

2) 그보다는 먼저 막연히 이렇게 가면 되겠지 하고 출발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내 경우에 그 막연함으로는 도착지까지 무사히 갈 확률이 급격히 낫다는 것이 문제다. 정확히 어떻게 가는지 경로를 알지 못하면서도 출발해 버린다. 가다보면 나오겠지, 헤매다 보면 나오겠지, 물어서라도 가겠지라는 마음이랄까. 준비없이 뛰어든다는 것.

 

3) 그래서 머리 속에서는 '여기를 가로질러서 가면 되겠지' 하지만, 실제로 길에 나서면 가로지르는 길이 없다는 것을 나중에야 안다. 사실 실제 거리에서는 건물에 가로 막히거나, 눈에는 보이지만 다리를 건너야해서 멀리 돌거나, 혹은 산을 넘는다든가 하는 것을 길에서 경험한다(지도보고 예상한 것은 실제에서는 상당히 먼 경우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기 때문에 오르막 내리막도 예상하지 못한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어딘가를 조금 돌아간다고 여긴 것들은 실제로는 예상한 거리보다 훨씬 많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조금 틀어진 것이 나중에 수정하려면 엄청 틀어져 버린다. 실제 땅에 있는 길은 건물이 네모 반듯하게 직교좌표로 되있는 것도 아니고, 길과 길은 여러 각도로 만나니까 초기에 약간의 각도로 벌어진 것은 실제에서는 계속 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4) 거리에서 자신이 선 현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

이번에 네이버 지도앱이 도움이 안되었다. 거기다가 처음 가는 길이어서 주변의 길을 잘 몰랐다. 지인이 전화를 해서 어디냐고 물었지만 나는 내 위치를 말해줄 수 없었다. 상수역 부근의 카페거리 끝의 어디쯤이란 것박에는. 그래서 한참을 그곳에 있었다. 

 

5) 길을 알려주는 행인을 만났는데, 그 사람도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고 상수역을 알려주었다. 나는 상수역까지만 찾아가면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부터 상수역을 제대로 찾았다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 길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출발전에 지도를 '상수역 3번출구에서 한강변방향으로 쭉까서'라고 읽었으니까. 하지만 난 초기부터 상수역을 찾지 못하고 헤맸으니 나중에도 헤맬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또한 출발 때부터 나의 초행길의 길 찾는 패턴을 정확히 인지했다면, 중간 지점을 먼저 찍고 가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써먹지 못했다. 

 

6) 헤맨동안 돌아다닌 전체 경로를 살펴보면 나는 이번에도 크게 우회전한 셈이다. 

처음에 목적지와 반대방향으로 출발하여 왼쪽으로 꺽어가다가 잘못된 것을 알고 반대로 돌아와서는 그 후부터는 홍대정문을 시야로 확인하고는 그 앞을 지나는 길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서 돌았다. 그렇게 들어선 길이 바로 홍대 정문 근처(뒤쪽으로) 이어져 도는 길이었다. 그때는 또 오른쪽으로 회전. 이번에도 나는 오른쪽으로 크게 한바퀴를 돌아서 목표지점에 간 셈이다. 

길을 잃었을 때,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는 습관이 있다. 자전거 때문인 듯 하다. 도로에 서면 우회전은 좌회전보다 훨씬 쉬우니까, 정확한 인지를 하고 움직여야 하는 시점에, 기다리지 않고 이동하는 우회전을 선택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게 내가 길을 잃고 헤매는 패턴이다. 이번뿐만이 아니라 매번 이런식으로 길을 잃고 헤맨다. 

한번에 잘 찾아갈 때도 있지만, 한번 헤매면 누군가가 데리러 나아야 할만큼 먹통이 되어버리거나, 어느곳부터 먼저 찾아야하는지를 알지 못해 헤맨다. 

 

7) 근처에 가서도 서강8경으로 먼저 들어갔다. 그러나 최종 목표지점은 그 옆건물이었다. 친절하게 경비아저씨가 일러주셔서 찾을 수 있었다. 지인은 내가 괴르츠를 못찾을 것 같아서 서강8경을 얘기해 주었다. 내 머리속에서 '서강8경'이 길찾는 키워드였고, 길 잃고 헤매는 중에 벌써 '괴르츠'는 머리속에서 날아가고 없었다. 목적지 근처에서는 건물에 서강8경이라고 크게 씌여 있어서 근처까지는 찾아가기는 했지만, 최종 목표지점을 찾을 때는 경비아저씨의 친절한 도움이 아닌었다면 한번 더 헤맸을 것이다. 아저씨께서 '괴르츠'아니냐고 묻지 많으셨다면 주변에 5층이상의 건물들을 모두 들어가 봤을 것이다.  

길을 잃고 해매는 동안 당황해서 지인이 일러준 말이 중간지점인지 최종지점인지 모두 뒤죽박죽이 된 셈이다.

 

출발전에 최종목적지 근처의 사진을 먼저 보고 갔다면 도움이 되었을까? 이번에는 아니다. 중간에 네이버 앱이 목적지 근처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그 사진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여간 난 이런 패턴으로 길을 잃는다. 그리고 이런 패턴으로 길을 찾는다. 

 

내가 가진 '초행길 길찾기' 습관 중에 길을 잃게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또다른 습관을 습득하지 않으면 곤란 할 것 같다.  무엇보다 나는 실제 길찾기에서 뿐아니라 처음에 해보는 프로젝트 진행에서 비슷한 패턴으로 헤맨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다. 길을 잃는 사람은 매번 같은 이유로 길을 잃는다고. 같은 이유로 길을 잃는 이유는 매번 같은 사고 프로세스, 같은 습관을 작동시키기 때문이라고. 

 

몇몇 부분에서 다른 습관으로 대체할 필요성을 느낀다. 습관을 고치는 것은 정확한 인지와 정확한 연습, 심리적 장벽을 넘어서는 뭔가를 필요로 한다. 이건 꼭 고쳐서 좀 덜 헤매고 싶다. 그리고 꼭 첫책쓰기에 적용해보고 싶다.

IP *.131.2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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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1 23:54:58 *.104.9.186

제가 길치입니다.

주변에선 헛똑똑이라고 놀리기도 하는데 제가 길치인 걸 말하지 않으면 잘 모르지요들.


- 백화점가면 화장실, 엘리베이터 찾는데 애먹습니다.

- 지하도 가면 이정표 아니고는 못 찾아 나옵니다. 다니던 길도 말이죠.

- 지도와 이정표는 잘 봅니다만 갔던 길 다시 가기나 갔던 길 그대로 돌아오기는 항상 난제 중에 난제입니다.

- 약도 절대 못 그립니다.

- 길 설명 절대 못 합니다.


등등....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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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3 05:56:58 *.39.145.95

안녕하세요? 정수일님. 아직 지난 입학여행에서 함께하지 못해 얼굴을 아직 보지 못했네요. 상반기 이전에는 꼭 만나고 싶습니다. ^^*


저는 조금 다른 길치입니다. 저는 건물 안에...화장실, 엘리베이터는 잘 찾습니다. 한번도 가보지 않았더라도 편의시설은 잘 찾습니다. 있을 만한 데에 있는 것들은 잘 찾아요.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데는 별 문제 없습니다. 제발로 걸어서 찾아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간 길은 잘 잊지 않더군요. 


제가 길을 잃는 것들은 ...... 지도를 봤지만 넓은 공간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곳-스타크래프트 같은 뭐가 있는지 잘 모르는 깜깜한 공간에서 헤매요. 대충아는 길, 처음 가는 길을 헤메지요. 스타크래프트처럼 이미 자신의 발로 찍어서 전체 맵을 알게된 지형에서는 별로 헤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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