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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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기 김정은
나의 장례식이 다가오고 있다. 죽어야 한다. 한 번 죽을 때 제대로 죽어야 한다. 주변 정리를 시작했다. 나는 정리와는 담쌓은 사람이다. 너저분하게 쌓아놓고 필요할 때 그때그때 찾아 쓰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정리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직장을 다닐 때, 출장을 가게 되어 집을 오래 비우게 되면 으레 시어머니께서 올라오셔서 살림을 대신 해주시곤 했다. 내가 죽으면 내가 남긴 정리 안된 모든 것들은 또 다시 시어머니 몫이 되리라. 아! 죄송스럽다. 그냥 이대로 정리 안된 채로 살고 싶다.
깔끔하신 시어머니, 어릴 적 얼굴에 생긴 수두자국 때문에 평생을 집안 일만 하신 나의 시어머니! 고운 얼굴에 수두자국이 뭐라고 어려서부터 시어머니는 바깥일 보시는 것이 두려우셨단다. 불편한 몸으로 두려움 없이 사회 생활을 지속해 나가는 며느리에게 한 수 배우셨다 시며, 칠순이 넘어 수두자국앓이를 접고 커리어우먼의 꿈을 실현하고 계신 나의 시어머니께 또 다시 아들을, 손녀들을 맡길 수는 없다. 살아야 한다!
거실엔 이미 책장을 훌쩍 넘겨버린 책들, 책장에 꽂아둘 수 없어 쌓아놓은 책들, 세워 놓은 책들로 지저분하다. 정리해도 끝이 없다. 게다가 옷장은 또 어떤가. 일주일을 잡고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일주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정리하다가 죽을 것 같다. 다음 생에는 더 단출하게 살아가도록 하자! 죽음을 준비하는 마당에 무언가를 소유했다는 것이 이렇게 내 발목을 잡을 줄이야.
남편과 나는 둘 다 빨리 은퇴하기만을 바라는 직장인들이었다. 우리는 결혼과 동시에 은퇴자금을 준비했다. 우리 부부는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은퇴 자금을 관리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잘 되고 있는 상품들은 그대로 두자. 내가 죽어도 남은 이들은 오래오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잘 되지 않고 있는 연금 상품들은 이번에 정리했다. 내 소중한 이들을 위해 통장을 나누어 놓기로 했다. 금융 상품들을 정리하고 통장 나누기를 하는데도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맞벌이를 하면서 부어왔던 아이들, 적지만 가족들에게 통장이라도 하나씩 안겨줄 수 있어 뿌듯했다.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읽었다. 생각하는 것이 곧 행동으로 이어지는 나는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엔, 읽고 싶은 책을 못 읽고 살았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바로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장 직장을 그만두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굶어 죽을 것만 같았다. 스스로에게 굴레를 씌운, 참으로 갑갑한 인생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은 <구본형의 필살기> 같은 책을 주로 읽었다. 직장 생활을 잘 하기 위한 도움을 주는 책을 읽었던 것이다. 죽기직전에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읽기로 하자! 그렇게 집어 든 책이 바로 <떠남과 만남>이었다.
<떠남과 만남>은 구본형 사부님이 20년 간 몸 담았던 직장을 나와 스스로에게 두 달 간의 자유 시간을 선물했고, 그리하여 50여일 동안 남도 여행을 한 것을 기록으로 담은 여행기이다. 한 가정의 가장인 한 남자가 20년간 짊어졌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자유로운 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여정을 담은 사십 대의 성장 소설이다. 이 얼마나 통쾌한 스토리인가! 직장을 나온다고 자유가 바로 찾아오진 않았다. 나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자는 오직 나뿐이었다. 그 동안 내 삶의 의미를 찾고, 내 시련의 의미를 찾고, 인생이라는 길을 앞만 보며 살면서 그것이 최선을 다한 삶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정작 ‘일상의 황홀’에 젖어보지 못한 채! <떠남과 만남>을 읽으며 바다가 너무나 그리웠다. 나도 마음 편히 낮술 한 번 마셔 보고 싶었다. 곧 죽을 것이다. 죽기 전에 꼭 그래 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린 두 딸을 보살피는 엄마로서 나는 아이들 몰래 소주 한 잔 살짝 마셨을 뿐, 더 이상 낮술을 마실 만큼 정신줄을 놓지 못했다. 당장 며칠 후에 죽을 텐데도 말이다.
나의 장례식을 치르기 하루 전 날이 되었다. 차일피일 미루던 유언장을 작성 해야 했다. 아이들을 서둘러 보내고, 공책을 폈다. 시작도 못하고 눈물만 주룩주룩 흘렀다. 도저히 안 되겠다. 공책과 필기도구만 들고 집을 나왔다. 근처 까페에서 진한 드립 커피 한잔하며 몰입해 보려고 했다. 역시나 눈물만 나왔다. 손수건을 미처 준비해가지 못해서 거칠거칠한 냅킨으로 연신 얼굴을 문질렀다. 얼마나 닦아냈는지 피부가 따끔따끔했다. 아마도 눈은 퉁퉁 붓고,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안되겠다. 다시 나와 집으로 왔다. 아침부터 왔다 갔다 한 줄도 못쓰고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이러다 2년 전 꿈벗 자작시 발표회에서처럼 발표 자리에서 폭풍 오열할 일이 생길지 모른다. 진정하자!
끝내 유언장은 한 줄도 못 썼고, 아이들이 올 시간이 되어 버렸다. 큰 딸을 앞에 두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딸이 앞에 있으니 진정이 되었다. 그래! 남을 이들을 위해 쓰자. 부모님께 못 다한 말과, 남편에게 남기는 말, 아이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쓰자. 작은 소리로 한번 읽어보았다. 담담했다. 내 죽음을 앞에 두고 내가 울고불고 하고 싶진 않았다. 최대한 힘을 뺀 담담한 유언장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이제 겨우 열 살인 큰 딸이 그 작은 목소리를 들었는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자초지종을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엄마가 요즘에 공부 많이 하는 것 같았는데 알고 봤더니 이상한 것만 공부하는 것 같다며, 엄마가 죽을 생각하면 자기도 앞으로 죽을 생각만 하겠단다. 엄마가 죽으면 자기도 죽겠단다. 딸이 울고불고 하는 것을 보니까 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음 생의 유언장은 유쾌하고 재미있게 써야겠다. 남편은 내 유언장이 너무 담담하다며 평소대로 강렬하게 쓰지 않은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나는 슬픔의 코드에 취약한 사람이다. 내 속의 슬픔들을 이제 겨우 조금 쓸 수는 있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낭독할 자신은 없다. 생각만 해도 목이 메이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내공이 더 필요하다.
죽음의 관광버스를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나는 또 마음을 다 잡고 있었다. 소리 내어 울지 않으리라. 폭풍 오열하지 않으리라. 내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리라. 구달님께서 종이컵에 보드카를 가득 담아 주셨다. 오랜만이다. 나의 오랜 친구 보드카! 내가 좋아하는 술! 나는 투명하고 강한 술이 좋다! 한 모금 들이키니 뜨거운 기운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추운 겨울, 추위를 이기기 위해 미국의 홈리스들이 즐겨 마신다는 2.99달러짜리 cheaper vodka! 바로 그 맛이다.
내 영혼은 잠시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갔다. 불현듯 떠오른 할(Hal) 아저씨! 남장을 한 동양의 여인과 쉰은 훨씬 넘어 뵈는 미국인 노숙자와의 기막힌 우정! 네바다 주립대에서 걸어서 한 시간, 현란한 카지노 거리의 한 귀퉁이에 T-shirt Outlet이라는 티셔츠 가게가 있었다. 나는 모자라는 등록금의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 주말과 휴일을 전부, 가게 문을 열고, 또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그 가게에 바쳤다. 할(Hal)은 옷 가게 앞 한 켠에 자리잡은 노숙자였다. 나는 매주 조금 일찍 가서 옷 가게 문을 열기 전에, 그가 옷 가게에 딸린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볼 일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아침으로 커피와 도너츠도 나눠 먹곤 했다. 그리고 가끔 나는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과제의 교정을 그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내가 그를 도왔다기보다, 그가 나를 살렸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 카지노 거리의 터줏대감 할(Hal) 아저씨가 그 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었기에 그 동네 강도들이 내 주변엔 얼씬도 못했다는 것이었다. 퇴근 길, 추운 겨울 바람을 피해, 두려움 없이, 잘 들어가라며 한 병 쥐어 주시곤 했던 그 보드카, cheaper vodka의 온기가 온 몸에 퍼졌다. 장례식 직전, 나를 살린 그가 불현듯 떠올랐던 것이다. 할(Hal) 아저씨는 아직 살아 계실까.
내 유언장을 발표할 차례였다. 나는 다짐한대로 무사히 낭독을 마쳤다. 하지만 폭풍 오열은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다. 나의 동기들, 데카상스 멤버들의 유언장은 나를 울렸다. 소리내진 않았지만 나는 꺼이꺼이 울었다. 왜 그렇게 서러웠을까. 시인은 그 시대의 ‘곡비’라고 했던가. 나는 마치 데카상스의 곡비라도 된 듯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장례식을 마치고, 나는 통 크게 털어 놓은 통큰 참치, 왕참치 언니를 꼭 안아 주었다. 우리의 웨버 희동이님도 꼭 안아 드리고 싶었지만, 나의 자의식은 9기 Oh! 미경 선배만큼 성숙하지 못해서, 내 마음과 달리, 내 몸은 움직여 주지 않았다.
우리는 죽었고, 찾아간 곳은 천국이었다. 강릉 바다와 푸짐한 회, 매운탕에 소주까지! 다른 음식은 아무거나 잘 먹지만, 회 맛엔 유독 까다로운 미감을 가진 나는 부산 사람이다. 회 한점 한점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 <떠남과 만남>을 읽고, 바다를 얼마나 그리워 했던가. 회 한 접시, 매운탕 한 그릇에 낮술! 건달 세계로의 입문을 얼마나 갈구했던가. 회 한점에 보길도, 술 한잔에 장도, 회 한점에 완도, 술 한잔에 흑산도, 회 한점에 홍도, 술 한잔에 관매도다. 바다, 회, 술 그리고 나의 데카상스가 있는 이 곳이 천국이다. 마시자! 정신줄을 놓자! 오늘 나는 죽었으므로.
나는 김아중의 마리아를 불렀고, 웃고, 떠들고, 마셨다. 이어 졸음이 몰려왔다. 자고 싶지 않아 먹은 것 같다. 자면서 먹는, 혹은 먹으면서 자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인 먹고 자는 것으로 주사를 부린 것 같다. 술에 취해 본 것은 난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새벽 4시가 되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밖은 깜깜했고, 고요했다. 전날 밤을 돌이켜 본다. 지난 밤 나는 무슨 짓을 했나. 곧 반성의 시간이다. 나는 죽었고, 울었고, 천국에서 마시고, 즐기다, 먹다가 잤다. 이제 곧 부활의 아침이 밝으리라. 나는 왜 변경연에만 오면 이토록 원초적 인간이 되는 것인지…… 지난 밤 두꺼운 철갑옷을 껴입고 있었더라도 후회가 많이 남았겠지만, 난생 처음 본 내 가장 본연의 모습이 그저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드는 시끌벅적, 벅적지근, 요란한 모습이어서 아쉬웠다. 내 원초적인 모습도 아름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곧 곤히 주무시던 콩두 선배님께서 일어나셨다. 단정하게 준비를 하시더니 절을 해도 괜찮겠냐고 양해를 구하셨다. 강릉 바다가 보이는 창을 바라보며 콩두, 찰나 두 분이 섰다. 바닥에 새 하얀 시트가 깔려 있다. 두 분은 이내 절 수행을 시작했다. 나는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곧 이색적인 수행 영화 한편이 시작 되었다. 이십 수년을 수행해온 선배 수행자와 이제 막 수행을 시작한 후배 수행자가 함께 서 있다. 곧 108배를 함께 올린다. 선배 수행자의 절 하는 모습은 일체의 흐트러짐 없이 안정적이며, 또한 가벼우면서 절도가 있다. 후배 수행자의 절 하는 모습은 힘차며 초심이 주는 열정이 느껴졌다. 두 수행자는 한참을 절을 했고, 또 기도와 묵상을 했다. 묵상하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함께 나눴고, 각자의 일지에 기록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수행 절차가 끝나고 선배 수행자는 후배 수행자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사용했던 염주를, 이제 막 수행을 시작해서 거의 새 것이나 다름 없는 후배 수행자의 염주와 바꾸자고 하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의 수행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선배 수행자의 염주! 염주 알알이 그녀가 빌었던 염원과 소망, 꿈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 소중해 보이는 염주를 이제 막 수행을 시작하는 후배 수행자에게 건넨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물려주고 싶은 선배의 마음이리라! 한 시간 반이 넘는 수행 영화 한편을 지켜보면서 깊은 감동을 느꼈다. 내 본연의 모습, 내 원초적인 모습도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기를! 부활 후 맞는 첫 아침, 콩두, 찰나 두 분이 보여주신 수행하는 모습으로 나는 또 한번 나 자신의 내면의 성찰도 매일 매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남편은 나의 장례식이 무지 궁금한 눈치다. 나는 곧 고해성사를 시작했다. 장례식장에서 엉엉 운 이야기며, 난생 처음 술에 취해 난장판을 벌인 이야기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남편의 표정이 이상하다. 아마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5년을 알고 지냈고, 또 10년을 같이 살면서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내 모습이 아닌가. 단 두 번의 1박2일 여행으로 내 원초적인 모습을 다 보이고 말았다니 남편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겠다. 털어놓는 내 모습이 편해 보이지 않았나 보다. 남편은 우륵이 정음을 정리했던 과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우륵은 가야금 곡을 모아 정리하면서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구슬프지도, 너무 밋밋하지도, 너무 단조롭지도 않은 음악들을 정리하여 '정음' 이라 일컬었다고 한다. 나도 나의 ‘정음’을 찾아갈 것이다. 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색다른 아름다움으로 말이다.
앨리스 유언장
저는 오늘 죽습니다.
아침 햇살이 눈부십니다.
살랑이는 봄바람이 간지럽습니다.
벚꽃이며, 개나리, 이름 모를 봄 꽃들이 입술을 쏙 내밀어 말을 걸어옵니다.
곧 한 줌의 흙이 되겠지요.
운이 좋다면
살랑이는 봄바람이 가져다 준
꽃씨를 품을 수도 있겠지요.
향기로운 봄 꽃을 피울 수도 있겠지요.
주변 정리를 합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를 선물합니다.
그들이 기억하는 내 모습이 ‘미소’이기를 바랍니다.
책장과 옷장을 정리합니다.
정리해도 끝이 없습니다.
다음 생에는 더 단출하게 살아야겠습니다.
통장 정리를 합니다.
통장을 나눕니다.
통장 하나는 내 아이들에게
통장 하나는 내 남편에게
통장 하나는 내 가난한 부모님께
적지만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노트북을 켜고 그 동안 쓴 글들을 정리합니다.
내 짧고 강렬한 비공개 글들을 세상에 내 보일 준비를 합니다.
나와 같은 이들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작지만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다음 생에는 더 많이 써야겠습니다.
이제 저는 죽습니다.
사뿐사뿐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남은 이들이 더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부모님께
엄마, 아빠 저를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믿고 세상에 저를 던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흑의 수용소에서 두려움에 떨기도 했습니다.
준비가 안 된 저를 세상에 밀어내심에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두려움이 사라지고 저만의 보는 방식을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키워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보호하고 알려주는 것보다, 스스로 방식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또한 그것이 저에게 최선의 양육 방식이었음을 지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저를 이렇게 키워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제가 가난하게 살기로 마음 먹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평생 정직하고 가난한 삶을 살아오신 두 분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서 보여주신 삶으로
자청한 가난은 부끄럽고 불편한 것이 아니라 위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제 부모님으로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남편에게
당신을 만난 것은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실수로 부실한 저를 만든 나머지
당신이라는 천사를 제게 보내 주셨습니다.
그 동안 애쓰셨습니다.
당신이 있어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치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마음 편히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세요.
당신이 제게 들려준 이야기들, 저 같은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꼭 책을 써주세요.
당신은 누군가에게는 이미 ‘리틀 구본형’임을 잊지 마세요.
자신의 글에 자부심을 가지세요.
흙이 되어서도 당신을 지지하겠습니다.
당신과 함께여서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내 딸,
수민아, 수린아,
너희들이 있어 엄마는 너무나 행복했단다.
수민이의 시와 수린이의 그림
매일매일 경이로움을 선물해 줘서 너무나 고마웠단다.
너희들은 무엇이든 스스로 잘 하니 엄마는 아무런 걱정이 없다.
지금처럼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기를 바란다.
엄마가 없더라도 아래 것들을 꼭 지키길 바래요.
끼니 때가 되면 먹기 싫어도 꼭 챙겨 먹는다. 천천히 꼭꼭!
아무리 피곤해도 운동한다.
깨끗이 씻는다.
아빠와 할머니와 자주 대화를 나눈다.
용기, 성실, 여유, 낙천, 긍정, 환희, 미소, 기쁨, 사랑, 평화 그런 좋은 말들을 늘 간직한다.
어깨를 펴고, 턱을 들고, 힘차게 당차게 산다.
힘들고, 어렵고, 외롭더라도 너희들 곁에는 늘 엄마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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