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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3일 00시 14분 등록
I want my hat back
Jon Klas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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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어린이 도서관에서 그림이 이뻐서 무작정 빌려왔다.
단순하면서도 그림이 편안해서 빌려와서 보다가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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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짝짝붙는 같은 말의 반복을 읽으면서 그림을 한장한장 보면서,
다양한 동물들이 나와서 같은 질문, 같은 대답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다가 반전.... 곰이 자신이 모자를 봤다고 하는 순간부터 긴장하고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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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토끼를 쫒아가는 대목과
토끼의 친구가 와서 곰에게 토끼를 봤냐고 묻고,
곰이 하는 대답을 읽고는 또  놀랐다.

곰이 하는 말이 아까 토끼가 했던 말투과 너무나 닮아서다.
그 짧은 순간에 미묘함이라니....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 혼란스러우면서도 재미있었다.

아이와 같이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말투를 흉내내며 키득거리며 읽을 것 같다.

그러다가 여러번, 아주 여러번 두고 두고 이 책을 읽는다면,
그때는 모자를 훔쳐간 토끼의 대답이 다른 동물들의 대답과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토끼를 잡아먹은 곰이 또 토끼처럼 말한다는 것을 곱씹어 볼 것 같다. 

이 그림책 그림 참 재미있다.
곰이 모자를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져 있는 모습은 참 귀엽다. 

내가  놀랐던 장면은 
좀전에 동물들에게 모자를 봤냐고 물어보고 다닐 때 중에 곰이 자신의 모자를 봤다는 것을 알게된 장면이다. 
이 부분만 바탕이 빨간색으로 되어 있어 곰의 심리상태를 색깔로 표현하고 있다.
그 그림 옆에서 글자가 모두 대문자로 씌여 있다.
물론 곰이 토끼가 훔쳐간 것을 알고 토끼에게 달려가서 말하는 장면에도 글자는 대문자이다.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이부분은 아주 큰소리로 읽을 것 같다.

"너! 내 모자 훔쳐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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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재미난 부분은
거짓말 하는 토끼나 곰이 하는 말투이다. 
거짓말을 하고서 덧붙여 하는 말.
'더이상 나한테 묻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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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작가는 이런 말투와 구성을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참 기묘하면서도 재미있다.

이 그림책을 다 읽고난 후에 난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서 읽었다.
급격한 반전이 있는 부분부터다.
곰이.... '아까 내 모자 봤는데..'하는 장면부터 긴장하면서, 
아까 그 모자가 곰의 것인지하면서 되돌아 가서 읽었다.
그리고, 다람쥐가 곰에게 토끼 봤냐고 물었을 때, 곰이 '아니'라고 말하는 대목을 읽고서는 
토끼가 곰에게 했던 말투과 같아서 토끼가 나오는 페이지를 다시 읽었다.
그림과 옆에 이야기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서 글 읽다가 그림보게 되고,
그림보다가 글이 궁금해서 앞으로 뒤로 왔다갔다하면서 다시 보게 된다.

나는 이 그림책을 무지 재미나게 읽었는데, 아이들도 그럴까? 아마도 아이들도 재미나게 볼 것이다.
입에 짝짝 붙은 같은 말의 반복으로 재미있고,
이야기 보다가 놓친 그림 보느라 앞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한번 읽고 싶어질테니까.

다시 보니 토끼가 대답하는 부분(텍스트)은 토끼의 말은 빨간색으로 되어 있다.
이것도 작가는 일부러 빨간색으로 넣은 것일까?
빨간 거짓말?

볼 때마다 자잘자잘한 것들이 눈에 들어와서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림, 이야기, 말투, 글자색....
이런 것까지 살려가며 읽는 재미를 누리려면 여러번 두고두고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걸 번역하면 어떻게 번역할까?
우리말로 번역하면 이 그램책에 담긴 영어....리듬감까지 살려서 번역할 수 있을까?
나는 아이들을 잘 몰라서... 지금으로서는 아이들에게 실제로 번역해서 읽어줘봐야 알 것 같다. 
읽는 맛까지 살려서 출판한다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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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앞뒤 표지까지 포함하여) 18컷
등장하는 동물 9가지 
주요 동물 : 곰, 그리고 토끼
주요사건 : 곰이 빨간모자를 잃어버리고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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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이 어울린다는 뭔지를 알고 싶어서 그림책을 볼 때마다 
무엇을 그리고, 무엇을 그리지 않는지를 살펴본다.
예전에는 단순히 그림 기법, 화면 구성을 보려고 그림을 들여다봤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것들이 보인다. 

그림이 여러컷이 들어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심에 
무엇을 쓰고, 무엇을 그려야하는지를 보게 된다. 
대부분의 그림책이 16페이지 구성이고, 앞뒤표지, 책 날개까지 모두 그림이 들어가는데, 
책 날개의 그림까지도 책 속의 이야기의 연장이고, 
때로는 어떤 그림책은 이야기를 마친 것처럼 여겨서 마음 놓고 책장을 넘기다가 
책의 뒷날개 부분에서 핵심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보기도 한다. 

작가들은 어떻게 이런 구성을 하는지 궁금하다. 
반복을 통한 상승, 그리고 반전과 긴장을 한 이야기 속에 넣어서 밀고 나간다.
이런 것은 계산해서 넣는 것인지, 관찰해서 넣는 것인지, 감각으로 아는 것인지 궁금하다. 배워서 써먹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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