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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4일 19시 12분 등록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것도 원하지 않을 때 한 장의 편지를 써 보도록 해라. 너의 장례식장이다. 너를 알고 아끼는 모든 사람들이 네 무덤 앞에 서 있다. 이때 신이 너를 죽음에서 일으켜 세워 10분간 살아있게 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며 네 무덤가에 모여 서 있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때 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 세상 마지막 연설문을 만들어 보아라. 옛사람들은 죽기 전에 자신의 행장을 기술하는 긴 글을 미리 써 두었다. 스스로 여러 번 고쳐 ‘자찬 묘지명’이라는 간단한 개인의 역사를 기록해 두었다. 나는 자신의 무덤이 삶의 전체를 조망해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앞에 두고 내가 그 손을 잡아 보고 싶은 사람들이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들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 내가 잊지 못하는 일들이 바로 내 인생의 가장 의미있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앞에 두고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것이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일인 것이다. ‘무덤 앞에서의 10분 연설문’은 너의 후회와 욕망과 사랑을 표현하기에 가장 컴팩트한 기록이 될 것이다. 한 번 써 보도록 해라. 나는 종종 이 10분의 기록을 손질하곤 한다. 이것을 고쳐가는 동안 나는 늘 삶의 가장 큰 그림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왜 사는 지 그것이 나에게 무엇인지 내가 누구를 가장 사랑하고 있는 지 깨닫게 해 준다. 죽음의 기록은 삶을 위해 가장 요긴한 시선을 제공해 준다. 죽음은 삶과 다른 것이 아니다. 좋은 죽음만이 삶을 평가하게 해 준다. 죽음의 자리로 가라. 그리고 그곳에서 살고 싶은 삶을 얻어 내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것도 원하지 않을 때 한 장의 편지를 써 보도록 해라. 너의 장례식장이다. 너를 알고 아끼는 모든 사람들이 네 무덤 앞에 서 있다. 이때 신이 너를 죽음에서 일으켜 세워 10분간 살아있게 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며 네 무덤가에 모여 서 있는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때 이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 세상 마지막 연설문을 만들어 보아라. 옛사람들은 죽기 전에 자신의 행장을 기술하는 긴 글을 미리 써 두었다. 스스로 여러 번 고쳐 ‘자찬 묘지명’이라는 간단한 개인의 역사를 기록해 두었다. 나는 자신의 무덤이 삶의 전체를 조망해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앞에 두고 내가 그 손을 잡아 보고 싶은 사람들이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들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 내가 잊지 못하는 일들이 바로 내 인생의 가장 의미있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앞에 두고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것이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일인 것이다. ‘무덤 앞에서의 10분 연설문’은 너의 후회와 욕망과 사랑을 표현하기에 가장 컴팩트한 기록이 될 것이다. 한 번 써 보도록 해라. 나는 종종 이 10분의 기록을 손질하곤 한다. 이것을 고쳐가는 동안 나는 늘 삶의 가장 큰 그림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왜 사는 지 그것이 나에게 무엇인지 내가 누구를 가장 사랑하고 있는 지 깨닫게 해 준다. 죽음의 기록은 삶을 위해 가장 요긴한 시선을 제공해 준다. 죽음은 삶과 다른 것이 아니다. 좋은 죽음만이 삶을 평가하게 해 준다. 죽음의 자리로 가라. 그리고 그곳에서 살고 싶은 삶을 얻어 내라.

2014 4 14

우리들의 다정(多情)한 장례식

 

 

오래된 나의 종말, 새로운 관계의 시작, 새로운 세상의 시작, 오랫동안 익숙했던 내 세상과의 결별을 통해 새로운 삶을 구축하려는 의식. 변화경영연구원의 첫 수업은 장례식의 형식을 빈다. 그리고 죽음이 유예해준 10분의 시간을 빌어 이 세상에 남기는 최종 메시지, 유언을 만천하에 공개해야 한다. 

 

제대로 한번 죽어야 하는 신입 연구원들과 새로운 시작의 증인이 되어줄 선배들이 모인 도합 40여 명의 팀이 함께 탄 버스 안. 나는 아직 다 쓰지도 못한 유언장을 마무리한답시고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수첩에 이것 저것 끄적이던 중이었다. ‘거 참, 쑥스럽게오늘 처음 본 얼굴이 수두룩,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수십 여명 씩 모인 이 곳에서 가족 앞에도 공개 못한 유언을 발설하라니 이게 왠 말이오.’ 다들 진지한 동기들과 선배들 앞에서 반항의 몸짓 따위는 보일 수 없겠고, 나는 속으로 이거, 유언을 커밍아웃당하는 처지가 되었구나,’ 한탄하며 남녀 도합 10명의 집단 장례식이 펼쳐질 강릉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다소 착잡한 기분으로 마무리하지 못한 유언장의 문장을 곱씹었다. 전날 일곱 시간을 서서 한 강의에다 밤을 샌 덕에 온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고 눈꺼풀은 한없이 내려앉았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하게 될 줄이야. 나이에 비례해 활력이 증강하는 일부 묻지마 관광객들의 전문분야인 줄 알았던 이 어마어마한 풍류를 내가 펼쳐 보여야 하는 상황이 오다니. 세 시간 가까이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밀린 잠을 보충하라며 내버려둘 리가 없음을 짐작하였으나, 자기 소개를 마치 토크쇼 호스트가 개인기 펼쳐내듯 진행할 줄은 몰랐다. 결국 40여 명의 연구원 대부분이 한 가락씩 노래도 뽑고 유재석 빰치는 토크로 세 시간이 30분처럼 흘러가 버렸다. 4월의 눈이 함께 한 휴양림 산책과 산채정식, 막걸리로 구성한 푸짐한 점심까지 하고 나니 바다와 소나무가 만나는 그 곳. 우리의 장례식장에 도착해 있었다.

 

눈부신 햇살이 빛나는 바닷가 풍경을 암막 커튼으로 막고, 불을 껐다. 향을 켜고, 흰 국화 10송이를 묶은 꽃다발을 놓았다. 마지막으로 작은 양초 열 개를 유언을 남길 고인의 의자 주위로 밝혔다. 앉은 순서대로 한 명씩 차례차례 읽어 나가는 인생의 마지막 고백. 손에 꼭 쥔 유언장을 읽어나가며 목소리가 떨리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유언장을 쥐고 씨름하던 전날 밤, 끝끝내 상황에 몰입할 수 없어 최근 마음을 어지럽히던 걱정과 분노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잡글을 손에 쥐고서도 나는 남편의 이름을 부르는 두 번째 단락부터 이성을 잃었다. ‘뭐 이런 글을 읽으며 눈물을 보이는 거야. , 진짜, !’ 침착을 유지하려 최대한 씩씩하게, 두 아들의 엄마답게 고함과 대화의 중간쯤 되는 톤을 유지하며 나의 죄상과 가족에 대한 마음을 실토하였다. 그래도 무사히 끝내고 내 자리로 돌아왔나 싶었는데, 희동, 참치의 유언을 듣다 그만 자폭하였다. ‘이런이건 반칙이란 말이다…’ 흑흑, , 훌쩍사방이 눈물바다가 되었다. 장례식답게 우리는 떠나는 그의 회한에 공감하며, 떠나는 그가 떠올리게 하는 나의 아픔을 생각하며 어둠 속에서 함께 울었다. 그렇게 눈물이 우리를 묶어 주었다.            

 

살면서 경험하는 진정한 신세계의 시작, 그것을 기리는 의식은 결혼이다. 지금까지 내 인생의 주도권을 부모에게서 나로 온전히 옮겨오려는 청년기의 고군분투는, 결혼을 통해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관계의 형성으로 인한 훨씬 더 복잡하고 넓어진 신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그것은 분명 한 인간의 삶에 있어 개인으로서의 나를 죽이고 부부와 부모라는 새로운 관계의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신화적 의미에서의 통과의례로서도 아직도남아있다.

 

장례식은, 비록 주인공이 그 자리에 존재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긴 하지만, 분명 한 인간이 일생을 통해 쌓아온 라는 세상, 그 탐구의 종말을 의미하는 또 다른 통과의례다. 여기에 죽은 후의 세계가 있다고 가정하면 장례식은 갑자기 한 세상의 종말과 새로운 세상으로의 진입을 알리는 의식으로 승화된다.

 

불을 켜고 죽은 줄만 알았던’ 10명 동기들의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다시 걷은 커튼 바깥으로 펼쳐진 바다와 소나무숲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한 인생을 마감하는 무게는 아니더라도, 한 세상의 종말을 말할 만큼은 못 되더라도, 지금까지 우리를 끌고 다니던 그 무언가, 무겁게 나를 끌어내리던 그 무엇인가를 바닥에 내려 놓은 듯 홀가분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답을 찾지는 못했다. 

 

3시간에 걸친 장례식을 마치고 우리는 부활을 축하하는 선배들과 동기들에 둘러싸여 신나는 뒷풀이를 가졌다. 바닷가 앞에 횟집에 모여 먹고 마시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을 췄다. 못 마시는 술에, 야들야들한 오징어회에, 쏟아지는 잠에, 구달님의 방석조달서비스에, 앨리스의 따뜻한 어깨에, 오교장님의 쫙쫙땐스에, 유교감님의 매직카펫라이드에, 유인창선배님의 장난스런 눈웃음에, 모든 것에, 모든 사람에, 취하여 밤이 깊었다. 잠이 들었다. 실로 오랜만에 한 번도 뒤척거리지 않고, 단번에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혼자였다. 강릉에서 부산까지 5시간. 시외버스를 타고 달리는 그 길이 줄곧 파도가 차 안으로 밀려들 것만 같은 해안도로일 줄 몰랐다. 장관이었다. 이토록 한적한 바닷가, 등대처럼 외로이 선 휴게소에서 차가 정차할 줄도 몰랐다. 호도과자가 따끈하니 맛있었다. 버스 안에 탄 아주머니들은 가져온 포도와 오징어를 나와 옆자리의 노인분께 건넸다. 도란도란 나지막한 이야기 소리가 가득한 버스 안에서 차 창 밖을 바라보았다. 파도가 일으키는 하얀 포말만 아니었으면 하늘과 절대 구분할 수 없을 것 같은 푸르게 시린 바다가 가득 나를 따라왔다. 우리들의 다정한 장례식은 그 버스 안에서 마침내 발인을 마쳤다. 그리고 나는 돌아왔다.

 

다시, 집으로.

다시 살기 위해, 집으로.     

 

 

 


IP *.103.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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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5 18:56:26 *.252.144.139

생긴것과 달리 헐렁한 종종걸음님!

새롭게 태어나심을 축하드리며 이제 과거의 삶과는 영원히 결별하기 바랍니다.

그 결심이 흔들리는 날에는 이 글과 유언장을 다시 읽으며 마음을 다잡기를요.

유언장은 남편 길들이기에도 도움이 되니 꼭 활용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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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6 10:41:24 *.228.119.26

  "살아 남은 자의 슬픔"이란 책이 퍼뜩 떠오릅니다. 가는 사람은 전구의 빛이 사라지듯이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남아있는 사람은 그 어둠속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합니다.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여정은 여러 고대 종교의 공통적인 특성입니다. 그런 공통 특성이 받아들여진 데에는 인간 본연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마음속에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무한의 시간과 공간속에 유한의 존재가  덩그러니 놓여있다는 파스칼적 사유는 무한의 존재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 따라서, 언제 올지 알수 없는 미래의 죽음을 현재 경험하고 다시 태어 난다는 것은 내 자신이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인정하게 되는 중요한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려진 스위치를 올리면 전구의 빛은 다시 밝아 오지만 사람은 비가역적(irreversible)입니다. 단지, 제의라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 느낌을 흉내낼 뿐입니다. 제의을 통해 진정 새로운 사람이 된다면 그 빛이 모두에게 감화를 일으키고 본인도 새로운 길을 개척할 힘의 원천이 되겠지요. 하지만 남아 있는 자들이 어두운 그림자 속에 있어 그 빛을 볼 수 없다면 그들의 슬픔 역시 계속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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