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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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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1일 01시 25분 등록

Ⅰ. 저자에 대하여

오비디우스(Publius Ovidius Naso)는 기원전 43 3 20일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치 주에 부유한 기사 가문에서 태어난다. 그 당시 대부분의 귀족 계층이 그러했듯이 그의 부친 또한 그가 법조계나 정치계로 진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오비디우스와 그의 한 살 위인 형을 로마로 유학을 보내게 된다. 그 곳에서 오비디우스는 관리가 되기 위한 필수 교육인 수사학과 웅변술을 배운다.

 

하지만 그는 유학의 목적이 된 공부들 보다는 특히 시작에 관심이 많았고, 연애 관련된 기교적인 작품들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이태리로 돌아온 그는 형과 함께 사무국을 맡아 운영하였는데,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이에 그가 20세 되던 해 형이 죽자 정치적인 입문을 포기하고 시인으로 등극하였다. 천복을 따르는 삶을 시작한 것이다.

 

시인으로서 그는 특히 사랑과 연애를 많이 노래하였는데 코린나라고 하는 여성을 중심으로 여러가재 연애 노래가 실려있던 애도가 사랑도 가지가지’, 옛 전설 속의 유명한 여성들이 남편이나 애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진 여류의 편지’, 연애의 농락술을 교훈시풍으로 엮은 사랑의 기술같은 작품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연애시보다 이야기 제작에 몰두하게 되고, 40대 후반이 되어 서양문학사에 길이 남을 역작 변신 이야기를 집필하게 된다.

 

이렇게 로마의 이름 높은 문인으로 명예를 누리던 오비디우스는 당시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노여움을 받게 된다. 그의 시에 나타난 비도덕성 때문이라는 설이 있으나 실제로는 황제의 부인과 또 손녀를 둘러싼 추문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황제 손녀인 율리아의 애인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니 말이다.

 

이렇게 그는 로마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인 흑해 서안의 토미스(루마니아)로 유배된다. 그는 다시 로마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늘날의 시베리아나 다름없는 그곳의 야만인들 사이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비참하고 쓸쓸한 만년을 보내다가 유배된 지 10년 뒤에 세상을 떠난다.

 

자유분방한 귀족 시인에게 토미스에서의 삶은 너무도 지루하고 따분했을 것이 자명해보인다. 그는 그곳에서 변방으로 유배된 시인의 불행과 외로움, 그리고 도시로의 귀환을 바라는 소망을 담은 작품들을 남긴다. 하지만 이국의 땅에서 자신의 시를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외로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에만 그쳤던 것은 아니다. 토미스의 문화와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그의 외로움에 이국의 문화를 영입하여 독특한 자신의 문학세계를 완성하는 성숙미까지 보여준다.

 

결국 로마의 변방에서 쓸쓸하게 죽어간 오비디우스, 그의 말년은 비록 불행하였지만 그의 이름은 그의 작품을 통해, 그리고 그의 영향을 받은 후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 곁에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Ⅱ.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1

15. 마음의 원에 쫓기어 여기 만물의 변신 이야기를 펼치려 하오니, 바라건대 신들이시여, 만물을 이렇듯이 변신하게 한 이들이 곧 신들이시니 내 뜻을 어여쁘게 보시어 우주가 개벽할 적부터 내가 사는 이날 이때까지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소서.

- 멋진 서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훗날 나 또한 이렇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되지 않을까?

 

16-17. 만물은 서로 반목하고 서로 방해만 했을 뿐이었다. 한 가지 질료 안에 있으면서도 추위는 더위와, 습기는 건기와, 부드러움은 딱딱함과, 무거움은 가벼움과 싸우고 있었다. 이 같은 반목에 종지부를 찍은 이는, 이런 요소들보다는 훨씬 빼어난 자연이라는 신이었다. 신에 다름아닌 이 자연은 하늘로부터는 땅을, 땅으로부터는 물을, 무주룩한 대기로부터는 맑은 하늘을 떼어놓았다. 자연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지경에서 이들을 떼어내고는 서로 다른 자리를 주어 평화와 우애를 누리게 했다. 무게라는 것이 없는 창궁의 불과, 사물을 태우는 힘은 가장 높은 하늘로 날아올라가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가볍기로 말하면 불 다음인 공기는 바로 그 밑에 자리했다. 이 두가지보다도 밀도가 높은 대지는 단단한 물질을 끌어당겨 붙이면서 스스로의 무게 때문에 하강했다. 사방으로 퍼져 있던 물은 맨 나중 자리를 잡고 이미 굳어진 대지를 싸안았다.

- 각자의 자리에 있을 때 더 조화로워 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듯 하다.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경외하게 된다. 우리네 사는 세상도 자연처럼 조화로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조물주가 어떤 신이었든, 좌우지간 이 신은 혼돈을 이루고 있던 물질의 덩어리를 정리하고 구분하고 각각 그 있을 곳에다 배치한 뒤 우선 대지를, 어느 쪽에서 보아도 그 모양이 똑같도록 거대한 공꼴로 만들었다. 그러고는 바다를 사방으로 펼치고 거친 바람으로 풍랑을 일으킨 뒤 땅 주변에 펼쳐진 해안선을 빠짐없이 둘러싸게 했다. 이어서는 샘, 큰 호수, 그리고 연못을 파고, 흐르는 강 양쪽으로는 꾸불꾸불한 둑을 만들었다. 강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 이 시절 어떻게 공꼴의 지구 모양을 알았을지.. 수천년 전의 이야기가 마치 오늘날의 이야기인 듯만 하여 신화는 더욱 신비롭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19. 이렇듯이 모든 것들이 제 몫의 거처에 자리를 잡자, 오랫동안 혼돈의 덩어리 안에 갇혀 있던 별들이 하늘 하나 가득 찬연히 빛나기 시작했다. 빈 곳이 있으면 거기에 사는 것이 있어야 마땅한 법이다. 그래서 신들과 별들이 천상에 자리를 잡았다. 물은, 아름다운 비늘을 번쩍거리는 물고기들의 거처가 되었고 대지는 짐승들 몫으로 돌아갔다. 흐르는 대기는 새들을 맞아들였다.

 

그러나 이 짐승들보다는 신들에 가깝고, 또 지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다른 생물을 지배할 만한 존재는 없었다. 인류가 인간이 창조된 것은 이즈음이었다. 이 인간은 세계의 시원이자 만물의 조물주인 신이, 신의 씨앗으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고, 이아페토스의 아들 프로메테오스가 천공에서 갓 떨어져 나온, 따라서 그때까지는 여전히 천상적인 것이 조금은 남아 있는 흙덩어리를 강물에다 이겨, 만물을 다스리는 조물주와 그 모양이 비슷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은, 다른 동물들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늘 시선을 땅에다 박고 다니는 데 비해 머리가 하늘로 솟아 있어서 별을 향하여 고개를 들 수도 있었다.

-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볼 수 있는 우리 인간. 저 하늘을 바라보며 더 높은 꿈을 꾸고 더 너른 세상을 향해 날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20. 처음은 황금의 시대였다. 기후는 늘 봄이었다. 이 시대에는 관리도 없었고 법률도 없었다.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알아서 서로를 믿었고 서로에게 정의로웠다. 이 시대 사람들은 형벌도 알지 못했고 무서운 눈총에 시달리지 않아도 좋았다. 나라가 청동판에다 포고문을 게시하여 백성을 을러매는 법도 없었고, 청을 넣으러 간 무리가 판관 앞에서 자비를 비는 일도 없었다. 아니, 아예 판관이라는 것이 없었다. 사람들은 판관 없이도 마음놓고 살수 있었다. 소나무만 하더라도 고향 산천에서 무참하게 잘리고 배로 지어져, 본 적 들은 적도 없는 타관 땅으로 끌려가지 않아도 좋았다. 인간도 저희들이 살고 있는 땅의 해변 밖에는 알지 못했다. 마을에 전쟁용 참호 같은 것은 있을 필요도 없었다. 놋쇠 나팔, 뿔피리, 갑옷, 인간은 저희 동아리끼리 아무 걱정없이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대지도, 괭이로 파고 보습으로 갈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을 모자라지 않게 대어주었다. 인간은 대지가 대어주는 양식을 흥감하게 여기고 양매, 산딸기, 산수유 열매, 관목에 열리는 나무 딸기, 가지를 벌린 유피테르 나무에서 떨어지는 도토리로 만족했다. 기후는 늘 봄이었다. 서풍은 부드러운 숨결로, 씨 뿌린 일이 없는데도 산천에 만발한 꽃들을 어루만졌다. 때맞추어 대지는, 보습에 닿은적이 없는데도 곡물을 생산했고 논밭은 한 해 묵는 일 없이 늘 익은 곡식의 이삭으로 황금 물결을 이루었다. 도처에 우유의 강, 넥타르의 강이 흘렀고 털가시나무 가지는 시도 때도 없이 누런 꿀을 떨구었다.

- 상상만 해도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인다. 알아서 서로를 믿고 정의로운 세상대지가 주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아는 세상..황금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21. 크로노스(시간)는 자식을 낳은 족족 잡아먹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크로노스의 이러한 속성은 태어난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시간 자체의 속성을 상징한다. 사투르누스는 자기 자식인 유피테르

6남매도 모조리 삼켰다가 다시 토해 낸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유피테를 6남매가 이로써 시간을 극복했음을 상징한다. 아버지의 뱃속에서 놓여난 유피테르는 아버지 사투르누스를 무한 지옥에다 가두어 버린다.

 

22. 사투르누스가 저 암흑의 타르타로스에 갇히고, 세상의 지배권이 유피테르의 손으로 넘어오자 은의 시대가 되었다. 계절은 뚝 분질러 겨울과 여름, 날씨가 변덕스러운 가을, 짧은 봄 이렇게 네 계절로 나누었다. 인간은 처음으로 집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살았다. 그러나 집이라고 해봐야 동굴이나 밀집한 덤불 속 아니면 나뭇가지를 나무껍질로 엮어 덮은 것에 지나지 못했다. 케레스의 선물이 긴 이랑에 뿌려지고 소가 코뚜레에 꿰여 신음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어서 온 시대가 세 번째 시대에 해당하는 청동의 시대다. 청동시대 인간은 은의 시대 인간보다 성정이 거칠어 더러 무기를 잡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흉악하다는 말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온 시대는 철의 시대다. 이 천박한 금속의 시대가 오자 인간들 사이에서는 악행이 꼬리를 물고 자행되기 시작했다. 인간은 순결, 정직, 성실성 같은 덕목을 기피하고 오로지 기만과 부실과 배반과 폭력과 탐욕만을 좇았다. 뱃사람들은 바람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면서도 제 배의 돛을 바람에 맡겼다. 높은 산에서 옷 노릇을 하던 나무는 배 지을 재목으로 찍혀 내려와 타관인 바다의 파도 사이로 쫓겨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햇빛과 공기와 함께 모든 인간의 공유물이었던 땅거죽도, 서로 제 땅이라고 우기는 이른바 땅 임자들이 그은 경계선으로 얼룩졌다. 사람들은, 넉넉한 대지로부터 곡물이나 먹이를 거두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대지에 내장에까지 침입하여 대지가 스튁스 근처에다 감추어둔 재보와 인간에게 악업을 부추기는 보화를 파내었다.

- 왜 점점 더 흉악한 모습으로 인간 사회는 발전해온 것일까? 라는 생각에 왠지 마음이 아파왔다. 땅의 경계선을 긋고 내 것이라 우기며, 땅을 더 파고 더 파면서 점점 더 욕심을 부리는 철의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현재 우리네 사회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23. 이로써 유해한 철과, 철보다도 더 위험한 황금이 속속 인간의 손안으로 들어갔다. 금속이 나돌자 사사로운 싸움은 곧 전쟁으로 번졌다. 전쟁이 터지자 사람들은 피 묻은 손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약탈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렇게 되자, 이 친구는 저 친구로부터 안전하지 못하고, 장인은 사위의 손을 안심할 수 없는 사태가 생겨났다. 형제간의 우애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아비는 지어미가 죽기를 목마르게 기다렸고, 지어미는 지아비가 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사악한 계모는 독초를 찧어 독약을 만들었고 자식은 아비의 점괘를 곁눈질하며 아비 죽을 날을 목 늘이고 기다렸다.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인간을 떠나자 마지막까지 이 땅에 남아 있던 불사의 처녀신 아스트라이아도 머리를 풀고 이 피 묻은 땅을 떠났다.  

 

36. 가련한 아내여. 운명이 나를 앗아가고 그대만 남겨놓았더라면 그대 마음이 어떠하였으랴! 홀로 남아 있었더라면 두려움은 어찌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며 슬픔에 잠기면 누가 그대를 달랠 수 있었으랴. 그러나 나를 믿으라, 바다가 그대마저 앗아갔더라면 나는 그대 뒤를 따라 바다가 나까지 앗아가게 했으리라……

이제 인류의 운명은 우리 둘에게 달려 있다. 이것이 신들의 뜻우리는 인류의 본으로 남은 것이다.

 

39. 이러한 피조물들은, 온기와 습기가 알맞게 어울리는 환경에서만 그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만물이 이 두 가지 요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었다. 물과 불은 비록 상극이기는 하나 습윤한 온기는 만물의 근원이었다. 말하자면 물은 습기와 불인 온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48. “내 아내가 될 수 없게 된 그대여, 대신 내 나무가 되었구나. 내 머리, 내 수금, 내 화살통에 그대의 가지가 꽂히리라. 카피톨리움으로 기나긴 개선행렬이 지나갈 때, 백성들이 소리 높여 개선의 노래를 부를 때 그대는 로마의 장수들과 함께 할 것이다.

 

50. 알지 못하는 채로 강이라는 강, 흐름이라는 흐름은 오랜 방황으로 고단해진 몸을 이끌고 마침내 바다에 이른다.

- 왠지 그저 알지 못하는 채로 아무 생각없이 강을 지나 망망대해를 떠도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53. 이오는 하는 수 없어서 발굽으로 땅바닥에다 제 이름을 써서 암소로 둔갑하게 되었다는 슬픈 소식을 전했다. 이나코스는, 애통해하는 암소 이오의 뿔을 부여잡고 백설 같은 그 등을 쓸면서 울부짖고 또 울부짖었다.

 

57. 사투르누스의 딸은 이 눈을 수습하여 자기 신조인 공작의 깃과 꼬리에다 달아주었다. 그래서 이 공작의 깃과 꼬리는 지금도 별같이 빛나는 보석이 잔뜩 박힌 듯하다.

- 공작의 반짝이는 꼬리를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미소가 배시시 흘렀다.

 

64. 네가 소원하는 것은 필멸의 팔자를 타고난 인간에게는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네가 몰라서 그렇지, 네 소원은 다른 신들에게도 이루어질 수가 없다. 신들이 각기 저희 권능을 뽐내지만 이 수레를 몰 수 있는 신은 오직 나 뿐이다.

 

68. “네 발이 이 단단한 태양신궁의 바닥에 닿아 있을 때 따르거라. 미숙한 너에게 하늘로 오르는 일은 어울리지 않는다. 네가 이 위험한 일을 해보겠다고 우기기는 한다만, 대지에 빛을 나누어주는 일을 나에게 맡기고 너는 그 빛을 누리기나 하는 것이 어떠하겠느냐?”

 

77-78 천마는 벼락 소리에 몹시 놀라 길길이 뛰다가 멍에에서 풀려나고 고삐에서 멍에에서 풀려나고 고삐에서 풀려나 뿔뿔이 흩어졌다. 마구와 수레의 바퀴, 굴대, 뼈대, 바퀴살 파편이 사방으로 날았다. 아주 먼 곳까지 날아가는 파편도 있었다. 파에톤은 금발을 태우는 불길에 휩싸인 채 연기로 된 긴 꼬리를 끌면서 거꾸로 떨어졌다. 별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누가 보았으면 마른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는 것으로 여겼을 터이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에리다노스 강이 벼락의 불길에 그을린 그의 시신을 받아주었다. 헤스페리아의 요정들은 그을린 그의 시신을 수습하여 묻고 비석을 세웠는데, 비석의 명문은 이러하다.

아버지의 수레를 몰던 파에톤, 여기에 잠들다. 힘이야 모자랐으나 그 뜻만은 가상하지 아니한가

 

88. 곰 모습을 하고 있는 칼리스토는, 아들에게 다가서고 싶어 견딜 수 없었지만, 한 발짝만 접근하면 아들의 창이 날아와 가슴에 꽂힐 터였다. 그러나 이 모자에게 서로 죽이고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능하신 유피테르 신이 이 아르카스와 칼리스토의 손을 잡고는 이 모자를 다른 곳으로 옮겨 아들로 하여금 살모의 대죄를 짓지 않을 수 있게 했다. , 돌개바람을 시켜 아들을 빈 하늘로 옮기게 하고 다시 이들을 이웃해 있는 두 개의 별자리로 박아준 것이었다.

 

95. 아폴로는 코로니스의 가슴에, 이제 코로니스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는 향료를 듬뿍 뿌리고는 마지막으로 뜨겁게 껴안았다. 이로써 그는 죽음이 요구하는 의식을 끝마쳤다.

 

101. 메르쿠리우스는 이 노인을 단단한 돌로 만들어버렸다. 오늘날 시금석이라고 불리는 돌이 바로 이 돌이다. 그래서 이 돌에는, 옛날에 거짓말하던 흔적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고 한다.

 

105. 인비디아의 안색은 창백했고 몸은 형편없이 말라 있었다. 게다가 인디비아는 지독한 사팔뜨기였다. 이빨은 변색된 데다 군데군데 썩어 있었고, 가슴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이 인비디아의 입술에 미소가 감돌게 할 수 있는 것은 남이 고통받는 광경뿐이었다. 인비디아는 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밤이고 낮이고 근심 걱정에 쫓기고, 남의 좋은 꼴을 보면 속이 상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나날이 여위어가는 것이 인비디아였다. 남을 고통스럽게 하면 하는 대로, 자신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 대로 저 자신만 녹아나는 게 바로 이 인비디아였다.

 

106. 헤르세의 화려한 결혼과 늘어진 팔자에 대한 질투심에서 비롯된 아글라우로스 가슴의 불길은 건초더미에 인 불길과 비슷했다. 불꽃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 결국은 건초더미를 깡그리 태우고 마는 불길과 비슷했다.

 

109. 사랑을 성취시키려는 마음과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은 원래 조화도 양립도 불가능한 법이다.

 

118.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힐 날이 되어봐야, 그 한살이가 행복한 한살이였는지 박복한 한살이였는지, 드러나는 법이다.

 

130. 묻는 말에 대답이나 했으면 좋았을 것을, 에코는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로 수다를 늘어놓았고 이 틈에 유피테르와 요정은 감쪽같이 그곳에서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에코가 유노 여신을 잡아둔 셈이었다. 여신은 에코의 수다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속은 것을 알고 이 에코를 별렀다. “나를 속인 그 혓바닥, 그냥 둘 줄 아느냐? 앞으로 너는, 한 마디씩밖에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것은 남의 말을 되받아…… 내가 그렇게 만든다”….이때부터 에코는 누가 한 말의 마지막 한마디밖에는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다.

 

136. , 그랬었구나. 내가 지금껏 보아오던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이제야 알았구나, 내 그림자여서 나와 똑같이 움직였던 것이구나. 이 일을 어쩔꼬,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구나.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의 불길에 타고 있었구나. 나를 태우던 불길, 내가 견디어야 했던 그 불……  그 불을 지른 자는 바로 나였구나. , 이 일을 어쩔꼬, 사랑을 구하여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이냐? 구하는 것이 내게 있는데…… 네게 넉넉한 것이 나를 가난하게 하는 구나. 나를 내 몸에서 떨어지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사랑하는 자가 하는 기도로는 참으로 기이한 기도다만, 신들이시여, 내가 사랑하는 것을 내게서 떨어져 나가게 하소서. . 슬픔이 내 힘을 말리는구나. 내게 이제 생명의 기운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나는, 내 젊음의 꽃봉오리 안에서 죽어가고 있구나. 죽음과는 싸우지 말자. 죽음이 마침내 내 고통을 앗아갈 것이니…… 그러나 나는 죽어도 좋으니, 내가 사랑하던 것만은 오래오래 살 수 있게 되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우리 둘은, 하나가 죽으면 나머지 하나도 따라 죽어야 할 운명……

 

157. 감추면 감출수록 깊어가는 게 사랑이잖아?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는 섶 속의 불씨 같은 게 사랑이잖아?

 

174. 요정이 이렇게 말하자 소년의 얼굴은 아주 새빨개졌어. ? 사랑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소년이었거든. 새빨개진 소년의 뺨은, 해 잘 드는 과수원 나무에 매달린 잘 익는 사과 색깔, 아니면 빨간 물감을 칠한 상아 색깔, 일식 때의 달 색깔 같았어.

 

195.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그런 사슬에 묶여 있어야 할 그대에게 쇠사슬은 당치 않습니다. 바라건대 그대의 이름과, 이 나라의 이름과, 그대가 사슬에 묶여 있게 된 연유를 내게 일러주세요."

 

232. 인간에게 소식을 전하려면 인간의 소리가 있어야 하고, 인간의 소리가 있으려면 인간의 혀가 있어야 하고, 인간의 혀가 있으려면 인간의 얼굴이 있어야 하니까…..그래야 아름다운 노래소리와 뛰어난 말재주로 그 천직을 다할 수 있게 될 터이니까.

 

232. 유피테르는, 슬픔에 잠겨 있는 케레스와 정든 아내를 내어놓지 않으려는 플루토를 화해시키려고 애썼어. 어떻게? 일년을 반으로 나누고는, 일년의 반은 어머니의 나라인 땅, 나머지 반은 지아비의 나라인 저승에서 지내게 한 것. 그러니까 프로세르피나는 이 두 나라에서 번갈아가면 살 수 있게 된 것이지. 이렇게 되자 프로세르피나의 표정과 분위기가 그렇게 달라졌을 수가 없었다더군. 디스가 보기에도 견줄 데 없이 어둡고 슬퍼 보이던 아내의 얼굴이, 비구름 헤치고 나온 태양처럼 완벽해 보이더라나.

- 신화를 읽으면서 계속되는 복수혈전과 죽음으로 얼룩진 새드 엔딩들로 인해 마음이 아팠는데, 간만에 현명한 유피테르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던 부분이다. 그간 다른 일들도 이렇게 지혜롭게 해결할 수는 없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프로세르피나의 운명이 땅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땅을 뚫고 나와 그 열매를 움티우는 씨앗의 운명을 상징한다고 하니 더욱 마음에 들었다.

 

238. 까치는 그 때의 그 버릇이 남아 여지껏 저렇게 수다를 떨어대는 것이지요. 쉴새없이 깍깍 거리면서도 깍깍거리고 싶다는 욕망에 쫓기고 있는 것입니다.

- 나 또한 쉴새 없이 뛰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그것이 지치면서도 다시 뛰고 싶다는 욕망에 쫓기어 쳇바퀴 돌 듯 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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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한 가지 색실이 다른 색실과 겹치는 부분에서는 어디서부터 이 색실에서 저 색실로 바뀌었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소나기가 하늘에다 그려놓은 긴 활꼴 무지개와 흡사했다. 무지개가 지닌 여러 가지 색깔의 띠는, 맞물리는 곳에서는 하나로 보이지만 여기에서 조금만 떨어지면 전혀 다른 색깔로 보이는 법이다.

 

252. 내가 누리는 행복은 요컨대 보름달과 같아서 한 군데도 빈 데가 없다. 이것을 누가 부정할 것이냐? 나는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이것 또한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리라. 무슨 까닭이냐? 나의 자식 복이 내 행복을 보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 보름달처럼 꽉 찬 행복앞으로 보름달을 볼 때면 이 구절이 생각날 것만 같다.

 

256. 내 꼴 비록 이렇듯이 비참하게 되었지만 살아 있는 내 자식들 수가 기뻐 날뛰는 당신의 자식들 수보다 그렇게 많이 잃었어도 아직 내 자식 수는 당신의 자식 수보다 많답니다. 니오베가 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시위 소리가 났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두려워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했지만 니오베만은 태연했다. 불행이 오히려 니오베를 대담하게 만든 것이었다.

 

260. 자연이 공기와 햇빛과 함께 넘실거리는 물을 창조한 것은 어느 한 동아리만 이롭게 하자고 한 것이 아니고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나는 물을 찾아 이곳에 왔습니다. 이 물에 대해서는 나에게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이렇게 무릎을 꿇고 여러분에게 물을 마시게 해달라고 사정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 물에 몸을 씻고자 하는 것도 아니요, 걷는데 지친 다리를 담그자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목을 축이자는 것 뿐입니다. 나는 입이 말라 지금 말도 못하겠습니다. 목이 말로 말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 물을 마신다면 이 물은 내게 넥타르(神酒)나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이 물을 마시게 해주신다면 여러분은 내 목숨을 살려 주시는 샘입니다. 여러분은 나에게 이 물만 주시는 것이 아니고 생명까지 주시는 셈입니다. 바라건대 이 아이들에게도 은혜를 베풀어주십시오. 보십시오. 이 아이들이 내 품에서 여러분에게 이렇듯이 가녀린 손을 내밀고 있지 않겠습니까?

 

279. 사랑이 실패로 돌아간 게 당연하지. 완력과 폭력, 분노와 위협 같은 내 비장의 무기를 포기하고 내 성격과는 어울리지도 않는 애원과 호소에 기대를 걸었으니……. 그래, 내게 어울리는 것은 폭력이다. 나는 폭력을 써서 검은 구름을 휘젓고, 폭력을 써서 바다를 둘러엎고, 해묵은 떡갈나무를 뿌리째 뽑고, 눈을 얼리고, 대지를 눈보라로 때려야 한다. 그렇다. 하늘이야말로 나의 무대다.

- 결국 여기서도 천복의 중요성이 나타난다. 어두운 강점일 망정 보레아스는 본인이 잘하는 필살기를 발휘하여 결국 사랑을 쟁취하고 말았다.

 

283. “메데이아야, 저항해도 소용없다. 어느 신인지는 모르나 어느 신인가가 너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 이런 것을 사랑이라고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아버지의 요구가 지나친 요구라고 생각될 까닭이 없지. 아니다. 지나친 요구임에 틀림없어,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나는 왜 이아손의 파멸을 이다지도 두려워하는 것일까? 내가 이렇게 두려워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 이 어리석은 계집아, 네 어리석은 가슴에 붙은 불을 꺼버리면 되지 않느냐? 그렇지, 끌 수만 있다면 얼마나 나다우랴. 하지만 아무리 내가 마음을 다져먹어도 까닭을 알 수 없는 짐이 나를 짓누르니 이 일을 어쩌지? 욕망은 나더러 이렇게 하라고 하고 이성은 나더러 저렇게 하라고 하니 이 일을 어쩌지?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나는 알고 있다.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나는 옳지 않은 길을 따르려 하고 있다.

 

285. 그리스 영웅을 구하는 영예, 이 땅보다 훨씬 나은 나라, 먼 바다 해변에까지 그 이름이 두루 알려진 나라에 대해 내가 얻을 새로운 견문…… 이것이 어찌 고귀한 것들이 아닐까보냐. 그래, 그런 도시의 예술과 문화를 몸에 익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온 금은보화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이아손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아손을 지아비로 섬기면 온 세상 사람들은 나를, 하늘의 사랑을 입은 여자라고 부르겠지. 내 권세가 별을 찌를 만큼 드높아질 테지.

 

289. 아기가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사람의 형상을 얻기까지 자라다가 모양이 완전해지면 세상에 나오듯이, 이 대지에서도 대지의 풍요로운 자궁 안에서 제 모습을 완전히 갖춘 인간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고 대지에서 돋아났다는 것이었다.

 

291. 내 아내여. 내가 오늘 같은 영화를 누리는 것은 다 그대 덕분이오. 그대는 내게 모든 것을 베풀었으니, 나는 그대가 베푼 은혜 헤아릴 길이 없소.

 

308. 역시 이 세상에는 우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즐거움이란 없는 것인가? 그래서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는 것일까?

 

335. 인간은 누구나 저 자신의 신이 되어 저 자신의 뜻을 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운명의 여신은, 행동하는 인간을 돌보실 뿐, 기도만 하고 있는 인간은 돌보시지 않는다. 누군들 나와 같이 하려 하지 않겠는가. 욕망이 내 욕망만큼 강렬하다면 누군들 사랑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을 깨뜨리지 않겠는가. 그래, 깨뜨리려 할 것이다. 기꺼이 깨뜨리려 할 것이다. 그러면, 남들은 용감하게 그것을 깨뜨리는데 나는 왜 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나는 할 수 있다. 불길 사이로도 지날 수 있고, 칼의 숲 사이로도 지날 수 있다.

- 나 자신의 신이 되어 나의 뜻을 펼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간절한 욕망이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진리를 알고 있음에도 왜 지금은 간절함이 부족한 것일까? 원하는 것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 문제일까, 아니면 원하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길이 어려울 것이 자명하여 피하고 있는 것일까? 올 한해 반드시 풀어야 할 나의 숙제이다.

 

370. “저희들은, 대신의 신전을 지키는 신관이 되고자 하나이다. 저희들은 한평생을 사이 좋게 살아왔은즉 바라옵건대 죽을 때도 같은 날 같은 시에 죽고자 하나이다. 제가 할미의 장사 치르는 꼴을 보지 않고, 할미가 저를 묻는 일이 없었으면 하나이다.”

- 한평생 사이 좋게 살다가 한날 한 시에 죽는 것이 옛날 사람들에게도 소원이었나보다. 두 노인과 같은 마음 씀씀이를 지닐 때에 받을 수 있는 복이겠지. 

 

371. “신들을 사랑하는 자는 신들의 사랑을 입고, 신들을 드높이는 자는 사람들로부터 드높임을 받는 법이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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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불카누스가 헤라클레스의 몸으로부터 불에 탈 수 있는 것을 모조리 털어내자 이 영웅의 형상은 이 영웅을 떠났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영웅의 모습, 오로지 아버지 유피테르로부터 받은 것으로만 이루어진 영웅의 모습은 이제 지상에서 숨쉬던 영웅의 모습이 아니었다. 뱀이 낡은 껍질을 벗고 새 비늘이 반짝이는 새 껍질로 거듭나듯이 티륀스의 영웅도 필멸의 육체를 벗고 불사의 몸으로 거듭났다. 인간의 오체를 벗고 새로운 생명을 얻은 그는 이전보다 더욱 위엄 있는 모습으로 거듭난 것이었다. 전능한 그의 아버지 유피테르는 그를 사두마차에다 태우고 구름으로 가려 천상으로 불러 올리고는 반짝이는 별자리 사이에다 박아주었다. 아틀라스는 이 새로운 별의 무게를 어깨로 느낄 수 있었다.

 

43. 나 역시 이 운명의 손길은 벗어날 수가 없는 몸인 것이오. 나에게 만일 운명의 물길을 돌린 권능이 있었다면, 아이아코스의 허리는 세월의 무게로 휘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라다만토스는 아직까지 혈기방장할 것이며, 지금은 노경에 들어 온갖 조롱을 받고 있는 미노스도 법을 이런 식으로는 집행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오.

 

46. 잠들어 꿈을 꾸면 너울은 벗은 욕망이 저를 사로잡아 그 뜨거움으로 저의 뼈마디를 녹이더이다. 저를 질투하여 밤은 서둘러 새고, 그래서 제 꿈은 짧기가 그지 없어도 그 일만 생각하면 그 기억이 제 몸을 저리게 하나이다.

 

46. 그런데 왜 나는 이런 꿈을 꾸는 것이지요? 아무런 소용도 없는 꿈은 왜 꾸는 것이지요? , 신들이시여, 이런 꿈은 이제 더 이상 꾸지 않게 하소서.

 

49. 내 가슴의 상처가 비록 깊으나, 미친 욕망의 불길이 내 가슴 속에서 비록 뜨겁게 타오르고 있기는 하나, 신들께 맹세코 나는 내 마음을 온전히 가누자고, 쿠피도 신의 이 무자비한 공격을 피해보자고 저로서는 있는 힘을 다하여 싸웠습니다. 그대는 여자가 어떻게 그같이 싸울 수 있겠느냐고 하시겠지만, 나는 나대로 그대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싸우면서 버티어 왔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이 싸움에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그래서 그대의 도움을 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대만이, 그대를 사랑하는 나를 죽이거나 살리거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하소서.

 

51. 내가 서판을 시종에게 건네줄 때, 서판이 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 것은, 내 사랑을 드러내지 말라는 계시였거늘, 서판이 떨어진 것은, 내 희망도 그렇게 무참하게 깨어질 것을 미리 알리는 계시였던 것을…….

 

52. 나는 그분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분에게 추파를 던졌다. 그리고 내가 먹은 마음도 떳떳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여기에서 물러선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죄가 없다고 할 사람은 없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가는 데까지 밀고 나아가보자. 이로써 내 희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 는 있을지언정 내 죄가 이로써 더 무거워질 까닭은 없다.

 

59. 이피스여! 정신을 차리고 이 어리석은 생각, 쓸데없는 생각일랑 털어버려야 한다. 너 자신도 속이지 말고, 남들도 속이지 말고, 네가 무엇으로 태어났는지 잘 생각해 보아라.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보고, 여자인 네가 사랑할 수 있는 것을 사랑하여라. 사랑에의 욕망을 낳고 이 욕망을 살찌우는 것은 바로 희망이다 .

 

72. 네가 남을 위해 슬퍼하고, 네가 고통스러워 하는 이웃의 벗이 되고자 하니 나 또한 너를 위하여 슬퍼하리라.

 

76. 나는 살아있고 너는 죽었으나 너는 영원히 나와 함께 할 것이다. 너의 이름은 영원히 내 입가를 맴돌 것이다. 내가 수금가락을 고를 때, 노래할 때, 내 노래와 내 가락이 너를 부를 것이다. 내 너를 새 꽃으로 만들되 내 흐느낌을 그 꽃잎에다 아로새기리라. 후대의 영웅 중에서도 가장 용감한 영웅이 너와 인연을 맺을 때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너의 꽃잎에서 그 영웅의 이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101.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저 청년의 외모가 아니라 저 청년의 젊음이다. 게다가 저 청년에게는 용기도 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도 있다. 과연 해신의 자손답구나.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저 청년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저 청년은 나와의 혼인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쳐도 아까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116. 황금에 눈이 어두웠던 너의 그 어리석은 욕망을 씻으려거든 사르디스에서 가까운 강으로 가거라. 그 강으로 가서 뤼디아 물길을 따라 계속해서 올라가 그 물이 발원한 곳에 이르거든 네 머리와 몸을 담그고 네 죄를 정하게 씻어라.

 

126. 저 빛나는 별의 손녀인 이 키오네가, 두 신의 사랑을 받고, 두 신의 자식을 낳은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과유불급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된 이 키오네는 디아나 여신에게 그만, 자기는 여신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오만불손한 말을 하고 맙니다.

 

142. 그대 없는 세상을 살지는 않으렵니다. 우리를 태운 재가 비록 한 항아리에 들지는 못할지언정, 비록 그대와 나란히 묻히지 못할지언정 저는 그대 뒤를 따르렵니다. 제 뼈가 그대 뼈와 섞이지 못할지언정 제 이름만이라도 그대의 이름과 나란히 새겨지게 하렵니다.

 

179. 살아 있을 때는 범 같은 장수였던 아킬레오스도 재가 되었을 때는 항아리 하나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영광은 온 세상에 차고 넘쳤다. 아킬레오스라는 이름이 있을 곳으로 마땅한 곳은 넓디넓은 우주뿐이었다.

 

212-213. 이 폴뤽세나는 마침, 남의 노예로서는 죽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참이다. 그러나 너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이런 식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 신의 분노는 없다고 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내게 마지막 소원이 하나 있다. 내 어머니에게만은 내가 죽었다는 것을 당분간 알리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내 어머니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나의 죽음이 아니라 당신의 죽음이겠지만, 내 죽음으로 크게 상심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상심하실 것을 생각하니 마음 편하게 죽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 소원은 더 듣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말하겠다. 만일에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내 어머니에게 알려야 할 경우 내 주검은, 다치지 말고 그대로 다 내 어머니에게 돌려주기 바란다. 내 어머니는, 물론 돈이 있으면 돈으로도 사실 것이지만, 돈이 없으니까 아마 눈물로 내 주검을 사실 것이다.

 

232. 나는 사실 내 양이 몇 마리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양의 대가리 수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가난뱅이들 뿐이니까…….

 

242. 그런 여자를 두고 가슴을 앓기보다는, 그대를 원하고 그대를 따르고자 하는 여성, 그대가 사랑하는 만큼 그대를 사랑하는 여성을 찾아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대는 남의 짝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분이니까요. 그대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랑을 던질 생각이 있거든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세요. 아직은 늦지 않았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혹과 우유부단한 태도를 버리세요. 그리고 자기 자신의 외모에 자신을 가지세요.

 

269. 두려움은 인간을 허약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러나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은 오히려 그 역경을 짓밟을 수 있는 법이다. 우리가 이 역경을 밟을 수 있을 때, 우리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나는 할말을 하겠다. 우리는 여신의 증오를 비웃어주자. 우리는 여신의 중오를 비웃어줄 만큼 강해져야 하는 것이다. 

 

299. 왜 스틕스의 땅을 두려워합니까? 빈 이름뿐인 어둠의 땅, 시인의 망상에나 존재하는 땅,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땅을 왜 그렇게 두려워합니까? 그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육체라는 것은 화장간에서 재로 화하건, 땅 속에서 오랜 세월 썩어 없어지건, 한번 없어지면 고통

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영혼은 영원합니다. 이 영혼이라는 것은, 원래 있던 곳을 떠나면 다

른 집을 찾아 들어가 거기에 다시 거합니다.

 

300.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 짐승의 육체에 있다가 인간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고, 인간의 육체에 있다가 짐승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돌고 돌 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300-301.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드러난 것은 단지 찰나적인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항상 흐릅니다. 강처럼 흐릅니다. 강물에, 어디 가만히 정지해 있는 순간이 있던가요? 물결은 다른 물결에 밀립니다. 그 다른 물결은 또 다른 물결에 밀리면서 앞에 있는 물결을 밀어냅니다. 그래서 순간순간 물결을 밀고 밀리면서 흐르는 것입니다. 앞에 있던 것은 뒤로 처지고, 오지 않았던 것이 옵니다. 그래서 시시각각으로 자리바꿈을 하는 것입니다.

 

301. 네 계절이 차례로 바뀌는 것을 눈여겨보셨습니까? 이 네 계절은 우리의 인생과 비슷합니다. 초봄은, 유아기와 같아서 부드럽고 따사롭습니다. 아직은 튼튼하지도 곧지도 못하지만, 초봄의 밭에서 자라는 곡물은 농부들의 가슴을 희망으로 채워줍니다. 식물이라는 식물은 다 꽃을 피우고, 기름진 땅은 색색의 꽃을 안고 노래하지만, 나뭇잎에는 아직 힘이 없습니다. 봄이 자라 여름으로 접어들면 계절은 젊은이를 연상시키게 됩니다. 일년 중에 이때만큼 튼튼한 계절, 풍부한 계절, 뜨거운 계절, 작열하는 계절은 없습니다. 청춘의 시절이 끝나면 가을이 계절을 이어받습니다. 가을은 풍요와 성숙의 계절입니다. 청춘기와 노년기 사이에 드는 계절,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해지는 계절입니다. 이어서 노년의 겨울이 추위에 떨면서,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다가옵니다. 머리가 빠지거나 백발이 된 모습을 하고 다가옵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육체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내일의 우리는, 과거의 우리, 혹은 오늘의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어머니 태 속에 있던 시절이 있습니다. 인간이 될 것이라는 약속만을 받은, 씨앗 같은 상태로 말이지요. 자연은 참으로 섬세한 손질로 이 씨앗을 하나의 형상으로 빚어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이 너무 비좁아 우리가 몸부림치면, 자연은 우리를 우리의 집에서 텅 빈 공간으로 밀어냅니다. 날빛 아래로 태어난 아기는 연약합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이 시기가 끝나면 아기는 짐승처럼 사지로 기어다니기 시작하고, 또 이 시기가 지나면 아기는, 떨리는 다리, 불안정한 다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두 다리로 섭니다. 옆에 무엇이 있으면 잡고서라도 말이지요. 그러다 튼튼한 다리로 홀로서기를 시작하고, 재빠른 다리로 세상을 달립니다. 이윽고 청년을 보내고 중년을 보내면, 우리는 노년에 이르는 비탈길, 인생의 황혼으로 통하는 내리막길에 서게 됩니다.

 

303. 처음의 모양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무궁무진한 자연의 조화는 끊임없이 이 물건으로 저 물건으로 지어냅니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이 우주에 소멸되는 것은 없습니다. 변할 뿐입니다. 새로운 형상을 취할 뿐입니다. 태어남이라는 말은, 하나의 물상이 원래의 형상을 버리고 새 형상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죽음이라는 말은 그 형상대로 있기를 그만둔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변하여 저것이 되고 저것이 변하여 이것이 될지언정 그 합은 변하지 않습니다.

 

313. 하늘과, 하늘 아래 있는 만물은 다 끊임없이 변합니다. 땅과, 땅 위에 있는 만물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피조물의 하나인 우리 인간도 변합니다. 우리라는 존재는 육체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날개 달린 영혼도 여기에 깃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날개 달린 우리의 영혼은 들짐승의 가슴을 찾아 들어갈 수도 있고, 가축의 가슴을 찾아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짐승들을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짐승의 몸에 우리 부모 형제나, 우리 친척, 우리와 같은 인간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인간이라는 이 예사롭지 않은 지위를 불명예스럽게 하거나 튀에테스식 식사로 우리의 배를 채우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맙시다.

 

316. 제발 고정하시오. 슬퍼해야 할 사람이 그대 하나뿐인 것은 아니오. 그대가 당한 것과 비슷한 슬픔을 당한 사람들 생각도 좀 하시오. 그러면 그대의 슬픔은 하찮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오.

 

336.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Ⅲ. 내가 저자라면

세상의 창조에서부터, 신들과 인간들의 이야기, 그리고 오비디우스가 살고 있던 로마 시대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어 한 편의 웅장한 대서사시를 읽은 느낌이 들었다. 각각의 이야기 자체로도 재미가 있고 이 이야기들이 시간 순으로 연결되면서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 자연스러운 흐름도 좋았다.

 

책을 읽는 내내 놀라우리만큼 현재의 우리와 닮아 있는 인간과 신들의 감정을 보며 저 시대에도 이런 마음이 있었구나라며 놀라워하는 한편 친밀감을 느끼기도 하고, 잔인한 복수와 배신을 보며 가슴을 치거나 신들의 관대하지 못함에 분노를 하기도 했다. 처참한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슬픈 엔딩들을 읽을 때는 안타까움이 하늘을 찔렀고 아프리카 사람들의 얼굴이 까맣게 된 이유 등을 읽을 때는 웃음보를 터뜨리기도 했다. 동물이나 사물의 기원을 읽으면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며 고개를 끄덕이기 바빴다.

 

또한 로마의 시인이 쓴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재미나고 쉽게 읽히는 문체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아마 너무 답답하고 어려운 책일 것이라 예상했던 탓이리라. 또한 그동안 알고 있던 신화 이야기들도 담겨있던 덕분에 더욱 편한 마음으로 읽어 나갈 수 있었던 것도 한 몫 했다 하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을 굳이 꼽자면, 우선 변신이라는 주제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인간과 요정들이 동물로, 식물로 변화하는 이야기들만을 모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니었을 진대, ‘변신이라는 테마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였는지 그 부분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각각의 이야기 속에 담긴 은유적인 의미를 역자가 나서서라도 더욱 자세히 설명해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처음에 혼자서 신화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바일까를 이해하려고 하다보니 어려워 나중에는 그저 이야기 그대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나의 무지함으로 인해 무언가 더 가슴을 울리는 은유를 이해할 기회를 놓친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역자의 설명에도 불구, 그래도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 신들의 이름을 바꾸어 사용했더라면, 혹은 적어도 병기했더라면 더욱 쉽게 책이 넘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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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6 14:24:12 *.160.136.212

처음 이책을 접할때 본인처럼 제목과 책의 내용을 대입시켜 보았던 적이 떠오르네요.

'변신 이야기'.

신화속의 아우라와 현실 그리고 인간들의 삶을 투영해 과연 무엇을 전해 줄려고 하였던 것이었을까요.

 

마지막 저자의 생애.

어쩌면 인간적인 눈으로써는 기약없는 비참한 생활 이었지만, 어쩌면 그로인해 모든 영웅들이 그러했듯

외로움을 뛰어 넘은 새로운 변신의 토뎀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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