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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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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1일 09시 41분 등록

 

사건 사고는 늘 갑작스럽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늘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일상적인 틀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의 생활, 거리에서의 이동, 학교나 회사에서의 활동 등 늘 똑 같은 하루라며 권태롭다고 불만까지 토로합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매일이 같은 하루고 어른은 어른대로 그러합니다. 하지만 이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우리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바보가 되기 일 수입니다. 아무리 집안의 가장이라도, 대한민국의 아줌마라도, 학교에서 일진이라도 그리고 직장에서 상사가 되어도 말입니다. 생활에서 우리는 대장이 되고 또는 숙달된 전문가도 됩니다. 하지만 일상의 괘를 벗어난 사고나 사건을 접하게 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4 16일 세월호 침몰을 아침에 뉴스로 접했습니다. 지중해 변에서 있었던 여객선 침몰과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몇 번의 사고가 떠올랐습니다. 첫 뉴스를 볼 때 배가 기울기는 했으나 곧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천천히 보트에 옮겨 타는 장면을 연상하며 괜찮겠지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후에 접한 뉴스는 내용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구조한 사람보다 실종자 수가 많아서 우선 당황했습니다. 오전에는 숫자가 반대였는데 말입니다. 사람의 목숨이 숫자로 TV에 표현되니 그것마저도 서글프게 느껴지면서 마음이 착찹해집니다. 구명보트는 보이지 않고 구조대만 왔다 갔다 합니다. 몇몇 잠수부들이 잡히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목놓아 이름만 불러보고 있습니다. 이번 세월호 침몰의 심각성은 어린 학생들의 단체 수학여행이라 더욱더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 많은 영혼들을 보살펴 키워온 부모와 가족들의 마음을 누가 보살필 것인지 한 순간에 무너진 그 세월 앞에 세월호는 물속으로 그렇게 무참히 잠기었습니다.

 

몇 일이 지났습니다. 사건의 정황과 문제점들이 논의됩니다. 많은 사람들의 분석이 뒤따르고 늘 이야기 하듯이 큰 사고는 작은 사고들의 연속된 발생에 따른 귀결을 재확인이라도 하듯이 하나하나 과실과 부주의, 잘못된 판단과 실천부재, 그리고 무책임, 전체 시스템의 오류 등이 드러납니다. 누가 한 사람 제대로 책임질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과실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만을 쳐다보며 네가 뭔가 하기로 하지 않았느냐는 듯 쳐다보게 만듭니다. 그럼 나는? 이렇게 자문하는 나조차 뭔가 잘못이 있다는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일상을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하루의 일상에 세월호와 같은 배타는 일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출근길 이용하는 다양한 교통 수단이 있고, 매 끼니를 위한 조리 기구들이 있고, 업무나 학습을 위한 공간 안에서의 생활이 있습니다. 좀더 나가면 상가나 좀더 큰 역이나 관공서 등이 있습니다. 일상을 이루는 것의 핵심은 약속된 안전입니다. 안전은 누구도 담보하거나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은 없다고 보여집니다. 판단의 한계 넘어 우연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연들의 조합된 환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예측이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들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맞추어 놓습니다. 그래야 변동성이 줄어들고 작은 문제가 발생해도 조치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은 늘 관찰해야 합니다. 관찰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습니다. 지나가는 아무나 관찰할 정도면 이미 사고가 발생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전문가들에게 의존해서 우리는 안전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사고는 확률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 발생가능성이 있는 것이지 발생한다고 못박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 가능성을 낮추어 잡고 관리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늘 낮춰 놓는다는 것은 군대에서 늘 하는 말처럼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매일의 노력이 필요한 사항입니다. 이는 비용을 수반하게 됩니다. 인력을 요하고 관찰한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부분에 다양한 IT 기술이 도입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 지지부진합니다. 특히, 관료사회가 두터워질수록 이러한 부분의 도입이 더 어려워집니다. 각종 규제와 관련 협회 단체의 입김이 기득권과 신규 진입 세력간에 갈등이 유발되기 때문입니다. 늘 새로운 것은 기존 것을 대체하고도 남음이 있어야 실제 사용 가능합니다. 그래야 시스템 교체 비용과 관련 연계 비용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는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비용 효율이 중심에 있습니다. 그래야 다른데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대는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한 개인이 사회에 참여할 지식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고 이 사람들의 판단을 근거로 사회를 이끌어 가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사회 구조는 세분화 되었고 시스템화 되어서 얄팍한 지식으로는 도저히 파악해 나가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몸에 모르고 사용하듯이 우리 사회 시스템을 모르고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몸은 오랜 세월의 선지식이 몸 안에 쌓여 있어서 무의식 중에 작동을 하게 되지만 사회 시스템에 대한 지식은 선지식이 아닌 후천적 습득 지식이므로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늘 지식의 부족에 허덕이게 됩니다. 선거철은 늘 그렇게 부족한 이 민주주의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사람을 보고 뽑으라고 하는데 그것도 말이 안됩니다. 그 사람 말을 어떻게 믿고 선택을 하겠습니까? 따라서 민주주의하에서는 인기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돈이 인기 있는 곳으로 흘러가기 위해 인기 없는 곳에서 돈이 빠져 나온다는 것입니다.

 

한 가정에는 의식주의 생계비가 중요합니다. 이 사회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차원이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주'만 해도 가정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큰 집이므로 사회를 지탱하는데 안전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안전에 투자하는 것은 모두의 행복을 지키는 가장 빠른 투자입니다. 대한 민국은 인재의 나라입니다. 한 사람의 인재를 길러내는데 드는 비용이 엄청난 것도 있지만 그 가족이 무너지면 이 나라는 크지 않기 때문에 바로 문제가 발생합니다. 안전에 투자하는 것 그것은 가장 중요한 우리의 씀씀이 원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큰 사고가 발생하면 많은 것들이 변화됩니다. 한 순간에 변화됩니다. 이는 불가역적이라 다시 해볼 도리가 없이 떠밀려 변화되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날개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무참히 사고라는 절벽에서 떠밀려 바다로 혹은 천길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를 당한 사람만이 아닙니다. 그 가족과 주위 사람들이 차례차례 그 변화의 낭떠러지로 밀려 서게 됩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는 수많은 변신이 있습니다. 사랑, 전쟁, 권위, 질투, 모욕 등 그 원인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인물들도 하나 같이 죽거나 변화에 직면하여 전신하게 됩니다. 나무가 되고, 새가 되고, 돌이 되고, 짐승이 되고는 합니다. 우리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선 영혼의 날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세월호에 남은 우리 형제들을 위한 날개와 그리고 그 가족과 이웃 친구 동료들을 위한 영혼의 날개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 변신을 해야 합니다. 잠깐 변화하는 둔갑술이 아닌 진정한 변신으로 그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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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1 10:15:04 *.104.9.186
악몽이야기를 할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내 아이들에게 물려 줄 수 있도록 ... 죽지 말아야 겠어요.

이 세상에 어른이란 것이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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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1 17:44:02 *.94.164.18

"잠깐 변화하는 둔갑술이 아닌 진정한 변신으로 그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나, 우리, 그리고 세월호의 형제와 가족들이...

진정한 변신을 할 수 있기를....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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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2 10:52:23 *.252.144.139

희동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빛이 나요.

관념적인 이야기보단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면 좋을 것 같아요.

치료는 잘 받고 있지요?

몸과 마음은 하나라서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파요.

몸을 잘 돌봐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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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2 11:28:39 *.23.235.60

한 사람의 변화는 다른 많은 이들의 연쇄적 변화를 동반하게 됨을 다시 한번 생각하네요.

변화 보다 신중하고 창조적이고 가치롭게~.

그래야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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