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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1일 09시 44분 등록

<변신 이야기>

2014.04.21 이동희

 

1. 저자에 대하여 오비디우스 (BC43-17)

 

중부 이탈리아의 술모나 출생하였습니다. 부유한 기사 계급 집안 출신으로 아버지의 희망에 따라 로마에서 변론술, 수사학, 법률 등 정치가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그리스 등으로 유학하여 한때 관직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로마는 아우구스투스에 의한 이른바 <팍스 로마나 (로마에 의한 평화)>가 꽃피던 시절, 도시에는 호화스러운 극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던 시절, 메살라와 마에케나스의 문단은 젊은 문학지망생들을 고무하여 현실적인 근심걱정에 구애되지 않은 채 문학적인 재능을 갈고 닦을 수 있게 해주던 그런 시절을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희망을 저버리지 못해 오비디우스는 짧은 기간 관리 노릇을 하고 있던 오비디우스는 지나치게 재주 있는 사람, 유쾌한 사람, 유복한 사람이었고, 로마는 지나치게 관능적인 도시, 호화로운 도시, 평화로운 도시였습니다.

 

시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명예에 깨달은 오비디우스는 곧 기지 놀음이 통하는 문단으로 진출, 오래지 않아 그 방면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 때부터 오비디우스는 풍족한 유산, 빛나는 기지, 엄청난 기억력, 반듯한 사교술을 가로세로로 구사하면서 일약 문단과 사교계의 총아가 됩니다.

 

초기의 작품을 대표하는 《사랑도 가지가지 Amores(3)는 엘레게이아(애도가)의 시형으로 이루어지고, 코린나라고 하는 여성을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연애의 노래가 실려 있는데, 이것은 실재한 시인 자신의 특정한 애인이라고는 여겨지지 않고, 작품에는 기교적인 경향이 짙었습니다. 옛 전설 속의 유명한 여성들이 남편이나 애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여류의 편지 Heroides》는, 신화적인 요소와 세속적인 풍습이 뒤얽혀 미묘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사랑의 기교 Ars Amatoria(3, BC 1)에도 나타나 있습니다. 오비디우스는 이 책에서, 사랑에 대한 점잖은 교과서적 가르침을 우롱하면서, <보아주는 이 없는데 곱게 핀 꽃에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식으로 구체적인 연애 기술, 활달한 사랑법을 가르칩니다.

 

아우구스투스의 외동딸인 율리아는 고삐 풀린 말처럼 설치고 다녀며 많은 로마의 호걸들을 사랑하는데 바로 이 중의 한 사람이 사랑의 기술로 한차례 로마의 미풍 양속을 뒤흔들어 놓은 오비디우스입니다. 결국 오비디우스는 그 시대를 비웃으면서 사랑의 기술로 성공을 거두고, 두 율리아와 어울림으로써 아우구스투스로부터 용서받기 어려운 괘씸죄를 얻게 됩니다. 참다못한 아우구스투스는, 딸 율리아의 방탕한 삶을 찬양하고 게다가 손녀 율리아의 애인 노릇까지 한 이 오비디우스를 8년에 토미스 (지금의 루마니아 콘스탄티아)라는 땅으로 귀양을 보냅니다. 오비디우스 자신은 귀양당한 원인에 대해 <어떤 시구와 어떤 과실> 때문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바로 이 시구는 큰 율리아를 찬양하는 시구이고, 과실을 율리아의 애인 노릇을 한 일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신을 번적 들었을 법한 오비디우스가 유배지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쓴 작품이 바로 이 메타모르포시스입니다. 《변신이야기 Metamorphoses(AD 8)는 서사시의 형식으로 쓰여진 15권의 작품으로, 케사르에 관한 이야기와 예로부터의 신화 ·전설 속의 변신이야기를 다루어, 하나의 신화 집대성이 되고 있다. 풍부한 상상력에 의하여 회화적인 묘사로 넘쳐 흐르고 있으나, 신화를 다루면서도 거기에 나오는 인물은 당시 상류사회의 남녀를 느끼게 한다.

 

또한, 오비디우스는 추방당한 뒤, 《비가 Tristia(5, 8∼12)와 《흑해로부터의 편지 Epistulae ex Ponto(4, 12∼16)가 만들어졌는데, 변방으로 유배된 시인의 불행과 도시에 대한 귀환을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오비디우스의 귀국은 끝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작품으로는 이밖에도 《달력 Fasti》 《사랑의 치료법 Remedia Amoris》 《여자의 화장법》 등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사상적인 깊이는 없어도 세련된 감각과 수사(修辭)가 풍부하기 때문에, 르네상스 시대에 널리 읽혔고, 후대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참조:  오비디우스 (두산백과), 변신이야기 역자 후기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변신이야기 1

 

P15

마음의 원에 쫓기어 만물의 변신 이야기를 펼치려 하오니, 바라건대 신들이시여, 만물이 이렇듯이 변신하게 한 이들이 곧 신들이니 내 뜻을 어여쁘게 보시어 우주가 개벽할 적부터 내가 사는 이날 이때까지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소서.

 

P16

이 같은 반목에 종지부를 찍은 이는, 이런 요소들보다는 훨씬 빼어난 자연이라는 신이었다. 신에 다름아닌 이 자연은 하늘로부터는 땅을, 땅으로부터는 물을, 무주룩한 대기로부터는 맑은 하늘을 떼어놓았다. 자연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지경에서 이들을 떼어내고는 서로 다른 자리를 주어 평화와 우애를 누리게 했다.

 

P17

이 조물주가 어떤 신이었든, 좌우지간 이 신은 혼돈을 이루고 있던 물질의 덩어리를 정리하고 구분하고 각각 그 있을 곳에다 배치한 뒤 우선 대지를, 어느 쪽에서 보아도 그 모양이 똑같도록 거대한 공꼴로 만들었다. 그러고는 바다를 사방으로 펼치고 거친 바람으로 풍랑을 일으킨 뒤 땅 주변에 펼쳐진 해안 선을 빠짐없이 둘러싸게 했다.

 

P19

이렇듯이 모든 것들이 제 몫의 거처에 자리를 잡자, 오랫동안 혼돈의 덩어리 안에 있던 별들이 하늘 하나 가득 찬연히 빛나기 시작했다. 빈 곳이 있으면 거기에 사는 것이 있어야 마땅한 법이다. 그래서 신들과 별들이 천상에 자리를 잡았다. 물은, 아름다운 비늘을 번쩍거리는 물고기들의 거처가 되었고 대지는 짐승들 몫으로 돌아갔다. 흐르는 대기는 새들을 맞아들였다.

 

P19

어쨌든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은, 다른 동물들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늘 시선을 땅에다 박고 다니는 데 비해 머리가 하늘로 솟아 있어서 별을 향하여 고개를 들 수도 있었다. 이로써, 모양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흙덩어리였던 대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그 품 안에 거느리게 된 것이다.

 

P20

한 처음은 황금의 시대였다. 이 시대에는 관리도 없었고 법률도 없었다.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알아서 서로를 믿었고 서로에게 정의로웠다. 이 시대 사람들은 형벌도 알지 못했고 무서운 눈총에 시달리지 않아도 좋았다. 나라가 청동판에다 포고문을 게시하여 백성을 을러매는 법도 없었고 청 넣으러 간 무리가 판관 앞에서 자비를 비는 일도 없었다. 아니, 아예 판관이라는 것이 없었다. 사람들은 판관 없이도 마음 놓고 살 수 있었다.

 

특별히 법과 판관을 내세워 이 들이 없이 사는 것의 좋음을 말하려 하는 것이 반대로 오비디우스가 사는 세상에 이의 준엄함에 비판을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 자신 법에 의해 귀양살이를 가게 되었으니 그저 인간으로서 사랑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는 문구로 보인다.

 

P22

그러나 사투르누스가 저 암흑의 타르타로스에 갇히고 세상의 지배권이 유피테르의 손으로 넘어오자 이윽고 시대는 변하여 은의 시대가 되었다. 이 시대는 황금의 시대만은 못했지만 그래도 이어서 올 퍼렇게 녹슨 청동의 시대보다는 나았다. 유피테르는 늘 봄이던 계절을 뚝 분질러 겨울과 여름, 날씨가 변덕스러운 가을, 짧은 봄, 이렇게 네 계절로 나누었다.

 

P22

이어서 온 시대가 세 번째 시대에 해당하는 청동의 시대다. 청동시대 인간은 은의 시대 인간보다 성정이 거칠어 더러 무기를 잡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흉악하다는 말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P22

마지막으로 온 시대는 철의 시대다. 이 천박한 금속의 시대가 오자 인간들 사이에서는 악행이 꼬리를 물고 자행되기 시작했다. 인간은 순결, 정직, 성실성 같은 덕목을 기피하고 오로지 기만과 부실과 배반과 폭력과 탐욕만을 좇았다.

 

P23

사람들은, 넉넉한 대지로부터 곡물이나 먹이를 거두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대지에 내장에까지 침입하여 대지가 스튁스 근처에다 감추어둔 재보와 인간에게 악업을 부추기는 보화를 파내었다. 이로써 유해한 철과, 철보다 더 위험한 황금이 속속 인간의 손안으로 들어갔다. 금속이 나돌자 사사로운 싸움은 곧 전쟁으로 번졌다. 전쟁이 터지자 사람들은 피 묻은 손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약탈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도 생겨났다.

 

P23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인간을 떠나자 마지막까지 이 땅에 남아 있던 불사의 처녀신 아스트라이아도 머리를 풀고 이 피 묻은 땅을 떠났다.

 

P24

대지는, 이로써 제 혈통이 끊어질 것을 염려하는 마음에서 이 뜨거운 피에다 생명을 불어넣어 인간의 모습으로 환생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인간은 거인들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이들이 올룀프스 신들을 업수이 여기는, 흉포하고 잔인한 족속이었던 것을 보면, 피에서 태어난 피의 자식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P26

하나, 지금은 달라요. 이번에는 포효하는 네레오스에 둘러싸인 온 땅의 인간을 뿌리뽑아야 하오. 저 땅 밑, 스튁스의 숲을 흐르는 저승의 강에 맹세를 하고, 저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수단은 다 강구해 보았소. 그러나 이제는 이 환부에 더는 손을 써볼 수가 없어요. 이 환부 때문에 온전한 곳까지 상할 위험이 있다면 칼로 이 환부를 도려내어 버려야 하지 않겠어요.

 

P27

열석한 신들은 잠시 저희들끼리 수의한 뒤, 그런 짓을 한 인간에게는 마땅히 벌을 내려야 한다고 뜻을 모아 말했다. 신들은 뜻을 모아 말하고도 이 뤼카온이라는 자가 저지른 짓을 생각하고는 치를 떨었다. 저 불순한 무리들이 카에사르를 죽이고 이로써 이 땅에서 로마라는 이름을 지우고자 했을 때, 온 세상이, 온 인류가 치를 떨었듯이….. 신들도 이 뤼카온이라는 자가 저지른 만행을 생각하고는 치를 떨었다. 신들이 유피테르에게 보내는 사랑은, 카에사르 사후, 로마의 신민들이 아우구스투스 황제께 보낸 사랑에 못지않았다. 유피테르의 한마디 말, 한번의 손짓에  수군거리던 신들은 침묵했다.

 

오비디우스가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시대 사람이고 귀양 중에 이 글을 쓰는 지라 아우구스투스를 유피테르의 이미지에 겹치게 하여 간접적으로 찬양하고 있다. 이 책은 아우구스투스에게 바쳐진 사랑가인 것이다. 당신은 결국 유피테를의 후손이니 신의 자식이므로 로마는 당신을 존경하고 따른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P29

뤼카온이라는 이 자, 이리로 변신한 것이오. 이 자가 지니고 있던 광포한 성정이 모여 입은 괴물의 주둥이가 되고 말았소. 지금쯤 타고난 살육의 근성을 못 잊어 그 주둥이로 다른 짐승을 겨누고 있을 것이오. 이리에게는 피를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광기가 있소. 이 자가 이리로 둔갑하고 말았다고는 하나 이 자에게서 원래의 모습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오. 털빛이, 이 자의 머리카락 색깔같이 잿빛인 것이 그러하고, 얼굴에 흉포한 기색이 남아 있는 것이 그러하고, 눈빛이 사납고 이 짐승 자체가 잔혹한 성정의 화신인 것이 그러하오.

 

타고난 것이란 표현이 어쩔 수 없다는 것과 같은가? 광기는 이성으로 제압되지 않으니 광기가 있는 것은 무엇으로 다스려야 한다. 흉포함을 이리의 눈으로 보면 무엇일까? 왜 살육의 근성, 광포한 성정, 피를 보는 광기, 흉포한 기색, 잔혹한 성정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일까? 그냥 다른 것인가? 이리와 늑대는 왜 인간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을까? 호랑이도 사자는 그 힘 때문에 존경을 받는데 이리와 늑대는 사람에게 제압을 당하기 때문에 사람이 존경하지 않고 단지 그 행실만을 놓고 미워하는가?

 

P29

내가 부서버린 집은 한 채뿐이오만 앞으로 부서져야 할 것이 어찌 한 채뿐이겠소? 아실 테지만 저 땅은 한치도 예외 없이 무서운 푸리아에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오. 나는, 인간이 모두 한통속으로 결탁하여 죄업을 쌓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오만 그대들도 내 의견에 동의할 테지요? 나는 지금 당장, 죄값을 받아 마땅한 이들을 칠 것이오. 이것이 내 뜻이오.

 

결국 인간은 연좌제로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인간이 모두 한통속이라 유피테르가 판단하면 한통속이 되는 것이다. 물론 신이 그렇게 판단했으니 뭐라 할 말을 없지만 신처럼 광포한 것도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가르쳐서 교화할 방법은 없나 보다. 그리고 그럴 사랑도 없나 보다. 결국 다른 존재는 그 존재의 깊이를 알 수 없다. 신도 인간을 제대로 모르고 인간도 신을 제대로 모른다. 오직 신은 신을 아는 것이고 인간은 인간을 아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역사는 결국 인간을 알아가는 신간의 역사인 것이다. 지구 안의 모든 경우의 수가 시험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더 나은 인간 상을 만들기 위해 인간 안에서 인간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P33

고삐에서 풀려난 바다는 고삐에 묶인 산을 유린했고 파도는 그런 산의 봉우리를 어루만졌다. 일직이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진경이었다. 인류의 대부분은 물에 빠져 죽었다. 요행히 홍수에서 살아난 인간도 오래 계속된 기근을 견디지 못하고 아사했다.

 

츠나미가 몰아친 후 물 빠진 들녘을 본적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그리고 일본에서. 모든 아름다움은 그저 뒤섞여 분간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고 사람도 물건도 분간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그저 모든 것을 다시 원점으로 보낸듯했다. 참담함이란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였고 인간의 무력함은 자연의 약간의 위용에서도 매 순간 드러난다. 우리의 삶이 이 지국에 얼마나 표피에 머무르고 있으며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깨닫게 한다.

 

P33

두 개의 봉우리는 별에 닿고 마루는 구름을 가르는 아주 높은 산이 있다. 이 산이 바로 파르나소스 산이다. 물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을 즈음 데우칼리온이라는 사람과 그의 아내 되는 퓌라는 조그만 배를 타고 이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데우칼리온은 그 많은 세상사람들 가운데서도 가장 바르고 의롭게 살아온 사람이었고 퓌라는 그 많은 세상 여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믿음이 깊은 여자였다. 데우칼리온 부부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코뤼코스의 요정들과 산신들과 테미스 여신에게 기도했다. 테미스 여신은 일찍이 신탁전에서 인류의 미래가 그렇게 될 것임을 예언한 적이 있는, 더할 나위 없이 현명한 여신이었다.

 

의로운 사람이 어찌 혼자 이렇게 살아 남았는지 후세의 의는 앞 세대의 의를 알지 못한다. 의롭다 함은 함께함인데 어찌 홀로 배를 타고 이곳에 와 있는가 죽음 앞에서 의롭지 못하면 언제 의로움이 나타날까? 그저 살아 남은 자가 아닌가? 결국 신들에게만 충성한 자인가? 인간에게는?

 

P34

유피테르는 물바다가 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피테르는 그 많던 사내들 중에서 오직 하나, 그 많던 여자들 가운데서 오직 하나만 살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이 둘에게는 지은 죄가 없다는 사실을, 이 둘이야말로 직심스럽게 신들을 섬겨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P35

내 아내이자 내 사촌이며, 이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퓌라여, 처음에는 혈육으로 인연을 맺더니 이윽고 혼인으로 인연을 맺은 퓌라여, 이제 이 위난이 또 한번 우리를 하나로 묶는구나. 이 넓은 땅, 해 뜨는 데서부터 해지는 데가지 살아있는 인간은 우리 둘뿐이다. 나머지는 바다가 앗아갔다. 우린들 무슨 수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막막하구나. 구름만 보아도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구나. 가련한 아내여, 운명이 나를 앗아가고 그대만 남겨놓았더라면 그대 마음이 어떠하였으랴! 홀로 남아 있었더라면 두려움은 어찌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며 슬픔에 잠기면 누가 그대를 달랠 수 있었으랴. 그러나 나를 믿으라, 바다가 그대마저 앗아갔더라면 나는 그대 뒤를 따라 바다가 나까지 앗아가게 했으리라. 나에게 아비 되는 재주가 남아 있어서 자손을 퍼뜨리고 새 나라를 일으킬 수 있다면 좀 좋으랴. 내게, 흙을 이겨 사람의 형상을 만들고 여기에다 숨결을 불어넣는 재주가 있다면 좀 좋으랴. 그러나 이제 인류의 운명은 우리 둘에게 달려 있다. 이것이 신들의 뜻 …… 우리는 인류의 본으로 남은 것이다.

 

질문, 왜 정말 모두를 수장시키지 않고 둘만 남겼을까? 아마도 신도 귀찮았을 것이다. 새로운 인류를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인류를 만든다고 해도 그 불예측성 때문에 이리로 변신한 뤼카온보다 더한 종족이 나올지 누가 알겠나. 그러니 모수에서 그나마 나은 것을 찾게 된다. 이는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격어본 것에서 예측 가능한 수준의 결과를 기대한다.

 

P37

신의 뜻은 무류하신 법, 죄업 쌓을 말씀은 아니하실 것이다. 내 짐작이 그르지 않다면, 여신의 뜻이 이르시는 어머니는 곧 대지일 것이요, 어머니의 뼈는 곧 돌이 아닐는지…… 우리에게, 여신께서는 어깨 너머로 돌을 던지라고 하신 것일 게야. 티탄의 딸에게는 지아비의 짐작이 그럴듯해 보였다. 그러나 티탄의 딸은 실낱 같은 희망에 기댈 수가 없었다. 두 사람에게 하늘의 뜻이 그만큼 미덥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 뜻을 따르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에멜무지삼아 좇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는 바가 없으니 믿는 수 밖에. 하지만 아는 바 없으니 맹종일 밖에 알지 못하고 믿는 다는 것이 늘 의심을 낳는 법. 허나 알 수 없으니 믿는 수 밖에 없어 진심의 마음으로 그 믿음을 뒷받침할 밖에. 그러니 내 몸과 마음을 던져 그 신심을 받들 밖에.

 

P38

시간이 좀더 흐르자, 은혜로워라, 신들의 뜻이여, 지아비가 던진 돌은 남자의 형상을 얻었고 지어미가 던진 돌은 여자의 형상을 얻었다. 우리가 힘드는 일도 수나롭게 해내는 강인한 족속인 까닭은 이로써 설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근원을 증거하고 있는 것이므로.

 

돌을 던져 사람을 만들 수야 없었겠지만 살아 남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을 불러 깨워 따르게 하였을 것이다. 그것이 신의 뜻이라 알리고 따르라 했을 것이다. 그 큰 홍수를 지나 사람들은 혼란스러웠을 것이고 두려웠을 것이다. 신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신의 뜻을 받은 자의 인도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되었을 것이다. 홍수 뒤 신에 대한 두려움은 더했을 것이고 신의 뜻을 받드는 일은 더욱 신실해졌으며 부지런히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마음만이 남았을 것이다.

 

P39

이 수많은 피조물 중에는, 종자에서 갓 빚어진 것도 있었고, 살아나 마악 기어 나오려 하는 것들도 있었다. 물론, 아직은 다 만들어지지 못해 사지가 온전하지 못한 것도 있었고 몸의 일부는 생명체인데 나머지는 흙덩어리 그대로인 것도 있었다. 이러한 피조물들은, 온기와 습기가 알맞게 아울리는 환경에서만 그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만물이 이 두 가지 요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었다. 물과 불은 비록 상극이기는 하나 습윤한 온기는 만물의 근원이었다. 말하자면 물인 습기와 불인 온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음양의 조화, 대극의 조화는 서양이나 동양이나 기저에는 갖고 있던 생각인 것이다.

 

P41

달아나는 사심 아니면 겁많은 산양에게나 활을 쏘아본 적이 있는 활의 신 아폴로는 이 왕뱀을 상대로 화살통을 비웠다. 왕뱀이 상처로 독액을 모두 쏟을 때까지 수천 개의 화살을 쏜 것이다. 아폴로는,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이 이 영웅적인 행적을 잊지 않도록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재간 겨루기 대회를 창시했다. 이 겨루기 대회가 바로 퓌티아 대회다. 이 대회에서는 여러 가지 겨루기가 벌어진다. 씨름, 달음박질, 병거 경주 같은 겨루기에서 승리한 젊은 선수는, 떡갈나무 잎으로 만든 관을 상으로 받았다. 이 시절에는 월계수로 만든 월계관이 없었다. 포에부스도 머리카락이 흘러내릴 때면 이 관을 썼다.

 

한 사람이 수 천 개의 활을 쏘았을 리는 없지만, 아폴로 신을 섬기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왕뱀을 무찌르고 이를 기념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무엇인가 기념하고 그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것으로 체육대회만 한 것이 없었을 것이다.

 

 

P43

쿠피도는 이 말을 마치자 하늘로 날아올라 파르나소스 산 꼭 대기의 울창한 숲에 내렸다. 그는 화살이 가득 든 화살통에서 각기 쓰임새가 다른 화살 두 개를 뽑았다. 하나는 사랑을 목마르게 구하게 만드는 화살, 또 하나는 사랑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게 하는 화살이었다. 사랑을 목마르게 구하게 하는 화살은 금화살이었다. 이 금화살 끝에는 반작거리는, 예리한 촉이 물려 있었다. 그러나 사랑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게 만드는 화살에는 납으로 된 뭉툭한 촉이 물려 있었다. 쿠피도 신은, 아폴로는 이 금화살로 쏘고, 페네이오스의 딸인 요정 다프네는 납화살로 쏘았다. 화살에 맞자마자 아폴로는 사랑에 빠졌고 다프네는 사랑이라는 말만 들어도 천리만리 도망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복수치고 이만한 복수는 없다고 본다. 사랑 앞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는데 그 사랑을 저토록 사무치게 만드는 복수라니 쿠피도는 유피테르보다 전능해 보일 때가 있는데 바로 이 순간이다. 사랑을 지어 세상을 변하게 할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화살과 납화살은 후대에 비유이겠지만 금이 주는 이미지는 여전히 좋은 것이고 납이 주는 이미지는 그 색이 주듯이 추하다.

 

P46

정신없이 달아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다프네의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바람은 달아나는 다프네의 옷자락을 날려 사지를 드러나게 하고 있었다. 사지가 드러난데다 바람이 머리카락까지 흩날리게 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달아나는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정말 아름다웠으리라. 어찌 가던 길을 아폴로가 멈출 수 있을 수 있을까? 그러니 달릴 수 밖에 끝까지 달릴 수 밖에.

 

P48

아버지, 저를 도우소서. 강물에 정말 신력이 있으면 기적을 베푸시어 전신의 은혜를 내리소서. 저를 괴롭히는 이 아름다움을 거두어주소서

 

불가항력의 시점에 다다르면 선택을 해야 한다. 받아들이거나 온몸으로 거부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굴욕을 당하게 된다. 특히, 운명의 힘은 더욱 거세어 거부하는 것은 죽음 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러니 운명의 흐름을 잘 보아야 한다. 그리고 죽을 자리를 알고 살자리를 살펴야 한다. 결국 그 살자리가 죽을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전신은 환전한 변화이므로 더 이상 이전의 존재가 아니다. 즉 새로운 운명을 받아 들이는 새로운 삶이나 생명이 되는 것이다. 운명은 우리를 이 전신의 시점으로 몰아가서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그리고 그 운명은 우연을 가장하여 나타난다.

 

P48

내 아내가 될 수 없게 된 그대여 대신 내 나무가 되었구나. 내 머리, 내 수금, 내 화살통에 그대의 가지가 꽂히리라. 카피톨리움으로 기나긴 개선행렬이 지나갈 때, 백성들이 소리 높여 개선의 노래를 부를 때 그대는 로마의 장수들과 함께 할 것이다. 뿐인가? 아우구스투스 궁전 앞에서는 그 문을 지킬 것이며, 거기 걸릴 떡갈나무 관을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날까지 한번도 잘라본 적 없는, 지금도 싱싱하고 앞으로도 싱싱할 터인 내 머리카락같이, 그대 잎으로 만든 월계관 또한 시들지 않으리라. 아폴로가 이런 약속을 하자 월계수는 가지를 앞으로 구부리고 잎을 흔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듯이 ……

 

로마에서의 월계수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월계수를 통해 권력을 드러내고 있는 로마의 권력층은 이 월계수의 근원을 다프네와 아폴로의 신화에서 찾고 이를 통해 로마 통치권자들이 사용하는 월계관을 신성시 하게 된다. 결국에는 아우구스투스 궁전을 지키는 나무로 표현되니 다프네가 그리고 아폴로가 아우구스투스를 지켜주는 셈이다. 그러니 더 존경해야 할 사람은 아우구스투스가 된다.

 

P50

그런데 이나코스 강만은 바다로 흘러가지 않고 동굴 깊숙이 들어앉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강물을 불리고 있었다. 딸 이오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딸이 살아 있는지, 아니면 저승 땅으로 내려갔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나코스 강은, 아무리 수소문해 보아도 딸의 행방을 아는 자가 나타나지 않자, 그저 다시는 볼 수 없겠거니 여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고, 이를 감수할 마음의 준비까지 갖추고 있었다.

 

P53

이오는 하는 수 없어서 발굽으로 땅바닥에다 제 이름을 써서 암소로 둔갑하게 되었다는 슬픈 소식을 전했다. 이나코스는, 애통해하는 암소 이오의 뿔을 부여잡고 백설 같은 그 등을 쓰면서 울부짖고 또 울부짖었다.

 

좀 뜬금없지만 이름을 썼다고 하니 글자가 있었다는 말인데. 이 시대가 언제인고?

 

P56

뒤따라온 목신은 쉬링크스가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겠거니 여기고 쉬링크스의 옷자락을 덥석 잡았다. 그러나 잡고 보니 손에 잡힌 것은 한줌의 갈대일 뿐이었다. 목신은 한숨을 쉬며 일어서다가, 이 한숨이 갈대 속을 지나면서 빚어내는 가냘프고도 애끓는 소리를 들었다. 목신은 이 새로운 악기와 이 악기가 내는 아름다운 소리에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대와 나는 영원히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로 이야기를 나눌 것이오목신은 이렇게 속삭이며, 길이가 각기 다른 이 갈대를 밀랍으로 나란히 붙였다. 그러고는 이 악기를 <쉬링크스>라고 이름했다.

 

좀 잡았으면 같이 살던가 싸우던가? 왜 전신을 해야 한단 말인가? 아니면 실제 갈대와 같은 여자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인가? 목신이나 아폴로나 참 안타깝다. 다프네나 쉬링크스도 안타깝다. 그 남자들의 진실이 어떤지 알아 보기나 하면 좀 좋은가? 왜 그 시대는 보는 족족 모든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왜 그리 성급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눈에 반해버리면 단번에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하나? 이 여인네들은 왜 이렇게 여자로서는 경험이 없는지? 작은 사랑도 해보았더라면 어떻게 사랑에 대처할 수 있을지 알았을 터인데 말이다.

 

P58

이오의 발광과 방황이 끝난 것은 네일로스 강가에서였다. 이오는 네일로스 강가에 이르자 무릎을 꿇고 하늘을 우러러 보며, 한편으로는 유피테르를 원망하고 한편으로는 유피테르에게 이제는 그만 환란을 거두어달라고 빌었다. 이 기도를 들은 유피테르는, 아내 유노의 목을 끌어안고, 이제는 그만 이오에게 내린 벌을 거두자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일은 걱정 마오, 더 이상 이오가 그대에게 마음 고생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오유피테르는 스튁스 강의 이름을 걸고 맹세했다. 유노 여신의 분노가 가라앉자 이오는 옛모습을 되찾았다.

 

태어난 본래의 모습으로 산다는 것은 너무나도 행복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전신이 실제 한다면 잘못을 저지르거나 어떠한 형벌로서 전신이 허락되는 사회라면 누군가 법정에서 전신형을 선고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까? 아마 더 좋아질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전신하게 되면 이전에 갖고 있던 인간으로서 존엄과 지위를 잃게 되므로 가축이 되었든 짐승이 되었든 그에 맞게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어찌 회개하지 않을 자가 있을까? 죽어서 축생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에는 두려움이 없는데 이 생에서 전신하여 축생이 되는 것은 두려워할 것이다. 생각해볼 만한 전신형이다.

 

P63

너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 네가 내 아들 아닐 리가 있겠느냐? 네 어머니 클뤼메네가 네 출생의 비밀을 제대로 일러주었다. 의혹의 안개를 걷고 싶거든 내게 네 소원을 하나 말하여라, 내가 이루어지게 하겠다. 신들이 기대어 맹세하는 강, 아직 내 눈으로는 보지 못한 강이 내 약속을 보증하리라

 

약속이 좀 과했다. 그래서 파에톤은 유피테르의 벼락을 맞고 죽게 된다. 가진 자들은 가끔 오만을 떤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아이에게 다 해주지 못할 약속을 하게 되고, 아내에게 줄 수 없는 것을 주겠다고 하게 된다. 결과는 참담하지만 그래도 마음까지 그러하진 않다. 아무튼 소원에 대한 약속은 먼저 해줄 수 있는 것을 제시하고 선택하게 하는 것이 맞다.

 

P66

네가 바라는 것이 정말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아직도 이렇게 조르고 있는 것이냐? 할 수 없구나, 네 소원대로 해보려무나, 내 이미 스튁스에 맹세했으니, 내가 무슨 수로 이 약속을 번복하겠느냐? 네가 이보다 조금만 더 지혜로웠으면 얼마나 좋았겠는냐?

 

다 당신 닮아서 그러하오. 어쩌겠소. 맹세했으니 받아들이는 수 밖에.

 

P70

그제야 파에톤은 아버지의 천마에 손을 댄 것을 후회했다. 친부를 찾아내고, 그 친부로부터 소원성취의 약속을 받아낸 것 자체를 후회했다. 그는 메르프스의 의자로 평범하게 살 것을 그랬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는 수레에 실린 채 지향 없이 끌려가고 있었다. 키도 쓸모 없고, 밧줄도 하릴없어서, 신들의 자비에 몸을 맡기고 기도에 희망을 건채, 북풍에 운명을 맡긴 소나무 쪽배의 사공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손을 쓸 수도 없었고 손을 쓸 여지도 없었다. 온 거리가 적지 않았으나 가야 할 길은 이보다 훨씬 더 멀었다.

 

P76

유피테르는 천궁 꼭대기로 올라갔다. 천궁 꼭대기는, 그가 대지 위로 구름을 펼 때나, 천둥이나 벼락을 던질 때마다 올라가는 곳이었다. 그러나 천궁 꼭대기에는 대지 위에다 펼 구름도, 대지에다 쏟을 비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벼락을 하나 집어, 오른쪽 귀 위까지 들어올렸다가 태양 수레의 마부석을 향해 힘껏 던졌다. 벼락 하나에 파에톤은 수레를, 그리고 이승을 하직했다. 파에톤은 자신이 불덩어리가 됨으로써 우주의 불길을 잡은 것이다.

 

P78

아버지의 수레를 몰던 파에톤, 여기에 잠들다. 힘이야 모자랐으나 그 뜻만은 가상하지 아니한가.

 

P78

이날 하루만은 태양이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타오르던 불길이 세상을 비추었더란다. 세상을 태우던 불길이 하루만이나마 세상을 비추었다는 이야기가 묘하다. 그러고 보면, 재앙이라고 해서 반드시 유익한 바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모양이다.

 

파에톤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혜성의 충돌은 온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었을 것이고 먼지로 온통 하늘을 가리고 불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해는 가려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떨어진 것은 파에톤인데 이는 혜성과 같이 반짝이다가 지구로 떨어져 불이 되었을 것이다. 상상해보지만 나름 의미 있다. 파에톤은 그렇듯 혜성같이 나타났다가 사라진 작은 영웅은 아닐까?

 

P80

어머니 저를 다치지 마세요. 제발 꺾지 마세요. 나무로 둔갑했어도 제 몸의 일부랍니다. , 어머니, 안녕히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무 껍질이 딸들이 입을 막았다. 이 나무 껍질에서 눈물이 흘러나와 태양빛에 굳으면서 호박 구슬이 되어 가지에서 강물로 떨어졌다. 강물은 이 호박 구슬을 물 밑에 간직했다. 뒷날 로마 부인네들의 장신구가 된 호박 구슬이 바로 이것이다.

 

파에톤의 누이들이 흘린 눈물이 호박이랍니다. 태양신을 모시는 로마로서 태양신의 딸들이 전신한 나무에서 나온 호박을 높이 사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태양신의 딸들의 눈물로 로마 부인네들은 몸을 치장하는 장신구로 사용하여 태양신에 대한 경배의 의미를 가졌을까요? 오비디우스는 이 호박의 유래와 로마 부인네의 장신구를 이 변신 이야기에 밝힌 까닭은 태양신에 근거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P81

이로써 퀴크노스는 못 보던 새가 된 것이었다. 그래서 이 새는 하늘과 유피테르를 믿지 않는다. 유피테르가 부당하게 벼락을 던지는 바람에 파에톤이 하늘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사실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퀴크노스는 늪지와 호숫가를 좋아한다. 벼락이 일으킨 불을 어찌나 싫어했는지 퀴크노스는 불과는 상극인 물이 있는 곳, , 강을 좋아하는 것이다.

 

부당하게 생각하는 이는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그 것이 그 살아온 인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함부로 누군가를 벌하거나 탓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서 유피테르가 번개를 쓸 수 밖에 없었을까? 꼭 천마가 끄는 마차를 번개로 떨어뜨려 파에톤을 죽음으로 내몰아야 했을까? 하는 의문은 든다. 또한, 이 순간에 파에톤은 왜 전신하지 못하였을까? 헬리오스는 왜 대신에게 전신을 부탁하지 못하였을까? 자기 잘못으로 철없는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게 되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더더욱 파에톤의 죽음이 여운이 남는다.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도전이 낳은 참담함. 그러나 도전만으로 아름다운 인간의 삶을 보여 주는 것이기에 말이다.

 

P80

나도, 운명의 여신이 내게 맡긴 일을 이만하면 어지간히 한 셈이다. 이 일 때문에 나는 천지창조 이래로 한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밑도 끝도 없는 이 일, 이제 신물이 난다. 내 노력이 나를 명예롭게 한 바도 없다. 몰고 싶은 신이 있으면 태양 수레를 몰아보라지, 지원자가 없고 신들이 하나같이 발을 뽑으려 하면 유피테르 자신에게 맡기면 되고…… 내 천마를 다스려보면, 그 동안만이라도 아비로부터 자식을 빼앗았던 저 저주스러운 벼락을 놓아야 할 테지. 저 거칠디 거친 천마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되면, 그 천마 잘못 다스린다고 벼락으로 때릴 일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고……

 

능력있는 부하 직원이 제자리를 지키며 꿋꿋하게 일해줄 때 조직은 돌아간다. 이러한 부하직원이 다른 생각을 갖게 되면 조직은 흔들리게 된다. 특히, 상사가 그 사람을 대신하여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없을 경우 이는 커다란 위험 요소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하 관계 성립이 잘 안 된다. 따라서, 상호 존중이 필요하고 서로 깊은 관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피테르의 파에톤에 대한 처신은 헬리오스 입장에서는 매우 서운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신의 세계이니 어찌 신의 굴레를 벗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직장에서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므로 윗사람은 이럴 경우 조심해야 한다. 자칫하면 상하가 바뀔 수도 있다.

 

P82

신들은 이구동성으로 태양신에게, 세상을 어둠 속에 버려두지 말아달라고 탄원했다. 유피테르까지도 벼락 던진 것을 사과하고 계속해서 태양 수레를 몰아 달라고 말했다. 지배자들이 대개 그러듯이 사정 반, 협박 반 섞어서 한 말이긴 하지만……

 

P86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로구나. 자식을 배는 것부터가 나를 능욕하는 처사인데 그 자식을 낳기까지 해서 나를 또 한번 능욕하고 내 지아비가 저지른 난봉의 증거로 삼아? 네가 무슨 수로 이 징벌을 피하겠느냐? 이 호난 계집아, 너와 내 남편을 시시덕거리게 만든 너의 그 아름다움을 빼앗아버릴 터이니 그리 알아라.

 

P87

곰이 된 요정은 하늘의 별들을 향해, 이제는 앞발이 된 손을 내밀고 자기 슬픔을 하소연하는 한편 무정한 유피테르를 원망했다.

 

P88

곰 모습을 하고 있는 칼리스토는, 아들에게 다가서고 싶어 견딜 수 없었지만, 한 발짝만 접근하면 아들의 창이 날아와 꽂힐 터였다. 그러나 이 모자에게 서로 죽이고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능하신 유피테르 신이 이 아르카스와 칼리스토의 손을 잡고는 이 모자를 다른 곳으로 옮겨 아들로 하여금 살모의 대죄를 짓지 않을 수 있게 했다. , 돌개바람을 시켜 아들을 빈 하늘로 올리게 하고 다시 이들을 이웃해 있는 두 개의 별자리로 박아준 것이었다.

 

P89

제 손으로 벌을 내렸는데 저것들이 저기에서 저런 명예를 누리는 판에, 누가 이 유노에게 죄짓기를 망설일 것이며 누가 이 유노와 맞서기를 두려워하겠습니까? 제가 저 계집으로부터 인간의 형상을 빼앗았더니 저 계집은 여신이 되어 있지를 않습니까? 제가 벌을 주었는데 이렇게 되어도 좋습니까? 제 권능이 이 지경이 되어도 좋습니까?

 

P89

원컨대 저 두 곰자리 별이 두 분의 푸르고 푸른 바다에 드는 것을 금하소서,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하늘의 별자리가 되는 부당한 상을 받는 저것들이, 다시는 두 분의 맑은 물에 들지 못하게 하소서

 

이로써 밤이 되어도 두 곰자리는 보이게 되었고 뱃사람의 길잡이가 되었다.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바람이다. 늘 바다에 잠기게 하소서 해야 되지 않나?

 

P90

그런 큰 까마귀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순전히 혀를 잘못 놀렸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다가 벌을 받아 이렇게 된 것인데.

 

P92

내가 왜 이런 벌을 받았는지 알아? 여신께서는 뭇 새들에게 경고하신 거야. 함부로 입을 놀리면, 혹은 공연히 입을 놀리면 이 꼴이 된다는 걸 나를 통해서 보이신 것이야.

 

P94

, 포에부스시여, 저를 죽이시더라도 당신의 아기나 낳게 한 연후에 죽이실 것을…… 이로써 한 화살에 두 생명이 죽어갑니다. 피와 함께 영혼이 몸을 빠져나가기 전에 코로니스가 남긴 말은 이것뿐이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싸늘한 죽음의 손길이 코로니스의 몸을 쓴 것이었다. 포에부스는, 코로니스에게 내린 벌이 너무 가혹했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늦은 다음이었다. 이와 동시에 그는, 큰 까마귀의 말을 듣고 이를 믿은 것을 후회했다. 이를 믿고 화를 낸 것을 후회했다. 포에부스는, 코로니스의 부정을 고자질한, 그래서 자신에게 그런 짓을 저지르게 한 큰 까마귀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듣고 나서 되려 전해준 사람이 미울 수 있다. 그러니 안 좋은 일을 전할 때는 늘 마음을 다잡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 잘 말해야 한다. 뭔가 정보를 준답시고 우쭐대다가는 되려 전해준 일보다 전해준 사람이 미움을 사게 된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안 좋은 일일수록 빨리 보고하라고 한다. 이것도 중요하다. 고자질과 보고는 다르다. 고자질은 불필요할 수 있는 일이지만 보고는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므로 보고가 안되었을 경우 직무 유기다. 뭔가 안 좋은 일을 두고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지만 왠지 고자질고 보고는 달라 보인다. 잘 판단할 일이다. 결국 듣는 사람이 기대하고 있는 얘기를 하는 사람은 보고를 하는 것이고 기대하지 않는 얘기를 하는 것은 고자질일 가능성이 크다.

 

P96

고자질하고 상을 바라고 있던 큰 까마귀에게, 아폴로는 다시는 흰 새 축에 들지 못하게 하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P98

운명의 여신들은 저에게, 이제 천기 누설은 그만두라고 하십니다. , 운명의 여신들이 제 말을 엿듣고 있었군요. 제가 얻은 이 예언하는 능력은 은혜로 얻은 권능이 아니라 저에게 내린 하늘의 분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알지 못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저에게는 보입니다. 인간의 모습이 제게서 떠나는 것이 보입니다. 앞으로는 풀이 제 양식일 것이요, 평원이 제가 뛰노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 말로 둔갑해 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반은 말의 몸인 제 몸이……, 아버지, 제가 왜 말이 되어야 합니까? 반인반마의 딸인 제가 왜 말이 되어야 합니까?

 

P101

상급이 곱절이 되었으니 노인의 생각이 달라졌을 수밖에 그래서 노인은 이 변장한 메르쿠리우스에게 말했다. “저기 저 언덕 밑으로 가면 찾을 수 있을 게요메르쿠리우스가 아폴로의 가축을 훔쳐 춤겨둔 곳이 바로 언덕 밑이었다. 메르쿠리우스는 기가 막혔던지 웃으면서 노인을 꾸짖었다. “이런 사기꾼, 면전에서는 그러마고 해놓고 돌아서서는 딴소리를 해? 영감은 내 앞에서 나를 배신했어 메르쿠리우스는 이 노인을 단단한 돌로 만들어버렸다. 오늘날 시금석이라고 불리는 돌이 바라 이 돌이다. 그래서 이 돌에는, 옛날에 거짓말하던 흔적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고 한다.

 

P105

인비디아의 안색은 창백했고 몸은 형편없이 말라 있었다. 게다가 인비디아는 지독한 사팔뜨기였다. 이빨은 변색된 데다 군데군데 썩어 있었고, 가슴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이 인비디아의 입술에 미소가 감돌게 할 수 있는 것은 남이 고통받는 광경뿐이었다. 인비디아는 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밤이고 낮이고 근심 걱정에 쫓기고, 남의 좋은 꼴을 보면 속이 상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나날이 여위어가는 것이 인비디아였다. 남을 고통스럽게 하면 하는 대로, 자신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 대로 저 자신만 녹아나는 게 바로 이 인비디아였다.

 

이런 사람은 왜 추방당하거나 전신시키지 않는지 모르겠다. 딱히, 존재의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P107

<질투>가 옮긴 괴질은 빠른 속도로 이미 병든 곳과 성한 곳을 파괴했다. 이어서 생명의 숨결이 지나다니는 길을 거슬러 치명적인 냉기가 올라왔다. 아글라우노스는 말을 하려고 애쓰지는 않았다. 애써다고 하더라도 소리는 체 길을 찾아 올라오지 못했으리라. 곧 목이 석화했고 이어서 입술이 굳어졌다. 아글라우로스는 석상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다. 사실은 석상처럼 가만히 앉자 있었던 것이 아니고 석상이 되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석상이 되었는데도 돌의 색깔은 거무튀튀했다. 검은 마음의 물이 들어 그런 색깔로 변하게 된 것이다.

 

질투는 무서운 것이다. 변신 이야기에서 질투는 많은 전신을 만들고 생명을 앗아갔다. 질투는 무엇인가? 자기애인가? 상실감인가? 무엇이 질투를 불러일으켜 사람을 변하게 하는가? 사랑이 지나쳐도 질투에 눈이 멀 것인데. 세상은 열려 있고 마음 또한 열려 있는 것 어떤 일이 앞으로 일어날지 누가 알고 그 질투를 다 하려 하는지 말이다. 질투에 빠지면 돌도 싫어진다는데.

 

P109

사랑을 성취하려는 마음과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은 원래 조화도 양립도 불가능한 법이다. 신들의 아버지이자 신들의 지배자인 이 유피테르가 어떤 유피테르던가. 끝이 세갈래로 찢어진 벼락을 던지면 태우지 못할 것이 없는 유피테르, 고갯짓으로 능히 만물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유피테르가 아니던가. 그런 유피테르가 대신의 위엄을 팽개치고 소의 모습을 빌려 둔갑하고는, 다른 소에 섞여 풀밭에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P110

공주가 의심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황소는 아예 바다로 들어가 바다 한가운데를 바라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공주는 그제야 기겁을 하고, 조금 전에 떠나온 모래톱, 조금 전에 장난하느라고 황소의 잔등의 오르던 그 해변을 돌아보았다. 처녀는 오른손으로는 황소의 뿔을 잡고 왼손은 잔등에 올려놓은 채 지향없이 실려갔다. 옷자락이 물에 뜬 채로 바람에 펄럭거렸다.

 

P116

승리한 카드모스가 이 무서운 적의 거대한 시체를 내려다보고 서 있는데 어디에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드모스는 목소리의 임자를 찾느라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분명히 들려오고 있었다. “아케노르의 아들아, 왜 네가 죽인 왕뱀을 내려다보고 서 있느냐? 너 역시 인간의 눈 앞에서 그렇게 뱀이 될 것이다.” 카드모스의 뺨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카드모스는 공포에 사로잡힌 채 한동안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그는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았다.

 

P117

이렇게 선 도시가 바로 테바이다. 카드모스는, 결과적으로 보면, 아버지로부터 추방당함으로써 축복을 받은 셈이다. 그는 마르스와 베누스 사이에서 난 딸과 혼인했다. 카드모스의 아내는 아들 딸을 여럿 낳아 집안을 융성케 했다. 이 부부의 아들 딸도 손주를 여럿 낳아주었다. 이 사랑스러운 카드모스의 후손들은 집안을 화기애애하게 하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힐 날이 되어봐야, 그 한살이가 행복한 한살이였는지 박복한 한살이였는지, 드러나는 법이다.

 

P120

디아나 여신은 물을 쥐어 청년의얼굴에다 뿌렸다. 여신은 청년의 얼굴에 이 복수의 물방울을 뿌리면서 재난을 예고하는 주문과 다를 바 없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 이제 할 수 있겠거든 어디 디아나의 알몸을 보았다고 해보아라!” 여신의 말투가 특별하게 표독스러웠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물방울이 튄 곳에서는 장수하는 동물로 소문난 사슴의 뿔이 돋았다. 이어서 그의 목이 늘어났고, 귀의 가장자리가 뾰족해졌으며, 손은 앞발로 변했고 팔은 앞다리로 변했다. 곧 몸에서는 털이 돋아났다. 이어서 여신은 이 청년의 가슴에다 공포의 씨앗을 뿌렸다. 악타이온은 달아났다. 달아나면서도 그는 자기가 그처럼 빠른 속도로 달리 수 있는 데 놀랐다. 물 위에 비치는 자기 얼굴과 뿔을 보고 그는,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 그러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괴성을 질렀다. 지를 수 있는 소리는 그것이 고작이었다. 이미 사슴의 뺨으로 변해버린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여전한 것은 마음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궁전으로 돌아가? 숲속에 숨어? 돌아가려니 부끄럽고 숲속에 숨으려니 무서웠다.

 

P123

전해지는 말로는, 악타이온이 그 많은 사냥개에게 뜯기어 숨이 끊어질 즈음에야…… 저 사냥의 여신 디아나의 분이 풀렸다고 한다.

 

P126

무엇이든지 말해 보게. 내 거절하지 않을 터이니, 나를 못 믿을까 봐서 하는 말인데, 자네가 원한다면 내 스튁스 여신에게 맹세하지. 이 스튁스 강에다 대고 하는 맹세는 신들도 뒤집을 수 없네. , 맹세했으니 말하게귀 얇은 세멜레…… 애인의 손에 죽을 팔자를 타고난 이 세멜레는 제 파멸의 씨앗인 줄도 모르고 유피테르의 약속만 믿고는 어린애처럼 좋아했다.그럼 말씀드리지요. 유노 여신 앞에 나타나실 때, 유노 여신과 사랑을 나누실 때의 모습을 저에게도 보여주세요아뿔사! 이렇게 생각한 유피테르는 그 말이 입 밖으로 다 나오기 전에 세멜레의 입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유피테르가 정신을 차린 것은 세멜레의 말이 다 입 밖으로 나온 뒤였다. 유피테르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세멜레의 소원은 들어주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자기의 맹세를 취소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P127

그러나 세멜레는 인간이었다. 세멜레의 육체는 인간의 육체였다. 인간의 육체는, 이 천궁의 신이 내뿜은 광휘를 견딜 수 없었다. 세멜레는 이 유피테르의 광휘 앞에서 새카맣게 타죽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유피테르는 이 세멜레의 뱃속에 들어 있던, 아직 달이 덜 찬 아기를 꺼내어 자기 허벅다리에 넣고 실로 기운 뒤, 남은 달을 마저 채워 꺼냈다고 한다. 유피테르는 이 아기를 아기의 이모인 이노에게 맡겨 은밀하게 기르게 했다. 뉘사의 요정들은 행여 유노가 알까봐, 이 유피테르의 아들을 동굴에다 숨기고 우유로 길렀다는 것이다.

 

P133

이때부터 에코의 모습은 숲속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에코의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나 목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에코의 목소리만은 살아 있으니 당연하다. 나르키소스는 이로써 에코의 사랑을 농락한 셈이었다. 물의 요정, 숲의 요정, 그리고 수많은 동남동녀들을 그렇게 했듯이 나르키소스는 이 에코까지 박해한 것이었다.

 

P133

나르키소스로부터 박해받은 이들 중에 하나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벌리고 이렇게 기도했다. “저희가 그를 사랑했듯이, 그 역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하고서, 하시되 이 사랑을 이룰 수 없게 하소서, 이로써 사랑의 아픔을 알게 하소서

 

정말 기도는 무섭다. 아무거나 기도해도 다 들어준다. 기도는 무섭다.

 

P135

숲이여! 사랑을 나보다 더 아프게 사랑하는 자를 본 적이 있는가? 그대들은 보아서 알 것이다. 수많은 연인들이 밀회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여기고 이 숲을 드나들었다. 숲이여, 그대는 이것을 보았으니 알 것이다. 아득하게 긴 세월을 산 숲이여, 그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나만큼 괴로워하는 자를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자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고 내가 보는 내 사랑에, 나는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마침내 닿지 못하는구나.  이를 어쩌면 좋은가? 내 사랑이 나를 피하는구나.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저 넓디넓은 대양도 아니요, 먼 길도 산도 아니요, 성문의 빗장이 걸린 성벽도 아니다. 견딜 수가 없구나. 많지도 않은 물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으나, 참으로 견딜 수가 없구나. 내 사랑이 내 포옹을 바라고 있는데 어찌 이를 내가 모르겠는가? 내가 허리를 구부리고 그 맑은 수면에 입술을 갖다 대려고 하면 내 사랑도 얼굴을 가까이 대면서 내 입술을 마중하는데 어찌 내가 모르랴! 그대는, 우리의 입맞춤이 이루어지지 않을 리가 없다고 할 것이다. 우리 사랑을 갈라놓는 장애물을 참으로 하찮다고 할 것이다. , 사랑이여, 그대가 누구든 좋으니 내게로 오라.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자여, 왜 나를 피하는가? 내가 그대에게 다가가려 할 때마다 그대는 어디로 가는가? 내 모습이 추해서, 내 나이가 많아서 피한 것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요정들이 나를 사랑했는데,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대의 다정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 가슴 안에서 희망이 샘솟는다. 내가 손을 내밀면 그대도 손을 내밀고, 내가 웃으면 그대도 웃는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 그대도 고갯짓으로 화답한다. 그대 입술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그대는 분명히 내 말에 응답하는데도, 그 응답은 내 귀에 닿지 못한다.

, 그랬었구나. 내가 지금껏 보아오던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이제야 알았구나, 내 그림자여서 나와 똑같이 움직였던 것이구나. 이 일을 어쩔꼬,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구나.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의 불길에 타고 있었구나. 나를 태우던 불길, 내가 견디어야 했던 그 불…… 그 불을 지른 자는 바로 나였구나. 아 이 일을 어쩔꼬. 사랑을 구하여야 하나? 사랑받기를 기다려야 하나. 사랑을 구하여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이냐? 구하는 것이 내게 있는데…… 내게 넉넉한 것이 나를 가난하게 하는구나. 나를 내 몸에서 떨어지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사랑하는 자가 하는 기도로는 참으로 기이한 기도다만, 신들이시여, 내가 사랑하는 것을 내게서 떨어져 나가게 하소서. , 슬픔이 내 힘을 말리는구나. 내게 이제 생명의 기운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나는, 내 젊음의 꽃봉오리 안에서 죽어가고 있구나. 죽음과는 싸우지 말자. 죽음이 마침내 내 고통을 앗아갈 것이니…… 그러나 나는 죽어도 좋으니, 내가 사랑하던 것만은 오래오래 살 수 있게 되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우리 둘은 ,하나가 죽으면 나머지 하나도 따라 죽어야 할 운명……”

 

P136

어디로 도망쳐, 이 무정한 것아! 너를 사랑하는 나를 버리지마! 네 몸에 손을 대는게 실다면 손대지 않으마. 그러니 이렇게 바라볼 수 있게만 해주어. 바라보면서 내 슬픈 사랑을 이별하게 해주어

 

P138

관이 준비되고, 화장단이 마련되고, 불을 붙일 횃불까지 만들어졌지만, 나르키소스의 시신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 요정들은 그의 시신 대신 흰 꽃잎이 노란 암술을 싸고 있는 꽃 한 송이를 찾아내었다. (수선화)

 

P142

조부인 카드모스와 아타마스를 비롯 온 테바이 왕족이 왕의 처사를 비난했다. 그들은 펜테오스 왕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엄중하게 경고했다. 그러나 이들이 펜테오스 왕을 말릴 수는 없었다. 이들의 경고는 오히려 펜테오스 왕의 광기에 불을 질렀을 뿐이었다. 말하자면 이들의 노력이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었다. 장애물이 없을 때는 조용히 부드럽게 산 아래로 잘 흘러가던 시냇물이, 나무나 바위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포말을 날리고 소용돌이치면서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P150

맨 먼저 이 펜테오스를 알아보고 미친 듯이 달려 내려와 지팡이를 휘두른 사람은 바로 이 펜테오스의 어머니였다. 펜테오스의 어머니는 지팡이로 아들을 두들기면서 외쳤다. “얘들아, 너희 둘 다 이리 와서 나를 도와다오. 이 멧돼지, 우리 밭을 들쑤셔놓은 이 커다란 멧돼지를 창으로 찔러 죽여야겠다.”

 

P160

당신의 손, 당신의 사랑이 당신을 죽였군요. 이만한 일을 할 손이라면 내게도 있어요. 당신의 사랑에 못지않은 내 사랑도 이만한 상처를 낼 힘쯤은 내게 베풀어줄 거예요. 내가 죽어서 당신이 뒤를 따르면,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죽이고 당신의 길동무가 되었다고 할 테지요. 죽음이 당신을 내게서 떼어놓았지만 이 죽음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는 없어요. 무정한 부모님들이시여. 내 부모님, 퓌라모스의 부모님들이시여. 원하오니 저희들 소원을 이루어주소서. 뜨거운 사랑과 죽음의 손길이 우리를 하나되게 하였습니다. 그러니 우리를 한 무덤에 묻어주소서. 나무여, 이미 내 사랑의 주검을 보았고 곧 내 주검을 내려다볼 나무여, 우리의 죽음을 영원히 기억하시어 사람들이 우리 둘이 흘린 피를 되새기도록 그대 열매를 어둡고 슬픈 색깔로 물들여 주세요. (오디)

 

P164

그런 줄도 모르고 베누스는 또 마르스를 그 침대로 꼬여와 사랑을 나누었겠다? 불카누스가 손수 만들었는데 여부가 있어? 이 간부간부는 꼼짝없이 이 사슬과 그물과 올가미에 걸리고 말았어. 렘노스의 신 불카누스는, 올타구나 하고, 신들을 모두 불러다 놓고 침실 문을 열었어. 발가벗은 채 서로를 껴안고 있는 베누스와 마르스의 모습…… 신들에게는 참으로 볼 만한 구경거리였을 테지. 신들 중 한 분은, 치욕을 당해도 좋으니, 자기도 발가벗은 채로 베누스와 한번 그렇게 갇혀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니까…… 신들은 이 둘의 꼴을 보고는 배를 잡고 웃었는데., 이게 천궁에서는 두고두고 이야깃거리로 신들의 입에 올랐더란다.

 

P164

퀴테라의 여신이 이런 수모를 당하고도 가만히 있었겠어? 베누스는, 자기가 간통한 사실을 불카누스에게 밀고한 태양신 솔을 벼르고 있다가 기어이 복수했어. 어떻게 했느냐고? 아들 쿠피도를 시켜서 이 솔의 욕정에 불을 붙인 거지. 이 사랑의 꼬마 신이 나섰는데, 휘페이온의 아들인들 별 수 있겠어? 찬란한 천상의 빛인들 사랑의 포로가 되었는데 별 수 있겠어? 쿠피도의 화살을 한 대 맞자 태양의 불길로 세상을 달구던 이 태양신이 이번에는 사랑의 불길로 타오르기 시작한 거야. 어떻게? 삼라만상을, 온 우주를 내려다보아야 할 솔의 눈길 레우코토에라는 처녀를 한번 본 뒤로는 그만 이 처녀에게 못박히고 만 거지.

 

P168

어떻게든 네가 하늘을 보게 하고야 말겠다그러자 신주에 젖은 레우코토에 몸이 스르르 녹으면서 주위로 향기가 퍼져나갔다지. 이윽고 그 흙에 나무 한 그루가 뿌리를 내리면서 모래 언덕 위로 가지를 뻗는데…… 이 나무가 바로 휴향목이다.

 

P168

그러면 클뤼티에는 어찌 되었을까? 사랑하기 때문에 질투했고, 질투했기 때문에 그런 소문을 내어 레우코토에를 죽게 했고…… 그러니 용서받아 마땅하다…… 이렇게들 생각하니? 하지만 아니야. 태양의 지배자는 두 번 다시 이 클뤼티에 앞에는 나타나지 않았어. 사랑은 그것으로 끝났던 것이지. 그날부터 클뤼티에의 몸은 마르기 시작했어. 상사병 때문일 테지.

 

P176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수면에 비친 제 모습을 보았어. 그러고는, 물에 들어올 때는 남성이었던 자신의 육체가 반남성, 반여성의 육체로 변해 있는 걸 알았어. 몸이 얼마나 연약해졌는지 불면 날고 쥐면 꺼질 것 같았대.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파을 벌리기도 했어. 물론, 그 목소리는 더 이상 남성의 우렁찬 목소리가 아니었을 테지.

아버지시여, 어머니시여. 두 분의 명자를 받은 이 아들의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이 호수에 뛰어든 자는 반남반녀로 나오게 하시고, 이 호수의 물에 닿는 자는 그 힘과 살을 잃게 하소서

헤르마프로디토스의 부모는 이 기도를 듣고, 반남반녀, 어지자지가 된 아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었어. 그래서 이 호수에다 이렇게 엄청난 마력을 내렸다는거야

 

P177

세 자매는 연기가 자옥한 방에 숨어 이 불빛이 무서워 오돌도롤 떨었다. 그렇게 웅크리고 있는데 피막 비슷한 게 옆구리에서 돋아났다. 이것은 곧 얇은 날개 같은 것으로 변했다. 이들에게 달린 날개는 이들의 몸을 공중으로 솟을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날개는, 여느 새들의 날개처럼, 깃털이 있는 날개는 아니었다. 이들은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목소리 역시 몸만큼이나 괴상하게 변해 있었다. 이들은 그 목소리로, 새앙쥐가 찍찍거리는 듯한 소리로 저희들 신세를 한탄했다. 이들은 숲에 살기보다는 집에 사는 것을 좋아했다. 이들은 빛이 싫은지 밤에만 날아다녔다. 이들의 이름도 황혼이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P178

저 박쿠스는 내게, 어디에다 어떻게 손을 써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것 같구나. , 비록 적이지만 이를 못 본 척하는 것은, 한 수를 배우는 것만 같지 못하다. 펜테오스의 비극을 통하여 박쿠스는 분명히 내게 한 수를 가르치고 있다. 광기를 이용하면 만사가 형통할 것임을. 그래, 이노에게 광기를 불어넣어 이 계집을 발광하게 하자. 그러면 이 계집도 제 자매들처럼 자멸하고 말게다.

 

P183

티시포네의 어깨로 내려오는 배암도 있었고, 젖가슴으로 파고드는 배암도 있었다. 배암들은 하나같이 피가 뚝뚝 듣는 혀를 낼름거렸다. 티시포네는 머리에서 배암 두 마리를 집어 하타마스 부부를 겨냥하고 던졌다. 한 마리는 이노의 젖가슴, 또 한 마리는 아타마스의 가슴 근처로 날아가 유독한 숨결을 내 품었다.

 

P184

이노는 또 한 아기 멜리케르타를 안은 채 박쿠스의 이름을 부르며 도망쳤다. 이노가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유노가 코웃음쳤다. “오냐, 네가 기른 아이가 잘도 너를 도와주겠다왕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바다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었다. 절벽 밑에는 파도에 깎인 동굴 하나가 있었다. 비가 와도 안으로 스며들지 않을 만큼 깊은 동굴이었다. 절벽 윗부분은 깎아서 세운 듯한 바위였다. 이 바위에서 내려다 보면 먼 바다가 보였다. 이노는 이 바위 위로 올라가 (광기가 이노에게 이 바위에 오르는 힘을 베풀어준 것이었다.) 아기를 안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노와 아기가 떨어진 곳에는 흰 포말의 고리가 나타났다가는 곧 사라졌다.

 

P187

카드모스가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처음 시돈 땅에 이르러 왕뱀을 죽이고 그 씨를 대지에 뿌려 종족을 거둘 때의 이야기오만, 그 왕뱀이 실은 신성한 뱀이었던 모양이오. 신들이 그래서 우리에게 죄값으로 이런 재앙을 내렸다면 나는 뱀이 될 것이오. 내 몸이 늘어져 뱀이 될 것이오

 

P189

그러나 아내만은 이 배암의 목을 쓰다듬고 있었다. 얼마뒤, 서로의 몸을 감은 두 마리 배암이 바닥을 기어 이웃해 있는 숲 속으로 들어갔다. 오늘날까지도 이 배암은 인간과는 사이가 좋은 배암으로 불린다. 이들은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 전생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P190

많은 아카이아 인들은 박쿠스 신전을 세우고 이 신전으로 무리지어 들어가 이 신의 제단에 향을 피웠다. 그런데 이 신을 가볍게 보는 자가 하나 있었다. 아바스의 아들이자 박쿠스와는 핏줄을 닿는 아르고스 왕 아크리시오스가 바로 이 사람이다. 아크리시오스는 이 박쿠스를 유피테르의 아들로 용인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부하들에게 성문을 굳게 잠그게 하고 군사를 풀어 박쿠스의 입성을 저지했다. 아크리시오스는 박쿠스만 유피테르의 아들로 용인하지 않은게 아니었다. 그는, 유피테르가 황금 소나기로 둔갑하여 자신이 딸 다나에를 범하고 페르세오스를 지어 낳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페르세오스를 유피테르의 아들로 용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이 아크리시오스는, 박쿠스 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외손을 외순으로 용인하지 않았던 것을 크게 통한하게 된다. 진실의 힘이라는 것은 이래서 무서운 것이 아니던가.

 

P193

결국 말로 해서도 안 되겠고 힘으로 해서는 더욱 어림없겠다고 생각한 영웅 페르세오스는 나를 이렇게 밖에는 알아주지 않으니 선물이나 하나 드리고 가겠소이렇게 외치면서 고개를 돌리고, 왼손으로 저 무서운 메두사의 머리를 꺼내어 들었다. 아틀라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보는 순간부터 저 자신의 체구만큼이나 큰 바위 산으로 변해갔다. 수염과 머리카락은 나무가 되었고, 어깨는 능선이 되었으며 머리는 산꼭대기가 되었고 뼈는 바위가 되었다. 이와 때를 같이해서 산이 된 그의 몸은 사방으로 뻗어나기 시작하여 수많은 별이 박힌 하늘이 그 어깨 위에 얹힐 때까지 자라났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하물며 페르세오스가 아닌가? 아틀라스가 좀 과히 무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상대를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변신 이야기 전체에 흐르는 또 하나의 맥이다.

 

P196

페르세오스가 이들에게 말했다. “눈물은 나중에 흘려도 얼마든지 흘릴 수 있습니다. 지금 급한 것은 따님을 구하는 일입니다. 나는 유피테르와 다나에의 아들, 유피테르께서 황금 소나기로 둔갑하시어 탑 속에 갇힌 내 어머니께 끼치신 페르세오스올습니다. 사발의 요녀 고르곤을 정복한 페르세오스, 날갯짓으로 하늘을 날아온 페르세오스가 바로 여기에 있는 페르세오스입니다. 두 분께서 딸을 구하려고 하신다면, 두 분의 사위 되기를 바라는 후보자들 중에서 그럴 만한 사람을 내세워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마땅한 사람이 없다면 두 분께서는 저를 앞세워야 할 것입니다. 신들이 제 편이 되어준다면, 저는 여기에 한 가지 요구를 보내겠습니다. 제가 딸을 구한다면 딸을 저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P198

페르세오스가 걷은, 그때까지도 살아 있던 이 해초는 이 괴물의 권능을 줄기 안으로 빨아들였다. 이 해초는 메두사의 모리에 닿는 순간부터 굳어지기 시작했다. 잎도 줄기도 돌처럼 굳어진 것이다. 바다의 요정들은 이 해초를 걷어다가 이 메두사의 머리에다 대어보고는 같은 일이 일어나자 이를 몹시 재미있어했다. 요정들은 이 해초의 씨앗을 파도에 실어 보내어 이 같은 식물의 종자를 퍼뜨렸다. 오늘날까지도 산호는, 대기에 닿으면 돌이 되는, 이러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물 속에서는 식물인데 수면 위로 나오면 돌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P201

메두사는 한때 아름답기로 소문난 처녀였더랍니다. 수많은 구혼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니까요. 다른 부분도 아름다웠지만 그 중에서도 머리카락을 직접 보았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바다의 지배자가 이 메두사를 미네르바 여신의 신전으로 데려가 사랑을 했다는 이야기를 합디다. 이 유피테르의 따님으로서는 방패로 얼굴을 가려야 할 만큼 무안당하셨던 거지요. 그래서 이 죗값을 물어 이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들어버리신 것이지요. 요즈음도 여신께서는 당신께서 만드신 이 뱀을 흉갑에다 달고 다니시면서, 적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으신답니다.

 

P206

피네오스는 페르세오스와 가까이서 일 대 일로 싸우려고는 감히 하지 않았다. 피네오스는 멀찍이서 페르세오스를 겨누고 창을 던졌다. 그러나 창은 겨냥을 벗어나 이다스의 몸에 꽂혔다 이다스는, 올 대는 피네오스를 따라왔으나 막상 싸움이 벌어진 것을 보고는 어느 편에 서야 좋을지 몰라 망설이다가 변을 당한 것이었다. 이다스는 죽어가면서도, 이글거리는 눈으로 피네오스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피네오스, 각오하라. 나는 네 꾐에 빠져 너의 적을 내 적으로 만들었다. 이제 내가 입은 이 치명적인 부상의 값은 네가 치르어라

 

중간에 마음이 바뀌면 참 곤란하다.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그러니 설 자리를 보고 선택을 입장을 잘 정리하여 움직여야 흔들림이 없다. 그래야 죽어도 살아도 의미가 있는 삶이 될 것이다.

 

P213

피네오스가 고개를 돌리고 있는 쪽에다 포르퀴스의 딸 메두사의 머리를 갖다대었다. 피네오스는 겁을 먹고 또 한차례 고개를 돌리려다가, 목이 뻣뻣하게 굳고, 눈물이 굳으면서 대리석상으로 화했다. 대리석상이 되었는데도 겁먹은 그 얼굴, 용서를 애걸하는 그 표정만은 여전했다. 말하자면 이 석상은, 손으로는 싸움에 진 것을 인정하고 얼굴로는 굴종의 순간을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P214

수많은 사람들이 목격한 바 있는 이 영웅의 공훈과 이 영웅이 살았던 고난의 삶을 무시하려 했다. 폴뤼텍테스는 턱없이 페르세오스를 적대하고 끝없이 페르세오스를 증오했다. 페르세오스에 대한 폴리텍테스의 적대와 증오는 까닭도 없고 가량도 없었다. 심지어는 이 왕은 페르세오스의 영광을 모독하고, 메두사 목을 자른 그의 공훈을 부정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페르세오스는 어느 날 왕궁으로 들어가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술잔치 자리를 내려다 보면 외쳤다. 내가 증명해 보이리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내 쪽을 보지 말라페르세오스가 내민 메두사의 목을 보고 왕은 대리석상으로 변했다.

 

P222

팔라스와 저 사냥쟁이 디아나는 네 말을 들은 척도 않고 있지 않으냐. 이래서는 안 된다. 네가 손을 쓰지 않으면 이 케레스의 딸 역시 처녀로 살아가게 될 게다. 너와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해도 좋으냐? 너에게, 조금이라도 너와 나의 영토와 직분을 사랑하는 마음이 잇거든 이 케레스의 딸과 그 백부를 사랑으로 엮어버려라.

 

P223

프로세르피나는 틈만 나면 이 풀밭으로 나와 오랑케꽃이나 백합을 꺾었지. 이날도 프로세르피나는 동무들과 함께 나와 동무들을 이기려고 열심히 바구니와 앞치마에 꽃을 따담았구나. 플루토는 이 프로세르피나를 보는 순간에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지. ? 쿠피도의 화살을 맞았으니까. 플루토는 염치불구하고 이 처녀를 납치하기로 마음먹었지. 무서워라, 쿠피도가 부리는 손속!

 

P225

여신의 행색을 보고 허기와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안 이 노파, 물에다 볶은 보리 가루를 풀어 마실 것을 만들어주었다는군. 케레스 여신이 이걸 받아 마시는데, 건방진 아이 하나가 지나가다가 여신의 얼굴을 보고는, 할마시, 참 게걸스럽게도 처먹는다. 이랬다던가. 아이의 말에 몹시 화가 났던 케레스 여신은 물과 보리알이 섞인 이 마실 것을 아이의 얼굴에다 확 끼얹어 버리는데…… , 그 순간 아이의 얼굴에는 거뭇거뭇한 반점이 나타나면서 팔 있던 자라에서는 다리가 돋아났고, 엉덩이에는 꼬리가 나오기 시작했대. 이 건방진 아이, 여신을 비웃었다가 도마뱀으로 둔갑한 것이지.

노파가 기겁을 하고 이 괴상하게 생긴 것에 손을 대려 하자, 이 도마뱀은 황급히 도망쳐서 그 몸을 감추고 말았다는 것. 이 동물의 몸에는 지금까지도 알락달락한 반점이 있어. <반점> 이라는 말이 결국은 이 동물의 이름이 되고 만 것……

 

정말 뭐든지 비웃지 마라. 사소한 것이라도 비웃지 마라. 그 뒤에 무엇이 감춰져 있을지 모른다. 늘 가벼운 것이 무거운 것이고 무거운 것이 가벼운 것이다. 복잡한 것은 든 것이 없고 단순한 것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법이다.

 

P229

프로세르피나가 그대에게 귀한 딸이라면 내게도 귀한 딸이오. 따라서 나 역시 그대 못지않게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이오. 그러나 그대는 사상에 이름을 붙이되 온당한 이름을 붙여야 하오. 우리 딸을 데려간 자의 행위는 약탈행위가 아니라 조금 도를 넘은 사랑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이오. 그대가 동의한다면 이 사위 되는 자도 우리를 그리 불명예스럽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 비록 그에게 자랑할 것이 없다고는 하나, 아무나 이 유피테르의 형제일 수 있는 것은 아니오. 그러나 그에게 자랑할 만한 것이 없는 것도 아니오. 그는 이 세상을 상속받을 때 제비를 잘못 뽑아 이 천궁을 나에게 양보하고 저승 왕이 된 것뿐이오. 그대가 이렇게 우기니 프로세르피나를 마땅히 천궁으로 데려와야 할 일이기는 하오만,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소. 프로세르피나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야 하오. 나를 야속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이것은 파르카에가 정한 법이니까.

 

P239

내가 남을 칭송하는 것이 어찌 내가 칭송을 받는 것만 하랴. 칭송을 받는 것도 좋지만 신들의 권능을 업신여기는 것들도 그냥 두어서는 안 될 일이지……

 

P241

그럼 팔라스 여신더러, 와서 저와 겨루어 보시라고 하지요. 제가 진다면 어떤 벌이라도 받겠어요. 팔라스 여신은, 이런 소문을 듣고는 백발 노파로 둔갑하여 이 아라크네의 집을 찾았다. 지팡이가 없으면 걸음을 옮겨놓기도 힘들어 보이는 그런 노파의 모습을 잠시 빌린 여신은 이 집을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 아라크네는 벌떡 일어났다. 아라크네의 뺨은 잠깐 붉게 상기되었다가는 곧 핏기를 잃었다. 새벽의 손길에 붉게 물들었다가 해가 돋으면서 창백해지는 하늘빛 같았다. 아라크네는 제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오직 이길 수 있다는 일념으로 제 운명과 맞서려 할 뿐이었다.

 

인간이므로 인간이기에 인간으로서 해야 할 바를 아라크네는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도전하면서 이곳까지 왔다. 결국 현세에 신의 나라를 구축하는 것이 될 것이다. 진정한 분별을 잊은 시대가 오지 않을까? 선한 시대가 오지 않을까? 그러려면 대 홍수가 또 필요한가? 모를 일이다.

 

P249

아라크네는 꽁무니로 실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이때 거미가 된 아라크네는 지금도 옛날과 다름없이 실을 내어 공중에다 걸고는 거기에 매달려 산다.

 

P249

이 니오베는 고향 처녀였던 아라크네가 그런 벌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신들을 가볍게 여기면 무서운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제 것으로 따담지 못했다. 다 이 니오베가 교만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니오베에게는 자랑거리가 많았다. 지아비의 재능도 니오베에게는 자랑거리였고, 자신과 지아비의 가문, 지아비와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의 영광도 니오베에게는 큰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이 니오베가 정말 자랑거리로 여겼던 것은 아들딸들이었다. 아닌게아니라 스스로 이렇듯이 자랑만 하지 않았던들 이 세상의 니오베만큼 자랑스럽고 행복한 어머니도 없었을 터였다.

 

P253

너희들도 들었다시피 저 탄탈로스의 딸년은 내게 상처를 입히고 모욕하기까지 했다. 제 문벌이 나보다 나은 것을 자랑했고 나보다 자식 많은 것을 자세했다. 내 이년에게 당한 것을 이년에게 돌려주고 말아야겠다. 이년은 제 아비처럼 신들을 업신여겼다. 라토나는 니오베를 향하여 욕지거리를 더 퍼부으려 했다. 그러자 아들 포에부스가 어머니의 말을 가로막았다.

 

P256

니오베는 이제 선망의 과녁이기는커녕 연민의 대상이었다. 심지어는 저 자신의 적으로부터도 가엾게 여겨져야 마땅한 존재였다. 니오베는 싸늘하게 식은 자식들의 주검을 내려다보면서 하나하나와 마지막 작별의 입맞춤을 나누었다. 이윽고 이들에게서 고개를 돌린 니오베는 피묻은 손을 들고 하늘을 향하여 외쳤다.

 

P260

왜 이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물이라는 것은 만물로 하여금 요긴하게 쓰라고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요? 자연이 공기와 햇빛과 함께 넘실거리는 물을 창조한 것은 어느한 동아리만 이롭게 하자고 한 것이 아니고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P261

원컨대 저들이 영원히 이 호수에 살게 하소서

여신의 기도는 이루어졌습니다. 농부들은 문득 호수에 뛰어들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고는 이 충동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스스로 호수 가장 깊은 곳으로 뛰어든 이들은 이따금씩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는 수면 위를 헤엄쳐 다니는가 하면 또 이따금씩 호숫가에 앉아 쉬기도 하고 그러다 갑자기 다시 물로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P262

미네르바가 만든 피리로 아폴로와 연주 겨루기를 도전했다가 전 벌로 껍질을 벗기게 된 것이다. 껍질을 벗기게 된 마르쉬아스는 외쳤다. “살려주세요. 어쩌자고 진짜로 내 껍질을 벗기는 것입니까? 다시는 이러지 않겠으니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약속합니다. 피리 불기에서 졌다고 이러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그가 이렇게 고함을 질렀는데도 불구하고 아폴로는 그의 껍질을 깡그리 벗겨버렸다. 이로써 그의 몸은, 전체가 하나의 상처가 된 것이었다.

 

P267

필로멜라를 보는 순간 테레오스의 가슴속에서는 욕망의 불길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 불길은, 마른 옥수수 대궁이 아니면 건초 창고를 태우는 불길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테레오스의 가슴속을 번져갔다. 필로멜라의 아름다움이라면 능히 그럴 만했다. 그러나 테레오스는 제 성격 탓에, 그럴 만한 정도 이상으로 애를 태웠다. 원래 트라키아 사람들은 지극히 감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민족성과 테레오스 자신의 성격 때문에 이 불길은 삽시간에 도저히 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테레오스는, 자기 왕국을 털어서라도 필로멜라를 옹위하는 시녀들에게 뇌물을 주고, 필로멜라를 기른 유모에게 후한 상을 내리고, 필로멜라 자신에게도 귀한 선물을 안기고 싶다는 충동, 필로멜라를 납치하여 멀리 데려다 놓고는 이 아름다운 볼모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이 고삐 풀린 충동에 따른다면 테레오스에게는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는 가슴은 안에서 번지며 타오르는 불길을 이기지 못했다.

 

P271

이 정떨어지는 야만인, 이 무정한 약탈자야! 나를 보내면서 눈물로 당부하던 내 아버지를 보고도 마음에 남은 것이 없더냐? 내 언니의 근심 걱정, 내 때묻지 않은 젊음, 네가 했던 혼인에 생각이 미치지 않더냐? 너는 인간의 도리를 짓밟았다. 이로써 나는 내 언니의 원수가 되었고, 너는 우리 자매의 지아비가 되었으면 내 언니 프로크네는 내 원수가 되었다. 이 배신자야, 이런 죄를 지으려 했으면 왜 나를 죽여놓고 짓지 못했느냐. 그랬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랬더라면 나를 더러운 공모자로 만들지 않았어도 좋았을 것을…… 그랬더라면 내 혼백만은 순결을 잃지 않아도 좋았을 것을그러나 하늘에 계신 신들께서 이 광경을 보셨다면, 신들에게 놀라운 권능이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나는 이 지경이 되었다만 신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온전하다면 너는 언젠가 이 죗값을 물어야 할 게다. 나 역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사람들에게 네가 한 일을 낱낱이 고할 테다.

 

P276

어째서 하나는 나에게 사랑의 말로 응석을 부리는데, 하나는 혀가 없어서 말을 하지 못하게 되었는가? 이튀스는 나를 어미라고 부르는데 어째서 필로멜라는 나를 언니라고 부르지 못하는가? , 어리석은 판디온의 딸아, 네가 누구와 혼인하였느냐? 너에게는 판디온의 딸이라고 할 자격도 없다. 테레오스 같은 자에게 사랑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다.

 

P278

판디온의 두 딸은, 도망치다 말고 문득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같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들에게 날개가 생긴 것이었다. 이들 중 하나는 숲으로 날아들어 갔고 또 하나는 지붕 밑으로 날아들어갔다. 지붕 밑으로 날아 들어간 새의 가슴에는 살인한 흔적이 지워지지 않은 채 진홍빛 핏자국으로 남아 있었다. 슬픔에 잠긴 채 복수를 서둘던 테레오스 왕도 새가 되었다. 머리에는 깃털로 된 긴 볓이 돋고, 부리가 칼날만큼이나 긴 새가 된 것이다. 금방이라도 싸우려는 것처럼 무장하고 있는 듯한 이 새를 사람들은 후투티라고 부른다.

 

P279

사랑이 실패로 돌아간 게 당연하지. 완력과 폭력, 분노와 위협 같은 내 비장의무기를 포기하고 내 성격과는 어울리지도 않는 애원과 호소에 기대를 걸었으니…… 그래, 내게 어울리는 것은 폭력이다. 나는 폭력을 써서 검은 구름을 휘젓고, 폭력을 써서 바다를 둘러엎고, 해묵은 떡갈나무를 뿌리째 뽑고, 눈을 얼리고, 대지를 눈보라로 때려야 한다. 그렇다. 하늘이야말로 나의 무대다. 우리의 무대인 이 하늘에서 형제들을 만나면 이들과 겨루던 내가 아니던가? 우리들 주위의 대기에서 천둥이 치고, 구름에서 번개가 튀어나오도록 겨루던 내가 아니던가? 등을 돌려대고 지하 세계의 나지막한 동굴로 들어가면, 지하 세계를 진동시키고 망령들까지 벌벌 떨게 만들던 내가 아니던가? 그렇다. 나는 이런 식으로 저 공주를 요구해야 한다. 애원할 것이 아니라 저 에렉테오스를 힘으로 굴복시켜 내 장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P283

메데이아는, 낯선 청년 이아손을 도와주려면 아버지를 배신해야 할 터이라 이아손을 향하는 자신의 마음과 싸웠다. 그러나 메데이아의 이성도 감정과 마찬가지로, 이 뜨거운 사랑의 불길 앞에서는 너무나도 미약했다.

 

P286

이아손을 지아비로 섬기면 온 세상 사람들은 나를, 하늘의 사랑을 입은 여자라고 부르겠지. 내 권세가 별을 찌를 만큼 드높아질 테지

 

P286

하지만 메데이아여, 너는 이것을 결혼이라고 부를 수가 있느냐? 너는 울림이 좋은 이 말로 네 죄를 가림 할 수 있다고 여기느냐? 네가 하려는 짓이 얼마나 무서운 짓인지 아느냐? 알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라. 잘 생각해 보고, 때가 너무 늦기 전에 사악한 길에서 비켜서거라

 

P288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내가 이러는 것은 어떻게 해야 좋은 것인지 몰라서가 아닙니다. 사랑이 나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랍니다. 내가 그대의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위업을 이루시고 돌아가시게 되거든 나와 한 약속을 잊지 말아주세요.

 

P297

이를 본 메데이아는 칼을 뽑아 노인의 목을 따고는 늙은 피를 깡그리 뽑아내고 칼로 딴 자리와 입으로 약을 부어넣었다. 늙은 아이손은 입으로, 메데이아가 열개한 목의 상처로 이 약을 마셨다. 약이 들어간 지 오래지 않아 그의 하얗던 수염이 그 흰 빛을 잃더니 곧 검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의 노구에서 보기에 거북하던 모습이 사라지면서, 살빛이 되살아났다. 주름살에 덮여 있던 그의 살갗은 다시 근육으로 부풀어올랐고, 그의 사지는 늘어나면서 힘줄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노인은 달라진 자기 모습을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40년 전의 자기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P301

자신이 칼을 든 수많은 손에 둘러싸인 것을 안 순간 펠리아스는 두 팔을 벌리고 외쳤다. “애들아, 무슨 짓이냐? 왜 칼을 들고 아비를 난도질하는 것이냐?” 그의 말에는 힘도 용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 펠리아스가 그나마 말을 이으려 하자 메데이아는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도려버렸다. 메데이아는 그러고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던지 고깃덩어리가 된 펠리아스의 몸을 가마솥의 끓는 물에다 집어넣어버렸다.

 

P308

역시 이 세상에는 우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즐거움이란 없는 것인가? 그래서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는 것일까? 아들을 되찾게 된 것을 기뻐하는 아이게오스 왕의 마음 한 구석에도 근심이 한 자락 남아 있었다. 적국 크레타왕 미노스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노스 왕에게는 막강한 군대와 막강한 전함이 있었다. 그러나 이 군대와 전함도 아들 안드로게오스의 죽음을 복수하려는 미노스 왕의 집념만큼은 강하지 못했다.

 

P312

그러나 자세히 보니, 이들 중에는, 지난번에 저를 환영해 주던 청년들이 섞여 있지 않더군요. 무슨 연유가 있는지요? 아이아코스는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대답하는 그의 음성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P312

내가 이 나라 이름을 <아이기나>라고 하니까 잔혹하기 그지없는 유노 여신이, 자기 연적을 나라 이름으로 삼은 것을 밉게 보고 내 나라에 몹쓸 병을 내려보내어 내 백성을 쓰러뜨린 것입니다.

 

P315

그때의 내 심정, 물으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내게는 삶에 대한 증오, 내 백성과 운명의 아픔을 나누고 싶다는 욕망뿐이었습니다.

 

P315

희생 제물들이 이 모양이니 이런 제물의 내장에 생명의 진실이 깃들여 있을 리가 없고 생명의 진실이 깃들여 있을 리 없으니 신들의 뜻을 알아낼 수 없을 수 밖에요. 생명의 진실이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이냐 하면, 병이 들어 이런 짐승의 내장이 다 썩어버렸더라는 뜻입니다.

 

P316

슬피 우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곡소리를 듣지 못한 어머니의 영혼, 젊은 아내의 영혼, 늙고 젊은 사람들의 영혼이 정처도 없이 떠돌았지요. 무덤 쓸 땅도 넉넉하지 못했고, 화장할 나무도 넉넉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P318

아버님, 한번 밖으로 나와보십시오.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믿어지지 않으실 것입니다.” 나는 밖으로 나가, 꿈속에서 본 것과 똑 같은 듯한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열을 짓고 서 있더군요. 내가 다가가자 이들은 신민의 예를 갖추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들에 대해, 유피테르 대신께 약속드린 대로 했습니다. 이들에게 텅 빈 도시를 나누어주고, 농부들이 사라져버린 농토를 나누어주었던 거지요. 나는 이들의 근본을 생각해서 이들을 <뮈르미돈>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그대들도 이들을 보셨지요? 이들의 성질은 개미의 성질 그대로랍니다. 힘든 일도 잘 견디고, 한번 얻은 것은 잃지 않고, 부지런히 모으는, 아주 근검하고 소박한 족속이랍니다.

 

P323

이런 더러운 여자여, 여기에서 그대를 유혹하던 자가 바로 그대의 서방이다. 이제 그대는 가면을 벗었구나, 이제야 나는 그대가 부정한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P323

나는 프로크리스에게, 내가 한 짓을 사죄하고, 그런 선물로 유혹하는 여자가 있다면 나라도 그 유혹을 이기지 못했을 거라고 고백했소. 내가 이런 고백을 하니까 프로크리스도 그만하면 나의 못난 행동에 대한 복수가 그 정도로 넉넉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내게로 돌아왔지요. 우리는 꿈같이 화목하게 몇 년을 살았어요.

 

P327

오라 아우라여, 내 가슴으로 오라. 사랑하는 길손이여, 와서 내 가슴을 달래어다오. 내 소원 들어, 뜨거운 이 가슴 식혀다오이런 식으로 바람을 불렀소만 어쩌면 입으로 악업을 짓느라고 이런 말을 보태었는지도 모르겠소. “나를 기쁘게 하는 이여, 와서 내 힘을 북돋아주고 나를 쓰다듬어주오. 내가 이 적막한 숲을 좋아하는 것은 여기에 그대가 있기 때문. 내 입술은 늘 그대의 숨결을 기다려요

 

P328

이 근거도 없는 소문을 듣고 프로크리스가 어떻게 변했는지 아시오? 이름만 있지 실체는 없는 이 미풍을 정말 자기의 연적으로 알고 고민까지 했다고 들었소이다. 프로크리스는 가엾게도 이따금씩, 자기 귀로 들은 이야기를 의심하고, 잘못 들었기를 바라고, 때로는 믿지 못하겠다고 공언하고…… 그러다가는 결국 나를 의심하기 전에 자기 눈으로 한번 확인해 보기로 마음먹었더랍니다.

 

P329

우리가 나눈 혼인의 서약에 걸고, 하늘에서 우리를 내려다 보시는 신들의 이름에 걸고, 나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사랑에다 걸고 약속해 주세요. 이렇게 죽어가면서 드리는 부탁이니 약속해 주세요. 내가 그대에게 모자라는 아내였더라도 나 죽은 뒤에라도 아우라를 아내로 삼지는 말아주세요.” 나는 이 말을 듣고서야 내 아내 프로크리스가 엉뚱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사실을 말했소. 하지만 무슨 소용이 있겠소? 몸에 남아 있던 힘은 피와 함께 빠져나간 다음이었고 아내의 의식은 그때 이미 가물거리고 있었는데. 아내는 희미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면서 내 입술에다 마지막 숨결을 내쉬었소. 그러나 표정은 행복해 보였소. 행복을 누리다가 행복한 가운데 죽어가는 것 같더라는 말이오

 

P333

이 전쟁이 터진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아니면 불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르겠구나. 사랑하는 미노스 왕이 우리의 적이라는 것이 애석하구나. 하지만 이 전쟁이 터지지 않았으면 나는 저분의 모습을 뵐 수가 없었을 것이니 어쩌면 전쟁이 잘 터진 것인지도 모르지, 저분이 전쟁을 이 정도 선에서 끝내고 나를, 평화를 보증할 볼모로 잡아 고국으로 돌아가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 사랑하는 나의 영웅이시여. 만일에 그대의 어머니께서 그대만큼 아름다운 분이었다면, 유피테르 대신께서 사랑을 느끼신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P335

인간은 누구나 저 자신이 신이 되어 저 자신의 뜻을 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운명의 여신은, 행동하는 인간을 돌보실 뿐, 기도만 하고 있는 인간은 돌보시지 않는다. 누군들 나와 같이하려 하지 않겠는가. 욕망이 내 욕망만큼 강렬하다면 누군들 사랑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을 깨뜨리지 않겠는가. 그래, 깨드리려 할 것이다. 기꺼이 깨뜨리려 할 것이다. 그러면, 남들은 용감하게 그것을 깨뜨리는데 나는 왜 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나는 할 수 있다. 불길 사이로도 지날 수 있고, 칼의 숲 사이로도 지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내 아버지의 머리카락에서 단 한 올의 머리카락만 잘라내면 된다. 내게는 황금보다 더 소중한 단 한 올의 머리카락. 이 보랏빛 머리카락이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이므로. 이 머리카락이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것을 나에게 베풀어줄 것이므로

 

P336

우리 시대에 너같이 더러운 것이 있었구나. 신들이시여, 대지는 저것을 내치게 하시고, 어떤 땅, 어떤 바다도 저것에게는 깃들일 자리를 주지 않게 하소서. 너 잘 들어라. 나는, 유피테르의 요람이었던 크레타 섬에 너같이 더러운 것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P342

세번째 공물에 묻어 온 테세우스 손에 죽은 것이었다. 테세우스는,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이 미궁으로 들어갈 때 명주실을 풀면서 들어갔다가 이 괴물을 죽이고는 그 명주실을 잡고, 아무도 살아나온 사람이 없는 이 미궁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괴물을 죽이고 미궁을 무사히 빠져나온 테세우스는 미노스와 왕의 딸과 함께 그곳을 떠나 디아 섬으로 갔다. 그러나 공주 아리아드네는 이 섬에서 아테나이로 가지 못했다. 테세우스가 공주를 이 섬에다 남겨두고 떠나버렸기 때문이었다. 공주가 홀로 섬에 남아 팔자를 한탄하고 있는데 박쿠스 신이 나타나서 공주를 도와주었다. 박쿠스 신은 공주의 머리에서 관을 벗겨, 영원한 영광의 징표인 별자리로 박아주려고 하늘로 던져올렸다.

 

P344

이카로스, 내 아들아. 내 단단히 일러두거니와 하늘과 땅의 한 중간을 겨냥하여 반드시 그 사이로만 날아야 한다. 너무 올라가면 태양의 열기에 깃이 타버릴 것이요,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젖어 깃이 무거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꼭 하늘과 바다 한 중간을 날도록 하여라. 목동자리, 큰곰자리, 칼을 빼들고 서 있는 오리온자리 같은 별자리에는 신경을 쓰지 말아라. 나를 잘 보고 내가 하는 대로만 하여라

 

P346

얼마나 높이 솟았는가 하면, 태양의 열기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솟아올랐다. 그러자 밀랍이 녹았다. 밀랍이 녹았는데 깃이 붙어 있을 리 없었다. 이카로스는 맨팔 맨다리를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깃 없이 사지만 허우적거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카로스는 아버지를 부르며 바다로 내리박혔다. 이 바다는 이때부터 그의 이름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었다. 졸지에 자식을 잃어 이제는 아버지라고는 불릴 수 없게 된 팔자 기박한 아버지가 자식을 불렀다.

 

P347

다이달로스는 이 생질을 질투하여 미네르바의 거룩한 성채 위에서 아래로 떠밀었다. 다이달로스는 이렇게 생질을 죽이고도 사람들에게는 아이가 발을 헛디뎌 성채 아래로 떨어졌다는 말을 퍼뜨렸다. 그러나 원래 지혜로운 인간을 사랑하는 팔라스 여신은 성채에서 떨어지는 이 아이를 중간에서 받아 새로 둔갑하게 했다. , 떨어지는 아이의 몸에서 깃털이 돋아나게 한 것이었다. 머리 회전이 빨랐던 그는 이로써 새가 되되 날갯짓과 발이 빠른 새가 되었다. 이 새는 그의 이름과 똑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P356

노나크리스의 처녀여. 내가 쓰러뜨린 이 괴수를 받아주시고 쓰러뜨린 영광을 나와 나누는 것을 허락하소서 그는 이 말과 함께 이 괴수의 가죽과, 엄니째 괴수의 머리를 아탈란테에게 바쳤다. 아탈란테는 이 선물에도 만족스러워 했고 선물을 준 사람이 멜레아그로스라는 사실에도 만족스러워 했다.

 

P359

이 불길을 화장단의 불길로 삼아, 내가 낳은 자식을 태울 수 있게 하소서. 징벌을 주관하시는 에우메니테스 세 여신이시여 제가 드리는 이 기이한 제물을 받으소서. 저는 이로써 아우들의 죽음을 복수하고 아들을 죽이는 죄를 지으려합니다. 죽음은 죽음을 통하여 화해를 이루게 하고, 사악한 죄악은 사악한 죄악을 통하여 씻기어야 하며, 살육은 살육을 통하여 갚음이 이루지게 하소서.

 

P362

신들께서는 나에게, 수많은 입과 수많은 혀를 허락하시고, 시적인 재능과 헬리콘 산 하나와 견주기를 모자람이 없는 능력을 베푸셨으나, 나는 아직도 슬픔에 잠긴 멜레아그로스의 누이들은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다. 멜레아그로스의 누이들은 남이야 무엇이라고 하건 퍼렇게 멍이 들드록 저희 가슴을 치며, 멜레아그로스의 육체가 불에 타 완전히 없어지기까지 이를 껴안고 쓰다듬으며 무수히 입을 맞추었다. 이윽고 오라비의 육신이 탄 재가 무덤에 묻혔을 때 이들은 그 무덤 옆의 맨땅을 뒹굴며, 그의 이름이 새겨진 묘석을 눈물로 적셨다. 애통해하는 이들을 보고는 디아나 여신도 이 파르타온 가문에 내린 재앙이 그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디아나 여신은, 이들 중 고르게와, 후일 알크메네의 며느리가 되는 데이아네이라만 남겨놓고는 나머지 자매들의 몸에는 모두 깃털이 돋게 하고, 팔이 있던 곳에는 날개를 달아주었다. 여신은 이들에게 뾰족한 부리까지 주어 하늘로 불러올렸다.

 

P364

어느 해 물의 요정들이 제물이랍시고 황소 열 마리를 잡고는 이 지방 신들이라는 신들은 모두 불러 놓고는 무도회를 엽디다. 다 부르면서 나만 쏙 빼고 말이지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나는 강물을 불렀어요. 그렇게 불린 적은 이전에도 없었고 그 뒤에도 없었습니다. 나는 이 물을 몰아가, 숲이라는 숲, 들이라는 들을 모두 덮치고는 이 요정들을 그 무도회장째 쓸어 바다에다 처넣었습니다. 내 가슴에 자비라는 것이 없었으니 내가 일으킨 홍수가 자비를 몰랐던 것이야 당연하지요. 마침내 이들이 나를 알아보았지만 이미 때늦은 다음이었습니다. 내가 몰아간 홍수와 바다의 파도는 힘을 합쳐서 그 땅을, 지금 그대가 보고 있듯이 여러 개의 섬으로 찢어버린 것입니다. 지금 저 섬들은 <에키나데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P369

우리는 신들이다. 나그네 대접할 줄 모르는 네 이웃들은 곧 큰 벌을 받을 것이다. 그 자들은 큰 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너희들은, 이 재앙을 피할 수 있게 해주리라. 이 집을 떠나 우리와 함께 뒷산으로 오르자

 

P371

신들을 사랑하는 자는 신들의 사랑을 입고, 신들을 드높이는 자는 사람들로부터 드높임을 받는 법이거니

 

P371

용감한 영웅 중에서도 출중하신 테세우스시여. 모습을 바꾸는 데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즉 한번 그 모습이 바뀌면 영원히 그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 변신이 있고, 수시로 그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둔갑이 그것입니다.

 

P373

이 나무 속에 사는 나는 케레스 여신의 사랑하심을 입은 요정이다. 내 너에게 숨을 거두면서 경고하거니와 네 사악한 짓에 대한 보답이 곧 있으리라. 죽어가면서 나는 이로써 위안을 삼노라

 

P377

이 같은 아구병, 채워질 줄 모르는 그의 위장은 곧 그 집 재산을 바닥나게 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시장기는 조금도 가시지 않았는데, 그 배를 채우고자 했으니 재산이 바닥난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빈털터리가 된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딸 하나뿐이었습니다. 이 딸은 아비와는 달리 참한 처녀였던 모양입니다. 먹기는 먹어야 하는데 먹을 것이 없게 되자 에뤼식톤은 마침내 이 딸마저 팔았습니다.

 

P378

처녀의 아비 에뤼식톤은, 딸이 둔답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번번이 딴 주인에게 딸을 팔았더랍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처녀는 말로 둔갑하여, 때로는 새, 황소, 사슴으로 둔갑하여 집으로 돌아왔고 에뤼식톤은 이렇게 되돌아온 딸을 되팔아 허기를 메우어나갔더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준비된 음식을 다 먹고도 성에 차지 않았던 그는 처음에는 제 팔다리, 그것도 모자라 결국은 제 몸을 모두 뜯어먹었다……는 이야깁니다.

 

 

변신이야기 2

 

P18

생각해 보아라. 네가 둔갑한 꼴은 뱀 같다만, 내가 쓸 무기인 독니가 네 솜씨에 익은 것이 아니고, 그 형상이라는 것도 잠시 빌렸을 뿐인 형상에 지나지 않는데 네가 장차 내 손에 어찌 될 것인지 생각해 보아라, 이러더니 손을 쓱 내밀어, 뱀으로 둔갑한 내 목을 잡죄는 것이 아니겠어요? 숨이 콱 막힙디다. 나는 그 친구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쳤지요. 나는 둔갑하고도 그 친구에게 지고 만 것입니다.

 

P22

나는 죽되 내 피로 하여금 이 값을 치르게 하리라네소스는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천 조간을 이 피로 적셔, 장차 요긴한 사랑의 묘약이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이를 헤라클레스의 아내 데이아네이라에게 주었다.

 

P23

오 멜레아그로스 오라버니, 내가 오라버니의 누이인 거시 사실이거든 어떻게든 손을 써주세요. 용감하신 오라버니시여, 내 사랑을 가로채려는 이년을 죽여 무시당한 여자의 슬픔과 고통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게 하소서자기에게 가능한 방법을 모두 헤아려본 데이아네이라는 문득 네소스로부터 받았던, 그 피에 젖은 천 조각을 생각해 내었다.

 

P30

저 아이가 내게서 받은 것은 영생불사하는 것이니 저런 불길에 탈 리가 없소. 나는 이제 지상에서 한살이를 마친 저 아이를 이 천상으로 불러올리려 하오. 나는 그대들 신들이 모두 기뻐하리라고 믿소. 혹 헤라클레스가 천궁으로 올라와 신이 되고, 이런 특혜를 누리게 되는 것을 반기지 않을 이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런 이에게도 사감은 있을지언정 저 헤라클레스에게 그런 특혜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오.

 

P34

갈란티스는, 입으로 거짓말을 해서 내가 무사히 아기를 낳게 하지 않았니? 그래서 여신은 갈란티스로 하여금 입으로 새기를 낳게 하셨어. 하지만 족제비가 되었어도 갈란티스는 여전히 바지런하고 동작이 빨라. 그래서 전과 다름없이 요즈음도 자주 내 집을 드나드는 것이지.

 

P37

우리 엄마는 이 나무 안에 숨어 있대요이 한마디를 하게 해다오. 아이가 물가에 가지 않도록 해주고, 나무에서 함부로 꽃을 꺽지 않게 해다오. 열매가 달리는 나무는 모두 여신들의 몸이라는 것을 가르쳐다오.

 

P38

헤베가, 다시는 어떤 인간에게든 젊음을 되돌려주지 않겠다고 말하자 테미스 여신은 그러는 게 아니라면서 그 까닭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P42

그대들이 여기 있는 이 나를 대신으로 여긴다면 어디 한번 대답해 보시오. 대체 어쩌자고 이러는 것이오? 그대들은, 그대들에게 남의 운명을 바꿀 만한 권능이 있다고 생각하시오? 이올라오스가 잃었던 젊음을 되찾은 것, 칼리로에의 두 아들이 때 아니게 장성하여 청년이 된 것은 다 운명의 여신께서 그리하셔서 된 것이지 이들이 혹은 뇌물을 썼거나 떼를 썼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 아니오. 그대들은 모두 운명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는 신들이오. 그러니까 그대들은 이를 기꺼이 용인하여야하오. 나 역시 이 운명의 손길은 벗어날 수가 없는 몸인 것이오. 나에게 만일 운명의 물길을 돌린 권능이 있었다면, 아이아코스의 허리는 세월의 무게로 휘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라다만토스는 아직까지 혈기방장할 것이며, 지금은 노경에 들어 온갖 조롱을 받고 있는 미노스도 법을 이런 식으로는 집행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오.

 

P44

그러데 바로 이 뷔블리스가 세상 처녀들에게, 사랑해도 좋을 상대가 있고 사랑해서는 안 될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 처녀 뷔블리스가 제 오라비인 카오노스에게 품어서는 안 될 사랑의 마음을 품은 것이다. 그렇다. 이 뷔블리스는 오라비 카우노스를 대하되, 누이가 오라비를 대하는 그런 마음으로 대한 것이 아니고, 그 정도를 넘어 무슨 연인 대하듯이 한 것이다.

 

P52

절도라는 미덕은 이미 뷔블리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뷔블리스는 거절당할 줄을 알면서도 다시 도전하려는 것이었다. 누이인 뷔블리스가 쉽사리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 카우노스는, 그냥 그대로 있으면 부끄러운 일을 당하리라고 생각하고는 고향을 떠나 타향 땅에다 새 나라를 세웠다.

 

P54

포에부스의 피를 받은 이 뷔블리스도 그렇게 눈물을 흘렸다. 뷔블리스는 이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그 몸이 하나도 남김없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는 바람에 그만 샘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름이 이 처녀의 이름과 같은 뷔블리스 샘은 지금도 그 산자락의 계곡 감탕나무 그늘에 있다고 한다.

 

P58

그러나 이피스는, 절대로 사랑해서는 안 될 소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안테에 대한 이피스의 사랑은 나날이 깊어갔다. 이피스는 그러니까, 소녀의 몸으로 소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었다.

 

P60

그러나 자연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오직 자연뿐이다. 그러나 이 자연을 누를 자는 이 세상에 없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때는 다가오고 있다.  혼인할 날이 임박했다. 이 날만 지나면 이안테는 내 사람이 된다. 그러나 이안테는 내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물 속에서 갈증에 시달려야 한다. 기품 있으신 유노 여신이시여, 위메나이오스 신이시여, 이 날 저희에게 오소서 신랑은 하나도 없고 신부만 둘인 이 혼인 마당으로 오소서

 

P61

이피스의 근육에서도 힘살이 부풀어 올랐다. 이피스는 여자라기보다는 남자 같았다. 실인즉 조금전까지만 해도 여자였던 이피스는 그 순간에 남자로 변한 것이었다. 마땅히 신전으로 달려가, 기뻐하는 마음으로, 믿는 마음으로 제물을 드려야 할 일이었다. 텔레투사와 이피스는 신전 제단에다 제물을 바치고 거기에다 다음과 같은 짧은 글을 남겼다. “처녀로서 약속드렸던 이피스의 제물을, 청년이 된 이피스가 드리나이다.”

 

P64

죽어야 하는 존재로 태어나는 것이면 누구나 오게 되어 있는 이 저승 땅의 신들이시여. 불경한 말을 하는 것과 진실을 말하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어둠에 잠긴 타르타로스를 구경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도 아니요, 세 개의 머리에 뱀이 감간 저 메두사의 괴견을 붙잡아가기 위해 여기에 온 것도 아닙니다. 저는 제 아내 때문에 여기에 와 있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뱀에 물려 청춘의 꽃을 마음껏 피워보지도 못하고 죽은 제 아내 때문에 여기에 와 있습니다.

 

P67

저승 왕은 오르페우스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즉 에우리디케를 데려가되 저승 땅을 다 벗어나 아베르노스를 다 벗어나기까지는 에우뤼디케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만일에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다본다면 에우리디케는 다시 저승 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P67

아내가 혹시나 지쳐 쓰러지지 않을까 염려하던 오르페우스는 근심과 걱정과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뒤를 돌아다보고 말았다. 그 순간 에우뤼디케는 다시 저승 땅으로 떨어졌다. 오르페우스는 아내의 손을 잡으려고 자기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의 손끝에 닿는 것은 싸늘한 바람뿐이었다.

 

P69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여자보다는 오히려 나이 어린 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사랑을 기울이는 것을 좋아했다. 말하자면 이들이 어른이 되기까지의 인생의 봄과 갓 핀 인생의 꽃을 사랑한 것이었다. 오르페우스는 트라키아 사람들에게 이런 풍습을 맨 처음으로 전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72

네가 남을 위하여 슬퍼하고,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이웃과 벗이 되고자 하니 나 또한 너를 위하여 슬퍼하리라.

 

P76

한번 대가 부러지면 다시는 바로 서 있지 못하고 대지를 향하여 고개를 꺽는 오랑캐꽃이나 양귀비나 백합처럼 휘아킨토스의 고개도 아래로 내리꺽였다. 힘이 빠져나가 버린 휘아킨토스의 고개는 그에게 이미 짐이 되기 시작했는지 어깨 위로 무너져내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포에부스 아폴로 신은 휘아킨토스를 안은 채 서럽게 울부짖었다.

 

P79

모습을 바꾸기는 바꾸어야겠는데 무엇으로 바꿔야 좋을지 몰라 망설이는 여신의 눈에 마침 이들의 뿔이 보였다. 그래서 여신은, 옳다구나 하고 이들을 난폭한 황소로 그 모습을 바꿔버렸다.

 

P79

역사상 최초로 매춘부가 된 이들은 수치심까지 잃어 얼굴을 붉힐 줄도 몰랐다. 이들을 돌로 만들어버리기는, 따라서 간단했다.

 

P80

이렇게 사악한 삶을 사는 여자들은 본 퓌그말리온은 자연이 여성들에게 지워놓은 수많은 약점이 지겨워 오랫동안 여자를 집 안으로 불러들이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그러나 정말 혼자 산 것은 아니고,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한 솜씨로 만든, 눈같이 흰 여인의 상아상과 함께 살았다.

 

P82

퓌그말리온이 그래도 믿어지지 않았던지 상아 처녀에게 다시 입을 맞추자 상아 처녀는 이 입맞춤에 화답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처녀는 수줍은 듯이 눈을 뜨고는 사랑하는 사람과 날빛을 동시에 올려다보았다. 이들의 혼례식에는 이 혼례식을 있게 한 베누스 여신이 친히 입석했다. 달이 아홉 번을 차고 기울자 퓌그말리온의 신부는 아기를 낳았다. 두 사람은 퓌그말리온의 고향 땅 이름인 파포스를 이 아기의 이름으로 삼았다.

 

P93

하늘에 신들이 계신다면, 그리고 이런 신세 타령도 들으신다면 아뢰고 싶습니다. 저는 무거운 벌을 받아 마땅한 죄를 지었습니다. 아무리 무거운 벌을 내리신대도 몸을 사리지 않겠습니다. 저는 살면 사는 대로 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죄를 지었고, 죽으면 죽는 대로 저 세상 사람들의 분노를 살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니 저를 쫓으시되 이 세상에서도 쫓으시고 저 세상에서도 들지 않게 하소서. 바라오니, 저를 다른 것으로 바꾸시어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몸이게 하소서

 

P95

메누스 여신이 이 청년에게 반하게 된 내력은 이렇다 베누스 여신의 아들 쿠피도는 어느 날, 화살통을 멘 체로 어머니에게 입을 맞추려다 화살통 위로 비죽이 솟아오른 화살촉으로 그만 어머니 베누스 여신의 젖가슴을 찌르고 말았다. 가슴을 찔린 베누스 여신은 황급히 아들을 떠밀어내었다. 그러나 상처는 생각보다, 베누스 여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깊었다. 화살촉에 찔리는 순간, 인간의 아름다움에 반해 버린 이 여신은, 자기 성도인 퀴프로스 섬의 아름다운 해변에도 가지 않았고,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파포스에도,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크니도스에도, 광물이 많은 아마토스에도 가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하늘에도 올라가려 하지 않았다. 하늘보다는 아도니스가 좋았던 것이다.

 

P98

먼저 나와 달음박질 겨루기에서 나를 이기지 못하면 절대로 내 지아비가 될 수 없습니다. 나와 겨룹시다. 겨루어 나를 이기면 그 상으로 나를 신부로 맞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지면 그때는 목숨을 받겠습니다. 자신있는 분이 있거든 이 조건 아래서 겨루어봅시다.

 

P102

아탈란테는, 사랑에는 경험이 없는 처녀였어, 하지만 아탈란테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사랑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지. 물론 자기에게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어. 알지 못하면서도 아탈란테는 이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야.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과, 아탈란텐의 아버지가 겨루기를 독촉하자 넴투누스의 자손인 히포메네스는 나를 부르면서 이렇게 기도하더구나. ‘, 퀴테라의 여신이시여, 바라오니, 오시어서 무모하게 이 일에 뛰어든 저를 거들어주소서. 여신께서 불을 붙이셨으니, 이불이 더욱 힘차게 타오르게 하소서.

 

P104

아도니스, 너도 생각해 보아라. 이 히포메네스가 나에게 감사 표시로 제물을 바쳤어야 마당하지 않겠느냐. 그런데도 이 지각없는 것은 나에게 제물은 바치기는커녕 그 명예를 내게 돌리는 데도 인색했다.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무시당한 데 대해 몹시 화가 났던 나는 이것들에게 본때를 보여 장차 나를 대하는 인간들에게 교훈을 남기고자 했다. 그래서 나는 이 둘을 치기로 했던 것이다.

 

P112

오르페우스의 망령은 지하의 저승땅으로 갔다. 오르페우스의 눈에 저승 땅은 낯익었다. 오르페우스는 지복의 들판을 뒤져 에우뤼디케를 찾아 그 품에 껴안았다. 이들은 나란히 이 지복의 들판을 거닐었다. 여기에서는 오르페우스가 이따금씩 뒤따라오는 에우뤼디케를 뒤돌아보아도 이를 시비하는 자가 없었다.

 

P112

박쿠스는, 자기를 따르던 여자들이 이 오르페우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화를 내었다. 자신이 창시한 비교를 노래하던, 그토록 이름높던 시인의 죽음을 상심하던 박쿠스는, 오르페우스가 변을 당할 당시 그 현장에 있었던 여자들을 모두 땅바닥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땅바닥에 부리내리게 한 것이었다.

 

P114

박쿠스 신이 소원을 하나 대라고 하자 미다스 왕은 이렇게 말했다. “제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황금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박쿠스 신은, 그보다 나은 소원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그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P116

황금에 눈이 어두웠던 너의 그 어리석은 욕망은 씻으려거든 사르디스에서 가까운 강으로 가거라. 그 강으로 가서 뤼디아 물길을 따라 계속해서 올라가 그 물이 발원한 곳에 이르거든 내 머리와 몸을 담그고 네 죄를 정하게 씻어라.

 

P126

형은 이렇게 달려 파르나소스 산정에 이를렀습니다. 거기에서 떨어져 죽을 생각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마악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찰나, 형을 불쌍하게 여긴 포에부스 아폴로 신이 한 마리 새로 화하게 했습니다.

 

P147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마음속에 깃들여 있는, 사랑하는 마음이 그 몸을 가벼워지게 했네. 아이사코스는 보다시피 목과 다리가 긴 새가 되었네. 이 새는 물을 좋아하네. 물에 뛰어들기를 좋아해서 이름조차 잠수조라네

 

P151

여신은 이피게네이아가 제물로 바쳐진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신은 이 이피게네이아를 구름으로 감사고, 제관들이 웅성거리는 틈을 타서 이 처녀를 빼돌리고는 그 자리에다 암사슴 한 마리를 세워 놓았다. 디아나 여신의 분노가 가라앉자 바다의 파도도 가라앉았다. 펠라스기 인들은 수천 대에 이르는 원정 함대를 몰고 신고만난 끝에 프뤼기아  해안에 닿을 수 있었다.

 

P179

트로이아 군 쪽에서 보면 공포의 대상이었고, 그리스 군에서 보면 거룩한 평화의 수호자였던 이 불굴의 전쟁영웅도 결국은 화장단 위에서 재가 되었다. 아킬레오스의 갑옷을 지어주었던 그 신이 이번에는 불꽃으로 그의 육신을 소진시킨 것이었다. 살아 있을 때는 범 같은 장수였던 아킬레오스도 재가 되었을 때는 항아리 하나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영광은 온 세상에 차고 넘쳤다. 아킬레오스라는 이름이 있는 곳으로 마땅한 곳은 넓디넓은 우주뿐이었다. 이 페레오스의 아들은, 영원히 살 곳으로는 마땅하지 않다고 해서 타르타로스의 나라에도 내려가지 않았던 것이다.

 

P206

그러나 무기로 싸우는 자에게만 공이 있고, 머리로 싸우는 자에게는 공이 없는 것은 아니오. 따라서 상은 무기로 싸워 공을 세운 사람에게만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오

 

P206

아이아스여, 우리가 이 싸움에서 이기자면 그대의 오른팔이 필요하오. 그러나 그대에게는, 그대의 갈 길을 열어줄 내가 필요하오. 그러나 그대에게는 힘은 있되 지혜가 없소만 나는 오래전부터 지혜로운 자로 불리던 사람이오. 그대는 싸울 수 있는 사람이오만, 아트레오스의 아들들은 나와 상의한 연후에야 싸울 때를 정하오. 그대는 그대의 몸으로만 우리 그리스 군을 섬기지만 나는 온몸과 온 마음으로 그리스 군을 섬기오. 키잡이는 노잡이보다 나은 범이고, 장수는 졸병보다 귀한 법이오. 따라서 나는 그대보다는 낫고 그대보다는 귀한 사람이오. 나의 지력은 나의 체력보다 윗길인데, 내 힘은 바로 이 지력에서 나오는 것이오.

 

P207

오뒤세우스는 미네르바의 성상을 가리키며 연설을 끝마쳤다. 장수들은 오뒤세우스의 웅변에 술렁거렸다. 웅변의 힘은 과연 위대했다. 영웅 아킬레오스의 유품인 무기는 이 웅변가인 오뒤세우스의 차지가 되었으니까……

 

P216

아들의 몸에 난 상처에는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표정이 굳어지는 것으로 보아 복수를 결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헤쿠바는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치를 떨면서 자신이 예전과 다름없는 일국의 왕비이거나 한 것처럼 복수를 결심하고, 복수의 방법을 생각하는 데 온 마음을 쏟았다.

 

P217

헤쿠바는 거짓 맹세까지 하는 이 폴뤼메스토르 왕을 바라보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그러다가 궁전까지 함께 온 트로이아 여자들을 부르면서 헤쿠바는 왕에게 매달려 손가락을 왕의 두 눈에다 찔러넣고는 눈알 두 개를 한꺼번에 뽑아버렸다. 헤쿠바가 이럴 수 있었던 것은 분노가 헤쿠바에게 기이한 힘을 샘솟게 했기 때문이었다. 헤쿠바는 더러운 왕의 피가 묻은 손가락으로 다시 한번 눈알이 빠진 자리를 찔렀다.

 

P219

이 아우로라가 여기에 온 것은 제 아들 멤논이 제 숙부를 도운답시고 분영히 일어났다가 아까운 나이에, 저 아킬레오스에게 죽음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다 대신께서 주장하시는 섭리에 따른 일인데 모른다고야 하지 않으시겠지요? 대신이시여, 신들의 지배자이신 대신이시여, 바라건대 제 자식에게도 영광을 좀 나누어주시어, 상처입은 어미의 마음을 달래주십시오. 그러면 제 마음에 위로가 되겠습니다.

 

P230

그대의 이마 한가운데 박혀 있는 그 눈이 머지않아 오뒤세우스의 손에 멀게 되고 말리라하지만 폴뤼페모스는 예언자를 비웃으면서 이렇게 응수했지 그런 소리 마라, 이 엉터리 예언자야. 이미 한 아름다운 처녀의 미모 앞에서 멀고 말았는데, 더 멀고 자시고 할 눈이 어디있느냐?”

 

P231

그러나 그대가 내게서 달아나는 것은 나를 모르기 때문, 그대가 나를 알면 달아날 것을 후회하리라. 그대가 나를 알면 낭비한 시간을 아까워하고, 그대가 나를 알면 내 품에 안기기를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내게는 굴이 있으니까, 좋은 돌이 이루어낸 산자락의 굴이 있으니까. 여름에는 햇볕도 닿지 못하고, 겨울에는 추위가 파고들지 못하는 굴이 있으니까. 내게는 포도송이 늘어진 포도나무가 있고, 이 포도나무에는 금빛 포도송이도 달려 있고, 보랏빛 포도송이도 달려 있으니까. 내게는 모든 것이 넉넉하다. 내 집에 오면 그대는 그대 손으로 응달에서 익은 딸기도 딸 수가 있다. 가을이면, 버찌와 자두도 있고, 물이 많은 흑딸기는 물론이고 갓 따낸 밀랍같이 말랑말랑한 노랑 딸기도 있다. 그대가 내 아내가 되면, 밤이 주렁주렁 열린 밤나무, 열매로 가지가 휘어지는 양매나무도 그대의 것이다.

 

P236

, 놀라워라! 머리에 뿔이 돋은 젊은이 하나가 그 뿔에다 꽃다발을 걸고 그 물줄기 속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겠어? 젊은이의 몸은 허리까지만 물에 잠겨 있었어. 가만히 보니까, 덩치가 커지고 얼굴이 파랗게 변한 것을 제외하면 영락없는 아키스…… 맞아, 아키스였어. 아키스는 강으로 전신했던 것이지. 지금도 이 땅에 있는 강은 <아키스 강>이라고 불리고 있어

 

P239

내 비록 바다 신들의 동아리가 되었고, 내 모습이 이렇게 변했다만 그대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면 무엇하랴. 원컨대 그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글라우코스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몇 마디를 덧붙이려 했다. 그러나 스퀼라는 이미 달아나고 있었다. 달아나는 스퀼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심한 배신감을 느낀 글라우코스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태양신의 딸인 키르케의 아름다운 집을 향해 헤엄쳐갔다.

 

P242

그런 여자를 두고 가슴을 앓기보다는, 그대를 원하고 그대를 따르고자 하는 여성, 그대가 사랑하는 만큼 그대를 사랑하는 여성을 찾아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대는 남의 짝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분이니까요. 그대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랑을 던질 생각이 있거든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세요. 아직은 늦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혹과 우유부단한 태도를 버리세요. 그리고 자기 자신의 외모에 자신을 가지세요.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신의 딸인 나는 이래봬도 여신이랍니다. 게다가 내가 가진 약초의 효험도 만만찮고, 내가 풍기는 매력 도한 만만찮답니다. 그러니, 나를 차지할 생각을 해보세요. 그대를 능욕한 계집일랑 잊어버리고, 그대를 따르고자 하는 나를 따르세요. 그대 마음먹기에 따라 나는 그대의 것이 될 수 있고 그대는 내 것이 될 수 있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피차 어울리는 일일 테니까요. 그러나 키르케가 이렇게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글라우코스는 딴소리를 했다. “스퀼라가 살아 있는 한, 바다에 들풀이 돋고, 산꼭대기에 해초가 자랄지언정 스퀼라에 대한 내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P244

글라우코스는 스퀼라의 이 무서운 변신과 기구한 스퀼라의 팔자를 슬퍼하며, 약초를 쓰되 지나치게 잔인하게 쓴 키르케의 구애를 피해 멀리 도망쳤다. 스퀼라는 거기 그자리에 머물렀다. 후일 스퀼라는, 오뒤세우스의 배를 난파시키고 수많은 이타카 용사들을 죽임으로써 키르케에게 복수했다.

 

P259

키르케가 장군을 반갑게 맞아들이고, 우리에게 먹였던 약초즙을 권한 다음 조그만 지팡이로 머리를 건드리려는 순간 장군은 이 여신을 바닥에다 쓰러뜨리고는 칼을 뽑아 목에다 들이대었네. 장군의 이런 태도에 기겁을 한 키르케는 그제야 장군에게 항복했지. 키르케는 화해의 손을 내밀면서 장군에게 지아비가 되어달라고 했고, 장군은 지아비가 되어 줄 테니 혼인 선물로 우리를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라고 요구했네.

 

P263

나를 사로잡은 그대의 그 아름다운 눈, 여신은 나를 사로잡아 이렇듯 부끄러움을 모르게 한 그대의 아름다운 청춘에 기대어 드리는 말씀이니, 들으소서, 원컨대 내게 친절을 베푸시어 나를 사랑해 주시고, 만물을 내려다보시는 태양신의 사위가 되소서, 마음 문을 여시되, 티탄의 딸인 이 키르케를 욕보이지 마소서

그러나 피쿠스 왕은 키르케 여신이 애원을 일언지하에 거절했어요. 어러면서요. “그대가 누구신지 모르나 나는 그대 사람이 될 수가 없어요. 나는 이미 다른 여성의 포로가 된 몸, 오래오래 이렇게 포로로 머물고 싶어하는 사람이랍니다. 그러니 운명의 여신이 나와 야누스의 딸 카넨스를 떼어놓지 않는 한, 혼외의 사랑을 유혹하여 사랑의 맹세를 깨뜨리게 하지 마시오키르케 여신은 몇 번이고 애원했지만 허사로 돌아가자 이렇게 외쳤어요. “ 곧 이를 후회하게 될 것이다. 사랑의 상처를 입은 여자의 원한이 얼마나 깊고 무서운가를 알게 될 테니. 이제 그대는 카넨스에게로 돌아갈 수 없을 게다.”

 

P269

그러나 성미가 불 같은 아크몬은 의기소침해 있는 내 부하들을 꾸짖었습니다. “전우들이여, 그렇게 험한 고초를 겪고도 겁을 먹는가?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것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고초는 이제 없다. 베누스 여신이 이 이상 우리를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두려움은 인간을 허약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러나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은 오히려 그 역경을 짓밟을 수 있는 법이다. 우리가 이 역경을 밟을 수 있을 때, 우리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베누스 여신이 내 말을 듣고 있다고 하더라도 할말은 하겠다. 베누스 여신이 디오메데스의 부하들을 증오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이 그렇지만, 나는 할말을 하겠다. 우리는 여신의 증오를 비웃어주자. 우리는 여신의 증오를 비웃어줄 만큼 강해져야 하는 것이다.

 

P273

저희들 손으로 불을 질렀던 트로이아 유민들의 함대가 바다의 요정 무리로 전신하는 것을보았으니, 루툴리 족은 전쟁을 포기했을 범하다. 그러나 루툴리 족의 우두머리 투르누스는 버티었다. 그래도 그에게는 편을 들어주는 신이 있어고, 편들어주는 신보다도 더욱 귀한 용기가 있었다. 이때부터 전쟁은 장인의 유산과 신부 라비니아를 쟁취하기 위한 전쟁이 아니었다. 양군이 바란 것은 오직 승리, 전쟁의 승리뿐이었다. 양군은 이제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싸워서 이겨야 했다. 그러나 아이네이아스에게는 베누스 여신이 있었다. 베누스 여신은 전세를 역전시키고 아들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투르누스는 패자가 되었다.

 

P275

늘 저에게 친절하신 아버님, 다시 한번 친절을 베푸시어 하찮은 자리라도 좋으니 제 아들 아이네이아스에게 신성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아이네이아스는 아버님의 손자이자 핏줄에 제 피가 흐르는 제 아들입니다. 스튁스 강을 건너, 저 무서운 저승으로 가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할 테니까요.” 열석했던 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들의 왕비인 유노 여신도 표정을 부드럽게 지었다. 그러자 신들의 지배자인 유피테르 대신이 말했다. 너에게는 천성으로부터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너에게는 아들의 신위를 요구할 자격이 있고, 네 아들은 신위에 오를 자격이 잇다. 네가 소원한 대로 되리라

 

P284

노파로 변장한 베르툼누스 신은 이런 말로 포모나를 꾀었으나 보람이 없었다. 그는 그제서야 변장을 풀고 젊고 잘생긴 본 모습을 드러내었다. 세월의 흔적인 주름살을 벗고 베르툼누스신은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포모나 앞에 나타난 것이다. 흡사 태양이 그의 얼굴을 가리던 구름을 벗겨버린 것 같았다. 베르툼누스 신은, 노파로 변장한 자신에게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던 포모나를 힘으로 도모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베르툼누스 신의 잘생긴 모습을 보는 순간, 포모나의 마음도 베르툼누스의 마음처럼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P286

로물루스가 굳게 잠갔지만 유노 여신은 성문 중 하나를 이들에게 열어주기로 작정했다. 유노 여신은 성문의 빗장 중 하나를 소리없이 벗겼다. 빗장이 벗겨지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베누스 여신뿐이었다. 그러나 베누스는 손을 쓸 수 없었다. 신들의 세계에서는 한 신이 한 일을 다른 신이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P294

당시의 관습에 따르면, 죄수를 유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검은 돌, 무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흰 돌을 항아리에 던져 넣어 유죄, 무죄 여부를 평결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뮈스켈로스가 재판을 받을 당시에도 평결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죠. 사람들은 무정하게도 항아리 속으로 검은 돌만 던져 넣었습니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분명히 검은 돌만 항아리로 들어갔는데, 재판관이 이 항아리의 돌을 쏟았을 때는 검은 돌이 모조리 흰 돌로 변해 있었던 것입니다. 헤르클레스가 손을 써준 덕분에 뮈스켈로스는 무죄 평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P296

우리 몸을 살찌우기 위해, 우리의 탐욕스러운 배를 채우기 위해, 다른 동물의 살을 먹다니, 이 어찌 사악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산 것이 죽은 것을 먹다니, 이 어지 사악하다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들 어머니 중에서도 가장 자비로운 어머니신 대지가 우리에게 모자라지 않게 베풀어주는데도 불구하고 흡사외눈박이 거인들처럼 사악한 이빨을 다른 짐승에게 박다니요? 다른 동물을 죽이지 않고는 탐욕스러운 배를 채울 수 없다는 말인가요?

 

P297

누군가가 고기를 그 탐욕스러운 목구멍으로 삼키는 사자를 보고는 이를 부러워하고 나쁜 전례를 만들면서 인간은 죄업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 자로 인하여 인간이 칼에다 다른 동물의 피를 묻히는 일이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때는, 우리 인간을 해치려는 동무란 인간의 칼에 희생되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때의 인간은 아무 죄의식도 느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났어야 했습니다. 죽일 이유는 있었지만 먹을 이유는 없었을 테니까요.

 

P298

인간은 이런 죄를 저지르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이번에는 신들을 이 사악한 저희의 수호자로 상정하고, 이런 짐승을 죽여 바치면 하늘의 신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릅니다.

 

P299

신들께서 내 입을 주관하시므로 지금부터 그 분들의 뜻을 좇아, 내가 사랑하는, 내 가슴에 있는 델포이의 비밀, 하늘의 비밀을 그대들에게 밝히 드러내고, 내 정신의 신탁을 그대들에게 전하려고 합니다. 내가 지금부터 누설하려는 것은 일찍이 어떤 지성도 밝힌 것이 없는, 장구한 세월을 비밀의 너울에 가려져 있던 참으로 중요한 비밀입니다.

 

P299

나는 이 땅, 이 무지한 땅을 떠나 저 하늘에 높이 뜬 별 사이를 여행하기를 즐깁니다. 구름 위에서 저 거인 아틀라스의 어깨위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 지향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인간을 내려다보며 운명의 두루말이 펼쳐 보이고, 죽음의 공포와 불안에 쫓기고 있는 인간에게 이렇게 말하기를 즐깁니다.

 

P299

그대들이여, 차가운 저승 땅을 두려워하고 있는 그대들이여. 왜 스튁스의 땅을 두려워합니까? 빈 이름뿐인 어둠의 땅, 시인의 망상에나 존재하는 땅, 이 세상에는 존재하니 않는 이땅을 왜 그렇게 두려워합니까? 그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육체라는 것은 화장단에서 재로 화하건, 땅 속에서 오랜 세월 썩어 없어지건, 한번 없어지면 고통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영혼은 영원합니다. 이 영혼이라는 것은, 원래 있던 곳을 떠나면 다른 집을 찾아들어가 거기에 다시 거합니다.

 

P300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 짐승의 육체에 있다가 인가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고, 인간의육체에 있다가 짐승의 육체에 기들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돌고 돌 뿐,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P300

영혼은 어디에 가든 처음의 영혼 그대롭니다. 다만 다른 형상 안에 자리를 잡았을 뿐입니다. 그대들에게 경고합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것을 음식으로 삼음으로써, 인간이라는 고귀한 지위를 더럽히지 마십시오. 잔인무도한 살육으로, 인간의 혼과 똑 같은 혼을 그 거처에서 쫓아내는 짓을 삼가십시오. 피로써 피를 살찌우면 안 됩니다.

 

P300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드러난 것은 단지 찰나적인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항상 흐릅니다. 강처럼 흐릅니다. 강물에, 어디 가만히 정지해 있는 순간이 있던가요? 물결은 다른 물결에 밀립니다. 그 다른 물결은 또 다른 물결에 밀리면서 앞에 있는 물결을 밀어냅니다. 그래서 순간순간 물결을 밀고 밀리면서 흐르는 것입니다. 앞에 있던 것은 뒤로 쳐지고, 오지 않았던 것이 옵니다. 그래서 시시각각으로 자리바꿈을 하는 것입니다.

 

P303

처음의 모양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무궁무진한 자연의 조화는 귾임없이 이 물건으로 저 물건을 지어냅니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이 우주에 소멸되는 것은 없습니다. 변할 뿐입니다. 새로운 형상을 취할 뿐입니다. <태어남>이라는 말은, 하나의 물상이 원래의 형상을 버리고 새 형상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죽음> 이라는 말은, 그 형상대로 있기를 그만둔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변해서 저것이 되고 저것이 변하여 이것이 될지언정 그 합은 변하지 않습니다.

 

P306

물이, 새로운 형상을 지어내거나, 지어내는 데 큰 몫을 한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P308

발화 물질이 떨어지면 불을 뿜을 수는 없겠지요. 대지가 끊임없이 이런 물질을 공급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원래 불이라는 것은 탐욕스러워서, 끊임없이 태울 것을 요구하는 범입니다. 하지만 태울 것이 없는데 무엇을 태우겠습니까? 결국은 이 화산도 굶다 보면 황량한 굴 하나만 남길 것입니다.

 

P308

그대들은 확실한 증거로 이러한 풍문을 증명하라고 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대들은, 세월의 조화로 혹은 열기의 조화로, 큰 동물의 썩은 몸에서 작은 동물이 태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가령 살진 황소를 잡아 땅에 묻어놓아 보십시오. 이 시체가 썩으면 거기에서 벌이 날아 나와 꽃을 찾아 다니면서 꿀을 빱니다. 이 벌들이 늘 논밭을 좋아하고, 부지런히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가을걷이의 희망에 부풀어 있는 것은 바로 이 벌들이, 논밭과 일을 좋아하고, 가을걷이의 희망에 부풀어 있던 소의, 썩은 살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P312

여신의 아들이시여, 제 예언을 귀담아들어주십시오. 그대가 살아 있는 한 트로이아가 완전히 멸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대는 이 땅을 떠나게 됩니다. 불과 칼이 그대에게 길을 내줄 것입니다. 그대는 트로이아 부활의 상징과 더불어 먼 길을 여행하여 마침내 그대의 고향이나 그대가 지키던 트로이아보다 그대를 더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이국에 이를 것입니다. 지금 내 눈에 그 이국의 땅이 보이는 듯합니다. 과거에 보았던 어떤 당보다 넓은 땅, 지금 우리가 아는 어떤 땅보다 넓은 땅, 앞으로 우리가 알게 될 어떤 땅보다 더 넓은 땅이 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다른 지도자들도 그 땅을 차지하려고 나설 것입니다만, 이 땅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율루스의 핏줄에서 태어나는 지도 자뿐입니다. 그만이 이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나타나면 땅도 그를 찬양할 것이고 하늘도 그를 찬양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는 이 세상을 떠나 하늘에서 영생할 것입니다.

 

P313

나는 헬레노스가 아이네이아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네이아스는 가정의 수호신과 함께 트로이아를 떠났습니다. 다행히도 트로이아 유민들의 성벽이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스 군의 승리는, 이렇게 해서 트로이아 인들에게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P313

하늘과, 하늘 아래 있는 만물은 다 끊임없이 변합니다. 땅과, 땅위에 있는 만물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피조물의 하나인 우리 인간도 변합니다. 우리라는 존재는 육체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날개 달린 영혼도 여기에 깃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날개 달린 우리의 영혼은 들짐승의 가슴을 찾아 들어갈 수도 있고, 가축의 가슴을 찾아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다라서 우리는 이러한 짐승들을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짐승의 몸에 어쩌면 우리 부모형제나, 우리 친척, 우리와 같은 인간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인간이라는 이 예사롭지 않은 지위를 불명예스럽게 하거나 튀에스테스식 식사로 우리의 배를 채우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맙시다.

 

P314

소에게는 쟁기나 끌게 하십시오. 그러다 나이를 먹어 죽게되면 그 죽음을 슬퍼해 주십시오. 양으로부터는, 우리를 북풍에서 지켜줄 양털이나 얻어냅시다. 염소로부터는 젖을 얻는 것으로 만족하십시오. 짐승을 속이는 함정이나 올가미나 그물 같은 것은 이제부터라도 쓰지 마십시오. 깃털을 꽂아 만든 가짜 새로 새들을 속이지 말고, 소리로 유인하여 사슴을 죽이지 말며, 꼬부라진 낚시 바늘을 미끼로 감춰 물고기를 속이지 마십시오. 해로운 짐승은 죽이되 죽이는 것으로 만족하십시오. 그 고기가 우리 입으로 들어가게 하지는 마십시오. 거친 음식으로 만족하십시오.

 

P314

전설에 따르면 누마 왕은 이 사람의 가르침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와 백성들의 천거를 받아들여 라티움의 통치자가 되었다. 통치자가 된 누마는, 요정이었던 아내와 카메이나의 도움을 받아 종교적인 제사를 가르치고, 그 이전까지만 해도 전쟁밖에 모르던 국민들에게 평화를 가르쳤다. 그러던 중 나이가 들어 이 세상을 떠나게 되자 라티움의 온 백성은 귀천을 불문하고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러나 가장 슬퍼한 것은 역시 그의 아내였다. 그의 아내는 라티움을 떠나 아리키아에 있는  한 계곡을 은둔처로 삼고 파묻힘으로써 세상과는 인연을 끊었다.

 

P316

제발 고정하시오. 슬퍼해야 할 사람이 그대 하나뿐인 것은 아니오. 그대가 당한 것과 비슷한 슬픔을 당한 사람들 생각도 좀 하시오. 그러면 그대의 슬픔은 하찮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오. 내게도, 내가 당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슬픈 일이 있었소.

 

P318

그러나 타인의 슬픔이나 고통은 에게리아의 슬픔이나 고통을 줄여줄 수 없었다. 에게리아는 산기슭에 엎드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포에부스의 누이인 디아나 여신은 애통해하는 과부를 불쌍하게 여기고 이 에게리아의 몸을 샘으로 만들었다. 에게리아의 몸은 늘 맑은 물이 고이는 샘이 된 것이었다. 디아나 숲의 요정들은 이 전신의 기적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마존의 아들도 이 놀라운 기적에 기겁을 하고 아연해할 뿐이었다.

 

P322

그러나 백성들은 장군의 머리에서, 명예의 상징인 월계관을 벗겨놓고 있기가 송구스러웠다. 그래서 그 관을 다시 씌워주었다. 장로들은, 키포스를 성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는 대신, 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 빛나는 영광에 대한 답례로, 황소 여러 마리를 맨 쟁기를 주었다. 해뜨고 나서부터 해질 때까지 이 쟁기로 둥그렇게 땅을 긁게 하고는 그 안의 땅은 모조리 그에게 주기로 한 것이다. 영광의 보답이 이로써 만족스럽지 않다고 여겼던지 백성들은 이를 오래오래 기리기 위해 청동으로 된 성문 기둥에다 이 영웅의 불가사의한 뿔을 상징하는 뿔 문양을 새겨넣었다.

 

P325

두려워 말아라. 여기에는 허깨비를 하나 만들어 세워놓고 내가 가리라. 내 지팡이를 감고 있는 이 뱀을 자세히 보아두어라. 이 뱀을 잘 보아두면 나를 알아볼 수 있으리라. 나는 뱀으로 둔갑해서 너희에게 나타날 것이다만 이 지팡이의 맴보다는 훨씬 클 것이다. 그래야 둔갑한 신의 위의에 어울리지 않겠느냐

 

P329

이윽고 뱀 모습을 한 의신은 세계의 수도 로마에 입성했다. 의신은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목을 돛대에 올려놓고는, 자신이 집으로 삼을 만한 곳을 찾느라고 좌우를 둘러보았다. 튀브리스강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에, 강이 두 개의 긴 팔로 조심스럽게 안고 있는 듯한 땅이 있다. 사람들이 이 땅을 ()이라고 했다. 포에부스의 피를 받은 이 신사는 뱅서 내려 이 섬으로 들어갔다. 신이 뱀의 모습을 버리고 신의 모습을 드러내자 로마의 역질은 그것으로 끝났다. 이 신이 로마를 구한 것이다.

 

P335

유피테르 대신은 천궁과, 우주의 삼계를 다스리시고 아우구스투스께서는 이 땅을 다스리신다. 이 두 분은 모두, 그 다스리시는 세계의 아버지시자 지배자이시다.

 

P336

결사

이제 내 일은 끝났다.

유피테르 대신의 분노도, 불길도, 칼도, 탐욕스러운 세월도 소멸시킬 수 없는 나의 일은 이제 끝났다. 내 육체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은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변신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저자인 오비디우스는 로마에서 사랑의 기술로 성공한 시인이기 때문에 사랑의 묘사에 익숙하고 사랑의 미묘한 감정선을 잘 나타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신화의 사랑 이야기는 약간 비현실적이기는 하나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어찌 보면 신화에서 찾은 사랑의 기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움직이고 개개인은 운명에 따라 삶을 살아가지만 우연은 운명이 되어 한 사람을 막다른 골목이나 절벽으로 내 몰고 있습니다. 변신이라는 것은 진정한 사랑만이 이룰 수 있는 또 다른 경지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변신 이야기는 역사 이야기입니다. 결국 저자인 오비디우스의 시점까지 내려오기 위해 긴 역사를 더듬어서 연결해 놓았습니다. ? 세상의 처음에서부터 살펴 보니 지금 왕이 최고더라는 겁니다. , 쫓겨난 로마의 왕에게 당신이 알고 보니 대단한 신의 아들이라고 칭송하는 것입니다. 그 정당성을 그리스 신화를 빌려오고 이를 연결해서 아우구스투스에게 바칩니다. 그러고 보면 또 다시 왕에 바치는 연가입니다. 신화 이야기는 그의 황제에 대한 사랑을 전달하는 매개체입니다. 이야기 중에 오비디우스는 지속적으로 신화를 현실세계로 끌고 내려옵니다. 변신의 양태를 일반화 시킵니다. 그리하여 현신한 오비디우스를 나타냅니다.

 

변신 이야기는 변화의 이야기 입니다. 세상은 머무를 수 있는 것들은 하나도 담아 놓지 않은 큰 그릇입니다. 그릇 이상입니다. 그러니 한시도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전신을 여러 군데에서 모티프로 하여 세상의 만물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음을 나중에 밝힙니다. 그러니 함부로 하지마 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짐승에도 영혼이 있다라고 하면 믿겠습니까? 믿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신화를 통해 무수히 많은 전신을 보여주었으니 짐승에도 영혼이 있다고 하는 말이 설득력을 갖게 합니다. 이 부분은 오늘날 시적으로 현실적으로 음미해볼 만 합니다.

 

이 책은 역사적인 서사로 기술되어 있지만 상호 간의 연결성은 매우 느슨한 이야기 책입니다. 따라서 앞의 시대와 뒤의 시대가 연결되는 듯하지만 토막 난 이야기들로 혼란스럽기도 하고 되려 재미있기도 합니다. 여러 번 읽기를 하면 상황에 맞는 감정과 표현의 절묘함에 대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보입니다. 현실감 있는 묘사는 책의 분량과 서사답지 않게 세밀하여 마치 신화가 살아 움직이는 현실과 같이 느끼게 하는 이 책의 핵심적인 가치라고 봅니다. 두고 두고 여러 번 읽기를 해야겠습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드러난 것은 단지 찰나적인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항상 흐릅니다. 강처럼 흐릅니다. 강물에, 어디 가만히 정지해 있는 순간이 있던가요? 물결은 다른 물결에 밀립니다. 그 다른 물결은 또 다른 물결에 밀리면서 앞에 있는 물결을 밀어냅니다. 그래서 순간순간 물결을 밀고 밀리면서 흐르는 것입니다. 앞에 있던 것은 뒤로 쳐지고, 오지 않았던 것이 옵니다. 그래서 시시각각으로 자리바꿈을 하는 것입니다.

 

책의 아쉬운 점은 연결고리가 느슨해서 읽는데 민담을 읽는 듯하여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면이 있습니다. 풍부한 내용과 묘사는 감탄해 마지 않지만 내용 내용의 연결은 따분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니 한 토막 읽고 나면 다음 토막을 기대하는 맛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구본형 선생님의 그리스인 이야기가 계속 겹쳐졌습니다. 시대적으로 그리스 로마 이야기를 풀어서 이야기간의 엇갈림을 줄이고 불필요한 이야기를 빼서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게 한 부분이 좋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리스 신화에 익숙한 (개인적으로 그리스 신의 이름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사람에게는 커다란 혼돈을 줍니다. 라틴어에 익숙하지도 않고 그리스어에 익숙하지도 않은 저희로서는 가계도를 만들지 않고는 그 이름을 재확인 하지 않고는 도통 이해가 안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이 이 책의 불편한 점입니다.

 

내가 저자라면 현재에 맞게 아우구스투스를 염두에 둔 부분들을 모두 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로마로 이어지는 신화의 정통성을 유지하되 로마의 건국신화 수준까지만 정리하면 좋겠습니다. 특히, 카에사르 부분은 빼고 싶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대부분이 치정이므로 사랑이야기를 신화로 풀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신화를 통해 풀어나가며 현대인의 심리와 신화의 극한 결정들을 교차시키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사랑이 모든 것을 변화시킵니다. 좋은 사랑도 나쁜 사랑도 말입니다. 좋은 사랑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요 나쁜 사랑은 한 쪽만 바라보는 것인데 그 것도 사랑이니 아프다는 걸 잘 보여주는 게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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