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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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끝
2007년도에 마음을 다잡는 의미에서 새롭게 전념할 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오랜 기간 거절해오던 부지점장을 하게 되었다. 그때 같이 일했던 상사의 탐욕은 끝이 없었으며,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야비함과 잔인한 폭력성을 수시로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부지점장들의 목표는 빨리 지점장이 되는 것이다. 지점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일도 잘해야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같이 일하고 있는 지점장의 인사고가였다. 그때의 지점장은 이 구조를 십분 이용한 사람이었다. 부지점장들에게 지점장의 꿈을 그려주며 서로 경합하게 하고는, 언제나 자기한테 유리한 지점에서 말과 태도를 바꾸었다. 그랬기에 적도 많고 추문도 많았지만, 천의 얼굴을 가진 이 사람은 아주 튼튼한 동아줄을 쥐는 법도 알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오랜 기간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사람이 무섭고 치가 떨리도록 싫었다. 불합리한 것을 보고 참지 못하는 난 그 상사의 무식함과 욕망에 돌을 던질 용기가 없어 말을 꾹꾹 참아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마음과 몸에 병이 생겼고, 결국은 내가 선택한 길을 수정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물론 그 상사에게도 끝은 있었다.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아는 이가 없다. 본인의 언행이 제 팔다리와 몸통을 뜯어 먹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수요일에 있었던 ‘세월호’의 침몰은 에뤼식톤을 생각나게 한다. 에뤼식톤은 자본주의가 들어오기 훨씬 이전의 삶을 살았지만, 이미 철기 시대에 들어서면서 인간들의 악행은 시작되었고, 철보다도 더 위험한 황금이 인간의 손안으로 들어가면서 추함의 극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온 땅의 물이라는 물은 다 받아 마시고도 배가 차지 않는 것처럼, 온 산의 나무라는 나무는 다 태우고도 더 태우고 싶어하는 것처럼 인간의 탐욕의 끝은 세월호의 비극을 보여주었다.
국민과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세월호는 아직 주민등록증도 발급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의 꽃봉오리 같은 목숨이 넵투누스를 통해 플루토의 세계로 들어가게 했다. 그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참담하고 창피했다. 아직 수색작업을 계속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의 확률은 희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학생들이 아직 타이나로스 문을 통과하지 않았기를, 스튁스의 땅에 발길이 닿지 않았기를, 진정한 기적을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죽음….지난 며칠간은 이 단어 때문에 괴로웠다. ‘나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삶과 쌍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람들이 입에 올리기 꺼려하는 이 단어에서 나는 삶을 항상 마지막처럼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저희들 산 것들은, 산 것들의 동아리들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한다는 팔자를 타고 태어났습니다. 빨리 오든, 늦게 오든 필경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합니다. 저희들은 모두 이곳으로 오고 있으며 이곳은 저희들 최후의 안식처입니다. 인간은 이곳에 와서 영원히 이곳의 신이신 저승 왕의 지배를 받아야 합니다.’
맞는 말이다. 누구나 다 죽음과 가까워 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이가 먹을수록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세월호’에 탄 아이들은 아직 이 세상을 구경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아이들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의 현실은 스무 살 이전의 삶은 교실과 칠판만 봐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풍파를 겪더라도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지 못한 아이들이다. 수 없이 변해오다 정착한 꿈이라는 단어에 몸을 던져보지 못한 아이들이다. 아직 자신의 가능성을 피워보지도 못한 아이들이다. 죽음이라는 단어에 이 아이들의 짧은 생을 대입하기에는 너무 불편하다.
어른들의 욕심이 어린 아이들의 꽃을 꺾는 손이 되었음이 부끄럽다. 어디 세월호뿐일까. 지구촌이라는 구호아래 자신의 세력을 넓히며 땅 따먹기를 하고 있는 거대기업이나 자본도 있지 않은가. 이쯤에서 신중의 신 난봉꾼인 유피테르의 존재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 존재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은 윤리도 지성도 아닌 힘이었다. 어쩜 거대기업이나 자본도 유피테르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욕망의 뒤 꽁무니가 아닌 세월의 끝을 생각하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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