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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1일 11시 57분 등록

1.저자에 대하여- 푸블리우스 오비디우스 나소(Publius Ovidius Naso)BC43~AD18

<시인 이전의 삶>

오비디우스는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치 술모에서 푸블리우스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지방의 부유한 기사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 덕에 일찍 로마로 유학하여 관리가 되기 위한 필수교육인 수사학웅변술을 배웠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모의 바램이 자식에게 투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나 보다. 아버지는 법조계로 진출하기를 원했으나, 오비디우스는 화려한 사교를 즐겼다. 또한 문화의 중심지 아테네로 유학을 하고 로마로 돌아와 관리 경력을 쌓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의 길, 시인이 되고자 마음을 먹는다.

<시인으로서의 삶>

시인이 되고자 결심을 했을 때, 문인들을 후원하는 메살라 코르비누스에 발탁되어 당시의 유명 문인들과 교류를 갖게 된다. 티불루스 등의 시인 서클에 가담, 당시 유행했던 엘레게이아풍의 연애시로 필재를 휘둘러 명성을 얻었다. 어떻게 하면 이성의 호감을 살 수 있는지 속삭여주는 <사랑의 기술>, 실연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사랑의 치료약> 같은 작품은 그에게 커다란 성공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책은 동전의 양면처럼 성공만 가져다 주지는 않았다. 오비디우스가 활동하는 시대는 아우구수투스황제에 의해 팍스로마나가 실현되고 있을 때였다. 아우구스투스황제는 정신 혼인법간통 및 혼외정사에 관한 법을 제안하여 성립시킨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풍속을 문란케 했다고 하여 황제의 노여움을 샀다.

그 후 연애시와는 결별하고 기원전 2년경부터 필생의 대작 <변신이야기(Metamorphoses)>를 쓰게 되고 <로마의 축제들>도 함께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서기 8년 황제로부터 돌연 로마 추방을 선고 받고 흑해 서안 오지로 유배를 당하는데, 이 추방에 얽힌 경위는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사랑의 기술>과 또 1가지 죄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죄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며 그저 범죄가 아니라 무분별한 짓이었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이것 때문에 아우구스투스황제의 딸 율리아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아닐까, 하는 추측으로 후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기도 하지만, 율리아는 간통 때문에 서기 2년부터 유배생활을 했기에 어쩌면 이 소문은 율리아의 딸 율리아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반이 화려했던 것에 비해 후반은 비참했다. 오비디우스의 아내는 로마에 있었으므로 혼자 흑해 연안의 벽지 토미스에서 호소와 애원이 담긴 서신을 고국에 띄우며 10년을 보냈다. 그 시절의 비참하고 쓰라린 마음을 쓴 <비탄의 노래> <흑해에서 보낸 편지>가 말해준다. 그리고 오비디우스는 AD18년에 레테의 강을 건너 플루토의 세상으로 들어갔다.

 <오비디우스의 작품>

<사랑의 기술>, <사랑의 치료약>, <비탄의 노래>, <흑해에서 보낸 편지>

<변신이야기>: 변신에 초점을 맞추고 그리스로마신화를 재구성한다.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말한 그의 이야기도 향후 수많은 문학의 모티브가 된다라틴어가 문학 언어였던 중세시대를 <기독교와 오비디우스의 시대>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시인과 화가의 상상력을 자극시켰음을 뜻한다.

<로마의 축제들>: 로마 시대의 축제들을 월별로 묶어 설명해주는 서사시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세시풍속 안내서인 셈인데, 여기서 오비디우스는 로마 축제들의 기원과 관습을 설명해주고 별자리에 얽힌 신화를 들려주고 로마 역사상의 흥미로운 일화들을 전해준다. 미완성인 탓에 이야기는 1월 초하루에 시작해 630일로 끝난다.

<오비디우스에 대한 나의 생각>

오비디우스의 자유로운 연애관이나 사교를 좋아하는 성격은 어쩌면 지금의 시대와 더 잘 맞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시대에 이런 글을 썼기에 후대에 작품과 명성을 남겼지만, 오비디우스 후반의 삶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특히 변신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로마 황제의 신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써 내려간 글들은 더 그렇다. 그 상황이 오비디우스를 그렇게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앞뒤 문맥이 자연스럽지가 않고 어거지로 끼워 맞추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변신이야기의 공통주제는 변신과 사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내포하고 있는 신들의 사랑이 다소 경망스럽고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오비디우스의 사랑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오비디우스는 그 세상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2.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변신이야기 1>

1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

15 마음의 원에 쫓기어 여기 만물의 변신 이야기를 펼치려 하오니, 바라건대 신들이시여, 만물을 이렇듯이 변신하게 한 이들이 곧 신들이시니 내 뜻을 어여쁘게 보시어 우주가 개벽할 적부터 내가 사는 이날 이때까지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소서.

>그대의 이런 노력 때문에 이 책을 보게 된 것이 영광이로소이다.

16 이 같은 반목에 종지부를 찍은 이는, 이런 요소들보다는 훨씬 빼어난 자연이라는 신이었다. 신에 다름아닌 이 자연은 하늘로부터는 땅을, 땅으로부터는 물을, 무주룩한 대기로부터는 맑은 하늘에 떼어놓았다. 자연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지경에서 이들을 떼어내고는 서로 다는 자리를 주어 평화와 우애를 누리게 했다.

19 이렇듯이 모든 것들이 제 몫의 거처에 자리를 잡자, 오랫동안 혼돈의 덩어리 안에 갇혀 있던 별들이 하늘 하나 가득 찬연히 빛나기 시작했다. 빈 곳이 있으면 거기에 사는 것이 있어야 마땅한 법이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19 그러나 이 짐승들보다는 신들에 가깝고, 또 지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다른 생물을 지배할 만한 존재는 없었다. 인류가, 인간이 창조된 것은 이즈음이었다.

20 한 처음은 황금의 시대였다. 이 시대는 관리도 없었고 법률도 없었다.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알아서 서로를 믿었고 서로에게 정의로웠다. 이 시대 사람들은 형벌도 알지 못했고 무서운 눈총에 시달리지 않아도 좋았다.

>나에게 선택의 기회가 있다면 이 시대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

22 마지막으로 온 시대는 철의 시대다. 이 천박한 금속의 시대가 오자 인간들 사이에서의 악행이 꼬리를 물고 자행되기 시작했다. 인간은 순결, 정직, 성실성 같은 덕목을 기피하고 오로지 기만과 부실과 배반과 폭력과 탐욕만을 좇았다.

23 이로써 유해한 철과, 철보다도 더 위험한 황금이 속속 인간의 손안으로 들어갔다. 금속이 나돌자 사사로운 싸움은 곧 전쟁으로 번졌다.

>이로써 인간은 가장 추해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24 대지는, 이로써 제 혈통이 끊어질 것을 염려하는 마음에서 이 뜨거운 피에다 생명을 불어넣어 인간의 모습으로 환생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인간은 거인들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이들이 올륌포스 신들을 업수이 여기는, 흉포하고 잔인한 족속이었던 것을 보면, 피에서 태어난 피의 자식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37 내 짐작이 그리지 않다면, 여신의 뜻이 이르시는 어머니는 곧 대지일 것이요, 어머니의 뼈는 곧 돌이 아닐는지….

38 우리가 힘드는 일도 수나롭게 해내는 강인한 족속인 까닭은 이로써 설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39 물과 물은 비록 상극이기는 하나 습윤한 온기는 만물의 근원이었다. 말하자면 물인 습기와 불인 온기가 조화를 이루어야 생명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어디 이뿐이랴. 암과 수, 낮과 밤, 선과 악서로에 대한 존재의 이유이며 조화를 이루는 삶의 조건일 것이다.

43 하나는 사랑을 목마르게 구하게 만드는 화살, 또 하나는 사랑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게 하는 화살이었다. 사랑을 목마르게 구하게 하는 화살은 금화살이었다. 이 금화살 끝에는 반짝거리는, 예리한 촉이 물려있었다. 그러나 사랑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게 만드는 화살에는 납으로 된 뭉툭한 촉이 물려 있었다.

>사랑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게 하는 화살….아마 증오도 사랑의 자식이 아닐까?

54 내가 죽어버리면 이 기구한 팔자를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아도 좋을 터이나, 내가 신이라는 것이 한스럽구나. 신이라서 죽음의 문이 내 앞에서 닫혔으니, 영원히 슬퍼해야 하는 이 팔자를 어쩔꼬

>영생을 얻으려고 불로장생을 구했던 진시황은 이런 비극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2 신들의 전성시대

78 세상을 태우던 불길이 하루만이나마 세상을 비추었다는 이야기가 묘하다. 그러고 보면, 재앙이라고 해서 반드시 유익한 바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모양이다.

81. 나도, 운명의 여신이 내게 맡긴 일을 이만하면 어지간히 한 셈이다. 이 일 때문에 나는 천지창조 이래로 한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밑도 끝도 없는 이 일, 이제 신물이 난다. 내 노력이 나를 명예롭게 한 바도 없다. 몰고 싶은 신이 있으면 태양 수레를 몰아보라지. 지원자가 없고 신들이 하나같이 발을 뽑으려하면 유피테르 자신에게 맡기면 되고…. 내 천마를 다스려보면, 그 동안만이라도 아비로부터 자식을 빼앗았던 저 저주스러운 벼락을 놓아야 할 테지. 저 거칠디거친 천마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되면, 그 천마 잘못 다스린다고 벼락으로 때릴 일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고

>신의 불평과 슬픔이 인간과 다르지 않다. 자식을 잃은 아비의 슬픔과 태어나 한 번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아비의 무게가 인간과 같다.

95 그러나 아폴로는 눈물을 흘릴 수가 없었다. 신들에게 눈물은 금기였다. 아폴로가 괴로워하는 모습은, 백정 앞에 선 송아지 같았다. 금방이라도 내리칠 듯이 망치를 오른쪽 귀 위로 번쩍 쳐든 백정 앞의 송아지 같았다.

>아폴로의 감정은 가장 인간과 비슷하다.

105 인비디아의 안색은 창백했고 몸은 형편없이 말라 있었다. 게다가 인비디아는 지독한 사팔뜨기였다. 이빨은 변색된 데다 군데군데 썩어 있었고, 가슴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이 인비디아의 입술과 미소가 감돌게 할 수 있는 것은 남이 고통받는 광경뿐이었다. 인비디아는 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밤이고 낮이고 근심 걱정에 쫓기고, 남의 좋은 꼴을 보면 속이 상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나날이 여위어가는 것이 인비디아였다. 남을 고통스럽게 하면 하는 대로, 자신이 고통스러운 대로 저 자신만 녹아나는 게 바로 이 인비디아였다.

109 사랑을 성취시키려는 마음과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은 원래 조화도 양립도 불가능한 법이다.

3 박쿠스의 탄생 외

118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힐 날이 되어봐야, 그 한살이가 행복한 한살이였는지 박복한 한살이였는지, 드러나는 법이다.

>그러니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사는 날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살면 될 것이다.

129 그러나 유피테르는, 보는 능력을 빼앗긴 테이레시아스에게 대신 예견할 수 있는 눈을 주었다.

142 장애물이 없을 때는 조용히 부드럽게 산 아래로 잘 흘러가던 시냇물이, 나무나 바위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포말을 날리고 소용돌이치면서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4 페르세오스와 메두사 외

158 하지만 사랑은 처녀를 아주 대담한 여자로 만드는 법이야.

>그래서 사랑을 해 보아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사랑은 무의식의 세계를 관장하고 있는 듯 하다.

180 저승 궁으로 통하는 길은 수천 갈래에 이른다. 이 저승궁 사방팔방에 있는 문이라는 문은 모조리 열려 있다. 바다가, 세상의 강이라는 강은 모조리 받아들이듯이 이 저승 궁도 망령이라는 망령은 모조리 받아들인다. 아무리 많은 망령이 들어가도 이 저승 궁이 붐비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저승 궁에서는 살도 없고 뼈도 없는 허깨비 같은 망령들이 어슬렁거린다. 저잣거리로 나오는 망령도 있고, 저승 궁을 도는 망령도 있다. 저 세상에서 익힌 솜씨로 장사하는 망령도 있다. 저 세상에서 지은 죄값을 셈하는 망령도 있다.

>마치 저승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181 유노 여신은 보상을 약속하거나, 지위를 이용해서 협박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들게게 자기를 도와줄 것을 요구했다.

>이 책에서 가장 치졸하게 느껴지는 문구이다. 여신의 위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평상시에 여신의 우아함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으리라.

183 티시포네 옆으로 하나같이 무표정한 <슬픔>, <공포>, <불안>, 그리고 <광기>가 따라붙었다.

5 무우사의 탄생 외

221~222 내 아들아. 내 손이자 내 팔이자 내 기둥인 내 아들 쿠피도야. 세 왕국의 왕 자리를 놓고 제비를 뽑을 때 세번째 제비를 뽑아 그 땅의 왕이 된 저자의 가슴을 너의 그 화살로 꿰뚫어주려무나. 유피테르 신을 비롯, 천궁의 신들조차 네 손 안에 들지 않았느냐? 바다 신들의 우두머리인들 어디 네 화살을 당할 수 있다더냐? 그런데 어째서 타르타르소스 만은 네가 지배하지 못한다는 말이냐? 어째서 저승까지 네 수중에 넣어 네 판도와 내 판도를 넓혀보려 하지를 않느냐? 저승 땅은 세계의 3분의 1이다. 장차 이 저승을 정복하지 못하면 우리는 천궁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게다. 사랑의 신이 휘두르는 권능이 이래서야 되겠느냐?

6 신들의 복수

242 아라크네는 제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오직 이길 수 있다는 일념으로 제 운명과 맞서려 할 뿐이었다.

>지금이라면 오히려 박수를 받았을텐데

249 그러나 이 니오베는 고향 처녀였던 아라크네가 그런 벌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신들을 가볍게 여기면 무서운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제 것으로 따담지 못했다. 다 이 니오베가 교만했기 때문이었다.

266 하기야 인간이 무슨 수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있으랴!

273 그러나 슬픔과 고통은 사람을 강하게 하고 역경과 곤경은 사람을 창조적이게 하는 법이다.

7 영웅의 시대

285 저 용모, 저 고결한 성품, 저 참한 사람됨됨이를 보라. 저런 사람이 나를 속일 것이라고, 내가 베푼 은혜를 잊을 것이라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308 역시 이 세상에는 우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즐거움이란 없는 것인가? 그래서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는 것일까?

322 원래 사랑하는 사람들 가슴에는 불안이라는게 도사리고 있는 법입니다.

>왜 그럴까? 소유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소유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 마음이거늘.

328 사랑이 깊어지면 귀가 얇아지는 법이오.

8 인간의 시대

335 운명의 여신은, 행동하는 인간을 돌보실 뿐, 기도만 하고 있는 인간은 돌보시지 않는다.

335 인간의 근심을 치료하는 전능한 의원인 밤이 찾아왔다.

>그래서 잠을 자고 나면 근심이 어느 정도 사라지나 보다.

344 이카로스, 내 아들아. 내 단단히 일러두거니와 하늘과 땅의 한 중간을 겨냥하여 반드시 그 사이로만 날아야 한다. 너무 올라가면 태양의 열기에 깃이 타버릴 것이요,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젖어 깃이 무거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꼭 하늘과 바다 한 중간을 날도록 하여라. 목동자리, 큰곰자리, 칼을 빼들고 서 있는 오리온자리 같은 별자리에는 신경을 쓰지 말아라. 나를 잘 보고 내가 하는 대로만 하여라.

359 죽음은 죽음을 통해서 화해를 이루게 하고, 사악한 죄악은 사악한 죄악을 통하여 씻기어야 하며, 살육은 살육을 통하여 갚음이 이루지게 하소서. 이러한 죽음과 사악한 죄악과 살육이, 마침내 이 집안을 파멸시킬 때까지 쌓이고 쌓이게 하소서.

371 즉 한번 그 모습이 바뀌면 영원히 그 모습이 있어야 하는 변신이 있고, 수시로 그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둔갑이 그것입니다.

>나는 영원히 모습을 바꿀 수 있기를 꿈꾼다. 여태까지 수 많은 둔갑술로 자위하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기에 이제는 변화를 꿈꾼다.

377~378 바다는 온 땅의 물이라는 물은 다 받아 마시고도 배가 차지 않는지 먼 땅의 물까지 다 받아 마시지요? 탐욕스러운 불길은 온 산의 나무라는 나무는 다 태우고도 나무가 더 있기를 원하지요? 에뤼식톤의 배가 이와 같았답니다. 에뤼식톤은 음식이라는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면서도, 그릇이 비지 않았는데도 더 가져오라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가 먹어치운 음식은 그의 배를 채운 것이 아니고 그의 식욕을 자극한 모양입니다. 그가 먹어치운 음식은 그의 허기를 채운 것이 아니고 허기를 자극했던 모양입니다. (중략) 처녀의 아비 에뤼식톤은, 탈이 둔갑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번번이 딴 주인에게 딸을 팔았더랍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처녀는 말로 둔갑하여, 때로는 새, 황소, 사슴으로 둔갑하여 집으로 돌아왔고 에뤼식톤은 이렇게 되돌아온 딸을 되팔아 허기를 메우어나갔더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준비된 음식을 다 먹고도 성에 차지 않았던 그는 처음에는 제 팔다리, 그것도 모자라 결국은 제 몸을 모두 뜯어먹었다는 이야깁니다.

>사람의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요즘은 이 욕망의 힘이 더 강해졌다. 제 몸을 떠나 남의 몸을 뜯어먹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변신이야기 2>

9 헤라클레스 외

22 참된 것에다 거짓된 것을 섞기 좋아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눈덩이같이 불리기 좋아하는 파마 여신

31 뱀이 낡은 껍질을 벗고 새 비늘이 반짝이는 새 껍질로 거듭나듯이 티륀스의 영웅도 필멸의 육체를 벗고 불사의 몸으로 거듭났다. 인간의 오체를 벗고 새로운 생명을 얻은 그는 이전보다 더욱 위엄 있는 모습으로 거듭난 것이다.

>변화와 거듭나는 것의 모습은 필히 이렇게 되어야 할 것을.

43 그대들은 모두 운명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는 신들이오. 그러니까 그대들은 이를 기인하여야하오. 나 역시 이 운명의 손길은 벗어날 수가 없는 몸인 것이오.

51 먼저 돛으로 바람을 떠보고 나섰어야 하는 것을. 바람을 떠보지도 않고 돛을 올리고 바다로 나섰다가, 배가 돌섬을 받고 난파하는 바람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만 것이 내 신세로구나.

59 사랑에의 욕망을 낳고, 이 욕망을 살찌우는 것은 바로 희망이다.

10 오르페우스의 노래 외

65 저희들 산 것들은, 산 것들의 동아리들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한다는 팔자를 타고 태어났습니다. 빨리 오든, 늦게 오든 필경은 모두 이곳으로 와야 합니다. 저희들은 모두 이곳으로 오고 있으며 이곳은 저희들 최후의 안식처입니다. 인간은 이곳에 와서 영원히 이곳의 신이신 저승 왕의 지배를 받아야 합니다. 제 아내도 다른 산 것들과 마찬가지로, 저 윗세상에서의 한살이를 마치면 신께서 다스리시는 땅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습니다.

69 말하자면 이들이 어른이 되기까지의 인생의 봄과 갓 핀 인생의 꽃을 사랑한 것이었다.

79 죽여버리거나 쫓아버리는 것은 이것들의 모습을 다른 것으로 바꿔버리는 것만 같지 못하겠구나.

87 산 사람들은 모두 근심과 걱정의 짐을 벗어놓고 잠이 든 한 밤이었다.

87 허리를 무수히 찍힌 채, 도끼의 마지막 일격을 기다리면서 어디로 쓰러질지 몰라 사방을 둘러보는 나무처럼, 뮈라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끝없이 망설였다.

11 미다스의 귀는 당나귀 귀 외

110 여자들이 자제를 잃고 나서부터는 오직 광기가 그곳을 지배했다.

114~115 프뤼기아 왕 미다스는, 저에게 횡액이 내린 것도 모르는 채 좋아라 하고 제 나라로 돌아갔다. 제 나라로 돌아간 미다스는 박쿠스 신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볼 마음이 생겨 손에 잡히는 참나무 가지를 하나 꺾어보았다. 신통하게도 참나무 가지는 그의 손이 닿자마자 황금 가지로 변했다. 그래도 미심쩍었던 미다스 왕은, 이번에는 땅바닥의 돌맹이를 하나 주워올려 보았다. 돌맹이도 그의 손 안에서 금덩어리로 변했다. 흙을 한 움큼 쥐어봐도 흙은 금이 되었다. 무심코 지나가다가 잘 익은 곡식의 이삭을 하나 잡아보아도 황금 이삭이 되었고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한 알 따보아도 황금 사과가 되었다. 누가 보았더라면 미다스가 헤스페리데스의 황금 사과나무에서 그 사과를 따왔다고 했을 터였다. (중략) 음식이 아무리 많아도 먹을 수가 없었다. 목이 타는데도 아무것도 마실 수가 없었다. 그는 황금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황금 소리만 들어도 지긋지긋해진 그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외쳤다. “아버지 박쿠스 신이시여, 저를 용서하소서. 큰 죄를 지었나이다. 기도하옵건대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이 재앙에서 저를 구해주소서.”

>과유불급.

131 바람은,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섭지 않을지 모르지만 잘 아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무서운 것이랍니다.

>모든 것이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12 트로이 전쟁 외

152 이 집에는, <경거망동>, 생각이 깊지 못한 <실수연발>, 터무니없는 <기쁨>, 소심한 <공포>, 당돌한 <선동>,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속삭임>이 식객으로 붙어 산다. 파마 여신 자신은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두루 알아내어 온 세상에 그 소문을 퍼뜨린다.

178 수많은 트로이아 영웅들을 이겨내었던 저 유명한 영웅 아킬레오스는 이렇게 해서, 그리스 땅에서 남의 아내를 꼬드겨온 비겁한 자의 손에 죽었다. 아킬레오스는 자신이 여자만도 못한 파리스 같은 자의 손에 죽으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터였다.

179 살아 있을 때는 범 같은 장수였던 아킬레오스도 재가 되었을 때는 항아리 하나도 채우지 못했다.

>더 이상 정복할 땅이 없는 것을 한탄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말이 생각난다. “내가 죽게 되면 손을 관 밖으로 꺼내주시오. 천하를 손에 쥐었던 자도 죽을 때는 결국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으니...”

13 유민의 시대

206~207 키잡이는 노 잡이보다 나은 법이고, 장수는 졸병보다 귀한 법이오. 따라서 나는 그대보다는 낫고 그대보다는 귀한 사람이오. 나의 지력은 나의 체력보다 윗길인데, 내 힘은 바로 이 지력에서 나오는 것이오.

211 돈이라는 것은 성한 사람도 유혹하는 법인데 마음이 맑지 못한 사람을 그대로 둘 까닭이 없다.

232 나는 사실 내 양이 몇 마리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양의 대가리 수를 제대로 알고 잇는 것은 가난뱅이들뿐이니까….

14 로물루스와 레무스 외

242 그런 여자를 두고 가슴을 앓기 보다는, 그대를 원하고 그대를 따르고자 하는 여성, 그대가 사랑하는 만큼 그대를 사랑하는 여성을 찾아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대는 남의 짝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분이니까요. 그대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랑을 던질 생각이 있거든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세요. 아직 늦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혹과 우유부단한 태도를 버리세요. 그리고 자기 자신의 외모에 자신을 가지세요.

250 나는, 모습은 사라질지언정 목소리만은 이 땅에 남겨야 하는 팔자를 타고났습니다.

254 트로이아 배가 한때는 적이었던 그리스 사람을 구원한 것이네.

269 두려움은 인간을 허약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러나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은 오히려 그 역경을 짓밟을 수 있는 법이다. 우리가 이 역경을 밟을 수 있을 때, 우리 앞을 가로막을 수 잇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273 그러나 루툴리 족의 우두머리 투르누수는 버티었다. 그래도 그에게는 편을 들어주는 신이 있었고, 편들어주는 신보다도 더욱 귀한 용기가 있었다. 이때부터 전쟁은 장인의 유산과 신부 라비니아를 쟁취하기 위한 전쟁이 아니었다. 양군이 바란 것은 오직 승리, 전쟁의 승리뿐이었다. 양군은 이제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싸워 이겨야 했다.,

15 카에사르의 승천 외

297 그러나 이때는, 우리 인간을 해치려는 동물만 인간의 칼에 희생되었을 것입니다.

300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영혼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알맞은 형상이 있으면 거기에 깃들입니다. 짐승의 육체에 있다가 인간의 육체에 깃들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돌고 돌 뿐,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300 영혼은 어디에 가든 처음의 영혼 그대롭니다. 다만 다른 형상 안에 자리를 잡았을 뿐입니다. 그대들에게 경고합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것을 음식으로 삼음으로써, 인간이라는 고귀한 지위를 더럽히지 마십시오. 잔인 무도한 살륙으로, 인간의 혼과 똑 같은 혼을 그 거처에서 쫓아내는 짓을 삼가십시오. 피로써 피를 살찌우면 안됩니다.

302~303 탐욕스러운 미식가인 세월은 모든 것을 부수고 갉아 마침내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303 처음의 모양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무궁무진한 자연의 조화는 끊임없이 이 물건으로 저 물건을 지어냅니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이 우주에 소멸되는 것은 없습니다. 변할 뿐입니다. 새로운 형상을 취할 뿐입니다. <태어남>이라는 말은, 하나의 물상이 원래의 형상을 버리고 새 형상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죽음>이라는 말은, 그 형상대로 있기를 그만둔다는 말입나다. 이것이 변하여 저것이 되고 저것이 변하여 이것이 될지언정 그 합은 변하지 않습니다.

308~309 그대들은 확실한 증거로 이러한 풍문을 증명하라고 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대들은, 세월의 조화로 혹은 열기의 조화로, 큰 동물의 썩은 몸에서 작은 동물이 태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가령 살진 황소를 잡아 땅에 묻어놓아 보십시오. 이 시체가 썩으면 거기에서 벌이 날아나와 꽃을 찾아다니면서 꿀을 빱니다. 이 벌들이 늘 논밭을 좋아하고, 부지런히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가을걷이의 희망에 부풀어 있는 것은 바로 이 벌들이, 논밭과 일을 좋아하고, 가을걷이의 희망에 부풀어 있던 소의, 썩은 살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311~312 그대들이 잘 알다시피, 나라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 가운데엔 세월이 흐를수록 강대해져 가는 나라도 있고, 쇠퇴의 길을 걷는 나라도 있습니다. 트로이아는 그 많은 인명을 잃으면서도 그 전쟁의 돌개바람을 10년간이나 버틸 수 있을 만큼 국력도 있고 인구도 많은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트로이아가 있던 자리에는 폐허뿐입니다. 이 폐허가 된 나라가 가진 재산으로는 무덤이 있을 뿐입니다. 한때는 만방에 그 이름을 떨쳤던 스파르타, 한때는 번영의 상징이 없던 도시 국가 뮈케나이, 그 장하던 암피온의 성재와 케크롭스의 도시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개인과 나라의 흥망성쇠가 어찌 이리도 같을까.

313 하늘과, 하늘 아래 있는 만물은 다 끊임없이 변합니다. 땅과, 땅 위에 있는 만물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피조물의 하나인 우리 인간도 변합니다. 우리라는 존재는 육체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날래 달린 여혼도 여기에 깃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날개 달린 우리의 영혼은 들짐승의 가슴을 찾아들어갈 수 도 있고, 가축의 가슴을 찾아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짐승들을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짐승의 몸에 어쩌면 우리 부모형제나, 우리 친척 우리와 같은 인간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인간이라는 이 예사롭지 않은 지위를 불명예스럽게 하거나 튀에스테스식 식사로 우리의 배를 채우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맙시다.

355 유피테르 대신은 천궁과, 우주의 삼계를 다스리시고 아우구스투스께서는 이 땅을 다스리신다. 이 두 분은 모두, 그 다스리시는 세계의 아버지시자 지배자이시다.

336 이제 내일은 끝났다. 유피테르 대신의 분노도, 불길도, 칼도, 탐욕스러운 세월도 소멸시킬 수 없는 나의 일은 이제 끝났다. 내 육체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 어느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340 오비디우스의 <명쾌한 경망스러움>은 주신 유피테르의 <위대한 난봉>을 연상시킵니다. 이 세상의 인간과 문화와 문명의 살림살이를 지어내고 온갖 개념을 시운전해 낸 유피테르에게 난봉기가 필요했듯이, 신들의 세계를 엿보고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 했던 오비디우스에게 약간의 명쾌한 경망스러움은 어쩌면 필요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41 사실 <메타모르포시스>라는 개념은, 세계의 모든 민족이 나름의 신화와 전설의 체계에서 자연과 인간 사이의 모순을 해소하는 하나의 만병통치약 노릇을 해온 듯합니다.

3. 내가 저자라면

말로만 듣던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드디어 읽었다. 그 전에 이윤기선생님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은 덕에 익숙한 내용이 많이 있었지만, 조금 더 편했을 뿐이지 쉽지는 않았다. 이번 독서는 신화의 줄거리를 알기 보다는 그 내용이 전달해주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작업이다. 인생은 얕게 살지 않건만 책은 왜 깊게 보지 못하는 것일까? 이것도 고통을 감내해내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그래도 수확이 있다면 신화를 왜 읽어야 하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는 것이다. 인간의 희노애락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단연코 신화가 최고다. 신화는 그렇게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모습으로 인간을 그려내고 있다. 가끔은 내 안에서도 야생의 그것이 살아 꿈틀거릴 때가 있는데, 그 피의 후손임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아마도 교육의 힘이 아니었다면 나는 신들의 모습과 더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신들의 이야기가 200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읽히는 것이 아닐까? 때로는 너무 노골적이어서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시간의 흐름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신화가 보여주니까.

이윤기선생님의 한자락 글이 생각난다. ‘미궁은 거기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화도 그 의미를 읽으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신화는 미궁과 같다. 신화라는 미궁 속에서 신화의 상징적인 의미를 찾아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지금 신화라는 자전거 타기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라.’ 마음에 위안을 주는 글이다. 나는 자전거를 혼자 배웠다. 폐달 밟는 연습을 하고 혼자 타다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자전거를 탈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신화라는 자전거를 배워보려고 한다. 접할 때 마다 타는 법과 재미를 느끼게 될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다행히 안장에는 앉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달라고 싶은 욕구가 생겼으므로 이 시간도 곧 오리라 생각된다.

  • 책의 목차와 전체적인 뼈대

  1.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되었다.(10)

  2. 신들의 전성시대(11)

  3. 박쿠스의 탄생 외(7)

  4. 페르세오스와 메두사 외(10)

  5. 무우사의 탄생 외(7)

  6. 신들의 복수(7)

  7. 영웅의 시대(7)

  8. 인간의 시대(10)

  9. 헤라클레스 외(8)

  10. 오르페우스의 노래 외(9)

  11. 미다스의 귀는 당나귀 귀 외(11)

  12. 트로이 전쟁 외(6)

  13. 유민의 시대(7)

  14. 로물루스와 레무스 외(11)

  15. 카에사르의 승천 외(7)

이 책은 15부이며 부마다 각 장의 내용이 7~11장으로 구성된 아주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부의 제목과 내용은 연관성을 갖지 못한다.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다 보니 정신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차라리 신들의 시대, 영웅의 시대, 인간의 시대로 목차를 짰더라면 산만함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감동적인 장과 절

이야기식의 내용에서 감동적인 장과 절을 추려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으나 제8부 인간의 시대에서 10장 아구병에 걸린 에뤼식톤의 이야기는 아주 무섭고 끔찍했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한 대목이었는데 이번에 세월호때문에 책의 내용이 자꾸만 연관이 지어졌다. 세월호에 갖히는 느낌이 들었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377~378 바다는 온 땅의 물이라는 물은 다 받아 마시고도 배가 차지 않는지 먼 땅의 물까지 다 받아 마시지요? 탐욕스러운 불길은 온 산의 나무라는 나무는 다 태우고도 나무가 더 있기를 원하지요? 에뤼식톤의 배가 이와 같았답니다. 에뤼식톤은 음식이라는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면서도, 그릇이 비지 않았는데도 더 가져오라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가 먹어치운 음식은 그의 배를 채운 것이 아니고 그의 식욕을 자극한 모양입니다. 그가 먹어치운 음식은 그의 허기를 채운 것이 아니고 허기를 자극했던 모양입니다. (중략) 처녀의 아비 에뤼식톤은, 탈이 둔갑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번번이 딴 주인에게 딸을 팔았더랍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처녀는 말로 둔갑하여, 때로는 새, 황소, 사슴으로 둔갑하여 집으로 돌아왔고 에뤼식톤은 이렇게 되돌아온 딸을 되팔아 허기를 메우어나갔더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준비된 음식을 다 먹고도 성에 차지 않았던 그는 처음에는 제 팔다리, 그것도 모자라 결국은 제 몸을 모두 뜯어먹었다는 이야깁니다.

15부 카에사르의 승천외에서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과 개인과 나라의 흥망성쇠가 하나도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구절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준다.

303 처음의 모양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무궁무진한 자연의 조화는 끊임없이 이 물건으로 저 물건을 지어냅니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이 우주에 소멸되는 것은 없습니다. 변할 뿐입니다. 새로운 형상을 취할 뿐입니다. <태어남>이라는 말은, 하나의 물상이 원래의 형상을 버리고 새 형상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죽음>이라는 말은, 그 형상대로 있기를 그만둔다는 말입나다. 이것이 변하여 저것이 되고 저것이 변하여 이것이 될지언정 그 합은 변하지 않습니다.

311~312 그대들이 잘 알다시피, 나라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 가운데엔 세월이 흐를수록 강대해져 가는 나라도 있고, 쇠퇴의 길을 걷는 나라도 있습니다. 트로이아는 그 많은 인명을 잃으면서도 그 전쟁의 돌개바람을 10년간이나 버틸 수 있을 만큼 국력도 있고 인구도 많은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트로이아가 있던 자리에는 폐허뿐입니다. 이 폐허가 된 나라가 가진 재산으로는 무덤이 있을 뿐입니다. 한때는 만방에 그 이름을 떨쳤던 스파르타, 한때는 번영의 상징이 없던 도시 국가 뮈케나이, 그 장하던 암피온의 성재와 케크롭스의 도시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 보완점

이 책의 보완점을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마음이 불경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누가 해도 이 보다 잘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몇 자 적어본다.

-책의 제목을 사랑, 복수, 변신 이라고 하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각 부와 장의 내용이 잘 어우러지지 않았고 이야기의 공통에는 사랑, 복수, 변신이 주 테마이므로 이렇게 바꾸어도 무방할 것 같다. ,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오르페우스, 트로이 전쟁등은 각 부의 제목으로 따로 두어야 될 것이다.

-대략적인 신들의 가계도를 목차 뒤에 실어준다면 친절한 고전이 될 것 같다. 아무 예비지식 없이 이 책을 접한다면 아마도 신들의 이름의 홍수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책을 덥기가 쉬울 듯 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올림포스 신들의 가계도라도 있으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신화 읽는 법을 알려준다. 아마 처음으로 신화를 접한다면 십중팔구는 그리스로마신화가 될 것이다. 아무리 신화라고 생각을 하고 읽지만 인간의 윤리적인 잣대를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신화입문서를 일러두기에 포함을 시킨다거나 따로 첨부를 해준다면 읽는, 내내 황당함과 당혹스러움이 덜 할 것 같다. 처음에 신화를 읽으면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은 이윤기선생님의 손에 의해 번역이 되었다. “실로 평생 소원하여 마지않던 대장정이다. 험할 것으로 예감하나 이 대장정이 끝날 때까지 붓을 놓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이로써 한국의 독자들을 위한 고전 교실이 하나 우뚝 세울 수 있다면 이 또한 우리 문화, 우리 문학의 한 초석이 될 터이다.” 이 글귀를 보면 책이 나오기까지 역자의 노고가 얼마만큼이었는지가 짐작이 된다. 분명 사명감과 소명의식이 없었다면, 이런 대장정의 길을 시작하지도 끝맺지도 못했을 것이기에 우리에게 신화의 세계를 열어준 이윤기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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