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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1일 11시 59분 등록

의심의 욕망

나 말고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눠! - 프로크리스와 게팔로스

 

“성적 질투는 두 사람의 성적인 관계에 대한 위협을 감지함으로써 촉발되는 감정으로 이루어진다. 위협을 감지하면 이 위협을 감소시키거나 제거하도록 설계된 행동이 유발된다. 이러한 행동에는 배우자를 감시하여 혼외정사의 흔적을 찾아내는 기능을 하는 경계로부터 외도한 흔적을 들킨 배우자나 연적에게 큰 손실을 입히는 폭력 등이 있다. 성적 질투는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배우자에게 관심이 있다는 깸새를 발견했을 때나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시시덕대는 것과 같이 외도의 낌새를 드러낼 때 촉발된다. 이러한 낌새에 의해 유발되는 분노, 슬픔, 굴욕감 등은 대개 연적이 더 이상 허튼 짓을 못하게 하거나 배우자의 외도를 막게끔 하는 행동을 불러 일으킨다.

-욕망의 진화. 257p-

 

* 여자는 다 그래 *

모자르트 오페라에 코지 판 투테 COSI' FAN TUTTE , 우리말로 해석하면 ‘여자는 다 그래’ 뜻으로 사랑갖고 장난치는 두 남자가 있다.

두 여주인공 피오르딜리지(피지)와 도라벨라(도라)는 자매지간으로 각각 젊은 장교 굴리엘모(굴모)와 페란도(페도)와 약혼한 사이다. 어느날 굴리엘모와 페란도가 악혼녀들의 미모와 정숙함을 자랑하는 것을 듣고 이를 우습게 여긴 철학자 알폰소는 “여자들의 마음은 믿을게 못 된다”며 내기를 제안한다.

이에 굴모와 페도는 장담한다. 자신의 약혼자들은 그럴리 없다면서, 오로지 자신들을 사랑할 것이니 두고 보라고. 굴모와 페도는 돈많은 귀족으로 위장해 서로의 약혼녀를 유혹한다. 끈질긴 유혹에 동생인 도라가 마음을 굴모에게로 돌리고, 언니인 피지도 페도에게 마음을 주어 유혹에 굴복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하고 유혹한 굴모와 페도는 말 그대로 사랑갖고 장난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게 되는 이야기다.

 

* 사랑하는 이를 시험하다 *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게팔로스를 연모하여 그를 납치한다. 남자가 원하는 맛있고 뜨끈뜨근한 아침밥상에, 전신 경락 맛사지에 온 몸의 피로를 풀어준다. 온화한 미소와 살결로 터치의 미학을 발휘해 그를 유혹해 보지만, 케팔로스의 마음은 오로지 아내 프로크리스밖에 없다. 남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 에오스, 자존심이 상해도 이만저만 아니다. 할 수 없이 게팔로스를 놓아주면서 슬쩍 말을 흘린다. “ 네 아내도 너와 같이 너만 보고 살아갈까?” 이 말을 들은 게팔로스, 에오스의 계략대로 의심의 씨앗이 자라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의심의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는다. 자신의 얼굴을 변장하고 목소리를 바꾸어 프로크리스에게 다가간다. 남편을 기다리는 프로크리스, 꽃미남으로 변장한 낯선 남자가 다가온다. 따뜻하고 상냥한 말투에 예의 바른 몸짓으로 그녀를 유혹한다. 몇 번을 거절해보지만, 마음이 외롭고 남편을 기다리는 것에 지친 그녀, 유혹에 넘어간다. 그때 게팔로스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서 프로크리스의 절개 없음에 꾸짖는다. 수치심에 피가 거꾸로 흐르고 자존심이 상처받고 열받은 프로크리스는 그를 떠나 크레타섬으로 가출한다. 그때 일어난 사건이 바로 프로크리스가 미노스의 저주에서 풀어준 사건이 있다. ( 욕망의 분출 편 참조, p )

 

에오스와 게팔로스.jpg   게팔로스.jpg

 

* 상처를 조각칼로 매번 새기다 *

그 후, 프로크리스는 남편과 화홰하고 아테네로 돌아왔다. 남편은 아내손에 든 창에서 빛이 났다. 연유를 물으니 미노스에게서 받은 신물인 ‘결코 과녁을 벗어나지 않는 창’이란다. 창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남편 눈이 몹시 가지고 싶어한다는 욕망을 읽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화해의 선물로 주었다. 창을 받아든 게팔로스는 뒤돌아서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몸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 없어지고 지워지지만, 한 번 받은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되새긴다. 생각할 때마다 조각칼로 마음의 상처를 깊게 새기는 것처럼.

두 부부가 사이좋게 쿵짝쿵짝 잘 살고 있는 것을 또 에오스가 질투 했다. 내 것이 아닐바에 차라리 너희 부부 깨지기를 바라는 에오스.

 

 남편 게팔로스가 숲속에서 애인을 만난다는 소문이 프로크리스 귀에까지 들어온다. 남편이 사냥 나가는 것을 미행한 프로크리스, 저 멀리 나무 뒤편에 스카프로 얼굴과 머리를 가리고 썬글라스를 끼고 남편을 바라본다. 아침에 사냥 나올 때, 프로크리스는 아내가 자신의 뒤를 밟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르는 척 숲속에서 사냥을 하면서 달렸다. 잠시 숨을 고른후, 숲속에 설치해둔 야외 과녁연습장. 허수아비에 온 정신을 집중하여 창던지기 연습을 했다. 아내가 변장한 자신에게 넘어온 장면, 크레타에서 아내와 미노스왕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계속 리플레이되면서 게팔로스 팔에 힘을 더해졌다. 분노와 증오가 게팔로스의 온 몸을 휘감았다. 80여번 던지기에 70여번이 넘게 허수아비 심장에 적중했다.

 

* 의심의 씨앗이 열매를 맺다 *

남편 게팔로스는 잠시 숨을 골랐다. 플라타너스 나무아래에 앉은 그는 땀을 닦았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약 10여미터 떨어진 풀숲에 아내의 검정색 치맛자락이 보였다. 아내가 들을 정도로 두손으로 모아 ‘아우라’를 불렀다. 사랑하는 연인을 부르듯이.

“아우라, 나 여기 있어요. 어디있나요? 어서 나와요. 내가 오기를 기다리지 않았나요?”

이를 지켜보고 있던 프로크리스는 아우라’가 남편이 사랑하는 숲의 요정으로 착각했다. 불륜현장을 덮칠려고 숲속에서 나오려고 쭈그렸던 몸을 펴는 순간 리본달린 창이 자신의 심장을 향해 날아왔다. 게팔로스는 놀란 표정을 가장하여 프로크리스를 향해 달려간다. 온 몸으로 그녀를 껴안은 게팔로스 얼굴은 냉담하다. 프로크리스 애처롭게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떨썩 덜썩 더듬거리며 대답한다.

 

“아니, 당신이 여기에 웬일이오?”

“ 아우라가 누구죠?”

“내가 더워서 부른 아우라는 미풍인 바람이라오”

“그랬군요. 저는 당신이 저 말고 다른 애인인 아우라랑 사랑하는줄 알고 미행했다가…….”

“ (게팔로스는 그녀 귓속에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이 날만 기다렸다오.”

 

게팔로스2.jpg  게팔로스3.jpg

아내를 죽인 게팔로스는 아네네의 아레이오파고스 언덕에서 살인죄로 기소된다. 그는 추방판결을 받게 되고, 아테네를 떠나 떠돌게 된다. 김건모의 사랑갖고 장난치지마가 귓가에 맴돌면서, 두 부부에게 시를 지어 노래해본다.

 

게~~게임이었다 나의 아내를 시험해보는 것이

팔~~팔짱끼면서 그대를 유혹했던 일을 아무리 후회해도

로~~로켓보다 빠른 창이 그대 가슴에 꽂히니

스~~스스로 놓인 덫에 걸려 그대도 죽고 나도 고향땅에서 추방당하노니.

 

 

프~~프로포즈했었죠. 보라색과 노란색으로 만든 들국화 화환과 꽃반지 주면서

로~~로미오보다 더한 꽃미남인 그대가

크~~크레타로 내가 잠시 가 있는 동안에도 마냥 기다려준 당신

리~~리본을 달아 놓은 창으로 우연을 가장하여 나를 찌르니

스~~스미듯 적시는 붉은 피가 나의 온 몸을 감쌀 때, 당신의 스치는 미소에서 진실을 알았네.

 

영화 해피엔드

 

해피앤드.jpg   해피앤드2.jpg

정지우 감독의 영화 <해피엔드, 1999년>는 사랑과 집착 그리고 배신당한 남편의 행동이 마치 게팔로스를 닮았다. 남편 최민식이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 나눈것에 분개해 치밀한 계획과 하에 아내 전도연을 죽인다. 형사는 전도연의 애인 주진모를 의심한다. 아내를 죽인 남편은 아내 잃은 슬픔을 연기하면서 범인은 끝내 검거되지 않는다.

 

사적 소유권에 토대를 두고 있는 부르주아 결혼제도는 영혼의 교감보다 육체의 교감에 더 신경을 쓴다. 영혼의 교감은 전혀 시각적이지 않기에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 30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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