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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1일 12시 02분 등록

1.     저자에 관하여

푸블리우스 오비디우스 나소(Publius Ovidius Naso,) 기원전 43 3 20 ~ 기원후 17)는 로마 제국 시대의 시인이다. 그는 로마에서 동쪽으로 150킬로미터쯤 떨어진 중부 이탈리아의 술모나시의 기사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기 1년 전 카이사르가 브루투스 일파에게 암살됨으로써 로마는 내란에 휩쓸린다. 그 과정에서 로마의 정치 체제는 광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면서 흔히 아우구스투스로 알려져 있는 옥타비아누스가 로마의 초대 황제가 된다. 로마사와 로마 문학사에서 흔히 아우구스투스 시대라고 부르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오비디우스는 한살 위인 형과 함께 로마에 가서 아버지의 바람대로 당시 여느 엘리트 청년들처럼 법률가나 정치가가 되기 위해 수사학을 공부한다. 법조계로 진출하는 것이 부친의 소망이었으나 본인은 법률 공부보다는 시작이나 화려한 사교를 즐겨, 법정변론을 하려 해도 "말이 저절로 시가 되었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안정된 직장을 얻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만약에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 길을 좇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타협의 형태로 시작될수는 있겠지만, 그 마지막까지 타협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차라리 바라지 않는 것이 낫다.

공부를 마친 뒤 그는 그리스의 아테나이와 소아시아와 시킬리아를 여행하고 돌아와 하급관직에 취임했으나 문학에 대한 미련 때문에 관직을 버리고 끝내 시인이 된다. 또한 문화의 중심지 아테네로 유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마로 돌아와 약간 관리 경력을 쌓지만 곧 이를 포기하고 시인이 되고자 마음을 굳힌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문인들을 후원하는 메살라 코르비누스에 발탁되어 당시의 유명 문인들과 교류를 갖게 된다. 티불루스 등의 시인 서클에 가담, 당시 유행했던 엘레게이아풍의 연애시로 필재를 휘둘러 명성을 얻었다.

 당시 로마 시인들은 귀족 후원자의 도움을 받곤 했다.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선배 시인, 비르길리우스와 호라티우스와 프로페르티우스가 황제의 친구이자 조언자인 마이케나스 서클에 속했던 것과 달리 그는 멧살라 서클에서 출발한다. 그러면서 오비디우스는 점차 호라티우스와 프로페르티우스와 친분을 맺었으나 베르길리우스만큼은 먼발치에서 보았을 뿐이다.

 오비디우스는 처음에 헥사메터(여섯 번 반복된 운율, 서사시의 기본)와 펜타메터(장단단 장단단 장을 두번 반복한 운율)로 이루어진 비가조 대구로 연애시를 써서 큰 성공을 거둔다. 지금 남아있는 그의 시들은 변신 이야기에서 서사시 운율인 헥사메터가 사용된 것 말고는 모두 비가조 대구로 쓰여졌는데, 이 운율은 그리스 시대부터 비가와 경구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성찰을 표현하는 데에도 널리 사용되었다.

그의 초기작품으로는 여러 가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사랑의 노래와 여걸들의 서한집, 사랑의 기술, 사랑의 치료약 등이 있다. 특히 사랑의 기술은 신화적 요소와 세속적 풍습을 기묘하게 엮어 어떻게 하면 남자들이 여자의 호감을, 또 여자들이 남자의 호감을 살 수 있는지 조언해주며, 사랑의 치료약은 실연한 자들에게 사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베스트 셀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자극적이고 궁금한 소재다. 그는 호라티우스와 더불어 로마 문학의 황금 시대를 이루었다.

기원 후 2년 전반에는 이미 베르길리우스와 호라티우스와 프로페르티우스도 세상을 떠나고 오비디우스가 로마의 문학계를 대표하고 있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 헌정하려던 《행사력(Fasti)》을 제작 중이던 서기 8년 황제로부터 돌연 로마 추방을 선고 받았는데 이 추방에 얽힌 경위는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그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해 로마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인 흑해 서안의 토미스(루마니아)로 유배된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그는 로마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비참하고 쓸쓸한 만년을 보내다가 유배된지 10년만인 기원후 17-18년에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그의 비탄의 노래를 읽어보면, 시인 오비디우스는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 문명의 변방으로 밀려나고 그가 쓴 책들은 공공 도서관들에서 철거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살아남아 어떤 작가들보다도 더 많이 읽히게 될 것이라고 독자에게 말했다.

 그의 이러한 확신은 조금도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호메로스, 그리스 3대 비극시인들 그리고 베르길리우스와 더불어 오비디우스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는 물론이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망각되지 않고 서양 문학과 미술, 나아가 인문학에 끊임없이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작가로 우뚝 솟아있다.

 

2.     가슴을 무찔러 들어오는 구절

142. [카드무스와 뱀의 사투] 시돈의 나그네(카드무스)가 포이  부스 신탁의 명령에 따라 도시를 창건할 때 바로 이들이 그의 일을 도와주었다. 어느새 테바이도 세워졌다.

카드무스여, 비록 추방당했지만 그대는 이제 행복한 것처럼 보일 것이오. 그대에게는 마르스와 베누스가 장인 장모가 되었소.

거기에다 그대는 그토록 훌륭한 아내한테서 태어난 자녀들을, 그토록 많은 아들딸들을, 그리고 사랑의 소중한 담보인 손자들을 보태시오. 이들도 어느새 성년이 되었소.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한 인간의 마지막 날을 기다려봐야 하며, 죽어 마지막 장례식을 치르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법이오.

>> 인간의 마지막 날을 기다려봐야 하며, 마지막 장례식을 치르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말해서는 안되는 법이라니. 삶의 가치는 죽는 자리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한들 당사자가 자신의 죽음을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것은 좋은 삶이었다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지나고 나서야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146. [디아나의 알몸을 본 악타이온] 그가 샘물에 젖은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남자의 출현에 깜짝 놀란 요정들은 발가벗은 그대로 가슴을 쳤고, 갑작스런 비명으로 온 숲을 메우며 디아나 주위로 몰려가 자신들의 몸으로 여신의 몸을 가리려 했다. 하지만 여신은 그들보다 키가 더 컸고, 그들의 위로 머리 하나만큼 우뚝 솟아 있었다. 디아나는 옷을 벗은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자 마치 기울어지는 석양에 물든 구름 또는 자줏빛 새벽의 여신처럼 얼굴이 빨개졌다여신은 시녀들의 무리가 빈틈없이 둘러섰는데도 약간 옆으로 돌아서서 얼굴을 뒤로 돌렸다. 여신은 화살을 준비해두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가진 것은 물밖에 없어 물을 떠서 남자의 얼굴에 끼얹었다. 그리고 여신은 그의 머리털에 복수의 물을 뿌리며 그의 불행한 미래를 예고해주듯 이렇게 덧붙였다. “, 이제는 옷 벗은 날 보았다고 말해도 좋다. 말을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여신은 더 이상 위협의 말은 하지 않은 채 물이 뿌려진 악타이온의 머리에 오래 사는 수사슴의 뿔이 돋아나게 했고, 목은 길게 늘였으며 귀의 위쪽 끝은 뾰족하게 만들었다. 손은 발굽을, 팔은 긴 다리로 바꾸었으며 그의 몸에 얼룩덜룩한 모피를 입혔다. 이에 덧붙여 여신은 그의 마음에 공포를 불어넣었다.

148. 자신이 종종 사냥감을 뒤쫓곤 하던 바로 그 장소에서 그는 쫓겨 달아나고 있었다. 아아, 그는 자신이 부리던 것들에게 쫓겨 달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악타이온이다. 이놈들 주인도 못 알아보느냐?” 소리치고 싶었으나, 생각일 뿐 말이 따라주지 않았다.

>>나는 오비디우스의 이런 여러 관점에서 같은 상황을 묘사하는 부분이 너무 좋다! 시각이 아직 유연하지 않아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표현들인데,  변신이야기가 아주 많이 그런 부분들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주었다. 아주 멋지다! 


149. 그리고 그들은 악타이온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아 주어진 사냥감을 잡는 장면을 나태함으로 말미암아 놓치고 말았다고 투덜거렸다. 그는 거기 없기를 진심으로 원했을 것이나 그 자리에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기 개 떼의 사나운 행동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구경이나 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 그는 거기 없기를 진심으로 원했을 것이나 그 자리에 분명히 있었다. 가엾은 악타이온, 나는 그가 바랐을 것을 구체적으로 그려봄으로써 악타이온에게 일어났던 불행을 더욱 객관적이고 불행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언젠가 악타이온의 입장에 서는 것은 있을 법한 일이다. 보아서는 안될 것을 봐버린 죄, 알아서는 안될 것을 알아버린 죄, 그리고 그 대가는 분명 크고 감당하기 어려운 것일 것이다. 심지어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주 소중하다고 한들 변하지 않을 것이다. 


183. [퓌라무스와 티스베] “퓌라무스와 티스베는 세미라미스가 벽돌 성벽으로 에워쌌다는 높다란 도시의 이웃집에서 살고 있었지요. 퓌라무스는 젊은이들 가운데 가장 잘생겼고 티스베는 동방의 모든 처녀들 가운데 가장 미인이었어요. 이들은 이웃에 살다보니까 서로 알게 되어 사귀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사랑이 깊어갔지요. 이들은 결혼식도 올렸을 것이나, 아버지들이 반대했어요.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사랑의 포로가 되어 사랑으로 똑같이 불타올랐는데, 아버지들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들은 심부름꾼 없이 고갯짓과 손짓으로 대화했고, 감추면 감출수록 사랑의 불길은 더 세차게 타올랐지요. 두 집 사이의 담장에는 좁다란 틈이 하나 있었는데, 오래 전 담장을 쌓을 때 생긴 균열이었죠. 이 하자는 오랜 세월 어느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았으나 사랑이 무엇인들 보지 못하겠어요? 연인들이여, 그대들이 맨 먼저 그것을 발견하고는 목소리의 통로로 삼았으니, 그것을 통하여 그대들이 속삭이는 나직한 사랑의 밀어가 안전하게 오가곤 했지요. 그들은 종종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서로 이쪽 저쪽에 자리하고 서서는 서로 상대방의 입에서 숨결을 잡으려고 열중하다고 말하곤 했어요.

"시기심 많은 담장이여, 왜 연인들을 방해하는 거니? 우리가 서로 온몸으로 결합하도록 네가 허락하거나, 그것이 과하다면 우리가 입이라도 맞출 수 있도록 네가 조금 열리는 것은 너에게는 얼마나 사소한 일이니? 우리가 네 고마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야. 우리의 말을 사랑하는 이의 귀에 전해줄 통로가 주어진 것이 네 덕분임을 우리는 알고 있어."

그들은 서로 떨어져서 부질없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밤이 되면 '안녕!'이라고 말하고 나서 서로 자기 쪽 담벼락에다 입맞추었으나, 그것은 담벼락을 건너갈 수 없는 입맞춤이었어요

>> 아 정말 너무 귀여워서 죽을 것 같다. ㅋㅋ 애틋한데 귀여워. 연애하는 연인들을 잘 나타냈다. 그가 사랑에 관해 썼던 그 전의 여러 시들을 통해 이런 반짝이는 순간들을 잘 붙잡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다음날 아우로라가 밤의 불빛들을 몰아내고, 태양이 햇살로 풀잎의 이슬을 말린 뒤 그들은 늘 만나던 곳에서 만났어요그들은 처음에는 나직이 속삭이며 한탄하다가 그날 밤 사위가 조용해지면 감시자들을 속이고 대문 밖으로 나오기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일단 집 밖으로 나오게 되면 도시의 지붕들도 떠나되, 탁 트인 들판을 헤매다가 서로 만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니누스의 무덤가로 가서 나무 그림자 아래 숨기로 했어요. 그곳에는 눈처럼 흰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키 큰 뽕나무 한 그루가 시원한 샘물 바로 곁에 서 있었거든요. 그들은 그 계획이 마음에 들었어요.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 같았지요. 이윽고 해가 물속에 잠기고 그 물에서 밤이 나왔어요. 티스베는 솜씨 좋게 문을 열고는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게 어둠을 지나 밖으로 나갔어요. 그리고 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무덤으로 가서 약속한 나무 아래 앉았어요. 사랑이 그녀를 대담하게 만들었던 거에요. 한데 그 순간, 암사자 한 마리가 방금 소 떼를 습격해 온통 피로 주둥이를 물들인 채 갈증을 식히려고 가까운 샘을 찾고 있었어요. 그 암사자를 바뷜론의 티스베는 멀리 달빛 속에서 알아보고는 겁에 질린 걸음걸이로 어두운 동굴 안으로 도망쳤는데, 엉겁결에 어깨 너머로 흘러내린 목도리를 떨어뜨리고 갔어요. 사나운 암사자는 물을 듬뿍 들이마셔 갈증을 식힌 다음 숲으로 돌아가는 길에, 소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가벼운 가리개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그것을 피투성이가 된 입으로 갈기갈기 찢어버렸어요. 퓌라무스는 잠시 뒤에 집에서 나오다가 수북한 먼지 속에서 들짐승의 뚜렷한 발자국을 보고는 온 얼굴이 파랗게 질렸어요. 그리고 피로 물든 옷이 눈에 띄자 그는 외쳤어요.

"하룻밤이 두 연인을 죽이는구나. 그녀는 나보다 더 오래 살아야 했는데. 모든 것이 내 잘못이야. 가련한 소녀여. 내가 그대를 죽였소. 내가 그대더러 밤에 이런 위험천만한 곳으로 오라고 해놓고는 먼저 와 기다리지 않았으니 말이오. 너희들은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너희들의 사나운 이빨로 내 죄 많은 내장을 삼키려무나. 이 절벽 아래의 굴에서 사는 모든 사자들이여! 하나 죽기만을 바라는 것은 겁쟁이가 하는 짓이다."

그리고 그는 티스베의 목도리를 집어 들고 약속한 나무의 그림자 밑으로 가더니 낮익은 옷에 눈물을 흘리고 입맞추며 "너는 이번에는 내 피도 들이마셔라!" 하고 외쳤어요. 그리고 그는 차고 있던 칼을 빼어 옆구리를 찌르더니 죽어가며 지체 없이 뜨거운 상처에서 칼을 뽑았어요. 그가 땅바닥에 쓰러지는데 허리춤에서 피가 높이 솟구치니, 그 모습은 납으로 된 수도관이 손상되어 터져서 쉿쉿 소리가 나는 작은 틈새로 긴 물줄기가 세차게 뿜어져 나와 대기를 찢을 떄와 다르지 않았어요. 그의 피가 뿌려지자 나무의 열매는 검은색으로 바뀌었고, 그의 피에 흠뻑 젖은 뿌리와 거기에 매달려 있던 오디들도 자줏빛으로 물들었어요.

그때 티스베가 애인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아직도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돌아오고 있었어요. 그녀는 눈과 마음으로 젊은이를 찾았고, 자신이 얼마나 큰 위험에서 벗어났는지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녀는 장소와 나무의 생김새는 알아보았으나 열매의 색깔은 그녀를 헷갈리게 만들었어요. 이게 과연 그 나무일까 하고 그녀는 미심쩍어하며 망설이다가 누군가의 사지가 허우적거리며 피투성이가 된 땅바닥을 치는 것을 발견하고 뒤로 물러섰지요. 그녀는 얼굴이 회양목보다 더 창백해지며 몸서리쳤는데, 그 모습은 마치 미풍이 수면을 스쳐 지나가며 바다에 잔물결을 일으킬 때와도 같았지요. 잠시 뒤 그녀는 자신의 연인을 알아보고는 비명을 지르며 죄 없는 팔을 치고 머리를 쥐어뜯었어요. 그리고 그녀는 연인을 알아보고는 비명을 지르며 죄 없는 팔을 치고 머리를 쥐어뜯었어요. 그리고 그녀는 연인의 몸을 껴안은 채 그의 상처를 눈물로 채우며 눈물을 피와 섞었고, 그의 싸늘한 얼굴에 입맞추며 부르짖었어요.

"퓌라무스, 대체 어떤 불운이 나에게서 그대를 빼앗아간 거예요? 퓌라무스. 대답 좀 해요! 그대의 가장 소중한 티스베가 그대를 부르고 있잖아요. 내 말을 듣고, 축 늘어진 고개를 들어보세요!"

티스베란 이름에 퓌라무스는 죽음으로 무거워진 눈을 뜨고 그녀를 쳐다보더니 도로 감아버리는 것이었어요. 그녀는 자신의 옷과 칼이 뽑힌 상아 칼집을 보고 나서 말했어요.

"불행한 이여, 그대의 손과 사랑이 그대를 죽였군요! 내게도 이런 일을 해낼 만큼 용감한 손이 있어요. 내게도 사랑이 있으니, 그것이 내게 이런 부상을 입힐 만한 힘을 줄거에요. 나는 그대를 따라 죽겠어요. 그러면 내가 그대의 죽음의 가장 애처로운 원인이자 동반자라고 사람들은 말하게 되겠지요. 죽음만이 그대를 내게서 떼어놓을 수 있었지만 죽음도 우리를 떼어놓을 수는 없어요. 오오, 참으로 가련한, 나의 그리고 그이의 부모님들이시여. 부디 우리 두 사람의 청을 들어주어, 확실한 사랑과 죽음의 시간에 의해 하나로 결합된 우리가 한 무덤에 함께 눕는 것을 시샘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아직은 너의 가지로 한 사람의 가련한 몸을 가려주고 있으나, 곧 두 사람의 몸을 가려주게 될 나무여, 너는 우리 죽음의 표장을 간직하되 우리 두 사람이 흘린 피의 기념물이 되도록 언제나 애도에 적합한 검은 열매를 맺도록 하라!"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칼끝을 가슴 아래에다 대고는 아직도 연인의 피로 따뜻한 칼 위에 엎어졌어요. 그녀의 기도는 신들과 부모님들을 감동시켰어요. 열매는 익은 뒤에는 색깔이 검어지고, 화장용 장작더미가 남겨둔 것은 하나의 유골 항아리에서 쉬고 있으니까요."

>> 나는 이 이야기가 너무 귀여운 구석이 있고, 결말 또한 파토스가 느껴져서 전문을 적어두기로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생각나는 이 연인의 이야기는 죽음도 뛰어넘은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주었다. 퓌라무스와 티스베에게 자신을 살아있게 하는 경험이란 바로 사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둘은 살아서 맺어지지 못한다. 나는 이것이 사랑의 맹목성을 보는 일면도 같이 가지고 있어 곁에 두고 귀감을 삼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사랑에 깊게 빠지면 장님이 된다고들 한다. 그 말처럼 퓌라무스도 주변을 잘 돌아보며 정말 티스베가 죽었는지 혹시 간신히 살았던것은 아닌지 찾았다면 그들은 살아서 부부의 연을 맺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200. [살마키스와 헤르마프로디투스] 부드러운 옷을 날씬한 몸에서 지체 없이 벗었어요. 그러자 살마키스는 정말로 그가 마음에 들어, 그의 알몸에 대한 욕망으로 그녀는 불타올랐어요. 요정의 눈은 이글거렸으니, 그 모습은 눈부신 태양의 둥근 얼굴이 맞은편에 있는 거울의 표면에 반사될 때와 다르지 않았어요. 그녀는 가까스로 쾌락에 대한 욕구를 참을 수 있었으나, 이미 그를 껴안고 싶었고 벌써 정신과 자제력을 잃다시피 했어요. 소년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몸을 찰싹찰싹 때리며 재빨리 물속으로 뛰어들었어요. 두 팔을 번갈아 들어올리며 헤엄치자 그는 투명한 물속에서 번득였는데, 그 모습은 마치 누군가가 상아 조각상이나 흰 백합을 투명한 유리 상자 안에 넣어두었을 때와 같았어요. 물의 요정은 '내가 이겼어. 그는 내 거야!'라고 외치고 옷이란 옷은 모두 멀리 벗어던지고는 저도 물속으로 뛰어들었어요. 그녀는 반항하는 소년을 붙들고는 싫다는데도 입맞추고, 밑으로는 손을 가져가고, 원치 않는데도 가슴을 쓰다듬으며 때로는 이쪽에서, 때로는 저쪽에서 젊은이에게 달라붙었어요. 결국 그녀는 빠져 나가려고 발버둥치는 그를 친친 감았는데, 그 모습은 마치 뱀이 새들의 왕에게 공중으로 낚아채여져 발톱에 매달린 채 그것의 머리와 발에 똬리를 틀고 꼬리로는 그것의 날개를 감아 펴지 못하게 할 때나, 또는 담쟁이덩굴이 긴 나무밑동을 감아 오르곤 할 때나, 또는 바다 밑에서 문어가 적을 붙잡아 사방에서 촉수로 에워싸며 죄어들 때와 같았다. 아틀라스의 자손은 힘껏 저항하며 요정이 바라는 쾌락을 거절했어요. 하나 그녀는 죄어들며 온몸으로 밀착하며 말했어요.

'이 바보!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대는 내게서 도망치지 못해요. 신들이시여, 그대들은 명령을 내리시어 누구는 그 어느 날도 나에게서 그를 떼어놓거나 그에게서 나를 떼어놓지 못하게 하소서!'

그녀의 기도를 신들이 들어주었어요. 두 몸은 엉클어진 그대로 하나로 결합되어 둘이서 하나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던 거예요. 마치 누군가가 나무에 어린 가지를 접붙이면 두 나무가 자라면서 하나가 되고 함께 성장해가는 것처럼 그렇게 그들의 사지가 엉클어진 채 꼭 껴안고 있으니, 그들 둘은 더 이상 둘이 아니라, 여자라고도 소년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둘 중 어느 쪽도 아니면서 둘 다인 것처럼 보이는 한몸이 되었지요. 그래서 헤르마프로디투스는 자신이 남자로 들어갔던 맑은 물이 자신을 반쪽 남자로 만들고 거기서 자신의 사지가 연약해진 것을 보고는 두 손을 내밀며 이미 남자의 것이 아닌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의 이름을 쓰고 있는 당신들의 아들에게 한 가지 선물을 주시어, 누구든지 남자로 이 연못 속에 들어오는 자는 반쪽 남자로 나오게 하시고, 이 물에 닿는 즉시 연약해지게 해주소서!"

그러자 그의 양부모는 측은히 여겨 이제 양성이 된 자신들의 아들의 기도를 들어주고 그 샘물에 그런 괴상한 약을 탔답니다."

>>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한 몸이 되어버린 살마키스의 한맺힌 기도가 인상적이었다. 이 이야기는 가짜 사랑의 측면을 경고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이 서로의 관계를 위해 자신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데, 살마키스와 헤르마프로디투스는 굉장히 일방적인 방식으로 하나가 되었다. 둘의 결함으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야 하건만, 이 둘의 결합은 이도저도 아닌 모습으로 끝나버렸다. 사랑의 본질이 낳고 기르는 것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상기시켜보면, 이 가짜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서로의 고유성을 죽이는 비극으로 드러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의 상대로 있게하지 못하는 사랑은 결국 사랑인 척하지만 절대 사랑이 아닌 것이다. 


225. [메두사] 아게노르의 자손이 말하기르르, 차디찬 아틀라스 산기슭에는 큰 바윗덩이가 안전하게 가려주는 장소가 한 곳 있는데, 그 입구에는 포르퀴스의 딸들인 두 자매가 살고 있으며 이들은 눈 하나를 둘이서 돌려가며 쓴다고 했다.

 페르세우스는 자매들 중 한 명이 이 눈을 다른 한 명에게 넘겨줄 때 재주와 꾀로 슬쩍 손에 넣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멀리 떨어져 있는 길 없는 외딴 곳들과 파손된 숲들과 곤두선 바위들을 지나 고르고 자매들의 집에 이르렀는데, 사방의 들판과 길에서 메두사의 얼굴을 마주보다가 돌로 변한 인간들과 짐승들의 형상들을 보았다는 것이었다.

>> 한 개의 눈을 돌려쓰는 자매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담아두기로 했다. 기이하고, 살짝 소름끼치고, 그녀들이 잣는 실이 인간의 운명이라는 생각을 하면 좀 무섭게까지 느껴지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체계다. 왜 눈 하나를 돌려쓸까? 나는 이것이 운명의 지엄함을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백개의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상황을 유연하게 볼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그러나 눈이 하나뿐이라면 운명이라는 딱 하나의 기준으로 인간을 재야 한다. 그 인간의 선행의 정도와 악행의 정도를 저울에 달아보며 미리 정해져있는 수명을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필멸의 운명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보았다.


226. 좌중의 귀족들 가운데 한 명이 왜 자매들 가운데 매두사만 머리털이 뱀들과 서로 얽혀 있는지 물었다. 손님이 대답했다. “그대가 알고자 하는 것은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 그 까닭을 들어보시오. 그녀는 전에 빼어난 미인이었고, 수많은 구혼자들의 희망이자 시기의 대상이었소. 그녀는 다른 부분도 아름다웠지만 머리털이 가장 매력적이었소. 그녀를 직접 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나는 만난 적이 있소. 하나, 사람들이 말하기를, 바다의 지배자가 그녀를 미네르바의 신전에서 겁탈했다고 하오. 그러자 윱피테르의 따님이 돌아서서 정숙한 얼굴을 아이기스로 가렸소. 그리고 그런 행위가 벌받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여신은 고르고의 머리털을 흉측한 뱀 떼로 바꿔버렸소. 지금도 여신은 겁에 질린 적들을 두려움으로 놀라게 하려고 가슴 위에 자신이 만들었던 뱀 떼를 차고 다니지요.

>> 한때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머리카락이 가장 공포스러운 저주로 바뀌는 것에 소름끼친다. 내가 가진 것들중에 가장 좋아했던 것들 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그것을 지나치게 슬퍼했다. 그러나 내가 좋아했던 것들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고 나자 그 어떤 불행도 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그리움들을 빼앗아갈 수 없었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자른 그 피에서 천마 페가수스가 자라난 것은, 흉측하게 변해버릴지라도 그 내면에 간직한 마음의 성소를 깨끗하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228. [케페우스 왕궁의 결투] 그가 창을 던지려 하자 케페우스가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냐? 아우야, 무슨 광기에 쫓겨 이런 범행을 저지르려 하느냐? 이게 그토록 큰 공적에 대한 네 보답이냐? 이게 그 애를 구해주었다고 네가 주는 지참금이냐? 네가 원하는 것이 진실이라면, 너에게서 그애를 빼앗아간 것은 페르세우스가 아니라, 네레우스의 딸들의 무서운 신성과 뿔난 암몬과 내 내장을 포식하러 왔던 바다 괴물이다.

 그애가 죽음에 내맡겨졌을 때, 그때 너는 그애를 잃은 것이다. 잔인한 자여, 혹시 네가 요구하는게 다름 아닌 그애의 죽음이 아니고, 네가 내 슬픔을 고소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너는 그애의 삼촌이자 약혼자이면서도 그애가 묶여 있을 때 구경만 했을 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것으로는 성에 안 차는 것 같구나. 너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가 그애를 구한 것이 안타까워 그에게서 상을 빼앗으려는 게냐? 너에게 그 상이 커 보인다면, 네가 그애를 묶여 있던 바위에서 데려왔어야지! 하니 그애를 데려와 내가 자식 없는 노년을 면할 수 있게 해준 그가, 약속대로 공적의 대가를 가져가게 내버려두어라. 그리고 그는 너보다 선호된 것이 아니라 확실한 죽음보다 선호되었음을 알아두어라!

>>내가 만약 케페우스의 동생이었다면 엉엉 울면서 떼를 쓸 것 같았다. 케페우스의 말이 하나도 틀린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세월호에서 가장 먼저 탈출해 목숨은 건졌지만, 이제 곧 감옥에 갇히게 될 선원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자신의 입지를 좁게 만드는 네레우스의 딸들의 무서운 신성과 뿔난 암몬과 바다괴물은 도처에 있다. 우리는 단순히 거기서 물러남으로서 살아남는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영웅과도 같은 용기로 그 괴물들에 맞서야 할 때가 있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기자리에서 도망치면 다시 돌아킬 수 없는 그 순간을 계속 회상하며 후회로 세월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매순간에 당당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정말로 바란다. 


254. [케레스와 프로세르피나] "그 애는 내 딸이자 그대의 딸이며, 우리의 공동의 담보이자 걱정거리요. 하나 만약 그대가 사물들에 바른 이름을 붙이기를 원한다면, 이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라 사실은 사랑의 행위요.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윗감이오. 그대가 원하기만 한다면 말이오, 여신이여. 그가 달리 내세울 것이 없다 하더라도 윱피테르의 형이 되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이오! 한데 내세울 것이 없지도 않다면, 그리고 그가 단지 제비뽑기에 져서 내게 양보한 것이라면 어떻겠소? 그들을 갈라놓기를 그대가 그토록 바란다면 프로세르피나는 하늘로 돌아올 것이나, 저승에서 어떤 음식도 입에 댄 일이 없어야 한다는 한 가지 조건이 있소. 그렇게 운명의 여신들이 정해놓았음이오.”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나 케레스는 지하에서 딸을 끌어내기로 결심했어요. 하나 운명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으니, 소녀가 끝까지 금식하지 못하고 잘 손질된 정원들을 거닐다가 휘어진 가지에서 순진하게도 석류를 하나 따서 노르스름한 껍질을 벗기고는 그 씨 일곱 알을 입에 넣고 씹었던 거예요.

>> 석류는 나에게 특별한 상징이다. 내가 가장 먼저 읽은 은유이기도 했다. 페르세폰가 석류르 먹음으로써 지하의 여왕이라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었듯이, 나의 석류는 내가 이 길고 광대하고 거대한 인류의 역사와 문화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들 수 있는 첫번째 과제였다. 석류를 따먹음으로써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여긴다.  


265. [숲 속의 험담꾼이 된 피에로스의 딸들] 그들이 말하려 하고 크게 소리지르며 건방지게 주먹을 휘둘렀을 때, 그들이 보는 앞에서 손톱에 깃털이 돋아나더니 두 팔이 솜털로 덮이는 것이었어요. 그들은 서로 쳐다보는 가운데 저마다 얼굴이 딱딱한 부리로 굳어지며 새로운 종류의 새가 되어 숲으로 달려갔어요. 그리고 그들은 가슴을 치려다가 움직이는 팔들에 위로 들어올려져 공중에 매달려 있었어요. 숲속의 험담꾼들인 까치가 되어서 말예요. 새가 된 지금도 그들에게 이전의 말재주와 목 쉰 소리의 수다와 말하고 싶은 한없는 욕구는 그대로 남아있답니다.

>>손톱에서 깃털이 돋아났다. 나는 이 광경에서 피에로스의 딸들이 갑자기 말을 멈추고 당황한 듯이 서로를 쳐다보는 장면이 그려진다. 시비를 걸고, 큰 목소리로 소리지르며 위협적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을 상대로 만났을 때, 거기에 넘어가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바를 모두 얻으려면 그 상황 자체에서 잠깐 뒤로 물러서는 게 도움이된다. 나는 발끈해서 그런 순간들을 잘 넘기지 못하는 사람인데, 이런 식으로 위협하고 목소리큰 사람을 작은 새로 만드는 정신적인 변화를 거치게 하는 것은 그의 말에 상처입지 않고 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 같다. 

 

269. [아라크네와 여신의 베짜기 경쟁] 그녀에게서 완성된 옷들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녀가 처음에 거친 양털을 공처럼 감든, 그것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든, 하얀 뭉게구름 같은 양털을 자꾸 손질하여 길고 부드러운 실을 뽑아내든, 민첩한 엄지손가락으로 가느다란 물레 가락을 돌리든, 바늘로 수를 놓든, 그녀의 일솜씨에는 그만큼 우아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대는 그녀가 팔라스에게 배웠음을 알 수 있었으리라.

>> 일솜씨에 깃든 우아함의 경지가 탐이 났다. 신의 경지를 넘보는 처녀였으니 아라크네 역시 보통 솜씨가 아니었을 것이다.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를 보면 눈을 즐겁게 하는 광경들이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나의 일에 있어서 우아함을 찾도록 수련해야겠다.


281.  [니오베의 파멸] “보아라, 너희 어미인 나는 너희를 낳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고, 유노 외에는 어느 여신에게도 양보할 뜻이 없다. 얘들아, 너희가 도와주지 않으면 내가 공경 받던 제단들에서 두고두고 영원히 쫓겨나게 생겼구나. 내 괴로움은 그뿐이 아니다. 저 탄탈루스의 딸은 방자한 행동에 욕설까지 덧붙이며 제 자식들이 너희보다 잘났고 나를 무자식이라고 부르는구나. 그런 일이라면 그녀 자신에게 되돌아가기를! 그녀의 불경한 말을 들어보니 그 아비에 그 딸이로구나.”

285. “잔인한 라토나여, 우리의 슬픔으로 잔치를 벌이시구려! , 그대는 내 불행으로 그대의 마음과 사나운 심장을 실컷 먹이시구려! 나는 일곱 아들의 죽음에 결딴났으니까요. 그대는 이겼으니 승리자로서 환호하세요! 하지만 어째서 승리자지요? 비참한 나에게 남은 것이 행복한 그대에게 남은 것보다 더 많은데. 그렇게 많이 죽은 뒤에도 여전히 내가 승리자예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팽팽한시위가 탕하고 울렸다. 그 소리에 모두들 겁에 질렸으나 니오베만은 겁내지 않았으니, 불행이 그녀를 대담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 보다 더 심한 꼴은 당하지 않았으니, 넌 그나마 괜찮은거란다. 라는 위로아닌 위로를 들을 때가 있다. 불행에 내몰려 나온 용기는 용기가 아니다. 오직 넓고 따뜻한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하고자 하는 의지만이 용기라 불릴 수 있다.  사람이 자신의 파멸을 더 빨리 부르는 자만이 아니라 진실하고 따뜻한 용기로 주변을 어루만져 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285. 여섯 명은 서로 다른 상처에 의해 죽음에 넘겨지고 남은 것은 막내딸뿐이었다. 그녀를 어머니는 몸 전체로, 옷 전체로 가리며 말했다. “막내딸 하나라도 남겨주세요! 그토록 많던 내 자식들 가운데 나는 막내딸 하나만 요구하는 거예요.” 그녀가 간청하는 사이 그녀가 간청하던 딸도 쓰러졌다. 그녀는 자식들을 여의고 죽은 아들들과 딸들과 남편 사이에 앉아 있었다. 슬픔으로 딱딱하게 굳어진 채, 그녀의 머리털은 미풍에 흔들리지 않았고,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했으며, 두 눈은 슬픔에 잠긴 눈구멍 안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 모습에는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더 안쪽에서는 그녀의 혀도 딱딱한 입천장에 얼어붙었고, 혈관은 더 이상 고동칠 수 없었다. 그녀는 목덜미를 구부릴 수도, 팔을 저을 수도, 다리로 걸을 수도 없었다. 안쪽의 내장도 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강력한 회오리바람이 에워싸더니 그녀를 고향으로 채어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산꼭대기에 고정된 채 흘러내리고 있고, 지금까지도 그 대리석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 자기 자랑 하는게 얼마나 모자란 행동인지, 얼마나 스스로를 망치는 행위인지 니오베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잇다. 우스운 사실은 우리가 언제나 그렇게 자기 어필을 하고 싶은 욕망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는 자기 PR이 필수인 시대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받지 않는 선을 지키면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291. [마르쉬아스의 경연] 다른 사람이 트리토니아가 발명한 갈대피리로 라토나의 아들과 시합하다가 져서 벌받은 사튀루스를 상기시켰다. “왜 내게서 나를 벗기시는 거예요?” 그는 외쳤다. “아아, 다시는 안 그럴게요. 내게 피리는 이런 대가를 치를 만큼 가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비명을 지르는 동안 그의 몸 온 거죽에서 살갗이 벗겨져, 그는 몸 전체가 하나의 상처가 되었다. 피가 흘러내리지 않은 곳은 한 군데도 없었고, 근육은 드러나 있었으며, 핏줄은 살갗에 덮이지도 않은 채 뛰고 있었다. 그댁 펄떡펄떡 뛰고 있는 내장과 훤히 드러나 보이는 가슴속의 조직을 셀 수 있을 정도였소.

>> 신에게 도전장이라도 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르쉬아스가 나보다 몇 천만수 위에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것이 부러웠다. 게다가 아폴론의 입장에서도 마르쉬아스가 영 신통치않았으면 가죽을 벗기는 대신엉덩이를 때려주는 정도로 이 내기가 마무리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폴론은 그의 가죽을 완저히 벗겨버렸다. 이 이야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마르쉬아스의 경망스러움보다 그가 가죽을 온통 벗겨지면서까지 드러내고 싶어했던 신의 경지에 대한 인간의 추구일 것이다.


302. [프로크네와 필로멜라의 복수] “왜 한명은 사랑스런 말을 건넬 수 있는데, 다른 한 명은 혀를 잘리고 아무 말도 못하는 거지? 왜 그는 어머니라고 부르는데, 그녀는 언니라고 부르지 못하지? 판디온의 딸이여, 대체 어떤 남편과 결혼했는가? 너는 못난 자식이야! 테레우스 같은 남편에게 성실하다는 것은 범죄야!!”
 
지체 없이 그녀는 이튀스를 끌고 갔다. 그 모습은 마치 강게스 강변의 암호랑이가 젖먹이 새끼 사슴을 우거진 숲 속으로 끌고 가는 것 같았다. 그들의 높다란 궁전의 외딴 곳에 이르렀을 때 소년은 이미 자신의 운명을 예견하고는 두 손을 내밀고 어머니! 어머니라고 비명을 지르며 어머니의 목을 껴안으려 하는데 프로크네는 아들의 가슴과 옆구리 사이를 칼로 쳤다.

 그러고도 그녀는 얼굴조차 돌리지 않았다. 소년에게는 이 한 번의 가격으로도 충분했을 터인데 필로멜라가 칼로 그의 목을 잘랐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는 그의 사지를 해체했다. 이어서 그 중 일부는 청동 솥에서 부글부글 끓었고, 일부는 꼬챙이에 꿰여 지글지글 소리를 냈다. 방 안에는 피가 냇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303. 테레우스는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왕좌 위에 높다랗게 앉아 혼자 식사를 하며 제 살로 제 뱃속을 채웠다. 그리고 그는 완전히 마음이 눈멀어 이튀스를 이리 불러주시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프로크네는 자신의 잔인한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안겨준 파국을 맨 먼저 알리고 싶어서 그대가 찾는 사람은 안에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가 재차 묻고 부르자 필로멜라가 자신이 미쳐서 살해한 소년의 피를 머리에 뒤집어쓴 그대로 튀어나오더니 핏방울이 뚝뚝 듣는 이튀스의 머리를 그의 아버지의 얼굴에다 내던졌다. 그녀는 이때처럼 자신의 혀가 말할 수 있기를, 알맞은 말로 자신의 희열을 표현할 수 있기를 더 바란 적은 없었을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그는 자신의 가슴을 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끔찍한 음식과 제 자식의 고기를 토해내고 싶었다.

>>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테레우스에게 여성으로서 무척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이 곳에다 옮기지는 않았지만 그가 처제를 겁탈하고 혀를 잘라 감금하는 장면에서 나는 필로멜라가 마치 나의 일부인양 가엾었다. 그리고 아들의 고기를 먹은 사실을 깨달은 테레우스의 얼굴을 보며 필로멜라가 느꼈을 희열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파멸뿐인 결말이지만, 일말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져서 나는 이 무서운 이야기도 내 책갈피에 넣어두기로 했다. 


334. [메데아와 테세우스] 하지만 이아손의 새 아내가 콜키스의 독에 타 죽고 왕궁이 불타는 것을 두 바다가 본 뒤에 그녀의 불경한 칼은 아들들의 피로 더럽혀졌다. 이런 끔찍한 복수를 하고 나서 어머니는 이아손의 무기를 피해 달아났다. 그곳으로부터 그녀는 티탄의 용들에 실려 팔라스의 성채로 들어갔으니, 그곳은 가장 정의로운 페네여, 그대와, 늪은 페리파스여, 그대가 나란히 날고, 폴뤼페몬의 손녀도 새로 돋아난 날개로 떠다니는 것을 보았소.

 아이게우스가 그녀를 받아들였는데, 이것이 그가 저지른 유일한 실수였다. 하나 그는 환대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녀를 아내로 삼기까지 했다

 어느새 테세우스는 두 바다 사이의 이스트무스를 용맹으로 평정한 후 그곳에 도착했나, 아버지는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를 죽이려고 메데아는 전에 스퀴티아 해안에서 가져온 아코닛 독약을 섞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것은 에키드나의 개의 이빨들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곳에는 시커먼 입을 쩍 벌린 동굴이 하나 있는데, 바로 동굴의 내리막길로 해서 티륀스의 영웅은 눈부신 햇빛으로부터 얼굴을 돌린 채 발버둥치던 케르베루스를 아다마스로 만든 사슬들에 묶어 끌고 나왔던 것이다. 그때 녀석은 미치도록 화가 나 동시에 세 목구멍에서 울려 퍼지는 개 짖는 소리로 대기를 메우며 초록빛 들판에다 흰 거품을 뿌려댔다. … 이것을 아버지 아이게우스가 아내의 계략에 넘어가 적인 줄 알고 아들에게 손수 건넸다. 권하는 잔을 테세우스가 아무 영문도 모르고 오른손으로 받았을 때, 그가 차고 있던 칼의 상아 칼집에서 자기 가문의 문장을 알아보고 아버지가 그의 입에서 독배를 쳐냈다. 메데아는 자신의 주문으로 불러낸 안개로 몸을 감싸 죽음을 면했다.

>> 그런 사람이 있다. 별로 감정적으로 얽힐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그 가운데 어떤 사람이 끼면서 정말 최악의 관계로 치닫게 만드는 사람말이다. 관계를 부수고, 자신도 별로 얻는건 없으면서 파멸로 사람들을 몰고가는 사람들. 그들은 스스로가 아주 똑똑하고 모든 것을 컨트롤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들이 사실은 머리가 나쁜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과 사람이 사귀는 이유는 단순히 이해관계만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이 맞는 선한 사람들끼리의 관계가 삶을 더욱 튼튼하게 가꿔준다. 메데이아를 피하라.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사람일 수 없다. 파괴적인 인간, 내면에 있는 파괴적은 발톱은 지금의 자신을 뛰어넘을 때에만 사용하라. 


357. [케팔루스와 프로크리스한데 누군가가 이 애매모호한 말을 엿듣고 그 뜻을 오해했소그는 내가 그토록 자주 부르는 '아우라'란 말이 요정의 이름인 줄 알고 내가 그 요정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소이 성급한 밀고자는 지체 없이 내가 불륜하다는 이야기를 지어내어 프로크리스를 찾아가 자기가 들었던 것을 그녀에게 속삭였소사랑하면 쉬이 믿게 되지요내가 전해 듣기로는그녀는 갑작스런 고통을 이기지 못해 실신했다고 하오한참 뒤에 정신이 돌아오자 그녀는 자신을 비참하고 불운한 여인이라고 부르며 나의 불륜을 저주했소.. 그리고 그녀는 이런 근거 없는 고발에 마음이 산란해져 아무것도 아닌 헛것을실체 없이 이름뿐인 것을 두려워하며 실제로 자신의 시앗이 생긴 양 괴로워하고 불행해했소그러면서도 그녀는 때로는 미심쩍기도 하고 또 참담한 심정에서 자신이 잘못 들었기를 바라며 고자질한 이야기를 믿으려 하지 않았고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남편의 실수를 저주하려 하지 않았소.

다음날 아우로라의 빛이 밤을 몰아냈을 때 나는 집을 나서서 숲 속으로 향했소그리고 나는 승리자로서 풀밭에 누워 '아우라여와서 내 노고를 진정시켜 다오!'라고 말했소그러자 갑자기 내가 말하고 있는 동안 신음 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것 같았소하지만 나는'오라내 사랑이여!' 하고 말했소그리고 다시 나뭇잎이 떨어지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자 나는 그것이 짐승 소리인 줄 알고 창을 날려 보냈소그것은 프로크리스였소그녀는 가슴의 상처를 부여잡고 '아아 슬프도다!' 하고 외치는 것이었소나는 내 성실한 아내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것이 들려온 쪽으로 정신없이 허둥지둥 달려갔소가 보니 그녀는 빈사 상태에서 옷이 피투성이가 된 채 (맙소사!) 상처에서 자신이 내게 준 선물을 뽑고 있었소내게는 내 자신의 몸보다 더 소중한 그녀의 몸을 나는 두 팔로 살며시 들어올려 가슴의 옷을 찢고는 잔인한 상처를 싸매어 피를 멎게 하려고 애쓰며 제발 내 곁을 떠나지 말라고나를 그녀를 죽인 죄인으로 만들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소그녀는 이미 기진맥진하여 죽어가면서도 억지로 이 몇 마디 말을 짜내는 것이었소.

'우리의 결혼과하늘의 신들과나의 신들이 될 저승의 신들과내가 그대에게 해준 모든 것과내 죽음의 원인이었지만 내가 죽는 지금도 남아 있는 사랑의 이름으로 내 그대에게 간청하노니제발 아우라가 나 대신 그대의 아내가 되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제야 나는 이름에서 오해가 비롯되었음을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었소하나 말해준다고 무슨 소용 있겠소그녀는 내게서 미끄러져 가고얼마 남지 않은 기운마저 피와 함께 그녀에게서 빠져 나갔는데그녀는 무엇이든 볼 수 있는 순간까지 나를 쳐다보며 내 입술에다 자신의 불행한 숨을 마지막으로 내쉬었소하나 그녀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만족해하며 죽는 것 같았소."

>> 사랑 사이에 끼어든 의심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다른 여자가, 혹은 다른 남자가 있다는 의심은 마음에서 솟아나는 사랑을 막아버린다. 그것은 가장 비참한 형태로 관계를 몰아가며 결국 사랑의 속살을 낱낱이 파헤친 뒤 어느 한 쪽이 돌이킬 수 없을만큼 상처를 받은 뒤에야 후회하며 손을 멈춘다. 변덕스러운 마음을 지닌 사람들은 연락이 좀 뜸하게 온다든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연인이 알아차리지 못하면 속상해 하며서 의심을 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것은 좋지 못한 징조이니 상대방에게 솔직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무척 건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375. [페르딕스] 운명을 알 리 없는 그의 누이가 태어난 지 이륙 십이, 열두 살 난 총기 있는 자기 아들을 그에게 보내 배우게 했다. 이 소년은 물고기의 등뼈를 보고는 그것을 본떠 가는 쇠 날에 이빨들을 내어 톱을 발명했다. 그는 또 처음으로 두 개의 무쇠 다리를 하나의 매듭으로 묶어, 그것들이 서로 똑같이 떨어져 있는 동안 한 다리는 서 있고 다른 다리는 원을 그리게 했다.

 다이달루스는 샘이 나서 미네르바의 신성한 성채에서 소년을 거꾸로 떠밀고는 미끄러진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하나 재주를 사랑하는 팔라스가 소년을 받아 새가 되게 하고는 아직 공중에 있을 때 깃털을 입혀주었다. 하나 소년이 전에 갖고 있던 빠른 재치는 낼가와 발로 옮겨지고, 이름만 이전 그대로 남았다. 하지만 이 새는 날 때 몸을 높이 들어올리지도 않고 나뭇가지나 우듬지에 둥지를 틀지오 않으며, 땅바닥 가까이 날며 산울타리에다 알을 낳는데, 이는 엣날의 추락을 기억하여 높은 곳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 가엾은 페르딕스. 다이달로스만큼 희대의 장인의 아이콘이 된 사람조차도 시기 질투에 사로잡혀 자기 조카를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러고보면 나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나 자신이다. 자격지심에 사로잡혀 남이 가진것을 내것보다 크게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리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384. [칼뤼돈의 멧돼지 사냥] 그러자 보라, 양날 도끼를 들도 다니는 아르카디아인(앙카이우스)이 미쳐 날뛰며 자시의 운명을 거슬러 오오! 젊은이들이여, 그대들은 남자의 가격이 여자의 가격보다 얼마나 앞서는지 배우시고, 그것을 보여주는 일은 내게 맡기시오. 라토나의 따님이 손수 자신의 무기로 보호해준다 해도 나는 디아나의 뜻에도 불구하고 내 오른손으로 이 녀석을 죽이겠소.”라고 말했다.

하나 야수가 대담한 자보다 한발 앞서 치명적인 급소인 그의 사타구니 윗부분을 두 개의 엄니로 들이받았다. 앙카이우스가 쓰러지자 내장은 피투성이가 되어 쏟아져 내렸고, 대지는 피에 젖었다. 그러자 익시온의 아들 피리토우스가 강력한 손에 사냥용 창을 휘두르며 적을 향해 돌진했다. 그에게 아이게우스의 아들(테세우스)가 소리쳤다.

나에게는 나 자신보다 더 소중한 자여, 내 영혼의 일부여, 거리를 두고 서 있게나! 거리르 두고 싸우는 것은 용감한 자들에게도 허용된다네. 무모한 용기가 앙카이우스를 해치지 않던가!”

>>용기와 무모함은 종이 한 장 차이로구나.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우선적으로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할 수 있는일을 해치우게 되는 것이다. 가냘픈 어깨에 너무 무거운 짐을 얹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399. [필레몬과 바우키스] 한번은 윱피테르께서 그곳에 인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셨는데, 전령장을 들고 다니는, 아틀라스의 외손자도 날개를 벗어놓고 동행했소. 일천 채의 집을 찾아가 그분들은 쉬어가게 해 달라고 청했으나, 일천 채의 집에 빗장이 질리며 문이 닫혔소. 딱 한 집이 그분들을 맞았는데, 그것은 짚과 늪지의 갈대로 지붕을 인 조그마한 집이었소. 하나 경건한 노파 바우키스와 그녀와 같은 나이의 필레몬은 젊은 나이에 그 오두막에서 결혼하여 그 오두막에서 함께 늙어가고 있었소. 그들은 가난을 숨기지 않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참고 견딤으로써 그것을 가볍게 만들었소. 그 집에서 주인을 찾거나 하인을 찾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었소. 모두 두 식구뿐이어서, 그들은 동시에 복종하고 명령했던 것이오. 그래서 하늘에 사시는 분들께서 이 조그마한 집에 이르시어 고개를 숙이시고 야트막한 문설주들 사이로 들어가셨을 때, 노인은 긴 의자 하나를 내놓으며 그분들더러 사지를 쉬시게 했소.

 한편 부지런한 바우키스는 그 긴 의자에 거친 깔개를 깔고 나서, 화덕에서 따뜻한 재를 한쪽으로 옮겨놓고 어제의 불기에다 부채질하며 거기에다 나뭇잎과 마른 나무 껍질을 얹더니 노파의 입김으로 불어대어 불길을 살려냈소. 그러고 나서 그녀는 지붕에서 잘게 쪼개 장작 개비들과 마른 가지들을 내려 잘게 부러뜨리더니 작은 청동 냄비 밑에 갖다 놓았소.

 그러고 나서 그녀는 물을 댄 정원에서 남편이 가지고 들어온 양배추의 겉잎을 따냈소. 그리고 노인은 두 갈래진 막대기로 꺼매진 대들보에 걸려 있던 훈제 돼지의 등심을 내리더니 오랫동안 간직해 오던 등심을 조그맣게 한 조각 베어내어 끓는물에 넣고 끓였소.

 …이어서 그녀는 순결한 미네르바의 과일인 초록빛 올리브와 검은 올리브, 포도주 찌꺼기에 절인 가을 철 산딸기, 꽃상추, , 치즈, 식어가는 재에 조심스럽게 돌려가며 익힌 달걀을 질그릇에 담아 식탁 위에 내놓았소.

 이들 먹을 거리들에 이어 다른 식기들과 마찬가지로 은이라고는 전혀 쓰지 않은, 돋을무늬가 새겨진 포도주 희석용 동이와 함께 안쪽에 노란 밀랍을 바른 너도밤나무 술잔이 나왔소. 잠시 뒤에 화덕은 더운 음식을 대주었고, 그리 오래되지 않은 포도주가 다시 들어왔다가 후식을 위한 작은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하여 한쪽으로 치워졌소.

거기에는 호두, 무화과, 쭈글쭈글한 대추야자, 자두, 바구니에 담긴 향긋한 사과, 자줏빛 포도덩굴에서 갓 딴 포도송이들이 있었고, 식탁의 한 가운데에는 반짝이는 꿀이 든 벌집이 있었소. 무엇보다도 거기에는 상냥한 얼굴과 활기차고 넘치는 선의가 있었소. 그 사이 노부부는 포도주 희석용 동이가 빌 때마다 저절로 가득 차고, 포도주가 저절로 솟아오른 것을 보았소.

…’우리는 신이다. 너희 불경한 이웃은 응분의 벌을 받게 될 것이다. 하나 너희는 이 재앙을 면하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너희는 집을 더나 우리의 발자국을 따라 저기 저 높은 산 위로 함께 오르도록 하라!’ 두 사람은 신들께서 시키시는 대로 지팡이를 짚고 긴 산비탈을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오르기 시작했소. 산꼭대기에서 화살 한 바탕 거리만큼 떨어졌을 때 그들이 뒤돌아보니, 모든 것이 못에 잠겨 있고 그들의 집만 남아 있는 것이 보였소. 그리고 그들이 그것을 보고 감탄하며 이웃 사람들의 운명을 눈물로 슬퍼하고 있는 동안 두 사람이 살기에도 비좁던 그들의 오래된 오두막이 신전으로 변했소. 서까래 밑에는 대리석 열주가 서 있었고, 짚은 누렇게 변해 황금 지붕처럼 보였고, 문짝들은 돋을새김으로 장식되고 땅바닥은 대리석 보도로 덮였소.

의로운 노인이여! 의로운 남편에 어울리는 아내여, 너희가 원하는 것을 말하라!’ 필레몬은 바우키스와 몇 마디 나누고 나서 자신들의 공동의 결정을 하늘의 신들에게 알렸소.

청컨대 우리는 그대들의 사제가 되어 그대들의 신전을 지키게 해주소서. 그리고 두 사람이 인생을 화목하게 살아온 만큼 한날 한시에 죽어 내가 아내의 무덤을 보지 않게 해주시고, 또 아내의 손에 내가 묻히는 일이 없게 해주소서!’ 그들의 소원은 이루어졌소. 그들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신전지기였소. 그러다가 어느 날 그들은 세월과 고령에 짓눌려 마침 신성한 계단 앞에 서서 거기서 일어났던 지난 일을 이야기하다가 바우키스는 필레몬에게서, 늙은 필레몬은 바우키스에게서 잎이 돋아나는 것을 보았소. 그리고 어느 새 두 사람의 얼굴 위에 우듬지가 생겨나고 있는 동안, 그들은 아직도 말할 수 있을 때 동시에 서로 잘 가요, 여보!’라고 말했소. 그리고 동시에 나무껍질이 그들의 입을 가리며 덮어버렸소. 오늘날에도 그곳에서는 튀니아의 농부가 하나의 쌍둥이 밑동에서 자라나 나란히 서 있는 두 그루의 나무를 가리켜주지요.

>> 잘 가요, 여보! 이 이야기도 너무 마음에 들어 거의 대부분을 옮겨두었다. 공경하고 화목한 부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410. [에뤼식톤과 그의 딸] 빈털털가 된 그는 이 딸을 팔았소. 귀한 집 딸인 그녀는 주인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가까운 바다 위로 두 손을 내밀려 기도했소. ‘나를 주인에게서 구해주소서! 그 대가로 나는 이미 내 처녀성을 그대에게 바쳤나이다.’ 그녀의 처녀성은 넵투누스가 빼앗았던 것이다. 그는 그녀의 기도를 귓등으로 듣지 않고, 뒤따라오던 주인이 잠시 전에 그녀를 보았음에도 그녀를 변신시켜 그녀에게 남자의 모습과 어부들에게 맞는 복장을 주었소.

411. 하나 그녀의 아비는 자기 딸에게 변신의 능력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트리오파스의 손녀인 자기 딸을 자주 여러 주인들에게 팔았소. 그리고 그녀는 때로는 암말로, 때로는 새로, 때로는 암소로, 또 때로는 사슴으로 도망쳐 탐욕스런 아버지에게 정직하지 못한 양식을 대주었소.

 하지만 마침내 재앙의 힘이 모든 재고를 다 먹어치우고 그의 중병이 더 많은 먹을거리를 요구하게 되자, 그 가련한 자는 제 사지를 찢어 그것을 제 입으로 물어뜯기 시작하더니 제 몸을 먹음으로써 제 몸을 먹였소.

>> 아무도 알아볼 수 없게 변신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음 팜프파탈계로 생각해보면 여러 이성과 썸을 타면서 맛있는 것을 왕창 뜯어먹고 결정적인 순간에 변신해서 위기를 모면한다. 동물의 왕이 되어 숲을 보호하는 평화주의자가 된다. 나의 능력을 활용하여 유명인이 된다. (어쩌면 능력의 특성으로 영화같은데 출현하게 될지도 모른다.) 장금이와 대화해본다. (개가 되면 개랑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여러번 퇴짜맞아도 다음 기회가 있으니 일단 들이대본다. 아 더이상 창의적인 생각이 안 떠오르네. 


[넷수스] 그는 신뢰를 저버리려고 하는 넷수스에게 소리쳤다. “공연히 그대의 발 빠른 것만 믿고 이게 무슨 짓이오, 이 약탈자여? 두 모습의 넷수스여, 내 그대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오. 들으시오! 그대는 나와 내 것 사이에 끼어들지 마시오! 나에 대한 존경심이 그대를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대의 아버지의 빙글빙글 도는 수레바퀴가 금지된 교합을 못하도록 그대를 말렸어야 할 것이오. 그대가 설사 말의 힘을 믿는다 해도 도망가지 못하리라. 나는 발이 아니라 치명상으로 그대를 따라잡게 될 테니까.” 마지막 말을 그는 행동으로 입증했으니, 화살을 날려 보내 도망치는 자의 등을 꿰뚫었던 것이다. 그자가 그것을 뽑자 두 구멍에서는 피가 레르나의 휘드라의 독과 섞여 뿜어 나왔다. 넷수스는 그 피를 받으며 나는 복수도 못하고 죽지는 않으리라.”라고 혼자말을 하고는 뜨거운 피에 흠뻑 젖은 자신의 옷을 겁탈당할 뻔했던 여인에게 사랑의 미약이라며 주었다.

423. [헤르쿨레스의 죽음] 영웅은 영문도 모르고 그것을 받아 에키드나의 딸인 레르나의 휘드라의 독을 어깨에 걸쳤다. … 말하기도 끔찍한 일이지만, 뜯어내려는 시도도 소용없이 옷은 그의 사지에 달라붙어 있거나, 아니면 살이 뜯긴 근육들과 굵은 뼈들을 드러냈다. 그의 피는, 마치 발갛게 단 무쇠를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담갔을 때처럼, 쉿쉿 소리를 내며 불타는 독에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거기에는 절제란 없었다. 탐욕스런 화염이 내장을 삼키고, 전신에서는 시커먼 땀이 흘러내렸으며, 그의 힘줄들은 탁탁 튀는 소리를 내며 타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독이 퍼져 골수마저 녹아내리자 그는 하늘을 향하여 두 손을 들고 소리쳤다.

424. 고역을 위해서 태어난 내 이 가증스런 목숨을 거두어가시오. 죽음은 나에게는 선물이오. 의붓어머니가 주기에 알맞은 선물이오.

>> 하, 헤라클레스 같이 힘 센 영웅도 죽을 수가 있구나. 게다가 그것은 완전 대박 반전 드라마구나. 사랑의 미약이라고 남편에게 준 셔츠가 사실은 그를 죽여버렸어. 세상에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느껴진다. 의심으로 눈멀지 말것, 사랑은 믿음으로 지킬 것. 


428. 한편 윱피테르의 이름난 아드리여, 그대는 높은 오이테 산이 입고 있던 나무들을 베어 화장용 장작더미를 쌓고는 포이아스의 아들에게 자신의 활과 널찍한 화살 통과 트로이야 왕국을 두번째로 보게 될 화살들을 가지라고 명령했소. 그러자 그가 장작더미에 불을 놓아주었소. 그리고 장작더미가 탐욕스런 불길에 사로잡히자 그대는 그 나무 더미 맨 위에다 네메아의 사자 가죽을 깔고 몽둥이를 머리 밑에 베고 누우니, 그 얼굴 표정은 마치 그대가 잔치 자리에서 머리에 화관을 쓰고 가득 찬 술잔들 사이에 기대 앉아 있는 것 같았소.

 어느새 불길이 강해져 탁탁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번지더니, 자기를 무시하는 자의 태평스런 사지를 핥았다.

454. [이피스] 아이는 소년처럼 차려입었고, 아이의 얼굴은 그대에게 소녀의 것으로 보이든 아니면 소년의 것으로 보이든 간에 이쁘장했다. 그 사이 십삼년이란 세월이 지나갔다. 그러자, 이피스여, 그대의 아버지가 금발의 이안테를 그대의 배필로 정했으니, 딕테의 텔레스테스의 딸인 근녀는 파이스투스의 여인들 사이에서 미모라는 지참금 때문에 가장 칭찬 받던 소녀였다. 두 사람은 나이도 같고 똑같이 예뻤으며, 가틍ㄴ 선생들 밑에서 자신들의 나이에 맞는 초보 교육을 받았다. 그리하여 사랑이 두 사람의 아직도 순진한 마음을 건드려 두 사람에게 똑 같은 상처를 주었다

 어머니는 시전을 나섰다. 그녀가 걸어갈 때 이피스가 여느때보다 더 큰 보폭으로 수행원으로 뒤따라갔다. 이피스는 얼굴빛이 더 검어 보였고, 힘은 더 강해졌고, 얼굴 표정은 더 날카로워졌으며, 아무 치장도 하지 않은 머리털은 더 짧았다. 그리고 그녀의 근력은 여인들이 보통 갖고 있는 것보다 더 강했다. 잠시 전만 해도 소녀였던 그대가 지금은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신전에 제물을 바치고 안심하고 즐기도록 해라!

Ø  자연이 지정해놓은 길이 사회적으로 길러지는 길과 다를 때, 진정한 자신으로의 변모가 필요하다.

475. [케라스타이족, 프로포이티데스들] 도대체 무슨 죄가 있다고? 차라리 이 불경한 족속이 추방이나 죽음, 아니면 죽음과 추방 사이 그 무엇으로 죗값을 치르게 하는 편이 낫겠어. 그러자면 모습을 바꿔버리는 벌말고 더 좋은 게 있겠어?

476. 그럼에도 음란한 프로포이티데스들은 감히 베누스가 여신임을 부인했소. 그 결과 그들은 여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자신들의 몸과 아름다움을 파는 최초의 매춘부들이 되었다고 하오. 차차 부끄럼이 사라지고 얼굴의 피가 굳어지자 그들은 거기서 조금 더 변하여 단단한 돌로 바뀌었소.

477. [퓌그말리온의 기도] 퓌그말리온은 이 여인들이 죄악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자 자연이 여자의 마음에 드리운 수많은 약점이 역겨워 아내도 없이 홀아비로 살고 있었고, 오랫동안 동침할 아내도 들이지 않았소. 그 사이 그는 눈처럼 흰 상아를 놀라운 솜씨로 성공적으로 조각했는데, 이 세상에 태어난 어떤 여인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는 없었소. 그는 자신의 작품에 그만 반해버리고 말았소. 그 얼굴은 진짜 소녀의 얼굴이었소. 그대는 그녀가 살아 있다고, 곧은 행실이 막지 않는다면 움직이고 싶어한다고 믿었으리라. …그는 그것에 입맞추었고, 그러면 그것이 이에 화답하는 것 같았소. 이제 그것에 말을 걸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했소. 그리고 그는 그것에게 때로는 아첨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녀들이 선호나는 조개껍질들과 ,반질반질한 조약돌들과, 작은 새들과, 갖가지 색깔의 꽃들과, 백합들과, 색칠한 공들과, 나무에서 떨어진, 헬리아데스들의 눈물들을 선물하기도 했소.

478. 온 퀴프루스가 참가하려고 몰려드는 베누스의 축제일이 다가왔소. …퓌그말리온은 제물을 바치고 나서 제단 앞으로 다가서서 더듬거리며 신들이시여, 그대들이 무엇이든 다 주실 수 있다면, 원컨대 내 아내가 되게 해주소서. 내 상아 소녀가 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내 상아 소녀를 닮은 여인이 라고 말했소. 친히 축젱 참석하고 있었던 황금의 베누스는 그 기도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소. 그래서 여신이 호의를 품고 있다는 전조로 세번이나 불길이 타오르며 대기 속으로 혀를 날름거렸소. 그는 집으로 돌아오자 곧장 자신의 소녀의 상을 찾아가서 침상 위로 머리를 숙이고 입맞추었소. 소녀가 따뜻히게 느껴졌소. 그는 다시 입을 가져가며 손으로는 가슴을 만져보았소. 그가 만지자 상아는 물러지기 시작하더니 딱딱함을 잃고는 손가락들에 눌렸소.

사랑하는 남자는 소망하던 것을 다시 또 손으로 만져보았소. 그것은 사람의 몸이었소. 그의 손가락 아래 혈관들이 고동쳤소. 그러자 파포스의 영웅은 베누스에게 수없이 감사 기도를 올리고 나서 마침내 또 다시 자신의 입술로 진짜 입술을 눌렀소.


521. [펠레우스와 테티스] 그가 바다의 신들에게 기도하며 바닷물 위에 포도주를 부어 드리고 양의 내장을 제물로 바치며 분향하자, 마침내 카르파토스의 예언자가 심해 한가운데에서 말했다.

아이아쿠스의 아들이여, 그대는 바라던 신부를 얻게 될 것이오. 다만 그대는 그녀가 잠들어 동굴 안에서 쉬고 있을 때 올가미와 튼튼한 밧줄로 그녀를 몰래 묶도록 하시오. 그대는 그녀가 백 가지 가짜 모습을 취하더라도 속지 말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녀가 무엇이 되든지 꼭 붙들도록 하시오.”

523. 펠레우스가 처녀의 사지에 본격적으로 덤벼들자 그녀는 모습을 바꾸다가, 마침내 자신의 사지가 붙들려있고, 두 파링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마침내 그녀는 한숨을 쉬며 신의 도움 없이는 그대가 나를 이기지 못했을 것이오라고 말하고 테티스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영웅은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 그녀를 껴안고 소원을 이루며 그녀를 위대한 아킬레스로 가득 채웠다.


540. [잠의 신 솜누스] 잠의 신은 그곳에 누워있는데, 나른하여 사지가 풀려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사방에 여러가지 모습을 흉내낸 공허한 꿈들이 누워 있는데, 수확기의 이삭이나, 숲 속의 나뭇잎이나, 바닷가에 흩어져 있는 모래알만큼이나 그 수가 많았다. 처녀신이 그곳으로 들어가서 길을 막는 꿈들을 두 손으로 옆으로 밀어냈을 때, 그 신성한 집은 그녀가 입고 있던 의상으로 환해졌다. 그러자 신이 자의 무게에 짓누린 두 눈을 간신히 뜨더니 자꾸만 자꾸만 도로 넘어지고 끄덕이는 턱으로 제 가슴을 치다가 마침내 자신에게서 자신을 털어내고는 그녀에게 찾아온 용건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3.     내가 저자라면

어렸을 때 집에 있던 책 중에서 좋아하는 책이 몇 권인가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그리스로마신화였는데, 꽃과 동물의 유래, 신과 인간 사이의 사랑과 질투들이 다채롭게 뒤섞여 있어 몇 번을 읽어도 지루한 줄 몰랐다. 변신 이야기의 두께에 놀랐다가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오래 잊고 지냈던 옛 친구를 만나듯 익숙하고 반가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어내려 갔다.

 오비디우스의 구성에서 내 마음에 든 것은 다음 다섯 가지였다.

첫 번째, 각 이야기마다 인상적인 포인트 장면들을 만들었다. 나는 이것이 오비디우스가 남긴 가치의 가장 중요한 골자이며, 내가 변신이야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책을 쓴다면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디는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케페우스 왕국의 전투를 보면, 어쩌면 신화에 내려오는 이야기는 극히 일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주와의 결혼을 위한 축제가 공주의 약혼자 무리들이 난입해오면서 처참한 전투장으로 바뀌고, 이를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사방에 드러내며 반역자들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장면은 소름 끼칠 정도로 정교하다. 마치 오비디우스는 서사시로 그림을 그린 화가 같다.

 두 번째는 변신이라는 공통 주제가 만고 불변의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말하자면, 소재를 아주 적절하게 잡아냈다. 당시까지 내려오던 민담이나 일부만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신화를 변신이라는 주제로 잡아 정리했다. 지금 만약 비슷한 글을 쓰게 된다면, 소재의 특성상 신화라는 단어를 뺄수 없을 것 같은데, 그의 변신(Metamorphoses)이라는 주제 선정은 더할 나위없이 깔끔하면서도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

또한 각각의 변신 장면을 아주 선명하고 강렬하게 그려내면서 도대체 이 신화라는 게 어떤 가치를 갖는가를 시대별로 고민하게 만든다. 아마 이 책을 변신 이야기모음집으로만 대한 사람들은 책이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고 밖에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변신이야기들을 통해 오늘날의 후대으로 어떻게 변모해야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며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던져주었다는 것이 대단히 흥미롭다.

 네 번째로 이 책은 인간의 의지를 고취시킨다. 파멸할 것을 알면서도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간절히 원하는 사랑, 다시 살려낼 수 없는 부인을 가까스로 만났다가 손에 쥐었다고 믿던 바로 그 순간에 놓쳐버리는 장면에서 책을 잠시 내려놓고 슬픔에 잠긴다. 그러다가도 부모와 사회가 그어놓은 테두리 바깥으로 삐죽삐죽 나서는 영웅과 주인공들에게 나는 인간으로서의 연민과 그 의지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그러면서 정신을 새로이 가다듬을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앞에 이야기의 마지막에 그 다음 이야기와 연결되는 구절이 꼭 들어간다. 예를 들어 이카루스가 너무 높이 날아 떨어져 죽은 이야기가 나오면, 그 주변에서 자고새가 웃으면서 노래했다는 구절이 나오고 다음에는 자고새로 변해버린 다이달로스의 조카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식의 연결 구조는 각각 이야기들이 따로 떨어진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며, 머릿속에서 구성을 잡아가며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해준다.

변신이야기의 보완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나는 솔직히 말해서 가장 마지막 부분은 변신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았다.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그렇다쳐도 아이스쿨라피우스나 카이사르의 신격화는 그 바로 앞까지 있었던 신화 이야기에서 보여주었던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자유와,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의 장점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여기 나오는 신들은 이미 신이 아니며, 로마의 카이사르가 아테네에서 찾은 토기조각을 머리에 얹고 있는 것과 같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 혹은 저자의 정치적 상황 같은 것에 신경이 쓰여 내용 자체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게 되는 것은 좋은 글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신이야기에서 그가 보여준 너무나 매혹적인 이야기들은 놓치기 어려운 내면의 미궁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나는 이 점을 잘 살려 우리 시대의 신화 이야기로 변신 이야기의 가죽을 벗기고 실체만 남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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