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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1일 12시 03분 등록

연하남인 아들에게 끌려- 파이드라와 히폴리토스

 

새엄마: 사랑해

아들: 왜 오라고 했어요? 아버지와 같이 자면서 나하고도 같이 잘 건가요?

        정말 추하군요. 정말 추해요.

- 쥴스닷신 감독 영화 <페드라phaedra. 1962년> 중에서-

 

 

테세우스는 이웃나라를 차례로 정복하면서 그리스의 번영을 가져왔다. 여전사들로 이루어진 아마존도 정복했다. 정복당한 아마존 여왕 히폴리테 (혹은 안티오페라 불리움)를 아내를 맞이한 테세우스는 히폴리테스를 낳았다. 히폴리테는 자신의 조국이 정복당하고 이국의 땅에 와서 얼마나 마음이 고통스러웠겠는가. 여전사로서 무서울 것 없이 주도적인 삶을 산 여자가 낯선 땅에 와 왕비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던지 화병으로 죽었다.

 

* 젊은이는 뭘해도 멋있어 *

테세우스는 크레타와 전쟁을 하면서 아리아드네 여동생 파이드라를 전리품으로 데리고 와 아내로 삼았다. 파이드라가 왕비로 살면서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친정이 빵빵하고 잘 사는 백그라운드가 받쳐준다면 어깨도 펴고 주눅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한때는 언니의 연인이었던 형부가 이제는 자신의 남편으로서 행동하고 있다. 언제든지 사랑을 배신할 수 있는 테세우스에 대한 신뢰는 애초부터 없었다. 남편은 야망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돌아설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테세우스와 히폴리테 사아에 태어난 준수한 청년 히폴리토스였다. 그는 아마존의 여전사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았다. 어머니 나라 아마존에서는 남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활을 쏘고 사냥하고 자유로이 온 나라를 돌아다니는데 익숙했다. 그 피가 어디 가겠는가. 히폴리토스는 숲속을 자신의 놀이터로 삼아 말로 질주하면서 사냥하고 강건한 심신을 단련하고 동정을 지켰다. 또한 자신이 동정을 지키는 것은 아르테미스를 지성으로 섬기기 때문이라고 공공연하게 페이스북이며, 트위터, 카톡에 광고를 하고 다녔다.

 

* 사랑은 선택하는 것이라 운명적 만남이다 *

이 말을 들은 애욕의 여신 입가에 비웃음의 미소가 번졌다. ‘너희들 부모 배가 닿지 않았다면 어찌 네가 존재할 수 있었으랴! 그래, 과연 네가 사랑을 무시했겠다’

테세우스가 자신의 고향인 트로이젠으로 해외 출장을 갔다. 이 틈을 놓치징 않은 아프로디테는 아들 애로스를 시켜 파이드라 가슴에 금촉화살을 쏘게 했다. 파이드라 가슴에 히폴리토스를 향한 사랑의 불을 활활 지폈다. 어찌하랴! 외로운 이국땅에서 남편이 아닌 의붓아들에 대한 사랑이 타오르기 시작했으니 까맣게 재가 되기 까지는 그 불은 꺼질줄 몰랐다. 히폴리토스의 외모를 잠깐 살펴보자.

 

183cm가 넘는 훤칠한 키, 76kg의 호리호리한 몸매, 조각같이 깍아놓은 오똑한 코, 지중해의 짙푸르면서도 녹색빛을 띤 빠질것 같은 눈동자, 파이드라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을때면 가슴이 뛰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파이드라는 홀로 침대에서 몸부림을 쳤다. 이 육체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와의 사랑을 상상한다. 그녀에게 다가온 히폴리토스. 식스 팩에 단단하면서도 다니엘 헤니와 제임스 오를 섞어 놓은 듯한 그가 살며시 다가와 키스하고 귀에 대고 살며시 애무하면서 온 몸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듯이 사랑해주는 장면을.

‘아아~ 아프로디테 여신이시여, 저는 어쩌란 말입니까. 왜 저는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게 만들었나이까. 그를 향한 이 마음 멈출줄 모르니, 저는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요! 사랑이 죄인가요.’

 

*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 *

파이드라를 보고 있으면 조관우가 부른 <늪>이 생각난다. 이미 남의 여자가 되어 버린 여인에게 빠져버린 한 남자의 애닲은 절규다.

 

내가 그녀를 처음본 순간에도 이미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였지

하지만 그건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상상속에서만 가능한 법이니까

난 멈출수가 없었어. 이미 내 영혼은 그녀의 곁을 맴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과연 신화속에서만 존재할까. 아는 지인 나현이가 자신의 가족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현이가 초등학교 4학년때였다. 나현이 아버지는 어머니 외에 젊은 여인과 사랑에 빠져 집을 나갔다. 어머니는 두 아들과 나현이를 키웠다. 10여년이 흐른 어느날, 아버지의 여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나현이는 스무살이었고, 나현이에게는 다섯 살 위인 오빠가 있었다. 장례를 치르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회한이 가시지 않았지만, 바쁜 생활은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나현이가 스무두살 때, 어느 날 어디서 많이 낯익은 여인과 오빠가 집을 찾아왔다. 그 여인은 바로 한때는 아버지의 여인이었고, 지금은 오빠의 여인이 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그 일로 한달을 끙끙 앓아누우셨고, 지금은 연락을 두절한채 지낸다고 했다.

 

* 욕망은 주인, 나는 노예 *

휘발유를 붙인 불을 어찌 끌 수 있단 말인가.

욕망은 나의 것이 된 것을 욕망하지 않는다. 내 손안에 든 것은 소중하게 여길줄 모른다. 닿을 수 없는 것, 나의 것이 아닌 것을 원하고,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하는 순간 욕망은 주인이 되고, 온 몸과 마음은 욕망의 채무자이자 노예로 전락한다.

파이드라의 유모는 이를 눈치채고, 이 모자 사이에 오고가는 쪽지를 전한다.

 

“ 사랑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어쩌다가 내 붉은 심장이 그대의 지중해처럼 짙푸른 눈동자에 꽂혀서 헤어져 나오지 못하나니. 내 숨소리는 그대에게 가는 바람이요. 나의 살아있는 이 몸도 그대를 위해 존재하나니, 아들이지만 아들일 수 없는 그대 히폴리토스여. 부디 아르테미스에 대한 숭배를 접고, 나와 함께 아프로디테 여신을 섬기길.”

 

파이드라.jpg

 

이 편지를 받아든 히폴리토스는 잠시 멈칫했다. 멀리 크레타에서 온 이국의 여인, 아버지는 늙고 여인은 젊다. 아버지 옆에 앉아 있는 여인의 얼굴에 늘 외로움과 쓸씀함이 보였다. 애틋한 감정이 일었지만, 아버지의 연인이었기에 일찌감치 마음을 접은 상태였다. 설마설마 했는데, 연상의 여인이 먼저 대시를 해오다니. 아버지 테세우스가 아니었다면,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여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러나 상대가 누구인가. 자신을 낳아주고 이 나라의 왕이 아니던가. 사랑의 파도가 히폴리토스를 덮쳤지만, 파도에 씻기기만 할뿐, 흔들리지 않았다. 감정을 숨기고 이성을 되찾아야 했다. 아프로디테의 애욕보다 아르테미스의 자유로운 생활을 선택하기로 했다. 답장을 유모의 손에 쥐어주었다.

 

“어머니,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저는 어머니 남편의 아들입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파이드라께서 욕정에 못이겨 수소와 사랑한 파시파에의 딸이라지만, 그 피가 여전히 어머니에게 흐르고 있다나 봅니다. 사람에게는 넘어서는 안될 선이 있는 법. 어머니의 애욕과 정욕으로 저를 더럽히지 말아주소서.”

 

* 사랑은 증오와 복수심으로 변하고 *

편지를 받아든 파시파에 손이 파르르 떨렸다. 히폴리토스를 향한 사랑이 증오로 변했다. 모멸감을 당하고 얼굴을 들고 살수가 없었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파이드라는 먹다 남은 파이를 갈가리 짓이기듯이 그의 인생을 짓밟고 싶었다.

속이 훤히 비치는 잠옷을 갈가리 짖어 알몸을 드러나게 한 뒤 편지를 썼다. 칼로 뛰는 심장을 찔러 붉은 피가 하얀 잠옷과 가슴위로 흘러내렸다. 소식을 전해들은 테세우스 달려왔지만, 파이드라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파이드라 손에 쥔 유서를 읽는 순간, 테세우스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사랑하는 나의 남편 테세우스여, 당신의 자비로운 사랑으로 이 땅위에서 조국의 그리움을 접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아들 히폴리토스가 내 방에 들어와 내 옷을 갈기갈기 찢고 나를 능욕하려 하니 수치심으로 이몸 그만 세상을 하직합니다. 낮에는 아르테미스를 섬기고 밤에는 아프로디테를 섬기는 자를 경계하소서”

히폴리토스는 아들이기 이전에 남자였다. 한 남자의 아내를 남도 아닌 자신의 피를 나눈 남자가 피가 섞어지 않은 여자이자 어머니를 넘보고 능욕을 했다. 이 남자에게는 수치감을 안기며 자존심이 상한 일이다.

테세우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기도한다.

 

“세상의 바다를 다스리는 포세이돈이여! 아들 히폴리토스는 제 아비의 침실에 들어와 나의 여인을 범하려 하였나이다. 이보다 파렴치한 놈이 어디 있겠습니다. 이는 나를 능욕하는 것과 같은 일이니 그를 용서하지 마소서. ”

 

한편 젊은 청년 히폴리토스. 어머니이기 전에 한 여자로 보였지먄, 그녀를 향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아버지이자 한 나라 왕의 부인을 사랑했지만, 살아남으려면 거절을 해야만 했다. 마차를 몰아 “파이드라, 파이드라”를 목청껏 외치며 말에 채찍을 휘둘렀다. 평소 온순한 그가 광폭하게 채찍을 휘두르니 말이 전력질주를 했다. ktx보다 빨리 달리라고 재촉한 주인의 채찍에 전력질주하다 커다란 돌맹이에 말이 삐긋했다. 바로 그때 히폴리토스는 전차에서 미끄러졌다. 떨어지면서 발에 줄이 매달려 게속 질주하는 말에 끌려 다니면서 숨이 끊어졌다.

 ‘히포-리토스Hippo-lytos'는 ’말에 의해 찢긴자‘라는 이름대로 그 운명을 따랐다. 이름대로 되고 불리는 대로 된다는 것이 세상이치다. 이를 불쌍히 여긴 아르테미스가 의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부탁해 그를 살려냈다. 그는 '비르비우스Vir-vius'라는 뜻으로 성형을 해서 얼굴을 바꾸고 영원히 아르테미스의 추종자가 되어 그녀의 보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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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를 파멸시키는 사랑 *

사랑했으나 사랑에 대한 응답이 모멸감으로 되돌아왔다. 파이드라는 죽는 순간까지 상처입은 자존심으로 사랑한 대상을 증오했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앙갚음은 사랑이 아니다. 이기심이며 탐욕이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 당신도 나를 사랑해야 하는 일방적이고 미성숙이 불행을 초래한다. 감정이 움직이고 자신의 감정에 의해 지배당하고 조종당하는 인간들이다. 그들을 위해 시를 짓는다.

 

파~파도처럼 겉잡을 수 없이 밀려온 것이 사랑이라 느꼈다

이~이도 저도 못하는 감정 내 비칠수도 티안낼수도 없어 식음을 전폐하고 잠을 못이루니

드~드디어 결심하고 나의 감정을 비추었더니

라~라일락 향기를 내 뿜은 그대는 잘생긴 것이 무슨죄냐면서 나를 거부했다.

유혹한 그대는 책임이 없고, 잎처럼 쓰디 쓴 모멸감으로 나를 죽게 만드는구나

 

 

히~히로뽕을 맞아도 유분수지요. 어머니, 어찌 저를 연인으로 여기셨나이까

폴~폴리스police가 그대 손에 수갑을 채우지 않는다 하여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도 된다고 여기셨나이까

리~리드lead한다고 해서 다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토~토라진 감정에 분노와 복수로 저를 음해하시니

스~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당신은 나를 사랑한 게 아니라 그저 나의 젊음을 소유하고자 했을뿐,

    자신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자멸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그 증거나니.

 

 

영화 페드라

 

페드라.jpg   페드라1.jpg

 

신화 파이드라와 히폴리토스 사랑을 모티브로 한 영화 <페드라phaedra. 1962년>가 있다.

-쥴스닷신 감독은 신화와 역사가 뒤섞인 고대의 비극을 현대로 끌어냈다. 테세우스 자리에 1960년대 세계를 호령하던 그리스 선박산업의 거부를 앉히고 그의 부인과 해외 유학중인 아들이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비극의 주인공 페드라는 닷신 감독의 두 번째 아내이자 그리스 문화계의 아이콘이었던 멜리나 메르쿠리가 연기했다.

어머니가 아들을 사랑하는 비극은 “페드라 컴플렉스”라는 심리학 용어까지 낳았다.

 

어머니와 사랑에 빠지는 아들 역할은 신경질적인 마스크를 지닌 안소니 퍼킨스가 연기했다. 닷신 감독은 이 영화의 감독 뿐 아니라 각본까지 쓰고 제작까지 맡았으며, 극중 크리스토라는 역할로 연기도 했다.

특히 빗물에 번진 유리창 너머로 잡은 두 사람의 정사 씬은 표현력이 뛰어나다.

여기에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음악이 어우러져 비극미를 더한다.

아내 페드라는 남편 타노스를 찾아가 남편의 아들을 사랑하며, 자신의 애인이라고 고백한다.

 

아내: 타노스! 결혼은 절대 안돼요

남편: 무슨 결혼? 그게 무슨 소리야?

아내: 에로시스와 당신 아들 알렉시시의 결혼말이예요

남편: 그 얘기를 하러 여길 온 거야? 지금?

아내: 또 있어요. 전 알렉시시를 사랑해요. 제 애인이에요. 파리에서부터였어요.

 

아버지 타노스에게서 실컷 두들겨 맞은 후, 차고에서 피묻은 얼굴을 수도꼭지에 갖다댄다. 이때 어머니 페드라가 찾아오지만, 알렉시스는 페드라를 떠난다.

알렉시스: 잘있어요, 페드라

페드라: 나를 데리고 가야지

알렉시스: 다시는 당신을 보지 않을겁니다

페드라: 우리가 한 짓보다 더 끔찍하고 서로를 떠나는 방법은 하나뿐이야.

알렉시스: 당신은 죽어야 해요. 난 24살이예요. 겨우 24살밖에 안됐단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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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유학 시절 그토록 갖고 싶어했던 007의 상징인 애스톤마틴을 타고 그리스 해변을 질주한다.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크게 틀어놓고 절규하듯 “페드라~ 페드라~”의 이름을 부르며 덤프트럭과 부딪쳐 해변의 바위에서 차가 전복된다.

영화 속 풍광은 흑백이지만 산토리니의 푸른 하늘과 새파란 지붕을 이고 있는 흰 색 집들이 늘어선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IP *.185.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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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1 15:21:39 *.104.9.186

타다 말고 푸르륵 꺼지는 것 보다는 

다 태우고 재만 남겨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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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4.04.22 09:39:21 *.185.21.47

삶이 그렇지요.

한순간을 집중하고 몰입해사 살아가는 힘

- 카르페디엠- 아랄까요.

 

전네 수일님이 주신 tip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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