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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2일 11시 47분 등록

프로기노바

 

 

 

오랜만에 공일입니다. 약속, 일정 암것도 없어요. 오늘 내 집에 가만히 혼자 머물 수 있어 참 좋아요. 그는 산에 갔어요. 오늘은 회사에서 가느라 음식 준비를 안하더군요. 북한산 비빔밥 좋아하는데 똑같은 주문도시락 좀 지루하겠어요. 진달래능선을 밟을라나요? 집으로 귀가하지 않고 바로 출근할 거예요. 야간 근무날이거든요. 아침에 보내면서 이번 달 배란일 전후 이틀을 진격일로 공시했어요. 근데 자연임신 시도는 의미 없다고 의사선생님은 말씀하셨어요. 왜 그럴까요? 40대인 우리 나이 때문일까요? 이번 달에 처방받은 프로기노바 때문일까요? 

 

프로기노바는 두 가지에 많이 처방되는 약인 듯 해요. 첫번째는 폐경이나 자궁적출수술을 경험한 이들의 갱년기 증상 호르몬 치료 요법에, 둘째는 냉동배아 이식할 때예요. 내가 하려는 건 시험관 시술이니 냉동배아 이식 쪽 글을 더 읽어보았네요.

 

5월이 되면 시험관 1차에 들어갈거예요. 우리 부부가 겨냥하고 있는 건 난자 채취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거예요. 낮은 차수의 시험관에 성공하고, 과배란으로 채취한 난자의 질, 수정, 배양상태가 좋아서 여러 개의 냉동수정란이 나오는 거예요. 제가 열심히 난소기능저하 영양제를 챙겨먹고, 식사일기와 운동일지를 쓰면서 몸을 관리하는 첫번째 목표입니다. 냉동수정란은 3일 배양이나, 5일 배양 채로 냉동되는 거라는군요. 이식 성공률이 더 높다네요. 또 과배란을 안하니까 난소에 부담도 없으니 쉬지 않고 바로 그 다음 달에도 시행할 수 있다고 해요. 그러니 과배란해서 시험관 시술을 한 당월에 피검수치 0을 받더라도 만약 냉동이 나왔으면 그걸 해동해서 쉬는 두 달 동안도 시도를 할 수 있는 거지요. 주사바늘을 찔러서 채취하는 과정의 감염과 출혈 위험을 제일 겁내는 거니까요.

 

시험관 1차는 로또라는데, 40대이면서 난소기능저하가 있는데 냉동이 나오는 게 가능할까요? 꿈은 마음이 미리 보는 미래이고, 진실한 욕망에서 변화의 거대한 에너지가 나온다 하지요, 나의 상상력을, 나의 욕망을 야생 늑대마냥 풀어 둘래요.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감각적으로 생생히 느끼도록 추동할 겁니다. 우리가 그리는 그림은 이래요. 시험관 시술에 성공해서 올해 첫째 아이를 가지고요, 그 때 나온 냉동수정란으로 둘째를 임신해 출산하는 겁니다. 나의 자궁은 늙겠지만 한 해라도 젊을 때 생성된 난자, 정자로 된 냉동수정란은 시간을 거슬러 보관되겠죠. 한 번 출산을 한 자궁은 두번째는 경산부라 진통시간이 단축되고 쉬워질 것 같아요. 아이든 책이든 말입니다.

 

냉동배아 이식 방법에은 대략 3가지가 많이 쓰입니다. 1) 자연적인 배란 주기에 맞춰서 약을 쓰지 않고 이식하는 방법 2) 배란유도제를 사용하여 과배란을 시킨 후 이식하는 방법 3) 프로기노바와 프로게스테론 제제를 사용하면서 배란을 억제하고, 인위적으로 자궁내막 상태를 좋게 만들어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프로기노바는 3)번 방법과 관련 있습니다. 자궁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냉동배아이식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요 그 때 자궁내막을 좋게 하기 위해 쓰는 약이 프로기노바입니다. 어떤 원리로 그리 될까요?  

 

생리가 시작이 되면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증가하게 됩니다.  에스트로겐의 작용으로 자궁내막이 점점 두꺼워져요. '프로기노바 (Progynova)' 에스트로겐 제제입니다.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약을 투여하여 정상배란 과정에서 일어나는 호르몬 변화와 비스무리하게 만드는 거죠. 그런데 약을 투여하면 정상적인 '배란'과정은 억제되므로, 자연임신의 가능성은 없어진다네요. 자궁내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두꺼워지게 되면 그 다음에는 프로게스테론 제제를 사용합니다. 배란 이후에 '황체'가 형성되면서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요. 프로기노바를 사용하면 배란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황체'가 만들어지지 않지요. 인위적으로 프로게스테론 성분을 투여한답니다. 프로게스테론은 두꺼워진(보통은 8mm) 자궁내막을 좀 더 탄탄하게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해요. 프로게스테론 제제에는 질정 (크리논겔, 유트로게스탄, 엔도메트린, 예나트론 ) 과 주사제 (슈게스트, 제니퍼프로게스테론, 타이유프로게스테론 등)가 있습니다. 프로게스테론을 몇 일간 사용하고 배아를 이식하는지는 얼려진 배아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네요. 보통 4-6일간 프로게스테론 제제를 사용한 후에 배아이식을 진행해요. 그럼, 프로게스테론은 언제까지 투약할까요? 보통 임신이 되면 임신 10주경까지 매일 투약한다고 합니다. 만약 제가 시험관이나 냉동이식에 성공하더라도 10주까지는 프로게스테론 주사나 질정을 쓰게 되겠군요.    

 

내가 처방받은 약은 15일간은 프로기노바이고, 그 이후 10일간에는 황체호르몬이 포함된 약을 먹는댔어요. 프로베라. 프로베라를 검색하니 그 약은 생리를 유발하는 약인 듯 합니다. 생리를 하지 않는 분들이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은 뒤에 생리를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조기폐경 진단을 받은 분들 이야기예요. 아 잘 모르겠어요. 이런 걸 잘 설명해주는 신뢰로운 책이 내게 있으면 좋으련만.

 

프로기노바가 정상적인 배란을 억제한다는 말에 주의하게 되어요. 그럼 이번 달에는 내막을 인공적으로 두껍게 했다 털어내는 훈련을 생리주기에 맞춰 하지만 사실은 배란은 억제될 수 있는 거군요. 생리 3일째에 갔는데도 말입니다. 나는 생리주기가 28일로 일정한데 왜 저런 걸 처방하셨을까요? 이유가 있겠지요. 나는요 이게 궁금해요. 그럼 자연임신은 시도할 필요가 없는 걸까요? 그럼 이번 주말의 진격일은 의미가 없는 걸까?

 

내가 난임병원 의사선생님의 블로그에서 찾은 저 정보에 의하면 임신 가능성이 없을 수 있겠어요.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말한 진격일을 폐지할 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나는 폐지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코믹에로멜로물의 여주인공이 되어 그의 가슴으로 나풀나풀 진격할 겁니다. 그를 위로하기 위해서요. 여자만 힘든게 아니라 남자도 힘들거든요. 첫째는 그도 병원에 가서 정자를 채취하게 됩니다. 어떤 남자가 그런 과정을 괜찮다 하겠어요? 둘째는 과배란 주사를 맞고 감정적으로 출렁거리고, 몸이 힘든 아내를 보살피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난자 채취할 때의 감염과 출혈 걱정은 나만 가진게 아니예요. 그도 겁나고 무서울 겁니다. 하지만 식구를 돌보고 안심시켜야 하니 표낼 수 없겠지요. 채취에 비하면 시험관 시술은 간단하다 했어요. 제일 피가 마르는 시간은 2주 후 피검 때까지 입니다. 피검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립니다. 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떤 게 힘드냐구요. 그가 말했어요. 정자를 채취하는 게 유쾌하진 않지만 아내가 받는 진료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병원에서 정자 채취 하는 일보다 당신을 지켜보고 신경쓰는게 굳이 수치로 비교하자만 1:9 정도로 에너지가 든다고 했습니다.

 

저 사람을 진격일을 핑계로 사랑해주어야겠어요. 맛난 거 먹게 하고, 손잡고 좋은 풍경 보러 가고요, 안아 주고요. 우리의 감정 통장에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저금해 두어야겠어요. 나는 내 마음을 잘 다독여 저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고 싶습니다. 그도 나와 비슷한 마음인 듯 합니다. 자꾸만 하루짜리 여행 프로그램을 물어 옵니다. 강화 보문사에 가서 108배 하고, 고려산 진달래를 보자 하고, 선운사 동백을 보러 가자 합니다. 보문사에 가서 바다 보이는 큰 바위에 새겨진 관세음보살님께 기도를 드리고 싶어요. 선운사 동백은 김용택 시인의 시, 송창식 노래 때문에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그사람을 잃고 나서가 아니라 함께 보고 싶은 꽃입니다. 그 여행계획 보다 고마운 건 언젠가 흘렸던 말을 알뜰히 담아둔 것입니다.

 

혼자 먹는 점심을 차립니다. 메뉴는 유부와 쑥갓을 얹은 우동이예요. 조리가 라면처럼 쉬워요. 끓는 물에 생면과 간장스프를 넣고 끓이다 고명을 얹으면 끝. 라면 덜 먹어보려고 사다 둔 거예요. 두레반에 차렸어요. 밥상 오른쪽 눈 잘 닿는 부분에 4층짜리 흰색 국민 사다리선반이 있어요. 젤 잘 보이는 1층에는 아이들을 상징하는 물건들이 있어요. 웃고 있는 일곱 살 베네수엘라 아이들 사진, 2마리, 신발 2켤레예요. 양은 우리학교 전공과 학생들이 만든 천연비누입니다. 작년 1년 컴퓨터 모니터 앞에다 방목하다가 휴직하며 몰고 왔어요. 신발은 아는 분이 사무실을 이전해서 보러 갔다가 얻었어요. 안방 협탁에는 발리 신혼여행에서 산 돌고래 목각인형이 두 개 있어요. 돌고래들은 인도네시아에서부터 따라와 우리 꿈결에서 헤엄치고 있어요.

 

뜨거운 우동 국물을 먹다가 눈물을 흘렸어요. 종일 들었던 진도 여객선 침몰 소식 때문입니다. 이건 나만의 경험은 아닌 듯 해요. 버스에서, 길을 가다가 교복을 입은 아이들만 봐도 그 생각이 나고, 밥 먹다가 울컥했다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서 들었어요. 수학여행을 떠난 열여덟살 금쪽 같은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승객들이 물 속에 있어요. 구명조끼 입고 선박 안에 대기해 있으라는 말 잘 들은 아이들이 모두 갖혔어요. 배를 빌려 타고, 경비정에 3~4명씩 동승해 가라앉은 배 주위를 돌고, 모포를 쓰고 나와 밤새 바다를 향해 울부짖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봤어요. 애끓는 소리가 들리고 뚝뚝 떨어지는 피가 보이는 것 같아요. 내가 기다리는 개똥이와 산이도 고2가 되면 저렇게 수학여행을 가겠지요. 개똥이나 산이가 그 배 안에 있다면, 내가 그 선착장에 있다면 하고 생각해 봐요. 하염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모르긴 해도 그날 엄마아빠도 아이들과 함께 수장되었을 겁니다.

 

내가 쓰는 이 글이 아이 가진 이들, 아이를 적극적으로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읽어도 마음 쳐지지 않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산모들은 조문을 가지 않고요, 슬픈 소식을 그들에게 전하는 걸 조심합니다. 그래요. 저는 엄마가 아니예요. 필드에서 뛰어볼 날을 기다리며 훈련중인 후보선수예요. 개똥이, 산이에게 지난 12월부터 편지를 쓰기 시작했으니 한 석달쯤 썼어요. 이 편지를 쓰면서요. 엄마 모의 훈련을 하는 듯 해요. 운전, 타이핑 연습을 할 때 머리 속 시뮬레이션이 근육 훈련에도 영향을 준다고 했어요. 하늘이 무너져도 엄마는 태산처럼 버티어서 아이를 보호하는 사람이라 했어요. 그것이 어디서 오든지 말입니다. 집에 불이 나더라도 아이만 안전하면 괜찮다. 불 잘 탄다하라 했습니다. 내게는 모델이 있습니다. 우리 할머니예요. 보도연맹사건으로 남편과 시동생을 잃은 건 그녀가 임신 3개월이 되었을 때입니다. 6월 말에 남편이 그리 되고 이듬해 1월에 아이를 낳았으니까요. 장마철 냇물이 핏빛이었다는데 그 현장을 남편을 찾아 헤매면서 할머니는 나는 아기 가진 엄마다는 마음을 놓치지 않았다 했습니다. 타 넘지 않고 빙 돌아다녔다 했습니다. 그 덕에 아버지는 몸과 마음이 보호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저런 아픔은 어찌해야 할 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현재로서는 함께 울고, 기도하는 수 밖에요.

 

 

 Ps.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그리고 기도를 들으시는 모든 님들께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물 속에 있는 저 아이들을 살펴주십시오. 어른들 잘못의 댓가를 아이들이 목숨으로 치르고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도와주십시오.  

 

 

자료출처 : 엠여성의원 Dr,이재은의 난임클리닉 블로그

http://blog.naver.com/cherish2013?Redirect=Log&logNo=15017949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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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2 12:53:56 *.94.164.18

선배님의 칼럼이 기다려졌어요.

선배님 글 덕분에 어디가서 이 분야에 대해 아는척 할 수 있을것 같아요.


쉽지않은  도전을 하고 계신 선배님께 박수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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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4 14:42:23 *.153.23.18

왕참치님 정성어린 댓글에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12:00 마감이 지나자 마자 수차례 확인할 때 무플이면 외로움 급상승 하곤 합니다.

감사해요^^

 

땡전 한 푼 없이 보시하는 무재칠시가 있다더군요. 

왕참치님이 반겨주시니 그 말이 생각나네요.

 

저도 왕참치님처럼 다른 분들 글에 댓글 달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자면 제 숙제를 빨리 마쳐야 하는데, 지각 담당인 저에게는 -_-

하하하 제 머리부터 깍아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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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2 18:37:09 *.252.144.139

프로기노바는 독일계 제약회사 바이엘에서 만드는 약이네요.

만약 이 글이 책으로 나오면 약의 실명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할것 같아요.

의도하지 않았는데 상업적으로 비칠 수 있으니까요.

제약회사 홍보팀에서 일해봐서 몇 마디 보태봅니다.

콩두언니의 일기가 어떻게 끝날지 흥미진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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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4 14:44:19 *.153.23.18

재경선배, 오! 그런 게 있을 수도 있겠어요.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저 난임일기가 책으로 나오자면 아이를 안아야 가능할테지요.

저도 어떻게 끝날 지 흥미진진합니다.

 

여러 가지 일로 애써주셔서 감사드려요.^^

가정, 일, 교육팀, 총무 일, 본인 글쓰기...건강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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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4 15:42:52 *.23.235.60

계속 신화와 오비디우스를 읽게 되면서

제목을 보고서 내가 모르는 신이 또 있었나? 무슨 신이지? 했네요^^:::

버스를 타고 오면서 하신 말씀들이 기억이 나네요.

보다 기~인 안식년을 얻을 수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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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5 13:36:06 *.153.23.18

ㅋㅋㅋ 에움길님 덕분에 유쾌하게 웃었어요.

오비디우스 저도 펴 보았네요.

기원 감사합니다. 에움길님.

올해 특별한 연구년 잘 보내시고 성과 한아름 안으시길 저도 기원드립니다.

에둘러 가더라도 방향이 바르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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