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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2일 11시 51분 등록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지음, 열린책들, 2009.11.15

 

1. ‘움트는 지적 환희(저자에 대하여)

 

움베르토에코.JPG

 ■ 움베르토 에코 (1932 ~ )

 

 기호학자인 동시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볼로냐대학교의 교수이다. 1932년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변호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세 철학과 문학으로 전공을 선회, 1954년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학위논문을 발간함으로써 문학비평 및 기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62년 토리노대학교와 밀라노대학교에서 미학 강의를 시작했으며, 최초의 주요 저서인 『열린 작품 Opera apertas(1962)을 발간해 현대미학의 새로운 해석방법을 제시했다.

 

 이어 『제임스 조이스의 시학 Le poetiche di James Joyce(1965), 『예술의 정의 La definizione dell'arte(1968) 등 새로운 이론서를 발표해 문학비평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966년 상파울루대학교와 피렌체대학교에서 시각커뮤니케이션을 강의했으며, 1967년 『시각커뮤니케이션 기호학을 위한 노트』를 출간했다. 1968년 인간의 사고와 문화행위, 이념구성 등에 다양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호를 개념, 유형, 의미론, 이데올로기 등으로 명쾌하게 분석 정리한 『텅빈 구조 La struttura assente』를 발간했으며, 이어서 『내용의 형식 Le forme del contenuto(1971)을 발간한 후 이 두 저서의 내용을 증보해 영문판 『기호학이론 A Theory of Semiotics(1976)을 발간함으로써 세계적인 기호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Visio 문화, 즉 읽는 문화가 아니라 보는 문화의 전형적인 사례인 중세 미학과 러시아 형식주의, 그리고 아방가르드 문화로부터 출발했으며, 퍼스의 철학적 기호론을 통해 독특한 기호학 체계를 구축, 프랑스 중심의 언어학적 기호학이나 구조주의와 철저하게 맞대결하는 한편 프랑크푸르트 학파류의 마르크스주의와도 완연히 다른 예술 이해와 미학관을 보여주었다.

 

 1971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조교수로 임명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국제기호학 잡지 『베르수스』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1974년 밀라노에서 제1회 국제기호학 회의를 주관했으며, 1975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정교수 및 커뮤니케이션·연극학 연구소장으로 임명되었다. 기호학과 미학의 세계에 열중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에 근무하는 여자친구의 권유로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당시 원자핵의 확산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세기말적인 위기를 문학으로 표현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는 2년 반에 걸쳐 집필을 완료해 1980년 첫번째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a』을 발표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논리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경험주의 철학과 자신의 기호학 이론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어 1988년 두 번째 장편소설 『푸코의 진자 Il pendolo di Foucauilt』를 발표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며, 1994년 자전적 작품인 세 번째 장편소설 『전날의 섬 L'isola del giornoprima』을 발표해 작가로서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에코는 문학은 죽는 방법까지 가르쳐 준다고 말할 정도로 문학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는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 강의』라는 책에서 문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문학이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웅변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문학의 몇 가지 기능에 대해'에서 시작하여 마르크스, 단테, 네르발, 와일드, 조이스, 보르헤스 등의 작품에 대한 비평과 문체, 상징, 형식, 아이러니 등 문학 이론의 핵심적인 개념들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 등을 담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 퍼스널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기호학·철학·역사학·미학 등 다방면에 걸쳐 전문적 지식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에스파냐어까지 통달한 언어의 천재이다. 이러한 이유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이래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물이라는 칭호를 얻고 있다. 현재는 볼로냐대학교에서 건축학·기호학·미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세계 명문대학의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파리 제4대학인 소르본에서의 강의활동과 미국 예일대학교 교수 폴 드 만(Paul de Mann)과 함께 하는 예일학파로서의 학술활동은 유명하다. 그의 기호학이론은 오늘날 세계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품으로 장편소설『장미의 이름』(1980) 과『푸코의 진자』(1988),『전날의 섬』(1994), 동화『폭탄과 장군』(1988),『세 우주 비행사』(1988), 이론서『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의 문제』,『열린 작품』 등이 있다.

 

2. ‘장미의 이름(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 본문 내용, Ü : 나의 언어)

 

()

 

□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p. 20)

 

Ü 하루종일 봄을 찾아 헤맨 자가 앞마당 틔어 오르기 시작하는 꽃봉우리를 보지 못한다.

 

프롤로그

□ 교황 요한은 승리자인 루트비히 황제를 파문했고, 우리 황제는 자신을 파문한 교황을 배교자로 비방했다 (p. 27)

 

Ü 소설의 때는 교황청의 아비뇽의 유수시절이다. 유럽, 14세기 초

 

□ 우주라고 하는 것이 아름다운 까닭은 다양한 가운데에도 통일된 하나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통일된 가운데에서도 다양하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p. 33)

 

Ü 윌리엄 사부의 말이다.

 

□ 이 세상 만물은 책이며 그림이며 또 거울이거니

장미는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우리의 운명을 설명하고 우리의 삶을 읽어준다.

장미는 아침에 피어, 만개했다가 이윽고 시들어가니까.  알라누스 데 인술리스-  (p. 42)

 

Ü 사실 모든 게 이렇다. “나는 편도나무에게 말했노라. ‘그대여, 나에게 신의 얘기를 해 다오.’

그러자 편도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다” –영혼의 자서전, 니코스 카잔차키스-

 

□ 진리는 선과 같이 제 스스로를 전파한다. (p. 44)

 

□ 장 뷔리당 (1290~1360)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질과 양이 동일한 두 무더기의 건초 사이에 놓인 당나귀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좋지만 결국 이 때문에 선택을 망설이다가 어느 한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는 굶어 죽고 만다. 그는 이 우화를 통하여 동일한 상황에 놓일 경우 인간은 자유 의지를 통하여 이 딜레마를 해결한다고 주장한다. (p. 44)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말을 상상하면서 이용한 것이 바로 순수 기호라는 것이다. 눈 위에 찍힌 발자국과 남은 흔적은 말이라고 하는 동물을 나타내는 기호였다는 말이지. 기호, 그리고 기호의 기호는 우리가 사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만 사용하는 것이야’ (p. 50)

 

Ü 사물의 기호, 그러나 기호에는 사물이 없다. 기호는 또 다른 기호를 낳고 우리는 사물의 구체성을 보지 못해도 사물을 상상하고 짐작하기에 이른다. 사물의 구체성이 없는 기호가 난무한 세계, 관념의 기하학은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다.

 

□ 악마가 존재한다는 유일하고 확실한 증거는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악마의 소행이라고 믿고 싶어 하는 그 믿음 때문에 오히려 강화되었을 것입니다. (p. 53)

 

Ü 사람은 믿고 싶어 하는 것을 믿으며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본다.

 

□ 두 선학의 언중에서 내비치는 言外言 (p. 57)

 

mundus senescit (세계는 늙어간다) (p. 60)

□ 진리라고 해서 모든 것에 다 유익한 것은 아니고, 허위라고 해서 모든 눈에 다 거슬리는 것은 아닙니다. (p. 61)

 

□ 두 아귀가 일대일로 드잡이하면서 서로를 찢어먹는 광경 (p. 69)

 

□ 바실리스크 숨결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잇는 것으로 믿어지는 파충류 괴물 (p. 70)

 

□ 구름 위에 앉으신 이가 낫을 휘두르니 땅이 버히었다. (p. 71)

 

Ü 버히다 베다.

 

□ 저 측량할 길 없는 천상적 학살을 목격하기 위해 그 수도원으로 올라 (p. 71)

 

□ 그 악마의 모습이란 이 순간 우리의 명상을 깨뜨린 틈입자와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믿는다. (p. 72)

 

□ 그래요. 사랑에의 욕망, 겸손이라는 미덕에의 욕망이 있듯이 고통을 향한 욕망도 있는 법입니다. 반항하던 천사들의 경우에도 신앙과 겸손이 그리도 손쉽게 허영과 저항으로 바뀌었던 거라면, 그도 아닌 인간에게는 대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어요? 이제야 아셨겠지요? 조사관 시절에 나를 괴롭혀 온 문제가 바로 이것이었어요. 그래서 조사관 노릇을 그만두고 만 것이랍니다. 내게는 사악한 자들의 약점을 조사해 낼 용기가 없었던 거예요. 알고 보니 사악한 자들의 약점은 도덕 높은 분들의 약점과 같더란 말입니다. (p. 92)

 

Ü 윌리엄 수도사가 우베르티노에게 한 말이다.

 

□ 사치와 허영에 골병이 들어 사창가로 변해 버린 이놈의 교회는 불 맞은 배암처럼 욕망과 번뇌 속에서 자반뒤집기를 하고 있나이다. (p. 94)

 

Ü 사창가교회는 욕구 해소라도 되었다. 장사치들이 바글거리고 믿음을 돈벌이로 만들어 버리는 자본의 더러운 아가리가 된 오늘날 이 나라 교회는 사창가교회라도 배워야 할 터

 

□ 상궤(常軌)에 벗어나 보이지 않는다는 건 소인배들의 몫인 법이다.

지옥이란 다른 각도에서 본 천국

사물에 여러 측면이 있는지, 아니면 전체만 잇는 지를 아는 것의 문제 (p. 99)

 

□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데 세 가지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 첫째는 불완전한 것을 추한 것으로 여기게 하는 완전성 혹은 무류성(無劉性), 두 번째는 균형 잡힌 비율 또는 조화, 마지막으로는 투명함과 빛이다. (p. 107)

 

Ü 히말라야의 아름다움은 위의 세 조건에 딱 맞춤한다.

 

□ 지혜로 말하자면 세계를 찜 쪄 먹을 만한 (p. 110)

 

Ü 재미있는 표현이다

 

□ 몸은 세월의 풍상에 찌들려 무너진 모습이었으나 이상하게도 사지는 튼튼해 보였고, 음성의 위엄도 추상같았다 (p. 115)

 

Ü 호르헤 수도사이 소설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

 

□ 미덕도 사례로 다루지만, 죄악 또한 사례로 다룰 수 있습니다. 까닭인즉, 짐승이 인간 세계의 본을 보일 수 있음입니다. (p. 116)

 

□ 하느님께서는 가장 왜곡된 것을 통해서만 명명될 수 있습니다. (p. 117)

 

Ü 낮은 곳, 더러운 곳, 이상한 곳, 아픈 곳, 왜곡된 곳, 어지러운 곳, 슬픈 곳에는 진리가 함께한다.

 

□ 호르헤는 목소리를 뚝 떨어뜨리고는 덧붙였다. (p. 118)

 

Ü 좋은 표현

 

□ 신성한 것은 귀한 몸보다 천한 몸을 그 형상으로 취한다는 주장 (p. 119)

 

Ü 상처 난 다리가 튼튼하고 그늘 있는 사람이 강하다.

 

□ 우리는 난쟁이는 난쟁이이되, 거인의 무등을 탄 난쟁이랍니다. 우리는 작지만, 그래도 때로는 거인들보다 더 먼 곳을 내다보기도 한답니다. (p. 124)

 

Ü 뉴턴이 한 말 같다.

 

□ 비밀 중에는 모호한 말의 뚜껑을 덮어 둘 필요가 있는 비밀도 있는 법, 아리스토텔레스는 비밀의 서에서 자연이나 예술의 비밀을 너무 밝히 드러내는 것은 천상의 봉인을 뜯는 짓이며, 따라서 악마에게 끼어들 기회를 주는 짓이라고 설파한 바 있습니다. (p. 127)

 

□ 이 신비로운 정열과 강렬한 내적 평화의 순간, 체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이에 견주어질 만한 것을 알지 못하는 법이다. (p. 142)

 

Ü

 

□ 지상에는, 맑은 소리를 내는 집이 있다.

집 자체는 소리를 내나, 손님은 침묵하여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집도 손님도 함께 흐른다 (p. 154)

 

Ü 집은 물, 손님은 물고기

 

□ 지옥의 고통을 어찌 필설로 그려 낼 수 있을 것인가? 오늘날까지 내가 걸치고 있던 궤변의 너울이 마침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이 궤변의 너울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탑, 아니면 이 땅의 산 한 덩어리를 짊어진 듯한 무게로 나를 내리누른다. 하나 나는 이 짐을 내려놓을 수 없다. 이 고통은 하느님이 내리신 벌인데 내 죄목인즉 내 허영심, 내 육체를 쾌락의 거처로 믿은 허물, 남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한 죄, 내 상상 속에 둥지를 틀고 있던 괴이한 형상을 즐겼다는 것이다. (p. 161)

 

Ü 쾌락의 거처, 안다고 생각한 죄죄 없는 인간이 없다.

 

□ 참회의 시대는 갔으니, 참회의 시대 이후의 참회자에게 참회의 욕구는 곧 죽음에의 욕구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참회해야 마땅할 자들이, 광적인 참회자들을 죽였다. 무슨 말이냐? 죽음을 부르는 진정한 참회를 중지시키기 위해 죽음의 짐을 지운 자들, 다시 말해서 광적인 참회자들을 죽인 자들은, 영혼의 참회를 상상의 참회로 대치시켰다는 것이야. (p. 163)

 

Ü 청산되어야 할 자들이 청산의 주체가 된 예는 이 나라, 바로 여기에 또 있다.

 

 특히 2004년 광복절 이후 올해까지 한국에서는 과거청산 정국이 계속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 8 15일 경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포괄적 과거청산'의 필요성을 밝힌 이후 한국 정치사회에서는 과거청산 문제가 큰 화두가 되었다.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된 것은 친일 진상규명 문제였다. 2003 2월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을 점하던 제16대 국회에서 통과된 친일진상규명법이 진상규명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누더기 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17대 국회에서 다수당이 된 열린우리당이 이를 개정하기로 방침을 정한 이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부친이자 전 대통령인 박정희의 친일경력이 크게 논란이 되었으며, 과거청산 작업이 야당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정치공세가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김동춘-

 

□ 공포를 상기시킴으로써 영혼을 죄악으로부터 떼어 놓자는 것이다. 그들은 반항의 자리에 공포를 들어 앉힐 수 있다고 믿는단다. (p. 164)

 

Ü 치유를 두려워하는 독재자. 역모의 씨앗은 일반적이고 보편적으로 공포를 인식시킴으로써 싹을 제거할 수 있다고 독재자들은 믿고 있다. 인간적인 치유는 과거와 현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이고 이에 대해 용서를 구함으로써 완료된다.

 

□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편타 고행자 수도사 (p. 167)

 

□ 모든 것을 말하려 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았어. 드잡이 (p. 172)

 

□ 수도원의 주도권은 황제와 언로를 트는 일 (p. 172)

 

Ü 권력은 물리적 파괴력을 지닌 자와 언로가 맞닿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서 나온다.

 

□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어디에 가나 돈이 거래의 수단이 된다. 너도 보았듯이 다른 나라에서는 돈이 물건을 섬기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물건이 돈을 섬긴다. (p. 172)

 

우필 잡는 것은 손가락 세 개라도 일을 하는 것은 온 몸이다. 그래서 온 몸이 쑤시고 뒤틀리는 것이다. (p. 174)

 

Ü 혼을 담는 글쓰기, 피를 토하는 글쓰기는 결국 위대한 삶, 삶 그대로의 삶에서 나온다.

 

□ 요한 johan (p. 176)

 

Ü 영어 이름은 john, 이탈리아어 이름은 지아니니

 

□ 그 책은 반 세기 전에 생쥐가 쏠아 버리는 바람에 지금쯤은 잡으면 손가락 사이로 솔솔 부스러져 내릴 것이라는 식 (p. 177)

 

웃음은 목욕과 같은 것이지요. 웃음은 사람의 기분을 바꾸어 주고, 육체에 낀 안개를 걷어 줍니다. 우울증의 특효약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p. 179)

 

Ü 그러나, 웃음, 미소조차 관리되는 인간의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말은 인간이 지닌, 이성의 표징 (p. 179)

 

□ 성서가 우리에게 스스로 결정하라고 여지를 남겨 둔 문제에 관해서는 우리의 이성을 발동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혹자가 당신에게 어떤 명제를 믿으라고 할 때 당신은 먼저 그 명제가 과연 받아들일 만한 것인지의 여부를 가늠합니다. 우리의 이성은 하느님의 이성 역시 만족시킬 테니까요. 물론 하느님의 이성에 대해서 우리가 추론할 수 있는 것도 유추와 부정에 의한 우리 자신의 이성의 과정을 통해 가능한 것이지요. 아시겠지만, 이성에 반하는 불합리한 명제의 권위를 無化시키는 데 웃음은 아주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p. 181)

 

Ü 결국 신은 있지도 없지도 않지만 있거나 없거나 만드는 것은 인간의 추론일 뿐이다. 세계는 유전하지 않는가. 인간의 유추와 이론은 유전하는 세계에서 허무하다

 

□ 바리사이인들에게,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지라고 하셨을 때, 화폐는 거기에 새겨진 형상의 임자에게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셨을 때 (p. 182)

 

Ü 황제에게 세금을 내어야 하는가에 대해 예수는 말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간음한 여인에 대한 처벌을 제자들이 종용할 때 예수는 말했다. ‘너희들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 역시 예수다.

 

□ 순식간에 달라진 윌리엄 수도사의 말에 끙하고 신음을 토했을 뿐 더 이상은 쓰다 달다 하지 않았다. (p. 183)

 

□ 정오여서, 빛 줄기는 성가대석 창을 통해 푸짐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p. 192)

 

□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모든 돌은 빛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이것은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이것은 모두 그들 자신의 비례 규칙에 따라 존재하고 있다, 이 것은 모두 다른 종과 속과는 그 종과 속이 다르다, 그것들은 자신의 수에 의해 정의된다, 이것은 그 질서 안에서 참되다, 이것은 그 무게에 따라 스스로의 위치를 찾아낸다…’ 이렇게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비밀이 내 앞에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나는 이 귀한 물건의 속성을 더 깊이 깨닫게 됨은 물론, 창조주의 신성한 권력에 대해 새로이 눈뜨게 됩니다. 내가 결과의 장대함을 통해서만 온전한 전체로서는 알 수 없는 사태의 장대함을 파악할 수 있다면, 그리고 심지어 분변(糞便, 똥오줌)과 버러지가 그것을 내게 일러줄 수 있다면 황금이나 금강석 같은 귀한 결과는 하느님의 인과율에 대해 얼마나 확실히 알려 주겠습니까? 이러한 돌을 초월적인 존재로 생각하노라면 내 영혼은 기쁨을 이기지 못해 울음을 터뜨리고는 합니다. 지상의 허무 혹은 재물에 대한 욕심을 통해서가 아니고 귀한 것에 대한 순수한 사랑, 신이 불러일으킨 것을 통해 그렇게 된다는 것입니다. (p. 195)

 

Ü 물질을 통한 신의 顯現

 

□ 화제를 돌리고 싶을 때마다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기가 몹시 힘들다는 듯이 마른기침을 연거푸 해대면서 서론을 길게 늘이는 것이 (p. 196)

 

□ 눈 앞의 귀한 보석이 데려다 준 저 아름다운 우주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오기가 몹시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p. 196)

 

□ 프란체스코회가 황제 편에 가담하면서 한층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는 점이다. (p. 196)

 

Ü 이 세상의 재물에 대한 소유권 vs 한시적 사용권에 논쟁이었다. 어이 없지 않은가. 소유는 무슨 개소리인가. 한시적 사용권도 어이 없는 마당이다.

 

□ 하느님의 백성은 양치기 (즉 성직자)와 수양견 (즉 군대)과 양 (즉 대중) 으로 나뉜다. (p. 197)

 

□ 도시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하느님의 백성이 사는 곳입니다. 원장이나 나는 바로 이러한 백성들을 이끌어야 하는 목자가 아닙니까? 그렇기는 합니다. 도시라고 하는 곳은, 돈 많은 성직자들이 가난한 자, 배고픈 자들에게 미덕을 가르치는 불명예스러운 곳입니다. (p. 205)

 

Ü 지금도 다르지 않다.

 

무식한 사람들은 현명한 사람들의 분별력이나 학식을 그리 중히 여기지 않습니다. 그들은 질병과 가난, 그리고 무지로 인한 눌언과 더불어 삽니다. 그래서 그들 중 상당수에게는 이단자들의 동아리에 끼는 것이, 그들의 절망을 외치는 하나의 수단일 수 있는 것입니다. (p. 206)

 

Ü 무지로 인한 눌언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인간다움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는 지점, 그 지점에서는 그들도 성인의 모습을 한다.

 

□ 죽여라,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을 알아보신다 (p. 207)

 

Ü evangelism의 말로는 항상 이렇다. 이러다가 죽음을 반목한다.

 

온몸 무게를 실어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p. 221)

 

□ 지식의 정복은 언어에 대한 공부를 통해서야 가능하다는 베이컨 사부님의 말씀이 생각나는구나. (p. 223)

 

Ü 비트겐슈타인과 베이컨은 닮아 있다.

 

□ 오늘 밤에는 지옥의 군단 열 개가 앞을 막고 나선대도 이대로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야 (p. 225)

 

□ 베노는 베난티오의 유품을 보고 싶어서 눈에서 손이 하나 튀어나올 지경일 게다 (p. 225)

 

□ 그의 이름은 죽음이었다. (p. 228)

 

Ü 요한 묵시록 6:8, … “그리고 보니 푸르스름한 말 한 필이 있고 그 위에 탄 사람은 죽음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지옥이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땅의 사분의 일을 지배하는 권한 곧 칼과 기근과 죽음, 그리고 땅의 짐승들을 가지고 사람을 죽이는 권한이 주어졌습니다.”

 

□ 나는 몇 세기가 좋이 됨 직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머리를 때리는 소리와 충격에 정신을 차렸다. (p. 236)

 

Ü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캠벨은 이야기를 했다. “잠을 깬, 무추쿤다 왕은 창조의 주기와 세계의 역사가 수없이 되풀이될 동안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 무추쿤다는 회귀하는 대신 이 세상으로부터 한 차원 더 떨어진 곳으로 물러서기로 마음먹었다. 누가 감히 그의 결심이 무분별하다고 할 것인가? (p. 257)”

 

□ 시원한 밤공기는 그것만으로도 하늘이 베푼 방향(芳香)이었다. (p. 240)

 

□ 아이마로는 한차례 앙천(仰天)하고 나서 산탈바노 사람 피에트로에게 속삭였다 (p. 245)

 

□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보다 잠이 더 필요하니까 노인이란 이미 잘 만큼 잔 데다 또 한차례의 영원한 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니까. (p. 246)

 

□ 오로지 세월만이 사멸시킬 수 있는 (p. 250)

 

□ 하도 굶은 세월이 길어서 그 세월을 먹어 버리듯이 음식을 먹는다고 말했다 (p. 252)

 

Ü 나는 이런 역설이 좋다. 굶은 세월을 먹을 만큼 배고픈 자

 

□ 꿀이 흐르고 맛있는 건락 덩어리와 향기로운 소시지가 열리는 그런 나무가 자라는 환락경의 땅이었다. (p. 254)

 

□ 적선을 권면하던 신부의 설교를 기억하는 신도들은 앞을 다투어 돈이나 먹을 것을 내어 오고는 했다. (p. 255)

 

성직 매매를 일삼는 부패한 교황이 청빈을 설교하는 탁발 수도사 무리를 버림받은 자들의 무리, 날강도의 무리라고 매도하는 것은 옳은 일이었을까? (p. 256)

 

Ü 참회해야 할 자들이 참회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이 모습. 청산되어야 할 자들이 청산의 주체가 되어 버린 이 나라 위정자들의 모습과 무섭게도 닮았다.

 

□ 이 무리에게는 이성도 정의도 없었으니 오직 무리의 흥분을 빌려 무리의 폭력을 행사하고 무리의 염치를 빌려 마음 내키는 대로 노략질한 것도 당연했다. (p. 258)

 

Ü 배부른 성직자가 배고픈 범부들을 위한 기도가 가당키나 한 얘긴가. 이건 파시즘의 모습이다.

 

□ 나는 수도원장의 완곡한 어법 뒤로 묻어났던 암시와 (p. 262)

 

□ 인간의 특성은 웃을 줄 아는 능력에 있다 (p. 265)

 

본질적인 형상은 같으면서도 사람에게는 그 고유성이 있다. 따라서 표면상으로 사람을 규정하는 데는 우유성(偶有性), 즉 다양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하냐? (p. 265)

 

Ü 다양성, 에너지의 원천

 

□ 우리 세계는 협량(狹量)과 희망과 절망의 폭풍에 난타당해 왔다. 아니다. 적절한 비유가 못 될 것 같구나. , 강을 생각해 보아라. 단단한 땅, 튼튼한 제방 사이를 오래오래 흘러가는 넓고 웅대한 강을어느 시점에 이르면 흘러가는 강은 기진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 너무 넓은 공간을 흘렀기 때문이요, 마침내 바다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로써 강은 더 이상 제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강의 정체성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다. 바로 이곳에서 강은 강 자체의 삼각주가 된다. 주류는 남을 지 모르나 지류는 사방으로 흩어진다. 혹 어떤 흐름은 흐르기를 계속하고 혹 어떤 흐름은 다른 흐름에 휩쓸리나 어느 흐름이 어느 흐름을 낳고 어느 흐름에 휩쓸리는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것이 여전히 강이고 어느 것이 이미 바다가 되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강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흐르는 것이다. 제 흐를 길을 제대로 알 수만 있다면 이로써 제대로 흐를 수만 있다면 물의 일부를 잃은들 어떠랴. (p. 267)

 

Ü 솟구치고 뛰기 위해

얼마나 더 낮추어 가야 하는지   []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자

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  -이생진, [저세상]

 

물소리를 듣는다

 

사람들 소리는 사라져도

우리는 아직도

물소리로 살아서

허옇게 소리치고 있다

 

누구인지,

엎드린 사람에게는

물소리가 들린다.

 

휘어지지 않기 위하여

휘어지는 밤

가슴으로 듣는 물소리   -권달웅, 1-

 

어느 풀뿌리

나무 잎새 하나 붙들지 못하고

다만 흐르는 일로 모여서

흐르는 일뿐인 것들이

요즘 정처 없는 밤 물소리를 이루고  -김정웅, 물소리- (p. 159)

 

물은 홀가분한 몸으로 기어간다

기울인 풀대의 야윈 살에도 묻지 않고

수군대는 섣부른 돌에도 묻지 않고

종일을 엎드려 흘러간다  -홍신선, -

 

비틀어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물,

들여다보면 전신으로 이빨 드러내는 물의 몸

물고 물려서 단단해진 이빨들   -김옥영, 얼음-

 

흐르는 물처럼

네게로 가리.

물에 풀리는 알코올처럼

알코올에 엉기는 니코틴처럼

니코틴에 달라붙는 카페인처럼

네게로 가리.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매독균처럼

삶을 거머잡는 죽음처럼   -최승자, 네게로-

 

□ 그들을 살린 것이 필경은 그들을 죽이는 법이다 (p. 269)

 

□ 그들은 외변으로 밀려난 남들이다. 양 떼는 그들을 미워하고 그들은 양 떼를 증오한다. 양 떼는, 그 같은 무리는 이 땅에서 사라지기를 바란다 (p. 271)

 

□ 프란체스코 성인께서는 도시의 시민들과 행정관들을 상대로 설교를 하시다가 그들이 알아먹지 못하는 걸 아시고는 묘지로 가시어 시체를 쪼아먹는 까마귀, 까치, 매 같은 육식조를 상대로 설교를 시작하시었다 (p. 272)

 

버림 받은 자들은 자기를 발견하게 되면서부터 권력자들에게 권력의 배분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소외를 의식하는 소외된 자들은, 교리에 상관없이 이단자로 낙인 찍히게 된 것이다. 세상에 이단 아닌 것이 없고 정통 아닌 것 없다. 어느 한 세력이 주장하는 신앙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그 세력이 약속하는 희망인 것이야 (p. 273)

 

Ü 80년 광주에서 마지막 민중의 진심 어린 요구가 있었다. 기억하라. 공권력과 위정자들은 민중의 바램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 심사고구 (深思考究) (p. 276)

 

□ 새로운 인간의 신학을 제창, 이것을 믿기 위해서는 먼저 유일선(唯一善)인 개인의 인식은 단순한 자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인식이 유일선이라면, 과학은 어떻게 해야 보편 법칙을 재구성하고 이를 해석함으로써 이 불가사의한 학문에다 기능을 부여할 수 있겠느냐? (p. 277)

 

□ 사부님께서는 행동도 하시고, 행동하시는 이유는 아십니다만, 무엇을 하고 계신지 알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 까닭은 아직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p. 279)

 

□ 뭔가를 깜빡 잊고 있다가 다시 생각난 듯이 양손바닥으로 당신의 이마를 소리 나게 갈겼다 (p. 280)

 

□ 대() 이단 전쟁의 두 선수가 만난다는 것 자체가 이곳에서 대공세의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암묵적인 몸짓인지도 모릅니다. (p. 285)

 

□ 배열의 극치가 연출하는 혼란의 극치 (p. 291)

 

□ 여자란 악마의 그릇 (p. 300) 여자라고 하는 것은 사내의 가슴을 찌르는 악마의 독화살 (p. 302)

 

□ 흰수작 (p. 301)

 

Ü 되지 못한 희떠운 짓이나 말, 희떠운 : 실속 없다. 이나 행동이 분에 넘치며 버릇없다

 

교황은 죄를 사면할 수 없다. 십일조는 내지 말아야 한다. 서원을 하는 것보다는 서원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완전한 삶이다. 성별된 교회는 마구간과 다름이 없으니 여기에서는 기도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스도를 예배하기만 하면 교회든 숲 속이든 마찬가지다 (p. 306)

 

Ü 돌치노는 장길산, 임꺽정과 닮아 있다. 권위를 내세우며 안정적이고 계속 지배를 꿈꾸는 자들에게 날리는 통렬한 똥침. 돌치노가 예수다.

 

아름다워라, 젖가슴이여. 부풀어 올랐으되 지나치지 아니하고 자제하였으되 위축되지 않았도다. (p. 308)

 

Ü 호이트 사람 길버트의 솔로몬의 아가에 대한 설교에 나오는 한 대목

 

사랑처럼, 가슴을 뜨거운 것으로 가득 차게 하고, 사랑만큼 가슴을 얽매이게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랑을 이길 무기가 없는 자의 영혼은 사랑을 통하여 바닥 없는 심연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p. 308)

 

Ü “사랑은 인생의 발화점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폭발한다. 이 굉장한 사건이 나와 다른 사람을 섞어버리면서 나와 그 사람의 경계가 없어지고 그의 눈 속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나를 보게 된다. 사랑이라는 경험이 우리를 영적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자기의 모습에 접근해간다. -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86p

“심장이 부서지는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시도했다는 의미니까. 원하는 것, 가슴의 언어를 좇다 보면 고통이 따를 수 있지만 그것이 바로 삶이다. -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91p

“달콤함과 씁쓸함, 기쁨과 슬픔, 환희와 고뇌, 사랑에는 인간이 성숙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101p

 

□ 난지난사(難之難事),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p. 309)

 

이따금씩 군중의 머리에 가렸다가는 나타나고 나타났다가는 다시 가려 버리고는 하는 미켈레 수도사의 얼굴 (p. 317)

 

Ü 정밀한 묘사다.

 

□ 자신이 죽음으로써 어떤 적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p. 317)

 

□ 무엇 때문에 죽겠다는 것입니까? 내 속에 있는 진실, 죽음으로밖에는 펼 수가 없다네 (p. 318)

 

Ü 돌치노, 미켈레는 순교자다

 

웃을 일이 아니다. 이름만 바꾸면 이것은 바로 네 이야기인 것이다 (p. 321)

 

Ü 웃을 일이 정말 아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은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 여자는 상아같이 흰 목 위로 솟은 얼굴의 표정은 당당했고 눈은 헤스본의 연못같이 파랬으며 코는 레바논의 탑처럼 오뚝했다. 머리카락은 보라색에 가까웠다. 그렇다. 여자의 머릿단은 흑염소 떼 같았고 이빨은 갓 목욕하고 가지런히 무리 지어 올라오는 양 떼 같았다. 나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었다. 아름다워라 그대 나의 고운 짝이여, 그대 눈동자 비둘기처럼 아른거리고, 머리채는 길르앗 비탈을 내리닫는 염소 떼, 이는 털을 깎으려고 목욕시킨 양 떼 같아라. 입술은 새빨간 실오리, 볼은 석류 같으며 목은 다윗의 망대 같아 용사들의 방패 천 개나 걸어 놓은 것 같구나. (p. 326)

 

Ü 아드소의 첫 여자.

 

□ 쾌감 안에서 쾌감으로 용해되어 버리는 것 같았다 (p. 328)

 

존재하기를 끝낸 사람처럼, 이미 심연에 가라앉았거나 파멸해 버린 사람처럼 자신의 존재나 상황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그러한 느낌. (p. 331)

 

Ü 존재하기를 끝낸 사람을 보는 느낌

 

()

 

□ 세베리노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뚝 떨어뜨렸다 (p. 351)

 

Ü 아 표현 절묘하다.

 

□ 말하자면 세 사람이 문턱에 오구구 모인 셈이었다. (p. 352)

 

□ 살덩어리로만 이루어진 인간 (p. 354)

 

□ 너스레 떨기를 계속하자 사부님이 그를 한쪽으로 불러 쥐어박듯이 물었다 (p. 355)

 

□ 그의 말자락을 낚아챘다 (p. 356)

 

□ 때로 오지랖 간수는 범부가 식자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법이다. (p. 360)

 

□ 속인들이 공포와 슬픔을 잊으려고 술을 마시듯이 그렇게 정신 없이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슴 안으로 빨아들이기도 했다 (p. 367)

 

나는 비록 하찮은 존재이기는 하나, 세상을 향하여 창조주의 권능과 자비와 지혜를 증거하게 마련된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날 아침 만물은 나에게 그 여자의 모습을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비록 죄인이기는 하나 그 여자 역시 위대한 창조의 이야기가 실린 서책의 한 장()이요, 우주가 음송하는 위대한 시편의 한 구절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p. 368)

 

Ü 내가 처한 모든 상황이나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우주가 나에게 보낸 권능의 징표다.

 

□ 인간의 정신이란 참으로 나약한 것이다. 세상은 완벽한 삼단 논법의 세계를 세운 신성한 이성의 도정이지만 인간의 정신에는 그 삼단논법을 따르는 대신 그 논법에서 이탈하여 저에게 유리한 명제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p. 369)

 

Ü 누가 복잡한 인간을 정의할 수 있겠는가.

 

□ 선거(先去)하는 세대 후래(後來)하는 세대 (p. 369)

 

내가 알기로 사랑은 우주적인 법칙이다. 무슨 까닭인가? 육체의 무게 자체가 사랑의 연()이기 때문이다. 이 정염에 나는 자연스레 유혹된 것이었는데, 이제야 나는 저 천사적인 박학 아퀴나스가,사물을 꿰뚫어 아는 데는 지식이 사랑만 같지 못하다라고 했던 이유를 이해한다 (p. 370)

 

Ü 사랑은 우주적인 법칙, 사랑하는 것에 참가하는 자는 사물이 꿰뚫려진다.

 

사부님이 이렇게 무위에 빠질 때면 별들도 그 운행을 멈추는 것 같았다 (p. 379)

 

Ü 사념의 몰입, 생각의 지극함

 

□ 필립5, 추기경들을 다시 리옹에 있던 도미니크회 수도원에다 몰아넣고 교황을 선출하라고 윽박지르되, 외부를 향해서는 자기는 추기경들을 보호하는 것이지 볼모로 잡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어디 그랬던가요? 추기경들이 손아귀 안으로 들어오자 이 양반은, 나중에는 관례가 됩니다만, 추기경들을 감금하고 교황이 선출되기까지 매일 음식의 양을 줄입니다. (p. 386)

 

Ü 자신의 왕권을 유지하고 그 왕권에 부합하는 교황을 얻기 위한 정치적 굴욕이었다. 콘클라베 단상

 

□ 치근이 시원찮은 입가로 흘러내리는 고깃국물이나 고기 조각을 닦아 내기에 바빴다 (p. 390)

 

□ 반지 낀 손을 내 얼굴 앞으로 내밀어 손등에 접구(接口)를 허락하고는 예의 그 미소가 인심 좋은 얼굴을 다른 수도사들에게로 돌렸다 (p. 397)

 

Ü 접대, 접근, 접수, 접촉, 접선

 

대수롭지 않은 질문을 던지면서 이따금씩 예의 그 의중을 꿰뚫는 듯한 시선으로 상대를 응시하면서 전혀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는 했다. 일단 진실에 접근하기 전에 상대에게 겁부터 주는 이단 심문관들의 상투 수법 (p. 400)

 

□ 왜 짐승에게 뿔이 있겠느냐? 뿔이 있는 짐승에게는 윗니가 없다. 아직 모르고 있었다면 유념해 두어라. 그런데 윗니도 없고 뿔도 없는 짐승도 있으니 낙타가 바로 이런 짐승이다. 윗니가 없는 짐승에게는 위가 네 개라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다른 방어 수단이 없는 짐승의 머리에만 몸 속의 골질이 뿔로 자라난다. (p. 403)

 

Ü 새로운 사실

 

□ 그러나, 그들은 내가 엉터리 가설을 무수히 세웠다가 그 중에서 하나를 건졌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성공하기 직전까지도 내게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p. 404)

 

Ü 대가조차 힘이 든다. 세상에 만만하고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인간이 이룬 모든 성과를 경배하라.

 

□ 주지육림(酒池肉林)

 

□ 묵시록이라는 뜻을 지닌 아포칼립시스 (p. 415)

 

Ü 명배우 출신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라는 명화가 있다. 그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도 잘 봤다.

 

아무리 그 뜻이 고상하다고 하더라도 언어적 관념이라는 것은 반드시 논의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법이다. 가령 서책에서는 금강석은 숫양의 피에만 녹는다고 쓰여 있다. 내 사부님이신 로저 베이컨께서는 벌써 이 진술이 틀린 진술이라고 하신 바 있다. 실제로 해보셨더니 안 되더라는 게다. 그러나 금강석과 숫양의 피 사이에 실증적인 의미 이상의 고상한 의미가 존재한다면 금강석이 반드시 숫양의 피에 녹을 필요는 없다. 따라서 금강석은 숫양의 피에만 녹는다는 진술은 진실이라고 일러도 무방한 것이다 (p. 419)

 

Ü 실증과 상징의 사이, 가장 강한 것(금강석)은 신성한 것(숫양의 피)만이 범할 수 있다.

 

□ 흔적이 있으면 흔적을 남긴 존재도 분명히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

흔적의 모양이 그 흔적을 남긴 몸의 모양과 늘 같은 것은 아니고 또 흔적이라는 것이 꼭 몸의 무게에 의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인간의 육체가 인간의 마음에다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관념의 흔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관념은 만물의 기호요, 형상은 기호의 기호, 관념의 기호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지를 통해 육체를 재구성하지는 못할지언정 다른 이들의 그 이미지에 대한 관념은 재구성할 수 있다. (p. 420)

 

Ü 이미지에 대한 관념을 재구성한다는 말은 무엇인가? 육체를 재구성하는 것은 조물주가 하는 일이다. 그러나 관념 즉, 상상의 흔적을 기호로 재구성한다는 말인가. 어렵다.

 

특히 사랑이라는 병은 괴질이기는 하되 사랑 자체가 곧 치료의 수단이 된다는 이븐하즘의 정의는 인상적이었다. 사랑이 괴질인 까닭은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치료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P. 428)

 

Ü 난 이런 역설이 좋다. 병의 원인인 Virus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역설.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하리라 같은

 

상사병은 이성인 상대의 얼굴, 태도, 행동에 대한 연속적인 상상에서 비롯된 편집증적 우울증이다. (p. 429)

 

□ 악마 숭배를 탄핵한다. (p. 436)

 

□ 여자가 외마디 소리로 뱉어 내는 사투리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베르나르 기나 경호병들도 알아듣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말하자면 소리를 질러 대고 있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p. 437)

 

육신의 아름다움은 가죽에서 머무는 법이다. 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점액과 피와 체액과 담즙이니라. 저 코, 저 목, 저 배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느냐? 알면 구역질이 날 게다. 손가락으로 똥을 만지기는 싫어하면서 어째서 너는 똥자루는 안고 싶어 하느냐? (p. 438)

 

Ü 잘난 체, 있는 체, 아는 체하는 인간은 사실 그 체하는 면에 대해 열등을 가지고 있는 것

 

□ 원죄 이후로 우리 선조들이 비로소 물질의 소유권을 나누기 시작했고 (p. 452)

 

Ü 도다리를 먹으며 김광규-

일찍부터 우리는 믿어왔다

우리가 하나님과 비슷하거나

하나님이 우리를 닮았으리라고

 

말하고 싶은 입과 가리고 싶은 성기의

왼쪽과 오른쪽 또는 오른쪽과 왼쪽에

눈과 귀와 팔과 다리를 하나씩 나누어 가진

우리는 언제나 왼쪽과 오른쪽을 견주어

저울과 바퀴를 만들고 벽을 쌓았다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자유롭게 널려진 산과 들과 바다를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고

 

우리의 몸과 똑 같은 모양으로

인형과 훈장과 무기를 만들고

우리의 머리를 흉내내어

교회와 관청과 학교를 세웠다

마침내는 소리와 빛과 별까지도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고

 

이제는 우리의 머리와 몸을 나누는 수밖에 없어

생선회를 안주삼아 술을 마신다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

온몸을 푸들푸들 떨고 있는

도다리의 몸뚱이를 산 채로 뜯어먹으며

묘하게도 두 눈이 오른쪽에 몰려붙었다고 웃지만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오른쪽과 왼쪽 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결코 나눌 수 없는

도다리가 도대체 무엇을 닮았는지를 (p. 27~28)

 

□ 천정바라기.

그 문제라면 나에게 일도양단(一刀兩斷)의 명안이 있소이다 (p. 457)

 

□ 물질을 소유하고 그대 자신을 그 물질의 소유자로 여기되, 필요로 하는 자가 있거든 쓰게 하라. 이는 자비가 아니라 의무이니라 -토마스 아퀴나스- (p. 457)

 

Ü 소유권은 사용권이 아니라 실제 소유하고 있는 권리였다. 대체 소유할 수 있는 게 어디 있는가? 당신은 당신 몸뚱아리조차 소유할 수 없지 않은가.

 

□ 청맹과니 (p. 459) : 겉으로 보기에는 눈이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눈. 또는 그런 사람.

 

□ 가로로 뛰고 세로로 뛰면서 수도사들을 말렸다 (p. 460)

 

□ 오늘날 우리가 잘 알듯이 사람들은 개념을 지칭하기 위해 각기 다른 명칭을 붙이지만 사실상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이해하는 것은 그 개념뿐이지 이름은 다르게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Nomen(이름) 이라는 말은 nomos()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Nomina(이름)는 많은 사람들의 placitum(약정)에 따라 부여된 것이니 말입니다… (p. 466)

 

Ü 사실 이름이나 기호는 약속이지 그 본질이 아니다. 나의 이름을 누군가 부를 때 내 장기의 이름, 내 뇌, , , 위장의 이름을 기호화 시켜서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나의 이름은 이 모든 것들을 설명할 수 없다. 언어의 한계는 바로 이것.

 

□ 안와 (p. 474) : 머리뼈 속 안구가 들어가는 공간. 뼈로 둘러싸여 있으며 눈 주위 근육, 혈관, 신경 등이 있다

 

□ 학인이 가장 앞서 할 일은 남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라고 하셨다. (p. 478) 불어를 다시 배워볼까. 아니면 이탈리아어, 아니라면 일본어, 중국어는 싫고

 

□ 심문관의 침묵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피의자는 그만큼 기가 꺾이면서 사람값이 깎이다가 결국은 체념하고 손에다 잔뜩 침을 칠하고 기다리는 심문관의 먹이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p. 488)

 

□ 살바토레는 내 귀에다 입술을 댈 듯이 하고 (p. 510)

 

□ 이어서 그는 지옥 군단의 대장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자에보스여, 우리 엉덩이를 까소서레오나르도여, 나에게 그대의 정액을 뿌리소서그러면 나는 더러워지겠나이다 (p. 512)

 

□ 죽음에의 탐욕, 참으로 지긋지긋한 하루였구나, 피가 튀고 이 세상 귀퉁이가 우르르 무너지는 것 같은 하루였다. (p. 522)

 

Ü 여기 하루가 무너지는 사람이 또 있다.

 

□ 호르헤가 젊은 수도사의 부액(扶腋)을 받으며 강단으로 올랐다. 불빛은 두 개의 검은 구멍 같은, 그의 멀어 버린 두 눈 속으로 빨려 드는 것 같았다. (p. 525)

 

□ 청빈과 소유에 대한 논쟁지식의 역사에는 발전이나 진보가 있을 리 없습니다. 오로지 연속적이고 더할 나위 없이 고귀한 요점 약설이 있을 뿐입니다. (p. 526)

 

Ü 그래 모두가 그리스의 아류고 플라톤의 반대 의견이거나 지지 의견일 뿐.

 

□ 아베마리아 승계송 : 성모 마리아를 찬미하는 노래 (p. 541)

 

투명하면서도 신비스럽고 신비스러우면서도 조금은 역겨워 보이는 노란 연골 조각, 오랜 세월을 견디면서 닳고 색깔이 바랜 천 조각, 한때는 동물성 (그리고 이성을 가진) 물질이었으나 첨탑이 있고 종탑이 있는 실제 교회당의 축소판 같은 수석이나 금속 그릇 안에 갇혀 이제는 그 자체도 광물로 변해 버린 듯한 뼛조각들을 나는 정신 없이 들여다 보았다. (p. 556)

 

Ü 내 몸도 썩어지면 나의 이성을 잃어버리겠지

 

□ 사부님은 심각한 말씀을 하실 때는 웃었고 짐작컨대 농담을 의도하실 때에는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었다 (p. 557)

 

레바논 탑처럼 희고 (p. 561)

 

Ü 페르시아 인들의 약속처럼 굳세고

 

□ 주방이라기 보다는 끈적끈적한 자궁 속 같았다. 죽을 팔자를 타고 태어난 인간의 육신과 그 육신이 운명으로 타고난 고통과 부정을 직시할 수 있어서 그런지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 꿈이라는 것은 비유와 상징으로 해독해야 한다. 종작없는 : 말이나 태도가 똑똑하지 못하여 종잡을 수가 없다 (p. 579)

 

□ 불의의 공격을 당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갈라지고 머뭇거리는 목소리 (p. 583)

 

인적이 거의 끊긴 길을 따라가다가 길에서 몸을 뽑아 교회로 숨어들었다. (p. 594)

 

Ü 기가 막힌 표현이다.

 

희극이라고 하는 것은 실상이 아닌 것을 보여 주는데도 불구하고 기지 넘치는 수수께끼와 예기치 못하던 비유를 통해 실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검증하게 하고 아하, 실상은 이러한 것인데 나는 모르고 있었구나하고 감탄하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실재보다 못한, 우리가 실재라고 믿던 것보다 열등한 인간과 세계를 그림으로써, 성인의 삶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서사시보다, 비극보다 더 열등한 것을 그림으로써 진리에 도달하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p. 615)

 

Ü 개콘을 좋아하는 이유

 

□ 희극을 논하고 웃을 찬양한 서책은 얼마든지 있소. 왜 하필이면 이 서책이 유포되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하게 되었던가요?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오.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책은 하나같이 기독교가 수세기에 걸쳐 축적했던 지식의 일부를 먹어 들어갔소. 창세기가 우주 창조의 역사를 모자람 없이 설명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학에서 이 우주를 무디고 끈적끈적한 질료로 재구(再構)하였고 아랍인 아베로에스는 세계는 절대로 멸망하지 않는다고 망발했소. 수도원장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꾐에 빠져 하느님을 자연의 이치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불렀소. (p. 616)

 

Ü 종교는 그 시절, 인간의 사고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단테가 르네상스의 촉발을 야기했다면 그 즈음의 시대 배경인 소설 속의 지금은 신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 기댐이 여전히 사고를 지배하고 있었을 것이다.

 

□ 이런 자들은 폭력을 가르칠 것이로되, 곧 폭력으로 자멸하고 때가 되면 잔치가 끝나듯이 세월이 지나면 자취도 없이 소멸하고 마는 법이랍니다. (p. 618)

 

□ 우리 죄 많은 인생이 두려움에서, 일종의 선견지명이자 천상적 은혜 중에서도 가장 은혜로운 그 두려움이라는 것에서 해방되면, 그럼 우리는 뭐가 되겠습니까? (p. 619)

 

Ü 두려움은 두려움 그 자체다. 자기복제, 자기제작의 신비한 메커니즘은 우리가 가진 두려움에서 그 꼬리를 잡을 수 있다. 신에게 두려움은 인간을 지배하기 위한 최고의 정책이다.

 

□ 웃음도 조정하는 지배자의 하수인, 종교 (p. 620)

 

악마라고 하는 것은 물질로 되어 있는 권능이 아니야. 악마라고 하는 것은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이런 게 바로 악마야! (p. 621)

 

Ü 책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하면 이 문장이 될 것이다. 순수, 순혈, 근본주의를 따르는 모든 것은 이단을 거느린다. 더 강한 순수를 외칠수록 더 많은 이단이 생길 뿐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하였느니라… (p. 624)

 

Ü 수 세기 동안 인간이 치러 낸 싸움과 전쟁의 주문이다.

 

□ 장서관의 고서는 수세기 동안 불길을 기다리고 있다가 일단 불길을 만나게 되자 함성이라도 지르는 것 같았다 (p. 629)

 

Ü 멋진 표현

 

□ 불 붙은 양피지 조각이 박쥐처럼 날아올랐다. (p. 630)

 

□ 나는 그제야 장서관 전체가 오직 불똥이 튀기만을 기다려온 거대한 번제단(燔祭壇) 이었음을 깨달았다. (p. 631)

 

Ü 번제단 : 동물들이 희생 제사로 사용되던 제단이며 그 제단에서 나온 피로 인간은 인간의 죄를 사하게 해달라 신께 빌었다.

 

□ 홍로점설(紅爐點雪) (p. 633) : 뜨거운 불길 위에 한 점 눈을 뿌리면 순식간에 녹듯이 사욕()이나 의혹()이 일시()에 꺼져 없어지고 마음이 탁 트여 맑음을 일컫는 말 ②크나큰 일에 작은 힘이 조금도 보람이 없음을 가리키는 말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하느님이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성자 중에서 이단자가 나오고 선견자 중에서 신들린 무당이 나오듯이 아드소, 선지자를 두렵게 여겨라. 그리고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p. 638)

 

Ü 순수를 경계하고 다양함과 가벼움을 사랑하라. 생은 가벼운 것.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의 할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리를 비웃게 하고 진리로 하여금 웃게 하는 것일 듯하구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좇아야 할 궁극적인 진리가 아니겠느냐. (p. 639)

 

Ü …. 그래 움베르토 에코는 어쩌면 이 말을 하려고 이제껏 기나긴 이야기를 풀어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진리를 추구할 수 있을지언정 찾을 수는 없다. 진리를 찾고 나면 진리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피와 살로 된 인간은 죽을 때까지 절대 자유를 누릴 수 없다. 자유그것은 부자유 속에 갈구하는 진리의 북극성과도 같은 것.

 

나는 가상의 질서만 좇으며 죽자고 그것만 고집했다. 우주에 질서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나 이것이 어리석은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질서란 그물, 아니면 사다리와 같은 것이다. 목적을 지닌 질서이지. 그러나 고기를 잡으면 그물을 버리고 높은 데 이르면 사다리를 버려야 한다. 쓸모 있기는 했지만 그 자체에는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되니깐 말이다. 유용한 진리라고 하는 것은 언젠가 버려야 할 연장과도 같은 것이다. (p. 640)

 

Ü 언어가 그렇지 않은가. 개념을 얻고 이치를 이해하기 위해 기호화 되고 명명되어진 이름과 정의를 알기 위해 언어의 힘을 빌렸다면 깨닫고 난 다음에는 침묵으로 일관해야 할 것이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침묵

 

뒷말

 

□ 바빌론의 영화는 어디로 갔는가? 지난해 내린 눈은 어디에 있는가? 이 땅은 죽음의 무도에 취해 있다. (p. 650)

 

하느님은 순수한 무의 존재라서 때와 곳에 구애되지 않는다.’

나는 얼마 안 있으면 참으로 신심 있는 자들이 지복을 누리는 광막한 사막으로 들어간다. 오래지 않아 동등(同等)과 부동(不動)이 존재하지 않는, 적막과 화합과 적멸의 나라인 하늘의 어둠에 든다. 이 심연에서는 나의 영혼 역시 무화(無化)하여 동등함과 부동함을 알지 못할 것이다. 이 심연에서는 모든 불화가 사람을 얻는다. 나는 곧 모든 차이가 잊히고 같음과 다름에 대한 분별이 없는 깊고 깊은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수고도 없고 형상도 없는 무인지경의 적막한 신성에 든다.

문서 사자실이 추워 손이 곱다. 나는 이제 이 원고를 남기지만, 누구를 위해서 남기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무엇을 쓰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p. 650)

 

3. ‘현대 고전(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고전이 될 것이다. 고전은 긴 세월 지나는 동안 퇴색하지 않을 만큼 버틸 수 있는 인류의 근육과 신경체계를 가진 텍스트다. 그러나 단지 책이 오래 되었다고 우리는 고전이라 부르진 않는다. ‘고전은 바로 불완전한 인간에게 작가가 진실한 언어의 창을 던지는 것이다. 깊은 상처를 입힌다. 그것은 다시 태어나게 하는 사랑의 창이다. 불완전한 인간을 찔러 그 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종교 앞에 진실하며 인간의 삶을 진실하게 살아갈 것을 요구한다. 소설의 말미에 저자는 윌리엄 사부님의 입으로 그 진실, 진리라는 것에 대해 말한다.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의 할 일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리를 비웃게 하고 진리로 하여금 웃게 하는 것일 듯하구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좇아야 할 궁극적인 진리가 아니겠느냐.’ 자신이 믿는 종교와 신과 세계만이 유일한 것이며 선한 것이고 그 외의 모든 사고와 사상은 이단이자 악으로 규정하는 인간의 편협함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다. 그 편협함의 끝은 언제나 비극적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악마라고 하는 것은 물질로 되어 있는 권능이 아니야. 악마라고 하는 것은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이런 게 바로 악마야!’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한 문장이다. 순수, 순혈, 근본주의를 따르는 모든 것은 이단을 거느린다. 더 강한 순수를 외칠수록 더 많은 이단이 생길 뿐이다. 순수는 곧 이단과 같은 값어치이고 근본주의는 언제든 혁명에 처단될 운명을 품고 있다. 무구한 세월 인간이 이 같은 사상을 경계하라 일렀지만 우리는 항상 알지 못한다. 또 다른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진리를 결국 찾았다 생각하면 어떻게 하든 사람들을 그 진리에 동조하게 만든다.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하느님이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성자 중에서 이단자가 나오고 선견자 중에서 신들린 무당이 나오듯이아드소, 선지자를 두렵게 여겨라. 그리고 진리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자를 경계하여라. 진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자는 대체로 많은 사람을 저와 함께 죽게 하거나, 때로는 저보다 먼저, 때로는 저 대신 죽게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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