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곤
- 조회 수 372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열흘을 보냈습니다. 안타까움과 분노가 치솟아 오르다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을 반복했습니다. 피지도 못하고 지는 꽃들의 울부짖음을 어른들은 외면하고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공감능력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사람들처럼 헛발질과 염장지르기를
난사했습니다. 어른들은 이미 영적으로 죽었습니다. 극도의
공포에 떨다가 하늘로 간 청춘들과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도대체 누가 사과와 위로를 해야 합니까? 정말
우리나라가 이 정도 수준 밖에 되지 않는지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그저 함께 슬퍼하고 함께 미안해하고
함께 손잡고 함께 부둥켜 안고 함께 목놓아 외치는 수밖에요.
죽음은 삶의 가장 큰 상실이 아닙니다. 이미 삶이 종결되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소중하게 여겼던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식을 먼저 보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과부, 홀아비, 고아라는
호칭은 존재하지만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는 그 슬픔을 달리 표현할 수 없어서 호칭을 만들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또한 그것은 당연한 상식과 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대한 분노와 좌절일 수 있습니다. 사건을 신속히 해결해야 할 주체가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가슴이 찢어질 거 같은 부모의 마음에 오히려
구멍을 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이 두 가지 상실의 극적인 결합입니다.
그래서 온 국민이 집단적으로 슬퍼하고 있습니다.
잊지 맙시다. 4월 16일 꽃다운 청춘의 아득한 아픔을! 제 마음을 담은 노래 하나를
전하며 짧은 편지를 대신할까 합니다. 얘들아~ 부디 못난
어른이 없는 곳에서 행복하기를…
서럽다 뉘 말 하는가 흐르는 강물을
꿈이라 뉘 말하는가 되살아오는 세월에
가슴에 맺힌 한들이 일어나 하늘을 보네
빛나는 그 눈 속에 순결한 눈물 흐르네
가네 가네 서러운 넋들이 가네
가네 가네 한 많은 세월이 가네
마른 잎 다시 살아나 푸르른 하늘을 보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77 |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 어니언 | 2024.12.26 | 339 |
4376 |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 불씨 | 2025.01.08 | 403 |
4375 | [수요편지] 삶과 죽음, 그 사이 [1] | 불씨 | 2025.02.19 | 408 |
4374 | [수요편지] 발심 [2] | 불씨 | 2024.12.18 | 432 |
4373 | 엄마, 자신, 균형 [1] | 어니언 | 2024.12.05 | 453 |
4372 | [목요편지] 별이 가득한 축복의 밤 [3] | 어니언 | 2024.12.19 | 503 |
4371 | [목요편지] 육아의 쓸모 [2] | 어니언 | 2024.10.24 | 568 |
4370 | [수요편지] 언성 히어로 | 불씨 | 2024.10.30 | 664 |
4369 | [목요편지] 두 개의 시선 [1] | 어니언 | 2024.09.05 | 675 |
4368 | [수요편지] 내려놓아야 할 것들 [1] | 불씨 | 2024.10.23 | 692 |
4367 | [내 삶의 단어장] 크리스마스 씰,을 살 수 있나요? [1] | 에움길~ | 2024.08.20 | 696 |
4366 | 가족이 된다는 것 | 어니언 | 2024.10.31 | 698 |
4365 | [수요편지] 타르 한 통에 들어간 꿀 한 숟가락 | 불씨 | 2024.09.11 | 706 |
4364 | [수요편지]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1] | 불씨 | 2024.08.28 | 709 |
4363 | [수요편지] 레거시의 이유, 뉴페이스의 이유 | 불씨 | 2024.10.02 | 717 |
4362 | 관계라는 불씨 [2] | 어니언 | 2024.12.12 | 717 |
4361 | [목요편지] 장막을 들춰보면 | 어니언 | 2024.08.22 | 730 |
4360 | [수요편지] 문제의 정의 [1] | 불씨 | 2024.08.21 | 737 |
4359 | 며느리 개구리도 행복한 명절 | 어니언 | 2024.09.12 | 745 |
4358 | [수요편지] 마음의 뺄셈 | 불씨 | 2024.10.16 | 7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