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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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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8일 07시 00분 등록

매일 회사를 위해 출근길에 오릅니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 나갑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가니 어두운 곳에서 빛이 있는 곳으로 나가게 됩니다. 매일 어떤 굴에서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날이 풀린 요즘 같은 날씨에는 가끔은 지상에 주차를 할 때도 있습니다. 아파트 입구를 나가 첫 교차로를 우회전하여 큰 길로 접어 들면 곧 교차로를 마주합니다. 신호는 항상 직진 후 좌회전으로 바뀝니다. 그러다 보니 1차선에 좌회전 차량이 앞에 기다리고 있으면 요행을 바라고 1차선으로 직진하고자 진입한 차량들은 속수 무책으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립니다. 반대편 차선은 출근 시간에 차량이 많이 없으므로 좌회전 신호 때는 많은 차량이 1차선에서 직진을 합니다. 심지어 빨간 불일 때도 차량이 없으면 돌진해 가는 차량이 있습니다. 늘 다니기 때문에 가로지르는 차선에 차량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매일 이 장면을 목격하면서 무던하게 지나갈 수도 있는데 마음이 쓰입니다. 이유는 건널목에 근처 학교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부모가 방금 출근길을 떠났고 그 출근길이 이 교차로이기 때문입니다. 건널목에서 기다리다 보면 이러한 모습들이 어린 학생들 눈에 그대로 노출되고 때로는 그들을 위협하며 지나가곤 합니다. 이 눈들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매일 이 광경을 보기 때문에 그냥 조심할 상황으로만 보고 흘릴 것입니다. 하지만 반복되면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어른들이란 다 속물들이라 자기 마음대로 자기한테 유리하다 싶으면 저지르고 본다는 마음이 생길 것 같습니다. 왜 건널목과 교차로에서 제 눈이 더 머무는 이유는 이 학생들의 눈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심적으로 무척 힘듭니다. 많은 학생들이 물속에서 주검으로 돌아왔고 아직도 구조 작업을 통해서도 찾지 못한 시신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이 세월호 사건과 매일 출근하는 교차로와 건널목이 다르지 않다고 보여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 우리가 애써 이루어 놓은 이 높은 가치들과 규칙들을 무너뜨리고 있는가? ? 매일 이 질문을 던지며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같은 장면을 보면서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나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출근을 하면 컴퓨터의 전원을 키고 커피를 한잔 내려서 마시며 이메일을 확인합니다. 때론 부서장과 업무와 연구원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점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근 참여한 다양한 회의의 결과들을 확인합니다. 나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직장 생활이지만 저에게는 매우 소중하고 즐기는 일입니다. 언젠가 이 일에 대해 제가 심드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재미가 없어진 것입니다. 그 당시 제가 놓친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들이었습니다. 일이 잘못되지 않는 수준에서 일을 했고 나머지는 딴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챙기지는 못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생각에 빠져 모든 것들이 귀찮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알아서 해야 할 의무가 있고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알아서 잘하고 결과도 각자 책임지는 것입니다. 문제는 큰일을 할 때 같이 일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나의 속도와 동료들의 속도가 달랐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식도 달랐고 일을 나누어 하고 다시 모으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결론은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따로 일할 수 있는 일을 하나 뚝 잘라서 혼자 해내는 방식으로 일하였던 것입니다. 내 책임의 일은 하지만 모두의 일을 책임지지는 못하였습니다. 더 잘할 수 있었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칠 즈음 회사에서 저녁을 부서장과 같이 먹습니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업무 정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와 아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집에 들어오면 내가 할 일을 찾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은 제 일이지 아내의 일도 아니요 아이의 일도 아니었습니다. 책을 읽거나 필요한 작업을 하는데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늦게 돌아와 겨우 마주 앉을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그 시간마저도 뭐 하는지도 모르게 혼자 서재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그러니 대화도 없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고 뭘 해도 낯설고 왜 그렇게 하는지 일일이 물어서 대답을 들어야 하는 지경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2014년에 들어서 저는 몇 가지 바꾸고 있습니다. 첫째로 집에서의 생활입니다. 우선 앞에서 말한 이전의 제 모습을 바꾸었습니다. 요즈음은 10시까지 집에서는 개인적인 일을 일절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아내와 이야기도 하고 공부도 도와주고 집안일도 같이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 공부를 봐줄 때는 11시를 훌쩍 넘길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저도 좋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서재에 혼자 남아 개인적인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시간을 바꾸어 놓으니 가족과의 생활이 달라졌습니다. 이 것은 약속과 실천을 통해 변한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개인적인 작업을 위해 시간을 새벽에 만들었습니다. 11시에서 12시 사이에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출근 전까지 제게 필요한 작업들을 합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습니다. 하나의 약속을 정하고 실천하니 그에 따라 다른 것들이 같이 움직이고 좋아지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부서장이 되어서 혼자 일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기는 하지만 일하는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모든 일을 같이 합니다. 일을 주고 뒤에서 일을 도와 줍니다. 자료를 만드는 일부터 결정을 내리는 일까지 보고서를 쓰는 것도 말하는 법도 하나하나 챙겨줍니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립니다. 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혼자 일하는 일은 없습니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더 성장할 수 있게 열심히 돕는 것이 요즘 저의 직장생활의 활력소입니다.

 

다시 출근 시간 건널목과 교차로를 마주합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현실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건널목에 서서 지나가는 차를 보고 있는 학생들의 눈을 보게 됩니다. 그 학생들에게 침몰한 세월호와 그 교차로를 신호와 차선에 맞지 않게 무참히 지나가는 차량은 다르지 않습니다. 해야 할 바를 하지 않고 느껴야 할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는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웅을 생각해봅니다. 우리의 영웅은 이제 말을 타고 창과 칼과 화살을 날리며 세상을 바꾸지 않습니다. 우리의 영웅은 누구일까요? 나의 하루를 바꾸고 나의 하루를 세상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맞추면 삶이 바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 사는 세상도 바뀔 것 같습니다. 소중한 가족, 소중한 이웃,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결국 우리의 두발로 지탱하고 우리의 두 손으로 받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바꿀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 그것이 우리 시대의 영웅이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여러분의 하루는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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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10:01:38 *.104.9.186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좋은 상사.
다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아직 허부적 대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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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12:28:27 *.94.41.89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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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13:40:12 *.198.29.159

읽고 배운 것을 행동으로 바꾸는 것, 그래서 삶을 바꾸는 것, 벌써 실천하고 계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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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14:45:01 *.218.176.39

"하루를 바꿀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 그것이 우리 시대의 영웅이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여러분의 하루는 어떠십니까?"


저의 하루는, 하루를 바꾸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귀한 것과 감사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내 주변의 영웅을 찾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그리고 그 영웅을 닮아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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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9 16:29:00 *.113.77.122

전 회사다녔으면 정말 엄두도 못낼일이었는데 웨버로서도, 동기로서도 너무 잘하고 계세요

가정에서도 그만큼 잘하시니 정말 짱! 짱! 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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