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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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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8일 11시 36분 등록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_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읽으며 떠올려본 단상 ]

 

#1. 성인식이 필요해

무슨 일 있어? 내가 무언가 잘못 해주고 있는 거야? 요즘 들어 많이 힘들어 보이네…” 세상의 모든 시름을 다 이고 있는 표정으로 혼자 맥주 한 캔을 따서 열심히 마시고 있는 내 곁으로 남편이 와서 물어본다. 권태기에 빠진 부부들의 대화가 아니다. 바로 결혼식 한달 후 나의 모습이었다. 신혼의 꿀 냄새를 풍기며 하루하루 행복이 더해지는 나날들을 보내도 부족한 때에 나는 왠지 모든 일이 힘겹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결혼을 하는 것이 마냥 좋지 많은 않다는 기분도 들었다.

 

그간 결혼하면 자신을 위해 못쓴다니까 그 전까지라도 마음껏 쓰며 살아야지.’ 라며 계속해서 미루던 재테크를 이제는 바지런히 실천해야 했고, ‘바쁘니까 나는 안 갈게요라며 소홀히 하던 집안 대소사도 이제는 부부가 함께 양쪽 집을 다니며 챙겨야 했으니 말이다. 양쪽 부모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주말은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던지, 그리고 시댁 식구들 앞에서는 왜 이렇게 긴장이 되던지, 직장인의 낙인 주말마저도 피곤한 일상이 되면서 나는 진정 쉬고 싶었다.

 

또한 나는 내게 새로이 부여된 아내라는 역할이 부담스럽기만 하며, 또 잘 수행하고 있지도 못하다는 자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내가 그리던 결혼 후 나의 모습은 우아한 홈 드레스를 입고 집안을 예쁘게 꾸미거나 맛깔 나는 음식을 뚝딱뚝딱 차려내는 것이었지만, 현실의 나는 잠옷을 입고 하루 종일 집을 돌아다니는 게으름뱅이였고, 늦잠을 한껏 자고 일어나 냉동 식품을 만지작거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결혼해서 더욱 좋다는 남편의 말도 립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고 의심하며 분명 나에게 많이 실망하고 있겠지..시어머님과 얼마나 비교가 될까.’라며 혼자 부정적인 상상의 나래를 펴기 바빴던 그 때, 나는 현실의 무게가 무겁게만 느껴졌었다. 그래서 그렇게 잘하지도 못하는 술을 혼자 들이키거나 밤늦게 야식을 우걱우걱 먹으며 나의 마음을 채우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내 마음의 고통은 자연스럽게 사라져갔다. 아마도 결혼 생활에 적응을 해나가며 짧은 시간에 많은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요령도 생기고, 조금은 부족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탓이리라. 또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편안하게 받아들여주고 보완해주고자 노력해주는 상대를 보며 긴장과 불안을 내려놓은 덕분이 컸다.

 

최근 몇 주간 신화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돌이켜 보니, 문득 그렇게 남몰래 힘들어하던 나의 신혼 모습이 성인이 되기 위한 진통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만 많이 먹었지 여전히 철딱서니 없었던 내가 결혼 후 이제 독립적인 가정의 일원으로서 강한 책임감과 의무들을 느껴가며 어른이 되기 위한 나름의 성인식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들자 내가 낭비해버린 시간이라고 간주했던, 그리고 나란 아이는 왜 이러지 라며 자책했던 그 시간이 사실은 내 삶의 꼭 필요했던 순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물론 아직까지도 내가 성인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앞으로 아이가 생기고 그렇게 떠 안아야 할 역할들이 늘어갈수록 나는 다른 차원의 내가 되기 위해 방황을 겪는 시기를 거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마냥 힘들어하거나 내 자신을 파괴하는 행동을 하기 보다는 그럴 때 마다 이것이 바로 꼭 거쳐야 하는 의례이거니..하며 조금 더 편안한 눈으로 내 자신을 바라볼 수 있길, 그리고 혼란스러워 하는 감정을 잘 추스릴 수 있길 바래본다.     

 

#2. 영웅의 모험에 뛰어들어라

요즘 들어 자꾸 울상을 짓게 되고 걸핏하면 눈물이 난다. 그리고 돌발성 난청과 극한의 어지러움증을 앓은 이후로 피곤할

때 마다 가끔 먹먹해지는 귀는 오늘도 어김없이 통증의 신호를 보내온. 급기야 오늘은 회사 동료 앞에서 하소연을 하다

, 그리고 집에 와서는 표정이 안 좋다고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 주는 남편 앞에서 나도 모르게 펑펑 울고야 말았다.

내 스스로도 우울증이 온건가 싶을 만큼 뭔가 답답하고 막막한 느낌만이 가득하다. 다들 긍정적인 너는 어디갔냐고 물어

볼 정도로 자꾸 부정적인 말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한달 여 전만 해도 나는 연구원 합격 소식을 듣고 올해는 정말 ''를 찾아보는 여행을 하자!’라며 마음의 여유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부서 이동의 기회를 뿌리치고 권태로운 일상을 버티기로 결정 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옆 부서가

통째로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 다음 타겟은 우리 부서라는 흉흉한 소문이 뒤를 이었다. 하루하루 소문의

강도는 더해져 갔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게 되면서 매일이 너무나 괴로웠다.

 

우리 중에 누군가 떠나게 된다는 슬픔, 그리고 그것이 내가 아니었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혼란의

간 속에서, 리더가 바뀌었다는 이유 만으로 내가 자부심을 갖고 해오던, 평생직업으로까지 생각했던 일이 이러한 취급을

받는다는 데에서 오는 좌절감, 그렇다고 현재 다른 대안을 찾을 수도 없다는 절망까지 더해져 집에 돌아와 매일매일 울며

잠드는 날이 일주일 여 지속되었다. 멘탈 붕괴 상태에서 절망으로, 분노에서 슬픔으로, 이제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자 결국 부서 인력의 절반이 이동한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남게된 나는 그간 3명이 하던

일을 혼자서 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슬퍼하거나 화가나는 감정을 충분히 소화할 시간도 없이 바로 일의 홍수 속에 파묻히게 되었다.

처음 접하는 R&R주는 혼란스러움, 다른이들이 하던 일까지 맡아 결국은 새로운 방식으로 모든 것을 다시 셋업

해야하는 상황 속에 누구도 제시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그나마 여기서 오래 일한 내가 알아서 잘 해나가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더해졌다. 예상치 않았던 상황들이 연속되면서 나는 작아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매일 눈물을 달고

사는 지금의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어떤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할 마음도 생기지가 않았고 그저 막막한 감정이 앞섰다. 다른이들의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

오지가 않을 만큼 답답하기만 했다. 과제를 위해 붙들고 있던 죠셉캠벨들의 말도 영 머릿 속에 들어오질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구절들이 나의 마음에 쿵. 하고 와닿았다.

 

"놀랄 만한 권능을 가진 막강한 영웅은 바로 우리들 개개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혼자서는 이 모험길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모든 시대의 영웅들은 우리에 앞서 미궁으로 들어갔고

미궁의 정체는 모두 벗겨졌으며, 우리는 단지 영웅이 깔아놓은 실만 따라가면 되는데도 그렇다. 추악한 것이 기다리고 있

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우리는 신을 발견할 것이고, 남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던 곳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죽일 것이

며,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던 곳을 통해 우리는 우리 존재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외로우리라고 생각하던 곳

에서 우리는 세계와 함께하게 될 것이다."

 

"신화나 민간 전승에서도 드물지 않게 소명에 응하지 않는, 조금은 답답한 경우를 우리는 만난다. 다른 데 주의를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소명에 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명에의 거부는, 모험을 부정적이게 한다

 모험을 나선 당사자가 그것을 알고 그 존재를 믿기만 하면 시공을 초월한 안내자는 언제나 나타난다. 소명에 응답했고,

 용기 있게 미지의 사건에 대한 체험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영웅은 모든 무의식의 힘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인다."

 

갑자기 지금의 나 또한 새로운 운명에의 모험이 기다리고 있으나, 그것을 거부하며 소명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쳤다. 그리고 내가 운명에 뛰어들기만 하면 나를 도와줄 조력자들이 기다리고 있을테고 나의 안

나도 모르는 힘이 있기에 결국은 모든 것이 잘 해결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도 뒤따랐다.

어찌할 바를 몰라 방황하는 아이처럼 울고 있던 내 마음에 안도감이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다시금 용기를

내보겠노라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일요일 밤..여전히 회사에 가기가 두렵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나는 용감하게 미궁 속으로 들어가보

기로 했다. 이 미궁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다. 미노타우르스 보다 더 지독한 괴물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 하지만 나는 그저 나를 위한 실타래가 내려오기를 기대하며 모험을 시작해보자는 마음가짐을 다져본다. 

그리고 이 모험의 여정의 끝에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개선하는 나를 그려본다.

IP *.94.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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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12:44:50 *.94.41.89

"나는 용감하게 미궁 속으로 들어가보기로 결심한다."

 

일단 시작하면 조력자가 찾아오죠.

그럼 기꺼이 조력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전 여러번 경험해 봤습니다.

믿어도 됩니다. 스스로를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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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14:01:40 *.218.176.39

"그리고 이 모험의 여정의 끝에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개선하는 나를 그려본다."


분명히 만날 수 있어요.

의미없는 경험은 없는 법. 거기서 의미를 찾는 것부터 시작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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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17:34:42 *.31.206.81

가슴이 자꾸 말을 걸어오는 것!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우리는 너무 머리로 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아니지...세상이 그걸 강요하는 듯...휘둘리고 살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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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9 16:50:09 *.113.77.122

조직 변화의 중심에 와있다는것은 그만큼 조직에서 역할과 비중이 커졌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이런것 조차도 변화의 일부분으로 수용해나가면서 커가는 것이죠 


즈기, 이제 영웅으로서의 진정한 모험이 시작된것이고, 

남편과 데카상스라는 조력자를 얻었으니 이제 앞으로 쭈~욱 쭈~욱 나가면 됩니다. 


영이는 잘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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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4 18:02:45 *.160.136.124

당신의 글을 통해 저의 그시절 신혼 생활 그리고 현재 직장생활에서의 어려움 등이 공감되어 지네요.

1년이 지난후 우리는 어떤 위치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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