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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8일 11시 54분 등록

의 마지막 육아휴직

 

2014.04.28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해 1월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오랜 회사생활, 육아와 가정의 쳇바퀴를 돌다가 쳇바퀴에서 뛰어내리기로 결심한 것은 작년 12. 그룹장님과 인사팀과 몇차례 면담 끝에 행운의 티켓을 받고 올 1월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첫 아이를 낳을때인 2001년도만해도 육아휴직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았기에 출산휴가 2개월이 아이를 낳고 쉴수 있는 전부였다. 아니면 퇴사를 하던가.

    일을 하고 싶었기에 출산휴가 후에 회사에 복귀를 하였고, 몇 년후에는 둘째 아이 낳고, 출산휴가 갔다가 다시 일을 하면서 워킹맘의 생활을 10년넘게 지속하였다.


   요즘은 워킹맘 관련해서 제도도 많이 생기고, 회사내에서도 임산부를 위한 제도도 많이 생기고, 육아휴직도 많이 활성화 되가고 있지만 나하고는 박자가 맞지 않았다. 아이가 자라고 나서 복지제도니 지원금 제도등이 생겼다.

   회사를 오래 다니면서 아이들이 커갈수록 아이들과도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더욱 더 커졌지만 몇 개월 휴가를 낼 수 없기에 퇴사외에는 방안이 없었다. 퇴사도 고민을 해보았지만, 퇴사를 해서 아이들만 돌보기에는 이미 아이들은 너무 커버렸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해서는 마음 한 켠 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다 3년전부터 회사내에서 여사원을 위한 제도로 초등학교 자녀를 둔 여사원에 한해서 육아휴직이 가능하게 되었다. 법적으로는 10세 미만 아이를 둔 여사원들에만 해당되는것이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가능하게 된 것이다. , 이것은 회사 제도이고 무상으로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제도를 보면서 반가웠다. 육아휴직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게도 육아 휴직 제도가 없을 때는 없어서 못한다고 하더니, 육아휴직제도가 생겨서 선택할 시점이 되니 또 다른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면 사람의 마음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 고민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휴직을 하는 것이 나을까 아닐까? 물론 일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히 일을 하는 것이 좋지만, 아이들은 때를 기다려주지 않고 계속 성장하기에 육아 휴직의 고민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내 여성 리더십 교육이 있었는데 마지막 시간에 여성 부사장의 특강이 있었다. 질의 응답시간에 육아를 어떻게 하셨는지 문의를 했더니 생각과는 다르게 이분도 육아휴직을 했다는 것이다. 외국계 회사에 있다가 오시긴 했지만 그 당시에 외국계 회사도 육아휴직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점인데 상사의 배려로 육아휴직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워낙 일을 잘 하셨기에 그만큼 회사에서 배려해주셨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면으로는 그런 용기(?)가 부러웠다. 나는 아직도 고민만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이 되다보니 한해 한해 엄마의 손길과 점점 멀어졌다. 4학년부터 한해 한해 느낌이 달랐다. 작년부터 큰아이가 6학년이 되더니 변성기가 찾아오고 아이는 점점 성인이 되어갔다. 이렇게 그냥 시간이 간다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거의 찾기 어렵겠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나중에 부모가 시간이 많아봤자 아이들은 부모를 기다려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 부모가 옆에 없었으면서, 나중에 부모가 시간이 많다고 해봤자 아이들은 기다려 주지 않을것이기에....

 

   나의 마음속에 아이들은 아직도 어리기만 하고 돌봐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동안 같이 못했던 죄책감이 더 나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리고, 올해 둘째가 6학년이 되기에 내가 육아휴직을 낼 수 있는것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고, 올해가 지나면 이러한 기회도 주어지지 않기에 고민 끝에 올해 육아휴직을 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아이를 선택했기에 일과 경제적인 것에 대한 희생은 감수를 해야 한다.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휴직기간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도 많이 해보았지만, 어디를 많이 가기보다는 집 에서 아이들과 그냥 뒹글거리고 싶었다. 워킹맘이 제일 하기 어려운 것이 평일날 아이들과 집에서 뒹글거리는것이기에 눈 떠 있을 때 아이들을 마냥 많이 바라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동안 남편한테도 신경을 제대로 못썼는데 아침도 제대로 챙겨주고, 그동안 못본 책이나 잔뜩 보고,책 한권 쓰고 싶었다 그러면서 나를 찾아보기로 했다. 황페해진 내 자신을 다시 추수리기로 했다.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계획같은 것은 별로 없었지만, 그냥 맘가는대로 해보기로 했다. 늘 무언가 계획세우고, 했나 한했나를 챙기기에 바빴는데 올해는 그냥 마음가는대로 마음의 나그네가 되어보기로 했다.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하고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말자 생각했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그냥 무조건 참고 했는데 이제는 이렇게 하지말고 이끌리는대로 해보자 생각했다.


   올해 마음이 이끌려 하게 된 것중의 하나가 변경연 연구원이다. 작년에 구본형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에 변경연이 어떤식으로 운영될지 궁금하긴 했었는데, 변경연 10기를 뽑는다는 것을 늦게서야 알고 지원하게 되었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회사다닐때는 엄두도 못내었다. 휴직을 하니까 선택은 상대적으로 쉬었다. 선택은 수월했지만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렵게 3차례 관문을 통과하고 이제 매주 북리뷰와 컬럼을 쓸 수 있는것에 감사할 뿐이다.


     이또한 쉽지 않지만 이제 책보고 글쓰는 훈련의 시작이라고 생각이다. 휴직을 해서 시간이 많아서 할 수 있을것이라 쉽게 생 각했는데, 시간의 많음이 그것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절실함’, ‘간절함이 무언가 해내는 원동력임을 다시한번 알게 되었다.


   회사 다닐때는 시간이 없어서 책보고, 글쓸 시간 없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있는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은 절대 시간이 부족하다는것만으로 하지 못한것에 대한 변명을 하였고, 바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는지도 모른다.

  아직 책들이 나에게 낯설고, 읽기도 어렵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이런책 읽어보겠냐 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내 생의 마지막 육아휴직을 잘 마무리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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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12:46:47 *.94.41.89

"그래서 내 생의 마지막 육아휴직을 잘 마무리 해보려 한다"

 

어쩌면 그 아이는 찰나님 안에 있는 아이?

멋진 육아휴직 기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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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22:52:33 *.113.77.122

아니 어떻게 알았죠 ^^

내 마음속의 내면아이를 이제 어른으로 키워보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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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13:18:36 *.223.57.43
맘 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1%가 채 안될 것 같은데요.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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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22:53:14 *.113.77.122

감사합니다. 


너무 좋아서 사회전반에 퍼지도록 선구자 역할을 해야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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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13:53:43 *.218.176.39

"이제 매주 북리뷰와 컬럼을 쓸 수 있는것에 감사할 뿐이다."


감사한 만큼 많이 배우고 성장하세요. 같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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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8 22:53:51 *.113.77.122

올 한해 이공계 출신이 잘해보자고 ^^

당근 같이 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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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4 18:13:04 *.160.136.124

'시간의 많음이 그것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절실함’, ‘간절함이 무언가 해내는 원동력임을 다시한번 알게 되었다.'

 

명심 하시길. 그리고 연구원 과정 이후 그 결과물에 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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