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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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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8일 14시 14분 등록

일요일 저녁, 중요한 일정을 마친 터라 피곤한 몸으로 귀가했습니다. TV를 켜고 세월호 소식부터 챙겼습니다. 뉴스 방송을 찾아 채널을 돌리는 동안, 내 안의 이성이 말합니다. '벌써 열흘하고도 삼일이나 지났으니 생존자는 없을거야.' 이성의 목소리에 뒤이어 희망도 말합니다. '혹시 기적이 일어났을지도 몰라.'

 

체념합니다. 구조자 수가 174명 그대로입니다. 사고 이후 내내 (정부의 집계 오류를 제외하면) 구조자 수는 변함이 없습니다. 사고 당일을 제외하면 사망자만 늘었을 뿐입니다. 참사 때마다 드러났던 관료주의와 대충주의 그리고 무책임한 리더십도 그대로입니다. 이번엔 탐욕적인 기업인의 부정부패까지 결들어졌고요.

 

오늘 JTBC 9시 뉴스는 팽목항 현장에서 진행했습니다. 손석희 앵커 뒤로 보이는 컴컴한 팽목항은 세월호 참사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팽목항을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어느 기자의 말을 전할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맹골수도와 팽목항을 모르고 살던 그 때...

 

이승현 군 아버지의 인터뷰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승현아, 사랑하는 내 새끼. 아빠는 아직도 승현이 너한테 줄게 많은데. (오열) 아직도 줄게 많은데... 승현아 꼭 다시 태어나 좋은 세상 만나. 미안해, 아빠 용서할 수 있지? 내 새끼 승현아 미안해." 차가운 물 속에서 삶을 마친 학생들에게, 정말 용서를 구해야 하는 이들이 인터뷰를 보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보아야 할 영상은 또 있습니다. 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가 보낸 세월호 침몰의 마지막 15분을 핸드폰으로 찍은 동영상 말입니다. 영상를 보며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내 것 입어." "너는?", "나? 가져와야지." 이런 대화를 나누던 차에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저기에서 대답합니다. "예."

 

속옷 차림으로 배를 탈출하기 바빴던 선장의 살려는 욕망은 이해되지만, 뱃사람 정신을 조금도 보이지 못한 모습에는 수시로 화가 치밉니다. 아버님의 인터뷰에 울고, 아이들의 영상에 분노하며 뉴스를 보았습니다. 안내방송에 순종한 학생들이 미치도록 가엾습니다. 일부 아이들의 버릇없음에 혀를 끌지 말고, 어른들의 모범없음을 탄식해야 할 겁니다.

 

"계란은 넣지 않는 성의를 보였지만 굳이 라면 퍼포먼스를 벌인 장관, 기념사진에 욕심부리다 명줄을 단축한 공무원, 성난 가족들을 두고 차 안으로 피신한 총리. 거기에 한 정치인의 아들은 “미개한 국민”을 나무라며 귀족 정신을 발휘했다. 대통령도 명령과 질타만 했지 사과와 눈물은 없었다." (중앙일보 양성희 기자의 기사 "당신은 왜 울지 않는가" 中)

 

"최선의 추구 대신 최악의 제거를 위해 노력하라"는 칼 포퍼의 말이 우리 사회에 실현되기를 염원합니다. 구명조끼를 건넨 후 "승무원은 마지막이야!"라고 말하며 다시 위험 속으로 뛰어든 박지영 양처럼 최고의 모범까지는 아니더라도, 승객을 구조하려는 노력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던 선장과 같은 최악의 모습만큼은 피해야 할 겁니다. 어른인 우리부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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