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정수일
  • 조회 수 149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4년 5월 4일 23시 21분 등록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_신화가 된 영웅들의 모험과 변신, 그리고 사랑

구본형 / 생각정원

2014. 5. 4 정수일


1. 저자에 대하여

구본형, 1954. 1 ~ 2013. 4, 변화경영사상가, 변화경영시인


(주,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리뷰에서 발췌하고 추가하여 다시 정리함.)


#1. 저자와의 만남. 


다산이 성호를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구본형을 생각했다. 다산이 태어나던 이듬해 성호는 세상을 떠났다. 다산이 16세가 되던 해 성호의 유저를 만나면서 비로소 학문에 뜻을 두게 되었다고 스스로 밝혔다. 

“나의 큰 꿈은 대부분 성호선생을 따라 사숙했던 데서 깨달음을 얻었다.” 


IMF 환란의 무거운 그림자가 온 나라에 자욱하던 어둡고 무겁던 그 때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여 ‘낮선 곳에서 아침’을 맞으라던 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환란의 그늘에서 지치고 힘든 그들에게 ‘스스로 고용’이라는 개념을 주장하며 그 스스로 1인 기업을 열었다. 이 때 나는 이미 그의 팬이었고 그를 향한 깊은 사숙은 시작되었다. 


혁명사를 전공하고 싶었던 저자는 글로벌 기업 IBM에서 ‘변화’와 ‘혁신’이란 키워드를 다루는 일을 하게 되었다. 혁신조직에서 일을 하게 되었으며 그 일을 한지 12년이 되어서야 모든 변화의 시작은 ‘나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나는 이 대목에서 무릎을 치고 팔짝 뛰었다. 같은 영역에서 일을 하는 사람으로써의 공감은 동지애가 더해져 배가 되는 법이다. 나 또한 이 무렵 기업에서의 혁신은 수많은 방법론과 기법들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사람의 문제임을 절감하고 있을 때였다. 같은 경험으로 한 사람은 절망하고 주저앉았으며 다른 한 사람은 빛나는 삶을 엮어낼 저작으로 탄생시켰다.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란 책을 처음 읽게 된 것은 뉴밀레니엄 언저리였을 것이다. 나는 아직 일천하였고 안목이 생기지 않았을 터였다. 실무적 서술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너무 먼 곳의 사례들은 피부에 닿지 않았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흘렀다. 선생의 글들은 모두 잊혀졌고 그 동안 나는 두 편의 학위논문을 써야 했다. 논문의 주제가 모두 말콤볼드리지 모델에 관한 것이었는데(저자의 저작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는 말콤볼드리지 모델에 관한 것이다.) 저자와의 만남은 이렇게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문득 서가에서 잠자고 있던 빛바랜 책이 눈에 들어왔다. 쌓인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다시 읽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딴엔 분야에서 산전수전 겪고 보니 십여 년 전 그때는 보이지 않던 빛나는 그의 통찰들이 보인다. 


“아~~~~이 양반! 나이롱이 아니었어.”


악보의 끝에서 ‘되돌이표’를 만난 듯 나는 그의 초기 저작들을 홀린 듯이 다시 찾았다. 대부분 없어져서 다시 구해야 했지만 절판된 책을 찾기에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꼭꼭 씹어가며 다시 읽었다. 지혜와 통찰이 예리한 날붙이처럼 번뜩인다. 이제는 다시 천천히 읽을 것이다. 한자 한자 빼 놓지 않고 그의 통찰을 끌어내어 내게 녹여낼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저자 생전에 만나 가르침을 받는 행운을 얻지 못했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 당신을 사숙했지만 변죽만 울리다가 결국 다가서지 못한 것이다. 통한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막다른 골목으로 스스로 몰아 넣어놓고 나서야 그에게로 한 발짝 가까이 떼어놓을 수 있은 용기가 생겼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늦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간부터 보는 몹쓸 병통 탓이다. 


이제 변경연에서 새로운 삶을 열어가려는 마당을 열었다. 그의 삶을 닮고 싶다면 그에게로 가야한다. 할 수만 있다면 그에게로 가서 그를 데려와야 한다. 삶은 결국 혼자 사는 것이지만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삶이 익어가는 어느 즈음에 이렇게 말할 수 있길 기대한다. 


“나의 꿈은 대부분 구본형 선생을 따라 사숙했던 데서 깨달음을 얻었다.” 



#2 구본형, 삶의 궤적


‘인문학과 경영학을 접목시켜 새로운 경영비전을 제시하는 변화경영 사상가.’ 

저자를 표현하는 수많은 수식어 가운데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저자 구본형은 1954년 1월 15일 충남 공주 출생하여 2013년 4월 13일 폐암으로 사망하였다. 서강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역사학과 경영학을 공부하였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IBM에서 근무하면서 경영혁신과 관련된 기획과 실무를 총괄해 왔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는 IBM 본사의 말콤볼드리지(Malcolm Baldrige) 국제 심사관으로, IBM 아시아태평양 조직들의 경영혁신 컨설팅을 수행하였다. 

그는 머물 때와 떠날 때를 아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IBM에서 떠나온 그는 1인 기업 ‘변화경영 연구소’를 세우고 스스로를 고용하였다. 대학에서 혁명사를 전공하고 싶었다던 그의 바람은 비로소 구체화 되었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 일’을 연구소의 사명으로 세우고 어제에 갇히지 않고 오늘다운 생각과 행동을 시도하고 모색할 수 있도록 조직과 개인을 돕고자 했다. 아울러 10년 동안 100명의 변화 경영 연구원들을 양성하고, 500명의 꿈 벗 커뮤니티를 구성하여 더불어 ‘시처럼 산다(Life as a Poem)’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2014년 현재 그의 꿈은 이루어진 듯 하다.


그는 마흔이 넘어서면서 가끔 불면의 밤을 보내며 고독을 즐겼다. 머리숱이 적어서 약간의 콤플렉스가 있었지만 굵고 짙은 눈썹과 코는 자부심이었다.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하는 가장이었다. 부드러움이 돋보이는 큰 아이, 당신을 꼭 닮은 작은 아이, 늘 곁에 있는 그녀를 위해 일 쯤은 가볍게 뒤로 미룰 줄 아는 ‘미숙이’ 당신은 분명 훌륭한 가장이었지 싶다. 왜냐하면 삶의 최우선 순위에 가족이 있었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자연을 좋아했으며 때때로 여행을 즐겼다. 산에 드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특별히 한달반동안의 남도여행은 「떠남과 만남」이란 저작으로 남았다. 나이 들어서 아파트에서 만큼은 살기 싫다던 그는 마흔여덟 무렵에 꿈꾸던 곳과 비슷한 집에서 살게 되어 좋아했다.


‘변화경영’은 그가 찾아낸 블루오션 이었다. 변화경영이라는 현업에서의 경력에 글쓰기 재능이 보태어져 남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글쓰기 재능은 마흔이 넘어 발견한 재능이라고 하는데 기업에서 단련된 논리력과 평생토록 쌓아 온 인문학적 소양이 막다른 길을 만나 봇물 터지듯 터진 것이 아닌가 싶다. 어느 날 갑자기 발견된 것이 아니라 수련의 결과라는 것이다. 


10년에 한번씩 자서전을 쓰기로 했고, 1년에 한권씩 뼈와 살을 녹여 책을 쓰려고 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침, 월드클래스를 향하여, 그대 스스스로를 고용하라. 사자같이 젊은 놈들, 내가 직업이다. 일상의 황홀, 공익을 경영하라, 코리아니티,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공익비즈니스, 떠남과 만남, 사람에게서 구하라, 세월이 젊음에게, 더 보스 쿨한 동행, 필살기, 깊은 인생, 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 신화 읽는 시간, 그리스인 이야기, 마지막 편지,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마지막 수업 등의 저작은 그의 뼈와 살이 녹아 만든 결정이다.



2.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17.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물리적으로 점령해야 할 땅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사적인 세계들이 여전히 우리가 점령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의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하나의 나라를 세우는 것과 같다.


18. 나의 신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나의 세계가 없는 평범한 삶에서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자주적 삶의 방식도 없고 정신적 독립성도 없는 대중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마침내 세상에 자신의 작은 왕국을 하나 건설해가는 이야기다. 성공과 실패가 하나의 물결처럼 서로를 교환하는 것, 승리의 환의와 패배의 모명이 온몸을 휩싸는 일에 뛰어드는 것, 모든 신화는 바로 이 무수한 모험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24. 알로 상징된 생명이 밤과 어둠의 결합으로부터 탄생되었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 사랑이 태어나자 암흑의 혼돈을 거두어가기 시작했다. 

-> 어둠이 밤과 교합하여 생명이 태어났다. 생명은 심연의 어둠, 즉 죽음에서 태어난다. 사랑은 빛과 함께 낮을 만들고 대지와 하늘이 생겼다.


24. 그리스인들에게 천지창조의 신화는 없다. 신이 우주를 만든 것이 아니라 우주가 신들은 만들어냈다.

-> 결국 우주가 신이다. 우주가 조물주이며, 우주가 곧 우리 자신이며 우리가 곧 우주다.


28. 프로메테우스는 신처럼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고귀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 주었다.

-> 나는 그리스 신화의 전편에 걸쳐서 이 대목을 가장 좋아한다.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가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내 조상이 원숭이라고 말하기보다 신의 자손이라고 말하는 쪽을 선택하겠다. 신을 닮은 것이 인간인지 인간을 닮은 것이 신인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신의 모습대로 우리 인간이 지어졌다는 것이 맘에 든다.


31. 상자에 담겨 있던 모든 불행과 저주가 세상 속으로 날아가 버렸다. 오직 희망만이 그 상자 속에 남아 있게 되었다. 이후 악행과 불행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을 때도 인류는 희망만은 버리지 않으며 살게 되었다.

-> 나는 늘 이 대목이 잔인하다. 세상에서 가장 모진 고문이 ‘희망고문’이다. 이런 가혹한 형벌을 인류가 받은 것이다. 그래서 이 삶이 빛나는 것은 참으로 역설이다. 불행 속에서도 뼈가 아직 부러지지 않았다면 언제나 희망은 있는 법.


33. 우리의 무의식 속에 인류의 모든 과거가 살아 숨 쉬고 있다가 어떤 야생의 순간에 원시의 순수한 힘으로 우주적 교감을 이루게 될 때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정신적 시선은 의식의 혁명을 겪게 된다.

-> 이 순간이 바로 ‘그 분’이 오신 순간이다. 몰입의 순간이며 내가 나를 찾는 순간이다. 우리는 이 때 신들린 듯 춤을 춘다. 


35. 지루한 일상의 평화만 있었다면 영웅도 평민으로 살 수밖에 없었으리라.

-> 영웅이 평민으로만 살 수 있는 세상이길 바란다. 이런 세상이 이데아이고 천상의 세계일 것이다. 그러나 인류역사를 통틀어 이런 세상은 길지 않았다. 


44. 메두사는 처음에는 포세이돈에 의해 희생되었고, 두 번째는 아테나에 의해 희생되었다. 

-> 그리고 세 번째는 페르세우스에게 목이 잘렸다. 신화 속의 메두사는 두 개의 대극적 가치를 모두 품은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괴물이면서 매혹적인 여자, 죽음이면서 부활, 희생자이면서 죽인자 등 이런 이원적 대립 장치는 그리스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사유체계였다. 메두사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가 괴물이 되었다가 결국 목이 달아나 죽었다. 이 여인은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그녀는 죽어 별이 되었다.

-> 메두사 이미지의 현대적 해석 : 

- 메두사의 머리를 박은 아테나 여신의 방패 ‘아이기스’ : 이지스 함, 

- 지아니 베르사체의 로고 : 메두사의 머리


54. 싸우기 전에는 페르세우스에게 가장 위험했던 메두사의 머리가 일단 페르세우스가 승리하여 그의 전리품이 되자 적들을 물리치는 결정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 시련을 넘으면 그 시련은 다시 영웅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목숨을 건 것이 목숨을 살리는 법. 그걸 잡으려면 온 삶을 다 걸어야지.

-> 페르세우스 신화의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별이 되었다. 심지어 안드로메다를 삼키려던 바다괴물까지 별이 되었다. 페르세우스, 안드로메다. 카시오페이아, 케페우스, 페가수스, 메두사...어둠은 깊을수록 별은 빛나고 슬픔이 클수록 사랑도 깊어지네.


69. 키마이라

-> 하이브리드적 발상 = 키마이라적 발상, 예: 팝페라 가수 키메라


78. 작은 징후에서 거대한 진실을 읽어내는 통찰


83. 미노스왕의 황소 착복사건 : 권력을 가진 자는 그 권력으로 얻은 힘으로 공익을 착복하거나 훼손해선 안 된다. 미노스왕처럼 신의 저주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86. 미노스의 탐욕과 파시파에의 복수가 만들어낸 아들 미노타우로스는 이 미궁에 가두어 키워졌다.

-> 탐욕과 복수의 아들 괴물은 우리 안에 있다. 미궁은 우리 마음이며 미노타우로스는 우리 마음속의 탐욕과 복수인 것이다.


92. 네가 따르는 한 가닥 실이 있지. 변화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는 실. 그러나 그 실만은 변치 않아. 사람들은 네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궁금해 하지. 너는 그 실에 대해 설명해야 해. 그렇지만 그 실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 그 실을 꼭 잡고 있는 한, 너는 절대 길을 잃지 않다. 너도 고통 받고 늙어갈 테지. 네가 무얼 해도 시간이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어. 그래도 그 실을 꼭 잡고 놓으면 안돼._윌리엄 스태퍼드, 삶이란 어떤 것인가 하면.

-> 아리아드네는 지혜롭고 현명한 여인이다. 그녀의 실타래는 ... 나를 미궁에서 데려가 다오. 배신하고 떠나간 테세우스를 미워하지 않았고 그 슬픔 때문에 삶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두려우리라 생각한 곳에서 나를 발견하고 죽으리라 생각한 곳에서 살게 되리라.


99. 아들아. 이 비행에서는 고도가 중요하다. 너무 낮으면 습기가 날개를 무겁게 하여 추락할 것이고 너무 높게 날면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 날개가 부서질 테니까 말이다. 내 뒤만 따라 오너라.


102.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든 자기 작품의 주인이 아니다. 그들은 주문을 받는다. 기술자들은 ‘왜?’ 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오직 ‘어떻게?’라는 질문에만 몰두한다. 주문받아 제작된 물건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건 그 물건의 주인이 알아서 할 뿐이다. (......)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이렇게 말했다. “무언가 매력적인 기술이 눈에 띄면 우리는 일단 거기에 달려들어 일을 벌인다. 그 기술이 성공한 다음에야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따져본다. 원자폭탄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 생각하지 않는 죄가 전염병처럼 퍼졌다.

-> 오직 일인자가 되려했던 다이달로스. 마침내 조카도 죽이고 아들도 죽이고 스스로도 파멸의 길을 걸었다. 따뜻함이 없는 기술은 재앙이다. 가슴이 없는 천재 역시 재앙이다. 


123. 아직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위에서 고정관념이라는 철제 침대에 맞춰 살고 있는 우리, 그대로 되먹여 치기를 당하듯이 우리가 세상을 보는 그대로 세상도 우리에게 보답하나니 자기 혁명은 현실보다 우리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때만 이루어지는 것.

->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 자기가 세운 일방적 기준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억지로 꿰맞추고 재단하는 독선과 편견을 뜻하는 관용구.


138. “나의 분노는 나의 결심보다 강하다네.”

-> 정인에게 배신당한 여자의 분노는 도대체 어디까지 인가. 연적을 죽이고도 모자라 자신의 아이들을 스스로 죽여 그 자식의 아비에게 복수를 하는 잔혹함이라니...그녀는 복수가 성공하는 순간 철저히 파괴되었다. 바로 이때 악마는 그녀의 영혼을 넘겨받았다. 


143. 우리의 순수한 정신은 타락한 정신 속에 있다.

-> 순수는 타락이 있음으로 존재할 수 있다. 남자가 있어야 여자가 있듯이, 악이 있어야 선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155. 자신의 일을 하다 죽기 바라네. 태어난 운명대로 길을 가고 그 길 위에서 늙으리니.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천직이니 천직을 다한 사람은 죽어서 별이 되나니.

-> 필멸의 인간을 살리고 죽은 의신 아스클레피오스를 통해 천직을 누리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166.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상을 해석만 해왔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 변죽만 울릴 것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


172. 어려움이 닥치면 무너지지 마라. 환희가 가득한 기쁨 앞에서도 자만하지 마라. 인간이 해야 할 몫이 있고 하늘이 정해준 길이 있으니 오직 땅에 발을 댄 겸허함으로 온 힘을 다할 뿐.


183.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법을 내리신 이는 신이 아니며, 확고한 하늘의 법을 왕의 법이 넘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내가 신들 앞에서도 인간의 법을 어긴 죄인일 수는 없어요.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람이 죽었는데 장례도 치러주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가슴 아픈 일이지요. 나는 죽을 몸 두렵지 않아요.

-> 안티고네는 부당한 현실에 스스로를 변호한다. 삼촌 크레온과의 투쟁에서 스스로 세운 원칙을 꺾지 않았다. 크레온은 권력, 법집행, 권위의 상징이다. 첨예한 둘이 부딪히면 타협과 평화는 없다. 오직 피를 부를 뿐이다.


190. 안티고네를 변호하는 약혼자 하이몬과 그의 아버지 크레온과의 대화

-바르게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배우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내가 이 나라를 내 판단이 아닌 남의 판단으로 다스리라는 말이냐?

-한 사람의 소유물이라면 그건 나라가 아닙니다.

-국가가 통치자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냐?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막을 훌륭하게 다스리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나의 왕권을 존중하는 것도 잘못이냐?

-신의 명예를 짓밟으시면 왕권을 존중하는 것이 못됩니다.

-> 아직 차가운 바다에서 나오지 못한 푸른 생명들이 생각나 못살겠다. 개인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가 국가란 말이냐. 국가가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냐. 국가가 권력자들이 것이냐. 신성한 권능은 모두 국민의 것이다.


215. 아가멤논은 부조리한 신탁을 거부해야 할 곳에서 이를 할 수 없이 받아들이고 딸을 지키기 위해 당당해야 할 곳에서 사령관의 명예와 의무 속으로 숨어버렸다. 자신이 만들어낸 난폭하고 비정한 상황을 받아들임으로써 부조리에 복종해 버렸다.


234. (아킬레우스 이야기) 아킬레우스를 통하여 인간이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영웅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불같지만 따뜻하고, 예술과 풍류를 알며, 효와 사랑을 아는 영웅, 때론 잔인하지만 헥토르의 시신을 찾으러 온 프리아모스 왕과 함께 울 수 있고, 자신의 칼에 죽어가는 적장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영웅, 뛰어나지만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한 영웅이 바로 아킬레우스다.


250. (파리스 이야기) 예나 지금이나 집안에 여자를 잘 못 들이면 패가망신이다. 


262. (안드로 마케)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 마케는 현숙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묘사되고 있으나 글쎄...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헥토르가 죽자 그녀는 원수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 전리품이 되었다. 네오프톨레모스는 헥토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아들 아스티아낙스를 성벽에서 떨어뜨려 죽인 불공대천의 원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안드로 마케는 네오프톨레모스와 결혼하여 세 명의 아이를 낳았다. 네오프톨레모스가 죽자 그가 죽으면서 유언한 대로 시동생(헥토르의 동생)인 헬레노스와 결혼한다. 자식을 죽인 원수와 다시 결혼하고 다시 시동생과 결혼한 여인이 현숙하고 현명한 여인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다.


274. 한편 망국의 백성들은 그리스 군에게 유린당하고 폐허가 되어버린 고향을 버리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기약 없는 모험 길에 올랐다. 길 위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도 온통 역경과 고난뿐이었다. 

->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은 끝이 나고도 고난과 역경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긴 자는 이긴 자대로 교만과 악행의 대가를 받아야 했고 패배한 자는 또 그들이 감내해야 할 엄청난 고난과 역경을 견뎌야 했다.


280. 아가멤논은 긴 전쟁으로부터 개선하여 집에 온 그날 밤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 아이기스토스 손에 목욕탕에서 살해되었다.

-> 죽음은 덧없다. 그 동안의 영광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비극적인 죽음에는 다시 비극적인 복수에 닿는다. 인과응보.


288. 안타깝게도 오레스테스는 평생 어머니를 죽인 죄악에 시달려야 했다. 죽이기 전에는 죽여야 된다는 책임에 시달렸고 죽인 후에는 살모의 죄의식에 시달렸다.

-> 어미는 아비를 죽이고, 아들은 아비를 죽인 어미를 죽였다. 오레스테스는 신들의 제판에서 무죄를 선도 받았으나 양심의 가책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305. 영악하고 치밀한 사기꾼이며, 거짓말쟁이인 오디세우스는 당시 가장 모범적 인간이었다. 

-> 윤리 또는 가치관조차 시대에 따라 다름을 알 수 있다. 신화나 오랜 이야기들이 오늘날에 이르러 행간을 읽어내기 어려운 것이 이런 점에 연유한 탓이 없지 않을 것이다.


330. 마음을 기쁘게 하는 포도주~

-> 마음을 기쁘게 하는 차~


331. 가야 할 길이라면 두렵지만 가야하고 고난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거부하지 않으리라.


335. 탄탈로스의 형벌 : 영원한 갈증과 기아 -> 찾으려고 쫓으면 쫓을수록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잡으려고 할수록 멀어지고 욕망하면 할수록 갈증만 더해간다. 


336. 시시포스의 형벌 : 영원히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매일 정상으로 올려야 하는 -> 매일 매일 의미 없는 일을 꾸역꾸역 해야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 무익하고 희망이 없는 일의 반복,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했지만 신들이 보기에는 단지 입이 싸고 교활한 인간이었을 뿐인 시시포스가 받은 형벌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런지.


435. 모든 시작은 초라하다. 그것은 하나의 꿈에서 시작한다. 꿈속의 씨앗 하나가 자라 하늘의 별에 닿을 때 새로운 제국 하나가 생겨났다. 로마는 한 여인의 고단한 꿈에서 태어났다.


449. 가장 치명적인 것은 내가 외적 사건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역사학은 사실에 기초한 해석이다. 그런데 나는 사실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사람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그 일이 생겼는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내게 중요한 것은 그 일이 내게 어떤 감흥과 충격을 주었느냐는 것이다. 외적 사건보다는 그 사건이 내 마음속에 만들어낸 파장, 즉 내적 사건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 역시 그렇다. 나 말이다.


450. 자기 경영의 요체는 왜곡되고 강요된 껍데기의 삶을 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모색이다. 나의 세계를 찾아내 그 주인이 되는 것이다.


450. 신화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어느 날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역할과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자각하고는 시련과 고난을 이기고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적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법을 수련하여 드디어 평범한 사람은 결코 해낼 수 없는 과업을 성취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된 힘을 가지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그 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게 되는 이야기다. 신화란 그 이야기 속에 자기 혁명의 진수와 핵심을 뼈와 살로 품고 있는 비서임을 알게 된 것이다. 


451. 나에게 있는 특별한 장점은 이렇게 감흥이 도도하게 일어나는 삶의 체험들을 책 속의 지식들과 뒤섞어 그 속에서 무엇인가 진득한 스프를 끓여내는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저자가 그리스 신화 가운데 몇 가지 중요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췌하여 정리함으로써 저자의 핵심영역인 변화, 혁신, 가기경영의 키워드를 이들 이야기에 기대어 말하려 하였다. 이를 통하여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이 고난과 역경을 넘어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모습들을 투영시켜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모험의 길을 나설 수 있도록 격려하고 선동하려 하였다. ‘모험으로의 초대’가 바로 이 책을 쓴 저자의 목적인 것이다.



[책의 구성]


나는 이 책의 목차가 너무 맘에 든다. 그리고 저자의 의도가 고뇌와 함께 반영되었음을 알겠다. 이 책은 모두 3부 9장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부는 ‘신화가 된 인간’, ‘트로이 전쟁’, ‘혹독한 귀환’이란 제목으로 구성되었다. 이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신화 이야기지만 신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의 이야기는 어쩌면 저자의 관심이 아니었을 것이다. 필멸의 영세한 인간이 고난과 역경을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과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의 역사를 쓰면서 사랑하고, 다투고, 성장하고, 사라져가는 과정을 통하여 저자의 핵심영역인 ‘변화’와 ‘혁신’ 그리고 ‘자기경영’을 이야기 하려한 것이다.


이 책은 신이 된 인간의 이야기 즉, 우리들의 이야기다. 지금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바로 그 이야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단상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신화 가운데 인간의 이야기를 발췌한 안목이 돋보이다. 전편에 걸쳐 신은 조연이지 주연이 아니다. 


- 저자는 신화의 힘을 빌어 인간의 맨살을 보고자 했다. 적나라한 인간의 욕망과 속살을 그대로 드러나게 한 것이다. 인류의 문명은 야만과 원시 속에서 시작되었음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이다.


- 각 단락의 이야기들이 에피소드 위주가 아니라 주요인물별 연대기적 편집과 구성은 지난 책들(켐벨이나 오비디우스)에 비해 이해도를 증진시키는데 획기적이다. 


- 각 장이 끝날 때 마다 신들이 이야기를 상세하게 펼쳐놓은 별지들은 또 한권의 책이다. 신화 이야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요긴하다.


- 각주로 풀어낸 등장인물의 다른 이야기는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하다.


- 각 단락의 말미에 저자의 목소리로 노래한 시들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주, 전체 목차를 나열하는 것은 생략한다.)



[감동적이었던 장과 절]


28. 프로메테우스는 신처럼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고귀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 주었다.

-> 나는 그리스 신화의 전편에 걸쳐서 이 대목을 가장 좋아한다.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가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내 조상이 원숭이라고 말하기보다 신의 자손이라고 말하는 쪽을 선택하겠다. 신을 닮은 것이 인간인지 인간을 닮은 것이 신인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신의 모습대로 우리 인간이 지어졌다는 것이 맘에 든다.


31. 상자에 담겨 있던 모든 불행과 저주가 세상 속으로 날아가 버렸다. 오직 희망만이 그 상자 속에 남아 있게 되었다. 이후 악행과 불행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을 때도 인류는 희망만은 버리지 않으며 살게 되었다.

-> 나는 늘 이 대목이 잔인하다. 세상에서 가장 모진 고문이 ‘희망고문’이다. 이런 가혹한 형벌을 인류가 받은 것이다. 그래서 이 삶이 빛나는 것은 참으로 역설이다. 불행 속에서도 뼈가 아직 부러지지 않았다면 언제나 희망은 있는 법.


450. 신화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어느 날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역할과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자각하고는 시련과 고난을 이기고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적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법을 수련하여 드디어 평범한 사람은 결코 해낼 수 없는 과업을 성취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된 힘을 가지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그 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게 되는 이야기다. 신화란 그 이야기 속에 자기 혁명의 진수와 핵심을 뼈와 살로 품고 있는 비서임을 알게 된 것이다. 



[보완점]


내가 이 책을 다시 쓴다면 은유와 암시를 드러내어 좀 더 적나라하게 오늘로 데려올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다시 쓰인 이야기라고는 하나 거개의 이야기가 중복에 그칠 따름이며 저자의 목적대로 ‘변화’와 ‘혁신’의 키워드로 전달되거나 연결되는데 고리가 다소 약하거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예를 들면 켐벨의 저작들) 은유와 암시로 이어진다. 다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저자의 직접적인 의도와 관점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물론 본문 곳곳에 저자의 의도와 색깔이 묻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여전히 신화이야기이지 자기개발 이야기가 되기엔 임팩트가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단락의 끝에서 시인이 노래하는 대목들은 강하다. 독특한 구성이며 이야기를 함축하여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석하는 시도와 통찰을 읽을 수 있어 좋다.


IP *.182.55.12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