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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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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5일 01시 49분 등록

세월이 뒤숭숭한 시절이다. 매스컴의 뉴스를 볼 때마다 절로 한숨이 쉬어지고 거친 단어들을 내뱉게 하는 능력을 만들어주는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들어 세월호 소식을 접하면서 많은 상념들이 생긴다. 그 중에 하나는 우리는 잘 살고 있나? 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우리 할머니 세대의 염원은 평화였고, 우리 부모님 세대의 염원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간절함은 행동하게 했고, 그 결과 1996 12월에는 29번째로 선진국들만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OECD회원국이 되었다. 오랜 동경과 염원이 이루어져 드디어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쾌속 성장은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라고 하니 자부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래서 어쩌다 매스컴을 통해 보게 되는 우리나라의 옛날 사진은 친근함보다 낯 설움이 앞선다.

선진국을 외치면서 많이 듣게 된 말 중에 하나는 중산층이었을 것이다. 중산층의 비율이 선진국을 좌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각 나라의 중산층의 기준이 재미있어 한번 옮겨보았다.

영국(옥스포드대에서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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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플레이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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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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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독선을 지니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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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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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프랑스(퐁피두 대통령이 정한 중산층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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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하나 정도 구사하여 폭넓은 세계 경험을 갖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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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분야 이상의 스포츠나 악기를 다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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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별미 하나 정도는 만들어 손님 접대할 줄 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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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봉사단체에 참여하여 활동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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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꾸짖을 수 있을 것

미국(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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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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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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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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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놓여있을 것

한국(직장인 대상 설문결과)
- 부채 없는 30평대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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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500만원 이상
-
자동차 2000cc급 중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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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잔고 1억 이상
-
해외여행 1년에 몇 회 이상

우리나라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다른 나라의 기준을 보았을 때, 신기하고 재미있어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이 기준의 차이는 많은 말을 해준다. 우리 나라는 아직도,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초점이다. 잘 산다는 것은 전적으로 경제력에 의한 삶을 말한다. 일단 나부터 잘 살고 내 창고부터 채우고 보자는 심성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기준들을 보면 건강한 정신과 이웃과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고 있다. 내 삶 속에 타인에 대한 배려와 다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된다는 공동체적인 책임의식이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수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선진국의 삶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도 부자들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을 때,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진정한 선진국의 조건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다이달로스의 일화가 생각난다.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는 자기보다 뛰어난 재주를 가진 페르딕스라는 조카를 질투하여 탑 위에서 밀어 떨어뜨려 죽인다. 이때 페르딕스의 재주를 사랑한 아테나 여신이 추락하는 페르딕스를 새로 변신시켜주는 장면이 나온다. 메추라기 과에 속하는 이 새의 이름은 페르딕스가 되었고, 이때의 두려움 때문에 높이 날지도 못하고 나뭇가지 위에 앉지도 않으며, 그저 울타리 속에 집을 짓고는 몸을 움츠리고 살게 되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그때의 두려움으로 새의 본분을 잊은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본분을 잊은 삶은 과연 행복할까? 우리 주변에도 상처받은 페르딕스가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고 있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세월호 피해자의 가족들만 해도 그렇다.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우리의 상상의 한계를 넘어섰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은 시간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해준다. 남은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존재의 이유와 삶의 몫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그 사고를 지켜보며 분노하고 가슴 아파하고 미안해 하는 우리에게는 간접적인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지금은 불평불만보다도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일회성의 분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보다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고 나누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시점이다. 사건 관계자들을 엄중히 처벌한다고 해서 사회가 변하지는 않는다. 변화는 앞서가는 몇몇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문제아 몇 명을 처벌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바라보고 있는 다수가 외치고 행동할 때 진정한 변화는 이루어질 것이다. 이것이 세월호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선진국의 조건, 상처받은 페르딕스가 자신의 본분을 찾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 침묵하고 지켜보는 다수가 아닌 건강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다수를 가진 사회를 만드는 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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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5 20:55:30 *.255.177.78

요즘 시스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한마디로 틀인데. 대한민국 언론이 만들어 놓은 틀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기사 제목 하나하나가 그 틀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모든 사안들이 사용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한민국 중산층이란 단어를 봤을때 중산층이란 개념이 없었던 것이고 그 단어가 도입될 때 그 의미에 대해 잘 전달했어야 함에도 그저 중간정도 사는 사람이라는 터무니 없는 돈의 개념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 누구의 과오였을까요? 아마 설문 결과라고 할 것입니다. 국민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답하더라라며 핵심을 피해갈 것입니다. 국민들은 애초에 중산층이란 단어에 대한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질문자가 물어봤겠죠. 좀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사이를 중산층이라고 한다면 그 중산층을 어떻게 정의하시렵니까? 뭐 이런 정도? 날이 갈 수로 대한민국의 언론이 한심해 집니다. 그리고 그 언론에 춤추는 정치도 한심해 보입니다. 대한 민국이 다시 바로 서려면 언론이 바로 서야함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로 보입니다. 세월호 보도 프레임만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는 몰라도 정말 너무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책은 많으나 읽는 사람이 없고 문서를 만들어도 참조하는 사람이 없고 논문을 써도 널리 인용되지도 않는 죽은 사회입니다. 그러니 메뉴얼이 있어도 읽지를 않고 설명서를 주어도 참고하지를 않습니다.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은 이유는 늘상 보는 글자인 언론이 만든 글이 미덥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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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5 21:18:54 *.219.223.15

많은 것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풍요는 빈곤과 편협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풍요를 위해 달려왔건만 빈곤과 편협에 갇히는 꼴이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나의 사유와 행동에 대해 더  깊이 고민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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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6 00:12:31 *.65.153.118
중산층 기준... 부끄럽네요.... 언제쯤 이 물신주의에서 벗어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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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7 09:15:45 *.218.174.37

돈이 필요하지 않은것처럼 일하라...


내가 지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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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6 17:12:29 *.217.6.25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 괜히 찔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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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7 09:16:06 *.218.174.37

저도 그렇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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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9 16:02:26 *.153.23.18

저는 프랑스식 중산층의 기준이 마음에 듭니다.^^

 

간접적인 책임감,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일을 오늘 하는 거, 그게 참 중요하다 싶어요.

잘 읽었습니다. 왕참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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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1 11:21:35 *.219.223.54

선배님께서 제 글을 읽어주시니 정말 영광입니다.

가끔, 종종, 자주 납시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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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0 02:15:00 *.148.27.30
행동하는 참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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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1 11:24:09 *.219.223.54

뭘,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다만 가만히 있는 것이 나오는 트림을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너무 불편해요.

진정으로 외치고 행동하고 싶은 것이 명확해 질때까지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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