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왕참치
  • 조회 수 1646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4년 5월 5일 02시 30분 등록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1 저자에 대하여 (구본형1954.01.15.~2012.04.13. 충남부여 출생)

서강대학교에서 사학과 경영학을 공부한 저자는 좋은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던 꿈을 접고 198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 IBM에서 근무하면서 경영 혁신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했고, IBM 본사의 말콤 볼드리지 국제 평가관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조직의 경영 혁신과 성과를 컨설팅 했다.

그의 직장생활은 신들도 인정한 하늘이 없는 공간, 측량할 길이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무익하고 희망 없는 일의 반복이라는 형벌의 시간이었다. 모든 것이 양면을 갖고 있듯이 형벌의 시간은 그를 부유한 노예로 만들어 어느 정도 안락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이 때의 그를 상상해 보면 말수가 적고 점잖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998 <익숙한 것과의 결별>로 대중에게 알려졌을 때, 그의 주변의 사람들은 아마 놀랐을 것이다. 다부져 보이지만 얌전한 그의 내면에 이런 뜨거움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를 거울삼아 남을 생각하고 평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40대라는 나이는 꿈과 희망보다는 각종 날아오는 고지서를 처리하기에도 바쁜 나날이다. 20대의 꿈을 첫사랑처럼 떠나 보낸 뒤 가끔 추억의 존재를 더듬는 것에 익숙한 삶을 사는 때이다. 그때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침>은 직장인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새로운 탈출구를 제시하기에 신선했을 것이다.

그 흐름으로 부유한 노예에서 벗어나 1인기업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설립했고, 연구원과 꿈벗 프로그램 등을 통해 변화와 성장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같이 소통하며 자신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 그는 약속이나 한 듯이 1년에 1권씩 꼬박꼬박 책을 썼다. 비슷한 자기계발 서적이 판을 칠 때도 자신만의 향기와 목소리를 담은 발자국을 남겼다. 그래서 기업 CEO들이 뽑은 최고 변화경영 이론가, 직장인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강연자 1순위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변화경영사상가다. 그러나 변화경영시인이라고도 불리고 싶어했다. ‘나는 삶을 시처럼 살다 가고 싶다. 책이 보고 싶으면 책을 즐기고, 비가 내리면 비를 즐기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걷고, 여인을 만나 사랑하고, 자식을 낳아 그들이 커가는 것을 보고, 내 세계 하나를 만들어 그 속에서 사람들과 삶의 기쁨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나에게는 살아 있음의 흥분과 떨림이 중요하다.’ 이런 그의 바램은 직접 저술한 마지막 책 <그리스인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신만의 사유로 신화를 해석하고 때로는 해석보다 더 예리한 시를 써 보이기도 했다.

수년 전 신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신의 변화경영과 조셉 캠벨의 영웅을 결합시켰다. 그래서 그는 평범한 사람이 자기를 극복하고 영웅이 될 수 있음을 직접 보여주었고, 말과 글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으로 증명했다. 그는 <그리스인 이야기>를 통해 모험을 선동했다. 무풍의 권태를 참지 말고 자신의 세계를 찾아 떠나는 자기 혁명을 멈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책은 어쩌면 저자 자신에 대한 선동이었는지도 모른다. 무슨 모험을 하고 싶었을까? 궁금해진다.

<저서>

<익숙한 것과의 결별><낯선 곳에서의 아침><월드클래스를 향하여><떠남과 만남><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사자 같이 젊은 놈들><내가 직업이다><일상의 황홀><코리아니티경영><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공익을 경영하라><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세월이 젊음에게><The Boss 쿨한 행동><필살기><깊은 인생><신화 읽는 시간><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이름없는 사람들, 혁신의 세상을 갖지 못한 사람들, 아직 긴 모험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프롤로그: 고대 그리스인처럼 모험하라

11 위대한 문명조차 칠흑 같은 원시를 품고 있다. 모든 문명은 모두 원시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이 글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문명뿐만이 아니라 내 몸의 구석에도 원시가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알 수 없고,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하기 힘든 영역에서 울어 나오는 소리를 들을 때, 이제 그것의 근원이 어디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나는 현재에 존재하지만 인류 역사의 결정체이기도 한 것이다.

12 어디서나 60킬로미터 이내에 육지가 있는, 이 잔잔한 바다는 한 번도 배를 탄 적이 없는 이 사람들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정착민으로 뿌리를 내리고 살기에는 너무도 척박한 토양과 더불어 마음만 먹으면 한 번 도전해볼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내해를 가진 그리스인들은 바다로 나갔다.

13 가난이 그들을 떠나게 했고 적당한 도전이 그들을 성공하게 했다.

>절박함만큼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없다. 절박하면 찾게 되고, 두드리고 강구하게 되나니 삶이 이 단어를 만났을 때, 절망하기 보다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가능성이 열린 것에 기뻐해야 할 것이다.

13 이렇게 인류의 문명은 야만과 원시 속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모든 문명은 원시를 품고 있는 것이다.

15 “이런 비웃음은 철학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진 것이다. 철학자는 가장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이 무엇을 하는지 자기가 인간인지 다른 존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철학자는 노예들뿐만 아니라 법정에서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웃음을 살 것이다. 웅덩이뿐만 아니라 온갖 어려움에 빠질 정도로 서툰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철학자란 인간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15 “그는 마음만 먹으면 부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학문의 목적이 부자가 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6 “무엇이 가장 어려운가?” “당신 자신을 아는 것.”/ “그럼 무엇이 가장 쉬운가?” “조언하는 것.”/ “신은 무엇인가?” “시작도 끝도 없는 존재.”/ “가장 가치 있고 정의로운 삶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을 비난 할 때 그 비난 당한 삶을 스스로 살지 않는 것.”

16 아리스티데스는 자신을 추방하고 싶어하는 사내에게 아리스티데스가 그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사내가 대답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소. 사실 난 그가 누구인지도 모르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가 정의로운 사람이라더군요. 나는 그게 지겨웠소.”

17 오늘, 묵묵히 자신의 이름을 적어주던 그의 손길과 마음결이 긴 시간을 건너고 바다를 지나고 대륙을 넘어 내게 전해진다. 도자기 조각에 제 이름을 쓰느라 길가에 쭈그린 그의 넓은 등판이 든든해 보인다. 이것이 바로 문명의 힘이다.

17 나는 그리스인의 신화를 읽으면서 내가 동양인도 서양인도 아닌, 인류의 한 사람임을 절감했다. 진정한 글로벌 인간인 셈이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든 우리 안에는 인류의 원시와 고대 그리스 중세가 이 시대와 함께 공존한다. 오늘 그리스인의 이야기에서 그 행간을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 안에서 가장 위대한 힘을 이끌어내 스스로의 삶을 영웅의 행적으로 끌어올릴 용기와 방법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우리를 끌어올리는 힘, 엑셀시어의 정신은 우리를 도약한다.

17~18 하나의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하나의 나라를 세우는 것과 같다. 하나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것도 나이 세계 하나를 창조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기업인들이 자신의 나라를 세울 때 직원의 안전과 복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세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의 끝도 없는 탐욕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한단 말인가? 이런 면에서도 21세기와 중세가 같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슬프다.

18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35시간 이상 일하지 않도록 권장받는다. 나머지 시간에 가족과 자신의 인생을 즐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1976년 창사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써프라이즈!!! 이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18 3000년이 지나 우리가 가지가지의 문명들이 혼합된 글로벌 시대에 와 있다. 우리의 의식 세계는 문명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무의식은 아직도 문명에 의해 순치되지 않은 신화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 그것이 자기 경영의 본질이다. 그래서 신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내면의 어둠으로 내려가는 사다리며 통로가 되는 것이다. 나의 신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나의 세계가 없는 평범한 삶에서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자주적 삶의 방식도 없고 정신적 독립성도 없는 대중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마침내 세상에 자신의 작은 왕국 하나를 건설해가는 이야기다. 성공과 실패가 하나의 물결처럼 서로를 교환하는 것,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모멸이 온몸을 휩싸는 일에 뛰어드는 것, 모든 신화는 바로 이 무수한 모험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18 이 책은 모험의 선동을 위해 쓰였다. 모험에의 초대,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다.

1부 신화가 된 인간

1장 미케네. 모험의 시작

29 그것은 제우스가 언젠가 아들에게 권력을 찬탈당하고 쫓겨나리라는 것이었다. 신도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을 알게 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그 아들을 낳게 될 여인의 이름을 말하라고 다그쳤다. 어미를 없애 아기가 태어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침묵했다.

>자신의 부모를 탄탈로스에 감금하고 올림포스의 제왕이 된 제우스의 모습에서 인간의 어쩔 수 없는 굴레가 보인다.

30 판도라는 모든 선물이라는 뜻이다. 판도라는 신들로부터 모든 것, 즉 강점과 약점, 저주와 축복 모두를 받은 여자가 되었다. 제우스는 한 사람 안에 너무도 많은 대립적 요소들을 넣어두면 그것들이 서로 부딪치고 갈등해서 하루도 고통과 번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하여 모순, 갈등, 패러독스, 딜레마가 바로 태초의 인간의 조건이 되었다.

>신이 준 태초의 인간의 조건이 참 오묘하다. 대립물의 양극성과 번뇌까지. 몇 가지는 빠져도 될 텐데.

32 생명은 어둠 속에서 태어난다. 낱알 하나가 죽어 수십 배의 생명으로 솟아나든 죽음의 어둠을 거치지 않은 탄생은 없는 법. 해는 아침마다 어둠의 밤과 산에서 떠올라 한 번도 새로운 날의 약속을 어긴 일이 없으니, 다시 시작하라

>숨이 턱 막힌다. 약속을 어긴 사람은 항상 나였구나!

33 그렇기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도 어느 한 부분은 여전히 한 인류로 중세인이며, 고대인이며, 그리스인이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 인류의 모든 과거가 살아 숨 쉬고 있다가 어떤 야생의 순간에 원시의 순수한 힘으로 우주적 교감을 이루게 될 때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정신적 시선은 의식의 혁명을 겪게 된다.

38 어제, 또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들, 고요한 일상의 호수에 문득 돌멩이 하나 다른 운명이 여울져 찾아온다네.  어리석고 위험한 젊은이 하나가 불행을 찾아 떠나네, 그것이 젊음이기에.

>나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 세계를 위하여 포기하지 않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자는 언제까지나 청춘이다. 나는 죽기 1달전까지 청춘이고 싶다.

42~43 메두사의 잘린 목에서 피가 흘렀는데, 그 속에서 천마 페가소스가 태어나 힘차게 울고 하늘로 날아오르게 했다.

46 모든 것을 석화시켜 돌로 만들어버리는 메두사의 얼굴은 고대 세계 최고의 병기를 상징했으니, 가장 무서운 괴물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가장 훌륭한 자기 방어의 수단으로 전환하려는 주술적 기원은 여전히 우리로 하여금 아이기스를 찾게 한다.

>우리는 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와 아이기스를 갖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것은 용기 있는 자와 행동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염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행동하는 자이어야 한다.

47 그때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다. 가해자는 피해자와 늘 닮아 있는 법. 속과 겉, 숨어 있는 것과 드러나 것, 그것은 언젠가 어디선가 만나는 법. 서로 거울 속 자기라서 깜짝 놀라지.

  교실의 왕따, 누가 봐도 지질이. 교실의 깡패, 누가 봐도 문제아. 하나는 괴롭히고 하나는 당하지만 둘 다 같은 사람. 가해자를 처벌한다고 문제는 사라지지 않아. 가운데 침묵하는 다수가 그러지마라고 외쳐야 해결되지.

>항상 왕따도 아니고 가해자도 아닌 입장에 살면서 방관을 일삼았다. 그런데 오늘 나의 할 일을 알았다. “그러지마침묵하는 다수가 아닌 외치는 소수에 서고 싶다.

54 그 머리는 페르세우스의 영광이 되었다. 위험이 명예가 되고 가장 강력한 후원자가 된 것이다.

>죽을 각오로 임하는 자만이 영광을 거머쥘 수 있는 진리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걸어야 한다. 나를 다 바치는 삶, 나를 다 태우고 가는 삶의 족적을 남겨야 한다.

2장 크레타. 탐욕의 끝

75 희망이 없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렇게 황소와 심연을 마주하는 이 영웅적이고 장난스러운 크레타인들의 눈을 그는 크레타의 시선이라고 불렀다.

79 그러나 정말 그다운 삶은 크레타의 크노소스 궁전을 발굴하는 일에 뛰어든 1900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1941년 아흔 살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그의 삶은 크레타의 문명을 밝히는데 쓰였다. 그것이 그의 운명이었다. 그는 그 운명을 사랑했다. 트로이를 발견한 슐리만처럼 에번스 역시 크레타에 얽힌 신화를 믿고, 거기에 자신을 바쳤다. (중략) 에번스는 그리스 문명보다 두 배나 오래된 문명이 자신에 의해 부활하는 것을 지켜보며 눈을 감았다.

>한 인간의 꿈을 따라 간 발자취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계산해보면 에번스는 49세부터 크노소스 궁전에 자신을 바치기 시작했다. 죽을 때까지 41년 동안이나 계속된 이 발굴은 그를 자신의 영웅을 만나는 길로 안내해 주었고, 우리는 에번스에게 크레타의 역사를 선물 받았다.

83 황소를 보내주면 당장 그 소를 잡아 다시 포세이돈에게 제물로 바칠 것을 약속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이 기도를 들어주었다. (중략) 그리하여 미노스는 형제들을 제치고 마침내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 신이 보내준 황소는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중략) 그래서 그 당당한 황소를 잡아 제물로 바치지 않고 종자를 퍼트리기 위해 자신의 가죽우리에 가두어 두었다. 그 대신 그 우리의 소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흰 소 한 마리를 제물로 바쳤다.

>미노스 왕은 인간 그 자체이고, 욕망 그 자체인 사람이다.

86 미노스의 탐욕과 파시파에의 복수가 만들어낸 아들 미노타우로스는 이 미궁에 가두어 키워졌다.

>카시오페이아, 니오베, 미노스와 파시파에의 공통점은 부모의 잘못이 자식의 인생에 투영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라는 이름은 어려운 것이다.

90 사랑은 늘 섬광처럼 오는 것이다.

>공감. 섬광처럼, 교통사고처럼 그래서 운명처럼.

92 크레타인은 황소와 더불어 살지만 아테네인은 황소를 죽임으로써 황소로부터 해방되었다.

>죽음과 자유는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나의 게으름을 죽임으로써 게으름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것이고, 나의 불성실을 죽임으로써 성실로 갈수 있다.

97 그러니 그녀는 미궁 속에 길이 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삶이라는 슬픈 미궁을 미워하지도 저주하지도 않는다. 운명이 주어지면 그것을 따른다. 그것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그녀는 인생이라는 미로를 사랑했기에, 그 속에 길이 있기에 그 길이 고통스러워도 버리고 파괴하지 않는다.

>나는 그래서 아리아드네가 좋다. 연약한 듯 하지만 강하고, 남을 잘 따르는 것 같지만 항상 단단한 자기 중심이 있다. 그녀야 말로 자기 인생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고통스러워도 파괴하지 않고 그 안에서 길을 찾는 그녀의 현명함은 삶의 미궁에서 나올 수 있는 디오니소스라는 또 다른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가져다 주었다.

98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결코 잊지 마라. 희미한 소명의 길은 미궁과 같으나 어두운 내면을 통하지 않고는 내가 없으며 두려우리라 생각한 곳에서 나를 발견하고 죽으리라 생각한 곳에서 살게 되리라.

>미궁으로 뛰어 들어야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잡을 수 있다. 두려움을 무찌르는 용기만이 길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102 그러므로 기술자들은 ?’라고 질문은 하지 않는다. 오직 어떻게”’라는 질문에만 몰두한다. 주문받아 제작된 물건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건 그 물건의 주인이 알아서 할 뿐이다. 장인은 오직 어떻게 만드는가에 신경을 쓸 뿐이다. 오래전부터 기술자들은 기술이 윤리적으로 중성이라고 생각했다. 인류 스스로를 파멸시킬 물건들 역시 만든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사용한 사람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아이러니다. 누군가의 최선이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최선이란 자신을 감동시킬 정도의 노력이라는 문구를 만나면서부터 이 말을 쓰는 것에 당당함이 사라졌다. 그 말 앞에 부끄러웠지만,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은 나의 최선의 목적이다. 나는 항상 최선으로 가려고 노력하지만 그 뒤에 모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을 위한 최선이고, 누구를 위한 노력인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멈추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102~103 마치 판도라가 금단의 상자를 열어 모든 죄악을 이 세상에 뿌리듯이 그도 스마트폰을 만들어 세상에 뿌림으로써 생각 없음을 인류에게 선물했다. 사람들은 이것과 함께 일어나고 이것과 함께 잠이 든다. (중략) 사람들은 몰입을 잊어버렸다. 또한 사람들은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이 작은 기계에게 물어본다. (중략) 기억하지 않음으로써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생각하지 않는 죄가 전염병처럼 범람하게 되었다.

104 ‘악의 평범성’, 그 원천은 바로 생각하지 않는 죄에서 온다. 시키는 일을 그저 따르는 자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갖지 않음으로써 주도적 삶도 사라진다.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은 조직도 마찬가지다. 항상 빨리빨리를 외치며 성과를 만들어 내기를 요구한다. 창의력을 원하지만 실수에 대해서는 관대하지 않다. 어떤 새로운 시도보다도 윗 사람의 생각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 같다. 생각할 필요가 없고 그저 눈치만 보면 된다. 즉 조작법만 익히는 자가 인정받는 것이다. 바른 소리는 그의 수명을 단축시킬 뿐이다.

104 그 새의 이름은 페르딕스다. 메추라기 과에 속하는 이 새는 이때의 두려움 때문에 높이 날지도 못하고 나뭇가지 위에 앉지도 않으며 그저 울타리 속에 집을 짓고는 몸을 움츠리고 살게 되었다.

>앞으로 메추라기를 보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상처가 새의 본능을 마비시키고, 제한시켰기 때문이다.

113 그는 포도나무처럼 매년 가지치기를 당하고 추운 겨울 갈래갈래 껍질이 찢어진 죽은 나무둥지처럼 매년 갈기갈기 찢겨 죽는다. 그러나 디오니소스는 매년 부활한다. 기쁨에 가득 차서 다시 살아나며, 죽어야 할 자들에게 희망이라는 믿음을 준다. 그는 부활을 통해 죽음보다 더 강한 생명의 힘을 보여준다. 그는 불멸의 신인 것이다.

116 황홀한 자유와 난폭한 야만이 공존하는 카니발이 바로 디오니소스 축제였다.

116 디오니소스는 환희의 불꽃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자신을 비웃는 자들을 먹잇감이기도 했다. 이것은 술의 이중성이기도 하다.

>나는 디오니소스의 환희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술이라는 것의 이중성에 놀아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존재한다. 그래서 못 마시는 술을 마셔도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지기 싶지 않기 때문이다.

3장 아테네. 문명이 꽃피다

123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종종 회자되는 이 짧고 유명한 이야기는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억지로 꿰맞추고 재단하는 독선과 편견을 뜻하는 관용구가 되었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대단히 답답하다. 이런 조직을 만나면 질식해서 죽을 거 같다. 고정관념이라는 철제는 사람을 가둔다. 상대방을 답답하게 만들지만 사실은 본인이 갇히게 된다. 갇히면 발전하지 못하므로 개인이든 조직이든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수 많은 사람들을 자기의 잣대로 재단하려 하지만 결국은 자기가 재단 당하는 것이고 이는 곧 파멸을 의미한다.

123 아직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위에서 고정관념이라는 철제 침대에 맞춰 살고 있는 우리, 그대로 되먹여 치기를 당하듯이 우리가 세상을 보는 그대로 세상도 우리에게 보답하나니 자기 혁명은 현실보다 우리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때만 이루어지는 것.

>자신의 틀이 깨져야 세상도 깨진다.

126~127 그렇다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한 여인을 버려야 했던 비탄이 실수로 아버지를 죽이게 되는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테세우스의 비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마치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처럼 하나의 슬픔이 다른 슬픔으로 이어지고 하나의 비극이 또 다른 비극의 원인이 되었다. 테세우스가 가는 곳마다 수많은 영웅적인 행동들로 영광은 더욱더 빛났지만 그와 함께 비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점점 더 크게 자라나고 있었다.

127 미궁에서 목숨을 구해준 사람을 버리고 떠나야하네. 사랑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내, 만인이 환호하는 영웅이 되었으나 한 사람도 사랑할 수 없는 불임의 영웅.

>나는 이런 사람을 영웅이라는 말보다는 얼간이라고 부르고 싶다.

135 어려움에 처해 도움이 절실했던 사람을 사랑한 것이 얼마나 큰 함정이었는지 비로소 그녀는 알게 되었다.

136 “그래, 여자는 비겁해질 수도 있지. 칼을 들이대면 벌벌 떨지. 그러나 잠자리를 지킬 권리를 빼앗긴 여자보다 더 피에 굶주린 영혼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거야.”

>왜 그럴까? 헤라도 어찌할 수 없는 태초의 본능이라 그럴까?

138 나의 분노는 나의 결심보다 강하다네.

143 우리의 순수한 정신은 타락한 정신 속에 있다.

149~150 , 나의 영혼이여, 불멸의 삶을 갈구하지 마라. 그 대신 너에게 주어진 운명에 지치도록 탐닉하라. 어찌하여 불가능한 일을 탐하는가? 발 앞에 일을 직시하라. 발 앞에 놓인 인간의 운명, 죽어야 할 우리의 조건을 잊지마라.

154 뱀은 재생과 불멸의 상징성을 갖는 동물이다. 매년 커지기 위해 허물을 벗어야 하고, 허물은 과거의 것이니 허물을 벗는 행위는 해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상징이다. 또 한 뱀은 자신의 꼬리를 물면 원이 된다. 원은 돌고 돌아 끊이지 않는다. 즉 영원이다.

>계속 해서 새롭게 태어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나의 영원한 세계는 형성되지 않을 것이므로.

155 자신의 일을 하다 죽기 바라네. 태어난 운명대로 길을 가고 그 길 위에서 늙으리니.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천직이니 천직을 다한 사람은 죽어서 별이 되나니.

다른 사람이 시켜는 일을 그만두고, 평생 가야 할 길로 들어선 자는 황금의 시기를 맞이하리니 그들에게 퇴직은 없다. 죽음이 바로 퇴직이므로.

4장 테베. 가장 비참하고 장엄한 자의 탄생

172~173 어려움이 닥치면 무너지지 마라. 환희가 가득한 기쁨 앞에서도 자만하지 마라. 인간이 해야 할 몫이 있고 하늘이 정해준 길이 있으니 오직 땅에 발을 댄 겸허함으로 온 힘을 다할 뿐.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나의 어려운 시간을 같이 보낸 친구들이다. 조금만 잘해도 저절로 들리는 교만과 자만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몇 번씩 쓰러지고 싶은 육체와 정신을 일으켜 세우며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179 더 이상 그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게 되자 그를 그렇게 몰아 세웠던 운명의 수레바퀴는 멈춰 섰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그 너머로 들어선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신을 느끼게 되면서 비로소 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184 안티고네는 비유컨대 구부러지지 않고 곧게 뻗은 길이다. 다시 말해 그녀는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녀의 판단이 옳고 그르고는 중요하지 않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뜻을 굽히지 않는다. 스스로에 대한 충절이 대단하다. 이 충절을 굽히게 되면 그녀의 세상은 단번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만다.

185 안티고네에게는 하나의 패밖에 없다. 그녀는 유일한 패에 전부를 건다. 안티고네는 그런 면에서 자신에 대한 광신자다. 자신의 믿음에 절대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비타협과 불관용이 필수적이고 또한 효과적이다. 물러서면 모든 것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고귀함은 배타적이다. 안티고네의 고귀함은 고독을 감수해야 한다. 동굴에 갇힌 그녀는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이제 자살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목을 매면서 그녀의 삶은 끝났다. 안티고네라는 영웅은 한계에 다다르고 벽에 부딪쳐 추락한다. 이것이 바로 비극의 핵심이다.

185 비극이란 주인공의 극적인 투쟁을 담고 있다. 투쟁을 통해 인간 본성이 지닌 힘을 확장하여 한계의 벽까지 밀어붙인다. 그러므로 모든 비극은 평범한 인간을 영웅으로 끌어올리는 투쟁과 모험을 담고 있다. 비극의 주인공들은 시속 3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카레이서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궤도를 탄환처럼 달린다. 그리고 벽에 부딪혀 충돌하고 파멸한다. 그 벽 너머에는 인간 세상이 아닌 신의 영역이 존재한다.

>나의 습관과 생각이 파멸의 고통을 맛보아야 신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

186 안티고네의 죽음은 그것으로 끝나 잊히는 그런 죽음이 아니다.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은 두 개의 법이 부딪히고 두 개의 가치기 부딪히고 두 개의 문화가 부딪히고 두 개의 종교가 부딪힐 때마다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투쟁의 이야기다. 고대의 이야기 하나가 오늘날까지도 깊은 감흥과 사라지지 않는 숨결로 우리에게 속삭이는 이유는 그것이 먼지 낀 과거로 죽어버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극은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극은 끝나는 법이 없다. 비극이 태어나게 된 조건들이 존재하는 한 비극은 오늘을 사는 인간들에게도 여전히 열려 있다. 열려 있는 그 문은 인간의 미래를 향한다.

190 크레온은 백성들의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그들을 잃을 때 상처를 입을 뿐이다.

191 크레온: 내가 이 나라를 내 판단이 아닌 남의 판단으로 다스리라는 말이냐?

    하이몬: 한 사람의 소유물이라면 그건 나라가 아닙니다.

192~193 같은 핏줄 속을 흐르는 같은 피, 강인한 뼈처럼 부딪히는구나. 모든 것은 국가에 귀속된다, 아들아. 개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는 국가가 아닙니다, 아버지. 권위와 정의가 부딪히고, 왕권과 신성한 양심이 고함쳐 다투는구나. 배려도 타협도 관용도 없다. 투쟁을 벌이는 사나운 두 영혼에게는 불관용이야말로 가장 필수적인 무기. , 끝내 모두 통곡하는구나. 오만한 자들은 끝에 가서야 깨달음을 얻는 법.

>얼마나 어리석은가? 모든 것을 잃고 끝까지 가봐야 알게 되느니.

2부 트로이 전쟁, 겨루는 자들의 함성

202 돈을 사랑했으나 이상을 더 사랑했기에 그는 사업으로 바쁜 중에도 트로이를 발굴하겠노라고 아버지와 했던 약속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는 몽상가였고 이상주의자였다. 그러나 그는 확신에 찬 이상주의자였으며 실천하는 몽상가였다. (중략) 트로이만큼 감동적인 일생을 살아간 이 사람의 이름은 하인리히 슐리만이다.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확신에 찬 이상주의자, 실천하는 몽상가.

5장 아테네->트로이. 출항

223 미래는 인간에게 늘 불안하며 궁금한 영역이었다. 알 수 없다는 것, 그러나 필연적으로 그 알 수 없음에 다가가야 한다는 것은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인간은 늘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했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미래란 한때 운명의 영역이었다. (중략) 그러나 모든 인간은 아직도 여전히 미래에 대한 원시적 그늘에 머물고 있다.

>믿지 않으면서도 가게 되는 곳. 듣는 대로 행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 나도 이곳을 한때는 많이 애용했다. 마음이 답답하고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그곳을 향했다. 갔다 오면 마음이 후련해 지는 부분이 있었다. 내 안에 생각보다 원시적 그늘이 많은가 보다.

245 무찔러야 할 적군보다 내 속의 두려움. 남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는 징그러운 대국 (중략) 죽어가는 적의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는구나. 통곡하는 이유는 적을 위해서도 아니고 나를 위해서도 아닌 전장으로 자신을 데려온 어리석음 때문.

251 사랑의 단명함이여, 필멸의 인간의 불멸의 꿈이여.

>불멸의 꿈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갈구하게 되는 것 같다. 진정 불멸의 꿈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3부 혹독한 귀환

273 트로이 전쟁의 승리자들은 또한 그 승리의 희생자들이기도 했다. 너무도 긴 싸움 속에서 몸은 피폐해지고 정신은 소진되었다.

275 오로지 희망 하나만을 품고 용기를 끌어 모아 전진하는 것밖에는, 그들은 수없이 넘어질 때마다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길 위에 올랐다. 그들은 어떤 순간에도 목적의식을 잃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폐허에 주저앉는 대신 미래를 향해 용감하게 길을 나선 그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모든 종족들 위에 1000년간 군림했다.

7장 아테네. 운명의 굴레

280~281 시기만 하고 할 수 있는 의지를 지니지 못한 자, 운명에 쉽게 굴복하면서 그 두려움에 대한 항복을 용기라 부르는 자, 비겁한 자는 자신의 왕이 되지 못하는 법. 속으로는 떨면서 부러질 듯 단호한 자는 어리석으니 어리석은 자의 집착만 한 재앙은 없다. 속은 기둥처럼 강하고 겉은 머릿결같이 부드러운 사람만이 남과 나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나니 무덤까지 존경이 따라가리라.

288 안타깝게도 오레스테스는 평생 어머니를 죽인 죄악에 시달려야 했다. 죽이기 전에는 죽여야 된다는 책임에 시달렸고 죽인 후에는 살모의 죄의식에 시달렸다.

298 비극이 시작된 곳으로 달려가라. 아비가 딸을 죽이자 원한에 찬 어미가 아비를 죽이고 다시 아들이 어미를 죽여 아비의 원수를 갚으니 첫 원한의 매듭을 풀어라. 보복은 끝이 없고, 결국 가장 사랑하는 것을 죽이게 되나니, 바로 나.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응징한 결과이다. 결국은 자기 파멸인지도 모르고.

8장 트로이->이타카. 승리한 자의 고난

310~311 사람은 죽어도 죽지 않아. 오직 마음에서 잊힐 때 죽게 되지. 누군가에 대한 사랑은 그 사랑을 품은 사람이 살아 있는 한, 살아 있는 것이니 10 20년 동안, 어쩌면 더 오래. 무엇이 돌아오지 않는 그리운 것을 오늘도 기다리게 하는가? 바로 어제까지 기다린 그 기다림 때문이지. 하루하루 쌓여 100일이 되고 1000일이 되어 이제 강물 같은 그 기다림을 그칠 수 없게 되었네. 기다림이 새로운 하루가 되어 그것 없이 살 수 없게 되었으니.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잊혀진 사람이라는 문구가 생각난다. 나도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는 씨앗을 심고 싶다. 연인이나 가족을 포함한 나의 주변에 그리고 그 주변을 넓혀가고 싶다.

314~315 그러나 그 이름을 모르면 어떤가? 그들은 그 후 한 번도 자신을 세상에 알릴만한 일을 하지 못했으니 그 이름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316 승리자에게 승리가 없는 전쟁, 몸은 가족을 떠나 진흙 위를 구르고 정신은 사람을 죽여 포악한 짐승이 되었구나. 그대로는 부드러운 아내 곁에서 사랑을 즐길 수 없어 돌아가는 길, 푸른 바닷물로 참혹한 전쟁의 마음을 씻어야지.

신들은 물을 휘몰아쳐 고초를 겪게 하여 전쟁이라는 어리석음을 자초한 자들에게 전쟁이 평화가 아님을, 승리가 곧 패배임을, 창끝으로 죽인 자가 바로 자기 자신임을 알게 하네. 그리하여 알게 되지, 남에게 한 짓이 곧 내게 한 짓임을.

>전쟁이 가슴 아픈 것은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보다 상관없는 수 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원인도 잘 모르며 희생을 받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은 누군가의 소중한 남편이며 아들이고, 아빠이며 오누이이고, 형제이며 친구이다. 부질없는 목숨이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데 어떤 대의명분으로 그 희생을 정당화 할 수 있을까? 이겨도 패배하는 전쟁의 속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과연 이들이 전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331 가야 할 길이라면 두렵지만 가야 하고 고난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거부하지 않으리.

335~336 (탄탈로스)가득한 물속에 서 있었으나 한 방울의 물도 마실 수 없고, 즐비한 열매들 속에 서 있었으니 달콤한 과육을 한 입도 깨물 수 없는 그는 타는 목마름으로 고통스러워했고 풍요로움 속에서 굶어야 했다. 그는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을까?

338 그리하여 그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천천히 흐르는 강물과 별빛이 되비치는 바다와 금수 초목을 안아 기르는 산과 날마다 새롭게 웃는 대지속에서 삶의 기쁨을 누렸다.

338 (시시포스)그리하여 그는 하늘이 없는 공간, 측량할 길이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아직도 영원히 바위를 밀어올리고 있다. (중략) ‘무익하고 희망 없는 일의 반복보다 더 무서운 형벌은 없다고 생각한 신들의 생각은 일리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알렉산드로스가 페르시아로 떠나기 전에 자신의 재산을 모두 나누어 주었다. 이 모습을 보고 어이없어 하던 친구가 물었다. 그럼 무엇을 갖고 떠나느냐고? 알렉산드로스는 희망이라고 대답했다. 희망이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물질보다 귀하고, 인생을 모두 걸 수 있는 힘이다. 내 인생에 희망이 없다면 그것은 살아도 살아 있는 날들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무한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나를 찾고, 희망을 찾는 일은 누군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 나서야 하는 일이다. 시시포스의 일상일지라도 그 일의 의미와 또 다른 희망을 찾는 것은 자기 인생의 몫이다. 희망은 선물처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56 우리도 그렇게 젊은 날들은 공을 세우기 위해 전쟁처럼 바삐 살고, 또 그만큼은 칼립소에게  억류되어 날마다 바다를 보고, 한숨을 쉬듯 매너리즘에 젖어 산다. 그러나 인생은 모험, 날마다 새로운 파도와 겨뤄야하니 알게 되리라, 삶은 이타카를 향하는 도중에 있음을.

9장 트로이->로마 위대한로마의 탄생

390~391 인간은 이 운명에서 저 운명으로 부름을 받는 것, 부름이 끝나 한곳에 머무는 순간 삶은 저녁처럼 저문다. 그러니 풍랑과 폭우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떨림의 기쁨으로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니.

풍랑이 내던져놓은 새로운 운명의 해변에서 폭우가 지나간 하늘은 다시 푸르게 살게 하나니. 모든 죽음은 영원한 평화, 그러니 살면서 아무 일 없는 무풍의 권태를 참지 마라. 떠나지 못한 모험은 삶에 대한 쓰라린 모독이다.

>20년 후에 인생을 돌아 봤을 때, 한 것 보다는 안 한 것에 대한 후회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을 결정하기 힘들 때, 미래로 타임머신을 돌린다. 그럼 답이 명확해 진다.

401 “불행에게 머리를 숙이지 마세요. 그럴 때마다 더 꿋꿋해져야 해요.”

427 인간은 한때의 행운이 떠받쳐주면 절제할 줄 모른다.

>행운에 도취되어 그런 시간이 영원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435 싸움에 져서 떠나온 자가 고난을 이기고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하고 그들의 자식들이 다시 그 나라를 떠나 또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면서 인류의 위대한 역사는 만들어져왔다. 그들은 한때 이름 없는 사람들이었으나 자신의 모험을 떠남으로써 자신의 이름으로 나라 하나를 건설했다. 모든 시작은 초라하다. 그것은 하나의 꿈에서 시작한다. 꿈속의 씨앗 하나가 자라 하늘의 별에 닿을 때 새로운 제국 하나가 생겨났다. 로마는 한 여인의 고단한 꿈에서 태어났다.

443 고대 로마인들에게 전쟁은 낡은 벌집을 떠나는 벌떼처럼 신성한 젊음의 행위였다.

에필로그: 키가 자라 머리가 별에 닿았네

447 그 무화가 나무는 세월의 흐름을 간직하고 있었다. 가을부터 6개월 동안은 해골처럼 검게 시들어 있다가 다시 푸르러졌다. 무화과의 검은 껍질 속에는 빨간 꽃이 감춰져 있었다. 그는 무화과를 먹는 것은 태양을 먹는 것이며, 동시에 어둠을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448 시인은 사물에 대한 공감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450 자기 경영의 요체는 왜곡되고 강요된 껍데기의 삶을 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모색이다. 나의 세계를 찾아내 그 주인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기 혁명인 것이다.

450~451 신화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어느 날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역할과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지각하고는 시련과 고난을 이기고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적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법을 수련하여 드디어 평범한 사람은 결코 해낼 수 없는 과업을 성취하고, 그 과정에 얻게 된 힘을 가지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그 속으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게 되는 이야기다. 신화란 그 이야기 속에 자기 혁명의 진수와 핵심을 뼈와 살로 품고 있는 비서임을 알게 된 것이다.

451 나는 삶을 시처럼 살다 가고 싶다. 책이 보고 싶으면 책을 즐기고, 비가 내리면 비를 즐기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걷고, 여인을 만나 사랑하고, 자식을 낳아 그들이 커가는 것을 보고, 내 세계 하나를 만들어 그 속에서 사람들과 삶의 기쁨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나에게는 살아 있음의 흥분과 떨림이 중요하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451~452 꿈속 미풍에 실려 온 홀씨 하나 땅에 묻히더니 이내 종려나무 싹이 되었네. 우듬지가 쑥쑥 하늘을 향해 커가더니 어느새 머리가 별에 닿았네. 머리카락에 별을 잔뜩 달고 내려다보네.

문득 내 속에 올리는 <파우스트>속 외침, “저 문을 열어젖혀라, 사람마다 통과하기를 주저하는 저 문을.” 푸른 바다를 향한 열망이 나를 이미 선원으로 키웠으니 나는 독에 매어둔 배에 올라 묶어둔 줄을 풀고 두려움과 기쁨으로 가득 차 바다로 나서네, 나의 세상을 찾아서.

3 내가 저자라면

<책의 목차와 전체적인 뼈대>

프롤로그: 고대 그리스인처럼 모험하라

1부 신화가 된 인간(분리)

  1. 미케네: 모험의 시작(프로메테우스, 페르세우스, 카시오페이아와 안드로메다)

  2. 크레타: 탐욕의 끝(미노스, 아리아드네, 다이달로스)

  3. 아테네: 문명이 꽃피다(테세우스, 메데이아, 파이드라와 히폴리토스, 아스클레피오스)

  4. 테베: 가장 비참하고 장엄한 자의 탄생(오이디푸스, 이오카스테, 안티고네, 크레온)

2부 트로이 전쟁, 겨루는 자들의 함성(입문)

  1. 아테네->트로이: 출항(헬레네, 아가멤논)

  2. 트로이: 격돌(아킬레우스, 파리스, 헥토르와 안드로마케)

3부 혹독한 귀환(회귀)

  1. 아테네: 운명의 굴레(클리타임네스트라, 엘렉트라, 오레스테스, 이피게네이아)

  2. 트로이->이타카: 승리한 자의 고난(오디세우스, 칼립소, 나우시카, 폴리페모스, 키르케, 페넬로페이아)

  3. 트로이->로마: 위대한 로마의 탄생(아이네이아스, 헤카베와 폴릭세네, 여왕 디도, 시빌라, 레아 실비아)

에필로그: 키가 자라 머리가 별에 닿았네

조셉 캠벨의 말처럼 이 책은 분리à입문à회귀의 전형적인 신화의 구조를 하고 있다. 1부는 분리과정으로 일상을 떠나 경이로운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 단계이므로 인물들이 어떻게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2부 입문과정에서는 엄청난 세력과의 싸움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보여주는 단계이므로 아테네를 떠나 트로이로 갈 수 밖에 없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와 트로이에서 영웅들의 대격돌을 보여주고 있다. 3부에서는 영웅의 귀환답게 아주 혹독한 시련을 거치며 돌아와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

*전형적인 신화구조와 인물별 내용전개: 그리스로마 신화나 변신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재미있지만 정리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읽긴 읽었지만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었고, 아주 많이 알려진 신들 이외에는 입에서 이름을 거론할 수가 없었다. 변신이야기를 읽고 조셉 캠벨의 책을 읽어서 그런지 일단 분리à입문à회귀의 전형적인 신화의 구조가 잘 들어왔다. 그리고 인물별로 내용도 잘 정리되어 있어 여러 군데 흐트러져 있는 퍼즐 조각이 맞추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까지 읽었던 신화 책의 정수라 할 수 있겠다.

*삽화를 보는 재미: 글의 내용과 어우러지는 여러 명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의 느낌과 그림을 그린 화가의 해석이 다를 때는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삽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시각을 엿볼 수 있어 좋았고 그림을 모으고 선별하는 과정의 노력이 느껴졌다.

*아서 에반스와 하인리히 슐리만: 이 둘의 노고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크레타와 트로이에 대해서 지금 만큼 알게 되었을까? 이들의 이야기는 가희 감동적이다. 그리스 영웅들의 끝없는 모험에 걸맞은 아름다운 도전이었고, 평범한 사람이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이미 자신을 극복하면서 신의 반열에 올려진 이들의 소개가 반가웠다. 스승님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지혜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감동적이었던 장과 절>

16 아리스티데스는 자신을 추방하고 싶어하는 사내에게 아리스티데스가 그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사내가 대답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소. 사실 난 그가 누구인지도 모르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가 정의로운 사람이라더군요. 나는 그게 지겨웠소.”

18 3000년이 지나 우리가 가지가지의 문명들이 혼합된 글로벌 시대에 와 있다. 우리의 의식 세계는 문명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무의식은 아직도 문명에 의해 발치 되지 않은 신화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 그것이 자기 경영의 본질이다. 그래서 신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내면의 어둠으로 내려가는 사다리며 통로가 되는 것이다. 나의 신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나의 세계가 없는 평범한 삶에서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자주적 삶의 방식도 없고 정신적 독립성도 없는 대중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마침내 세상에 자신의 작은 왕국 하나를 건설해가는 이야기다. 성공과 실패가 하나의 물결처럼 서로를 교환하는 것,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모멸이 온몸을 휩싸는 일에 뛰어드는 것, 모든 신화는 바로 이 무수한 모험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32 생명은 어둠 속에서 태어난다. 낱알 하나가 죽어 수십 배의 생명으로 솟아나든 죽음의 어둠을 거치지 않은 탄생은 없는 법. 해는 아침마다 어둠의 밤과 산에서 떠올라 한 번도 새로운 날의 약속을 어긴 일이 없으니, 다시 시작하라

338 (시시포스)그리하여 그는 하늘이 없는 공간, 측량할 길이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아직도 영원히 바위를 밀어올리고 있다. (중략) ‘무익하고 희망 없는 일의 반복보다 더 무서운 형벌은 없다고 생각한 신들의 생각은 일리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391 풍랑이 내던져놓은 새로운 운명의 해변에서 폭우가 지나간 하늘은 다시 푸르게 살게 하나니. 모든 죽음은 영원한 평화, 그러니 살면서 아무 일 없는 무풍의 권태를 참지 마라. 떠나지 못한 모험은 삶에 대한 쓰라린 모독이다.

450 자기 경영의 요체는 왜곡되고 강요된 껍데기의 삶을 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모색이다. 나의 세계를 찾아내 그 주인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기 혁명인 것이다.

*그리스인의 모험을 통해 우리에게도 일상에 안주하지 않는 모험을 떠나라고 선동한다. 저자만의 사유와 해석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구절을 만나면, ‘이래서 신화를 보는 맛이 있지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구구절절 옳은 구절이고 감동적인 장이다. 이 책은 온전히 선물이다.

<보완점>

너무 친절해서 불편할 수 있는 책: 책 곳곳에 돋보이는 신화에 대한 해석은 !’하는 감탄사를 내뱉기에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소개하는 최고의 책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많은 신화 책 중에 이 책을 접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이만큼 친절한 책이 없으므로.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친절해서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극대화 시키고 자기만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재미를 주는 것이 신화이건만 이 책은 저자의 시선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으로는 어느 정도 신화를 읽는 재미가 붙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해석이 궁금할 때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두 번째 신화 책을 기대할 수 없는 아쉬움: 이 책에서 소개하지 못한 또 다른 신화를 스승님의 시선으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많은 선물을 남기고 가셨기에 그 선물을 풀어보고 사유하며 나머지 신화의 소개는 우리의 몫으로 남겨 놓으셨다.

 

IP *.218.176.163

프로필 이미지
2014.05.06 17:16:12 *.217.6.25

' 어쩌면 저자 자신에 대한 선동이었는지도 모른다.'

 

일년의 과정은 당신에게 어떤 선동을 요구하고 있을까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