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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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주차 칼럼
‘변화를 위한 작은 날갯짓’
“오래 있어봤자 좋은 것 하나 없어. 매일 새로 오는 사람들 업무 가르쳐주기에 바쁘고…내가 잘
하면 오래 있었으니 잘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하고...에휴…” “누구는 어디 부서로 갔다 더라.
너는 왜 아직도 안 옮겨? 지겹지도 않아?” 동기들과의 대화 속 한 장면이다.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확신도 없고, 그렇다고 변화를 꾀하고 싶은 방향도 보이지를 않고 그렇게
결론 없는, 해결책도 없는 넋두리의 연속, 누군가의 소식을 전하고 들으며 부러워하고 또 나는 뭐
했나 하며 자책하는 것이 반복되는 레퍼토리..
이제 이런 소리를 듣는 것도, 하는 것도 지긋지긋하게 느껴진다. 데자뷰 현상처럼 마치 내가 이
장면을 어디서 또 봤더라…라는 생각이 들면서 왜 오늘도 이러고 있는가 하며 스스로를 질책하게
된다. 그리고 잠시 잠깐 생각에 잠길 겨를도 없이 또 다시 업무로 복귀하여 정신 없는 하루를 보
내다보면 어느새 어둑어둑한 밤.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은데 벌써 저녁 시간이네..라며 식당 으
로 발걸음을 옮기고 다시 더 일을 하다가 퇴근.. 나의 하루를 보상받고 싶은 마음에 TV를 켜고 개
그 프로그램을 보며 잠시 깔깔거리다가 피곤함에 지쳐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
장례식 이후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건만 나의 오늘은 또 이렇게 저물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아니 3~4년 전부터 나는 권태에 가득 차 있었다. 입사 후
처음 3년간은 전쟁터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야근도 많이 했고 주말 출근도 다반사였다. 항상
모든 것이 다 긴급으로 대처되어야 해서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는 분위기였고, 끝났나 싶으면
예상치도 못한 이슈들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그래도 내가 하는 일이 이렇게 회사에 공헌 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기에 신명이 났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한 날은 무언가 내가 많은 일을
해냈구나 싶어 뿌듯하기 까지 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반복되는 업무가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또한 절대적으로 많은 업무량 외에 업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고, 그렇게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는 일이 줄어들면서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왜 이렇게 사나..이것이 과연 정답인가 라는 마음이 커져갔던 듯 하다.
이러한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한동안은 공부를 더 해야 하나 싶어 준비를 해보기도 하고, 또 한동안은 주변의 눈총에도 불구, 틈틈이 취미활동을 하고 싶어 문화센터를 2~3개씩 동시에 수강하는가 하면 한 번은 과감히 2주 휴가를 내는 등 여행을 열심히 다니기도 했다. 그렇게 회사 밖으로 눈을 돌려 무언가 내 삶을 찾고자 했지만 그러한 활동들을 통해 천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무언가를 배우고 도전하는 시간은 행복했지만 그 순간뿐 이었다. 여전히 나의 일상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회사에서는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럼 회사 내에서 변화를 꾀할 수는 없었을까? 몇 번은 마음적으로 권태는 익숙해짐의 또 다른 말이라며 나를 위로해보기도 하고, 일상 속 작은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도 답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동을 고려해보기도 했다. 몇 번의 이동의 기회들이 있었지만 막상 최종 단계에서 결정을 앞두고 나는 현재에 머무는 것을 선택했다. 3년 전에도, 2년 전에도, 바로 몇 달 전에도 나는 겉으로는 현재의 일이 지겨워 차선책을 찾아 도피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이유로, 속으로는 무언가 새로운 부서에 가서 적응하는 일이 귀찮기도 하고 지금도 바쁜데 더 바빠질지 모른다는 이유로 변화를 꾀하지 않았다. 주어진 모험의 기회에 대답하지 않고 외면한 것이다. 그 길이 옳은 길이라는 확신은 없을 지라도 운명을 믿고 앞으로 나가야 했는데 그것을 몰랐다. 그저 내가 쉽게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현재에 더 머물러 있고자 했다.
이렇게 나는 입사 후 8년째 한 부서에 있으면서 권태로운 하루하루를 열심히 견디고 있다. 그간 버텨온 것을 보면 이 길이 나의 천복일 수도 있겠다고, 2년만 더 있으면 아웃라이어가 될 수도(?) 있겠다며 내심 위로해 보지만 몸에 꼭 맞는 느낌은 아니기에 여전히 다른 분야에 미련을 갖는 지도 모른다. 즐기지 않는다면 잘하기라도 해야 할 텐데 8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이 일만은 내가 최고다. 라고 말할 수 있는 필살기도 없고, 내가 전문가입네..라며 자신 있게 나를 소개할 수도 없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스인들은 이야기한다. 변화를 했기에 그들은 발전할 수 있었노라고..사실 내게 주어진 운명이 무엇인지도, 또 옳은 변화의 방향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의 기회가 왔을 때 운명을 회피하려 하지 말자는 것은 자명한 것 같다. 우선 이렇게 마음을 결심하는 첫 발을 내딛었으니 결심만 하면 행동으로 내딛는 것은 이전보다 쉬울 것이다. 그리고 작은 날갯짓을 하다보면 진정한 변화를 이루는 날도 올 것이다.
자 이제 긴 모험을 떠날 시간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위험한 모험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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