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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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과 만남
2014.05.05.
공항은 갈 때마다 늘 나를 설레게 한다.
출발할 때는 지금 있는 곳을 떠나 새로운 곳을 간다는 기대감,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설레임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와서는 내가 돌아 가야할 집과 가족이 있다는 소중함, 내가 살아가는 이곳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를 알게 해주는 곳이 공항이다.
출국하는 사람을 배웅하러 오는 사람들, 귀국한 사람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 공항을 찾는 목적은 달라도 떠남과 만남은 계속 이루어지는 곳이다.
오늘은 아들을 환송하러 공항을 갔다. 아침 8시 비행기여서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5시에 남편과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비몽사몽간이어서 달리는 차속에서 아이는 잠이 들었다. 몇 달간 해외에 혼자 갔다 올 예정이어서 떠나 보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아들. 막내이다 보니 늘 어리다고만 생각하고, 방학에 캠프 가는것도 싫어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스스로 내었다.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는 훨씬 더 커져 있었던 것이다.
차속에서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13년이라는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둘째가 태어날 때 시아버지의 큰 수술이 있었다. 첫째를 시어머니가 봐주시고 계셔서, 둘째도 같이 봐주실것으로 생각했다가, 시어머니가 시아버지 간병을 해야 했기에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뀌었다.
아이를 봐줄 사람을 찾아 헤매야 했다. 그나마 근처에 친인척이 있는 것이 도움이 되기에 언니가 사는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집도 알아봤지만, 언니도 아이가 어려서 우리 아이둘을 보기가 쉽지 않아서 베이비 시터를 알아보기로 했다. 베이비시터를 알아보니 9시부터 6시까지 근무는 가능한데, 일찍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에 맞추어서 아침 일찍 올 수 있는 분은 없었다. 그래서 결국에 입주하시는 분을 구해야 했는데, 한국분과 조선족과는 월급차이가 많이 나서 조선족 이모를 구해서 새로운 가족처럼 지냈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서 그분이 비자를 연장하러 중국에 가게 되어서 그때부터 다시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 어릴때는 말이 느려서 시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지금은 어느덧 말도 잘 한다.
어릴 때부터 자기 색이나 주장이 강하고, 자기가 관심 있는 것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아이. 그래서 내가 회사를 가고나면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도 많이 혼나기도 하고, 심지어 아빠한테 혼나도 눈하나 꿈쩍하지 않는 아이다. 강하지만 마음은 여린 두가지면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초등학교 다니면서는 학교는 왜 다녀야 하는지,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근원적인 질문들을 많이 하는 아이다. 질문에 대해서 스스로 납득이 안되면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보니 내가 질문에 답변을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어쩔 때는 짜증이 나서 화를 내기도 했다. 나는 초등학교때 저런 생각안하고 다녔는데 그냥 다니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자식이 하는 고민이니 같이 답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남자아이다 보니 자잘한 사고들이 있는데, 초등학교 3학때는 인라인 타다가 자전거와 부딪쳐 눈에서 피가 철철 났다. 실명한지 알고 가슴이 철렁했는데 다행히 눈 위가 찢어져서 꿰매기만 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일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공부를 이제 해야 하는데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부모의 마음이고 아이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학원을 다녀보았지만, 얼마 다니다 다니기 싫다고 하면서 그만두었다. 초등학생이니 그래도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막상 형이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서 중학교 엄마들과 주변아이들의 상황들을 보게 되니 걱정은 되었지만 본인이 싫다는데 어쩔 수 없었다.
집에서 책보는 습관이라도 들여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같이 해나가고 있는 중에 본인이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요즘 세월호 사건으로 아이를 어디로 먼데 보내는 것이 두렵고 무섭기조차 하다. 그렇다고 내가 집에서 데리고 있는다고 해결이 되는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무슨일이 날것 같아 보내기가 두렵다.
80넘은 부모가 60넘은 자식을 늙어서도 걱정하는다는 말이 있듯이, 부모의 마음은 자식을 늘 보호해주고 걱정해주는 마음인 것 같다. 하지만 자식은 때가 되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더 큰 역할인 것 같다.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살아줄 것도 아니고, 남자아이들이다 보니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래서 고민하다 나도 몇 개월 다녀오는것에 동의를 했고, 몇주만에 준비하여 출발을 하게 되었다. 자식을 떠나 보내는 마음이 왠지 슬프지만,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간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서로 몇 개월동안 못보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생각하고 있다고 마음을 전했다. 그동안 엄마로서 나도 더 열심히 살겠다고 아들에게 다짐을 하고, 아들도 가서 열심히 하고 오겠다고 서로 다짐을 했다. 몇 달 후 아들과 새로운 만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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