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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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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1일 20시 52분 등록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시나 노래로 남기고 싶어했던 제우스는 기억의 신 므네모쉬네를 찾아가 아흐레 밤을 동침한 후 9자매를 낳게했는데, 이들이 바로 인간 세상에서 온갖 예술을 담당하게 될 무사이(Mousai) 여신들, 즉 영어로는 뮤즈(Muse)라고 한다. 어느 날 음악의 신 아폴론이 무사이 9자매의 막내인 칼리오페를 사랑한 적이 있었다. 음악의 신과 현악기의 여신이 어울려 칼리오페가 아들을 낳으니, 그가 바로 천하 제일의 명가수라 불리는 오르페우스다.

 오르페우스가 나이가 들자 에우뤼디케라는 처녀와 혼인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의 결혼생활은 달콤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짧았다. 열흘이 채 못 되는 어느 날, 새색시 에우뤼디케가 계곡으로 꽃을 꺽으러 갔는데, 아리스타이오스라는 양치기의 호기심을 피해 도망을 가다 저승의 안내자 뱀에게 발뒤꿈치를 물려 하데스의 세계로 내려가게 된다.

 새색시를 잃은 신랑 오르페우스는 저승으로 아내를 찾으러 떠나기를 다짐한다. 데메테르 여신이 이를 보고 말렸다. “네가 대체 무슨 권능에 의지해서 산 몸으로 혼령의 나라를 다녀오겠다는 것이냐?”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시쉬포스도 다녀 온 곳입니다. 저는 사랑에 의지해서 다녀오겠습니다. 돌아오지 못한다면 에우뤼디케와 함께 그 나라에 머물겠습니다.” 그렇게 길을 떠난 오르페우스는 죽은 자만 태워 건네주는 아케론 강의 뱃사공 영감 카론을 만났을 때도, 불의 강 플레게톤을 건너야 할 때도, 망각의 강 레테를 건너야 할 때도 수금을 켰다. 그래서 그들은 오르페우스의 수금과 노래에 길을 열어 주었고, 무사히 하데스의 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지하의 세계에 들어가 왕과 왕비에게 간청하기를 창조되지 않은 모든 것의 지배자이시며, 창조되었다가 그 천명을 다한 것들의 지배자이시여, 제 아내 에우뤼디케가 이곳에 온 것은 때가 되어서 온 것이 아닙니다. 신방을 차리고 기운 달 하나 채우지 못한 저의 신부를 돌려주십시오. 제 집에서 살다가 명이 다하면 이곳으로 내려올 것입니다. 만약 돌려주시지 않으면 저도 지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렵니다.” 오르페우스의 진심과 수금켜는 솜씨에 감동을 한 하데스는 지하세계를 벗어나기 전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당부와 함께 에우뤼디케를 돌려보낸다. 그 둘은 서로의 목소리로 존재를 확인하며 잘 걸어가 이윽고 동굴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 아내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고 싶어진 오르페우스는 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 순간 후회는 이미 늦었고 에우뤼디케는 다시 저승으로 떨어졌다. 오르페우스 역시 오던 길을 되돌아갔지만 카론 영감은 더 이상 배에 오르게 해주지 않았다.

 그 후 오르페우스는 슬픈 추억에 잠겨 노래를 부르며 여자라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살았다. 오르페우스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갖은 수를 다 쓴 트라키아 처녀들은 술을 마시고는 창과 돌을 던져 자신들이 입은 모욕감에 복수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르페우스는 이제는 죽은 자의 몸으로 저승으로 내려가 사랑하는 에우뤼디케와 엘뤼시온에서 행복하게 걷고 있다.

  1. 내가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가장 완벽한 사랑의 결정판

    나는 사랑을 만화책과 소설책으로 배웠다. 신일숙씨와 황미나씨의 작품들은 나의 사랑에 대한 감정을 이상화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기억상실증에 걸려서도 꿈속에서 사랑하는 이의 뒷모습에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는 사랑이란 저렇게 지고 지순해야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이 참으로 당연한 것 같지만 위험하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 알았다.

  2. 오르페우스는 여자의 로망

죽음까지 불사한 오르페우스의 사랑은 모든 여자의 로망이지 않을까? 나는 그러하다.

  1. 모든 사랑하는 사람은 이들처럼.

사랑이 가벼워지고 물질이나 조건이 앞서는 요즘,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다면 대단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신화-현대의 에로스>

나는 모든 탄생의 근원 에로스야. 나로 인해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는 인간들이 태어났지. 사실 인간들만 태어난 것은 아니야. 그리움, 외로움, 시기와 질투, 슬픔, 눈물, 기쁨, 황홀등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이 태어났지. 그런데 가끔 내가 작고 애 같다고 날 무시하는 족속들이 있어. 그래서 한 번은 아폴론을 혼내줬지. “에로스, 그대의 활이 아무거나 쏘아 맞히는 활이라면, 내 활은 그대를 맞힐 수 있는 활이오. 짐승이 신들만 못하듯이 그대의 영광 또한 내 영광만 못할 것이오.” 이렇게 말하는 것 아니겠어! ! 난 말로 하지 않아. 행동으로 하지.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화살 중 사랑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게 하는 납화살을 날렸지. 그 덕에 아폴론에게 쫓기는 다프네라는 아가씨만 월계수 나무가 되었지 뭐야. 누구든 내 화살의 위력을 맛보고 싶은 사람은 말만 해. 금화살과 납화살 중 하나를 날려줄 테니까. 그런데 사실은 난 아무한테나 화살을 조준하지는 않아. 나한테도 원칙이 있거든. 첫 번째, 정말로 사랑을 간절하게 기다리는 사람에게 화살을 쏠 때의 기분은 최고야. 나 아니면 아무도 모를 걸. 두 번째, 아폴론처럼 나의 심기를 건드리는 자에게도 쏘지. 사실 두 번째 화살은 별로 쏘고 싶지 않아. 개운하지가 않거든. 누군가는 목숨을 잃기까지 하더라구.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단 말이야. 인구는 더 늘어났는데 할 일이 줄어들었어. 한때 내가 천상과 지상을 왔다갔다하느라 얼마나 바빴는데. 오죽하면 내가 사랑할 시간도 없었잖아. 아무래도 인간세상에 시찰을 나가봐야겠어. 내이럴줄 알고 하데스에게 쓰면 보이지 않는 투구 퀴에네와 헤르메스에게 마법의 샌들을 빌려놓았지.’

나는 인간세상으로 갔다. 오래간만의 나들이였다. 모든 것이 넘쳤다. 우선 올림포스 산을 능가할 정도의 높은 건물들이 즐비해 있었고 차와 소음, 밤만 되면 다른 세상으로 변하는 화려함과 그 이면에 사건 사고들 그리고 도처에 박카스신을 모시는 사람들과 시간이 지날 때마다 넘치는 쓰레기들이 판이 하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특히나 엄청 많아진 사람들은 너무도 화려해졌다. 천상의 요정들처럼 옷을 입고 다녔으며 무엇에 정신이 팔렸는지 항상 앞만 보고 바쁘게 걸어 다닌다. 아침. 저녁이면 말로만 듣던 지옥철을 볼 수 있었는데 이곳이 혹시 하데스의 세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르지만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은 화려해지고 풍성해진 것에 비해 그전보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렇게 모든 것이 넘쳐나는데 사람들은 왜 행복해 보이지 않지? 그리고 저건 뭐람? 낮에는 성냥곽처럼 생긴 곳에서 근무하다 이동하여 또 다른 성냥곽으로 걸어 들어가는 삶을 살고 있군. ‘

손에는 책보다 조그마한 것들을 들고 다녔는데 사람들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시간보다 그것을 들여다 보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집에서는 TV앞에 멍하니 앉아 있거나 각자 자기 방에서 서로 다른 일들을 하고 있었다. 소음은 커졌지만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아닌 기계소리만 들려왔다.

! 이래서 내가 그 동안 한가했구나.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라고 불리는 것과 시간을 보내느라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고, 매일매일 똑같은 삶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시시포스의 삶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었군. 이렇게 틀에 박힌 생활을 하고 있으니 사랑할 시간도 없고, 가족간에 있었던 사랑도 없어지지. 참 애석한 일이야. 사랑의 신인 나의 존재가 점점 위축되어가는 걸. 가만있어보자. 저 커플은 내가 맺어준 커플이 아니잖아! 이상하네. 감히 에로스의 화살을 맞지 않고도 사랑을 할 수 있단 말이야. 아니 뭐야 이런 커플들이 한 둘이 아니네. 아무래도 안되겠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애들 좀 풀어야겠어.’

얼마 후 정보가 들어왔다.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내가 본 많은 커플들이 소위 불륜으로 불리는 관계였으며 그들에게 나를 가장하여 화살을 날리는 Made in China 에로틱이라는 짝퉁이 활약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도처에 노처녀, 노총각이 넘쳐나고 있는 이유를 알겠군.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이 병든 가정들도 넘쳐나고. 그래서 가방맨 아이들이 집으로 못가고 PC방이라는 곳을 그렇게 배회하는 구만. 생활이 편리해지면 뭐하나? 다들 아픈 사람들 투성이인걸. 이 노릇을 어떻게 하지? 이 모든 게 저 짝퉁 에로틱때문이야. 저것을 어떻게 처단하지? 제우스는 예전에 하도 난봉질을 많이 해서 이제는 벼락을 내리칠 기운도 없구. 올림포스의 신이 잠잠하니 인간들이 제우스 노릇을 하고 있구먼.’ 고민을 거듭했는데 해답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 있었다. ‘맞아, 내가 왜 이렇게 머리 아프게 고민을 하고 있지? 나는 나의 본분에만 충실하면 되는데 말이야. 저 에로틱한테 나의 화살을 날려야겠어. 그런데 누굴 사랑하게 하지? 누가 좋을까? 아하!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요즘 변경연 10기 교장을 맞고 정신 없이 사는 사람이 있다는데 그 사람의 머리카락을 사랑하게 해야겠어. 평상시엔 머리카락을 애지중지하게 하고, 하나 빠질 때마다 슬픔에 젖어 아무 일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거지. 난 역시 사랑의 신, 창조의 신이야. 저 에로틱만 사랑에 감금시키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어. 진작 시찰을 나올걸. 그랬더라면 외로움에 방황하는 노처녀, 노총각들의 수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병든 가정들의 수도 많이 줄었을텐데가만있어보자. 그러고 보니 변경연 10기에 에움길이라는 처자가 있구먼. 그런데 이렇게 참한 처자를 아직도 혼자 나두었단 말이야. 아무래도 남자들이 스마트폰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진 모양이야. 뒷조사를 해보니 정리의 여왕에 글도 잘 쓰고 맘도 비단결이라는데, 거기다 까면 깔수록 매력이 철철 넘치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라는데, 아깝다. 딱 내 스타일인데, 난 프쉬케가 있으니….참한 놈으로 하나 골라 화살을 날려야겠군. 좋았어. 저 에로틱을 처리하고 나면 다음은 에움길, 그리고 그 다음은 천호동에서 일하고 있는 소심쟁이 그리고 부평에 사는 시현씨에게 화살을 날려주지. 갑자기 내가 바빠지게 생겼는걸. 예전의 활동력을 되찾게 생겼어.

PS: 세상에 딱 한 가지만 고르라면 난 무조건 사랑을 택하겠다. 사랑하지 않는 이여 그대의 죄는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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