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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1일 20시 53분 등록

오프 수업의 의미를 알게 된 하루였습니다. 말로만 듣던 나의 신화를 창조해 가는 일이었습니다.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창조해가는 신화 만들기를 저는 마음대로 했습니다. 한 순간이라도 신이 되어 권능을 휘두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요즘 무거워진 시절 때문인지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과제를 다 마치고 나서 초점과 약간 엇나갔다는 것을 알았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으니까요.

 다른 연구원들의 과제를 들으며 이런저런 코멘트를 주고받는 과정이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동기끼리는 꼭 코멘트를 해야 한다는 원칙에 의해 몸과 마음을 발표자에 집중해야 했는데 잘 알겠는 부분도 있었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미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다른 분들의 질문과 코멘트를 들으며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사람마다 내공의 깊이가 다릅니다. 특히 교육팀들의 한 마디는 예리하고 발표자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만큼 허를 찌르는 날카로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신화에 관심이 많아 게스트로 참가하신 콩두선배님과 미스테리선배님의 한마디한마디는 과히 ~!’하는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한 순서대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네 번째 순서로 배정을 받았습니다. 오후수업에 준비해야 할 것이 있어서 점심을 빨리 먹고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순리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구달님께서 먼저 발표를 하시고 제가 다섯 번째로 하게 되었습니다. 발표를 준비할 때도, 발표를 하면서도 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뒤늦게 집에 오는 길에 깨닫게 된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바램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듯 합니다. 여러 번 웃음소리를 들었고, 저도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날 지경이었으니까요. 문제는 발표후의 코멘트와 질문시간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불륜은 사랑이 아니냐? 에로스 엄마도 불륜의 대명사인데 그럼 아프로디테는 뭐냐? 오르페우스의 사랑은 환상 아니냐? 결혼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저승길을 가느냐? 허상을 쫓은 것이 아니냐?

참으로 색다른 시각이었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들이 신선했습니다. 제가 에로스가 된 이유는 건강한 사랑을 해야 건강한 가정, 건강한 사회, 건강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많은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궁극에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에로틱이라는 등장인물은 조연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에 답을 하면서 저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과 말의 불일치, 생각의 명료화가 덜 되었고 그것은 한 번도 정의 내려보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에게는 무조건 넘어가면 안 되는 선이었기 때문입니다.

1차로 삼겹살을 먹고 2차로 호프집을 갔습니다. 항상 중간에 어쩔 수 없이 집에 가시는 분들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저는 수업시간보다도 이 시간이 더 좋습니다. 깊이 들어갈 수 있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돌아가면서 말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고해성사를 하듯이 장례식 때 제대로 죽은 앨리스를 제외하고는 다 울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눈물을 쏟아내는 이에게 박수를 쳐주는 과정이었습니다. 마치 은혜를 받은 것을 축하해주는 것처럼. 에움길, 어니언에 이어 마지막 박수는 제가 주인공이었습니다. 다 지나간 이야기고 이제는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 시간이건만 면접여행 때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왜 흘렸는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2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미스터리님이 던진 불륜에 대한 질문과 조금 전에 운 이유의 답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강줄기가 바다에서 만나듯이 두 문제도 같은 근원을 갖고 있었습니다.

왜 나의 신화에 불륜의 화살을 던지고 다니는 에로틱이라는 짝퉁을 만들어냈을까? 할 일도 많은 에로스가 왜 에로틱을 보며 화가 났을까? 나는 좀 전에 왜 울었을까? 저는 사랑을 주장하고 싶었지만 어쩌면 에로틱을 내세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교장선생님께서 저에게헤라가 잘 어울린다고 하셨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집에 도착하고 많은 에너지를 쏟은 하루였기에 피곤했을 텐데도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토해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기에 컴퓨터를 켜고 카페에 몇 줄 쏟아내니 마음이 진정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보고 싶지 않아 억지로 외면했던 부분이 부력에 의해 수면위로 올라왔습니다. 오래간만에 제 내면의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만났습니다. 아버지가 던져놓은 많은 것들을 어쩔 수 없이 안고 살게 되면서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던 아이의 눈물을 이제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면하고 뿌리치면서 꾹꾹 숨겨놓은 감정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한 동안은 이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아이의 서러움이 언제쯤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면의 아이를 조금 진정시키고 잠자리에 들면서 왜 남편의 넓은 등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아이가 업히고 싶었던 등을 갖고 있네요.

다음의 오프수업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벌거벗은 이의 자유로움을 또 맛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PS: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해주신 교육팀 선배님들 감사 드립니다. 중간에 가신 교감선생님의 부재가 아쉬웠습니다. 역시 날카로움이 신의 한수였습니다. 게스트로 참가해주신 콩두님, 미스터리님, 타오님, 보미님 감사 드립니다. 저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해준 새로운 영역이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유능하신 분을 정말 터무니없게 부려먹은 이효원선생님께 죄송하고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2차까지도 자리해주셔서 더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풍성한 수업이 되었습니다. 종종 뵙고 싶은 매력의 소유자이십니다. 그리고 오병곤교장선생님의 6번째 출산도 축하 드립니다. 저도 아직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출산(?)인데, 정말 다방면의 능력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데카상스분들도 과제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진정한 사우(師友)가 되어가는 것 같아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 녕이님 수업에 빵터진 은혜 축하 드립니다. 2차에서 터졌다면 박수를 받았을 텐데, 마음속으로 뜨거운 박수 보냅니다.

그리고 10기 총무의 권한으로 올해에 책을 내시면 이번과 같은 조촐한 출간파티는 계속 하겠습니다. 어여어여 출산하시어 다산의 세계로 입문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언급하고 싶네요. 연극치료사 선생님을 초빙해서 한 수업 중 기억에 남는부분입니다. 행동으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인생여정이었습니다. 끝부분에 신의 입장에서 저의 삶을 바라보며 한 마디 하라고 하셨습니다. “아주 잘했어. Excellent”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런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그 뿌듯함의 여운이 아직도 마음에 잔잔히 깔려있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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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2 22:50:39 *.223.56.200
아주 잘 했어요, 왕참치님!
나도 이 말을 꼭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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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2 23:18:08 *.219.223.54

감사합니다. 구달님.

다음에도 또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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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3 01:42:51 *.124.78.132

우리 10기의 없어서는 안될 빛과 소금같은 존재. 참치언니 ^^* 에로스 머리띠를 선물로 드린다는 걸 정신없는 와중에 왜 받아왔는지 ^^;;  


저 또한 교감 선생님처럼 느꼈어요. 왕참치 언니가  슝슝 날아다니고 있구나! 하고요. 물론 오프 수업 때 뿐만 아니라..저는 왠지 저희 데카상스 호가 출항하면서 부터 이미 언니가 매일매일 비상에 비상을 거듭하여 슈퍼 울트라 대왕왕왕참치의 모습 이시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럽고 또 저 또한 그렇게 날아보고 싶더라구요. ㅎㅎ


따뜻하고 포근한 모습 속에 강단있는 모습의 조화도 넘 배우고 싶고 그래요. 착한여자 컴플렉스..저도 발로 뻥! 차려고요. ㅎㅎ


앞으로도 데카상스 잘 부탁드립니다.

어썸!! 그레이트!! 엑설런트!! 짱짱맨!! 참 잘하셨어요. 최고예요. (또 모가 있을까요 ㅎㅎ 오늘은 여기까지만 ^^;)


ps: 목요일 모임 넘 부럽다는 흑흑흑 수원인에게도 축복과 은혜를! 내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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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3 11:52:07 *.94.164.18

이렇게 긴 칭찬을 들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 ㅋㅋ

오프수업하면서 녕이님이 더 많이 보여 좋았어요.

우는 모습도 예뻤고....이쁜 사람은 뭘 해도 이쁘다니까.

우리 언제 단체로 울어볼까나? 서로에게 열라 박수쳐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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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07:28:23 *.124.98.251

수업 간간히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 보면서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수업 전에도 준비하시느라 애 많이 쓰시는데....."아주 잘했어. Excellent!!"-이러면 자꾸 일하라는 얘기가 되나?^^::::::

데카상스 치닥거리뿐만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일을 해 나가는 모습이   "아주 잘했어. Excellent"

이 말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드네요..

에너지가 많으시니 지치진 않으시겠지만 아직 긴 여정 몸도 보살펴 가면서요..화이팅 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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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10:00:32 *.14.90.161

어딜가도 가만히 앉아 있는 성격은 못되지만 유독 데카상스에서 더 그러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지요.


1. 나도 치열하게 일을 해보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짠한 마음이 절로 든답니다.

    특히나 연구원은 이것만 해도 힘든데 일과 병행하는 동기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고.

    웬만하면 내가 더 움직여야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저절로 울어나지요.


2. 에움처럼 지방호족이 상경할 때, 나도 장거리 운전이나 여행을 많이 해보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거라는 것을 알기에 조금 더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3.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도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는 편인데

    같이 있으면 기분이 절로 UP되는 스타일이라.

    그리고 활동을 많이 해야하는데 요즘 도서관 있는 시간이 많아서리....

    에너지가 좀 남는것 같음.


에움이 이야기 하기 전에 내가 왜 이렇게 하고 있지? 나도 생각해 보던 참.

그런데 절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이미 나의 영역 안에 들어온 듯 하네. ㅋㅋ

혹시 기운 떨어지면 그때는 말로만 다 시킬테니  욕하지 말고 움직여 주시오.


근데 에움한테 이런 말 들으니 오늘 까먹고 온 비타민을 먹은것 보다 더 힘이 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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