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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2일 00시 12분 등록

1차 오프 수업 후기_나의 신화 창조

2014. 5. 11 정수일


일정: 2014. 5. 10(토) 10:00~23:00

장소: BnE 회의실 및 인근 

목적: 데카상스 1차 오프 수업

주요행사: 나의 신화 창조, 여섯 조각 이야기, 오병곤 출판 기념회 및 스승의 날 기념식


1부. 인생도처유상수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라는 말을 좋아한다. 우리는 삶의 어느 곳에서 뜻하지 않은 인연으로 뜻밖의 깨달음을 얻게 되고는 한다. 여행길의 촌로에게서도 시장 통의 뻥튀기 할아버지에게서도 50년간 풀무질과 망치질을 해 오셨다는 대장장이 할아버지에게서도 신의 한수를 얻게 되거나 일침을 맞고 내상을 입게 되고는 한다. 나는 스스로 그 ‘상수’가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스스로 드러내는 것에는 서툴고 그렇다고 찌그러져 한갓진 곳에서 스러지는 것은 더 못 참겠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인정의 욕구가 다른 욕구들에 비해 상당한 정도로 비대하다. 낯가림이 심하고 부끄럼이 많지만 멍석이 깔리고 몇 차례의 권유에서 진정이 느껴지면 나는 모든 것을 줄 수 있다.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옷깃을 잡아끌면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도 이렇게 생겨먹은 탓일 게다. 


고백컨대 그대들을 만나면 나는 빈곤하다. 이번 수업을 지나면서 나의 빈곤은 이제 기아에 들었음이 분명해 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제파악부터 하고, 더욱 분발하여 그대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임을 확연히 깨달은 것이다. 엉성한 것을 나 스럽다고 우길 것도 아니며 어중간한 짐을 무겁다고 징징거릴 것도 아니었다. 그대들의 고난과 역경으로 빚어 낸 그대들의 신화가 몹시 부럽고 벅찼다. 그대들의 껍질이 한 꺼풀씩 벗겨질수록 그대들은 빛이 난다. 저마다 다르지만 그것은 분명히 빛이었다. 그대들은 스스로 부족함과 질투와 현실의 무게를 말하고 있지만 내 보기엔 이미 하나의 신화를 완성하고 다시 더 큰 역사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지금껏 스스로 제법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연구원이 되면서 자가당착은 매번 무너져서 이제는 무너지는 것이 일상처럼 되었지만 어제는 또 무너졌다. 더 무너져야 할 것이다. 그대들은 다 죽지 못해서 안달하지만 나는 다 무너지지 못해서 안달한다. 다 무너지지 못하는 것은 열지 못해서가 아니라 알지 못해서다. 강은 넓고 길은 멀다. 요령으로 건널 요량은 애시 당초 꿈도 꾸지 않았다. 어쩌면 이번 일년이 고작 시작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 

‘인생도처유상수’ 그대들 아홉 편의 신화는 내게 바로 그런 것이었다. 



2부. 나는야 욕심쟁이 우후훗!


<여섯 조각 이야기>에서 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하는 거북이’다. 여기에 그 여섯 조각 이야기를 풀어 놓으려 한다. 무의식의 표현이니 ‘왜’라고는 묻지는 말자. 


이 거북이는 어느 날 육지로 여행을 떠났다. 주유하던 어느 날 그 마을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고,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달리기다. 거북이는 달리기에 참가하였다. 멀리 결승점이 보인다. 이제 날개를 펴서 날기만 하면 거북이는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할 것이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날개는 펼쳐지지 않았다. 상처투성이였던 것이다(역시 왜냐고는 묻지 말자. 말도 안 되는 엉성한 이야기를 왜 하는지 나도 모른다.). 이때 홀연히 그의 상처를 치유해 줄 어떤 이(신이었을지도)가 나타나서 다친 날개를 치료해 주었다. 드디어 거북이는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이야기에서 거북이가 날아서 결승선을 통과했는지 그리고 일등을 했는지는 나타나지 않으니 알 수 없다. 거북이는 이제 떠나온 바다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거북이는 여행을 떠났을 때 보다 부쩍 더 자라 있었다. 날개가 있는 거북이가 왜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지는 알 수 없다.


이야기 수업을 진행하신 선생님은 나 더러 “욕심이 많다”고 했다. 바다에 있어야 할 거북이가 하늘을 상징하는 날개까지 달고 육지에 와서 놀고 있으니 육?해?공을 섭렵할 요량이라며 이것이 욕심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는 것이었다. ‘성장’ 과 ‘아직 결정하지 못함’이란 키워드도 함께 주어졌다. 이 해석에 대해서 당시에는 시큰 둥이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거니와 지난 일주일간 걸린 부하로 나는 거의 방전되어 있었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비몽사몽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욕심’이란 단어가 내도록 윙윙거리더니 오늘도 종일토록 뇌리에서 맴돌며 떠나지 않는다. 이것이 어떤 의미가 될지는 좀 더 두고 보기로 하자.



IP *.104.9.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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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2 09:46:56 *.219.223.54

여섯조각이야기 피울님 편에서 놀랐어요.

그분 완전히 쪽집게 이시던데요.


저는 제가 욕심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사람마다 욕심내는 부분이 다를뿐이죠.


피울님은 재간둥이 그리고 욕심쟁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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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2 23:26:19 *.223.56.200
피우리 덕에 윗티 잘 마셨소, 감사^^
일차 뒤풀이도 제대로 다 못하고허지둥 가는 게 못내 안타까웠소.

몸 사리지않고 사진 찍어 작품을 선사해 주시니 이 또한 우리에겐 커나큰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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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3 01:24:39 *.124.78.132

사실 피울님과 저는 참 많이 다른사람인 것 같다..라고 생각하기도 했었고, 저 또한 아직은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늘 무뚝뚝한 척 하시면서 저희를 흠뻑 애정하고 계신 것을 느껴서 늘 감동 받아요 ^^*

또 저희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 하시는 모습은 저를 쿡쿡 웃게 만든답니다.

그나저나 소심쟁이. 욕심쟁이는 좀 닮은 것 같아요 ㅎㅎㅎㅎ 공통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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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4 08:11:13 *.124.98.251

날개가 있으면 어쨌든 날아오르겠지요..다시 기능을 찾으시와요.

그 시간 즈음엔 완전 방전되어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해 그냥 육해공 소리만 기억이 나는데...

이 글에서 보니...다친 날개에 눈이 가는데요...달리기 대회에선 날개가 필요없고 게다가 다치기까지....

저야 뭔 내면의 심리를 알겠습니까. 글의 행간에서..

언뜻 하고자 하는, 가지고 있는 기술과 능력이 필요로 되는 곳에 적합하게 안되고 있다는 느낌이..

떠나온 바다로 되돌아가는 거..결국 가족한테로 돌아가는 거 아닌가..

누구나 다친 날개를 가지고 있지요 .....잘 치료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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