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일
- 조회 수 1945
- 댓글 수 4
- 추천 수 0
1차 오프 수업 후기_나의 신화 창조
2014. 5. 11 정수일
일정: 2014. 5. 10(토) 10:00~23:00
장소: BnE 회의실 및 인근
목적: 데카상스 1차 오프 수업
주요행사: 나의 신화 창조, 여섯 조각 이야기, 오병곤 출판 기념회 및 스승의 날 기념식
1부. 인생도처유상수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라는 말을 좋아한다. 우리는 삶의 어느 곳에서 뜻하지 않은 인연으로 뜻밖의 깨달음을 얻게 되고는 한다. 여행길의 촌로에게서도 시장 통의 뻥튀기 할아버지에게서도 50년간 풀무질과 망치질을 해 오셨다는 대장장이 할아버지에게서도 신의 한수를 얻게 되거나 일침을 맞고 내상을 입게 되고는 한다. 나는 스스로 그 ‘상수’가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스스로 드러내는 것에는 서툴고 그렇다고 찌그러져 한갓진 곳에서 스러지는 것은 더 못 참겠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인정의 욕구가 다른 욕구들에 비해 상당한 정도로 비대하다. 낯가림이 심하고 부끄럼이 많지만 멍석이 깔리고 몇 차례의 권유에서 진정이 느껴지면 나는 모든 것을 줄 수 있다.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옷깃을 잡아끌면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도 이렇게 생겨먹은 탓일 게다.
고백컨대 그대들을 만나면 나는 빈곤하다. 이번 수업을 지나면서 나의 빈곤은 이제 기아에 들었음이 분명해 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제파악부터 하고, 더욱 분발하여 그대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임을 확연히 깨달은 것이다. 엉성한 것을 나 스럽다고 우길 것도 아니며 어중간한 짐을 무겁다고 징징거릴 것도 아니었다. 그대들의 고난과 역경으로 빚어 낸 그대들의 신화가 몹시 부럽고 벅찼다. 그대들의 껍질이 한 꺼풀씩 벗겨질수록 그대들은 빛이 난다. 저마다 다르지만 그것은 분명히 빛이었다. 그대들은 스스로 부족함과 질투와 현실의 무게를 말하고 있지만 내 보기엔 이미 하나의 신화를 완성하고 다시 더 큰 역사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지금껏 스스로 제법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연구원이 되면서 자가당착은 매번 무너져서 이제는 무너지는 것이 일상처럼 되었지만 어제는 또 무너졌다. 더 무너져야 할 것이다. 그대들은 다 죽지 못해서 안달하지만 나는 다 무너지지 못해서 안달한다. 다 무너지지 못하는 것은 열지 못해서가 아니라 알지 못해서다. 강은 넓고 길은 멀다. 요령으로 건널 요량은 애시 당초 꿈도 꾸지 않았다. 어쩌면 이번 일년이 고작 시작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
‘인생도처유상수’ 그대들 아홉 편의 신화는 내게 바로 그런 것이었다.
2부. 나는야 욕심쟁이 우후훗!
<여섯 조각 이야기>에서 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하는 거북이’다. 여기에 그 여섯 조각 이야기를 풀어 놓으려 한다. 무의식의 표현이니 ‘왜’라고는 묻지는 말자.
이 거북이는 어느 날 육지로 여행을 떠났다. 주유하던 어느 날 그 마을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고,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달리기다. 거북이는 달리기에 참가하였다. 멀리 결승점이 보인다. 이제 날개를 펴서 날기만 하면 거북이는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할 것이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날개는 펼쳐지지 않았다. 상처투성이였던 것이다(역시 왜냐고는 묻지 말자. 말도 안 되는 엉성한 이야기를 왜 하는지 나도 모른다.). 이때 홀연히 그의 상처를 치유해 줄 어떤 이(신이었을지도)가 나타나서 다친 날개를 치료해 주었다. 드디어 거북이는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이야기에서 거북이가 날아서 결승선을 통과했는지 그리고 일등을 했는지는 나타나지 않으니 알 수 없다. 거북이는 이제 떠나온 바다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거북이는 여행을 떠났을 때 보다 부쩍 더 자라 있었다. 날개가 있는 거북이가 왜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지는 알 수 없다.
이야기 수업을 진행하신 선생님은 나 더러 “욕심이 많다”고 했다. 바다에 있어야 할 거북이가 하늘을 상징하는 날개까지 달고 육지에 와서 놀고 있으니 육?해?공을 섭렵할 요량이라며 이것이 욕심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는 것이었다. ‘성장’ 과 ‘아직 결정하지 못함’이란 키워드도 함께 주어졌다. 이 해석에 대해서 당시에는 시큰 둥이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거니와 지난 일주일간 걸린 부하로 나는 거의 방전되어 있었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비몽사몽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욕심’이란 단어가 내도록 윙윙거리더니 오늘도 종일토록 뇌리에서 맴돌며 떠나지 않는다. 이것이 어떤 의미가 될지는 좀 더 두고 보기로 하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052 | 자전거 탄 영웅_나의 신화_구달칼럼#5_1 | 구름에달가듯이 | 2014.05.13 | 2035 |
4051 | Off수업후기_구달칼럼#5-2 [10] | 구름에달가듯이 | 2014.05.13 | 2094 |
4050 | #5. 나의 신화 | 녕이~ | 2014.05.13 | 1961 |
4049 | #5 신화 수업 후기 - 이동희 [5] | 희동이 | 2014.05.12 | 1903 |
4048 | #5 나의 신화 - 이동희 | 희동이 | 2014.05.12 | 1910 |
4047 |
#03 하늘을 보는 법 ![]() | 유형선 | 2014.05.12 | 1922 |
4046 | 이리 오너라, 상아 처녀야! - 신화수업 후기 - 강종희 [16] | 종종 | 2014.05.12 | 1891 |
4045 | 피그말리온과 종종의 신화 | 종종걸음 | 2014.05.12 | 2042 |
4044 | 5월 오프수업 후기 [11] | 앨리스 | 2014.05.12 | 1955 |
4043 | 안티고네 살리기 [1] | 앨리스 | 2014.05.12 | 2105 |
4042 |
#5-2 첫 번째 오프수업 사진으로 읽기_정수일 ![]() | 정수일 | 2014.05.12 | 2092 |
» | #5-1 첫 번째 오프수업 후기_정수일 [4] | 정수일 | 2014.05.12 | 1945 |
4040 | #5 나의 신화_정수일 | 정수일 | 2014.05.12 | 1945 |
4039 | 구해언_오프수업후기 [5] | 어니언 | 2014.05.11 | 2054 |
4038 | 1차오프수업후기 [6] | 왕참치 | 2014.05.11 | 1986 |
4037 | 나의 신화-오르페우스와 에로스 | 왕참치 | 2014.05.11 | 2349 |
4036 | 1차 오프수업 후기_찰나#5-2 [9] | 찰나 | 2014.05.11 | 1943 |
4035 | 나의 신화_찰나#5-1 | 찰나 | 2014.05.11 | 1812 |
4034 | 구해언_나의 신화이야기 | 어니언 | 2014.05.11 | 1950 |
4033 | 왜 진흙 속에서만 연꽃이 피는지 | 어니언 | 2014.05.10 | 19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