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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2일 02시 28분 등록


안티고네 살리기

10기 김정은

 

 

안티고네 이야기

 

안티고네는 자신의 손으로 눈을 찔러 소경이 되어 왕국을 떠난 그녀의 아버지, 오이디푸스 왕을 따라 여러 곳을 방황하다가, 아버지가 클로노스의 땅에서 죽자 다시 테베로 돌아온다. 두 형제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는 왕위를 둘러싸고 서로 싸우다가 둘이 모두 죽는다. 이 때 새 지배자가 된 숙부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를 애국자로, 폴리네이케스를 역적으로 규정짓는다. 크레온은 역적 폴리네이케스의 매장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시체를 들판에 내다버려 짐승의 밥이 되게 하라고 명령한다. 이 사건으로부터 안티고네의 비극은 시작된다. 지배자 크레온의 명령을 거역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포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안티고네는 신의 밥칙에 따라 오빠의 시신을 수습하여 매장한다.

 

크레온은 왕의 명령, 국가의 질서, 이승의 규칙을 강조한다.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하고, 각자에겐 응분의 보상과 징벌이 따라야 한다. 물론 그 선악이란 국가에 얼마나 충성했는지에 달려 있다. 반면, 안티고네는 세상의 법을 따를 생각이 없다. 세속의 선악 기준조차 믿지 않는다. 인간이 '악'으로 규정하는 행동이 신이 보기에도 '악'일까. 인간의 법, 규칙, 명령을 어기거나 그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을 증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안티고네는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대립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안티고네가 자신의 명령을 거역하고 역적의 시신을 묻어준 것을 알게 된 크레온은 그녀를 산 채로 매장하라고 명령한다. 안티고네는 그를 속이고 먼저 자살하지만, 안티고네를 사랑했던 크레온의 아들, 하이몬은 그녀의 사면을 얻어내지 못한 것을 애통해하며 그녀의 무덤 위에서 자결하고 만다. 하이몬의 어머니이자, 크레온의 부인인 에우리디케는 아들의 죽음을 듣게 되고, 그녀도 자살을 하게 된다. 크레온은 결국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알고 비통해 하며 파멸에 이르게 된다.

 

안티고네를 선택한 이유

 
- 나를 닮은 여인, 안티고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 나와 닮은 인물이 누가 있을까? 다양한 이야기들 속,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 중에서 나와 닮은 인물을 골라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스 신화 속 가장 슬픈 이야기에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테베 오이디푸스 왕의 딸 ‘안티고네’가 바로 그녀다. 애써 찾은 인물이 비극의 주인공이라니! 내 삶이 비극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 다시 찾아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극의 주인공 안티고네, 그녀보다 더 나를 닮은 인물을 아직 찾지 못했다.

 
- 대립된 가치, 그 팽팽한 긴장은 계속 된다
삶 속에서 중요한 가치들이 대립하는 상황에 종종 맞닥뜨리곤 한다. 가난과 부, 젊음과 늙음, 양심과 법, 이상과 현실, 순수와 비속, 반항과 순응 등 모순된 요소간의 충돌은 삶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안티고네의 고뇌는 신과 인간, 국가와 개인간의 모순을 대변한다. 국가를 상징하는 크레온과 개인을 상징하는 안티고네의 대립은 두 개의 법이 부딪히고, 두 개의 가치가 부딪히고, 두 개의 문화가 부딪힐 때마다 나타나는 투쟁 이야기의 모태가 된다. 모순된 가치의 대립으로 이루어진 고대의 비극은 여러 가지 형태로 현대의 삶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여인,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결국 안티고네도 죽고, 크레온도 죽었다. 그럼, 누가 살아남았나? 이상을 추구하는 이들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순교를 했음에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없다. 변화의 희망조차 없다. “나는 서로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났어요.” 안티고네의 외침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어떤 아름다운 외침이라 해도 인간의 목숨을 걸만한 것은 세상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안티고네, 그녀가 굽힐 줄 모르는 강인함과 벽을 향해 돌진하는 듯한 무모함을 버리고 ‘서로 다름’을 껴안을 만큼 관용적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양심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하고, 그런 신념을 강렬하게 표현한다는 면에서 나는 안티고네와 닮았다. 하지만 나는 안티고네처럼 내 목숨을 걸고, 내 신념을 지키는 행동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양심과 법, 이상과 현실이 조화로운 사회를 이룰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을 같다.

 

안티고네 살리기

 

자, 나는 이제 안티고네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나이 오이디푸스의 딸이다. 내 아버지는 인간이 할 수 없는 가장 치욕적인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신탁을 받았다. 내 아버지는 자신이 저지른 죄를 알게 되자, 두 눈을 찔러 스스로 장님이 되도록 만들었다. 장님이 된 아버지의 손과 발이 되어 그의 딸, 안티고네, 나는 그를 극진히 봉양한다. 이것은 한 인간의 불행을 함께 나누겠다는 내 신념이다.

 

나의 아버지, 오이디푸스가 죽자, 나는 나의 고향 테베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불운이 후대에도 이어지는 것일까. 내 사랑하는 두 오라버니들이 서로가 서로를 죽인 후였다. 왕이었던 아버지 뒤는 삼촌인 크레온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크레온은 명령한다. 에테오클레스를 애국자로, 폴리네이케스를 역적으로 규정하고 애국자는 실정법을 따라 장례를 치르게 하고, 역적의 시신은 들짐승과 날짐승의 먹이가 되도록 하라! 내 명령을 거역하는 자는 돌에 맞아 죽는 형을 받을 것이다.

 

이것은, 나, 안티고네가 보기에, 크레온의 왕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독재를 위한 법안에 불과하다. 나는 그 명령을 따를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신념은 강하나, 현명하고 유연한 사람이다. 이 일로 크레온과 맞서봐야 죽고 죽이는 비극만 낳을 것이란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나는 나의 약혼자이자, 나를 사랑하는 하이몬을 찾아간다. 그는 크레온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에게 나의 신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이몬은 나, 안티고네와 뜻을 함께 할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하이몬을 설득한 후, 하이몬과 함께 그의 어머니이자, 크레온의 아내인 에우리디케를 찾아간다. 나, 안티고네는 하이몬을 내세워 에우리디케를 설득한다. 세상에 아들을 이기는 모정은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나, 안티고네, 하이몬, 에우리디케는 연대를 맺는다. 그리하여 크레온을 찾아가는 것이다. 나, 안티고네 혼자 크레온을 맞서는 것보다, 하이몬, 에우리디케와 함께 연대한다면 크레온의 마음이 바뀔지 모른다.

 

다행히 하이몬과 에우리디케의 설득으로 크레온의 마음이 바뀐다면, 나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내 오라버니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를 치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크레온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 안티고네는 일단 물러설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다음을 기약하는 수 밖에 없다. 나의 오라버니, 폴리네이케스의 비극을 내가 더 이상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절대 그 일을 잊지 않기도 한다.

 

나, 안티고네는 나의 사랑, 하이몬과 결혼도 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살면서도 그 날의 그 일을 잊지 않는다. 테베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독재를 공고히 하는 법으로 인해 피해 받고 있는 사례들을 수집한다. 국가와 개인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 크레온은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왕위는 그의 아들 하이몬의 차지가 된다. 나, 안티고네는 시간에 있어서는 크레온에 맞선 승자라 할 수 있다. 크레온의 시대가 가고, 하이몬의 시대가 왔을 때, 테베가 이상적인 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나, 안티고네는 준비하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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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7 21:06:12 *.160.136.18

투쟁과 대립을 넘은 안티고네 살리기.

엘리스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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