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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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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3일 00시 57분 등록

1. 내가 좋아하는 신화 이야기

좋아한다라기 보다는 아마 나의 현재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신화 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 같다. 신화에 나오는 매력적인 수많은 인물들 중 내가 가슴으로 함께 울었던 것은 바로 가혹한 운명을 타고난 오이디푸스였다.

 

발이 퉁퉁 부은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오이디푸스는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운명이라는 신탁으로 인해 버림 받아 이웃나라 왕의 손에서 키워진다. 그러나 그가 자라면서 진짜 동일 혈통의 왕자가 아니라는 소문이 퍼지게 되고 그는 결국 무시무시한 신탁을 직접 듣게 된다. 그는 이러한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친다.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이곳저곳 방랑을 시작한다. 스핑크스가 내는 문제를 맞추어 테베의 왕이 되고 또 왕비와 결혼까지 하는 등 운명을 개척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결국 그는 운명이 이끄는 그대로의 삶을 살아 왔음을 알게 된다.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는 진실을 알고 나서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한다. 그리고 오이디푸스도 자신을 미친 듯이 저주하며 두 눈을 찔러 장님이 된다. 그렇게 테베에서 추방된 오이디푸스는 딸인 안티고네에 의지한 채 여기 저기 떠돌면서 속죄하는 인생을 산다. 굶주림과 체념 속 비참하게 떠돌면서 불행의 끝까지 자신을 밀어 부치고 그 슬픔과 죄의식을 온몸으로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오이디푸스의 숭고한 모습에 신들도 감화되어 그에게 화해를 청하게 된다. 그렇게 늙은 오이디푸스는 죽음이 가까워 와서야 아테네 근교의 콜로노스에 안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성한 숲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마침내 구원을 받는다.  

 

내가 오이디푸스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 이유는 아래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믿고 싶지 않은 그의 운명에 대한 예언을 듣고 그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무서운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개척하기 위해 코린토스를 떠나 정처 없이 떠돌았다. 끔찍한 예언을 듣고 그저 절망에 빠져 미치광이가 되거나 그 상황이 오지 않겠지라며 그 자리에 머무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떠돌이의 삶을 택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겠지만 과감히 운명에 도전한 것이다.

 

또한 오이디푸스는 남들을 위해 용기를 낼 줄 아는 대인배였다. 아마 내가 오이디푸스라면 방랑자의 인생을 살면서 하늘을 원망하고 또 나보다 나은 운명을 가진 다른 이들을 미워하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테베의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건 말건 내가 가장 불행하다며 냉담하게 지나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목숨을 걸고 스핑크스의 퀴즈에 응한다. 그리고 그의 지혜를 발휘하여 결국은 테베를 구한다. 테베를 역병에서 구하기 위해 왕을 죽인 남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던 모습 또한 그의 인간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그는 운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또 책임을 다하는 아모르 파티정신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라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매우 불합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의지로 결정할 수 없는 나의 인생이라니 얼마나 허무 한가. 그리고 그 운명이 어떤 모양새일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 덧없이 애쓰고 쓸데없이 좌절하곤 한다니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 내가 오이디푸스였다면 참혹한 운명의 진실을 알고 나서 신들에게 저주를 퍼부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운명이 시킨 일이지 내가 그런 것이 아니라며 운명 뒤로 숨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달랐다. 부모와 신들을 원망하는 대신 본인이 고통 받는 시간들을 통해 죄를 씻고자 했다. “내 죄는 나 말고 누구와도 상관없는 일이라 말하며 자신의 업에 책임을 지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게 오이디푸스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또 화해한다. 그리고 비극의 주인공으로만 끝날 수 있었던 인생을 아름다운 성인의 삶으로 탈바꿈 시킨다.

 

이렇게 그는 현재의 내 상황에 많은 교훈을 준다. ‘이렇게 하면 좋았을 것을..’라며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도 많고, ‘저 사람은 전생에 무슨 복을 지었길래라며 다른 이들과의 비교 속에 내가 타고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많고, ‘나는 왜 이것도 잘 못할까..’라며 내가 잘 하지 못하는 영역이 많은 점을 한스러워 하는 나는 오이디푸스를 보며 이제 그만 내 운명과 화해를 하기로 결심했다. 비록 내가 꿈꾸는 것처럼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는 천재가 아니라 그저 많은 노력을 해야만 그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일지라도, 내가 바라는 것처럼 여유롭게 취미생활만 하며 우아하게 사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뛰어다녀야만 하는 사람일지라도, 내게 주어진 운명에 감사하고 또 사랑하기로 한 것이다. 어쩌면 이미 나는 오이디푸스처럼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예정 지어진 운명의 손아귀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상황을 만든 것은 나의 타고난 천성이었던 것 같다. 놀고만 있으면 밥값을 못하는 것 같아 안절부절이고, 어려움 가운데서 더욱 보람을 찾고, 괜한 책임감에 허덕이는 등 고생을 사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하니 말이다.  

 

이렇게 나는 오이디푸스를 통해 운명을 살아 내기 위해 노력 하고, 열심히 살아온 그 길이 어떤 운명의 궤적으로 펼쳐지던 기쁘게 받아들이며, 다른 이들이나 상황을 원망하지 않고 내가 온전히 책임을 지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지금은 그저 연구원 여정에 참여하게 된 내 운명을 신이 주신 선물이라 생각하며 감사하고 즐기는 것이 우선일터!  

 

2. 나의 신화

눈부신 봄 햇살이 따사롭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안개가 자욱한 런던 날씨마냥 어둡다. 옆자리 동료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를 사 들고 왔다. 평소 같으면 반색했을 텐데 왠지 나의 마음은 침잠하고만 있다. 정말 직장인 사춘기인지 왜 이렇게 나의 앞날이 닮고 싶은 사람도 없고, 저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왜 이 길을 가고 있는지, 이 길이 아니라면 다른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조차 모르겠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잭 웰치의 자서전을 안고 꼭 경영학과를 가야한다며 교대를 추천하는 선생님과 부모님을 뿌리치던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정말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고, 인생의 방향을 다시 정립하기 위해 나를 제대로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마음 속에서 외친다. 가슴을 뛰게 하고 지금 당장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그 길로 열심히 뛰어 가라고 말이다.

 

한 편으로는 다른 마음이 속삭인다. “가슴이 뛰는 일을 쉽게 찾을 수 있을까? 평범한 게 최고라잖아. 그냥 지금의 안정적인 생활을 즐기려고 더욱 노력해보는 건 어때? 회사는 돈을 주는 곳이니까 그만큼 괴로운 건 당연한 거잖아. 그리고 새로운 길을 향해 가는 길이 지금 네가 누리는 지금의 혜택들을 포기해야만 할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부모님과 시부모님의 기대는 어쩌고? 사람들이 역시 여자는 어쩔 수 없다고, 쟤도 별 수 없이 포기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지만 이내 다시 마음을 고쳐 먹는다.

“슬럼프가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어. 이제는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모험을 떠나야만 할 것 같아. 지금껏 생각만 하다 말다 하다가 이렇게 시간이 흘렀잖아. 더 이상 머리로만 생각 하지 말고 몸을 움직여 보자.”

 

그리고 나는 그렇게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 위한 준비를 시작 했다. 우선 저 먼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데카상스호에 승선하기로 했다. 배를 타기 위한 표를 구매하는 과정은 매우 어려웠다.

우선 자기 소개서를 써야 했다. 오랜 시간 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고역이었다. 왜 이렇게 쓸거

리가 생각 안 나던지,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소홀했구나. 라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호락

호락하지 않았던 1차 관문이 끝나자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북리뷰와 칼럼 쓰기.

한 때 책을 끼고 살았고, 친구들로부터 고3시절에도 너는 공부 안하고 맨날 책만 읽던 모습이 떠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지만 자기계발서 외에는 책을 놓고 산지 오래였다. 어찌 할 바를

몰라 방황하며 주말 내내 책을 놓고 씨름하며 남편에게 거듭 물어봤다. “나 이거 그냥 하지 말까?

괜히 사서 고생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나 빼고 모든 사람이 다 프로 같아. 나는 정말 자신이 없다.”

그러나 항상 내 편을 들어주던 남편의 대답은 매우 의외였다. “왜 그래. 포기하지마. 한 달간만 죽

었다 생각하고 한 번 해봐. 분명 잠재력을 알아봐 주실 거야.” 라며 오히려 도전을 종용하는 것이

아닌가? 어쨋든 그 말에 더욱 기운을 얻어 포기하지 않을 힘을 얻게 되었고

그렇게 2차 관문이 지나고, 면접이라는 3차 관문까지 통과하는 시간을 거치며 나는 한층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여 있는 물처럼 형편없게만 보였던 내 자신에 대해서 더욱 잘

알게 되었고 그래도 괜찮은 구석이 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잘은 모르지만 내가 배우고 또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모험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거듭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값비싼 승선료를 내고 데카상스호에 올라탔다. 드디어 대 항해를 떠나는구나 하며 설레는

마음도 잠시, 갑작스런 폭풍우를 만나 가지고 있던 짐을 다 잃고 또 감기 몸살로 앓아 눕게 되었

. 겨우 앓고 일어난 나는 짐을 다 잃은 현실을 직시하고 당황한 마음에 가만히 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같이 승선한 선원들이 내게 다가와 따뜻한 차를 건넸

. 그들은 괜찮다고 말하면서 이 상황을 함께 즐기고 헤쳐나가자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용기가

부쩍 솟았다.

 

그렇게 겨우 폭풍우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했지만, 왠걸 매주 폭풍우가 몰아쳤고 가끔은

쓰나미를 만나기도 했다. 밤새 흔들리는 배에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지만 같이 승선한 선장님

1등 항해사님들, 그리고 나의 진실된 벗인 선원들이 손을 꼭 붙잡아 주었다. 덕분에 천둥이 소리

를 드높이고 집채 만한 파도가 잡아 먹을 듯이 달려올 때에도 두려워 떨거나 숨으려고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그저 묵묵히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먹을 것이 다 떨

어져 굶주림과 목마름의 시기가 오기도 했다. 가끔 이름 모를 풍토병에 걸려 며칠을 끙끙 앓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온 마음을 다해 그 날의 할 일을 했다. 아침일

찍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 하고 밤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 내다보면 우리의 목적지인 이타카 섬에 도착하여, 매일이 가슴 벅찬 삶

이 펼쳐 지리라는 것을 말이다.

 

이타카 섬이다! 이타카 섬이 보인다!!” 오늘도 일찍 일어나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던 웨버가 큰 소리로 외친다. 모두가 흥겨워 하며 소리를 질렀다. 함께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또 하늘에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렇게 우리는 결국 1년간의 긴 항해를 마치고 이타카 섬에 도착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환영하려고 나와 있다. 우리 모두 검게 그으르고 부쩍 여위였지만, 눈은 여전히 반짝반짝 하고 입에는 함박 웃음으로 가득하다. 그러고 보니 모두가 더 아름다워져 보인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아우라도 느껴지는 듯 하다. 인상도 조금씩 변한 것 같다. 한결 평온하고 여유로워 보이며 목소리에는 힘이 있고 말투에는 자신감이 묻어 나온다.

 

항상 불안해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던 나 또한 조금 더 강인해졌음이 느껴진다. 왠만한 일은 어렵게 느끼지도 않는다. 그저 내 자신을 믿고 성실하게 오늘 하루에 충실하며 일희 일비 하지도 않는다. 나 스스로를 더욱더 사랑하고 또 아끼게 된 것도, 부족한 부분도 그저 애정어린 눈길로 받아들이게 된 것도, 항해가 끝난 후 나에게 온 가장 큰 변화이다.

 

이제 나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구나. 라고 안도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이타카의 어느 마을에 가서 정착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책도 아직 30p 이후부터 써내려나가지 못하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신전에 찾아가 신탁을 청했다. 모두가 웃으면서 즐겁게 일하고 끈끈한 동료애를 자랑하는 이타카 섬의 지상낙원 마을로 가는 것이 예비되어 있으나 아직 너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작가가 되는 길도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풍랑이 몇번 더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잊고 있던 감정이 올라왔다. 주저 앉아 울면서 신을 원망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오이디푸스를 떠올렸다. 아직 좋은 타이밍이 아니라니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지혜롭게 기다리기로 했다. 더욱더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또 나를 탐구했다. 하루하루 나의 궤적과 생각을 기록했고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자 노력했다. 책도 하루에 한 줄씩 써내려 가기로 했다.

 

1년 후 나는 평생 직업인으로서 나의 길을 찾게 되었고, 어느 역할이 주어져도 자신 있게 도전하는 영웅의 여정을 걸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2년 후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성실히 써왔던 노력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오늘은 나의 출판 기념회 날이다. 각계 각층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는 나의 선원 친구들이 모두 축하하러 한걸음에 달려와 주었다. 이미 두 번째 책을 낸 선원들도 있다. 이제는 작가의 포스가 완연하면서 참으로 분위기가 있다. 탈고 작업 때는 그렇게 보이지도 않던 구멍들이 출판이 되고 나서야 보인다. 쥐구멍에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럽기도 하지만 도전의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내가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얼큰하게 취해 황홀한 기분으로 귀가한다. 하늘의 별도 나를 보며 웃어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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