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정산...^^
  • 조회 수 2234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14년 5월 13일 12시 28분 등록

올해의 목표가 있는가?   몇 년전까지 연초에 가족 목표를 세웠었다. 연말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전에 각자 5개의 목표를 적고 그 내용을 출력해서 '우리 가족의 XX년 계획' 이란 제목을 달아 각자 책상머리 앞에 붙여 놓았다. 아내의 제안으로 재미삼아 시작한 것인데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나의 첫번째 목표는 '즐겁게 살기' 가 되었다. 몇 년동안 1번 목표는 항상 '즐겁게 재미나게 신바람나게 산다 - 많이 웃는다.' 였다.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첫번째로 강조하는 것도 '즐겁게 일하기' 다.  내 삶에서 즐거움은 가장 중요한 최고의 가치임이 분명하다.

 

어떻게 하면 즐거울 수 있나? 제일 중요한 목표가 즐거움이라 했지만, 기실 그 즐거움은 '행복하게 살기'의 에두른 표현이라는 걸 난 안다. 진정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행복이란 게 너무 추상적이고, 행복을 목표로 삼는 다는 게 말도 안되는 우스운 짓거리란 생각에 즐겁게 살기란 대체 목표를 만들어 낸거다. 행복의 파랑새를 찾고 싶다는 마음에 지난 몇년간 행복에 관한 책들을 여러권 읽었다. 책에서 말하는 행복의 조건은 매우 다양하다.  몰입, 긍정성, 감사하는 마음, 이타행, 건강, 성취감, 자율성, 사랑, 가족, 친구, 관계, 성장, 편안함, 경제력, 유머, 자유로움, 영성, 종교..... 헌데 행복하기 위해, 즐겁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지, 구체적으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실천해야 할 바가 너무 많으면 번거로워진다.  내게 도움되는 단순한 방법이 좋은 법이다. 

 

즐겁게 생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내가 그 실천 방법으로 배우고 익히고 있는 것이 '가볍게 살기' 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다는 뜻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즐겁지 않을 때 행복하지 않을 때는 주로 건강과 일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를 받을 때다. 건강은 아직 쓸만해서 주로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다. 흔히 젊은 시절에 그렇듯이, 나도 이전엔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었다. 일을 할때는 내가 만족할 만큼 잘 해야했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몇 날 밤이고 새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혹사하다보니 몸과 정신이 지탱해주지 못했다. 40대에는 스트레스로 두번의 원형탈모를 경험했다. 출근하던 길에 지하도 바닥이 출렁거리는 어지럼증을 느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진정하고 난 후에야 일어설 수 있었던 일을 몇 번 겪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속 끓이며 살다간 제 명대로 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많이 낳아졌지만 아직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걱정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업무계획을 세울 때,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혹시 중요한 사항을 빠뜨린 건 아닌지. 일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땐, 왜 이렇게 밖에 안되는 건지. 계획한 일이 잘 되야 할텐데... 잘 안되면 어쩌지... 하는 등의 걱정들이다. 이런 걱정은 일을  더 잘 해보려는 욕망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마음이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좀더 생각을 가다듬다고 깊이 연구하게 되면 더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걱정을 하는 이면에는 다른 사람들의 나에 대한 시선, 평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상사에게 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게다. 동료나 부하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일 잘하고 유능한 사람로 평가 받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젊었을 땐 직장에서 내 분야 최고의 인재가 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적이 있다. 젊은 시절에 한번쯤 생각해봄 직한 목표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최고나 1등을 지향하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스런 목표는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온 그런 목표는  나를 옥죄게 만들고, 걱정과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과도한 바램이 직장 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아내에겐 괜찮은 남편이고 싶고, 아이에겐 좋은 아빠이고 싶고, 어머님에겐 훌륭한 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괜찮은 사람, 좋은 사람이란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받고 싶은 게다.

 

나이들면서 또 이런 고민을 하면서 배우게 된 점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주어진 역할을 할 뿐이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그저 그 사람의 견해일 뿐이다.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신경쓰며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 더 잘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 지, 혹시 중요한 걸 빼먹고 있는 건 아닌지 등을 걱정하는 건 내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귀를 열고 내가 부족한 점, 개선해야 할 점을 받아들이면 된다. 또 이번에 잘 못했으면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 연구해서 다음에 잘 하면 된다.  나는 내 일을 할 뿐이고, 평가를 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나와는 관계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평가가 좋다고 기뻐할 일도, 나쁘다고 기분나빠 할 일도 아니란 생각이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일을, 나의 역할을 대충 대충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나의 일에 열과 성을 다한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그저 내 입장에서 열심히 노력을 다 할뿐, 쓸데없는 걱정과 스트레스로 자신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다. 이렇게 걱정을 떨쳐버리고 즐겁게 살기 위해 내가 취한 실천적 방법이 '가벼운 마음으로 살기' 다. 참새가 모이를 먹기 위해 땅위를 뛰어다닐 때, 통통 튀듯 걷는 모습을 본다. 그리곤 푸르르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린다. 상쾌하고 가볍다.  조그만 청개구리도 물가에서 폴짝거리며 뛰는 모습을 보면 가볍고 귀엽다. 이렇게 부담과 걱정, 스트레스를 내려좋고 가볍게 살아가면 좋은 것 같다.

 

쓸데없는 걱정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 생각도 창의적으로 할 수 있다. 걱정에 짖눌려 있는데 좋은 생각이 나겠나. 즐겁고 행복한 삶을 위해 진정 필요한 건 마음의 평화라 생각한다. 남들이 뭐라던, 나의 진정한 목표를 향해 뚜벅 뚜벅 걸어갈 수 있는 용기.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꾸준히 갈 수 있는 힘. 이것이 가벼운 마음으로 살기가 주는 즐거움이란 생각이다.

IP *.97.37.232

프로필 이미지
2014.05.13 14:52:41 *.94.41.89

상사에게 동료에게 후배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많이 걱정하는 저로서는 정말 많이 와닿는 글입니다 ^^

감사합니다! 조금 더 가볍게 살기~ 실천해봐야겠어요,.

프로필 이미지
2014.05.13 15:23:01 *.94.164.18

저도 항상 즐겁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삶의 순간순간에 묻혀있는 보물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니 일상이 재미있게 변하더라구요.

이것이 안된다는 생각만 해도 참 끔찍하네요.


프로필 이미지
2014.05.13 16:43:59 *.196.54.42

정산님, 참새와 청개구리 참 가볍고 경쾌하죠, 멋진 비유입니다^^

이젠 무얼 더 얻고, 쌓고하기 보다는 주고 비우면서 스스로 가벼워지는 것이 결국 마음의 평화를 얻는 길이겠지요.

공감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4.05.13 20:54:58 *.62.163.124
중요헌 것 찾기를 멈추고 소중한 것을 찾다보면 진짜 중요한 것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발견한 중요한 것은 .. 가볍더라고요. ^^ 잘 읽고 갑니다.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