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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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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3일 12시 54분 등록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 <인생은 뜨겁게>에서 본 한 대목이 나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한 문장이 내 마음에 파문(波紋)을 일으켰습니다. 러셀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말합니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러셀 자서전의 프롤로그 제목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나’이니, 위 문장은 그에 대한 대답입니다. 버트런드 러셀은 1872년에 태어나 1970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래 산만큼 별의별 일을 다 겪었습니다. 그는 영국의 귀족 출신으로 당대 최고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빼어난 저술가입니다. 흔히 러셀을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꼽습니다만 이런 표현은 그의 삶의 절반에만 해당합니다. 러셀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머물지 않고 세계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위해 오랜 시간 전방위적으로 활동했습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 1차 세계대전 중에 징병에 반대하는 글을 쓴 혐의로 벌금형을 받고 납부를 거부하여 몸담고 있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쫓겨났고, 2년 후에는 전쟁 반대 글을 써서 감옥에 투옥되었습니다. 1927년에 두 번째 아내 도라 블랙과 함께 새로운 교육 실험을 위한 학교를 설립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핵무기 감축과 전쟁 방지를 위해 아인슈타인 등과 함께 노력했습니다. 또 한 번은 시민 불복종 운동을 주도해 감옥에 갇히기도 했는데, 그때 그의 나이 89세였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숱하게 오해 받고 쏟아지는 비판을 견뎌야 했음에도 러셀은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잃지 않고 반세기 넘게 인류의 평화를 위해 힘썼습니다.


왜일까요? 러셀은 부와 명예를 발판삼아 편히 살 수 있었음에도, 어렵고 힘든 길임을 알면서도 왜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은 것일까요? 세 가지 열정 때문입니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 러셀은 “이러한 열정들이 마치 거센 바람과도 같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사랑과 지식은 나름대로의 범위에서 천국으로 가는 길로 이끌어 주었다. 그러나 늘 연민이 날 지상으로 되돌아오게 했다.”


나는 생각합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내 삶을 이끄는 열정은 무엇인가?”


2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인생은 뜨겁게>의 프롤로그는 내가 그 동안 읽은 책들의 서문과 프롤로그 가운데 최고에 속합니다. 이 두 쪽만 읽어도 책값이 아깝지 않습니다. 러셀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프롤로그를 끝맺습니다.


“이것이 내 삶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다시 살아볼 것이다.”


20140513-1.jpg

버트런드 러셀 저, 송은경 역, 사회평론, 2014년


● 2014년 3월 ‘사회평론’에서 출간한 <인생은 뜨겁게>는 같은 출판사에서 2003년 3월 두 권으로 출간한 <러셀 자서전>에서 ‘편지글’을 빼고, 제1부의 프롤로그를 전체 프롤로그로 편집하여 다시 출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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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경영연구소의 오병곤 연구원이 <회사를 떠나기 3년 전>을 출간했습니다. 저자의 치열한 체험과 3년간의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책의 자세한 소개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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