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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4일 07시 57분 등록

MeStory(9) : 6조각 이야기


자신의 신화를 그려가면서 살펴본다?! 나는 이 6조각의 신화를 시작하기 전부터 불손했던 것 같다. 이미 내 마음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것이 온통 차지하고 있어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제로 베이스는 아니었던 셈이다. 또한 이 과정은 영웅의 여정을 따르는 이야기라고도 알려져서 이미 신화가 들어와 있었다.


(칼럼으로 제출하면서.... 6조각 이야기의 내용을 모두 옮겨 놓으면 나중에 이 과정을 해보는 사람들에게 미리 시험문제를 보여주는 것이 되는 것 같아 좀 꺼림직 하지만, 그냥 한다. 인생의 문제는 모두 미리서 알려졌지만 그걸 풀어내는 것은 모두 제 상황에 맞는 제각각이라고 여기고, 또한 해석 또한 제각각일 것이기에.)


먼저 종이를 6조각으로 나눕니다. 자유롭게 나누세요. 접어서 나눈다면 8조각이 아닌 6조각이 되게 하세요.

주인공 하나를 그려보고, 주인공이 사는 곳도 묘사해 보고,

그 주인공이 해야할 일을 그려보고,

그 해야할일을 하는 중에 겪는 어려움, 장애물을 그려본다.

주인공을 도울 조력자를 그리고,

해야할일의 성공과 실패여부를 그리고,

마지막에 어떤 장면일지를 그린다. 


s-6조각-1.jpg


접어서 6조각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가로로 두고 그렸다. 


나는 펜중에서 가장 굵게 나오는 연필을 골랐다. 큼직하고 뚜렷하게 그렸다. 이것이 시험이라면 난 좀 불손한 응시자다.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이 무엇인지 어디선가 본 말들을 떠올라서 그것에 맞게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것들은 연필이 제격이다. 그림을 보는 사람은 필압을 보기도 한다. 그 사람이 가진 에너지가 손으로 모여 전달되고, 그림에서 보여주는 형상 뿐 아니라, 그림의 뚜렷하고 힘차고 거칠고 차분한 정도까지가 그 사람이 말하고 있는 것들이 된다. 이걸 할 당시는 몰랐지만 나는 그날 힘이 넘쳤던 것 같다. 이것 전에 보이차와 섞어 마신 독한 위스키가 도움이 되었다고 치자.


그림을 그릴 때 칸을 사용한 순서는 주인공이니 가장 중요한 위치 잘 보이는 위쪽 중앙에 그려넣고는, 

왼쪽 옆으로 해야할 일, 

장애물은 아래쪽,

조력자는 오른편 상단,

성공여부는 주인공 밑으로,

맨 마지막 오른쪽 아래는 마무리로 배치했다. 

하다보니 장애물과 조력자는 반대편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긴 했다.



6조각의 그림을 다 그린 후에 밖으로 나가서 다시 몸으로 표현하기를 했다. 6조각을 그리기 전에 먼저 몸풀기를 했는데, 다시 몸으로 뭔가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 몸풀기를 했던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여기는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들이 모여서 머리는 좀 쉬게하고 몸으로 뭔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특히나 내게는 그렇다. 가만히 나두면 끊임없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서는 머리속에서는 여기저기를 굴러다니고 분석이란 것을 해댄다. 6조각 신화수업이전에 자신의 신화를 발표할 때, 10기 연구원 몇몇의 신화가 좀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은 신화가 매우 분석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은유와 상징의 세계로 기껏 데리고 들어갔는데, 거기서도 논리와 비판으로 자신을 감추고 있으니 껍질을 까 나아가는 게 힘들어 보였다. 


모닝페이지 모임을 하면서 리더를 했던 우주정복은 생각나눔을 하는 자리에서 마음을 풀어 놓는 것을 돕는 센스를 발휘했다. 각자가 질문을 고르고 답을 할 때는 대부분이 자신이 할만한 질문을 골라내고 남들이 들었을 때 들어줄만한 답을 한다. 이성이 작동해서 그런 결과를 내는 것을 아는 우주정복은 그걸 피해가는 요령을 알고 있다.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어떤 것인가? 끌리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묻는다. 그 질문과 함께 하는 질문은, 이건 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다, 마음에 안드는 것은 뭐냐?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것은 뭐냐라는 질문도 한다. 그리고는 뒤에서부터 시작해버린다. 대답하는 사람이 읽으려 할 때, '어~ 어'하며 자신의 답변을 고르고 있는 사이, 제일 첫번째로 떠오르는 그 생각을 이야기하라, 자신이 지금 생각한 그거를 이야기하라, 써온 그것을 읽어라라는 주문을 한다. 이성으로 걸러버리는 것을 막고, 진짜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이야기하게 도와주었다.


몸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면서 그것이 어떤 장면인지가 조금씩 느껴졌다. 내가 사는 곳, 원하는 곳은 어떤 곳인지가 어렴풋하게 느껴졌고, 장애물을 만났을 때의 힘겨움과 소외감이 느껴졌고, 조력자의 희생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가 느껴졌다. 조력자 대신에 그 일은 내가 해야한다는 것도 알았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편안한도 느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의실로 돌아와서 돌아가며 한사람씩 자신의 6조각의 신화를 이야기했다. 각각의 신화를 들으면서 나는 그것을 나름대로 해석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질 못했다. 그림은 잘 보이질 않았고, 그 이야기만으로는 무엇을 담고 있는지 나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해석하려 하는 것을 멈추고 그냥 들었다. 그러다가 이 워크샵을 하는 사람의 질문이 들리고, 왜 이런 질문을 할까를 생각했다. 코멘트가 들렸다. 


"몸으로 표현할 때, 힘들어 보였어요."

"슬픈 얼굴이었어요."

"이것이 마음에 드세요?"


6조각을 그린 그림 +  그 내용인 이야기 + 몸으로 표현 한 것 + 표정 +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사람의 전체적인 모습 + 질문에 대한 답변

이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림으로, 몸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얼굴 표정으로, 손의 힘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내 6조각 이야기를 하고 난 후에 나는 질문을 받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다른 보물을 찾아 떠나는데, 그 보물은 뭘까하는 것이었다.  나는 딱히 그 보물이 없어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괜찮은 세상이다. 그런데 꼭 그 보물을 생각해야 한다면 해를 가져왔으니 이번에는 밤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제목이 '해가 뜨고 지는 나라'이다. 해가 지면 밤이니 밤을 보물로 꼭 찾아와야 한다는 것은 없다고 답을 했다. 진행자 코멘트는 '결혼을 하셨냐? 아버지와의 관계를 생각해보라.'였다.

나는 이런 코멘트가 나올지는 몰랐다. 놀랐다. 영웅의 여정은 아니었다. 이 이야기는 신화가 아닌 현재의 내 이야기였다. 그림 속 주인공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그건 내 이야기이고,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그것은 내가 사는 세계의 이야기였다.


나는 혹시 진행자가 내 그림속 주인공의 몸에 그린 꼬리 때문에 이런 생각을 했을까를 생각했다. 그림을 해석할 때 느낌대로 잘못 읽어도 그것이 단서가 되기도 한다는 말을 이전에 들었으니까. 그래서 그쪽으로 생각을 몰아갔다. 그림 속에서 어디에서 아버지란 존재가 나오는지 궁금했다. 물론 내게 아버지는 중요한 문제이다.


나중에 모든 것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리고 이것을 글로 써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 태양하면 남성과 아버지를 떠올린다는 것을. 그림과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보물은 태양이고, 그것은 흔히 연상하는 남성으로 연결될 수 있을 터이다. 


6조각 이야기를 하면서 힌트를 얻었다. 누군가를 만날 때는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만나야 한다는 것을.

우리의 삶은 복잡해서 그림 하나로는 그것을 다 이야기할 수 없다. 6조각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몸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다시 자신의 언어로 누군가에게 소개를 한다. 그리고 나서 질문에 답을 한다. 그 모든 것들. 아니 그 이전에 신화를 발표하면서 서로 나누었던 이야기까지가 6조각 이야기를 하는데 참고가 된다. 


꿈그림이라는 한장으로 그림으로 만날 때 그 이전에 많은 만남이 이루어진다. 먼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블로그를 통해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연락을 해온다. 나는 안내를 하고 메일을 써 보내달라고 한다. 꿈풍광을 써보고 그중에 어떤 장면이 그려졌으면 좋겠는지 답신을 해달라고 한다. 답신을 보고 1차적인 조사를 하고, 그의 꿈풍광과 관련된 장소를 물색하여 만남을 가진다. 그리고는 그 하나의 풍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가끔 아주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끔은 하나의 장면만을 가지고 온 사람이 있다. 메일의 내용과 이야기가 어긋나는 경우도 있다. 나 또한 이야기 하는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의 높낮이를 유심히 살펴 들었다. 면대면의 이야기를 하는 중에 어떤 장면을 그릴지, 어떤 분위기로 그릴지 구상을 했다. 그리고는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이렇게 그린 그림이 상대의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는 반반이었다. 상대가 이야기하는 것중에 놓친 것이 있나보다. 아니면 나 또한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거나. 


6조각 이야기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일반적인 이야기가 자신의 현재에서 겪고 있는 것들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꿈풍광 또한 미래를 이야기 한 듯 하지만 현재와 닿아있다. 그림, 몸, 글, 이야기,..... 이 모든 것을 동원하여 꿈의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다. 자신을 들여다 보는 도구를 활용하여 깊이 혹은 넓게 둘이 같이 들여다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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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6 15:49:54 *.223.17.140

아~ 6조각에 이런 심오한  뜻이....

타오님은 글보다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분이시니 그림이 훨 살갑겠네요.

그림 참 좋습니다, 참관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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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7 09:50:37 *.39.145.84

같은 이야기라도 그것을 대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더 자주 그림으로 이야기하도록 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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