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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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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9일 11시 53분 등록

토사구팽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어느 곳에서나 존재했던 모양이다. 사기에서도, 삼국유사에서도 그 흔적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흔히 삼국 통일의 주역으로 생각하며 아름다운 청년들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화랑 조차도 활용성이 떨어진 이후에는 버림 받기가 일쑤였으며, 그 말로가 남창으로까지 전락할 정도였다고 하니 저자처럼 인생무상이라는 단어를 떠올 릴 수 밖에 없었다. 아마 높이 올라가 보았기에, 그만큼 배신감도 크고 자포자기 하듯 추락도 쉬웠을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21세기 화랑들의 모습도 기억한다. 회사에 입사한 지 갓 세 달이나 되었을까갑자기 이웃 부서의 부장님이 나의 앞자리로 이동 하셨다. 그 부장님은 어떤 지역을 20년 이상 담당하신 전문가였고, 해외 주재 경험도 많은, 말 그대로 그 지역 시장의 터줏대감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그와는 전혀 관련 없는 옆 부서로 발령을 받았고 그 소식을 들은 부장님은 일주일간 회사를 나오지 않으셨다는 소문도 들렸다. 그리고 나는 어느 날 부장님의 PC 나 기타 물품들을 그의 이전 부서 직원들이 나의 앞자리로 옮겼고 그렇게 부장님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내 앞자리로 출근 하신 첫 날부터 약 한 달간, 나는 하루 종일 검색 엔진의 화면을 켜놓고 멍하니 모니터만을 쳐다보시던, 가끔 사람들과 커피 한 잔을 하시던, 가끔은 지인들과 통화를 하시던 부장님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이게 무슨 조화인가..라고 감을 못잡던 나는 주변 동료들이 부장님을 보며 혀를 끌끌 차는 모습을 보면서 그제서야 상황 파악을 하고 말았다. 가끔씩 웃어주시는 부장님을 뵈면 왠지 애틋한 마음이 들어 슬프기도 하고, 나의 20~30년 후 말로도 저렇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가 더욱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이 뭐 저러실 줄 알았어.’라거나 그래서 언제 집에 가신대?’라고 쉽게 내던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분개하기도 했다. 분명 지금은 어떠한 상황일지 모르나 젊은 시절부터 동토의 땅을 뛰어다니며 시장을 개척하고, 열심히 판매하며, 젊음을 회사에서 다 불태우셨을 진데 그 끝을 아름답게, 행복하게 퇴직하시는 모습을 주변 사람들이라도 만들어 들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부장님은 한달 후 그 흔한 송별회 하나 없이 떠나셨다.

 

왠지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던 나는 연이어 또 다른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수고 했어라는 말이 최고의 칭찬일 정도로 칭찬을 거의 들을 수가 없는 우리 팀에서, 가끔 내가 보내는 업무 메일에 답장을 주시며 너무 잘 받아보고 있다며 고맙다고 한 마디 해주시던 바로 옆 부서의 부장님도 다른 곳으로 가신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까칠하고 제대로 설명도 안해 주는 분위기에서 그래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시던 부장님 덕분에 기운을 많이 얻었던 나는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부장님의 경우 그래도 회사에서 원조를 진행하는 큰 행사 관련 업무를 잠시 하시게 되었다고 했다. '다행이다. 가셔서는 더 잘 풀리셨으면 좋겠다.' 라는 나의 생각과 달리 역시 일부 호사가들은 거기 가셔서도 1~2년 계시면 오래 계신거지..안그래?'라며 그의 말로를 부정적으로 예상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조직의 비정함 및 동료들에 대한 신뢰감 저하를 느끼게 되었고,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버리게 하지 않겠다라는 조조의 대사를 늘 읊조리시던 우리 부서장님 처럼 나 또한 절대 회사가 나를 먼저 버리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왜 젊음을 바쳐 일한 회사에서 다른 업무를 맡아 또 다른 전개를 열어갈 수도 있을텐데..적어도 그간 일해온 시간 만이라도 축복받으며 축하받으며 퇴직해야 할텐데 왜 쓸쓸한 뒷 모습을 보아야만 하는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요즘은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전직을 도와준다고 한다. 그러나 무언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접했을 때의 충격은 왠지 토사구팽을 떠올리게 할 것만 같다. 또한 몇십년 간 한 분야의 전문가로 걸어왔다면 그 여파는 더욱 어마어마 할 지도 모른다.

아마 그래서 요즘은 누구나 인생 이모작, 삼모작을 미리부터 준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말이다

 

토사구팽의 일화를 책에서 다시 접하며 다시 한 번 신입사원 시절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부장님들의 갑작스런 퇴직을, 또 연이어 인생 무상을 떠올렸다. 그리고 문득 인생 무상이라면 우리는 왜 이렇게 아둥바둥하며 살고 있는가 라며 허무해진 마음에 정말 '인생 무상'의 뜻이 무엇인지 검색이나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적인 뜻에는 인생이 덧없고 의미없음. 이라고 쓰여 있음을 발견하고 또 어깨를 추욱 늘어뜨렸지만 이윽고 법정 스님의 해석을 찾고 나서 무릎을 탁 칠 수 있었다. 스님은 무상의 의미를 인생의 모든 존재가 생겨나고 없어지고 변화하면서 잠시도 같은 상태로 머물지 않음을 가리킨다고 해석하셨다고 한다. 그리하여 육신의 무상함을 알고 침울해할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살지 말고 날마다 거듭나면서 후회 없이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필요없어 지는 순간은 반드시 올 것이다. 그 진실과 마주할 때 얼마나 두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때 마다 나는 사냥개로구나, 팽당하였구나 라고 자조하거나 절망하기 보다는 다른 상태의 나로 변신하는 거야. 라며 위로하고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21세기 화랑들이여. 모두 새로운 영웅의 모습으로 일신 우일신 하며 살아 볼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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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9 12:38:45 *.94.41.89

바람은 늘 불어와 빰을 어르고

그 바람에 나의 마음도 늘 흔들리네

 

오늘 맞은 바람이 어제와 다르니

그 바람에 오늘 내 마음도 다르네

 

맞이한 바람 즐기면 그만인 것을 

일신 우일신 다투어 무엇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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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9 13:28:55 *.196.54.42

와~ 무상을 다루시다니, 저랑 칼럼주제가 같은데 훨 지혜롭게 풀어가십니다요^^


" 무상의 의미를 인생의 모든 존재가 생겨나고 없어지고 변화하면서 잠시도 같은 상태로 머물지 않음을 가리킨다"

"팽당했다 절망하기보다는 다른 상태의 나로 변신하는 거야. 라며 위로하고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날 수 있는 마음을.."


멋진 지혜의 해법을 전수받아 갑니다, 감사^^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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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9 17:52:16 *.94.164.18

다른 상태의 녕이로 변신하기 위해 연구원이 되었잖아요.

이제보니 욕심도 많지만 야무진 사람이군요. ㅋㅋ


무상에 대한 의미 멋집니다. 법정 스님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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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9 18:34:30 *.104.211.186

화랑이 그런 찬밥이 되었다는 건 저도 처음 알았어요. 인생무상... 그런데 그들이 승려가 되어 신라의 가장 위대한 유산인 향가문학의 주역이 되었다는 사실도 기억합니다. 시련이 또 다른 세계를 열어준 것에서 희망을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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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0 07:37:14 *.7.25.123
무상이라하면 궁색한 듯 합니다. 짠 하네요. ㅎㅎㅎ 조직은 그 속성이 생물이지만 체온이 없어요. 있는 척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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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5 12:17:00 *.217.6.56

조직의 생태. 현실적으로 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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