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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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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0일 07시 32분 등록
결혼 10주년 기념일이 지난 금요일 이었다. 야근하고 들어와 밤 늦게 아내와 맥주를 한잔 하는데 아내 컨디션이 영 별로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 세 여자가 계속 골골했다. 아내와 작은 딸은 목감기, 큰 딸은 중이염으로 한 일주일째 약 먹고 병원 다녔다. 게다가 아내는 요즘 공부가 힘들어 온 몸 근육통이다. 의사선생님이 아내에게 지시하셨단다. '딸들 먹일 때 본인도 좀 잘 챙겨드세요.'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아내는 방안에 앉혀놓고 저녁 특별식을 만들었다. 제목 '닭백숙', 부제 '아빠 최고 아빠 일등'

닭 한마리 물로 씻어 제일 큰 냄비에 담는다. 냄비에 들어간 닭을 본 큰 딸이 닭에게 감사 기도를 한다.
"닭아! 고맙다. 우리를 위해 맛있는 음식이 되어주어서!"
나도 함께 기도한다.
"우리 가족이 너를 먹고 감기 몸살 얼른 나아서 착하고 좋은 일 많이 하마!"

아차! 밤이 없다. 밤 대신 고구마 하나 '구마구마' 썰어 넣고 양파도 하나 '양파양파' 썰어 넣는다. 통마늘도 한 웅큼 다듬에 넣는다. 냉동고 속에서 발견한 황기도 적당 길이로 꺽어 넣어 준다. 냉장고에서 파도 보인다. 바로 넣어 버린다.

후추는 '후추후추', 소금은 좀 적다 싶게 '소금소금' 뿌려준다. 자작자작 잠기도록 물을 붓고 센불로 끓인다. 부르르 끓으면 중불로 줄여 '자작자각' 계속 끓인다.

전기밥솥에 밥을 한다. 밥이 다 될 쯤이면 백숙도 잘 익었다. 젖가락으로 찔러 쑤욱 들어가면 다 익은 거다.

닭을 꺼내 왕접시에 담고 마늘과 고구마 등을 건저 주변에 올린다. 가족들과 백숙을 먹는 동안 백숙국물에 밥을 넣고 약한 불로 끓여주면 닭죽이 된다.

백숙 완전 해체 이후 푹 끓인 닭죽 한 사발씩 먹으면 저녁 끝! 이렇게 결혼 11년차 토요일 저녁이 저문다.
IP *.62.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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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0 08:27:58 *.223.60.72

저도 야매요리 애독자에요^^ 난다씨 어쿠스틱라이프 하고 야매토끼씨 야매요리는 제 금, 토의 즐거움입니다. 딸들 머리 묶기에 이어 닭죽까지! 밥을 따로 해서 죽을 쑤는 건 살림 많이 해 본 분들의 비법이지 말입니다. 가족의 에피소드가 사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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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0 13:58:54 *.62.204.64
야매요리 애독자 여기도 계셨군요. ^^ 난다씨 어크스틱 찾아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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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0 10:53:36 *.196.54.42

일등 남편, 일등 아빠, 요리하는 아빠!

음식에 가족사랑을 담는 님은 최고의 요리사,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는 모습 보기 좋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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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0 14:00:44 *.62.204.64
세상 험난한 일 많을 수록 기쁨을 쫓아 살아보려고 합니다. 저도 님의 아이디처럼 구름에 달 가듯 자유롭게 사는 게 늘 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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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0 11:19:49 *.94.164.18

대체 못하는게 뭐에요?

아이들과 놀아주기, 요리, 철학....아! 술이구나!

멋진 아빠에 멋진 남편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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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0 14:02:30 *.62.204.64
말씀하신 거 전부 살짝 살짝 얇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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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0 21:19:41 *.36.158.63
아빠표 닭백숙이 앨리스언니네 감기 처방법이구나! 감기 걸렸을 때 읽고싶은 따뜻한 글이여요.
(저도 야매요리 팬입니당 ㅎㅎ )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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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1 00:03:20 *.62.175.124
팬 또 계셨군요. ^^ 힘들고 어려운 일상에서 가족 외에도 이렇게 등을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네요. 우린 행복한 사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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