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 조회 수 3983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나는 요즘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보고 있습니다. ‘너의 삶, 설레며 살고 있는가?’ 내 삶은 설렘이 있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나는 아침마다 설렙니다. 마당 한 구석에 상추며 가지, 고추며 파 같은 푸성귀를 심어두었는데, 녀석들이 자라 올라오는 모습을 보기 위해 걸음을 놓을 때마다 나는 설렙니다. 달력에 잡힌 강연 스케줄 하나하나를 소화하기 위해 청중에게로 향하고 그들과 눈빛이며 호흡을 나누는 순간도 나는 설렙니다. 돌아와 밤 하늘 별을 볼 때도, 막 날기 시작한 반딧불이 불빛을 주시할 때도, 철새들 노랫소리를 들을 때도 나는 예외 없이 설렙니다. 아주 가끔 딸 녀석 밤 하굣길, 교문 앞에서 녀석을 기다릴 때도 나는 설렙니다.
설렘보다 오히려 답답하고 묵직한 마음이 드는 부분도 내 삶에는 자주 있습니다. 특히 뜻하지 않은 인연이 생겨나 피로를 만들고 오해를 일으키고 그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 내 힘으로는 당장 어쩌기 어려운 사태들이 빚어질 때 나는 오히려 숲에 살며 추구하고 있는 그 무엇인가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기도 합니다.
설렘에 대해 생각하다가 ‘설레임’과 ‘설렘’에 대해 찾아보았습니다. ‘설레임’은 ‘설렘’의 잘못된 표현임을 알게 됩니다. 한 아이스크림의 이름으로 쓰이면서 ‘설렘’보다 더 자주 사용되고 있는 ‘설레임’의 바른 표현은 ‘설렘’이라는 것이지요. 깊게 생각해보니 설레인다는 것은 수동성을 품고 있으므로 당연히 능동성을 지닌 설렌다는 표현이 맞겠구나 싶습니다. ‘설레이다’는 그 감정의 원인이 나의 외부로부터 온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렌다는 것은 내가 일으키는 감정이 맞는 것이지요.
그래서 생각하게 됩니다.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혹은 그 어떤 사태에 대해서도 더 이상 삶이 ‘설레이지’ 않는다는 것은 내 밖에서 일으켜 놓은 어떤 요인에 이끌리고 눈멀었다가 그것이 벗겨지면서 만나게 되는 감정의 사태인 것이구나. 반면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는 것은 스스로 품고 일으켰던 애정이 사그라지는 것이 핵심적 원인이겠구나. 이를테면 장미꽃에 ‘설레였다’면 그 꽃이 시들면 더는 장미나무에 ‘설레이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반면 농사에 설레는 사람이라면 상추나 고추, 가지 따위가 때를 지나 결실을 다 거둔 뒤에도 그 사윈 자리의 땅을 보며 다시 농사를 지을 마음으로 ‘설렐’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앞으로는 설레이지 말고 설레야겠다.’ 그대 삶과 사랑과 일은 어떠신지요? 자주 설레시는지요? 그러시기 빕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936 | 삶에 재채기가 필요한 때 | 김용규 | 2014.12.18 | 2797 |
1935 | "공부를 선택"한 고3 아들 [3] | 차칸양(양재우) | 2015.02.03 | 2798 |
1934 | 인간은 영혼이 외로워 예술을 만들고 [1] | 구본형 | 2007.12.07 | 2800 |
1933 | 인생의 안전벨트 [2] | 문요한 | 2010.05.05 | 2800 |
1932 | 입춘을 맞으며 [2] | 김용규 | 2011.02.02 | 2800 |
1931 | 나의 욕망 속에는 우리도 있는가? [1] | 김용규 | 2009.09.10 | 2801 |
1930 | 다시 배우는 삶의 고마움 [2] | 신종윤 | 2010.12.06 | 2804 |
1929 | 보호와 손상을 구분하라 [1] | 문요한 | 2010.10.27 | 2806 |
1928 | 생명연장 프로그램 [1] | 문요한 | 2010.03.31 | 2807 |
1927 | 제 살을 깎아야 이루어지는 성장 [9] | 김용규 | 2009.11.12 | 2808 |
1926 | 그녀가 안겨 준 고민 [3] | 김용규 | 2010.07.22 | 2808 |
1925 | 건강 관리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 연지원 | 2013.12.16 | 2809 |
1924 | (19)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 서지희 | 2009.05.13 | 2810 |
1923 | 방황에 대하여 : 다시 본질로부터 | 김용규 | 2014.08.07 | 2811 |
1922 | 책을 쓰며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정신 [2] | 김용규 | 2010.04.15 | 2813 |
1921 | 천천히 들어가봐 | 문요한 | 2014.03.19 | 2813 |
1920 | 또 하나의 달 | 書元 | 2014.06.07 | 2814 |
1919 | 2008 년 '마음을 나누는 편지' 새로운 필진 [5] | 구본형 | 2007.12.28 | 2815 |
1918 | 나의 욕망은 진짜인가? [3] | 신종윤 | 2009.07.27 | 2817 |
1917 | 한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3] | 문요한 | 2010.05.12 | 2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