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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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기질은 창조성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일곱 명의 위인의 삶을 통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정돈된 전기를 읽어보면서, 나는 내 인생이 어땠는지를 깊이 돌아보았다. 잘 기억 나지도 않고, 별로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순간들 속에도 어쩌면 지금의 나를 좀 더 이해하게 되는 단서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다. 나는 이것을 누군가를 탓하기 위해서 쓰기로 한 것은 아니다. 다만 훌륭하게 정리된 일대기를 읽으면서 내 삶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은 한 번에 잘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찾아낸 것들을 모두 칼럼으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밤바다 같이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바닷물 밑에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가라앉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불쑥불쑥 그런 것들이 떠올라 나를 당황하게, 화나게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 것들은 무척 어둡고 훈훈하거나 밝지 않지만, 도대체 어떤 일들이 내 안에 들어있는지 꺼내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학교 다닐 때 대부분은 지겨워하면서 보냈고, 나머지는 잊고 싶었던 모양이다. 홀든이나 스티븐 디덜러스처럼 쓰레기통 속에 들어가 있지는 않았지만, 나는 친구가 적었고 다른 아이들과 그다지 말을 많이 섞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어렸을 때의 나를 좀 엉뚱해서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아이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취급 덕분에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거의 말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누가 내 말을 잘 못 알아 들어도 상처받지 않은 척 하려고 노력했다.
나의 몽상가적 기질을 안 사람들이 내게 알퐁스 도데의 꼬마 철학자 같은 책들을 선물했다. 나는 책을 선물해준 사람들이 책을 읽어보고 준건지 궁금했다. 주인공이 어렸을 때 늘 다른 아이들에 의해 청소도구함이나 쓰레기통 속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어린 아이의 기준에서 그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고민만 많은 시덥잖은 어른처럼 보였다.
중학교는 정글 같았다. 그 때는 나 말고 다른 아이들도 모두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춘기였다. 나는 그곳에서 성적과 힘으로 유지되는 권력과 인간의 잔인성을 확인했고, 나조차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씁쓸함을 알게 되었다. 반면에 중2 겨울 방학 때 엄마가 회사를 나오시면서 내 대입 준비를 지원해주며 공부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도 아이들과 잘 못 지내는 것은 여전했다. 나는 좀더 예민하고 불만에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내가 무슨 원인으로 그렇게 감정적인 건지는 몰랐다. 그러나 삭막한 곳에서도 우정이 생기듯 지금까지 만나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훈련하는 기회도 있었다. 나는 학교에서 배운 과목들을 좋아했고, 내가 어른이 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일상은 지겨웠지만, 이제 학창시절 같은 건 이제 거의 끝나간다는 생각에 묘한 해방감 같은 것이 들기도 했다.
대학교는 재미있었다. 뜻대로 안 되는 것들이 더 많았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이것저것 욕심대로 다 해보고 싶어 하다가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지만 중간중간에 만났던 즐거움도 컸다. 처음 입학했을 때는 인문학 전공을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컸지만, 경영학이 생각보다 할 만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형이상학적인 것을 배우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만져지는 현실을 이해하는 틀을 배우는 것이 내 기질에 더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드디어 내게도 여러 친구들이 생겼다. 같은 과에서, 학원에서, 교환학생으로 갔던 칠레에서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지금 이 칼럼에 적은 것은 학생시절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적었던 것들의 극히 일부이며, 표현도 순화된 것들이다.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미화된 기억이라고 한들, 언제나 그때 나름대로 격한 고민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고민의 흔적은 시간이 흘러가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고민과 상처가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다. 한 마디로 나는, 맺힌 게 참 많은 사람이었다. 속내를 적절하게 이야기 하는 것을 어려워 했고, 누구도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자 결국 나는 포기해버렸다.
이제와서 내 인생에 나를 찾아보겠다고 나서고 있다. 좀 더 시간이 지나서 지금 스물 여덟 즈음을 돌이켜보면 어떤 기억이 들지 궁금하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내가 어떤 일들을 해낼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최소한 지금까지보다는 훨씬 괜찮은 삶이 되었다. 또 예전의 나보다 지금의 나를, 나는 훨씬 좋아한다. 이런 속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 해본다. 또한 내 속에 어떤 기억들이 잠들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속으로만 쌓아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차라리 조금씩만이라도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음.. 저의 문제는 제가 서운하고 속상했던 것을 그렇게 만든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다는데 있었어요.
늘 곁에 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제라도 이야기하고 그 때, 나 그렇게 느꼈답니다. 하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었어요. 그러고나면 저를 상당히 존중해주는 부분이 있으면서 서운했던 상처가 아물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더 어렸을 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저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사람에게는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할수가 없더라구요.
이제와서 다시 만나러 갈 이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고 ㅋㅋㅋ 그런 고여있는 부분을 쓰면서 정리했던게 좀 도움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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