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종종
  • 조회 수 1881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4년 5월 26일 09시 39분 등록

Book Review

열정과 기질

강종희

2014. 5.26

 

  1. 저자 만나기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하워드 가드너(1943년 출생)는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육심리학과 교수이자 하버드대 심리학과 겸임 교수이다.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의 창시자로, 그의 교육심리 이론은 여러 나라에 도입됐다. 또한 다중지능이론을 교육 현장에서 실천하는 학교와 연구소가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인간의 예술적·창조적 능력의 발달 과정을 분석하는프로젝트 제로연구소의 책임자로서 20여 년간 지능과 창조성, 리더십, 교육방법론, 두뇌개발에 관한 연구 결과를 꾸준히 발표해 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윌리엄 데이먼과 함께굿 프로젝트활동을 하면서 바른 사람, 바른 노동자, 바른 시민을 길러 사회를 변화시켜나가는 데 열정을 기울여왔다.

    그동안 <열정과 기질> <체인징 마인드> <마음의 틀> <다중지능: 인간지능의 새로운 이해> <진선미> 29권의 책을 출판했고 32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최근 저서로는 2014 10월 영어로 출간된 <앱 세대(The App Generation): 오늘날 젊은이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친밀감 그리고 상상력을 펼치는 방식>이 있다.

    다중지능이론

    가드너는 인간의 지능은 그동안 IQ 위주로 단일하게 평가돼 왔지만, 실상은 8가지 다양한 능력으로 이뤄진 다중지능이론을 주창함으로써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8가지 지능은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논리수학지능, 언어지능, 공간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자연친화지능이다. 각각의 지능이 드러나는 정도를 조합하면 개인이 갖는 잠재력과 개성은 무한하다.

    가드너 교수가 제시한 8가지 인간 지능은 시간이 지날수록 뇌과학으로 더욱 풍부하게 증명되고 있다. 사고로 두뇌의 일부가 손상되면서 각각의 지능이 급격히 줄어드는 임상을 봐도 각 지능이 독립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 마음에 들어온 글

 

8. 이 책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창조성의 본질을 밝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창조자의 배출을 가능하게 한 현대사회(modernera)라는 시대적 특성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먼저 그 첫번째인 창조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서, 가드너는 이 질문을 창조성이란 어디에 있는가?’로 전환시켜 대답하고자 한다. 그는 <개인>-<>-<타인>이라는 창조성 소재 모형을 제시한다.

 

이 모형에 따르면 개인은 내부에 어떤 분야의 대가가 될 만한 소질을 싹으로서 가지고 태어나는데, 이것만으로는 창조성이 발휘되는 성인으로 성장해 가지 못하고, 우선 그러한 소질을 심화하고 강화시킬 수 있는 적절한 일의 체험기회(교육, 훈련)를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며, 이러한 체험의 과정에서 타인(가족, 친구, 경쟁자, 후원자 등)으로부터 격려와 지원을 받는 의미 있는 인간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

가드너의 창조성 소재 모델은 창조성 연구의 지평을 거대하게 넓힌다. 그는 창조성을 단일 능력으로 보는 입장에 반대한다.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창조성이 존재한다고 보지 않고, 창조성에도 종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논리-수학 영역에서만 창조성이 뛰어났다. 간디는 인간 친화 영역에서 창조성이 뛰어났으며, 마사 그레이엄은 신체운동 영역에서,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에서, 엘리엇은 언어에서, 프로이트는 자기성찰 영역에서, 그리고 피카소는 공간영역에서 창조성이 돋보였다는 것이다.

 

가드너가 보기에 한 개인 속에 잠재한 창조성의 본질은 지능적 요소와 기질적 요소의 특이한 조합이었다. 피카소의 시대에 피카소의 주변이나 그가 모르는 사회에서는 그와 유사한 소질과 재능을 지닌 사람만이 수백 명 이상 존재했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유독 피카소만이 그런 창조적인 작품을 그렸고, 또한 명성까지 얻을 수 있었을까? 가드너는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 개인의 구체적인 경험과 환경을 들여다봄으로써 공통적 패러다임을 추출해낸다.

 

15. 나는 지난 25년 동안, …. 연구소의 동료들과 내가 천착한 주제는 왜 어떤 아동들은 음악가나 시인, 혹은 화가로 자라나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예술가가 되지 못하는지, 그리고 이런저런 예술적 재능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어떤 방식으로 개발되거나 혹은 위축되는가 하는 문제였다.

 

뜻이 묘하게 얽힌 탓이겠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예술 art 과 창조 creativity 이라는 단어를 비슷한 뜻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19. 10년 주기론은 그 중의 하나이다. 창조적 대가를 연구한 결과 그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대체로 10년간의 준비를 거쳐 창조성이 성숙하고, 10년간의 창조성을 발휘하며, 다음 10년간 그 창조성을 다시 다른 분야로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것과 유사한 것인가.

 

20.

젊은이

 

불행하고 어리석은 젊은이여

도회의 한 구역에서 방금 돌아온 젊은이여

안개 서린 전차 창문으로 비치는,

군중의 비참하고 불안한 모습들

사치스런 장소에 들어갈 때마다 밀려드는 두려움

모든 게 너무 비싸기만 하다, 너무 고급스럽다,

자네의 미숙한 매너와 유행에 뒤진 옷, 그리고 서투른 행동을

사람들은 다 알아봤을 테지.

 

자네 곁에 서서 이렇게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당신은 잘생긴 청년이군요,

당신은 건장하고 튼튼해 보입니다,

당신이 불행하다니 믿기지 않는군요.

 

낙타 털 외투를 걸친 테너 가수를 부러워할 필요도 없지

자네가 그의 마음 속 두려움을 알고 그가 어떻게 죽을지 안다면

 

자네의 근심거리인 빨간 머리 여인,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는 마치 불 속의 인형처럼 보이고

그녀가 익살꾼들의 놀림에 깔깔대는 것을 자네는 이해하지 못할 테지.

 

자네를 떨게 하는 저택

눈부신 아파트-

바로 이곳에서 기중기가 잡석을 치웠다네

 

자네 차례가 오면 자네도 무언가를 소유하고 지키고

아무런 이유가 없을지라도 자부심을 느끼겠지.

 

소원은 이루어 질테고, 그러면 자네는

연기과 안개로 짜여진 시간의 정수를 갈망할 테지.

 

변치않는 바다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단 하루에 불과한 무지개빛 인생.

 

자네가 읽은 책이 무슨 소용이겠나

답은 찾았지만 해답 없는 인생을 살았을 뿐.

 

자네는 남쪽 도시의 거리를 걷게 될 거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황홀하게 바라보겠지

간밤에 첫눈이 쌓인 하연 정원을.

 

  • 체스와프 미워시(Czeslaw Miloz)

 

38. 재정식화(reformulation)의 특징은 역설적이게도 각 분야의 기본 요소로 회귀한다는 점에 있다. 그러니까 가장 단순한 형태와 소리, 이미지, 수수께끼로의 회귀를 일컫는데, 이는 가장 기본적인 충동과 가장 정교한 이해가 결합되는 다소 묘하긴 하지만 매우 생산적인 정화 과정이라고 할 만 한다. 게다가 나는 창조적인 혁신에는 아이다운 천진성과 어른의 원숙함이 결합해 있다고 생각한다. 20세기의 고유한 천재들은 어린 아이의 감수성을 체화하고 있었다.

 

45. 내 연구에서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는 과학자로서, 내가 논리 수학지능(아인슈타인의 경우)과 인성 지능(프로이트의 경우)이라 부르는 지능이 우수한 사람들이다. 다른 네 명의 대가들은 모두 예술 분야에서 혁신적인 도약을 이뤄냈으며, 각기 다른 지능을 대표한다. 피카소는 시각 공간 지능이 우수한 회화의 거장이었고, 스트라빈스키는 음악 지능이 뛰어난 음악의 혁신가였으며, 엘리엇은 언어 지능이 탁월한 언어의 마술사였고, 그레이엄은 신체 운동 지능이 출중한 무용의 대가였다.

 

반면 정치와 종교, 교육, 상업, 임상 분야 등 인간관계의 영역에서 창조성을 논하는 왠지 가당치 않다는 느낌을 주곤 한다.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보다 예술가와 과학자가 창조성 논의에 더 적합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는 지엽적이다. 다른 이유가 좀더 실질적인데, 정치를 비롯한 인간관계의 영역에서는 창조적인 도약이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나고, 따라서 어떤 특정한 창조적인 도약을 특정한 역사적 순간에 활약한 특정한 개인과 동일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인관계 방면에서 최근의 창조적 인물은 인도의 정치 및 종교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가 유일하다. 간디는 그가 몸소 관여해서 폭넓게 검토하고 세심하게 실험하면서 인간의 갈등을 폭력 없이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사티아그라하(satyagraha)는 소모적인 대결과 비열한 복종, 그리고 폭력에 대한 호소 없이 귀중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는 방도를 찾는다. 간디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상적 영향을 미쳤는데, 좀더 인상적인 사실은 몸소 용기있는 행동을 실천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동의 귀감이 되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간디는 20세기의 전체주의 지도자들보다 더욱 건설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고, 상업주의나 대중매체의 영향에 비해 훨씬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

 

48. 헤겔적 사고방식의 핵심만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 역사에는 고유한 추동력이 있어서 일정한 시대에는 특정한 시대정신과 주제가 전면에 나서고 시대가 바뀌면 다른 시대정신에게 자리를 내주는 식으로 역사가 나선형적(변증법적)으로 진행한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특정한 시대정신을 예측할 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과거에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한 시대의 고유한 모습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은 시대정신 Zeitgeist, 즉 특정한 개인이 우연히 그것을 일깨우고 결과적으로 (어쩌면 의도와 상관없이) 그것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시대정신이 존재한다는 견해를 신봉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역사를 우연적인 것으로 파악한다. 미리 앞서서 미래에 생길 일을 규정하는 정신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장 극적인 역사적 변동을 일으키는 요인은 빗나간 총탄이라든가 화산 폭발과 같은 역사적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바탕에 구조적인 뼈대가 존재한다는 믿음이라고 해도 모두 헤겔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최근 프랑스의 혁신적인 이론가 미셸 푸코는 역사적 시대는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지식의 본성에 관한 (보통은 무의식적인) 가설들에 의해 특징지워진다고 주장했다. 푸코는 이 같은 구조주의적 입장에서 17세기를 바라보면서, 생물학과 경제학, 언어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작동하는 지식이 동일한 분류학적 가정을 토대로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물론 이러한 뼈대는 고정된 방식으로 작동하지는 않지만, 거의 동시에 나타나고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53.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걸쳐 서유럽과 동유럽에 만연한 것은, 한편으로는 기존 사회제도의 퇴조와 공통 지식의 소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대개는 불온하다 싶을 정도로 낯설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무모한 창조적 열정이었다.

 

55. 관습에 도전한다는 것은 사실 모든 혁명적 시대의 특징으로서, 그 도전의 성격은 별개의 문제이다. 내가 보기에 이 책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은 분야들에서 생겨난 도전들은 상당히 비슷하다. 각각의 분야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단순한 형식을 추구한다는 점, 전통적으로 아이들이 매달리는 문제나 개념들과 씨름한다는 점, 낡은 문명이 죽고 새로운 (그러나 아직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문명이 탄생하는 장면을 포착하고 기록하려고 한다는 점 등이 비슷하다. 이러한 혁명은 백 년에 한 번 일어날지 모르며, 어쩌면 천 년에 단 한 번 일어날지도 모른다. 이러한 중대한 변화에 대해서는 에필로그에서 좀 더 상세히 살펴보겠다.

 

59. 수 십년 동안 심리학자들은 상당한 논쟁과 실험을 거친 후에 다음 세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 창조성은 지능과 다르다는 점이다. 창조성과 지능은 서로 관련되어 있지만, 지능이 우수하지 않아도 창조성이 풍부한 사람도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게다가 재능이 풍부한 사람들을 검사할 경우에는 일단 IQ 120이 넘으면 심리측정학적으로 창조성과 지능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74. <창조성 연구의 주요 요소>

 

1. 구성적 주제

아동과 창조적인 어른의 관계

창조적인 인물과 다른 사람들의 관계

C. 창조적인 인물과 작품의 관계

2. 구성적 틀

발달

인생 행로

창조 활동

상호관계: 개인과 분야 및 장의 상호 작용

정의

학제적인 분석 틀

창조성은 어디에 있는가?

C. 생산적인 비동시성

3. 경험적 조사 문제

개인

인지적 문제

성격과 동기부여 문제

사회적 심리적 문제

삶의 패턴

분야

상징체계의 특성

활동 유형

패러다임의 지위

스승과 경쟁자 및 추종자의 관계

정치적 갈등

3. 위계적 구조

4. 새로 발견한 주제

도약의 시기에 얻는 인지적 정서적인 도움

B. 파우스트적 거래

 

78.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거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경우에는 유년기야말로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실상 창조적인 인물이란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에 품었던 수많은 의문점과 문제의식, 그리고 주변사물을 관찰하는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에 품었던 수많은 의문점과 문제의식, 그리고 주변 사물을 관찰하는 섬세한 감수성을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가장 선진적인 이해방식과 결혼시키는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이다. 창조적인 사람이 유년기의 창조성 자본에 되풀이해 의존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다. 

 

79. 어느 분야의 전문 지식에 정통하려면 아무리 열광적으로 몰두했더라도 최소한 10년 정도는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창조적인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에서 통용되는 지식에 통달해야 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10년 정도의 꾸준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의미 있는 도약을 이룰 수가 없다. 흔히 모차르트는 이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라고 말하지만, 그 역시 10년간 수많은 곡을 쓴 다음에야 훌륭한 음악을 연거푸 내놓을 수 있었다. 우리가 다루는 일곱 명의 창조자들 역시 혁신적인 업적을 이루기 전에 최소한 10년의 수련기를 거쳐야 했다. 물론 더 오랜 세월이 필요했던 인물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대다수는 또 다른 10년 후에 다시 한 번 중대한 혁신을 이루었다.

 

82. 처음의 노력은 대개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며,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장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믿을만한 길잡이도 없다. 창조자는 자신의 직관을 믿어야 하고, 아무 보성도 없는 반복적인 실패에도 꿋꿋이 버텨야 한다.

 

83. 창조적인 인물이란 어떤 분야에서 처음에는 참신하게 여겨지지만 종국적으로는 특정한 문화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작품을 창조하고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을 말한다.

 

88. 칙센트미하이는 어떤 식의 창조성 연구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세 가지 요소(결절점)을 지적한다.

1)재능있는 개인, 2)그 개인이 활약하는 특정 분야나 학문 영역, 3)인물과 성과물의 질적 수준을 판단하는 장()

칙센트미하이의 설득력있는 설명에 따르면, 창조성은 어느 한 요소나 한 쌍의 요소에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성은 이 세 요소가 변증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으로 보때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97. 도약의 시기에 받는 지원

첫번째 사안은 창조자가 가장 중요한 도약을 이루는 시기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표면에 등장한다. 이 시기에 적어도 일부의 창조자들은 아주 친밀한 동료의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연구에서 드러난 사실은 좀더 극적이었다. 창조자들이 중요한 지원과 격려를 받는다는 것은 물론이고, 그 지원 체계에는 규정 가능한 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우선 창조자들은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의 정서적인 지원도 필요하고, 자신이 이룬 획기적인 도약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의 인지적인 지원도 필요로 한다. 한 사람이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할 수 있는 상황도 있고, 이런 이중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거나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창조자와 다른 사람들의 관계는 두 가지의 상이한 관계 유형과 비교하면 유용하다. 하나는 어린 아이와 보육자의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좀 더 자란 후의 젊은이와 주변 친구들의 관계이다. 새로운 상징체계를 전달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아이들에게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보육자와 닮은 점이 있고, 그러한 상징체계를 발전시키는 사람은 공감어린 동료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젊은이와 닮은 면이 있다. 어쨌든 나는 개인 창조자에 관심이 있는 심리학자이기 때문인지, 창조적인 도약 주위에 강렬한 사회적 정서적인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꼈다.

 

98. 파우스트적 거래

두 번째로 발견한 사항은 창조자의 성년기를 거의 포괄할 만큼 더 긴 세월을 아우른다. 이 연구를 통해 나는 각각의 창조자들이 모종의 거래나 계약, 다시 말해서 파우스트적인 협정을 맺은 것을 발견했는데, 이들은 이 협정을 자신의 비범한 재능을 오랫동안 발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겼다. 대체로 창조자들은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특히 원만한 삶을 포기하면서까지도 자신의 일에 매진하려고 한다. 이러한 계약의 성격은 사례마다 조금씩 다르다. 금욕적인 삶을 다짐하는 경우(프로이트, 엘리엇, 간디)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경우(아인슈타인, 그레이엄)도 있다. 피카소는 이런 거래가 거절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고, 스트라빈스키는 공평무사한 태도를 버리면서까지 주변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갈등을 빚었다. 이 범상찮은 협정에는 이런 계약을 강박적 이리만큼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으면 자시의 재능이 손상되거나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 서려 있다. 실제로 계약 이행이 느슨해지면 창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가 있다.

 

프로이트

 

126. 훔볼트의 앵무새 독일의 박물학자이자 탐험가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남미 탐험 중에 한 원주민 부족에게 얻은 앵무새를 가리킨다. 이 앵무새는 다른 부족의 언어를 흉내 냈는데, 그 이유를 묻자 원주민은 자신들이 이웃 부족을 공격하여 몰살하는 과정에서 얻은 전리품이라고 말했다. 이 앵무새는 전멸당한 부족의 언어를 말하는 유일한 생존자였다. 이런 의미에서 이 새는 프로이트가 처한 고립무원의 상황을 나타낸다.

127. 당시 나는 고독의 극에 도달해 있었다. 옛 친구는 모두 잃었고, 새 친구는 아직 생기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무도 나를 주목하지 않았는데, 그나마 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오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꿈의 해석> 집필을 막 시작한 참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시기를 살아내고 견뎌내서 나는 긍지와 행복감을 느꼈다….

 

그 외로웠던 시절, 요즘과 같은 압박감이나 분망한 일이 없었던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 영광스러운 영웅시대처럼 느껴진다. 나의 찬란한 고립에는 분명 장점도 있고 매력도 있었다.   

 

p 134

프로이트는 정신 기관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어휘를 모두 스스로 만들어냈다. 묶인 양과 묶이지 않은 양, 세 종류의 뉴런, 신경의 힘에 관한 경제학적 관점 등이 그런 어휘들의 예이다.

 

136. 창조적인 인물들은 근본적인 비약을 이루기 직전에, 자신이 새로 만들어낸 언어를 믿을만한 친구에게 시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도 자기가 아주 미친 것이 아니며, 정말 중요하고 새로운 경제에 이르렀다는 것을 확인 받고 싶은 심정 때문일 것이다. 소통에 대한 이러한 욕망은 인지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는다. 창조적인 인물들은 학문적인 이해 뿐만 아니라 정서상으로도 무조건적인 격려와 지지를 원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소통에 대한 이런 필사적인 노력은 엄마와 아이 사이에 맺어진 최초의 소통 관계와 어린 시절의 친구 관계를 회복하려는 심정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137. 프로이트는 모든 꿈에는 모종의 소원이나 환상이 담겨 있다고 믿게 되었다. 꿈은 억압된 소원이 위장 실현되는 과정이며, 예전의 결심이나 근심 혹은 욕망을 마음속에서 지속적으로 처리하는 수단이다.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소원이 위장되지 않고 명백하게 드러나며, 어른의 경우에는 대게 더욱 복잡하고 위장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139. “나에게 가장 중요한 환자는 바로 나 자신이라네.” 아마도 이 무렵에 프로이트는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그는 공감적인 청자(sympathetic listener)의 역할을 자기 내부에서 스스로 창조한 정신분석가에게 맡겼던 것이다.

 

아인슈타인

 

169. 내가 어떻게 상대성 이론을 발견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보통 어른이라면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생각하느라 길을 멈추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런 문제는 아이 적에나 골몰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지능 발달이 더뎌서 어른이 된 뒤에나 겨우 시간과 공간에 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나는 보통 능력을 가진 아이보다 그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었다.

 

171. 물리학자들이란 인간 피터팬이다. 그들은 결코 어른이 되지 않으며 언제나 호기심을 갖고 있다. 세상 물정에 밝아지면, 호기심을 갖기에는 너무 많이, 지나치게 많이 알게 된다.

 

198. 권위에 반발하는 기질을 타고 난 아인슈타인은 특히 젊은 시절에는 윗사람에게 도전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물리학 분야의 기존 문헌들을 세세히 알지 못한다는 점에 일종의 자부심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는 가장 야심적인 도전 앞에서 몸을 사리는 과학자들에 대한 경멸감을 감추려들지 않았다. ‘나는 나무 판자를 들고서는 제일 얇은 부분만 찾고 구멍 뚫기가 쉬운 곳에만 송곳을 들이대는 과학자를 참기가 힘들다

 

204.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논문은 간결하고도 단도직입적으로 서술되었다. 학술적인 장식은 일체 배제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참고 문헌을 하나도 인용하지 않았으며, 친구 베소에게만 감사 표시를 했고, 상대성 문제를 건드린 다은 전문가들을 논박하지도 않았다. 이 논문의 초고 역시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물리학자 헤르만 본디는 이런 논문은 연구성과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읽고 싶어하는 마음이 들도록 참고 문헌이나 기존 연구자에 대한 자세한 언급 없이 쓰여진 것이다. 이런 논문은 그 결과를 발견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거의 말해주지 않는 법이다. 아인슈타인은 풍부한 사색을 통해 얻은 결론을 자신이 보기에 가장 논리적이고 단도직입적인 방식으로 써내려갔다는 느낌을 준다. 나중에 그는 오랜 시간 검토했더라도 논문의 내용이나 형식을 그다지 바꾸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22. 제 대답을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말고 그저 농담 한 마디 정도로 받아들인다면, 제 이론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우주의 모든 물질이 사라져도 시간과 공간은 그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 역시 물질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지요.

 

223. 1920년대 내내 아인슈타인은 평화주의운동과 연대했으며 시온주의를 지지했다. 그는 독일에 대해서는 애증의 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과거의 훌륭한 과학과 문학에는 자부심을 느꼈지만 전체주의가 출현하는 징후는 공포스럽게 지켜보았다. 독일은 인간성의 희망과 위기를 모두 상징했다.

 

230. 신은 우주를 가지고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

 

236. 사실 아인슈타인은 만년의 30년 동안 오히려 철학자에게 어울리는 문제에 상당한 정력과 재능을 쏟았다. 과학을 실제에 응용하는 문제, 과학의 매력, 과학의 인식론적 성격, 사유의 심리적 측면, 상식과 과학적 사유 간의 관계, 과학에서 심미적 감수성이 담당하는 역할 등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과학과 인식론은 긴밀하게 연결되었다는 점, 과학적 사유란 단지 상식의 확장에 다름 아니라는 점, 과학자와 예술가는 모두 일상에서의 도피를 추구한다는 점, 과학자로서의 그의 임무는 신이 마성적으로, 그러나 전혀 불가해하지는 않게 우주에 짜 넣은 구조의 주요 요소를 알아내는 데 있다는 점 등이었다.

 

그는 기탄 없이 말했다. ‘나는 신이 어떻게 우주를 창조했는지 알고 싶다. 이런저런 현상이나 이런저런 요소에 대한 각양각색의 견해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신의 생각이다. 나머지는 지엽적인 것이다.

 

236. 어린 시절의 천재란 주로 명민하고 신속하게 직관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직관과는 다른 이해능력, 즉 성찰적인 지혜(reflective wisdom)라고 부를만한 능력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계속 성숙한다.

 

236. 그는 그의 사위가 쓴 전기 서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들 각자는 무궁무진한 자연이 그저 놀이 삼아 우리 내부에 심어 놓은 비합리성과 비일관성, 우스꽝스러움, 광기 등을 품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를 간과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이 호된 시련을 겪을 때면 언제든 이런 요소가 불거진다.

 

240. 나는 사회 정의와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열정적일 만큼 관심이 많은데 비해, 이와는 이상하리 만치 대조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직접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협동 작업에는 익숙치 않고 혼자서 일하는 스타일이다. 이러한 고립은 때로 쓰라린 기분을 느끼게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이해와 공감을 얻지 못한 것 후회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보상이 있었는데, 나는 관습이나 다른 사람의 의견과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그와 같은 변덕스런 토대에 내 정신을 의존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피카소

 

259. 학생이라면 마땅히 잘 해내야 하는 일을 잘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자기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를 맹렬하게 파고들어서 개인적인 좌절감을 극복하고 가족들에게 자기의 진면목을 보이고자 하는 법이다.

 

263. “그 나이 적에 나는 라파엘로처럼 그릴 수 있었지만, 그 아이들처럼 그리는 법을 배우기까지는 평생이 걸렸습니다.” - 피카소

 

269. 피카소가 처음 인정을 받은 시기를 청색 시대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그는 파리의 비참한 생활상을 주로 그렸다. 거지들, 슬픔에 잠긴 부부, 가난한 가족 등 비참한 삶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렸으며, 이들 인물도 개별적인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묘사했다. 그는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 파괴된 가정, 북적이는 대도시에서 군중과 유리된 익명의 인물 등에 이끌렸다. 이를 두고 비평가들은 끔찍한 아름다움 이라 부르거나 메마른 슬픔, 혹은 삶에 대한 비관적인 느낌 이라 불렀다. 심지어 그는 매춘부들을 철저히 탐구하기 위해 생 라자르 감옥에 가기도 했다.

 

277. 피카소를 비롯한 위대한 예술가들이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 창조한 대표작들은 개인적 의미가 깊이 담긴 사건과 정서를 보편적인 주제와 이미지로 표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278. 초상화가 스타인을 닮지 않았다는 비난을 듣자 피카소는 세기의 농담이라고 할만한 유명한 말로 대꾸했다고 한다. “별로 걱정할 필요 없어. 결국은 스타인이 저 그림을 닮게 될 테니까.”  

 

287. 피카소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이러한 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그림은 자유다. 도약하면 밧줄을 놓쳐 추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이 부러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무슨 좋은 점이 있겠는가? 도약하지 않는 것뿐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일깨워야 한다. 그들이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미지를 창조해야 한다.

 

293. 우리가 입체주의를 창시했을 때는 입체주의를 창안하겠다는 의도는 없었고, 그저 우리의 내면에 있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

 

307. 화가란 결국 무엇이겠는가? 다른 사람들의 소장품에서 본 그림을 그려서 자신의 소장품으로 만들고 싶은 수집가가 아니겠는가. 시작은 이렇게 하더라도 여기서 색다른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 피카소

 

321. “정신적 가치가 삶을 영위하고 작품활동을 하는 토대인 예술가들은 인간성과 문명의 가장 숭고한 자치가 위기에 처한 갈등 상황에 대해 오불관언(吾不關焉)의 태도를 보일 수도 없고 보여서도 안 된다. 항상 아는 이렇게 믿어왔다…. 예술가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백치이다….. 정치적인 존재이면서 동시에 심장을 뒤흔드는 정열적이거나 행복한 사건에 민감한 사람이다.… 그림은 집 따위를 꾸미는 수단이 아니다. 그림은 적을 공격하고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전쟁의 수단이다.” – 피카소

 

328. 다른 창조적인 인물 역시 주변 사람들의 죽음이나 불행에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피카소와 관련된 사람들이 비참한 운명에 처한 경우는 그 정도가 심했다. 피카소는 점점 더 자신을 미노타우로스와 동일시해서 여인들이 몸과 영혼을 모두 희생하기를 요구했다. 첫 번째 부인 올가는 정신 이상이 되어 1935년에 죽었고, 가장 낙천적인 성격이었던 마리 테레즈 발터는 스스로 목을 맸다. 지성적인 연인 도라 마르는 신경 쇠약에 시달렸으며, 손자 파블리토는 피카소의 장례식 참석이 불허되자 농축표백제를 마시고 자살했다.

 

329. 피카소는 결코 헌신적인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이 못되었다. 다른 누구보다 자기 만을 추켜세울 수 있는 친구들을 원했다. 그리고 그는 끊임없이 친구들의 헌신적인 자세와 이해 능력, 그리고 인내심을 까다롭게 시험했다.

 

피카소는 나이가 다소 많은 동료 화가 마티스에 대해서만 우정에 값하는 예의를 보였고, 평등한 관계를 인정했다.

 

331. 어린 시절에 일종의 협약, 즉 파우스트적인 계약을 맺었다고 생각했다. 누이동생 콘치타가 죽었을 때 자신의 재능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희생할 수 있다고 다짐했던 것이다. 여러모로 전근대적인 면모가 완강하게 남아 있던 나라와 고향에서 자란 인물로서, 미신에 깊이 사로잡혀 있고 자주 두려움에 시달린 피카소가 자기 나름대로 이야기를 꾸며댄 격이었는데, 이 이야기는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얄팍한 변명의 장막을 마음속에 쳐놓은 셈이었다. 그는 예술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다른 어떤 세속적인 관심사보다 자신의 작품과 생존을 우선시했다.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한 두려움 탓이지만, 그는 죽음에 관해서는 말하길 꺼려했고 다른 사람의 죽음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스트라빈스키

 

337. 잘하든 못하든, 열의가 있든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든, 창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누구나 자신의 경력을 관리하는 일에 만만찮은 정력을 쏟아야 한다. 정치적 행위에 나섰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행위를 도외시하면 아무리 포부가 큰 예술가라도 영원히 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342. 무엇을 배우든 신참자가 걸어야 할 길은 하나밖에 없다. 처음에는 학습 과정을 무조건 수용해야 하지만, 이것은 자기만의 표현 방법을 자유롭고 힘차게 추구할 수 있는 수단으로만 삼아야 한다. – 스트라빈스키

 

355. 새롭게 움트고 있지만 아직 분명하게 표현하기 힘든 예술적 이상을 서툴지만 진지하게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상징체계로 전달하고자 했던 시도였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대중의 평범한 평가 기준에 의해 실패할 수는 있을지언정, 창조자 자신에게는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자신이 그 작품을 통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으며, 무엇을 성취하고자 했는지, 나아가서 그러한 목표를 미래의 작품 속에 가장 훌륭하게 담아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384. 낡은 배를 수리하는 것이야말로 예술가의 진정한 임무다. 예술가는 이미 말해진 것을 그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말할 수 있을 뿐이다. – 스트라빈스키

 

386. 나의 재능은 신이 주신 것이다. 나는 매일 그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신에게 기도한다. 어린 시절에 이미 이 재능은 내가 잠시 보관하는 것에 불과함을 깨달았을 때, 내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맨 처음에 말한 생각이 중요하다. 재능은 신이 주신 것이라는... – 스트라빈스키

 

영감이 내게 오지 않으면, 나는 그것을 맞으러 마중나간다. - 프로이트

 

p 388

이 작품을 작곡할 때 무엇보다 나를 매료시킨 것은 손가락이 알아서 상이한 리듬의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손가락을 얕봐서는 안 된다. 악기와 늘 접촉하는 영감의 원천이 바로 손가락이다. - 스트라빈스키

 

390. 나의 행동을 좁힐수록, 그리고 내 주위에 장애물을 더 많이 쌓아둘수록, 나의 자유 역시 더욱 커지고 풍부해진다. 속박을 없애면 그만큼 내가 발휘할 힘도 줄어든다. 더 많은 제한을 부과할수록 우리는 영혼을 구속하는 사슬에서 더 자유로워진다. – 스트라빈스키

 

엘리어트

 

416. 20세기 초반에 들어서면서 영국 문학계는 영국 태생이 아닌 작가들이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제임스 조이스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조지 버나드 쇼는 아일랜드에서, 조셉 콘래드는 폴란드는, 그리고 엘리엇과 파운드는 미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었다. 본토박이가 아닌 경계인 작가들은 영국의 예술 형식이 더 빠르게 변화하는 데 기여했으며, 영국의 예술 작품에 국제적인 흔적을 각인시켰다.

 

437. 소설가 마샤 데이븐포트(Marcia Davenport)는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시인은 모두 요절했다. 소설은 중년의 예술이고, 에세이는 노년의 예술이다.

 

443. 엘리엇은 시를 정서나 개성의 표출이 아니라, 오히려 정서와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로 여겼다. 그는 개성과 정서를 소유한 사람만이 거기서 도피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완벽한 예술가일수록, 번민하는 자아와 창조하는 자아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그는 미숙한 시인은 선배의 작품을 그저 모방만 할 뿐이지만 성숙한 시인은 그 핵심을 훔쳐내서 더욱 개성적이고 훌륭한 작품으로 빚어낸다고 지적했다.

 

444. 그의 생각대로 시인은 어떤 종류의 경험도 소화할 수 있는 감수성을 지닌 존재이다. 시인의 마음은 무수한 감정과 말씨와 이미지 등을 붙잡아 저장해둘 수 있는 용기(容器)와 같다. 이러한 요소들이 무의식적이고 정리되지 않는 산만한 형태로 남아있다가, 서로 융합하여 새로운 화합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

시를 읽는 것은 음악을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논리가 개입하면 방해가 될 수 있는 정서적인 체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시를 가장 좋은 시라고 생각했다. , 무의식의 리듬에 기반해서 창조되고, 그 리듬에 부합하는 시를 가장 좋은 시라고 생각한 것이다.

……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한 정서를 명확히 표현하는 일련의 객관 대상이나 상황, 사건인데, 해당 정서를 환기하려면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외부적인 상()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객관적 상관물을 창조할 수 있는 시인이 가장 훌륭한 시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비상한 감수성과 뛰어난 언어 구사력을 결합시킬 줄 아는 시인이 없다면, 우리가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뿐 아니라 그것을 느끼는 능력까지도 퇴화할 것이다 - 엘리엇

 

455. 경계인으로 살았던 엘리엇의 생애는 역설적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경계인으로 살았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런 길을 선택했다. 주류에 속하지 않는다고 느끼면서 일부러 경계인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456. 그는 일종의 파우스트적인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예술은 인간이 가진 것을 모두 포기하기를 요구한다. 가족도 버리고 오직 예술 만을 좇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예술은 인간이 어느 가족이나 계급, 당 혹은 동인의 일원이 아니라 그저 그 자신일 뿐이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457. 이렇듯 엘리엇은 앞에서 다룬 현대의 거장들 모두에게 내재한 성향을 집약하고 있다. 경계인이라는 느낌과 인생 전부를 걸고 경계성을 탐구하는 능력이 그에겐 있었다. 게다가 엘리엇은 저절로 경계인이 될 수 없는 처지였기에, 생산적인 비동시성의 수준에 이르기 위해 스스로 경계인이 되기로 선택한 인물이었다. 경계인이란 오직 공동체를 전제하고서야 성립할 수 있는 존재이므로 창조적인 인물의 생애에서는 경계인이라는 느낌을 갖는 순간과 공동체에 속한다는 느낌을 갖는 순간이 시계추처럼 왕복하는 궤적을 엿볼 수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창조성이 매우 뛰어난 인물들은 어느 정도는 세계 전체에 속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으로만 홀로 남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양극을 오가는 모습이야말로 창조자의 생애에 긍정적인 비동시성과 부정적인 비동시성을 동시에 가능케 한 요인일 것이다.

 

462. 피카소와 세잔, 스트라빈스키와 드뷔시, 엘리엇과 라포르그 사이에는 연속성이 개재한다. 이들 혁신가들 사이에는 인상적인 유사점이 있다. 파편적인 요소와 형태 자체에 대한 관심, 일상의 세속적인 삶에서 겪는 긴장, 원시에의 동경, 과거의 무거운 주제, 세속의 사소한 일들과 고상한 전체 주제 사이를 왕복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470. 네가 거짓말을 하면 내가 모를 줄 아니? 네가 나를 속인다는 걸 항상 네 몸짓이 말해 준단다. 네가 말하는 내용과는 상관 없이 네 모습에 다 써있어. 주먹을 쥐면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들이 뻣뻣해지고 발을 끌거나 눈을 내리깔고 있잖니. 몸짓은 거짓말을 못하는 법이란다.

 

472. 1914년 그레이엄이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 그레이엄은 이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자유를 느꼈다.

 

489. 하지만 그레이엄은 창조력이 풍부한 여느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반복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어떤 종류든 자기 모방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508. 그레이엄은 여성 혹은 미국인으로서의 자신을 옹호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그녀는 겉으로 비치는 자기 모습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고, 비판을 견뎌내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창조 활동에 전념했다.

 

519. 300년 동안 발전된 발레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시간 낭비다. 나는 발레 자체와 싸운 적이 없다. 다만 고전 발레의 경우는 뭔가 충분히 말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 강렬한 극적 상황이나 열정의 문제에 관해서는 이런 점이 두드러진다는 것이고, 이런 부족함 때문에 내가 하는 종류의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522. 아무리 추상적인 작업을 할 때라도 거기에는 극적인 라인(dramatic line)을 넣어야 한다. 그것은 한 사람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나는 무용을 삶에서 분리시킨 적이 없다. 나는 이해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를 느끼기를 바란다.” – 그레이엄

 

524. “모든 사람들이 재능을 타고나지만, 대부분은 겨우 몇 분 동안만 그 재능을 간직한다.” - 작곡가 에드가 바레즈

 

나는 무용가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나는 무용가로 선택된 것이다.” – 마사 그레이엄

 

여러분을 위해서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 활기찬 인생을 사는 길이 하나뿐이라면, 그길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삶, 그리고 작품 활동은 필연입니다……마치 동물처럼 다른 생각 하나 없이 오직 이 길을 걸어갈 뿐입니다. 선책은 없습니다. 동물이 일체의 속임수나 야망 없이 먹고 마시고 새끼를 치는 것처럼 말이죠.” – 마사 그레이엄

 

526. “누구나 실패할 권리는 있다. 실패했더라도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용기만 있다면 실패를 발판으로 새로운 단계로 오를 수 있다. 한 가지 대죄(大罪)가 있다면 그건 범용(mediocrity)이다. 이게 내 믿음이다.” – 마사 그레이엄

 

537. “셰익스피어의 여동생” – 버지니아의 울프가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에서 가정한 인물. 울프는 이 여동생이 셰익스피어 못지 않은 재능을 타고 났어도 남성 우월적인 주변 상황의 벽에 부딪혀 재능을 꽃피울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538. 현재의 영예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위험을 감수할 태세가 되어 있었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실패하면 새로운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다시 도전할 자세가 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른 창조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한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듯하면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더욱 과감하게 밀고 나갈 줄 알았다.

 

539. 그레이엄은 이렇게 몸이 중요한 분야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했고, 그레서 되도록 오랫동안 무용 현장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모든 증거를 통해 볼 때 감정과 사생활 면에서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런 가혹한 희생은 특히 선구적인 여성들에게 더욱 심하게 요구되었다. 그레이엄은 중요한 시기에 호스트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그녀가 맺었던 파우스트적 계약은 개인적인 행복감이나 친밀한 인간관계의 희생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간디

 

544. 나는 보통 이하의 능력밖에 갖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다. 날카로운 지성을 지닌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난 괘념치 않는다. 지성의 발달에는 한계가 있지만 마음의 성장에는 그런 한계가 없다.

 

552. 마리츠버그 기차역 간디의 정치운동의 시작

 

556. 바나프라스타(Vanaprastha): 힌두교에서 바람직한 삶의 원형으로 간주하는 인생의 네 단계 중 3기에 해당한다. 1기는 독신학습기(brahmacharya)로서 결혼하기 전까지 경전을 공부하는 기간이고, 2기는 결혼가정기(grihastha)로서 경전 공부가 끝난 후에 결혼해서 직업과 가정적 의무에 충실하는 기간이다. 3기가 산림운둔기(vanaprastha)로서 이 때는 가정적 의무를 모두 완수한 후에 홀로 수행할 수 있는 곳으로 은거하는 종일 명상에 전념한다. 4기에 유랑승려기(sannyasa)로서 모든 업의 끈을 끊어버리고 유랑하는 탁발승이 되어 해탈을 찾아 나선다.

 

566. 다른 식으로 행동했다면 내가 신봉하는 하느님과 대의에 충실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신성한 순간이었다. 나의 믿음이 시험에 든 것이었다. 나는 주저 없이 불쑥 일어나 그들에게 선언했다. 그처럼 엄숙하게 맹세한 약속을 그들이 조금이라도 어기는 기색이 있는 것은 나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며, 35퍼센트의 임금 인상이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그들 모두가 나가 떨어질 때까지 어떤 음식도 손대지 않겠노라고, 거의 반응이 없었던 지난 집회와는 달리 이번엔 마치 마술에 걸린 것처럼 모두가 깨어났다.

 

574. 무엇보다 깊은 영향을 받은 것은 톨스토이의 저작이었다. 톨스토이를 읽은 경험으로 말미암아 그는 영원히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서 폭력에 호소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났을 뿐 아니라, 인간의 권리보다는 의무, 그리고 모든 인간 문제에서는 사랑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578. 폭력을 사용해서 정부가 법안을 폐기하도록 강제한다면, 나는 몸의 힘을 사용하는 셈이다. 법에 복종하지 않고 그 대가로 주어지는 처벌을 달게 받는다면, 나는 영혼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엔 자아의 희생이 수반된다. – 간디

 

600. 인도는 칼로 지배 받고 있습니다. 나는 한 순간도 칼의 힘으로 인도를 지배할 수 있는 대영제국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 것일까요? 노예 상태이지만 반역적인 인도와 존경 받는 대영제국의 동반자인 인도 중에 영국의 슬픔에 공감하고 불행에 빠진 영국을 도와줄 인도는 어느 쪽이겠습니까? 자유 의지가 있는 인도인은 필요하다면 영국과 함께 힘을 합쳐 싸울 수 있습니다. 어떤 한 인종이나 한 사람을 착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 세계의 공동선을 위해 싸울 수 있을 것입니다.

 

607. 네루는 간디가 “마치 정신분석학의 전문가가 환자의 과거를 깊이 조사해서 그의 콤플렉스의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환자에게 알려주어서 병증을 제거한 것처럼 사람들의 심리적인 변화를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609. “간디는 일반적인 권모술수가 아니라 도덕적으로 우월한 삶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정치 영역에서 더 높은 수준의 인간관계를 실현하기 싸운 유일하게 참다운 정치가였다.“ 아인슈타인은 좀더 시적인 말로 이런 생각을 표현하기도 했다. “아마도 후세대인들은 이런 인물이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으로서 이 지구상에 걸어 다녔다는 사실조차 믿으려 들지 않을 것이다.”

 

610. 나의 전문 분야는 행동이다 - 마하트마 간디

 

629. 창조성의 현저한 특징은 아이다운 천진성과 어른의 원숙함의 결합에 있다. 이런 결합은 성격만이 아니라 사고방식(관념)에서도 나타난다. 아이다운 특성이 순진함과 참신함에서 나타나면 긍정적인 색채를 띠게 되지만, 반대로 이기심과 보복 심리로 나타나면 부정적인 색채를 띠게 된다.

 

633. “남들이 도착이라 할지 모르나 나는 내 작품을 미친 듯이 사랑한다. 마치 고행자가 배를 할퀴는 마모직 셔츠를 사랑하듯이 말이다.” –구스타프 플로베르-

 

635. 우리의 창조적인 인물들은 모두 인구통계상 경계인이었음은 물론 이려니와 그러한 경계인이라는 위치를 창조활동의 지렛대로 삼았다.

 

637. 정당한 근거 없이 숫자의 마술을 부릴 생각이 없었음에도 본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창조성의 10년 규칙을 발견했다. 일곱 명의 창조적인 인물들은 물론 분야마다 약간씩 기간은 달라도 대략 10년은 사이에 두고 창조적인 도약을 이루었다.

 

675. 새로운 세기의 시작이란, 기회의 시간이자 과거의 짐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뜻에 따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이며 표면 아래에 꿈틀거리고 있는 긴장과 불확실성을 표현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677.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예술의 현대적인 특질을 현대성이란 파편화된 삶이며 시간의 급속한 변화이고 조각난 경험이다. 현대성이란 덧없고 우연한 것이다. 이게 예술의 반이라면 나머지 반은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다.

 

678. 현대 예술은 끊임없는 변화라는 맥락에서 탄생한다. 그것은 전통을 송두리째 거부하고 비평가 해럴드 로젠버그(Harold Rosenberg)의 말대로 ‘새로움의 전통’을 창조하려는 단호한 노력이다.

 

682. 내 생각에 모든 창조적인 도약에는 겉보기엔 전혀 이질적인 두 영역의 결합이 있다. 하나는 관련 분야에 대한 철저하고 조숙한 통달이고, 다른 하나는 유년기의 의식과 관련된 이해 방식과 직관이다. 창조적인 도약은 이런 두 영역의 성공적인 결합에 있으며, 이런 결합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그 도약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685. 창조자가 젊은 시절에 해당 분야를 거의 터득하고 그 정점에 오르지 못하면 창조적인 업적을 이루기는 불가능하다. 그들의 창조적인 도약은 원숙한 인물의 원숙한 작업의 결과이다. 그러나 아주 어린 시절, 거의 유아기의 감각과 시점을 보유할 수 있는 자만이 창조적인 인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들레르가 말한 대로 천재란 유년기를 다시 찾을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691. 인간이란 어쩌면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방향, 장르 혼융의 방향으로 무한정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혁신과 전통, 모더니즘과 역사주의, 창조적인 도약의 시기와 인간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는 정체 혹은 퇴행적인 시기를 시계추처럼 왕복하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1. 저자의 입장에서 다시

 

천재와 창조성에 대한 700페이지에 가까운 글을 읽고 왜 나는 성공의 조건, 성공에의 강박이란 주제어만 떠오르는 것일까? 내게는 이 책이 저자가 의도한 목적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다. 천재들이 성공에의 강박으로 움직인 존재들인가.  이 책이 전기적 구성을 따르기보다는, 천재라 선언된 사람들이 어떻게 창조성을 획득했는가, 어떻게 천재로 인정받게 되었는가를 retrospective하게 따져 묻는 구조라 그런지, 참으로  틀에 맞춘 듯한 구성. 사실은 틀, 즉 저자가 내세운 가설에 맞추기 위한 분석? 또는 구성인 것이 독서에도 한계로 작용하였다. 그러니까 발견의 재미가 너무 덜했다. 분명 이 어마어마한 위인들에 대해 모르는 부분도 많았는데, 그런 에피소드들에서도 왜 흥미를 느끼기보다는 안됐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던지. 결국은 이 일곱 명의 위인들이 다른 부분들도 있지만 창조성의 전당에 오르기까지 상당부분 같은 기질과 환경이 작용했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인 것 같은데, 지루하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내 머리 속에는 그래서 뭐?’라는 질문만 남는단 말이다. 그나마 남아있으면 다행, 이 책 다시 들여다 볼 것 같지는 않다.

 

차라리 이 인물들의 삶을 그냥 구석구석 훑어보는 전기였다면 실제한 삶을 따라가며 공감과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터인데. 이렇게 풍성한 삶이 있는데, 억지로 그것을 죽은 표본처럼 만들어 이론에 끌어다 붙이려 하는 사회과학이란, 얼마나 앙상한가.  

 

감역자의 글
감사의 글
들어가는 글

1부 창조성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1.
취리히에서의 우연한 만남
일곱 명의 창조적인 사색가 / 이 책의 목표 / 구성적 주제 / 동시대인들에 관한 연구 / 한 시대의 조명 / 현대
2.
창조성의 연구 방법
창조성 연구와 지능 연구 / 창조성에 대한 인지적 접근 / 성격과 동기부여의 관점 / 역사계량학의 관점 / 창조성에 대한 나의 접근법 / 구성적 주제-재론 / 구성적 틀 / 경험적 조사 문제 / 새로 발견한 주제


2부 현대의 창조적 거장들
3.
지그문트 프로이트Sifmund Freud - 세상에 홀로 맞선 사람
첫 제자들 / 성장 배경과 유년 시절 / 프로이트의 다재다능함 / '최초'의 경력: 신경학 / 샤르코와 정신의학에의 길 / 고독, 그리고 친밀한 친구들 / 프로이트가 창조적 도약을 이루기 직전의 심리학 분야와 장(
) / 프로이트 혁명의 주요 개념 / 꿈의 해석: 1900년의 프로이트 / 빈의 배경 / 지도자로서의 프로이트: 조직의 확대
4.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 영원한 아이
어린 시절의 수수께끼들 / 분야의 전문 지식 익히기 / 과학적 배경: 갈릴레오에서 로렌츠까지 / 아인슈타인의 '객체 중심적인' 정신 / 특수 상대성 이론이 나온 특별한 해 / 상대성 이론: 즉각적인 운명 /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되다: 두 가지 특징 / 일반 상대성 이론 / 물리학의 주류를 거부하다 / 직관적 지혜와 성찰적 지혜
간주곡 1
5.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 신동과 천재

신동 / 신동 피카소 / 파리의 젊은 예술가 / 「아비뇽의 처녀들」: 실험적인 양식을 향해서 / 입체주의를 낳은 동반자 관계 / 입체주의 이후: 유명 인사로서의 삶 / 피카소 스스로 걸작으로 인정한 작품「게르니카」 / 노년기에 이른 신동
6.
이고르 스트라빈스키Ogpr Stravinsky - 음악가이자 정치가
예술 창조의 정치적 측면 / 러시아인의 유년기 / 중심지의 음악 / 초창기의 성공과 운명적인 만남 / 발레곡의 거장이 되다: 「불새」와 「페트루슈카」 / 「봄의 제전」: 새로운 세기의 시작을 알린 소리 / 「봄의 제전」: 공연과 그 여파 / 시학에서 정치로 / 「결혼」: 또 다른 종류의 걸작 / 과거의 음악으로부터 얻은 신선한 자극 / 사고와 인격의 성국 / 마지막 업적
7. T. S.
엘리엇T. S. Eliot - 경계선에 위치한 거장
『황무지』의 재발견 / 엘리엇의 성장 배경 / 하버드 대학교와의 불화 / 새로운 삶 / 두 시인이 힘을 합치다 / 유럽에 정착하다 / 『황무지』: 작시(
作詩) 과정과 배경 / 『황무지』에 대한 반응 / 공인으로서의 엘리엇 / 중년의 문학인 / 만년의 엘리엇
간주곡 2
8.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 - 무용계에 혁명을 몰고 온 여자

세기 전환기의 무용 분야 / 세기 전환기, 마사 그레이엄의 미국 / 새로운 경력 / 새로운 무용 / 현대 무용의 애매성 / 현대 무용을 장려한 장(
) / 공동작업 시도 / 1930년대 초반의 마사 그레이엄의 무용 / 미국적 무용을 창조한 시기 / 인생의 굴곡과 부침 / 무용가의 삶 / 쇠퇴와 갱생 / 그레이엄의 업적
9.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 신념을 실천한 정치 지도자
영국 통치하의 인도 / 도덕적인 소년 간디 / 선택의 연속 / 남아프리크에서의 성숙 / 인도의 현지 사정을 알아가기 / 사티아그라하의 원칙 / 간디의 개인적인 측면 / 민족과 세계의 지도자 / 만년의 간디: 인간과 전설
간주곡 3


3부 창조성의 조건
10.
다양한 분야의 창조성
구성적 틀-재론 / 전형적인 창조자의 초상 / 주요 쟁점-재론 / 비동시성 평가 / 새로 발견한 주제 / 남은 문제들
에필로그 - 현대와 현대 이후
옮긴이의 글
부록 - 참고 문헌 / 인명 찾아보기 / 주제 찾아보기

 

저자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나는 이 책을 진짜 잘못 읽은 것 같다. 중간중간 이 현대의 위인들이 펼쳐 보이는 에피소드나 통찰에 공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형적인 창조자의 초상이라니. 그런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가? 존재함을 입증하려는 시도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워드 가드너는 교육심리학자다. 우리는 교육적으로다가 사랑하는 자식들을 위대하게 키우기 위해 위인들의 창조성 바탕에 깔린 이런 조건들을 재현해야 하는가? 또는 중년의 반란에 성공한 늦깎이 위인들이 되기 위하여 이런 조건들을 인위적으로 조성해야  하는가? 아니면 위인들의 어린 시절에 보여준 특질들에 주목하며 나도 저랬어딱 우리 애인데? 뭐 이런 닮은 점 찾기를 해야 하는 것인가? 자꾸만 엇나가는 마음이 왜 이런지 나도 모른다. 어렵게 만난 이 일곱 명 창조의 대가들이 생각보다 인간적으로 너무 비호감들이어서 그랬을라나. , 별로다. 이 책.    

IP *.134.61.112

프로필 이미지
2014.05.26 16:08:59 *.104.211.186

전 가드너의 책을 이번이 처음인데, 사실 난감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이 책의 구성 전반에 대해 뭔가 좀 무리하다는 느낌이었어요.  천재들에게 대한 불꽃 질투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음, 솔직히 별로입니닷!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