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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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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6일 13시 03분 등록

모든 일은 다 빛과 그림자가 있다. 점점 나이를 먹을 수록 누구나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속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웃고 있는 모습 속에 울고 있는 모습이 숨어있을 수도 있고, 행복해보이는 모습 속에 수많은 희생이 숨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러한 진리를 더더욱 사무치게 느끼게 된 것은 바로 결혼을 하면서다. 많은 고민 끝에 결국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결혼을 결심하였고,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다. 하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왠지 자꾸 남들과 비교하는 마음이 커져만 같다. 다른이들은 다 완벽하게 결혼식을 치르고 속된 말로 노는 물도 한층 업그레이드가 된 것 같은데, 나는 부족한 것들이 많아보여 점점 예민해졌다. 그리고 자꾸 이 결혼을 잘하는 것일까 라며 처음의 결정까지 되돌아 보게 되었다.

 

부쩍 수척해져가던 어느날, 기분 전환을 위해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결국 꺼내고 싶지 않았던 나의 고민들을 털어놓게 되었다.

그리고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 시집 잘갔다."라고 부러워마지 않던 나의 친구들 또한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결혼을 결심하기 까지 그들도 포기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엄친아 남편을 가진 친구는 그의 타고난 이기적인 성격 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서러움의 눈물을 흘린다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집안 사정도 고려않고 결혼 전 먹던 버릇처럼 백화점 유기농 식품만 찾는 남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어떤 친구는 연애할 때 매력이었던 강인함과 추진력이 결혼하고 나니 단점이 되더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새침하던 친구들이 이런 이야기도 서슴없이 하다니 이제는 아줌마가 다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역시 모든 일에는 다 장단점이 있어 그나마 본인이 가장 편하게 견딜 수 있을 상황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일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마음 편히 결혼을 향해 달려갈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빛과 그림자인 면들 덕분에 일희일비 하지만 말이다.

 

'열정과 기질' 속에서도 우리는 창조자들의 위대한 성취 이면에 불행한 결혼 생활, 가족들과의 불화, 주변인을 파멸로 만드는 모습, 비도덕적인 모습 등 인간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짠하기도 한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을 감내하면서 까지 창조성을 선택한 그들에게는 '창조성'이 그 모든 것 보다 중요했나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꼭 저렇게 까지 파우스트와의 계약'은 필요했을까 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져 오기도 했다. 위대한 업적 뒤에 분명 고통과 아픔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현재 고민하는 가정과 일을 다 잘해내고자 하는 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것이 그 답답증을 더 가중시켰던 것 같다. 둘 다를 다 잘해내기엔 힘들고 분명 포기하는 것이 생기리라는 두려움을 강화시켜주는 내용이였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워킹맘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좀 더 워킹맘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동안 잘 모르고 있던 그들만의 고충을 느끼게 될 때가 많다. 그나마 꽤 여성 인력들의 비중이 높은 회사에 다니고 있음에도 아직은 참 어려운 점이 많구나..라는 것을 벌써부터 체감한다. 해외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나의 말에 "남편도 있는데 왜 자꾸 나갈려고 해." 라는 대답을 듣기도 했고, 업무량은 지독하게 많으나 대신 여러가지 기회가 많은 부서로 옮길까 고민하는 때에는 "거기가면 가정은 포기해야 할텐데 괜찮겠어?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필요한데..." 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또한 현재 가임기 여성이 너무 많아 더 이상 여성 인력은 원하지 않는다는 부서의 이야기도 들었으며,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인력들이 달리고 싶지만 육아때문에 한발짝 물러서야 하는 현실 때문에 방황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워킹맘이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두려워지는 이야기들 덕분에 나는 자꾸 가슴이 답답하다.

 

최근에는 '저 언니는 사장까지 가겠다.' 라고 생각했던, 누구나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지독하게 일에 몰입하던 친한 선배가 결국 아이때문에 그만두는 모습을 보며,  나의 답답증은 커져만 갔다. 누군가 더 달려주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같이 힘겨워도 참고 달리고 싶었는데 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물론 지금 그만둔다고 해서 커리어가 아예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 언니는 어딜 가든지 간에 무얼 하든지 간에 잘 해낼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잠시 쉬어간다 한들 더 잘 될 것을 믿는다. 하지만 "역시 여자는 안 돼" 라고 생각하는 주변 시선들이 나를 마음 아프게 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언니와 같은 상황이라면 내게 더 소중한 가치인 가족을 위해 똑같은 선택을 했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나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어'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어 내 스스로가 무서워지기도 했다. '난 더 달릴 수 있는데 너 때문에 포기한거야.'라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까봐 두려운 마음도 든다.

 

그간 전력 질주 달리기를 하다 지쳐버린 나는 이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그러나 제한 시간 안에 들어가야는 하기에 발은 여전히 종종 걸음을 친다. 그러면서 머리 속은 복잡하다. 자신감도 점점 떨어지는 것 같고, 이 길이 맞는 것인지, 왜 나는 끝까지 달리려고 하는 것인지, 그리고 왜 더 빨리 뛰려고 하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멈출 수 있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이대로 기권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주변인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을 잘 들어보면 아기를 낳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라 하며, 가정을 꾸려가며 더욱더 성숙해진다고 한다. 또한 여러 연구 결과들이 이야기 하길 모든 사람이 죽기 전 인생을 돌아보면서 일을 덜하고 가족과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을..이라고 후회한다고 한다. 나 또한 나의 장례식을 겪으면서 내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치는 정작 일과 회사는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지금의 나는 일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고 싶어하고 또 그와 동시에 행복한 가정도 일구고 싶어 안달복달이다.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 부분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며, 포기할 것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이 없을까 쉴 새 없이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앞으로 나는 워킹맘이 되어 지금보다도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많이 힘들어 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이들은 달리기에만 집중할 때 나는 달리기를 하며 노래도 불러야 하고 춤도 추어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기에 속력을 낼 수 없음에 답답해하거나 내 곁을 스쳐 지나 저 멀리 달려가는 다른 마라토너들을 보며 화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우선은 그 상황을 온몸으로 부딪쳐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기권을 하기가 싫다면 온몸이 부서질 때까지 도전해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긴 글을 주절주절 쓰다보니 잔걱정이 많은 내가 우습다. 아직 오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을 사서 한담? ^^;;;;;

IP *.94.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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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6 13:06:44 *.104.9.216
화이팅. 녕이!
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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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6 19:00:13 *.113.77.122

내가 이 심정 이해해 ~~ 그래도 녕이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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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6 19:16:59 *.94.41.89

전위적인 칼럼을 읽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인생 update 중이라는 말이죠? 열정과 기질의 핵심을 꿰뚤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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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6 22:00:22 *.23.235.60

한숨 돌리고~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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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7 09:20:12 *.202.136.113
잠시라도 달콤한 휴식이 되기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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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7 09:21:41 *.213.30.22

녕이 대박!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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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7 10:51:56 *.50.21.20

언니 혼자가 아니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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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7 11:25:15 *.196.54.42

꼭 책과 관련된 이야기 아니라도 좋대요.

맘 푹 놓으시고 풀어 놓으소서! 자기검열이 최고 무서운 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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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8 07:07:45 *.62.178.88

맞아 맞아, 인생이 달리기만 다가 아니더라구요. ㅋㅋ 고되겠지만 가보는검다!  글도 쓰고 놀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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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1 13:28:49 *.160.136.107

당신 내면 강인한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하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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