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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7일 06시 15분 등록

MeStory(10) : 거위의 깃털


얼마전에 휴대폰에 온 문자 메시지는 구매한 적이 없는데 구매내역을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의심스러워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서 확인해 보고는 놀랐다. 휴대폰으로 소액결재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달과 지난달에 같은 회사에서 구매가 되었다고 했다. 전화를 해서 구매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며 환불을 요구했다. 순순히 환불해 주었다.


그런데 그것 외에도 지난달에도 나와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을 문자로 받은 것이 기억나서 통신사 고객센터에 다시 전화를 했다. 4월 12일 경에 문자에도 이상한 것이 있으니 한번 더 확인해 달라고. 같은 회사는 아니지만 매달 같은 금액이 결재되고 있었다고 알려준다. 3월달에 결재된 회사는 솔방울이었다. 이번에 결재한 회사는 킹박스. 12월에 결재된 회사는 할로윈이었다. 고객센터 상담직원은 이건은 아무래도 같은 회사인데 회사명을 바꿔가며 소액결재를 하는 것 같다고 일러주었다. 같은 건으로 2011년 12월부터 결재가 되었다고 한다. 6개월분은 환불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기가 막혔다. 휴대폰 명세서를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는 탓에 매달 일정액이 결재되었고, 그 결과의 처리는 6개월분 환불이다. 

내가 무심결에 가입하고 탈퇴하지 않은 사이트이거나 혹은 내 정보가 어딘가로 유출되어 가입된 사이트에서 2년 6개월동안 결재가 이루어지는 동안 한번도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가입한 적이 없고 그쪽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 아니니 환불해 달라고 했다. 답변은 내가 2011년 12월에 가입을 했고, 자신의 회사는 다른 회사와의 통합으로 내가 가입한 서비스를 계속 제공했으니 6개월분 이상은 환불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내 정보를 이 회사 저 회사로 옮겨서 계속 일정금액을 이체해가고 있었던 셈이다. 예전에 알고 탈퇴하려 했다하다라도 사이트가 폐쇄되고 다른 사이트로 변경해 버렸으니 나는 탈퇴조차 하지 못했다.


처음엔 그 이전 결재 또한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응대하던 고객센터 직원이 자신의 회사는 통합된 것이라고 답변을 하면서 3개의 회사에서 결재된 최근 6개월분 결재액을 환불해 줄 수 있다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몹시 화가 났다. 오랫동안 무시해온 것들 속에 이런 것들을 들어있었을 줄이야. 그동안 나는 얼마나 게을렀던가.


최근에 아무짓도 하지 않았으니 아무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은 내 게으름이다. 난 지금 게으름의 댓가를 치르고 있다. 삶의 어딘가에 제대로 맞지 않은 조합이 지금 드러나고 있다. 스마트폰 요금확인은 문자메시지 이메일로 하는데, 작은 화면이라는 핑계로 세세한 항목까지 보지 않았고, 아이디와 비번을 수시로 잊으니 사이트까지 들어가서 보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휴대폰 요금은 통장 자동이체가 아닌 카드결재여서 한 단계를 더 거치게 되어 있다. 의문을 갖고 모든 단계에서 작정하고 확인하지 않으면 놓칠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문자확인, 사이트 확인, 카드결재내역 확인까지 몇 단계까지 들어가서 봐야만하게 만들어 놓은 것은 내 잘못이다. 이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확인과 결재 구조를 짜 놓았으니까.


이걸 다시 단순하게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는 이 속상한 이야기를 친구에게 하면서 몇 년전에 본 어느 중년의 군인이야기가 떠올랐다.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에 나오는 군인은 거위에게서 황금깃털을 뽑는다. 내 처지가 모르는 새에 황금깃털을 하나씩 뽑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깃털을 뽑혀 오고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깃털 한웅큼씩을 뽑힌 것은 아니었으니까. 한꺼번에 뽑혔다면 알아차렸을까? 아마도 나는 아닐거다. 현실적인 문제를 알아차리고 대처하는 데는 서툴러서 다른 방식으로 뜯기도 있을 것이다.  


대체 그 회사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서 깃털을 뽑아갈까?


나는 속상한 중에도 딴 생각을 한다. 

'거위에게서 깃털을 딱 하나씩만 뽑는다.'

'거위에게서 거위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조금씩만 깃털을 뽑아서 모은다.'

'황금양은 얻을 수 없어도 황금양털은 모을 수 있다. 그렇게 오래 모은 양털은 양의 크기보다 크다.'


내가 겪은 이번 건은 불법과 합법 사이를 교묘하게 갈라서 황금깃털을 뽑아갔지만, 많은 회사들이 이 방법으로 부를 축적해 나갈 것이다. 이 와중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난 대체 어떤 사람인지 참 기가 막히다. 


**

"너를 감옥에 넣겠다. 그러나 눈을 뜨고 있어라. 너에게 30마리의 거위를 보낼 것이니 그것에서 각각 깃털을 뽑아야만 한다."

황제는 그 군인을 지하 감옥에 보냈습니다.

황제는 30명의 부자를 불러 그들에게 지구에서 천국까지 얼마나 먼지, 지구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 물었습니다. 부자들은 당황하고 말문이 막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황제는 그들을 지하 감옥으로 보냈습니다.

.

.

.

"자, 그럼 나에게 말해 보아라. 선량한 이여, 너는 각각의 거위에서 깃털을 뽑을 수 있었느냐?"

"예, 폐하. 그리고 그것은 또한 금빗 깃털이옵니다." 군인은 황제에게 돈으로 가득 찬 지갑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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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7 14:45:15 *.229.176.154

그 책에 그런 우화가 나오는군요.

여러 사람이 그 책의 이름을 제게 말해 주었어요.

정화님께도 듣네요^^

애물단지 핸펀 저도 유감 많아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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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1 07:49:34 *.131.205.18

<인생으로 두번째 여행>은 중년들을 위한 동화가 실려있습니다.

요즘 뭔가 나가는 시기인지 핸드폰과 신용카드에서 요즘 누수가 있어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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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9 20:58:52 *.65.152.68
몇해전에 저도 비슷한 일을 한번 당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미 알아보셨는지 몰라 조심스레 제안드립니다. 통신사에 전화해서 핸드폰에서 소액결제를 아예 막아버리는 서비스 문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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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1 07:50:24 *.131.205.18

소액결재는 확인된 날 바로 막았습니다. 

인터넷 클릭하다가 뭔가 문제가 생겼던 듯 해요. 무심코 하는 클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까봐 아예 막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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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30 08:25:18 *.7.48.50
언니 일부라도 돌려받아 다행이긴한데. 완전 열받는 일임. 나도 핸드폰 명세서 안 살펴본지 오래됐는뎅 한 번 봐야겠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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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1 07:52:46 *.131.205.18

한번 봐봐. 핸펀 명세서 ... 요금 적다고 안봤다가 40만원 정도 뜯겼다. 신용카드도 이상하게 센다.
난 이런 일에 제깍제깍 반응하는 편이 아니라서 명세서를 모두 종이명세서로 모두 바꾸려고. 요즘은 이메일과 종이명세서 2가지로 보내더만. 

이메일 한번 설렁설렁보고 제데로 확인도 안하니까, 확인 방법을 바꿔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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