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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9일 20시 15분 등록

<그리스인 이야기> 구본형, 2013, 생각정원

 

1.   저자에 대하여

 

왼날개의 저자 소개, 아마도 저자가 직접 써서 출판사에게 주었을 법한 프로필을 읽었다. 이 책은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의 저술이다. 자기를 부르는 말을 스스로 선택해서 그 이름에 합당한 내용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의 저자 소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학교와 직업, 저서 등의 이력이 뒤로 빠지고, 변화경영 전문가였던 사람이 왜 신화 책을 저술했는 지 모두가 궁금해 할 법한 이야기가 나온다. 독자를 향해 친절하다.

 

변화경영사상가. 1980년 한국 IBM에 입사하여 20년간 경영혁신 총괄 전문가로 활동했다. 2000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1인 기업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설립,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여 연구원 100명과 함께 자기 내면의 변화와 혁신을 추구했다. 인문학과 경영학의 다양한 접점을 연구하면서 시대의 화두를 발견하고, 변화와 성장을 고민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을 만나 소통하기를 즐겼다.

수년간 그는 그리스 신화와 영웅담을 탐독하여 우리 안의 변화를 재발견하는 연구에 몰두했다. 서양문명의 전범인 고대 그리스 영웅들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통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혜를 발견했다. 권력과 사랑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한 그리스 영웅들의 고뇌와 의지를 통해 다시 한 번 강한 확신을 얻었다. 바로 성장과 발전의 근본 동력은 변화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페르세우스와 테세우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오디세우스와 아이네이아스 등 변화를 두려워하기 보다 고뇌하고 모험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그리스인의 도전정신이야말로 불황의 시대를 헤쳐 나갈 최고의 지혜이자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생각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한 톨스토이의 말을 빌려, 변화의 시작은 자기혁명이어야 함을 갈파한다.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하고 의지를 실천하며 자기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만이 혼돈의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조언한다.

 

구본형은 서강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역사학과 경영학을 공부했다. , 방송, 강연 등을 통해 청춘과 대중의 가슴에 뜨거운 변화와 혁신의 길을 활짝 열었다. 2005년 삼성 SDS e캠퍼스 강사 3000명 중 최고의 강사로 선정되었고, 기업 CEO들이 뽑은 최고 변화경영 이론가, 직장인들이 가장 만나보고 싶어하는 강연자 1순위로 뽑히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익숙한것과의 결별><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낯선 곳에서의 아침><월드 클래스를 향하여><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떠남과 만남><코리아니티><공익을 경영하라><깊은 인생><구본형의 더 보스><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구본형 아저씨, 착한 돈이 뭐예요?> 외 다수가 있다. 현재 EBS 라디오 <고전읽기>를 진행하며 고전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다.

 

 

2.   내가 저자라면

 

1)   뼈대와 목차

 

서문에서 이 책은 모험에의 선동을 위해 쓴다고 밝혀놓았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영웅의 이야기다. 그리스인 영웅들을 시대순으로 정리해놓았다. 시대구분이 되어 있고, 인물별로 정리되어 있다. 심지어 그동안 우리가 그리스로마신화의 주인공으로 생각했던 신들은 tip으로 처리했다. 나는 장마다 2~3개씩 들어간 tip들을 맨 나중으로 돌렸다.

  

프롤로그 : 고대 그리스인처럼 모험하라

 

1부  신화가 된 인간

 

1장  미케네 : 모험의 시작

프로메테우스 : 최고신 제우스에 맞서다.

아르고스의 페르세우스 : 그리스 최고의 모험을 시작하다.

메두사 : 적을 패퇴시키는 전사의 얼굴

카시오페이아와 안드로메다 : 어머니의 오만은 딸의 재앙이 되고

티린스의 페르세우스 : 신탁은 이루어지고 영웅은 별이 되다.

 

2장  크레타 : 탐욕의 끝

크레타인 : 그리스 최초의 문명을 건설하다.

미노스왕 : 탐욕이 재앙으로 이어지다.

아리아드네 : 모든 젊음은 미망의 미로에서 이 실을 결코 놓쳐서는 안되니

다이달로스 : ‘는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에만 몰두한 장인

 

3장  아테네 : 문명이 꽃피다

테세우스 : 아테네가 가장 사랑한 사나이

메데이아 : 자식을 죽여서 남편에게 복수하다.

파이드라와 히폴리토스 : 사랑이 증오가 되어 죽음을 낳다.

아이클레피오스 : 필멸의 인간을 되살리고 대신 죽다.

 

4장  테베 : 가장 비참하고 장엄한 자의 탄생

테베의 오이디푸스 : 스핑크스를 죽인 현인

이오카스테 ; 운명의 실타래가 그녀의 목을 조르고

클로노스의 오이디푸스 : 마침내 운명과 화해하고 스스로 구원받다.

안티고네 : 비극과 함께한 불멸의 여인

크레온 : 백성 위에 군림하는 법의 집행인

 

2부  트로이 전쟁, 겨루는 자들의 함성

 

5장  아테네 -> 트로이 : 출항

헬레네 ; 모든 것을 침묵시키는 아름다움을 가졌으니

아가멤논 : 딸을 재물로 바친 아버지

 

6장  트로이 : 격돌

아킬레우스 : 영웅이여, 분노하라

파리스 : 그의 선택이 트로이를 멸망시키다.

헥토르와 안드로마케 : 최고의 훈남과 사랑스러운 여인

 

3부  혹독한 귀환

 

7장  아테네 : 운명의 굴레

클리타임네스트라 : 수많은 저주를 술잔에 채우다

엘렉트라 : 불행에 불행을 더한 여인

오레스테스 : 법은 무죄를 선언했으나 양심은 위로받지 못하고

이피게네이아 : 마침내 저주를 축복으로

 

8장  트로이->이타카 : 승리한 자의 고난

 

트로이의 오디세우스 : 가장 그리스적인 그리스인

칼립소 : 사랑은 방랑자의 족쇄가 되어

나우시카 : “내 이야기를 들어다오. 흰 팔의 공주여

폴리페모스 : ‘아무도 아닌자에게 하나 밖에 없는 눈알을 빼앗기다.

키르케 : 오디세우스를 사랑한 여신 같은 마녀

그리스의 영웅들 : 저승에서 다시 만나다.

헬리오스의 오디세우스 ; 부하를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다.

페넬로페이아 : 마침내 그녀에게 돌아갔지만

 

9장  트로이->로마 : 위대한 로마의 탄생

트로이의 아이네이아스 : 위대한 제국의 시조

헤카베와 폴리세네 : 불굴의 트로이 여인들

트로이의 유민들 : 패배한 자들은 새 땅을 찾아 나서고

여왕 디도 : “배신자여, 그대는 말 한마디 없이 나를 떠나는가?”

시빌라 : 황금 가지를 들고 하데스의 나라로

라비니움의 아이네이아스 : 로마의 기초를 세우다.

레아 실비아 : 그녀의 꿈에서 제국은 시작되었다.

 

에필로그 : 키가 자라 머리가 별에 닿았네

찾아보기

 

Tip 제우스

Tip 포세이돈

Tip 디오니소스

Tip 하데스

Tip 아폴론

Tip 헤르메스

Tip 헤파이스토스

Tip 아레스

Tip 아테나

Tip 아르테미스

Tip 헤라

Tip 아프로디테

 

Tip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들

Tip 신화 속의 기괴한 괴물들

Tip 신화 속 기억해야 할 동물들

Tip 3대 마녀들

Tip 신화 속의 예언자들

Tip 고대 그리스와 로마 주요 신들의 대조표

 

 

2)   장점과 보완점 평설

 

이 책은 장점이 많다.

 

첫째, 그리스신화를 시대별로 잘 정리를 해 두었다. 트로이유적을 찾으러 떠났던 슐라이만, 크레타유적을 발굴했던 아서 에번서 말고도 신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역사적인 배경을 궁금해 하는 이들은 많았으리라. 그러면서도 친절하게도 신화는 역사적 상상력이 아니라 시적 상상력으로 읽어야 한다는 말도 해 놓았다. 재미있고 풍부하면서 체계가 잘 갖춰진 한 권의 훌륭한 그리스로마신화 개론서다. 이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 그리스로마신화의 뼈대를 갖출 수 있다. 이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둘째, 인물별로, 그러니까 영웅별로 정리되어 있다. 심지어 올림포스 12신과 우리가 신화를 떠올릴 때 흥미있어하던 반인반수, 동물들, 예언자들은 tip으로 처리한다. 인간 중심의 그런 오만이 마음에 든다. 남녀 영웅들은 조셉 캠벨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다룬 영웅 단계를 거쳐서 자신의 모험을 해 나갔을 거다. 그는 모험에의 선동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프롤로그에서 말한다.

 

셋째, 그의 신화 소개는 고전에서 인용하여 깊고 충실하다. 게다가 여기저기의 고전들이 잘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호색한 미노스왕의 이야기를 하면서 케팔로스의 창 이야기를 소개해놓았다.

 

넷째, ‘시인은 노래한다는 구절로 시작되는 시로 각 영웅의 모험담이 정리되어 있다. 시인은 물론 저자 자신이다. 시인이 되고 싶어했던 그는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시를 글 속에 드러낸다. 영웅서사시와 그리스비극의 코러스의 노래를 읽는 느낌이다.

 

보완점을 생각했다.  

 

첫째, 영웅, 자기 신화의 본을 인간 영웅에게서만 찾는다는 것은 좁은 시각이지 않겠나? 신화가 야생의 사유체계를 드러낸다면 으로 말해지는 것도 인간의 모습을 반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괴물들의 이야기에도 인간의 모습이 충분히 들어 있을 것 같다.

 

둘째, 남성 영웅, 남성 신이 많이 다루어졌다. 올림포스 12신에도 남성신 8신과 여성신 4신을 다룬다. 여성신에 대한 조명이 더 필요하다. 공공연하게 가이아에 대한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읽는 내내 나에게 남는 질문이 있다. 남성영웅신화를 여성이 읽을 때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하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어떤 남성영웅신화가 나를 둥둥 울려댈 때 여성인 나는 어떤 데다 동일시를 할까가 문제다. 예를 들어 오디세우스를 읽는다고 치자. 모험을 할 동안 칼립소와 키르게, 나우시카를 만난다. 이걸 오디세우스를 나로, 그 여성들을 다른 남성으로 바꿔 읽어도 될까? 페르세우스 신화에서 나는 안드로메다와 페르세우스 중에서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할 건가?

 

잠정적인 나의 대답은 융의 생각의 차용이다. 남성 안에 있는 여성(아니마), 여성 안에 있는 남성(아니무스)의 캐릭터로 그 영웅들을 생각하는 거다. 이게 궁금했다.

 

 

3)   감동적인 장절 50여개와 소감

 

12 그리스인들에게는 가혹한 날씨와 거친 토양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가난했고 배고팠다. 그와 동시에 그들에게는 가장 안전한 바다, 즉 에게 해가 있었다. 어디서나 60킬로미터 이내에 육지가 있는, 이 잔잔한 바다는 한 번도 배를 탄 적이 없는 사람들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13 예술은 빈약한 반면 행동은 신속하고 활발한 시대였다. 이 시대의 영웅 중 한 명이 바로 오디세우스였다.

이런 식으로 그리스 문명의 시대구분을 프롤로그에서 간략히 훑는다. 대단한 내공이다. 그리스신화를 한 권의 교과서를 가지고 딸딸딸 반복해 익히기에 이 책은 적합하다. 8명의 남신과 4명의 여신, 12신에 대해 신별로 정리되어 있다. 신들의 이야기를 tip으로 처리하는 오만함이 마음에 든다. 그는 신화는 역사학적으로 읽는 게 아니라 시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첨언도 빠뜨리지 않는다.

 

16 탈레스의 이야기와 버금가게 아름답고 묵묵한 이야기가 또 있다. 글을 모르는 한 사내가 아리스티테스에게 다가와 깨진 도자기 위에 아리스티테스라고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 도자기 파편은 도편추방제에 쓰이는 일종의 투표용지였다. 아리스티데스는 자신을 추방하고 싶어하는 사내에게 ㅇ리스티데스가 그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사내가 대답했다.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소. 사실 난 그가 누구인지도 모르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가 정의로운 사람이라더군. 나는 그게 지겨웠소

그는 사내가 내맨 도자기 파편에 자신의 이름을 묵묵히 써주었다.

 

17 나는 그리스 신화를 읽으면서 내가 동양인도 서양인도 아닌 인류의 한 사람임을 절감했다. 진정한 글로벌 인간인 셈이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든, 우리 안에는 인류의 원시와 고대, 그리고 중세가 이 시대와 함께 공존한다. 오늘 그리스인의 이야기에서 그 행간을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 안에서 가장 위대한 힘을 이끌어내 스스로의 삶을 영웅의 행적으로 끌어올릴 용기와 방법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우리를 끌어올리는 힘, 즉 엑셀시어의 정신은 우리를 도약하게 한다.

동양과 서양의 고전을 읽으면서 나도 인류의 한 사람을 느꼈다. 그 뜬금없는 자각을 얻는 나 자신이, 그런 인연이 자랑스러웠다. 나는 억지로 외우던 국민교육헌장에도 감동하곤 했다. 감동이 헤프다. 그들 모두를 나의 스승, 또는 조상으로 생각했다.

 

17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물리적으로 점령해야 할 땅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사적인 세계들이 여전히 우리가 점령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의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하나의 나라를 세우는 것과 같다. 하나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것도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 문장은 가히 이 책의 핵심 문장 중 하나다.

 

18 3000년이 지나 우리는 가지가지의 문명들이 혼합된 글로벌 시대에 와 있다. 우리의 의식 세계는 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무의식은 아직도 문명에 의해 순치되지 않은 신화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 이것이 자기 경영의 본질이다. 그래서 신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내면의 어둠으로 내려가는 사다리며 통로가 되는 것이다.

 

18 나의 신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나의 세계가 없는 평범한 삶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해 내는 것이다. 자주적 삶의 방식도 없고 정신적 독립성도 없는 대중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마침내 세상에 자신의 작은 왕국 하나를 건설해가는 이야기다. 성공과 실패가 하나의 물결처럼 서로를 교환하는 것,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모멸이 온 몸을 휩싸는 일에 뛰어드는 것, 모든 신화는 바로 이 무수한 모험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19 이 책은 단순한 신화읽기를 위해 쓰인 것이 아니다. 그런 류의 책은 너무도 많다. 이 책은 모험의 선동을 위해 쓰였다. 모험에의 초대,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다.

 

38 시인은 노래한다.

 

어제, 또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들

고요한 일상의 호수에 문득 돌멩이 하나

다른 운명이 여울져 찾아온다네

어리석고 위험한 젊은이 하나가 불행을 찾아 떠나네

그것이 젊음이기에

 

험준한 산을 오르고 깊은 계곡에 갇히며

기괴한 노파와 비밀스러운 요정에 묻고 또 물어

빛나는 방패와 휘어진 칼로

마음속 괴물의 두려운 목을 자르네

두려움을 이기니 바로 그 일이 진정한 영광

 

45 아테나와 메두사는 거울의 양쪽에 서 있는 같은 인물이었을까?

 

59 메두사는 페르세우스를 벗어날 수 없고 페르세우스는 메두사를 벗어날 수 없다. 이 둘은 마치 하나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54 싸우기 전에는 페르세우스에게 가장 위험했던 메두사의 머리가, 일단 페르세우스가 승리하여 그의 전리품이 되자 적들을 물리치는 결정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그 머리는 페르세우스의 영광이 되었다. 위험이 명예가 되고 가장 강력한 후원자가 된 것이다.

나에게는 이게 뭘까? 나의 최대 약점은 마감관리, 시간관리를 잘 못한다는 점이다. 그게 극복이 되면 나는 중요한 무기를 얻게 된다. 사부님은 나에게도, 남들도 어리둥절해 하는 미션을 주셨다. “너는 팀의 허리로, 모두가 일정한 속도와 보폭으로 걸을 수 있도록 스스로 모범을 보이거라.” 하지만 나는 내가 황소걸음으로 우직하게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다. 다산 정약용에게 제자 황상이 그러했든 이 길은 평생 갈 길이리라.  

 

58 미케네문명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페르세우스의 모험은 성장의 정점에서 몰락하는 미노스왕 이야기보다 시대적으로 앞선 신화다. 내가 페르세우스의 모험을 가장 앞에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로 크레타 문명은 대략 기원전 2500 ~기원전 1400, 미케네 문명은 기원전 1600~기원전 1150년에 존재했던 걸로 추정된다. 두 문명이 흥망을 교환하는 교체기인 기원전 1600~기원전 1400년 사이 200년이 주로 초기 영웅들의 활동 시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기원전 1200년 경에 트로이 전쟁이 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신화는 역사가 아니라 상징이기 때문에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시적 상상력을 통해서 이해되어야 한다.

 

78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일정한 직업도 없이 떠돌던 작은 키의 아서 에번스는 모험을 즐겼고, 주화를 모았으며, 여기저기서 발굴 작업에 참여했다. 가난했지만 열정적이었다. 다행히 그의 아버지가 제지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고 아들을 위해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여행과 문필 활동이 그가 바라는 삶의 방식이었다. 한때 그는 <맨체스너 가디언>이라는 신문의 특파원으로 상황이 날로 험악해지는 발칸반도를 취재하기도 했다. 종종 첩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그는 발칸의 분쟁 지역과 잔학 행위들을 찾아 취재하는 일을 즐겼다. 마치 물 만난 고기 같았다. 특별한 이슈가 없을 때는 여기저기 널려 있는 유물들을 모았고, 공동묘지와 버려진 폐허에서 발굴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는 섬세한 눈썰미를 가지고 있었고, 작은 징후에서 거대한 진실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뛰어났다. 그는 기자로서 그리고 문필가와 고고학자로서 명성을 쌓아갈 수 있었다. 79 정말 그다운 삶은 크레타의 크노소스 궁전을 발굴하는 일에 뛰어든 1900년경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1941년 아흔 살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그의 삶은 크레타의 문명을 밝히는데 쓰였다. 그것이 그의 운명이었다. 그는 그 운명을 사랑했다. 트로이를 발견한 슐리만처럼 에번스 역시 크레타에 얽힌 신화를 믿고 거기에 자신을 다 바쳤다…80 에번스는 그리스문명보다 두 배나 오래된 문명이 자신에 의해 부활하는 것을 지켜보며 눈을 감았다. (=아서 에번스)

트로이유적을 발굴한 슐라이만처럼 크레타 유적을 발굴한 아서 에번스의 삶 또한 운명을 따라 모험을 떠난 삶이었구나.

 

82 탈로스의 주 무기는 커다란 돌덩이였는데 그는 그것을 멀리까지 던질 수 있었다. 은밀한 자들이 발견되어 체포되면 탈로스는 불 속에 뛰어들어 몸을 빨갛게 달군 뒤에 그들을 끌어 안아 데어 죽게 했다. 그의 몸은 불사신이었다. 그러나 종아리 부분에 가느다란 정맥이 있는데, 후에 아르고 호의 전사들이 크레타에 이르렀을 때 가장 위협적인 경비병 탈로스의 종아리 정맥을 마술로 끊어 죽게 한 사람이 바로 이아손을 따라왔던 아름다운 마녀 메데이아였다.

탈로스 이야기가 무척 재미나다. 한편 수호신은 좀 외로왔을 것도 같다. 탈로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어릴 때 저녁마다 저녁을 먹고 엄마가 밥상을 치우고 이부자리를 펴는 동안에 건너방으로 건너와서 묻어둔 고구마를 후식으로 먹으면서 아버지한테 옛날 이야기를 들었던 걸 추억한다. 그런데 내가 아이를 키우게 되면 나도 청소와 설거지 따위 기계로, 누구든 할 수 있는 일들을 차지하고 아이들과 보내는 풍요롭고 정기적인 시간은 빼앗길 건가 생각했다. 화가 버럭 난다. 그들 부부의 역할분담이었을텐데 말이다. 나는 내 아버지가 했던 역할을 하고 싶다. 취미도 재주도 없는 살림살이에 목숨걸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걸 했으면 싶다. 내가 관심갖는 것은 부모 모두 직장을 다닐 경우 각자와 가질 수 있는 독점적이고 질높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97 니체가 디오니소스의 입을 통해서 아리아드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는 사랑한 것을 미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으리라.

 

97 아리아드네야말로 사랑이 미로이여, 삶이 미궁이며, 스스로가 미궁임을 잘 알고 있는 현명한 여인이었다. 여기서 니체는 외친다.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라.

 

97 시인은 노래한다.

 

모든 영웅이여, 미궁으로 들어서라

나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로 가는 길

나를 지나면 영원한 슬픔에 이르는 길

나를 지나면 길 잃은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길

그 길을 통과하라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결코 잊지 마라.

희미한 소명의 길은 미궁과 같으나

어두운 내면을 통하지 않고는 내가 없으니

두려우리라 생각한 곳에서 나를 발견하고

죽으리라 생각한 곳에서 살게 되리라.

 

119 영리한 피테우스는 이 신탁의 뜻을 금방 알아차렸다. 아이게우스가 장차 아테네를 다스릴 아들을 낳을 것임을 알아차린 피테우스는 자신의 후손이 아테네의 왕이 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포도주 푸대를 풀어서 아이게우스에게 포도주를 잔뜩 먹여 취하게 한 다음 자신의 딸 아이트라를 그의 방으로 들여보냈다. 아이게우스는 그녀와 결합하여 아이를 낳았으니 그가 바로 테세우스다.

신탁이나 꿈 이야기를 알아듣고 딸을 나그네 방에 들여보낸 이야기가 많다. 율곡 이이의 출생 이야기에도 남편이 강릉의 부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그 남자의 오늘 기운이 하늘이 내린 아들을 가질 것 같아 자기 딸을 들여보내려는 아버지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이이의 아버지는 강릉으로 갔다.  

 

120 아이게우스는 아이트라가 자신의 아이를 낳을 것을 예감했기 때문에 트로이젠을 떠나면서 커다란 바위 밑에 칼 한 자루와 신발 한 켤레를 감추어두었다. 테세우스라는 이름도 테사우로스, 묻혀있는 보물이라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아이게우스는 아이트라에게 아이가 그 바위를 들어 신물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자라면 아테네에 있는 자신에게 몰래 보내라고 말했다.

유화부인의 고주몽 같은 이야기가 그리스에도 있네. 신기하다. 사생아 아들이 일정 나이가 되면 친자확인 증명서가 되어줄, 아버지가 숨겨둔 보물을 찾아 들고 아버지를 찾아가는 모티프. 테세우스와 고주몽이 여러 얼굴의 같은 이야기?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그래서 나왔다. 

 

121 할아버지는 그에게 바닷길을 선택하라고 했다. 그러나 테세우스에게 악당들과 싸워 그들을 제압하는 신나는 모험이었기 때문에 그는 육로를 선택했다. 그는 처음으로 찾아가는 아버지에게 악당들의 피 한 방울도 묻히지 않은 칼과 신발을 아들의 징표로 가져가는 것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젊은이다운 생각이다. 거기까지 가는 길이 평안하길 바라는 게 아니라 모험으로 가득차길 바란다. 그러나 노회한 노인인 할아버지는 목적지로 가는 최단코스를 권한다.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좋다.

 

121 테세우스가 처음 만난 악당은 페리페테스였다. 그는 헤파이스투스가 인간 여인과 낳은 아들이었다. 그는 아버지 헤파이스투스가 만들어준 무쇠 철퇴를 휘둘러 나그네들을 무자비하게 때려죽이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철퇴장군이라고 불렀다. 테세우스는 페리페테스를 죽이고 그의 무쇠 철퇴를 빼앗아 자신의 무기로 삼았다.

내가 대적하기 힘들었던 적을 제압하면 그의 무기가 나의 무기가 된다는 예가 여기에도 있구나.

 

121 스키론이라는 강도는 행인을 잡아 무릎을 꿇고 자신의 발을 씻기게 했다. 행인이 무릎을 꿇고 그의 발을 씻기면 바로 차서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뜨려 죽였다. 그렇게 떨어져 죽은 행인들은 그 낭떠러지 밑에 살고 있던 거북의 밥이 되었다. 테세우스는 스키론을 잡아 그가 행인을 죽일 때 썼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죽여서 거북의 밥이 되게 했다. 또 시니스라는 강도는 땅까지 잡아 늘인 두 그루의 소나무 사이에 행인을 묶은 다음 소나무를 다시 놓아 그 탄력으로 찢어 죽였는데, 테세우스도 똑 같은 방법으로 시니스를 죽였다. 악당들을 그들의 방식으로 죽여 되갚아주는 것도 사촌형 헤라클레스에게 배운 것이었다.

테세우스가 죽인 가장 특이한 강도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자였다.. 그의 집에 철침대가 있었는데 나그네는 그 침대에 눕혀졌다.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길면 남은 만큼 절단해 죽이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모자란 만큼 잡아 늘려서 죽였다. 프루크루스테스라는 이름은 잡아 늘이는 자, 혹은 두드려서 펴는 자라는 뜻이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종종 회자되는 이 짧고 유명한 이야기는 자기가 세운 일방적 기준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억지로 꿰맞추고 재단하는 독선과 편견을 뜻하는 관용구가 되었다.

테세우스가 아버지의 나라 아테네로 가는 길에 강도 3명을 퇴치한다. 이름은 스키론, 시니스, 프로크루스테스다. 3명 모두 짐만 털뿐만 아니라 나그네를 학대한 후 죽인다. 테세우스는 강도들의 방식으로 그들을 죽여 빅 엿을 멕이고 복수하여 공분을 푼다. 그들의 방식을 보면서 나는 두 가지 제도 학교와 직장에서 사람들이 적응, 또는 규격화되는 과정을 생각한다. 가장 잔혹한 형벌은 종일 굴려올린 돌덩이라 굴러내려 다음날 똑 같은 일을 또해야 했던 시시포스의 비유였다. 무릎을 꿇고 자신의 발을 씻게 하는 것은 밥을 벌기 위한 굴욕을, 두 그루 소나무에 사지를 묶는 것은 (특히 여성에게 그렇지만) 삶의 여러 영역 사이에서 솔로몬의 아이처럼 팔을 잡혀 당겨져 죽을 지경인 상황과 비슷하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비유는 진시노다 볼린은 문화나 사회가 정한 표준남성상에 맞춰 자신의 진정한 부분을 잘라내는 남성을 연민하면서 사용했었다. 남성만 그렇겠나? 적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표준상에서 삐져나온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잘라내거나 부끄러워 하곤 한다.   

 

134 펠리아스를 죽이기는 했지만 이아손은 왕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이 사건이 있은 후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코린토스로 도망갔다. 그들은 거기서 그럭저럭 10년간 살았다. 그러나 이아손의 마음에는 왕이 되지 못한 회한이 있었다.

아르고원정대를 꾸려 떠났던 이아손은 왕을 목적으로 한다. 그는 아마 이 되는 자기 신화를 가진 사람이었으리라. 그럼 이 집요한 욕망은 반드시 충족이 되어야한다. 메데이아는 그걸 놓쳤다. 그녀는 오직 자신이 사랑하는 그 남자와 살고 싶었을 뿐, 그 남자의 주요한 욕망, 우선순위를 살피지 못했다. 그래서 커다란 아픔을 겪었다. 그녀가 지혜롭다면 이아손의 신화를 살펴서, 그가 자신의 모습대로 살도록, 적극적으로 왕이 되는 길을 모색해주었어야 했다. 메데이아의 능력이라면 이런 우선순위를 알았다면 이아손을 왕으로 만들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메데이아의 우선순위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에 있었다. 단 나는 메데이아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녀가 자신의 심장을 찌르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 궁리한다. 그녀는 결혼 안에서 눈이 멀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메데이아는 결혼에 많은 걸 걸었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로 끝나는 동화를 믿었나보다. 누구나 자기답게 살아야 한다. 메데이아는 메데이아답게, 이아손은 이아손답게.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에서는 메데이아처럼 성격이 강한 여자를 이아손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럴 지도 모른다. 똑똑하지만 사랑, 가정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여자들에 대한 경고를 우리는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그건 다음에 생각해봐야겠다.

 

144 미노타우로스의 죽음, 테세우스의 승리, 공물로 바친 선남선녀의 귀환, 아리아드네의 유기, 그리고 그녀의 자매인 파이드라와의 결혼은 서서히 크레타 섬의 지배력이 끝나가고 그리스 본토의 지배자들이 크레타를 멸망시켜 가는 과정이 이야기 속에 상징적으로 녹아든 것으로 짐작된다. 아마존을 정복하고 안티오페를 납치해오듯 아테네는 크레타와의 싸움에서 크레타 왕녀 파이드라를 전리품으로 빼앗아온 것일 수도 있다.

이게 역사적으로 현실성 있는 이야기이리라.

나는 늘 궁금했었다. 어째서 결정적으로 자신을 도와준 아리아드네를 버린 테세우스가 그녀의 자매인 파이드라와 결혼을 했는지.

남편을 죽인 헤라클레스의 아들 프톨레마이우스의 전리품이 된 안드로마케는 그녀와 자식을 낳고 살 남자가 자신의 눈 앞에서 그녀의 돌쟁이 아들을 성벽에서 던지는 광경을 본다. 기원전 여자의 지위는 재산이었다. 신화를 읽으며 여자들이 불쌍하다. 헤라도 불쌍했다. 그런데 헬레나와 아프로디테의 경우는 불쌍하다기 보담 좀 통쾌한 면이 있다.     

 

155 시인은 노래한다.

 

현실을 아는 자들은 신이 그에게 허락한 것을 즐길 줄 알고

그 천직의 즐거움이 삶임을 믿는다.

일 외의 다른 더 큰 즐거움이 없을 때 일은 놀이가 되나니

자신의 일을 하다가 죽기를 바라네

태어난 운명대로 길을 가고

그 길 위에서 늙으리니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천직이니

천직을 다한 사람은 죽어서 별이 되나니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그만두고

평생 가야 할 길로 들어선 자는

황금의 시기를 맞이하리니

그들에게 퇴직은 없다.

죽음이 바로 퇴직이므로

그는 자신의 일을 하다가 그 길 위에서 돌아가셨다. 참 행복한 사람. 나도 일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여서 그 일을 하다가 죽고 싶다. 그 일은 어떤 것일까? 그가 20년 직장인에서 새롭게 작가의 인생을 시작했던 마흔 세 살에 서서 나는 물어본다. 내게도 작가로만 살면 행복할까? 학교에서 계속 일하면 행복할까? 휴직을 하고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자체가 나는 참 행복하다. 되든 안되든 이 일로 노력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 3아이 엄마라면 나는 직장을 안 다녔을 거라고 말하곤 했다. 박완서선생님은 마흔에 등단했다. 그때의 마흔은 지금의 쉰에 해당된다고 한명석선생님은 이야기를 하셨다. 휴직을 하고서 나는 알게 된다. 하루 8시간 이상을 일하는 대기업직원으로 일하면서 3년간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2~3시간 글을 썼던 그의 시간은 무척 고단하고 벅찼겠다. 그 일정대로 계속했을 때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는 자신에게 잘 맞는 부서에서 16년 일한 베테랑이고 몸에 익어서 가능했을까? 그렇게 할 수 있는 데는 변화가 절실했을 거다. 그리고 특유의 저력과 내공이 있다.    

 

157 델포이는 땅의 배꼽인 옴파로스가 놓여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제우스가 세상의 남쪽과 북쪽 끝에서 각각 독수리를 날려 보냈는데, 델포이에서 서로 만났기 때문에 이곳을 세상의 배꼽이라고 불렀다. 원래 이곳은 척박하기 그지없는 땅이었다. 코레타스라는 양치기가 델포이 신전 자리를 지나다가 어떤 향기에 취해 황홀경에 빠졌기 때문에 이 궁벽한 장소가 처음 알려지게 되었다. 황홀경에 빠지는 것을 일종의 신탁을 받은 것으로 여겨 여러 신들을 모신 신전들을 여기에 세웠으나 최종적으로 아폴론 신전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특히 신탁을 전해주는 장소를 아디톤이라고 부르는데, 그 안에서는 종종 향긋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플루타르코스는 이 알 수 없는 향기를 프네우마라고 불렀다. 이것은 일종의 바람 같은 영혼의 기운으로 여겨졌다. 플루타르코스는 델포이 인근의 보이오티아 출신이다. 델포이 아폴론 신전의 신관으로 피티아들이 전하는 신탁을 옮겨적는 일을 했다. 그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신탁을 듣기 위해 신전을 찾아온 많은 유력자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호,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한 번 읽어보고 싶구나.

세계의 배꼽, 옴파로스에 관심이 있다. 세계수에 대해서도. 연구원 1년차 여름여행 가기 전의 꿈이야기에 사부님이 둥근 돌은 세계의 배꼽 옴파로스라고 하신 적이 있다. 영화에서는 뉴질랜드에 있는 산이 세계의 배꼽인데, 그런 곳은 또 도처에 있다고 했지. 내 삶의 신탁을 주는 델포이가 세계 도처에 있다면 어떤 자세일 때 그 신탁을 들을 수 있을 건가?  

 

177 아테나 여신이 중재하여 오레스테스의 죄가 사해지는 순간 복수의 여신들인 에리니에스는 자비의 여신들인 에우메니데스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콜로노스의 숲에서 기려지게 되었다. 운명과 화해하고 싶었던 오이디푸스가 죽음의 장소로 콜로노스를 선택한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델포이 아폴론 신전에서의 재판에도 불구하고 오레스테스는 살모의 죄책감에서 자유로와질 수 없었다. 아버지의 시각으로 어머니를 상징적으로, 감정적으로 죽여버리는 아들, 딸의 딜레마, 커다란 짐. 그와 그녀가 가부장제의 시각을 가진 경우에 많이 발생할 듯. 예를 들어 어머니는 같지만 성이 다르기 때문에 형제가 아니라고 하는 경우. 우리 나라에서도 고려 시대까지만 해도 부계 성 만을 따르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어째서 이럴까? 농경사회의 아주 초기에만, 현대의 경우 중국 소수민족의 아주 일부만 모가장 제도가 있고 대부분은 가부장 형태다. 이 경우를 다룬 책을 더 읽어보고 싶다. 근데 나는 평등을 지향하는 남자조차도 나는 남자다는 인식이 있고, 일단 이걸 수용, 존중하면서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수렵채집 생활을 그만 둔 지 한참 되었는데도 사냥꾼의 습성이 몸에 배어 있단다. 그럼 이것 또한 유전자만큼 유서 깊으리라.    

 

아폴론과 아테나에게는 나름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판단이었겠지만 양심 또는 가슴과는 화해하지 못했다. 오이디푸스와 더불어 불행한 사람의 예다. 엄마 없이 태어난 아테나가 엄마보다 아버지가 더 중하다는 결론의 근거. 아테나의 엄마 메티스는 임신한 채 제우스에 의해 삼켜졌다. 그리고 태어나면 아버지를 능가하리라는 메티스의 아들은 태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천적이 될 아이의 탄생을 막기 위해 그 아이의 어머니를 찾아 살해하려는 SF 영화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왔나?

 

178 쓰라린 고통으로 다져진 오이디푸스의 시신을 거두어주는 나라는 승리와 함께 대지의 번영을 약속받게 되리라는 신탁이었다. 이제 그의 더럽혀진 육체는 승리와 번영을 상징하는 신성한 성물이 되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의식적인 잘못이 아니었는데도 책임을 지기 위해 눈을 찌르고 죽을 때까지 방랑하는 거지로 살았다. 이런 것조차 감수했다. 그래서 신들은 받아들인 걸까?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건강하려면 이성부모에 대한 사랑을 넘어 뻗어가야 한다. 

 

198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것은 유령과 영웅과 악당이 등장하는 민담과 전설들이었다.

트로이를 발굴한 슐라이만의 이야기. 나는 어릴 때 아버지한테 삼국유사에 나오는 옛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분이 읽었던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 그리고 아라비안 나이트를 달달달 읽었다. 참으로 커다란 행운이었다. 자연을 접할 기회를 주고, 말로 하든 책으로 하든 이야기를 사랑하는 친밀한 경험을 가질 것. 나에게는 행복한 유년의 조건이었는데 이걸 주려면 도시에서는 의식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199 1829년 아버지는 소년에게 예너의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를 사주었다. 그 책에는 트로이의 장군 아이네이아스가 아들의 손을 잡고 늙은 아버지를 등에 업은 채 불타는 트로이 성에서 빠져나오는 그림이 실려 있었다.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 문자해독이 덜 될 때 이런 책이 참 좋겠구나. 어떤 게 그 아이의 천복을 건드릴 지 아무도 모른다. 

 

200 소년의 집은 가난했다. 소년은 열네살 때 학업을 중단하고 식료품점 점원으로 들어갔다. 5년 반 동안 소년은 아침 5시부터 밤 11시까지 식료품을 팔았다. 고단한 몸과 가난은 소년에게 트로이에 대한 열망을 잊게 했다. 그러나 운명은 쉽게 물러나 주지 않았다.

어느 날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던 술취한 방앗간 조수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나오는 시 100행을 그리스어로 줄줄 음송하기 시작했다. 소년은 감동했다. 소년은 술주정뱅이인 그에게 위스키를 사주며 다시 음송해줄 것을 부탁했다. 호메로스의 트로이는 그의 마음 속에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그는 가슴의 통증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고 가는 곳마다 쫒겨났다.

1841년 열아홉 살이던 그는 함부르크에서 남미로 가는 증기선의 객실 급사가 되었지만 배는 침몰하고 선원들은 표류하다 네덜란드 해안에 도착했다. 그는 암스테르담에서 초라한 사무직 자리를 얻었다.

시간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외국어를 배웠다. 당시 150달러의 연봉을 받았는데 그 중 절반을 떼어 채을 사서 외국어를 배우는 데 전념했다. 먼저 영어와 프랑스어를 익혔다. 자신의 기억력이 꽤 쓸만하고 외국어 학습에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다시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포르투갈어를 익혔다. 그는 6주에 하나의 언어를 해치웠다. 그리고 다음은 러시아어를 배웠다.

이떻게 6주에 하나씩 언어를 배울 수 있었을까? 재능이 뛰어나서일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비밀이 있다. 그의 비결은 집중하고 외우고 현장에서 써먹는 것이었다. 그의 외국어 마스터 비결을 따라가 보자.

그는 먼저 사전으로 러시아 알파벳을 익혔다. 힘들게 문법을 배우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리스 영웅의 모험담을 러시아어로 암송했다. 그가 큰 소리로 암송하는 소리가 싸구려 하숙집 담을 넘어 다른 사람들을 귀찮게 했다. 결국 그는 하숙집에서 쫒겨났다. 그러나 그는 기죽지 않고 계속 외워댔다.

그러다가 그는 들어주고 비판해줄 사람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난뱅이 하나를 일주일에 4프랑을 주고 고용했다. 이 가여운 사람은 무슨 소리인지도 알 지 못하는 텔레마코스의 모험을 하루 두 시간씩 들어줘야했다. 그리고 러시아어로 일기를 썼다. 6주 후 그는 경매장에서 러시아인들과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열정과 몰입 그리고 실전이 6주에 하나씩 언어를 익히는 비결이었다.

드디어 러시아어가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러시아어에 정통한 사람을 찾기 어려웠던 무역상은 러시아어가 가능한 그를 상트레테르부르크로 보내 회사의 대리인으로 활동하게 했다. 일 년 후 독립하여 무역업에 뛰어든 그는 전 세계를 누비며 돈을 벌어들였다. 운이 따라주어 그는 큰 돈을 벌게 되었다.

그 와중에 그는 스페인어와 폴란드어를 배웠다. 다시 서아이사를 여행하면서 라틴어와 아랍어를 배웠다. 그리고 그리스어로 돌아왔다. 6주 동안 현대 그리스어를 익힌 그는 2년 동안 고전 그리스어에 매달렸다. 그는 조금 이른 마흔한 살에 모든 사업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트로이로 갔다. 돈을 사랑했으나 이상을 더 사랑했기에 그는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트로이를 발굴하겠노라고 아버지와 했던 약속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는 몽상가였고 이상주의자였다. 그러나 그는 확신에 찬 이상주의자였으며 실천하는 몽상가였다.

202 그는 자신이 고전의 대지 위가 아니면 어디에도 살지 못할 운명을 타고 났다고 믿었다. 그는 러시아인 아내가 러시아를 떠나려 하지 않자 그리스인 아내를 구하는 광고를 냈다. 당시 마흔일곱 살의 슐리만은 열아홉살의 그리스인 신비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결혼 조건으로 상당한 금액을 요구했다. 고대의 매매혼 같은 혼인이 치러졌다.

새 부인에게서 아이들이 태어나자 머리 위에 <일리아스>를 올려놓고 읽음으로써 엄숙하게 세례식을 지었다. 딸은 이름은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의 아내인 안드로마케라 짓고 아들의 이름은 그리스군의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이라고 지었다. 하인들은 텔레몬과 펠롭스라고 불렀고, 아테네에 있는 자신의 집은 괴물 키마이라를 죽인 영웅 벨레로폰이라 부르게 했다. 한마디로 그는 호메로스에 미친 사람이었다.

모든 학자들이 시적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믿었던 트로이는 실재했다. 트로이는 독학으로 공부한 신출내기 고고학자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기적으로 남게 되었다. 203 그에 의해 트로이 발굴은 세기의 로맨스가 되었다. 트로이만큼 감동적인 인생을 살다간 그 사람의 이름은 하인리히 슐리만이다. 호메로스의 이야기에 미쳐 살던 그는 자신의 일생을 고고학의 신화로 만들어버렸다.

 

256 <일리아스>에서 헥토르는 용사였으며, 존경받을 만한 무사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리더로서의 책임 앞에서 두렵지만 물러서지 않는 꿋꿋한 사내였다. 가족을 아끼는 따뜻한 남편이며 아버지였다. 그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트로이 전쟁에 관여한 어떤 여신보다도 고귀했다. 시종일관 저속하고 야비하게 등장하는 헤라는 말할 것도 없고 아프로디테나 아테나보다 더 훌륭한 여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녀는 말을 삼가고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으며 앞에 나서서 다른 사람들의 오해와 험담을 듣는 것을 싫어했고 부질없는 잡담에 빠지지 않으려고 했다. 더욱이 남편에게 권유할 때와 양보할 때를 잘 분별하는 여인이었다. 그녀의 부덕은 트로이인들뿐만 아니라 그리스인들에게까지 잘 알려져 있다. <일리아스>는 헥토르가 결전의 마지막 날 아내와 작별하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헥토르와 안드로마케에 대한 부분이 재미나고 숙연하다. 헤라클레스는 테미스여신의 아들이었지만 헥토르는 인간의 아들이었다. 헬레나는 제우스의 딸이지만 안드로마케는 인간의 딸이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모두 신인 성골 신들과 어느 한 쪽만 신인 진골 영웅들 사이에서 그냥 인간이었다. 안드로마케는 부덕이 뛰어난 덕분에 남편을 죽이고 아들을 던진, 헤라클레스의 아들에게 전리품이 되었다. 안드로마케가 구현하는 여성성에 더불어 목적달성을 위해 비열한 수단 사용도 불사하는 아테나의 여성성, 아름다움의 힘이 가장 세다는 걸 증명하는 헬레나의 여성성 또한 야생의 것이리라. 신화가 인류의 야생에 대한 것이라면, 파충류의 뇌가 감응하는 본능의 영역에 살고 있는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을 대뇌피질을 가지고 판단할 수 만은 없다.   

 

274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패배자는 물론 승리자에게도 전혀 영예롭지 않은 죽음과 상처만을 남겼다.

한편 망국의 백성들은 그리스군에게 유린당하고 폐허가 되어 버린 고향을 버리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기약없는 모험길에 올랐다. 길 위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도 온통 역경과 고난뿐이었다. 그 무엇도 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오로지 희망 하나만을 품고 용기를 끌어 모아 전진하는 것밖에는. 그들은 수없이 넘어질 때마다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길 위에 올랐다. 그들은 어떤 순간에도 목적의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폐허에 주저앉는 대신 미래를 향해 용감하게 길을 나선 그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모든 종족들 위에 1000년간 군림했다. 

트로이 유민이 로마제국의 조상이 된다. 실패의 와중에서도 새로운 모험을 떠나서 제국을 건설하는 이들의 모험담을 읽으면 지금 실패와 어두운 바닥의 와중에 있는 이들에게 용기가 된다. 그리스비극을 읽을 때 전쟁에 진 그리스유민들의 참혹상에 대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아이네이아스 신화는 실패와 절망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향해 전진해간 기록이다. 소중하다. 처음 아이네이아스에 대해 읽을 때는 이전에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을 때는 신들의 이름만 그리스식, 로마식으로 대체했을 뿐 다 비슷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었다. 아이네이아스 신화는 그리스신화에 소속된 것이 아니어서 생경했나보다. 이 책의 탁월한 점은 그가 역사학도였다는 점에 있다. 사통팔달 아구가 맞다.

   

287 오레스테스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 가장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사내 중 하나다. 가장 비극적인 사내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된 후 세상을 떠도는 오이디푸스라면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죽이고 복수의 여신들에게 쫒기는 오레스테스는 두번째 비극남쯤 될 것이다. 운명이 이끄는 비극적 인생을 살다간 신화 속의 주인공들은 많다. 그러나 스스로 죄임을 알면서도 그 죄를 의무로 짊어지고 그 끔찍한 죄를 범할 수 밖에 없도록 기계장치에 걸려든 사람은 많지 않다. 안타깝게도 오레스테스는 평생 어머니를 죽인 죄악에 시달려야 했다. 죽이기 전에는 죽여야 된다는 책임에 시달렸고, 죽인 후에는 살모의 죄의식에 시달렸다.

<아직도 가야할 길>에 오레스테스의 신경증에 대해 나온다. 이것에 대한 칼럼을 쓴 적 있다. 살인 과보 때문에 반복된다고 보았었다. 그런데 오이디푸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발달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머물다 넘어가는 어떤 상태다. 수많은 영화들이 이러한 심리가 인간 안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290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어머니를 죽인 오레스테스는 복수의 여신들 에리니에스의 추격을 받자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의 신전으로 반미치광이가 되어 피신했다. 복수의 여신들은 육친의 피를 흘리게 한 자들을 표적으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표적을 놓친 적이 없는 저주의 추격자들이다.

 

294 타우리스로 가서 그곳에 있는 아르테미스 여신상을 가져오라는 신탁이 내려졌다. 그러면 치유되어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

 

297 그리스로 돌아온 오르스테스는 아버지 아가멤논의 왕국을 계승했다.

매우 긴 시간을 방황했다. 예전에는 살인자인데도 이런 상속이 가능했구나. 

 

311 이타카 (콘스탄틴 카바피)

 

네가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

포세이돈의 진노를 두려워 마라

 

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엄한 감동이 깃들면

그들은 네 길을 가로막지 못할지니

네가 그들을 영혼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앞서지 않으면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와 사나운 포세이돈

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으리.

 

기도하라, 네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크나큰 즐거움과 크나큰 기쁨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설 때까지

네가 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없이 많으니

페니키아 시장에서 잠시 길을 멈춰

어여쁜 물건들을 사거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인 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이집트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가

현자들에게 배우고 또 배우라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 마라

비록 네 길이 오래더라도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기를 바라지 마라.

 

이타카는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책 쓰기도 이런 이타카가 아닐까? 인생의 모든 목적은 그럴지도

 

342 스킬라는 메시나 해협의 바다 동굴에 매복해 있는 바다 괴물이다. 여자의 모습이며, 몸 아랫부분은 여섯 마리의 사나운 개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개들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원래 스킬라는 아름다운 바다의 요정이었다. 글라우코스라는 초록색 머리카락이 치렁대고 하반신은 인어와 같은 작은 바다의 신이 어느 날 스킬라를 보고 그만 그녀를 짝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스킬라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쫒아가고 그녀는 달아났다. 절망한 글라우코스는 태양신의 딸 키르케를 찾아가 스킬라도 사랑의 아픔을 겪도록 사랑의 묘약을 지어줄 것을 요청했다. 글라우코스의 아픈 사랑 이야기를 듣는 동안 사랑에 약한 키르케는 그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스킬라가 괴물로 변하자 글라우코스는 기구한 스킬라의 팔자를 슬퍼하며 키르케의 잔인함을 피해 멀리 도망가 버렸다.

키르케가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이란 말인가? 그럼 헤카테와 헬리오스가 부부였나?

나 같아도 키르케가 더 싫어질 것 같다.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번번이 연애에는 젬벵인 이 헛똑똑이 마녀들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356 시인은 노래한다.

 

젊음의 10년은 전쟁터에서 살았고

10년은 불운의 풍랑을 헤치며 살아왔다.

마지막 가장 위험한 고향에서 맨손으로 일어서니

비로소 한 사내는 홀로 설 수 있게 되었다.

머리와 어깨는 위엄과 젊음으로 오히려 10년 전보다 더욱 빛나니

 

우리도 그렇게 젊은 날들을 공을 세우기 위해 전쟁처럼 바삐 살고

또 그만큼은 칼립소에게 억류되어 날마다 바다를 보고

한숨을 쉬듯 매너리즘에 젖어 산다.

그러나 인생은 모험, 날마다 새로운 파도와 겨뤄야 하니

알게 되리라. 삶은 이타카를 향하는 도중에 있음을

그가 비록 60, 70대의 풍광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삶이 이타카를 향하는 도중에 있다는 그의 시에 의하면 그의 모험, 항해는 훌륭했다. 나 또한 이리 살게 되기를. 이타카에 도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이타카가 없음을 슬퍼할 것.  

 

368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과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들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들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그들이 세운 제국 로마가 세계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번영을 누리고 오늘날까지 그 위대함이 바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로마제국 쇠망사>를 썼다. 

내 책의 질문은 무엇인가? 이것이 컨셉, 씨앗이다. 북페어 기획인을 내면서 민망했다. 여성영웅신화는 표류중이다. 2014년에는 신화에 대한 책을 깊이 여러 권 집중적으로 읽어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알게 되리라. 그런데 구본형선생님처럼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그리스인 이야기> 같은 본격 신화를 다룬 책은 내공도 없고, 자격도 없다. 연구원에 지원했을 때 목표는 삶의 변화였다. 신화를 곁들이고, 내 삶의 이야기,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여성으로서의 나, 아이를 기다리는 나, 

 

377 아킬레우스가 너무나 헬레네를 만나고 싶어하여 그의 어머니 테티스와 아프로디테가 만남을 주선해주었다고 한다. 아킬레우스는 그녀를 보자마자 격정에 빠자들어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녀의 남자는 밝혀진 것만 다섯이다. 첫째가 가장 어려서 만난 테세우스, 둘째가 남편 메넬라오스, 셋째가 정부 파리스, 넷째가 격정의 아킬레우스, 그리고 마지막 남자가 프리아모스의 아들 중 하나인 데이포보스다.

헬레네는 행복했을까?

 

386 트로이가 멸망하자 안드로마케는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의 전리품이 되어 그의 아내가 되었다. 그러나 네오프톨레모스는 아름다운 헬레네의 딸인 헤르미오네와 결혼하면서 곧 안드로마케를 버렸다. 그러나 그는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렸다. 아가멤논의 아들인 오레스테스가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기구한 여인이다.

 

386 네오프톨레모스는 죽으면서 포로의 신분이었으나 예언력을 가지고 그를 도왔던 트로이의 왕자 헬레노스에게 왕위를 이어받게 했다. 그래서 헬레노스가 안드로마케와 재혼하여 그 도시를 다스리고 있었다.

헬레노스는 그러니까 형의 아내였던 여자와 산다. 여자가 재산으로 취급된다. 왕비도 마찬가지다.

 

390 시인은 노래한다.

 

인간은 이 운명에서 저 운명으로 부름을 받는 것

부름이 끝나 한 곳에 머무는 순간

삶은 저녁처럼 머문다.

그러니 풍랑과 폭우를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떨림의 기쁨으로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니

 

풍랑이 내던져놓은 새로운 운명의 해변에서

폭우가 지나간 하늘은 다시 푸르게 살게 하나니

모든 죽음은 영원한 평화, 그러니

살면서 아무 일 없는 무풍의 권태를 참지 마라

떠나지 못한 모험은 삶에 대한 쓰라린 모독이니.

지난 여름방학에 나는 지리산에 갈 생각이었다. 아니면 김홍근 박사의 명상수련에 갈 생각이었다. 그것도 안되었다. 매우 무기력해졌다. 이런 모독스런 느낌이 매우 싫다. 분노스럽다.  

 

(두번읽기) 작년에는 아마도 헤라가 승리했을 듯 싶다. 시댁과의 일정을 우선했다. 올해도 현충일 연휴에 지리산에 가고 싶다. 이번에는 유점 요양원이 아니라 12일의 오쇼명상수련회에 참석하고 싶다. 그는 울릉도 여행에 간다, 나는 병원 일정 때문에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시험관이 성공하면 장거리 여행을 하는게 조심스럽다. 실패하면 가도 되겠지만 실패를 예상하고 신청하는 건 싫다. 다른 이들의 자리를 내가 빼앗는 거잖아. 올해는 데메테르가 내 발목을 잡네. 동적명상 중 나에게 맞는 게 어떤 건지 찾아보고 싶다. 처음 접한 건 아주 오래 전이었는데 그 때 접한 나타라지 명상이 마음에 들어서 CD를 사다가 집에서 들었다. 하지만 층간소음이 문제가 되는 일반 주택에서 나타라지를 하기는 어려웠다. 퇴근 후에 단 15, 20분 걸리는 108배 하기도, 산책 하기도 벅찼다. 

 

397 헤르메스가 그 앞에 섰다.

그대는 자신의 왕국과 운명을 모두 잊었는가? 하늘의 제왕인 제우스께서 직접 나를 그대에게 보내셨다. 바람을 헤치고 달려온 내가 그분의 명령을 전하니, 당장 이곳을 떠나 그대에게 예정된 왕국을 찾으라. 커가는 그대의 아들 아스카니우스의 희망을 생각하라. 이탈리아 왕국과 로마 땅은 그대의 몫이니.”

 

398 그녀는 궁전의 맨 안뜰 마당에 소나무와 참나무로 거대한 화장용 장작을 쌓게 했다. 그리고 그곳에 화환을 걸고 죽음의 잎으로 장식했다. 그녀는 그 위에 자신의 침상을 얻었다. 그리고 아이네이아스가 입던 옷가지와 그의 칼과 그를 그린 그림을 올려두었다. 그녀는 아이네이아스의 함대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침상 위로 올라갔다. 깊은 회상에 잠겨 잠겼던 그녀는 침상에 누워 스스로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던졌다….그녀는 아이네이아스가 남기고 간 칼 위에 엎어졌다. ..디도는 세 번이나 팔꿈치를 딛고 몸을 일으켜 세웠으나 세 번 모두 다시 침상 위로 쓰러졌다.

아우, 짜증나. 소름 돋아. 그깟 남자 하나 때문에 목숨을 끊냐? 그녀의 기백은 다 어디로 갔나?

남자가 자기를 떠난다고 자동차에 떨어져 죽거나, 자살을 하는 여자들은 무섭다. 독하다 독해. 사랑이 아니라 자기 성질을 못 이겨서 저러는 것 같다. 안타까운 신화 속 여성 하나 추가 ㅠㅠ

 

450 나는 오랫동안 변화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살아왔다. 스스로를 변화경영전문가라 불렀다. 변화를 나의 삶에 적용하는 순간부터 자기계발과 자아경영과 연결되게 되었다. 자기 경영의 요체는 왜곡되고 강요된 껍데기의 삶을 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모색이다. 나의 세계를 찾아내 그 주인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기 혁명인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연구하고 책을 쓰는 저작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낸 변화의 개념을 나에게 적용하는 실험적인 삶을 살아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기업인 1인 기업을 만들었고, 30년 가까이 몸담아온 현장을 줌심으로 변화이론을 만들어온 전문가이며, 일 년에 한 권의 책을 써내는 작가로 살아왔다. 자기 혁명을 꿈꾸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대학원을 만들어 제자를 키우고 함께 공부하고 노는 기쁨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신화야 말로 자기 경영의 요체를 담고 있는 거대한 상징체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화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어느 날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역할과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자각하고는 시련과 고난을 이기고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적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법을 수련하여 드디어 평범한 사람은 결코 해낼 수 없는 과업을 성취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된 힘을 가지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게 되는 이야기다. 신화란 그 이야기 속에 자기 혁명의 진수와 핵심을 뼈와 살로 품고 있는 비서임을 알게 된 것이다.

(처음읽기)자기경영의 요체는 자기 혁명에 있구나. 자기의 모험을 떠나 자기답게 사는 게 자기경영, 자기혁명의 핵심이구나. 나는 나의 신화를 살아낼 거다. 그리고 남들도 자신의 신화를 알아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왜 이런 꿈을 꾸는 지는 알 수 없다. 그게 작가의 길일까? 알 수 없다. 13살 때는 읽고 쓰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제일 재미있고 황홀할 것 같아서다. 국어선생이 되기 위해 국어교육과에 진학하려는 건 그때의 내 정보로는 그 목적으로 가는 유일한 방편처럼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긴 세월동안 누군가가 정해준 시간표대로 살면서, 세탁기처럼 돌아가는 정신없는 와중에서 잃어버렸다. 그게 마흔 전환의 내용이 되리라. 지금까지와는 좀 다르게 살아보리라.   

(두번읽기) 나의 삶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자기사랑, 자기답게 살기, 불교수행자, ,,? 사물과 사람을볼 때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볼까? 무엇을 위해 나는 지금까지 살아왔을까? 20대 이후부터는 분명하다. 수행의 목표는 나를 잘 데리고 다니기였다. 불안하고 우울한 나를 잘 부양하는 것, 좀더 안정감과 행복감을 늘이는 것. 처음엔 대상이 나하나였다. 그 동심원이 점점 포개진채 수가 늘고 넓어졌다. 내 노력보다는 나이가, 세월이 가르치는 것 같다. 40대인 지금은 가족체, 내 대에서 3대를 살피는 시야로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각본을 쓰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내 삶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나더러 스님이 되라고 권한 분들이 몇 분 있었다. 나는 거의 절에서 살면서도 출가수행자가 될 생각이 없었다. 단군신화에서 힘을 받을 때, 나는 마늘과 쑥을 먹으며 동굴에서 금기하는 곰이었다. 지금은 신단수 아래에서 하늘이 주신 아이 낳기를 비는 웅녀가 된 걸까? 웅녀의 동굴은 삶의 여러 모퉁이마다 들어가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바라기로는 하루의 가장 성스럽고, 방해가 적은 새벽시간에 나만의 성소, 동굴에서 거하길.   

 

451 신화에 대하여 몇 년간에 걸친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나는 어떻게 영웅이 자기를 구현해가는 과정을 밟아갔는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와 모델을 찾고 싶었다. 그것은 변화경영사상가이며 작가인 내게 꼭 맞는 임무였다. 이 일은 즐거움이고 기쁨이었다.

신화에 관련된 책을 쓰자면 사부님이 연구원 커리큘럼으로 깊이 읽고 생각하고, 실제 사람들을 통해서 참구한 10여 년이 필요하지 않을까?

 

3.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프롤로그

 

 12 앙드레 보나르 같은 문학가는 진정한 원시는 문명 속에 있다고 말한다. ‘자유를 위한 숭고한 투쟁으로 일컬어지는 살라미스 해전은 강력한 전주주의 국가인 페르시아에 대항한 그리스 민족의 독립 투쟁이었다. 이 해전이 벌어지던 역사적인 날 아테네의 총사령관 테미스토클레스는 인간의 생살을 뜯어먹는 신 디오니소스에게 세 사람을 제물로 바쳤다. 금빛 보석으로 치장한 잘생긴 이들은 아테네 최고 집정관의 친조카들이었다. 테미스토믈레스는 군사들이 보는 앞에서 세 사람의 목을 졸랐다. 그들은 산 사람을 제물로 보내고 싸움길에 올랐던 것이다. 문명은 이렇게 원시와 몸을 섞으며 자라왔다.

이피게네이아가 사령관 아가멤논에 의해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제물로 바쳐진 것도 같은 맥락인 듯. 내 자식을 전쟁터로 내 보내는 부모 입장에서는 사령관의 귀한 조카나 친 자식을 바치는 의례가 필요할 지도.

 

12 그리스인들에게는 가혹한 날씨와 거친 토양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가난했고 배고팠다. 그와 동시에 그들에게는 가장 안전한 바다, 즉 에게 해가 있었다. 어디서나 60킬로미터 이내에 육지가 있는, 이 잔잔한 바다는 한 번도 배를 탄 적이 없는 사람들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13 예술은 빈약한 반면 행동은 신속하고 활발한 시대였다. 이 시대의 영웅 중 한 명이 바로 오디세우스였다.

이런 식으로 그리스 문명의 시대구분을 프롤로그에서 간략히 훑는다. 대단한 내공이다. 그리스신화를 한 권의 교과서를 가지고 딸딸딸 반복해 익히기에 이 책은 적합하다. 신들에 대한 것이 신별로 정리되어 있고,(tip) 시대별로 영웅들의 이야기를 구분해 놓았다. 그는 신화는 역사학적으로 읽는게 아니라 시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첨언도 빠뜨리지 않는다.

    

14 거친 해적의 시대를 거쳐오면서 그리스는 점차 세련되어갔다. 그리스는 인류 문명의 위대한 유산이 되었다. 묵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인류의 역사 속에 전설과 신화로 계속 더해졌다.

 

15 그 중 많은 것들이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재미있고 싱싱하다.

 

16 아폴론 신전이 있는 델포이에는 그가 했다는 말이 기둥에 새겨져 있다. 바로 너 자신을 알라이 말을 널리 퍼뜨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 되게 한 것이 바로 소크라테스였다.

 

16 탈레스의 이야기와 버금가게 아름답고 묵묵한 이야기가 또 있다. 글을 모르는 한 사내가 아리스티테스에게 다가와 깨진 도자기 위에 아리스티테스라고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 도자기 파편은 도편추방제에 쓰이는 일종의 투표용지였다. 아리스티데스는 자신을 추방하고 싶어하는 사내에게 ㅇ리스티데스가 그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사내가 대답했다.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소. 사실 난 그가 누구인지도 모르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가 정의로운 사람이라더군. 나는 그게 지겨웠소

그는 사내가 내맨 도자기 파편에 자신의 이름을 묵묵히 써주었다.

 

17 오늘 묵묵히 자신의 이름을 적어주던 그(아리스토티데스)의 손길과 마음결이 긴 시간을 건너고 바다를 지나고 대륙을 넘어 내게 전해진다. 도자기 조각에 제 이름을 쓰느라 길가에 쭈그린 그이 넓은 등판이 든든해 보인다. 이것이 바로 문명의 힘이다.

 

17 그리스인의 이야기는 위대한 비극 작가들에 의해 훌륭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그리스인의 이야기는 인간의 마음속 무의식의 세계를 들어내 보이는 멋진 텍스트와 모델이 되어주었다. 나는 그리스 신화를 읽으면서 내가 동양인도 서양인도 아닌 인류의 한 사람임을 절감했다. 진정한 글로벌 인간인 셈이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든, 우리 안에는 인류의 원시와 고개 그리고 중세가 이 시대와 함께 공존한다. 오늘 그리스인의 이야기에서 그 행간을 읽어낼 수 있다면 우리 안에서 가장 위대한 힘을 이끌어내 스스로의 삶을 영웅의 행적으로 끌어올릴 용기와 방법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우리를 끌어올리는 힘, 즉 엑셀시어의 정신은 우리를 도약하게 한다.

동양과 서양의 고전을 읽으면서 나는 그들 모두를 나의 스승, 또는 조상으로 생각했다.

 

17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물리적으로 점령해야 할 땅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사적인 세계들이 여전히 우리가 점령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의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을 하나의 나라를 세우는 것과 같다. 하나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것도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18 짐 굿나이트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도시 캐리에 가장 특별하고 차별적인 SAS 인스티튜트라는 기업을 창립했다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이며, 가장 존경받는 기업 중 하나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35시가 이상 일하지 않도록 권장받는다. 나머지 시간에 가족과 자신의 인생을 즐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1976년 창립 이후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기술적 경쟁력도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분야에서 최고다. 모두 만족한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성과다.

 

18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비교종교학과 신화학 분야에서 특별한 정신적 제국을 만들어냈다. 그는 어떤 조직을 만들어내지 않았지만 그이 해석과 통찰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생각을 통해 그 생각이 지배하는 자신의 지적 세계를 만들어냈다.

 

18 3000년이 지나 우리는 가지가지의 문명들이 혼합된 글로벌 시대에 와 있다. 우리의 의식 세계는 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무의식은 아직도 문명에 의해 순치되지 않은 신화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 이것이 자기 경영의 본질이다. 그래서 신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내면의 어둠으로 내려가는 사다리며 통로가 되는 것이다.

 

18 나의 신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나의 세계가 없는 평범한 삶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세계 하나를 창조해 내는 것이다. 자주적 삶의 방식도 없고 정신적 독립성도 없는 대중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마침내 세상에 자신의 작은 왕국 하나를 건설해가는 이야기다. 성공과 실패가 하나의 물결처럼 서로를 교환하는 것,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모멸이 온 몸을 휩싸는 일에 뛰어드는 것, 모든 신화는 바로 이 무수한 모험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19 이 책은 단순한 신화읽기를 위해 쓰인 것이 아니다. 그런 류의 책은 너무도 많다. 이 책은 모험의 선동을 위해 쓰였다. 모험에의 초대,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다.

 

23 밤의 여신 닉스가 어둠의 신 에레보스와 사랑을 나누어 그 사이에서 알이 하나 생겨났다.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알이 부화하여 껍질을 깨고 황금의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니 그것이 바로 사랑이었다. 사랑은 존재하는 것끼리 서로 짝짓게 만들었다.

 

24 생명은 심연 속의 어둠, 즉 지하 세계의 죽음으로부터 나온다는 생각은 신화의 중요한 모티프다. 이것은 죽음, 지하 세계로의 하강, 그리고 재탄생의 농업적 주기를 상징화한 것이다.

 

24 그리스인들에게 천지창조의 신화는 없다. 신이 우주를 만든 것이 아니라 우주가 신들을 만들어냈다.

 

1장 미케네 : 모험의 시작

 

29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두 형제에게 이 세상에 사는 동물들을 만들게 했다. 나중에 생각하는 자 에피메테우스가 상상력에 따라 가지가지 동물을 만들어내고 동물에 따라 되는대로 그 특별함을 주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간의 남자를 만들어내게 되었는데 이미 재료를 다 쓰고 남은 것이 없었다. 당황한 에피메테우스는 미리 생각하는 자인 형 프로메테우스에게 달려가 난감함을 호소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신처럼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고귀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태양으로부터 부을 훔쳐와 인간에게 주었으니 인간을 자연의 위협으로부터 구해주는 요긴한 무기로 불만한 것이 없었다. 천산의 신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의 지나친 인간 편애에 분노했다. 더욱이 예지력이 뛰어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도 모르는 비밀 하나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제우스가 언젠가 아들에게 권력을 찬탈당하고 쫒겨나리라는 것이었다. 신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을 알게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그 아들을 낳게 될 여인의 이름을 말하라고 다그쳤다. 어머니를 없애 아이가 태어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침묵했다.

이건 뭐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에게 한 수 아래인 느낌마저 든다. 피울님 덕분에 프로메테우스를 자세히 읽을 수 있었다.

  

29 신도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을 알게 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그 아들을 낳게 될 여인의 이름을 말하라고 다그쳤다. 어머니를 없애 아이가 태어나지 못하게 하게 위해서였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침묵했다.

메티스의 아들? 은빛 발을 가진 테티스의 아들? 제우스는 아테나를 임신중인 메티스를 삼켜서 아들을 아예 태어나지 못하게 했다. 아테나는 어머니의 기억없이 아버지의 머리에서 태어났으므로 가부장적인 신이 되었다. 테티스는 인간에게 시집보내어 헤라클레스를 유한한 존재로 태어나게 했다. 

 

29 제우스는 그를 잡아서 코카서스 산의 바위에 묶어 두었다….제우스는 그에게 매일 독수리가 간을 파먹는 고통을 주었다.

 

29 아비를 쫒아낸 제우스가 다시 그 자손에게 쫒겨나리라는 것은 영원한 무의식의 강박으로 남게 되었다. 이것은 아버지의 세대는 언젠가 반드시 지나가고 자식의 시대가 오며, 그 자식은 또 그 자식에게 세상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상징이다.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것이 시간의 비극이며 또 축복이다.

 

30 각각의 신들로부터 그 신만이 가진 가장 특별한 특성을 부여 받은 이 여인의 이름은 판도라였다. 판도라는 모든 선물이라는 뜻이다. 판도라는 신들로부터 모든 것, 즉 감점과 약점, 저주와 축복 모두를 받은 여자가 되었다. 제우스는 한 사람 안에 너무도 많은 대립적 요소들을 넣어두면 그것들이 서로 부딪치고 갈등해서 하루도 고통과 번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하여 모순, 갈등, 패러독스, 딜레마가 바로 태초의 인간의 조건이 되었다.

 

31 미리 홍수의 대재앙을 알고 있던 프로메테우스는 아들인 데우카리온에게 단단하고 커다란 나무 상자를 준비하고 먹을 것을 저장해두라고 일렀다. 비가 쏟아지자 데우칼리온은 에페메테우스와 판도라의 딸인 피라와 함께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데우카리온과 피라 : 노아부부 든 대홍수가 있었음에는 틀림이 없군.

 

32 몇 년간 틈틈이 신화를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보낼 때 나는 무사이의 아홉 여신들이 달빛 같은 맨발로 헬리콘 산의 나무 사이를 바람처럼 뛰어다니며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느낀다. 가끔 그들은 내 집의 뒷산을 춤추듯 오르내리기도 한다.

나도 새벽에 일어나 매일 글을 쓰고 싶다. 그러다 보면 이런 고백을 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33 그리스인들이 만들어낸 원시의 신화 중에서 가장 극적이고, 가장 아기자기하고 가장 사랑받는 이야기는 단연 페르세우스 신화다. 더욱이 그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으나 그리스 영웅들의 최초의 모험담이기도 하다.

 

33 페르세우스는 아르고스의 용사이며, 용사 중의 용사 헤라클레스의 직계조상이다. 제우스가 아버지다.

 

34 다나에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천신 제우스가 황금소나기로 쏟아져 다나에가 갇혀 있던 방을 채움으로써 그녀의 몸이 자신을 받아들이게 했던 것이다.

다나에는 왕녀이므로 이름이 있고, 그녀의 남자는 이름이 없었나보다. 그런데 페르세우스가 영웅이 되려니 아버지를 천신에 대었나? 인간 아버지가 아니라 신 아버지를 두고, 인간 어머니에게서 난 특별한 존재들이라니. 게다가 성관계를 통해서 임신한 게 아니니 동정녀에게서 났다. (페르세우스, 고주몽, 예수님)

 

35 왕의 친형제이면서 어부나 농부 목동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왕이 되지 못한 형제는 권력의 가능성으로부터 멀리 떠나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특히 그 왕이 포악하거나 불안정한 인격의 소유자라면 더욱 그렇다.

 

36 그는 자신이 곧 결혼할 것이라고 알리며 잔치를 열었다. 그 섬에 사는 친지들을 불렀다. 페르세우스도 초대되었다. 모두들 왕에게 신부를 위한 선물을 바쳤지만 가난한 페르세우스는 그럴 수가 없었다. 젊은 그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그는 왕이 누구에게서도 받을 수 없는 가장 진귀한 선물을 하겠노라고 장담했다. 왕이 웃으며 그것이 무엇인지 묻자 고르곤의 머리를 베어 왕에게 선물하겠다고 대답했다. 자존심이 강한 페르세우스는 스스로 젊음의 어리석은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노회한 왕과 혈기왕성한 젊은이가 이렇게 부딪힌다. 그런데 젊음의 어리석음이 또 다른 모험의 초대가 되어준다. 아마도 그 전에 페르세우스는 이미 모험을 떠날 내적 외적 준비가 되어 있었을 거다.

 

36 폴리덱테스는 페르세우스가 그 약속(고르곤의 머리를 베어 왕에게 선물하겠다)을 지키지 못한다면 다나에를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36 제우스는 경솔한 약속으로 곤경에 빠진 아들 페르세우스를 도와주기 위해 두 명의 신을 보내주었다. 하나는 아테나 여신, 아테나는 빛나는 방패를 페르세우스에게 빌려주었다또 하나의 수호신은 헤르메스였다. 매우 영리하고 빠릿빠릿하기 때문에 제우스가 가장 귀여워하여 자신의 전령으로 삼은 상업과 도둑의 신이었다. 헤르메스는 용의 비늘로 덮인 메두사의 목을 단칼에 벨 수 있는 보검을 빌려주었다.

어니언씨 덕분에 페르세우스 신화를 자세히 짚어가면서 읽었다. 고맙다.

 

37 여신 아테나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제거하기 위해서 저녁의 님프들인 헤스페리데스 자매에게 맡겨진 세 가지 무기를 더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37 페르세우스는 머나먼 서쪽 끝으로 가서 해가 전혀 비치지 않는 어둠 속에서 살고 있는 세 명의 노파를 찾았다.

 

37 이 괴이한 여인들은 한 번도 젊었던 적 없이 처음부터 노파로 태어났다. 하나의 눈알을 가지고 셋이서 번갈아 봐야 하고 하나의 이빨로 번갈아 씹어야 하는 가련한 존재들이었다.

삼위일체 여신?

  

38 날개 달린 샌들, 키비시스라는 은으로 만든 배낭, 하데스의 투구

 

38 시인은 노래한다.

 

어제, 또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들

고요한 일상의 호수에 문득 돌멩이 하나

다른 운명이 여울져 찾아온다네

어리석고 위험한 젊은이 하나가 불행을 찾아 떠나네

그것이 젊음이기에

 

험준한 산을 오르고 깊은 계곡에 갇히며

기괴한 노파와 비밀스러운 요정에 묻고 또 물어

빛나는 방패와 휘어진 칼로

마음속 괴물의 두려운 목을 자르네

두려움을 이기니 바로 그 일이 진정한 영광

 

42 메두사를 사랑한 포세이돈은 그녀를 그냥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메두사의 잘린 목에서 피가 흘렀는데, 그 속에서 천마 페가수스가 태어나 힘차게 울고 하늘로 날아오르게 했다. 말은 포세이돈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었다.

 

43 신화 속에서 메두사는 두 가지 대극적인 가치를 모두 붙들어 품은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43 희생된 자이면서 죽인 자와 결코 다르지 않은 동질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44 메두사 신화의 중의성은 가해자로서의 아테나와 희생자로서의 메두사 사이의 동질성에서도 잘 나타난다.

아테나는 가부장적인 신이었다. 메두사는 아마도 여신이었을 거다. 같은 특징을 가졌으면서 가부장제에 충성하는 여신으로 바뀌는 과정을 메두사 살해로 그렸나? 추측

 

44 메두사에게 반한 포세이돈은 그녀를 유혹하여 아테나의 신전에서 사랑을 나눴다. 정사였는지 겁탈이었는 지 분명치 않다. 만일 겁탈이라면 메두사는 신에게 농락당한 가여운 희생자다. 희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네타는 자신의 신전을 더럽힌 메두사를 용서할 수 없었다. 포세이돈에게 겁탈당한 메두사는 다시 한 번 아테나의 저주를 받아 참혹한 괴물로 변하고 말았다.

 

44 메두사의 가장 큰 특징은 넘실대는 뱀 머리카락과 모든 것을 돌로 변하게 하는 석화의 안광이다. 그런데 아테나의 상징성 역시 뱀과 눈빛이다.

 

45 아테나 역시 초록빛의 푸른 눈 blue green eye’를 가진 여신으로 전쟁에서 분노에 휩싸이면 눈에서 불길을 쏟아낸다. 아테나를 상징하는 새는 부엉이(올빼미)다 부엉이는 화등잔만 한 눈을 깜빡이지 않고 노려본다. 

 

45 아테나와 메두사는 거울의 양쪽에 서 있는 같은 인물이었을까?

 

45 헤시오도서의 <신통기>나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는 메두사가 두렵고 무서운 밤의 경계나 저승의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로 등장한다. 이러한 상징성은 중세를 지나는 동안 단테의 <신곡>이나 밀턴의 <실락원>에도 그대로 전승되어 죽음과 저승의 문지기인 메두사가 산 것들은 저성의 길목에 들어설 수 없게 그 사나운 얼굴로 막고 있다.

 

45 그리스인들에게 a메두사의 마스크는 적에게 막강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부적처럼 쓰였다.

시칠리아에서 많이 보았다.

 

45 페르세우스는 영웅의 여정을 마친 후 메두사의 머리를 아테나에게 바쳤고, 아테나는 자신의 불패의 방패에 이 머리를 달아두었다.

 

46 가장 무서운 괴물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가장 훌륭한 자기 방어의 수단으로 전환하려는 주술적 기원은 여전히 우리로 하여금 아이기스를 찾게 한다.

 

46 메두사는 또한 명품계의 특별한 인물인 지아니 베르사체의 로고이기도 하다.

 

48 아틀라스는 거절했다. 왜냐하면 제우스의 아들 하나가 이 황금 사과를 훔쳐갈 것이라는 신탁을 들은 아틀라스가 황금 사과를 지키기 위해 제 땅에 오는 길손은 누구도 그 사과나무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거대한 뱀더러 지키게 했기 때문이다.

이건 또 뭔가? 어디서 봄직한

 

49 황금사과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헤라에게 준 결혼선물인데 헤라는 이 사과를 매우 좋아해서 자신의 정원에 심게 했다. 황금사과를 탐내는 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헤라는 머리가 100개 달린 용에게 지키게 하고, 저녁의 요정인 세 명의 헤스페이데스 자매에게 사과나무를 돌보게 했다. 그래서 헤스페리데스의 황금사과라고 불리게 되었다. 헤라클레스가 이 근처에 왔을 때 어깨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던 거인 아틀라스를 만나게 되었다.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가 헤라의 정원에서 황금 사과를 따오는 동안 자기가 대신 하늘을 지고 있으면 어떻겠냐고 했다. 무거운 하늘 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아틀라스는 흔쾌히 동의하고 황금 사과를 따왔다. 그는 헤라클레스에게 이 일을 시킨 에우리스테우스 왕에게 자신이 직접 사과를 갖다 주고 올 테니 그 동안 계속 하늘을 지고 있으라고 했다. 헤라클레스는 동의하는 척하면서 어깨에 방석을 댈 동안만 잠시 쉬게 해달라고 청했다. 아트라스가 의심 없이 하늘을 받쳐 든 사이에 헤라클레스는 땅에 놓아둔 황금 사과를들고 냅다 달아나버렸다.

헤라클레스의 모험이야기가 재미있다.

 

50 카시오페아는 외모에 대단한 관심을 가진 왕비로서 딸인 안드로메다가 바다신의 딸들인 네레이스들을 몽땅 합해놓은 것보다 더 아름답다고 자랑했다.

 

51 나의 용맹이 따님을 구출한다면 따님과의 결혼을 허락하시겠습니까?

 

52 그는 아테나에게는 암소를 헤르메스에게는 송아지를 제우스에게는 늠름한 황소를 한 마리 바쳤다.

 

53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속에서 이 난동에 대해 여러 페이지에 걸쳐 지루하리만큼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그 몇 페이지를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다니!

 

53 그 아이의 목숨이 명재경각이었던 그 순간에 그 절벽에서 구했어야 하지 않았느냐? 그때 네가 나서서 그 아이의 약혼자라고 주장했어야 했다. 신들이 내 딸에게 괴물이 제물이 되는 기구한 운명을 선언했을 때 인간의 약속은 취소되었다. 죽음에 의해 모든 약속이 취소되듯이 말이다. 아무도 무서워 나서지 않았을 때 페르세우스가 나섰다. 그 사람이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그 아이의 목숨이 살아났다. 그래서 남편으로 선택된 것이다. 물러가라. 창피하지 않느냐?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나서는 사람

 

54 페르세우스는 죽여도 죽여도 몰려드는 반군들에게 마침내 메두사의 머리를 치켜들고 고함을 질렀다. “내 편인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리고, 내 적들은 모두 여기를 보라.”

, 재미난 장면

 

54 싸우기 전에는 페르세우스에게 가장 위험했던 메두사의 머리가, 일단 페르세우스가 승리하여 그의 전리품이 되자 적들을 물리치는 결정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그 머리는 페르세우스의 영광이 되었다. 위험이 명예가 되고 가장 강력한 후원자가 된 것이다.

나에게는 이게 뭘까? 나의 최대 약점은 마감관리, 시간관리를 잘 못한다는 점이다. 그게 극복이 되면 나는 중요한 무기를 얻게 된다.

 

55 세상의 보물 딱 하나만 들라면 사랑이지

목숨을 건 것이 목숨을 살리는 법

그걸 잡으려면 온 삶을 다 걸어야지

정말일까? 사랑이 가장 소중할까?

 

57 자신의 차례가 되자 페르세우스는 힘껏 원반을 던졌다. 그러나 실수로 관중석에 날아간 원반은 그 경기에 참석하고 있던 아크리시오스를 맞혀 그 자리에서 죽게 하고 말았다. ..세월이 흘렀으나 신탁은 이루어졌다.

이런 신탁, 인과응보가 필요했던 그 집안의 내력이 있을 것이다.

 

58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은 왕족들의 인골과 수많은 유물을 발견했다. 황금 가면을 쓴 남자 해골이 있고, 황금 왕관을 쓴 뼈만 남은 여인들이 나왔다. 슐리만은 이곳을 아트레우스 왕의 보물창고라고 불렀다.

 

59 한편 페르세우스는 모든 모험을 마치고 아름다운 안드로메다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다가 별이 되었다.

 

59 메두사는 페르세우스를 벗어날 수 없고 페르세우스는 메두사를 벗어날 수 없다. 이 둘은 마치 하나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58 미케네문명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페르세우스의 모험은 성장의 정점에서 몰락하는 미노스왕 이야기보다 시대적으로 앞선 신화다. 내가 페르세우스의 모험을 가장 앞에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로 크레타 문명은 대략 기원전 2500 ~기원전 1400, 미케네 문명은 기원전 1600~기원전 1150년에 존재했던 걸로 추정된다. 두 문명이 흥망을 교환하는 교체기인 기원전 1600~기원전 1400년 사이 200년이 주로 초기 영웅들의 활동 시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기원전 1200년 경에 트로이 전쟁이 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신화는 역사가 아니라 상징이기 때문에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시적 상상력을 통해서 이해되어야한다.

 

61 거칠고 야망이 큰 고대의 영웅들은 안드로메다같이 아름답고 조신한 아내를 얻는 것과 더불어 페가소스 같은 씩씩한 야생의 말을 타보는 것이 평생의 소망이었다.

 

61 페가소스만은 못하지만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명마였던 부케팔로스 역시 거친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타보고 싶어하는 말의 대명사였다.

 

61 변광성 모두에 케페우스왕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아내의 안색에 따라 인생이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하는 변광성 같은 여린 남자들은 모두 케페우스의 후손들이다.

 

62 수많은 그리스 영웅들의 행적 속에서 페르세우스처럼 한 여인과 로맨스를 만들어 오직 그 한 사람과 일생을 살아간 영웅은 매우 드물다. 트로이의 용장이며 세기의 훈남인 헥토르만이 그에 비견될 수 있다. 테세우스는 타고난 바람둥이였고, 이아손은 사랑의 배신자였고, 헤라클레스는 만나는 여인마다 아이를 갖게 했고, 아킬레우스는 이 여자 저 여자를 탐닉했고, 오디세우스는 달려드는 여인들을 피하지 않았다.

 

63 스토아 철학자들은 제우스가 우주의 질서를 의인화한 신이라고 말한다.

 

63 제우스의 권력 쟁취 과정은 크로노스와 티탄의 연합 세력과의 싸움에서 시작했다. 제우스는 먼저 크로노스가 지하감옥인 타르타로스에 가두어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와 팔이 100개인 거인 헤가톤케이레스를 풀어주어 자신의 세력으로 규합했다.

 

64 제우스에게는 세 명의 아내가 있다. 첫번째 아내는 지혜의 여신 메티스다. 그녀는 크로노스에게 약을 먹여 삼킨 자식들을 모두 토해내게 해서 제우스가 그들과 힘을 합쳐 아버지와의 전쟁에게 이기게 도와주었다.

 

64 두번째 아내는 법과 정의의 여신 테미스다. 그녀는 제우스가 거인족과 싸울 때 제우스에게 암염소 아말테아이의 가죽인 아이기스를 갑옷으로 삼으라고 조언했고 신탁, 제의, 법 등을 만들어 제우스를 보필했다. 아폴론에게 신탁을 내리는 법을 가르쳤다.

 

64 세번째 아내가 바로 여인들과 가정의 수호신 헤라다.   

 

65 학자들은 제우스의 바람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지배신이 이미 있는 도시에 그리스인들이 들어가 영향력이 커지면 제우스 숭배도 함께 퍼지게 되면서 원래의 토속신과 하나로 융화하게 된다. 그러면 그 토속신의 아내 역시 제우스에게 양도된다. 이 과정이 바로 제우스의 끝없는 외도행각으로 묘사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영웅들은 자신들의 계보를 신에게 닿게 하고 싶었다. 이왕이면 다른 신들보다도 제우스의 아들이 되는 것이 가장 영광스러웠다. 그렇게 반신반인이라는 특별한 혈족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66 신화 속의 기괴한 괴물들

티폰

세 개의 머리를 가진 지옥의 개, 케르베로스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거대한 뱀, 히드라

사자의 머리, 염소의 몸통, 뱀의 꼬리를 가진 키마이라

테베의 괴물 스핑크스

도검불침의 가죽을 가진 네메아의 사자

 

66 티폰과 에키드나 사이에서 태어난 기괴하고 흉악한 자식들 중에서 가장 이름난 괴물은 셋이다. 먼저 이들 괴수의 아비 티폰은 인간과 야수의 중간적 존재로서 대지의 어떤 것보다도 컸다.

 

67 그리스 최고 영웅 헤라클레스가 잠시 미쳐서 자식을 죽인 것에 대한 속죄로 얼간이 사촌 에우리스테우스 왕의 명령에 따라 열두 가지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 괴물들은 주로 제압되거나 죽임을 당한다. 

 

67 세 개의 머리를 가진 케르베로스는 죽음의 세계를 지키는 저승의 신 하데스의 개다. 이 개가 하는 일은 죽은 자들이 저승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일이며, 또 산 자가 저승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일이다. 머리가 세 개이고 꼬리는 뱀으로 끝에 전갈과 같은 독침을 달고 있으며, 등줄기를 타고 수많은 뱀의 머리들이 솟아나 있다.

해리포터를 쓴 작가도 이걸 읽었을까? 그녀의 상상력 또한 고전에서 빚지고 있을 수 있겠다.

 

68 아홉개의 머리를 가진 거대한 뱀 히드라는 머리가 여러 개 달린 뱀으로 묘사되는데 머리의 수는 다섯 개, 여섯 개 혹은 100개로 작가에 따라 다르다.

 

68 목을 치면 그 자리에서 두 개의 머리가 속아나기 때문에 신조차 꺼려하는 대상이었다.

 

68 헤라클레스는 인근 숲에 불을 질러 나무로 된 불등걸을 만들었다. 히드라의 목을 치면 얼른 그 자리를 지져 다시 두 개의 머리가 솟아나는 것을 막았다.

 

69 네소스의 셔츠 한 사람의 명예나 미래를 파멸시키는 치명적 선물

 

69 사자의 머리, 염소의 몸통, 뱀의 꼬리를 가진 키마이라

 

69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키마이라의 모습을 인간이 아닌 괴수로 사자의 머리와 뱀의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몸통은 염소인데 입으로 격렬한 불길을 뿜어낸다고 묘사한다.  

 

70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오후에는 두 발로 걸으며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은 무엇인가?

 

71 두 자매가 있었다. 첫번째 여인이 두 번째 여인을 낳았고, 그렇게 태어난 두번째 여인이 다시

 

72 헤라클레스는 결국 사자의 발톱으로 가죽을 찢는데 성공했다. 그는 사자의 가죽을 벗겨 자신의 겉옷으로 둘러쓰고 다녔다. 훌륭한 갑옷 하나가 생긴 셈이다.

 

 

2장  크레타 탐욕의 끝

 

74 그들의 황소의식은 황소를 죽이지 않고 더불어 함께 희롱하며 지내는 것이다.

 

75 그렇게 위험한 놀이를 견뎌내려면 잠도 못 자는 굉장한 훈련을 하며, 담력까지 쌓아야 하지만, 경기의 비법을 체득하면 동작 하나하나가 단순해지고 확실해지고 우아해진다. 희망이 없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렇게 황소와 심연을 마주하는 이 영웅적이고 장난스러운 크레타인들의 눈을 그는 (니코스 카잔차키스) ‘크레타인의 시선이라고 불렀다. 그에게 크레타는 어머니의 젖가슴이며 끊임없는 영감과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고향이었다.

 

76 1926년의 지진을 겪은 에번스는 거대한 자연 재앙이 크레타 문명을 죽음으로 끝장냈을 거라고 주장하게 되었다. 학자들은 여전히 분명한 멸망의 이유를 모르지만 에번스의 주장을 중요한 가설 중 하나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77 우리는 그때 크레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다만 그 당시 존재했던 가장 위대한 문명 하나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는 사실만이 진실이다. 잃어버린 문명,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인류의 궁금증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78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일정한 직업도 없이 떠돌던 작은 키의 아서 에번스는 모험을 즐겼고, 주화를 모았으며, 여기저기서 발굴 작업에 참여했다. 가난했지만 열정적이었다. 다행히 그의 아버지가 제지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고 아들을 위해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여행과 문필 활동이 그가 바라는 삶의 방식이었다. 한때 그는 <맨체스너 가디언>이라는 신문의 특파원으로 상황이 날로 험악해지는 발칸반도를 취재하기도 했다. 종종 첩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그는 발칸의 분쟁 지역과 잔학 행위들을 찾아 취재하는 일을 즐겼다. 마치 물 만난 고기 같았다. 특별한 이슈가 없을 때는 여기저기 널려 있는 유물들을 모았고, 공동묘지와 버려진 폐허에서 발굴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는 섬세한 눈썰미를 가지고 있었고, 작은 징후에서 거대한 진실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뛰어났다. 그는 기자로서 그리고 문필가와 고고학자로서 명성을 쌓아갈 수 있었다. 79 정말 그다운 삶은 크레타의 크노소스 궁전을 발굴하는 일에 뛰어든 1900년경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1941년 아흔 살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그의 삶은 크레타의 문명을 밝히는데 쓰였다. 그것이 그의 운명이었다. 그는 그 운명을 사랑했다. 트로이를 발견한 슐리만처럼 에번스 역시 크레타에 얽힌 신화를 믿고 거기에 자신을 다 바쳤다…80 에번스는 그리스문명보다 두 배나 오래된 문명이 자신에 의해 부활하는 것을 지켜보며 눈을 감았다. (=아서 에번스)

트로이유적을 발굴한 슐라이만처럼 크레타 유적을 발굴한 아서 에번스의 삶 또한 운명을 따라 모험을 떠난 삶이었구나.

 

80 미노스는 제우스와 에우로페 사이에서 태어났다.

 

80 그 소는 아무도 밟지 않는 눈, 남풍에 녹지 않은 백설처럼 희었고, 목의 흰 살은 더할 나위없이 튼튼했으며, 뿔은 장인이 공들여 닦아놓은 듯이 반짝였고, 눈빛은 부드러웠으며 표정은 평화로웠다.

 

80 기원전 2000년을 전후하여 섬나라 크레타가 전성기를 누릴 때 크레타의 대담무쌍한 소형 함대들이 지중해의 섬들을 누볐다.

 

82 크레타 섬에 이방인이 상륙하지 못하게 지키는 청동인간 탈로스, 반드시 노획물을 잡고야 마는 사냥개, 그리고 결코 과녁을 빗나가지 않는 창이 그것이다. 그 후 이 세 가지 선물은 크레타의 신물이 되었다.

 

82 탈로스의 주 무기는 커다란 돌덩이였는데 그는 그것을 멀리까지 던질 수 있었다. 은밀한 자들이 발견되어 체포되면 탈로스는 불 속에 뛰어들어 몸을 빨갛게 달군 뒤에 그들을 끌어 안아 데어 죽게 했다. 그의 몸은 불사신이었다. 그러나 종아리 부분에 가느다란 정맥이 있는데, 후에 아르고 호의 전사들이 크레타에 이르렀을 때 가장 위협적인 경비병 탈로스의 종아리 정맥을 마술로 끊어 죽게 한 사람이 바로 이아손을 따라왔던 아름다운 마녀 메데이아였다.

탈로스 이야기가 무척 재미나다. 한편 수호신은 좀 외로왔을 것도 같다. 탈로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어릴 때 저녁마다 저녁을 먹고 엄마가 밥상을 치우고 이부자리를 펴는 동안에 건너방으로 건너와서 묻어둔 고구마를 후식으로 먹으면서 아버지한테 옛날 이야기를 들었던 걸 추억한다. 그런데 내가 아이를 키우게 되면 나도 청소와 설거지 따위 기계로, 누구든 할 수 있는 일들을 차지하고 아이들과 보내는 풍요롭고 정기적인 시간은 빼앗길 건가 생각했다. 화가 버럭 난다. 그들 부부의 역할분담이었을텐데 말이다. 나는 내 아버지가 했던 역할을 하고 싶다. 취미도 재주도 없는 살림살이에 목숨걸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걸 했으면 싶다. 내가 관심갖는 것은 부모 모두 직장을 다닐 경우 각자와 가질 수 있는 독점적이고 질높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83 그 당당한 황소를 잡아 제물로 바치지 않고 종자를 퍼트리기 위해 자신의 가축우리에 가두어 두었다. 그대신 그 우리의 소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흰 소 한 마리를 제물로 바쳤다.

 

84 미노스의 아내이며 크레타의 왕비인 파시파에는 대단한 소유욕을 가진 여인이었다. 그녀는 유명한 마녀 키르케와 자매지간이었으며 그녀 못지않는 마녀였다. 미노스에게는 수많은 애인들이 있었다. 그는 아버지 제우스를 닮아 세상이 다 아는 바람둥이였고, 파시파에는 남편의 숱한 애정행각에 분노하고 있었다.

 

85 프로크리스는 그 대가로 크레타의 3대 보물 중 두 가지를 달라고 햇다. 한 번 목표물을 정하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 개와 결코 과녁을 벗어나지 않은 창을 자신에게 줄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86 한번 들어가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미궁을 만들어 줄 것을 명령했다. 다이달로스는 거대한 미궁을 만들었다. 이 미궁이 유명한 라비린토스다. 미노스의 탐욕과 파시파에의 복수가 만들어낸 아들 미노타우로스는 이 미궁에 가두어 키워졌다.

어쩐지 왕비가 욕을 먹는 것 같다.

 

86 수많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미노스는 크레타를 가장 먼저 문명화시켰으며 정의로 다스렸다. 또한 훌륭한 법을 만들었다.

 

88 시인은 말한다.

 

신의 은총으로 권력을 얻게 되면

더 이상 개인일 수 없는 공인

만인의 재산을 개인의 이익으로 취하지 마라

서임 의식을 치루는 동안 신의 대리인이라는 겉옷을 입은 것이니

공익을 탐하면 신의 분노로 재앙을 입게 되리라.

 

한때의 탐욕으로 얻어 자랑한 것이 뼈아픈 후회가 되리니

미노스가 죽어 저승의 판관이 된 것은

살아서 못한 것을 죽어서 제대로 해보라는 신의 숙제

 

89 기원전 1200년경 철기로 무장한 도리아인이 남하하여 그리스 본토를 장악했다.

 

91 사랑에 빠진 아리아드네는 미궁을 설계한 다이달로스에게 달려가 미궁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물었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보검 한 자루와 살 한 타래를 주었다.

 

92 아리아드네를 사랑한 시안 윌리엄 스태퍼드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하면 the way it is>에서 절대로 놓아서는 안되는 실에 대해 이렇게 노래한다.

 

네가 따르는 한 가닥 실이 있지

변화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는 실

그러나 그 실만은 변치 않아

사람들은 네가 무엇을 따라가는 지 궁금해하지

너는 그 실에 대해 설명해야 해

그렇지만 그 실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

그 실을 꼭 잡고 있는 한, 너는 절대 길을 잃지 않아

너도 고통받고 늙어갈테지

네가 무얼 해도 시간이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어

그래도 그 실을 꼭 잡고 놓으면 안돼

 

93 왜 영웅 테세우스는 이렇게 배신을 하게 되었을까?

 

94 그러나 그녀는 테세우스를 증오하여 자신을 망치는 일을 하지 않았다. 이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97 니체가 디오니소스의 입을 통해서 아리아드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마디는 사랑한 것을 미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으리라.

 

97 아리아드네야말로 사랑이 미로이여, 삶이 미궁이며, 스스로가 미궁임을 잘 알고 있는 현명한 여인이었다. 여기서 니체는 외친다.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라.

 

97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의 미로를 밝혀준 여인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미궁 속에 길이 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삶이라는 슬픈 미궁을 미워하지도 저주하지도 않는다. 운명이 주어지면 그것을 따른다. 그것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그녀는 인생이라는 미로를 사랑했기에, 그 속에 길이 있기에, 그 길이 고통스러워도 버리고 파괴하지 않는다.

 

97 니체는 여기서 외친다. 아모르 파티, 운명을 사랑하라

 

97 이제 아리아드네의 미로는 디오니소스가 되었다. 디오니소스는 아리아드네의 발치에 누운 표범이다.

 

97 시인은 노래한다.

 

모든 영웅이여, 미궁으로 들어서라

나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로 가는 길

나를 지나면 영원한 슬픔에 이르는 길

나를 지나면 길 잃은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길

그 길을 통과하라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결코 잊지 마라.

희미한 소명의 길은 미궁과 같으나

어두운 내면을 통하지 않고는 내가 없으니

두려우리라 생각한 곳에서 나를 발견하고

죽으리라 생각한 곳에서 살게 되리라.

 

99 아들아 이 비행에서는 고도가 중요하다. 너무 낮으면 습기가 날개를 무겁게 하여 추락할 것이고, 너무 높게 날면 태양 열에 밀랍이 녹아 날개가 부서질 테니까 말이다. 내 뒤만 따라 오너라.  

 

100 다이달로스는 무사히 시칠리아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의 아폴론 신전에 그의 날개를 헌납하여 걸어두었다. 한편 다이달로스가 아들과 함께 탈출한 것을 안 미노스 왕은 그를 다시 잡아들이기 위한 교묘한 계책을 짰다. 나선형 소라 껍데기를 겹겹이 이은 다음 그곳에 실을 뀔 수 있는 사람에게 상을 주겠다는 소문을 퍼트렸다. 이 재미난 퀴즈를 절대로 그냥 넘길 수 없는 피를 타고났기에 그는 당장 문제 풀이에 들어갔다.

 

102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든 자기 작품의 주인이 아니다. 그들은 주로 주문을 받는다.

 

102 기술자들은 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오직 어떻게라는 질문에만 몰두한다.

 

102 오래 전부터 기술자들은 기술이 윤리적으로 중성이라고 생각했다.

 

102 최초로 핵을 이용한 대량 살상 무기가 만들어질 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이렇게 말했다.

무언가 매력적인 기술이 눈에 뜨면 우리는 일단 거기에 달려들어 일을 벌인다. 그 기술이 성공한 다음에야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따져본다. 원자폭탄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103 사람들과의 연결은 혁명적으로 증진되었으나 앞에 마주 앉은 사람을 버려두고 수시로 스마트폰을 보면서 서로를 모독한다. 사람들은 몰입을 잊어버렸다. 또한 사람들은 기억하여 하지 않는다.

 

104 다이달로스 역시 전형적인 장인이었다. 그는 이유를 묻지 않는다. 오직 주문받은 것을 가장 잘 만들어내는 기예의 1인자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104 악의 평범성, 그 원천은 바로 생각하지 않은 죄에서 온다. 시키는 일을 그저 따르는 자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갖지 않음으로써 주도적 삶도 사라진다.

 

106 신화 속 기억해야할 짐승들

에우로페 태우고 크레타로 가는 제우스, 암소의 눈을 가진 헤라,

아테나 여신 신전, 아테나 여신의 방패, 헤르메스 신물 중 케리케이온의 두 마리. 의신 아스클레피오스이 지팡이에 한 마리,

 

107 케리케이온 지팡이

두 마리의 뱀은 죽음과 부활, 생과 사, 빛과 어둠, 긍정과 부정 등 대극적 가치를 나타내며, 두 마리의 뱀이 엉켜서 마주 보는 것은 그 조화를 의미한다. 뱀은 운명 그 자체로서 재앙처럼 느닷없이 나타나고 복수보다 생각이 깊고, 운명보다 더 알기 어려운 것의 상징이다. 발도 날개도 없이 스미듯 침투하는 영혼을 상징하기도 한다.

 

108 의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는 한 마리의 뱀이 감겨있다.

 

108 지금도 구급차에는 아스클레피오스이 지팡이가 그려져 있다.

 

108 마녀들의 핏줄을 거슬러 오르면 그 끝에 헤카테가 있다.

 

108 그녀는 다른 신들처럼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영역에 권력이 걸쳐 있는 크로스 오버형 여신이었다. 사람들은 주로 십자로에 세 개의 몸이나 세 개의 얼굴을 가진 여인의 모습으로 그녀의 신상을 세워두고 봉헌물을 바쳤다.

 

109 종종 암말, 암캐, 늑대의 형상으로 마녀와 마법사들에게 나타났다.

 

110 키르케는 헤카테의 딸이다. 키르케라는 의미는 독수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와 자매지간이다.

 

110 키르케는 오디세우스를 사랑하여 그를 일 년 동안 그 섬에 붙들어 두었다. 그 사이 꿈 같은 세월이 흘러갔다. 키르케와 오디세우스 사이에 켈레고노스라는 아들이 생겨났다.      

 

111 그리스 신화를 통틀어서 가장 비극적이고 가장 걸출한 마녀는 메데이아다. 그녀는 키르케의 딸이나 조카로 알려져 있다.

 

112 그리스 신화 전체를 통틀어서 사랑에 상처받은, 가장 참여적이고 파괴적인 팜므 파탈이 되었다.

 

113 봄이 오면 그리스는 닷새 동안 디오니소스 축제가 벌어진다.

 

113 디오니소스는 고통을 체험한 유일한 신이다. 매년 가지치기를 당하고 매년 갈기갈기 찢겨 죽는다. 그리고 매년 부활한다.

나무들이 다 그렇지.

 

115 디오니 수수는 두 개의 자궁에서 태어난 자가 되어 여성적 생명과 남성적 생명을 함께 갖춘 신으로 형성되었다.

 

116 황홀한 자유와 난폭한 야만이 공존하는 카니발이 바로 디오니소스 축제였다.

 

3장 아테네 문명의 꽃이 피다.

 

119 신탁 아테네에 이르기까지 포도주 푸대를 풀지 마라

 

119 영리한 피테우스는 이 신탁의 뜻을 금방 알아차렸다. 아이게우스가 장차 아테네를 다스릴 아들을 낳을 것임을 알아차린 피테우스는 자신의 후손이 아테네의 왕이 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포도주 푸대를 풀어서 아이게우스에게 포도주를 잔뜩 먹여 취하게 한 다음 자신의 딸 아이트라를 그의 방으로 들여보냈다. 아이게우스는 그녀와 결합하여 아이를 낳았으니 그가 바로 테세우스다.

신탁이나 꿈 이야기를 알아듣고 딸을 나그네 방에 들여보낸 이야기가 많다.

 

120 피테우스는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 없이 자라는 테세우스가 포세이돈의 아들이라는 소문을 퍼트렸다.

 

120 아이게우스는 아이트라가 자신의 아이를 낳을 것을 예감했기 때문에 트로이젠을 떠나면서 커다란 바위 밑에 칼 한 자루와 신발 한 켤레를 감추어두었다. 테세우스라는 이름도 테사우로스, 묻혀있는 보물이라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아이게우스는 아이트라에게 아이가 그 바위를 들어 신물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자라면 아테네에 있는 자신에게 몰래 보내라고 말했다.

유화부인의 고주몽 같은 이야기가 그리스에도 있네. 신기하다. 사생아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가는 모티프.

 

120 열여섯 살이 되던 해 그는 이미 씩씩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어머니 아이트라는 그에게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고 바위를 들어 그 밑에 숨겨진 칼과 신발을 찾게 했다.

칼과 신발. 이 물건들에도 공통점이 있을까? 뭘 상징할까?

 

121 할아버지는 그에게 바닷길을 선택하라고 했다. 그러나 테세우스에게 악당들과 싸워 그들을 제압하는 신나는 모험이었기 때문에 그는 육로를 선택했다. 그는 처음으로 찾아가는 아버지에게 악당들의 피 한 방울도 묻히지 않은 칼과 신발을 아들의 징표로 가져가는 것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젊은이다운 생각이다. 거기까지 가는 길이 평안하길 바라는 게 아니라 모험으로 가득차길 바란다. 그러나 노회한 노인인 할아버지는 목적지로 가는 최단코스를 권한다.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좋다.

 

121 테세우스가 처음 만난 악당은 페리페테스였다. 그는 헤파이스투스가 인간 여인과 낳은 아들이었다. 그는 아버지 헤파이스투스가 만들어준 무쇠 철퇴를 휘둘러 나그네들을 무자비하게 때려죽이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철퇴장군이라고 불렀다. 테세우스는 페리페테스를 죽이고 그의 무쇠 철퇴를 빼앗아 자신의 무기로 삼았다.

내가 대적하기 힘들었던 적을 제압하면 그의 무기가 나의 무기가 된다는 예가 여기에도 있구나.

 

121 스키론이라는 강도는 행인을 잡아 무릎을 꿇고 자신의 발을 씻기게 했다. 행인이 무릎을 꿇고 그의 발을 씻기면 바로 차서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뜨려 죽였다. 그렇게 떨어져 죽은 행인들은 그 낭떠러지 밑에 살고 있던 거북의 밥이 되었다. 테세우스는 스키론을 잡아 그가 행인을 죽일 때 써썬 것과 똑 같은 방법으로 죽여서 거북의 밥이 되게 했다. 또 시니스라는 강도는 땅까지 잡아 늘인 두 그루의 소나무 사이에 행인을 묶은 다음 소나무를 다시 놓아 그 탄력으로 찢어 죽였는데, 테세우스도 똑 같은 방법으로 시니스를 죽였다. 악당들을 그들의 방식으로 죽여 되갚아주는 것도 사촌형 헤라클레스에게 배운 것이었다.

테세우스가 죽인 가장 특이한 강도는 프로쿠르스테스라는 자였다.. 그의 집에 철침대가 있었는데 나그네는 그 침대에 눕혀졌다.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길면 남은 만큼 절단해 죽이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모자란만큼 잡아 늘려서 죽였다. 프루크루스테스라는 이름은 잡아 늘이는 자, 혹은 두드려서 펴는 자라는 뜻이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종종 회자되는 이 짧고 유명한 이야기는 자기가 세운 일방적 기준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억지로 꿰맞추고 재단하는 독선과 편견을 뜻하는 관용구가 되었다.

 

123 시인은 노래한다.

 

아직도 프로쿠루스테스의 침대 위에서

고정관념이라는 철제 침대에 맞춰 살고 있는 우리

그대로 되먹여 치기를 당하듯이

우리가 세상을 보는 그대로 세상도 우리에게 보답하나니

자기 혁명은 현실보다 우리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때만 이루어지는 것 

 

124 고생하여 겨우 테세우스를 낳았지만 자손이 귀했던 아이게우스는 늘 불임이 주는 모멸감과 싸워야 했다. 메데이아의 묘약 덕분에 그는 그녀와의 사이에서 메도스라는 아들을 낳았다.

아르고원정대는 테세우스보다 이른 영웅이었구나.

아이손? 이아손은 황금양털을 구해서 왔는데도 왕이 되지 못하고 메데이아를 배신하고 결국 아이들을 잃었다. 그 신화가 가르쳐주는 것은 무엇이지? 메데이아에게는 필요에 의해서 자신을 사랑한 자를 믿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그 남자에게도 일러주는 것이 있을 거다. 만약 그가 왕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는 왜 그 모험을 성공하고도 왕이 되지 못했던 걸까? 뭐가 문제였을까?

 

124 메데이아는 바곳이라는 독초로 독약을 제조했다. 이 독초는 저승의 문을 지키는 머리가 셋 달린 케르베로스의 침으로부터 자라나는 풀이었다. 헤라클레스가 열두 과업의 하나로 이 개를 잡아올 때 목을 감아 잡았기 때문에 머리를 흔들며 몸부림을 치는 동안 개의 입에서 나온 침이 바위를 적셨는데 그 바위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풀이었다.  

아 재미있다. 

 

125 테세우스는 아버지가 자신을 알아볼 수 있도록 아버지의 신물인 칼을 꺼내 고기를 썰었다. 아이게우스는 그 칼을 알아보았다. 그는 당장 독이 든 술잔과 음식들을 엎어버리고 아들을 껴안았다. 그리고 씩씩한 테세우스가 자신의 아들임을 온 아테네에 알렸다. 아들으의 용맹함은 그 아버지를 기쁘게 했다.

감동적인 장면

 

125 아버지 아이게우스를 만난 다음 테세우스가 한 가장 유명한 모험이 바로 미노스왕의 미로에서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일이다.

 

126 그러나 배에는 검은 돛이 걸려 있었다. 아들이 죽었다고 믿은 아버지는 절망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높은 절벽에서 바다로 몸을 날려 죽고 말았다. 아이게우스가 빠져 죽은 바다는 그 후부터 에게해라 불리게 되었다.

참 비슷한 이야기도 많지. 검은 돛 이야기를 나는 아버지한테 옛날 이야기로 입으로 들었다. 우리 아이들도 어른에게서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으면 좋겠다. 참으로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126 또 한 가지 유력한 정황이 있다. 그는 아리아드네를 낙소스 섬에 남겨두고 떠나라는 아테나의 신탁을 따르면서 배신감과 자괴감에 깊이 상심했을 수도 있다. 정말 그랬을까? 그랬다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한 여인을 버려야 했던 비탄이 실수로 아버지를 죽이게 되는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127 시인은 노래한다.

 

미궁에서 목숨을 구해준 사람을

버리고 떠나야 하네

사랑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내,

만인이 환호하는 영웅이 되었으나

한 사람도 사랑할 수 없는 불임의 영웅

 

아비를 배신하고 사랑을 선택한 여인

잡아야 할 손은 자신의 손밖에 없는

그 손을 남몰래 놓아버리고

검은 돛을 단 채 제 아비를 죽이고 말았구나

한 번 사랑한 것은 먼저 미워할 수 없으니 네 운명을 사랑하라.

 

127 아이게우스의 뒤를 이어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왕이 되었다.

 

128 각 마을에 있던 공회당이나 행정청들을 없애고, 아크로폴리스에 공동의 공회당을 지었다. 그리고 도시의 아름을 아테네로 정하고 공동의 제사를 지냈다. 시민들이 투표할 수 있는 의회를 만들고 공화국을 만들었다. 그는 도시를 확장하기 위해 평등을 조건으로 외지에서 적극적으로 인구를 유입시켰다. ‘모든 민족이여, 이 땅으로 오라가 그의 기치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민주정치를 펴기 위해 왕의 자리를 내던진 인물이 바로 테세우스였다. 다른 도시국가들이 한 사람의 절대군주 밑에 머리를 조아리는 체제를 구축해갈 때 아테네는 모든 나라와 도시 중에서 가장 자유롭고 번영하는 도시가 되었다. 테세우스는 국민들이 스스로 통치하는 위대한 나라의 초석을 놓았다. 

128쪽에는 테세우스의 저택 유적 사진이 나온다. 테세우스는 실존인물이었나 보구나. 신기하다.

 

129 태양신 헬리오스의 손녀이며 유명한 마녀 키르케의 조카딸이었다. 그러나 다른 전승에 의하면 모든 마녀의 여주인공인 헤카테의 딸이라고도 한다. 어찌 되었든 그녀의 피 속에는 마녀의 피가 진하게 흐르고 있었다.

 

129 마녀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 메데이아는 다른 주인공의 스토리에 곁다리로 끼어드는 조연이 아니라 악독한 마녀로서 스스로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스 비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에 등장하는 유모의 말에 의하면 사나운 영혼이며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다.

남편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 친자식을 살해한 여자들이 현대에도 있다.  

http://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30204.990012210130743 (고통을 인용해 죄송합니다-_- 두 분 모두 행복해지길 기원드립니다..)

 

진 시노다 볼린은 이것이 결혼의 여신 헤라를 내부 여신으로 하는 여자들이 빠질 수 있는 자기 파괴적인 선택 중 하나라고 말했다. 헤라는 끊임없이 남편 제우스의 바람과 불륜에 맞서야했다. 남편은 자신의 생존권력이므로 뭐라고 못하고, 찾아가서 들에게 포악을 떨어댔다. 최근에 하고 잇는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이것을 그대로 현대판으로 재현하고 있다. 헤라는 어떻게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  

 

130 아이에테스는 놋쇠 발을 가진 헤파이스토스의 황소들에게 쟁기를 지워 밭을 갈고, 거기에 용의 이빨을 뿌릴 수 있다면 황금 양털을 내주겠다고 말했다.

 

130 밭에 뿌려진 이빨에서 튀어나온 용사들이 이아손을 공격하는 대신 서로 싸워 자멸하도록 이아손에게 부적을 준 사람도 다름 아닌 메데이아였다. 황금양털을 지키는 잠들지 않는 용에게 마법을 걸어 잠들게 한 것도 그녀였다.

 

131 테살리아의 아마타스 왕은 네펠레와 결혼하여 남매를 낳게 되었다. 왕비에 대한 사랑이 식은 아마타스 왕은 왕비와 헤어지고 후처를 얻었다. 후처의 이름은 이노다. 후처는 전처의 아이들을 미워하여 제우스에게 인신공양을 하도록 왕을 설득했다. 계모 밑에서 학대받을 것을 염려한 네펠레는 두 아이를 계모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피신시키려고 했다. 제우스는 이 모정을 동정하여 헤르메스를 시켜 황금 털을 가진 숫양 한 마리를 보내주었다. …누이는 바다에 빠지고 소년 프릭소스는 콜키스 왕의 환대를 받아 그 딸과 결혼했다. 프릭소스는 양을 제우스에게 감사의 제물로 바친 후 자신을 환대해주고 사위로 삼아준 콜키스 아이에테르에게 황금 양털을 선물했다. 아이에테르는 그 황금양털을 신성한 숲에 걸어두고 잠자지 않는 용에게 지키게 했다.

이런 부분이 이 책의 정성이 든 부분이다. 저자는 이런 숨겨진 이야기들을 꼼꼼히 기록해두었다.프리소스의 여정 역시 영웅의 이야기로구나. 메데이아의 아버지는 영웅을 환대했구나. 그럼 메데이아는 왜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을까?  

   

133 그럼 잠깐 그녀가 회춘액을 만드는 레시피를 들여다보도록 하자. 먼저 큰 솥에 쓴 즙이 나오는 마초를 넣고 동방의 돌과 해안에서 가져온 모래를 넣었다. 그 다음에 달밤에 수집한 하얀 서리를 넣고 올빼미의 머리와 날개, 늑대의 내장을 넣었다. 그리고 오래 장수하는 동물인 거북의 뼈와 뿔이 커다란 사슴의 간장을 넣었다. 여기에 인간보다 아홉 배를 더 산 까마귀의 머리와 부리를 첨가해다. 그리고 올리브나무로 잘 휘저었다.

동양의 십장생이 다 들었나? 해 ·산 ·물 ·돌 ·소나무 ·달 또는 구름 ·불로초 ·거북 ·학 다르네.

 

133 당시 이 왕국은 숙부인 펠리아스가 다스리고 있었다. 아버지 아이손이 왕이라는 지루한 인생을 참지 못하고, 동생에게 이아손이 자랄 때까지만 왕위를 맡아달라고 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권력욕이 없는데 아들은 있다. 그럼 그 획득에 이런 모험이, 대가가, 증명이 필요한가보네.

 

134 펠리아스를 죽이기는 했지만 이아손은 왕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이 사건이 있은 후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코린토스로 도망갔다. 그들은 거기서 그럭저럭 10년간 살았다. 그러나 이아손의 마음에는 왕이 되지 못한 회한이 있었다.

아르고원정대를 꾸려 떠났던 이아손은 왕을 목적으로 한다. 그럼 이 집요한 욕망은 충족이 되어야한다. 메데이아는 그걸 놓쳤다. 그녀는 오직 그 남자와만 살고 싶었을 뿐, 그 남자의 주요한 욕망, 우선순위를 살피지 못했다. 그래서 당했다. 적극적으로 왕이 되는 길을 모색해주었어야 했다. 메데이아의 능력이라면 이런 우선순위를 알았다면 이아손을 왕으로 만들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결혼 안에서 눈이 멀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메데이아는 결혼 안에 많은 것을 걸었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로 끝나는 동화를 믿었나보다. 순진하게시리. 누구도 그럴 수 없지 않겠나? 누구나 자기답게 살아야 한다. 메데이아는 메데이아 답게, 이아손은 이아손답게.     

 

140 <메데이아, 또는 악녀들을 위한 변명> 독일의 작가, 크리스타 볼프는 메데이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했다.

 

140 아이게우스는 아이를 잘 낳지 못하기 때문에 그에게 접근해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설득하여 그의 아내가 된 것이다.

그녀는 마법이 아니라 산과 지식이 있었던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왜 그녀가 끊임없이 누군가의 아내로서 자신을 펼쳐보이려 했을까다.

 

141 신은 인간의 바닥에 존재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것을 달콤한 죄악 오 펠릭스 쿨파라고 표현했다. 이것은 철저하게 하나의 동물적 존재가 되고 영적 생명이 태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도교의 시선으로 보면 옛 아담이 새 아담으로 바뀌는 것이다. 바로 원죄다.

 

141 엘리시온은 엘리시움이라고도 하는데 고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하고 있던 특별한 사후세계의 개념이다. 엘리시온은 보통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 세계, 즉 하데스와는 다르다. 그곳은 특별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 즉 신이 선택한 영웅들이 죽어서 가는 사후의 거주지로서 축복되고 행복한 삶이 이어지는 곳이다. 메데이아 역시 영웅이 되어 엘리시온에 머문다는 것은 신들에 의해 구원받았다는 뜻이다. 이아손도 죽어서 엘리시온에 갔을까? 나는 어림없다에 한 표. 단테가 신곡에 묘사한 림보는 엘리시온의 중세적 개념이었을 것이다. 그리스도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로 가톨릭의 신앙을 가질 수 없었던 선한 자들과 현인들은 천국에 이르지 못하고, 그렇다고 지옥의 형벌로 고통스러운 곳도 아닌 림보에 머물게 된다. 그리스인들은 엘리시온에 수많은 영웅들이 살고 있다고 믿었지만 중세를 거쳐오는 동안 영웅들 대신 신을 모르는 선한 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셈이다.

 

143 시인은 노래한다….그의 심장을 찌를 수만 있다면 나의 심장 쯤이야. 오 달콤한 죄악

 

나이가 들면 자신의 세상을 가져야 해

부모의 세상은 너무 좁아

황금 마차를 타고 불행을 찾아 아버지를 떠나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과 새로운 세상을 언약하지

오직 사랑과 신뢰만으로.

메데이아도 모험을 떠났구나.

 

144 안티오페가 죽자 테세우스는 미노스왕의 딸로서 아리아드네의 자매인 파이드라와 결혼하게 되었다어찌 되었든 이 결혼으로 테세우스는 결정적인 비극 속으로 빠지게 된다. 계모인 젊은 파이드라가 의붓아들인 히폴리토스에 대한 절망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144 미노타우로스의 죽음, 테세우스의 승리, 공물로 바친 선남선녀의 귀환, 아리아드네의 유기, 그리고 그녀의 자매인 파이드라와의 결혼은 서서히 크레타 섬의 지배력이 끝나가고 그리스 본토의 지배자들이 크레타를 멸망시켜 가는 과정이 이야기 속에 상징적으로 녹아든 것으로 짐작된다. 아마존을 정복하고 안티오페를 납치해오듯 아테네는 크레타와의 싸움에서 크레타 왕녀 파이드라를 전리품으로 빼앗아온 것일 수도 있다.

이게 역사적으로 현실성 있는 이야기이리라.

 

145 유모는 히폴리토스를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려주었으나 그는 더욱더 이 불륜의 사랑을 추악한 것으로 몰아붙였다. 파이드라는 절망했다. 그녀는 스스로 그 사랑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랑이 증오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녀는 죽음으로 히폴리토스를 파멸시키고자 했다. 유서에는 히폴리토스가 자신을 유혹하고 겁탈했기 때문에 자결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147 영웅 테세우스는 조국 아테네에서 쫒겨나 분명치 않은 이유로 죽고 말았다테세우스는 죽음 자체는 불우했으나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죽은 후에도 그리스인 들 중 가장 사랑받는 영웅으로 남게 되었다.  

 

147 페르시아 전쟁이 끝나고 테세우스의 유해를 수습하여 아테네에서 장사 지내라는 델포이의 신탁이 있었다.

델포이에서는 계속 사제들이 신탁을 내렸나보다. 하긴 요즘도 만신은 공수를 한다. 이 무녀들은 지금은 어디로 갔을까?  

 

147 죽기 전 테세우스는 인간으로서 가장 불행하고 동시에 가장 장엄한 영혼이 더 이상 떠돌지 않게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그와 그의 조국 아테네는 가장 장엄한 인간, 오이디푸스 왕의 유해를 거두어들임으로써 신탁에 따라 신의 축복을 받게 되었다.

 

149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표현에 의하면 히폴리토스의 사체는 마차가 바위에 부딪히는 부람에 살아있는 내장은 튀어나오고 힘줄은 나무뿌리에 걸려 끊어지고 뼈는 부러지고 사지는 따로 놀아서 어느 것 하나도 예전의 그 사람임을 알아볼 수 없게 된, 육신이 전부 그저 거대한 하나의 상처였다고 한다.

인용의 방식

 

149 올림포스의 계율에 따라 어느 한 신이 한 것을 다른 신이 되돌려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아르테미스에 의해 살아난 히폴리토스를 다시 죽일 수는 없었다. 그 대신 제우스는 벼락을 내리쳐 하늘의 법을 어긴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여버렸다. 다른 사람을 살려냈다는 이유로 자신은 죽임을 당한 것이다. 시인 판다로스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 나의 영혼이여, 불멸의 삶을 갈구하지 마라. 그 대신 너에게 주어진 운명에 지치도록 탐닉하라. 어찌하여 불가능한 일을 탐하는가? 발 앞에 일을 직시하라. 발 앞에 놓인 인간의 운명, 죽어야 할 우리의 조건을 잊지 마라.”

 대가와 희생을 치루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151 아폴론은 황급히 불길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불길이 좌우로 갈라졌다. 아폴론은 코로니스에게 다가가 그녀의 배에서 자신의 아이를 꺼내 따로 기르게 되었다.

 

151 결코 불행을 전하는 전령은 되지 말지니

 

150 코로니스는 신보다는 사람을 좋아했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영원한 청춘의 애인이 언젠가 늙어야 하는 육체의 인간ㅇ르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는 지 알 수 없으나 코로니스는 신의 충실한 애인이 되기보다는 자신의 낭만을 따랐다.

 

150 늘 쓰는 무기인 활을 찾아들고 절대로 피할 수 없는 화살을 먹여 잊을 수 없는 부드러움을 간직한 코로니스의 젖가슴을 향해 깍지를 놓았다.

 

151 분노로 앞뒤 가리지 못한 자신을 꾸짖었다코로니스의 부정을 고자질하여 자기에게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한 까마귀는 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

상대를 죄짓게 하지 말고, 참고, 눈감아 주는 것도 좋겠다.

 

152 화염 속에서 코로니스의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낸 아폴론은 제자인 케이론에게 이 아이를 맡겼다. 케이론은 하체는 말이고 상체는 사람인 켄타우로스였다. 아폴론에게 의술을 배우고 아르테미스에게 사냥을 배운 현인이었다.

불쌍한 아폴론. 그는 사랑에 있어서는 운이 없구나.

 

153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반도 북동해안의 고대 도시인 에피다우로스 계곡에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성소가 있다. 성스러운 마을로 불리던 이 신역은 각지에서 병든 자들이 몰려들어 새롭게 건강한 삶을 살게 되리라는 희망이 벅차오르는 땅이었다. 치료는 치료소인 아바톤에서 이루어진다. 사제가 아스클레피오스의 이름으로 힘껏 격려하면 고무된 환자는 아바톤에서 잠을 청한다. 그러면 꿈 속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치료법을 보게 되는데 그대로 하면 건강한 몸으로 회복된다.

, 꿈의 기능에 대한 즐거운 해석 또는 활용

 

154 특히 바다색처럼 푸른 눈을 가진 뱀들은 의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성한 종으로 여겨졌다. 의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는 하기에이아라는 딸이 있다. 일설에 의하면 그의 아내라고도 한다. 하기에이아는 건강의 여신으로 아스클레피오스와 함께 숭배되었으며 그녀의 상징동물 역시 뱀이었다. 뱀은 재생과 불멸의 상징성을 갖는 동물이다. 매년 커지기 위해 허물을 벗어야 하고, 허물은 과거의 것이니 허물을 벗는 행위는 해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상징이다. 또한 뱀은 자신의 꼬리를 물면 원이 된다. 원은 돌고 돌아 끊이지 않는다. 즉 영원이다. 아직도 우리는 구급차에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이를 감싸고 있는 뱀의 문양이 그러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신화는 인간의 무의식과 문명의 상징체계 속에 면면히 이어진다.

 

155 시인은 노래한다.

 

아쉽구나, 신의 분노 속에서 태어나고

다시 신의 분노로 운명을 다하는구나.

현실을 아는 자들은 신이 그에게 허락한 것을 즐길 줄 알고

그 천직의 즐거움이 삶임을 믿는다.

일 외의 다른 더 큰 즐거움이 없을 때 일은 놀이가 되나니

자신의 일을 하다가 죽기를 바라네

운명을 따르거나. 투덜거리지 마라.

그러나 높은 하늘을 지나가는 바람은 수시로 그 행로를 바꾸니

무엇이 운명인 줄 어찌 알겠는가?

다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릴 뿐

 

자신의 일을 하다 죽기 바라네

태어난 운명대로 길을 가고

그 길 위에서 늙으리니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천직이니

천직을 다한 사람은 죽어서 별이 되나니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그만두고

평생 가야할 길로 들어선 자는

황금의 시기를 맞이하리니

그들에게 퇴직은 없다.

죽음이 바로 퇴직이므로

 

156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레토가 제우스 다음 가는 젊고 강력한 신을 둘이나 낳으리라는 것을 알고 그 출산을 막기 위해 큰 뱀 피톤을 시켜 쉬지 않고 레토를 추격하여 햇빝이 닿은 어디에서도 아이를 낳지 못하게 했다. 모든 땅이 헤라의 저주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레토는 아이를 낳을 자리를 찾지 못했다. 정처없이 떠돌다가 오르티기아섬에 당도하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섬 위로 파도를 솟구치게 하여 잠시 햇빛을 막아주었다. 햇빛이 없는 동안 레토는 얼른 아이 하나를 분만했다. 아르테미스를 낳은 레토는 남은 아이 하나를 더 낳기 위해 이웃에 있는 델로스 섬으로 갔다. 이번에는 헤라가 분만의 여신 에일레이티이아를 붙잡아 레토의 해산을 방해했다. 레토는 아흐레 동안 괴로와했다.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가 보다못해 황금 목걸이로 에일레이티이아를 매수했다. 이리스와 에일레이티이아는 비둘기로 변해 레토의 해산을 도와주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아폴론이다.

이런 엄청난 난산을 경험한 아이엄마는 아이가 무조건 이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이가 싫어서가 아니라 출산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녀에게는 몸 깊이에 새겨진 거대한 두려움이었을 거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잔혹함, 냉정한 성격이 그것에 영향이 있을까? 출산은 아이에게, 여자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다. 그게 어떤 식으로 이후 삶에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 연구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책도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157 아폴론은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델포이로 가서 줄곧 어머니 레토를 괴롭혔던 큰 뱀 피톤을 화살로 쏘아 죽여버렸다.

 

157 델포이는 땅의 배꼽인 옴파로스가 놓여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제우스가 세상의 남쪽과 북쪽 긑에서 각각 독수리를 날려 보냈는데, 델포이에서 서로 만났기 때문에 이곳을 세상의 배꼽이라고 불렀다. 원래 이곳은 척박하기 그지없는 땅이었다. 코레타스라는 양치기가 델포이 신전 자리를 지나다가 어떤 향기에 취해 황홀경에 빠졌기 때문에 이 궁벽한 장소가 처음 알려지게 되었다. 황홀경에 빠지는 것을 일종의 신탁을 받은 것으로 여겨 여러 신들을 모신 신전들을 여기에 세웠으나 최종적으로 아폴론 신전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특히 신탁을 전해주는 장소를 아디톤이라고 부르는데, 그 안에서는 종종 향긋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플루타르코스는 이 알 수 없는 향기를 프네우마라고 불렀다. 이것은 일종의 바람 같은 영혼의 기운으로 여겨졌다. 플루타르코스는 델포이 인근의 보이오티아 출신이다. 델포이 아폴론 신전의 신관으로 피티아들이 전하는 신탁을 옮겨적는 일을 했다. 그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신탁을 듣기 위해 신전을 찾아온 많은 유력자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호,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한 번 읽어보고 싶구나

 

158 그는 합리적 이성의 신인데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여인들이 그를 피한 것이 아닐까? 

 

160 다프네

코로니스와의 사랑 역시 비극으로 끝났다. 또 나폴리 근처의 그리스 식민지였던 쿠마이의 무녀 시빌라와의 사랑도 씁쓸하게 끝나고 말았다. 아폴론에게 1000년의 수명을 얻었으나 영원한 젊음을 함게 달라는 것을 잊었던 그녀는 늙고 추해진 다음에는 어서 죽기만을 바랐다. 아폴론에게는 또 한번의 불쾌한 사랑이 있었다. 아폴론은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난 카산드라를 사랑했다. 그녀는 그 사랑의 징표로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을 달라고 청했다. 아폴론은 그녀에게 예언의 능력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폴론의 사랑을 거절했다. 이 배신에 화가 난 아폴론은 카산드라의 입 안에 침을 뱉어 그녀의 혀로부터 예언을 설득시킬 수 있는 능력을 빼앗아버렸다. 그 후 카산드라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예언을 할 수 있었지만 누구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고통을 당하게 되었다.

사랑에 있어서는 지지리도 복도 없는 아폴론

 

161 오직 제우스와 레토만이 태양신 아폴론의 존재를 견딜 수 있었다. 그에 대한 두려움과 그의 권위는 그가 가지고 다니는 활로 나타났고, 그의 부드러움은 리라로 표현되었다. 그가 음악과 시와 의술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세 가지 기능의 불가분성 때문인 것 같다.

 

162 헤파이스토스가 도끼로 힘껏 머리를 내려치자 머리가 쪼개지면서 그 속에서 투구를 쓰고 창과 방패로 완전 무장한 아테나가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왔다.

 

163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아내로 맞은 추남 헤파이스토스는 아내에게 늘 상처를 받았지만 그 역시 마음 속에 연정을 품은 여신이 있었다. 바로 아테나였다. 어느 날 아테나가 헤파이스토스에게 무기를 주문하기 위해 그의 대장간을 방문했다. 평소에 아테나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그는 그날따라 욕망을 참지못하고 풀무가 시뻘겋게 달구어 놓은 화석에서 타오르는 불을 구경하고 있던 아테나를 덥쳤다. 깜짝 놀란 아테나가 몸을 빼는 순간 너무도 급한 그는 그녀의 넓적다리에 사정을 하고 말았다. 아테나가 황급히 올리브 잎으로 닦아냈으나 그중 한 방울이 딸에 떨어져 엉뚱하게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인간의 몸에 뱀의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억울하게 남의 아이를 낳아버리게 되자 분노한 대지의 여신이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양육을 거부했다. 할 수 없이 아테니가 데려다 키우게 되었다. 아테나는 이 아이를 궤에 넣고 뱀 한마리도 같이 넣어 아이를 보호하게 했다. 그리고 이 궤를 아테네 왕가를 건국한 케크롭스의 딸들에게 맡겼다. 케크롭스 역시 반은 인간이고 반은 빔이었다. 케르롭스로부터 몇 대째의 왕이 이어진 후 에릭토니오는 아테네의 왕이 되었다. 뱀을 신성시한 아테네인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다.

 

164 자유는 모든 것들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며, 진리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사물을 파악하는 사유다.

 

164 부엉이는 낮이 끝나고 어둠이 깔려 부끄러움이 보이지 않을 때 활동을 시작한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서야 그 첫 날개를 편다’ (헤결 <법철학> 서문)

 

165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더 나가보자. 미네르바의 부엉이에 맞서는 개념이 카를 마르크스의 갈리아의 수탉이다.

 

165 갈리아의 수탉은 마르크스가 헤겔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낸 맞불 개념인데 수탉은 아침에 울어 세상을 깨운다. 철학은 새벽의 학문이라는 것이다.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것들에 앞서 그것들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나는 것이다.

 

166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상을 해석만 해 왔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4장 테베 가장 비참하고 장엄한 자의 탄생

 

168 오이디푸스는 퉁퉁 부은 발이라는 뜻이다.

 

168 아버지가 아들을 버린 이유는 아이가 자라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는 아폴론의 신탁때문이었다.

 

169 신탁은 대답대신 끔찍한 예언을 들려주었다. 아비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운명이라는 신탁이 내려졌던 것이다. 오이디푸스는 이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코린토스를 떠나 정처없이 떠돌았다. 아버지를 떠나면 아버지를 죽일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171 코린토스를 떠남으로써 끔찍한 운명을 벗어날 수 있는 훌륭한 선택을 했다고 여기고 있었다. 운명은 이미 이루어졌다는 것을 그도 이오카스테도 알지 못했다.

 

173 오이디푸스는 이 역병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왕비 이오카스테의 오빠 크레온을 델포이로 보내 신탁을 구했다. 신탁의 내용은 간단했다. 라이오스왕의 살해자가 누구인지 찾아내 처벌하기만 하면 역병은 자연히 사라지리라는 것이었다.

 

173 , 어리석은 사람아, 당신이 찾는 그 살인자는 바로 당신 자신이오.

 

174 이오카스테는 스스로 목매 죽고 말았다. 미친 듯이 그 시신을 부여안고 울던 오이디푸스는 아내이자 어머니가 입고 있는 옷에서 황금의 장신구를 뽑아 두 눈을 찔렀다.

 

176 시인은 노래한다.

결백하다. 그에게는 죄가 없으니

죄를 지은 것은 바로 신이다.

두 눈을 찔러 신 대신 스스로 벌을 주니

신 대신 심판함으로써 자신에게서 신을 몰아내고

슬픔이 너무도 지독하여 오히려 성스러운 것이 되고 말았구나.

 

177 그들은 아버지가 쫒겨남으로써 어들 수 있는 이익에 몰두했다. 바로 테베의 왕위였다.

 

177 아테나 여신이 중재하여 오레스테스의 죄가 사해지는 순간 복수의 여신들인 에리니에스는 자비의 여신들인 에우메니데스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콜로노스으 숲에서 기려지게 되었다. 운명과 화해하고 싶었던 오이디푸스가 죽음의 장소로 콜로노스를 선택한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178 쓰라린 고통으로 다져진 오이디푸스의 시신을 거두어주는 나라는 승리와 함께 대지의 번영을 약속받게 되리라는 신탁이었다. 이제 그의 더럽혀진 육체는 승리와 번영을 상징하는 신성한 성물이 되었다.

 

179 오이디푸스는 미약한 존재로서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우주가 전하는 부름을 받고 가장 불운한 삶의 길을 견뎌갔다. 그리고 그는 오히려 거기서 더 나아간다. 그는 이 불행에 협력해서 스스로 두 눈을 찌르고 고국에서 추방당함으로써 그 불행을 정점까지 끌어올렸던 것이다. 불행의 절대적 의미를 완성했던 것이다. 더 이상 그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게 되자 그를 그렇게 물아세웠던 운명의 수레바퀴는 멈춰 섰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그 너머로 들어선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신을 느끼게 되면서 비로소 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 말이 나는 이해가 안 된다. 왜 오이디푸스가 최후를 보내도록 받아들여주는 나라가 번영을 약속받는 지도 모르겠다. 원죄와 운명에 대해 오이디푸스신화는 나에게 미궁이다.   

 

181 왕위 계승자인 두 아들이 죽어버리자 그들의 삼촌인 크레온이 피로 얼룩진 왕위를 이어받았다.

 

182 두 형제의 죽음 앞에서 안티고네는 누가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다. 오직 신앙심과 형제애로 두 오빠를 대했다.

 

183 안티고네가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법을 내리신 이는 신이 아니며, 확고한 하늘의 법을 왕의 법이 넘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내가 신들 앞에서도 인간의 법을 어긴 죄인일 수는 없어요.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람이 죽었는데 장례도 치러주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가슴 아픈 일이지요. 나는 죽을 몸, 두렵지 않아요.”

 

184 아버지 오이디푸스를 빼닮아 굽힐 줄 모르는 강인한 성격을 가지고 태어난 안티고네는 의지로 무장하고 있다. 크레온도 이 녹록지 않은 조카딸이 꼬장꼬장한 정신에 뻣뻣한 성격을 가졌다고 두려워했다. 아버지 오이디푸스가 스스로 자신의 눈을 찌를 만큼 독한 인물이었듯이 그 딸인 안티고네 역시 지독하여 스스로 목매 죽고 말았다.

 

185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는 대표적인 고대 그리스 비극으로 가장 오래된 이야기들 중 하나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가르침을 품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여기서 그리스인들에게 비극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다. 비극이란 주인공의 극적인 투쟁을 담고 있다. 투쟁을 통해 인간 본성이 지닌 힘을 확장하여 한계의 벽까지 밀어붙인다. 그러므로 모든 비극은 평범한 인간을 영웅으로 끌어올리는 투쟁과 모험을 담고 있다. 비극의 주인공들은 시속 300킬로비터로 질주하는 카레이서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궤도를 탄환처럼 달린다. 그리고 벽에 부딪혀 충돌하고 파멸한다.

 

186 모든 영웅의 공통점은 그때까지 알려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척후병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인간의 변방을 넓혀왔다. 끝까지 간 사람들, 그들이 영웅들이다. 그들은 원래 평범했으나 삶을 통해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가나. 그러므로 물로는 비극을 쓸 수 없다. 비극은 눈물과 피로 쓸 수 밖에 없다.

 

186 안티고네의 죽음은 그것으로 끝나 잊히는 그런 죽음이 아니다.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은 두 개의 법이 부딪히고 두 개의 가치가 부딪히고 두 개의 문화가 부딪히고 두 개의 종교가 부딪할 때마다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투쟁의 이야기다.

 

184 안티고네는 비유컨대 구부러지지 않고 곧게 뻗은 길이다. 다시 말해 그녀는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다. 

 

188 신기하게도 크레온은 안티고네와 똑 같은 기질을 갖고 있다. 그는 국가를 보호하려는 열정을 가지고 있고 국가 제일주의 원칙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는다. 안티고네를 묘사할 때 썼던 자신의 말, 꼬장꼬장한 정신에 뻣뻣한 성격, 이 말보다 크레온을 더 잘 보여주는 말은 없다. 두 사람은 같은 성격 같은 기질을 가진 판박이들이다. 가해자와 희생자가 너무도 흡사한 인물들이라는 것은 아테나와 메두사의 관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188 닮은꼴 성격, 상반된 영혼. 기질과 성격은 판박이지만 지향점은 서로 반대라는 것이다. 굽힐 줄 모르고, 잔인할 만큼 지독하고,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타협할 줄 모르는 두 사람은 자신에 충성하는 광신자들이다.      

 

190 아들은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하거나 구걸하지 않는다. 그 역시 굽히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아버지에 그 자식. 그들은 다시 정면으로 맞선다.

 

 

2부 트로이 전쟁, 겨루는 자들의 함성

 

그리스인들은 항해술을 발달시켰고 바닷가 연안에 수많은 식민지를 건설했다. 인구가 늘고 새로운 부가 창출되었다. 그리스는 마치 물기를 머금은 아침 장미처럼 피어 올랐다. 그러나 탐욕과 번창은 서로 격돌하여 맞부딪혔고, 이내 무수한 전쟁으로 이어졌다. 남자들은 돈과 부를 위해서 피범벅이 되었다. 공격하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 트로이 전쟁은 그렇게 시작된 무수한 전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길었던 떼거리 전쟁이었다. 그러나 문학은 이 전쟁을 사랑을 위한 전쟁으로 만들었다. 탐욕이 만들어낸 참혹한 전쟁 속에서 전리품에 불과했던 여인들을 사랑의 대상으로 다룸으로써 인류의 이야기는 비로소 시작되었다. 실제의 전쟁은 참혹했으나 호메로스의 전쟁은 아름다웠다. 

이게 트로이 전쟁의 본질이었을 것이다. 문학이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앞의 본질을 분명히 알면서 문학의 따뜻함을 아는 게 좋겠다. 뒤의 것만 진실로 알기에는 사실을 분명히 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197 사방 어디든 60킬러미터 이내에 육지가 있다는 것은 에게 해로 나가는 선원들에게는 커다란 안심이었다.

 

198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것은 유령과 영웅과 악당이 등장하는 민담과 전설들이었다.

 

199 1829년 아버지는 소년에게 예너의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를 사주었다. 그 책에는 트로이의 장군 아이네이아스가 아들의 손을 잡고 늙은 아버지를 등에 업은 채 불타는 트로이 성에서 빠져나오는 그림이 실려 있었다. 소년은 커서 언젠가 반드시 트로이를 발굴하겠ㄷ고 결심했다. 그의 나이 열 살 때 트로이 전쟁에 대한 수필을 써서 아버지에게 보여주었다. 끝내 그것이 그의 운명이 되었다.  

 

200 소년의 집은 가난했다. 소년은 열네살 때 학업을 중단하고 식료품점 점원으로 들어갔다. 5년 반 동안 소년은 아침 5시부터 밤 11시까지 식료품을 팔았다. 고단한 몸과 가난은 소년에게 트로이에 대한 열망을 잊게 했다. 그러나 운명은 쉽게 물러나 주지 않았다.

어느 날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던 술취한 방앗간 조수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나오는 시 100행을 그리스어로 줄줄 음송하기 시작했다. 소년은 감동했다. 소년은 술주정뱅이인 그에게 위스키를 사주며 다시 음송해줄 것을 부탁했다. 호메로스의 트로이는 그의 마음 속에 다시 살아났다. 그러나 그는 가슴의 통증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고 가는 곳마다 쫒겨났다.

1841년 열아홉 살이던 그는 함부르크에서 남미로 가는 증기선의 객실 급사가 되었지만 배는 침몰하고 선원들은 표류하다 네덜란드 해안에 도착했다. 그는 암스테르담에서 초라한 사무직 자리를 얻었다.

시간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외국어를 배웠다. 당시 150달러의 연봉을 받았는데 그 중 절반을 떼어 채을 사서 외국어를 배우는 데 전념했다. 먼저 영어와 프랑스어를 익혔다. 자신의 기억력이 꽤 쓸만하고 외국어 학습에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다시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포르투갈어를 익혔다. 그는 6주에 하나의 언어를 해치웠다. 그리고 다음은 러시아어를 배웠다.

이떻게 6주에 하나씩 언어를 배울 수 있었을까? 재능이 뛰어나서일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비밀이 있다. 그의 비결은 집중하고 외우고 현장에서 써먹는 것이었다. 그의 외국어 마스터 비결을 따라가 보자.

그는 먼저 사전으로 러시아 알파벳을 익혔다. 힘들게 문법을 배우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리스 영웅의 모험담을 러시아어로 암송했다. 그가 큰 소리로 암송하는 소리가 싸구려 하숙집 담을 넘어 다른 사람들을 귀찮게 했다. 결국 그는 하숙집에서 쫒겨났다. 그러나 그는 기죽지 않고 계속 외워댔다.

그러다가 그는 들어주고 비판해줄 사람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난뱅이 하나를 일주일에 4프랑을 주고 고용했다. 이 가여운 사람은 무슨 소리인지도 알 지 못하는 텔레마코스의 모험을 하루 두 시간씩 들어줘야했다. 그리고 러시아어로 일기를 썼다. 6주 후 그는 경매장에서 러시아인들과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열정과 몰입 그리고 실전이 6주에 하나씩 언어를 익히는 비결이었다.

드디어 러시아어가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러시아어에 정통한 사람을 찾기 어려웠던 무역상은 러시아어가 가능한 그를 상트레테르부르크로 보내 회사의 대리인으로 활동하게 했다. 일 년 후 독립하여 무역업에 뛰어든 그는 전 세계를 누비며 돈을 벌어들였다. 운이 따라주어 그는 큰 돈을 벌게 되었다.

그 와중에 그는 스페인어와 폴란드어를 배웠다. 다시 서아이사를 여행하면서 라틴어와 아랍어를 배웠다. 그리고 그리스어로 돌아왔다. 6주 동안 현대 그리스어를 익힌 그는 2년 동안 고전 그리스어에 매달렸다. 그는 조금 이른 마흔한 살에 모든 사업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트로이로 갔다. 돈을 사랑했으나 이상을 더 사랑했기에 그는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트로이를 발굴하겠노라고 아버지와 했던 약속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는 몽상가였고 이상주의자였다. 그러나 그는 확신에 찬 이상주의자였으며 실천하는 몽상가였다.

202 그는 자신이 고전의 대지 위가 아니면 어디에도 살지 못할 운명을 타고 났다고 믿었다. 그는 러시아인 아내가 러시아를 떠나려 하지 않자 그리스인 아내를 구하는 광고를 냈다. 당시 마흔일곱 살의 슐리만은 열아홉살의 그리스인 신비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결혼 조건으로 상당한 금액을 요구했다. 고대의 매매혼 같은 혼인이 치러졌다.

새 부인에게서 아이들이 태어나자 머리 위에 <일리아스>를 올려놓고 읽음으로써 엄숙하게 세례식을 지었다. 딸은 이름은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의 아내인 안드로마케라 짓고 아들의 이름은 그리스군의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이라고 지었다. 하인들은 텔레몬과 펠롭스라고 불렀고, 아테네에 있는 자신의 집은 괴물 키마이라를 죽인 영웅 벨레로폰이라 부르게 했다. 한마디로 그는 호메로스에 미친 사람이었다.

모든 학자들이 시적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믿었던 트로이는 실재했다. 트로이는 독학으로 공부한 신출내기 고고학자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기적으로 남게 되었다. 203 그에 의해 트로이 발굴은 세기의 로맨스가 되었다. 트로이만큼 감동적인 인생을 살다간 그 사람의 이름은 하인리히 슐리만이다. 호메로스의 이야기에 미쳐 살던 그는 자신의 일생을 고고학의 신화로 만들어버렸다.

 

 

5장 아테네à트로이 출항

 

206 라케다이몬(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오스의 아내인 레다의 아름다움에 반한 제우스는 독수리에 쫒기는 백조로 변해 레다의 품에 안김으로써 그녀와의 교합에 성공했다. 그날 밤 레다는 틴다레오스와도 잠자리를 같이 했다. 그녀는 두 개의 알을 낳고 그 안에서 네 명의 자녀가 태어났다. 그중 딸이 둘인데 하나게 헬레네이고 또 다른 하나는 클리타임네스트라다.

 

207 헬레네가 아직 소녀였을 때 그녀는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러 가서 제의적인 춤을 추었는데 그 신전에서 테세우스와 그 친구인 페이리토오스에게 납치되었다.

이 부분을 더 자세히 읽어둘 것. 납치를 당했던 헬레네의 입장에서 살펴보기 위하여. 

 

208 오디세우스가 꾀를 내어 헬레네의 남편이 누가 되든 그가 결혼 후 불행을 겪게 된다면 나머지 구혼자들이 모두 나서서 헬레네의 남편의 대의를 지킬 수 있게 돕겠다는 맹세를 하게 했다. 틴다레오스는 메넬라오스를 선택했다. 메넬라오스는 행운아가 되었다. 더욱이 틴다레오스의 아들들은 모두  죽었기 때문에 사위인 메넬라오스가 라케다이몬의 왕위를 계승하게 되었다. 언니인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가멤논에게 헬레네는 아가멤논의 동생인 메넬라오스에게 시집을 감으로써 두 자매는 사이좋게 쌍으로 결혼하게 되었다.

만약에 여자에게 왕위를 계승하는 제도였다면 헬레나나 클뤼타임네스트라 두 명의 딸 중 하나가 왕이 되었겠구나. 헬레네 보다는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좋겠네.

 

210 인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또한 순수하고 결백하길 바라는 후대 사람들은 그녀가 파리스를 따라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211 그녀는 파리스의 아내로 트로이에서 살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트로이 전쟁이 발발하자 트로이인들은 그 원인이 그녀라고 믿고 그녀를 미워했다. 프리아모스 왕과 헥토르만이 전쟁이 신의 뜻에 따라 생겨난 것임을 알고 그녀에게 잘해주었다.

 

211 가지가지 전쟁 중에서 사랑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

좀 우습긴 해도 가장 로맨틱하지

 

213 1000척의 배를 띄우고 10만 명의 병사를 동원할 수 있는 아름다움

 

213 그리스병사 하나가 아르테미스가 가장 아끼는 토끼 한 마리를 그 새끼와 함께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여신을 달래기 위해서는 아가멤논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여시에게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신탁이었다. 처녀는 아르테미스는 처녀의 순결한 피로 화를 풀 것이라는 부조리한 신탁이 내려졌다.

 

215 그는 예언자 칼카스가 전하는 부조리한 신탁 자체에 대항하지 못하고 의무를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에 지고 말았다. 부조리한 신탁을 거부해야 할 곳에서 이를 할 수 없이 받아들이고 딸을 지키기 위해 당당해야 할 곳에서 사령관의 명예와 의무 속으로 숨어버렸다.

 

215 명예를 존중하나 사랑을 저버렸고, 왕의 체면을 지키느라 진실을 버렸다.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는 영웅은 영웅이 아니라 한낱 비겁자에 불과할 뿐인데 그는 비겁한 길을 선택했다.

 

216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이피게네이아의 엄마이며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가장 독한 여장부 중 하나다. 그녀는 자부심이 강하고 남편의 우유부단을 넘어서는 에너지로 충만하고, 덕스러운 어머니이자 뛰어난 내조자였다.

 

217 그녀의 울부짖음은 가장 소중한 재산을 잃게 된 사람의 권리주장에 불과했다. 그것은 씁쓸한 거짓 사랑이었다.

 

218 아테네의 법정에서 사면을 받았으나 영혼의 안식을 얻을 수 없는 그였기에 그는 아폴론의 명령에 따라 타우리스의 아르테미스 신상을 얻으러 오게 된다. 바로 여기서 그는 누나인 이피게네이아를 다시 만나게 된다.

 

219 헤라는 제우스와 엄숙한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되었으며 부부관계는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결혼식을 올린 장소는 서쪽 끝 바닷가에 있는 영원한 봄의 정원 헤스페리데스였다고 한다. 그곳은 황금 사과가 열리는 정원이었다.

 

219 올림포스의 가장 높은 여신이 된 그녀는 결혼한 여인들의 수호신으로 질투가 많고 대가 세고 복수심이 장난이 아니었다.

 

220 헤라는 인간인 연적들에게는 더욱 가혹했다.

 

223 신화속의 예언자들

테이레시아스

칼카스 이피게네이아, 10년 트로이 함락, 아킬레우스가 필요하다,

크리세이스-브리세이스 : 아가멤논-헤라클레스

라오콘 트로이 예언자. 목마를 태워라.

카산드라

231 헬레노스 그리스진영의 예언자 칼카스는 트로이를 명망시키려면 몇 가지 조건이 채워져야 하는데 그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칼카스라고 했다. 오디세우스는 이데 산을 뒤져 헬레노스를 찾아냈다. 그리고 반은 매수하고 반은 강압하여 트로이 함락 조건을 알아냈다. 헬레노스가 말한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킬레우스가 죽었으니 그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가 그리스 편이 되어 싸울 것, 둘째, 트로이 성안에 있는 유명한 아테나 신상인 팔리디온 상을 탈취할 것, 그리고 셋째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을 가져올 것 등을 알려주었다. 일설에 의하면 트로이의 목마를 만들어야한다고 귀뜸해준 것도 헬레노스였다고 한다.

프리아모스왕의 딸 카산드라, 막내딸, 아들 헬레노스, 파리스, 헥토르

 

224 하늘에 묻는 행위, 이것이 바로 고대인들에게는 신전에서 신탁을 듣는 일이었다.

 

224 고대의 예언자들, 특히 신전의 사제단들은 신탁의 신통함을 높이기 위해 자신들의 첩보망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델포이 아폴론 신전의 피티아들과 사제단들은 당시 세계 최고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첩보망과 행동대를 보유한 정보 비즈니스의 메카였다. 실제로 그들은 신탁의 덕을 본 무수한 세속적 군주들과 부유한 귀족들로부터 신탁의 대가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신탁이 용해서 의뢰인들이 유효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면 될수록 그들의 비즈니스는 더욱 번영했다.

 

225 성교의 쾌락에 빠지면 여자가 아홉 배는 더 좋아하지요.

 

226 칼카스가 이피게네이아의 희생을 예언하다.

 

226 그는 신의 이름으로 정보를 창조함으로써 결정적인 신화적 사건들이 일어나게 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226 뱀 한마리가 제단 밑에서 기어나와 새끼 새 여덟 마리를 잡아먹고 마지막 아홉번 째로 어미 새를 잡아먹는 것을 보고 9년이 지나 10년째에 트로이가 함락될 것이라는 사실도 알아맞혔다.

 

227 목마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칼카스다.

 

228 라오콘은 목마를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32 아킬레우스가 죽었으니 그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가 그리스 편이 되어 싸울 것, 둘째, 트로이 성안에 있는 유명한 아테나 신상인 팔라디온 상을 탈취할 것, 그리고 셋째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을 가져올 것 등을 알려주었다.

 

 

6장 트로이 격돌

 

234 신들도 어쩔 수 없는 신탁인  테티스의 아이는 그 아버지를 능가할 것이라는 말에 기겁하여 그 사랑을 거두어들였다. 올림포스 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이 바로 아버지를 능가하는 아들이었다. 왜냐하면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를 제거하고 왕이 되었기 때문에 아버지보다 강한 아들은 곧 위협이었다. 그리하여 제우스는 테티스를 인간에게 시집보내기로 작정했다.

 

235 만약 트로이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평범한 사람으로 오래도록 살 수 있지만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다면 가장 용맹한 용사의 명예를 얻고 단명하게 되리라는 계시였다. 아이가 어릴 때는 어머니가 대신 아들의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다. 아들이 단명할 것을 슬퍼한 테티스는 아들이 평범하지만 오래 살기를 원했다.

나는 제우스가 여전히 자신을 능가할 아들을 태어나지 못하게 방해하는데 성공하는 지 궁금하다. 제우스의 한계를 넓히는 영웅으로 그 아들은 오고야 말리라. 아니면 벌써 왔나?  

 

235 여자옷을 입혀 스키로스 섬의 리코메데스궁정에 숨어 있게 했다. 리코메데스는 테세우스를 머물게 했다가 그를 죽인 바로 그 사람이다.

 

236 예언자 칼카스는 아킬레우스 없이는 트로인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신탁을 받아왔다. 영리하고 재치있는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용사 아킬레우스를 찾아내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239 예언자 칼카스는 이 역병의 원인이 아폴론의 진노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아가멤논은 할 수 없이 탈취하여 제 여인으로 삼은 크리세이스를 놓아준다. 그러나 그 대신 아킬레우스의 전전리품인 아름다운 볼을 가진 브리세이스를 가지겠다고 전한다.

치사한 아가멤논. 사령관으로서의 인품을 갖지 못한 놈

 

240 아테나여신의 충고에 따라 아킬레우스는 결국 사랑하는 브리세이스를 아가멤논에게 양보하고 말았다. 대신 그는 그리스군을 위해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렸다.

 

241 테티스여신은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가 방패와 투구와 복사뼈 덮개가 달린 아름다운 정강이받이와 가슴받이를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테티스에게 목숨을 빚진 일이 있는 거대한 절름발이 대장장이의 신은 당장 스무 개의 풀무를 용광로 아래 불어 넣어 불을 조절하더니

 

242 파리스가 쏜 화살에 발뒤꿈치가 꿰뚫려 죽고 만다.

 

243 젊은 아킬레우스가 성장하는데 가장 큰 배움을 준 스승은 켄타우로스인 케이론이다. 그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의술을 가르쳐준 현명한 인물이다. 케이론은 아킬레으스에게 사냥하는 법과 말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또 노래와 리라연주도 가르쳐주었다. 더불어 세속적인 부에 대한 경멸, 저짓에 대한 혐오, 정념과 고통에 대한절제 등 고대의 미덕들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그의 육체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케이론은 그에게 용맹을 심어주기 위해 사자와 멧돼지의 내장을 먹였고, 온화함을 키워주기 위해 꿀을 먹였고, 설득력을 키워주기 위해 곰의 골수를 먹였다.   

 

245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그를 자신의 모범으로 숭배했다.

 

245 시인은 노래한다.

 

햇빛이 꽝꽝 쏟아지는 날

전장에 서면 마주 봐야 하는 것은

무찔러야 할 적군보다 내 속의 두려움

남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는 징그러운 대국

고함을 지르고 악을 써서 잊으려 하네

 

인간이 모여 할 수 있는 일이 전쟁뿐만이 아닌데

서로가 죽이고 죽어

죽어가는 적의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는구나.

통곡하는 이유는 적을 위해서도 아니고 나를 위해서도 아닌

전장으로 자신을 데려온 어리석음 때문

 

246 파리스도 다른 영웅에 못지 않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247 헬레네의 남편 메넬라오슨느 파리스 일행을 극진히 대접해주었다. 어느날 네넬라오스가 친척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크레타로 출발하게 되었다. 그는 아내 헬레네에게 손님 대접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떠났다.

 

248 당시 아홉살 이었던 딸 헤르미오네를 남겨두고 모든 장신구와 보물을 챙겨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도주했다. 파리스와 헬레네의 도주는 트로이 전쟁의 기폭제였다.

 

251 경계하라 여인들이여

멋진 옷을 입고 달콤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를

사랑의 여신이 그대 손을 이끌어 그에게 데려간 듯 하지만

사랑밖에 몰라 사랑을 선택한 남자는

새 여인에게 가기 위해 옛 여인을 배신한다는 것을

 

밤새 술병 속에서 쏟아지는 것은 별이었건만

아침에 발견한 것은 들판 이슬 속의 나

사랑의 단명함이여, 필멸의 인간의 불멸의 꿈이여

 

248 파리스와 헬레네의 도주는 트로이 전쟁의 기폭제였다.

 

256 <일리아스>에서 헥토르는 용사였으며, 존경받을 만한 무사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리더로서의 책임 앞에서 두렵지만 물러서지 않는 꿋꿋한 사내였다. 가족을 아끼는 따뜻한 남편이며 아버지였다. 그의 아내 안드로마케는 트로이 전쟁에 관여한 어떤 여신보다도 고귀했다. 시종일관 저속하고 야비하게 등장하는 헤라는 말할 것도 없고 아프로디테나 아테나보다 더 훌륭한 여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녀는 말을 삼가고 얼굴을 찌푸리지 않았으며 앞에 나서서 다른 사람들의 오해와 험담을 듣는 것을 싫어했고 부질없는 잡담에 빠지지 않으려고 했다. 더욱이 남편에게 권유할 때와 양보할 때를 잘 분별하는 여인이었다. 그녀의 부덕은 트로이인들뿐만 아니라 그리스인들에게까지 잘 알려져 있다. <일리아스>는 헥토르가 결전의 마지막날 아내와 작별하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260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이고 그 아들 네오프톨레모스는 헥토르의 어린 아들 아스티아낙스를 성벽에서 떨어뜨려 죽였으니 안드로마케에게는 대물림의 원수이며 불공대천의 악연이 아닐 수 없었다.

 

260 지독한 악연 속으로 끌려들어간 안드로마케는 네오프톨레모스와의 사이에서 세 명의 아이를 더 낳았다. 네오프톨레마이오스가 안드로마케와만 결혼한 것은 아니었다. 헬레네와 메넬라오스의 딸 헤르미오네와도 결혼했으나 그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다. 헤르미오네는 자식을 여럿 낳은 안드로마케를 질투했다. 그러나 안드로마케를 해코지하는 대신 남편을 죽이기로 작정했다.

 

261 네오프톨레모스는 이제 절친한 친구가 된 헥토르의 형제 헬레노스에게 자신의 왕국을 넘겨주며 안드로마케를 아내로 맞이하라고 유언했다.

 

263 반인반수로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것은 켄타우로스와 사티로스다.

 

263 켄다우로스 중에 꼭 기억해야 할 유명한 자가 둘 있다. 하나는 네소스이고 하나는 케이론이다.

 

265 사티로스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피리의 달인 마르시아스다.

 

265 늙은 사티로스를 특별히 실레노스라 불렀다. ..우스갯소리로 염소의 하체에 소크라테스의 상체를 가지고 있다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소크라테스를 닮은 실레노스들은 대단한 지혜를 가진 현인들이었다. 이 실레노스 중 하나가 디오니소스를 키워준 것으로 알려졌다.

 

267 자식을 낳고 보니 너무 흉해서 도저히 양육할 자신이 없었던 헤라는 이 불완전한 자식을 죽일 생각으로 바다에 던져버렸다. 다죽게 된 어린 헤파이스토스를 받아서 9년 동안 숨겨주고 키워준 것이 바로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인 바다의 여신 은빛 발의 테티스였다.

 

268 어린 헤파이스토스는 어머니 헤라를 미워했다. 버려진 지 9년이 지나 헤라의 성대한 생일날 헤파이스토스는 아름다운 황금 옥좌를 만들어 헤라에게 슬쩍 선물했다. 헤라가 너무 기뻐하여 그 왁좌에 얼른 앉자마자 발과 손이 자동으로 결박되고 말았다. 

아들이 모성적이지 않고 아버지만 바라보는 엄마한테 선물한 건 고문도구 의자네.

 

269 너무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은 지독히 못생긴 남편은 마음의 고통이 많은 법. 헤파이스토스 역시 아내에게는 늘 찬밥 신세였다. 아프로디테가 늘 새로운 연애로 분주했기 때문이다.

 

3부 혹독한 귀환

 

모든 그리스군은 트로이에서 그리스로 귀환하는 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다. 그들은 승리에 도취해 신들에게 감사하는 것을 잊었고 신전에서조차 무자비한 야만을 자행했다. 아테나는 이 무례와 망은에 분노했다. 그녀는 포세이돈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그리하여 바다를 통해 귀환하는 모든 그리스군은 풍랑과 폭우를 겪어야했다. 그리스군의 시체가 만을 메우고 해안과 모래톱에 즐비했다. 아가멤논은 자신의 함대 대부분을 잃었고 메넬라오스는 엉뚱하게 이집트까지 밀려 내려갔다. 오디세우스는 10년을 방황했다. 신성모독을 한 아이아스의 선단은 키를라데스 군도에서 난파되었고, 그만 홀로 해안까지 밀려왔다.

 

273 트로이전쟁의 승자들은 또한 그 승리의 희생자들이기도 했다. 너무도 긴 싸움 속에서 몸은 피폐해지고 정신은 소진되었다.

 

274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패배자는 물론 승리자에게도 전혀 영예롭지 않은 죽음과 상처만을 남겼다.

한편 망국의 백성들은 그리스군에게 유린당하고 폐허가 되어 버린 고향을 버리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기약없는 모험길에 올랐다. 길 위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도 온통 역경과 고난뿐이었다. 그 무엇도 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오로지 희망 하나만을 품고 용기를 끌어 모아 전진하는 것밖에는. 그들은 수없이 넘어질 때마다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길 위에 올랐다. 그들은 어떤 순간에도 목적의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폐허에 주저앉는 대신 미래를 향해 용감하게 길을 나선 그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모든 종족들 위에 1000년간 군림했다. 

트로이 유민이 로마제국의 조상이 된다. 이 책의 탁월한 점은 그가 역사학도였다는 점에 있다. 사통팔달 아구가 맞다. 실패의 와중에서도 새로운 모험을 떠나서 제국을 건설하는 이들의 모험담을 읽으면 지금 실패와 어두운 바닥의 와중에 있는 이들에게 용기가 된다.  

    

 

7장 아테네 : 운명의 굴레

 

279 목욕탕에서 긴 전쟁의 피로를 씻고 있을 때 고향의 푸근함 속에서 자신이 이룬 길고 긴 업적을 음미하고 있을 때 그 느긋한 행복의 정점에서 죽음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정부인 아이기스토스가 아가멤논에게 그물을 씌워 꼼짝 못하게 하자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달려들어 칼로 그를 두 번 찔러 쓰러뜨렸다.

일에서 성공하더라도 집으로 돌아가 살해당할 만큼, 가정에서는 실패한 사람들이 있다. 오디세우스가 키르케의 도움으로 하데스에 내려가서 아가멤논을 만난다.  

 

280 시인은 노래한다.

 

하고 싶기만 하고

할 수 있는 의지를 지니지 못한 자

운명에 쉽게 굴복하면서

그 두려움에 대한 항복을 용기라 부르는 자

비겁한 자는 자신의 왕이 되지 못하는 법

속으로 떨면서 부러질 듯 단호한 자는 어리석으니

어리석은 자의 집착만한 재앙은 없다.

속은 기둥처럼 강하고

겉은 머리결 같이 부드러운 사람만이

남과 나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나니

무덤까지 존경이 따라가리라

 

282 팔팔한 엘렉트라는 어머니인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눈엣가시였다. 둘은 늘싸웠다.

그 어머니에 그 딸

 

285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엘렉트라의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었다.

 

285 엘렉트라는 자신의 소중한 삶과 감정들을 죽은 아버지에게 모두 바쳤다. 죽은 아버지가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287 오레스테스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 가장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사내 중 하나다. 가장 비극적인 사내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된 후 세상을 떠도는 오이디푸스라면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죽이고 복수의 여신들에게 쫒기는 오레스테스는 두번째 비극남쯤 될 것이다. 운명이 이끄는 비극적 인생을 살다간 신화 속의 주인공들은 많다. 그러나 스스로 죄임을 알면서도 그 죄를 의무로 짊어지고 그 끔찍한 죄를 범할 수 밖에 없도록 기계장치에 걸려든 사람은 많지 않다. 안타깝게도 오레스테스는 평생 어머니를 죽인 죄악에 시달려야 했다. 죽이기 전에는 죽여야 된다는 책임에 시달렸고, 죽인 후에는 살모의 죄의식에 시달렸다.

 

289 기다려라. 오레스테스, 이것을 보아라. 내 알들아, 이 젖에 매달려 잠들면서 이빨 없는 잇몸으로 맛있는 젖을 빨지 않았느냐?

그리스 비극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 어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아들은 망설인다.

 

290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어머니를 죽인 오레스테스는 복수의 여신들 에리니에스의 추격을 받자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의 신전으로 반미치광이가 되어 피신했다. 복수의 여신들은 육친의 피를 흘리게 한 자들을 표적으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표적을 놓친 적이 없는 저주의 추격자들이다.

 

294 타우리스로 가서 그곳에 있는 아르테미스 여신상을 가져오라는 신탁이 내려졌다. 그러면 치유되어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

 

297 죽었다던 누나와 마음의 평안을 잃은 아우는 이렇게 서로를 안고 위로했다.

이때의 누나와 동생은 꼭 그 누나와 동생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레스테스는 다른 얼굴의 이피게네이아를 만났음에 틀림없다.

 

297 그리스로 돌아온 오르스테스는 아버지 아가멤논의 왕국을 계승했다.

 

298 신은 용서했으나

스스로는 용서할 수 없구나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양심은 잠을 이루지 못하니

오직 스스로의 땀으로만 씻을 수 있으리라

요행이 없는 고행의 길을 걸어라

 

비극이 시작된 곳으로 달려가라

아비가 딸을 죽이자 원한에 찬 어미가 아비를 죽이고

다시 아들이 어미를 죽여 아비의 원수를 갚으니

첫 원한의 매듭을 풀어라

보복은 끝이 없고, 결국 가장 사랑하는 것을 죽이게 되나니, 바로 나.

 

300 아르테미스의 사랑

히폴리토스

오리온

 

300 ‘아르테미스의 거울이라고 불리는 네미 호수 근처 숲에는 신성한 나무가 한 그루 있다. 아무도 꺽어서는 안된다. 오직 도망온 노예만이 황금 가지를 꺾을 수 있고, 그 가지를 꺽은 자만이 숲의 왕인 사제와 결투가 허용된다. 도망쳐온 노예가 사제를 이기면 새로운 사제, 숲의 왕이 된다. 이 기이한 사제 계승의 법칙을 제도화한 것은 오레스테스로 알려졌다. 이 방식은 산 인간을 제물로 바쳤던 야만적인 타리우스의 전통을 이어받았을 것으로 추축된다. 숲의 왕이 목숨을 걸고 지키는 이 성스러운 나무는 여신 아르테미스가 현현한 것이다. ‘나무와 결혼하다라는 말은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프레지어 <황금가지> : 그는 사제인 동시에 살인자다. 그리고 머지않아 누군가가 그를 죽이고 대신 사세직을 탈취할 것이다. 그것이 이 성소의 규칙이기 때문이다. 사제가 되고자 하는 자는 누구든지 지금의 사제를 죽여야 한다. 그리하여 사제가 된 후 자기보다 더 강하고 교활한 자에 의해 살해될 때까지 사제직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

많이 들어봤다. 그러나 읽지는 않았다. 모든 고전처럼. 프레지어 <황금가지>

 

 

8장 트로이à이타카 ; 승리한 자의 고난

 

304 신들의 분노도 10년을 계속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니 노력할 여지가 있다.

 

306 아버지는 사위에게 딸과 함께 자신의 곁에 머물기를 권했지만 오디세우스는 거절했다. 아버지가 계속 강권하자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이아에게 아버지와 자신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페넬로페이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얼굴만 붉히고 베일로 얼굴을 가렸다. 아버지는 딸이 선택했음을 깨닫고 둘이 떠나가게 했다.

이 때의 아버지도 딸을 보내지 않으려 했나?

 

306 오디세이아에 따르면 페넬로페이아는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 여러 용사들의 부인 중에서 유일하게 남편의 오랜 부재에도 지조를 지킨 여인으로 남아 있다.

남자들의 로망

 

306 너무도 많은 구혼자들에게 시달리던 헬레네의 아버지 틴다레오스에게 오디세우스는 누가 헬레네의 남편이 되더라도 그를 도와줄 것을 구혼자들에게 서약시키도록 조언했다. 그렇게 하여 선택되지 않은 자들의 집단 반발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에 틴다레오스는 오디세우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동생인 이카리오스이 딸 페넬로페이아를 중매섰다. 그리하여 페넬로페이아는 오디세우스에게 시집가게 되었다.

 

307 영리한 오디세우스는 아름다우나 부정한 여인을 되찾기 위해 집과 가족을 떠나 타지에서 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헬레네의 구혼자들의 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미친 척을 한 것이다.

 

307 필라메데스는 오디세우스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를 밭 가는 쟁기 옆에 갖다 놓았다. 오디세우스는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쟁기질을 멈추었다. 그가 집을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는 막 텔레마코스를 낳은 페넬로페이아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308 그녀는 구혼자들에게 남편 오디세우스의 수의를 정성 들여 짜기 전에는 결혼할 수 없다고 말했다.

 

310 바다의 신 프로테우스만이 내가 안전하게 돌아가는 법을 알고 있다고 알려주었다네프로테우스는 수많은 동물로 자신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네. 용으로도 변했다가 다시 가지가지 동물로 변신하더니 결국은 높은 가지가 달린 나무로 변했다네. 그러나 우리는 죽기 살기로 그를 잡고 놓지 않았다네. 그러자 그는 포기하고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었지.

변신하는 상대를 붙잡지 않고 꽉 잡아 제압하는 이야기가 여럿이다. 오디세우스가 키르케를, 테미스여신은 그의 남편이,

 

311 이타카 (콘스탄틴 카바피)

 

네가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라이스트라곤과 키클롭스

포세이돈의 진노를 두려워 마라

 

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엄한 감동이 깃들면

그들은 네 길을 가로막지 못할지니

네가 그들을 영혼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앞서지 않으면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와 사나운 포세이돈

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으리.

 

기도하라, 네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크나큰 즐거움과 크나큰 기쁨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설 때까지

네가 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없이 많으니

페니키아 시장에서 잠시 길을 멈춰

어여쁜 물건들을 사거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인 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이집트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가

현자들에게 배우고 또 배우라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 마라

비록 네 길이 오래더라도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기를 바라지 마라.

 

이타카는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책 쓰기도 이런 이타카가 아닐까? 인생의 모든 목적은 그럴지도

 

314 칼립소는 자신의 사랑에 더해, 자유 외에는 모든 것을 오디세우스에게 허락했다.

 

314 그렇게 7년이 흘렀다. 혹은 10년이 더 걸렸다고도 한다. 오디세우스와 칼립소 사이에도 아이들이 태어났다그러나 이름을 모르면 어떤가? 그들은 그 후 한 번도 자신을 세상에 알릴만한 일을 하지 못했으니 그 이름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315 시인은 노래한다.

 

승리자에게 승리가 없는 전쟁

몸은 가족을 떠나 진흙 위를 구르고

정신은 사람을 죽여 포악한 짐승이 되었구나

그대로는 부드러운 아내 곁에서 사랑을 즐길 수 없어

돌아가는 길, 푸른 바닷물로 참혹한 전쟁의 마음을 씻어야지

 

신들은 물을 휘몰아쳐 고초를 겪게 하여

전쟁이라는 어리석음을 자초한 자들에게

전쟁이 평화가 아님을, 승리가 곧 패배임을

창끝으로 죽인 자가 바로 자기자신임을 알게 하네

그리하여 알게 되지. 남에게 한 짓이 곧 내게 한 짓임을.

 

317 왕보다 더 분별력이 뛰어난 왕비 아레테가 늘 왕에게 현명한 조언을 해 주었다.

 

317 공주 나우시카는 늘 가족이 두르는 천과 옷들을 세탁하는 일을 맡아 했었다.

 

318 신화 속에서 나우시카의 역할은 여기서 끝난다. 오디세우스가 마지막 여정을 끝내고 이타카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그녀에게 주어진 것이다.

 

317 신화학자들은 여기가 그리스 반도 중서부 이오니아 바다에 있는 현재의 코르푸 섬이라고 추측한다. 이 섬의 동북쪽 나사키 해변에는 나우시카의 종족인 파이아케스의 이름을 딴 파이아케스 호텔이 있다.

직접 가본 사람이 하는 말. 책으로 읽고 여행으로 보완하는 이런 식의 공부가 재미있을 것 같다.

 

318 사람들의 입은 간사합니다. 나와 함께 가면 말이 많을 것입니다. 내일 아침 아버지의 궁전으로 오세요. 당당하게 오셔서 화롯가에 앉아 불빛 속에서 보기에도 장관인 진한 자줏빛 실을 잦고 있는 어머니에게 직접 가세요. 아버지는 옥좌에 앉아 불사신처럼 포도주를 마시고 계실 거예요. 그러나 그대는 아버지 곁을 지나 어머니의 무릎을 두 손으로 꽉 잡으세요어머니가 그대에게 호의를 품으신다면 그대는 고향 땅에 닿을 희망이 있어요.

아레테왕비의 딸인 나우시카 공주가 권하는 말이다. 왕비는 여주인으로서 자기 남편인 왕에 대해 많은 장악력을 가지고 있나보다.  

  

321 키콘족이 다스리는 이스마로스 섬

그곳에서 도시들을 약탈하고 사람들을 죽였다. 그리고 죽인 자들의 아내와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졌다. 누구도 정당한 제 몫을 받지 않으면 안되니까 아주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정의였다. 살생과 약탈을 저지른 그곳을 빨리 떠났어야 하는데 부하들이 먹고 마시면서 늘어지기 시작했다.

오디세우스는 선한 사람이 아니라 전형적인 그리스 사람이라고 했다. 

 

321 꿀처럼 달콤한 로터스를 먹고 선원들은 로토파고이족 사이에 머물고 싶어 했다. 오디세우스는 울고 부는 이들을 억지로 다시 배에 태웠고 그들은 차례로 노를 저었다. 그리고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의 나라에 도착하게 되었다.

 

322 키클롭스들은 그리스 신화 속에서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 계보가 매우 혼란스럽다. 조금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키클롭스들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첫번째 유형은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아들인 우라노스 키클롭스이며, 두번째 유형은 바로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폴리페모스의 동료인 시칠리아 키클롭스이며, 세번째 유형이 팔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건축가 키클롭스들이다.

각주의 이런 게 재미나다. 저자가 공을 많이 들인 부분.

 

324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아침이 되어 거인이 킹는 털이 푹신거리는 커다란 양들의 배 밑에 달라붙어 동굴을 빠져나왔다.

외눈박이 괴물 폴리페모스는 누구인가?

 

325 시인은 노래한다

 

한쪽은 자신의 기도를 들어줄 신이 있고

또 한쪽도 자신의 기도를 들어줄 신이 있으니

신이 없어 평화가 없는 것은 아니야

다른 우주적인 것들을 죽여서 먹어야

겨우 삶이 지탱되는 슬픈 운명의 인간들

포세이돈은 아들인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의 기도를 들었다. 오디세우스 일행은 한끼에 두 명씩 키클롭스들이 잡아먹었다. 그러니 이 비극은 이렇게 정리할 수 밖에 없는 거겠지.

 

326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가 사는 섬에 도착했다. 그곳은 물 위에 떠 잇는 섬이었다. 아이올로스는 이 섬에서 열두 명의 아들과 딸들을 데리고 풍족하게 살고 있었다.

 

326 오디세우스 일행이 떠나려 하자 그는 아홉살 배기 황소의 가죽을 벗겨 커다란 부대를 만든 다음 울부짖는 온갖 바람들을 가두어 들였다.

 

326 아이올로스가 준 가죽 부대에 엄청난 황금이 들어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에 그들은 오디세우스가 잠든 틈에 그 부대를 풀어 서로 황금을 나누기로 작정했다.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생긴 일, 또 다른 이들을 약탈하던 습관 때문.

 

329 그대는 누구인가요? 누구도 이 약을 견뎌낸 남자는 없지요. 그대는 마법에 걸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군요. 오디세우스가 틀림없을 거예요. 그대가 날랜 검은색 배를 타고 트로이에서 돌아갈 때 이곳에 들르게 될 것이라고 신탁이 내게 알려주었다오.

 

331 그대는 먼저 다른 여행을 마쳐야 해요. 그대는 저승의 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집으로 가서 아직도 정신이 온전한 눈먼 예언자 테이레이시아스의 혼령에게 집으로 가는 안전한 길을 물어보아야 해요. 페르세포네는 그에게만은 죽은 뒤에도 슬기로운 통찰력을 가질 수 있게 했으니까요.

 

332 가장 위험한 모험은 살아서 저승을 탐험하는 것

죽어본 자만이 다시 태어나는 법

 

먼저 가 기다리는 정든 사람들이 있으니

저승을 무작정 무서워 피할 일은 아니다.

이 세상에 올 때도 먼저와 기다려 주었고

저 세상으로 갈 때도 먼저 가 기다려주니

부모와 자식, 신이 손주 자은 운명의 줄

 

334 그 지독한 여인은 내게 등을 돌리고 죽어가는 내 눈도 감겨주지 않았다오.

 

335 오디세우스는 여기서 두 명의 도 다른 유명한 인물이 지독한 징벌을 받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한 명은 영원한 갈증과 기아에 시달리는 탄탈로스였고 또 한 명은 영원히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매일 산 정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시시포스였다.

오디세우스는 왜 이 사람들을 만나는 걸까? 이 사람들은 오디세우스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337 그는 매우 꾀가 많은 사람이었다. 하루는 그가 아주 흥미진진한 일을 목격하게 되었다. 상업과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태어난 바로 그날 저녁에 이복형인 아폴론의 소를 훔쳤다.

 

338 아내가 저의 시신을 광장에 내버리고 장례식도 치르지 않았습니다. 죽은 자를 조롱하는 것은 명계의 지배자이신 대왕을 능멸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다시 이승으로 가 아내의 죄를 단단히 물은 후 다시 오겠습니다. 저에게 사흘만 말미를 주소서.

 

340 다시 시작한 여정에서 만나게 된 하나의 고비가 바로 사이렌의 유혹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341 몸은 새이고 얼굴은 여인인 이들은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공들을 유혹하여 암초가 즐비한 해안으로 끌어들인 다음 좌초하게 하여 그들을 잡아먹었다.

나는 사이렌의 협곡을 빠져나가는 이 부분을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호기심에 찬 오디세우스가 돛대에 묶인 채, 귀를 막은 다른 선원들에 의해 배가 무사히 지나가게 하면서도 자신은 사이렌의 죽음과도 같은 유혹의 노래를 듣는 장면에서 힌트를 얻곤 한다. 날마다 해야할 일을 하면서 출렁이면 된다는 것.   

 

342 스킬라는 메시나 해협의 바다 동굴에 매복해 있는 바다 괴물이다. 여자의 모습이며, 몸 아랫부분은 여섯 마리의 사나운 개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개들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원래 스킬라는 아름다운 바다의 요정이었다. 글라우코스라는 초랙색 머리카락이 치렁대고 하반신은 인어와 같은 작은 바다의 신이 어느 날 스킬라를 보고 그만 그녀를 짝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스킬라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쫒아가고 그녀는 달아났다. 절망한 글라우코스는 태양신의 딸 키르케를 찾아가 스킬라도 사랑의 아픔을 겪도록 사랑의 묘약을 지어줄 것을 요청했다. 글라우코스의 아픈 사랑 이야기를 듣는 동안 사랑에 약한 키르케는 그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스킬라가 괴물로 변하자 글라우코스는 기구한 스킬라의 팔자를 슬퍼하며 키르케의 잔인함을 피해 멀리 도망가 버렸다.

 

342 카리브디스는 대지와 바다의 딸이었다. 인간으로 사는 동안 엄청나게 먹어대는 대식가였다. …하루에 세 번씩 카리브디스는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들이마셔 바다를 떠다니는 모든 것을 삼켰다.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에서 항로를 선택하는 문제는 최선의 방법이 없을 때 더 나쁜 방법과 덜 나쁜 방법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과 관련된다. 모두 죽는 것보다는 반만 잃는 편이 낫다.   

 

344 인간을 기쁨으로 넘치게 하는 헬리오스의 섬에 다다른 것이다. 그러나 테이레이시아스와 키르케는 한사코 이 섬을 피해가라고 말했었다.

 

345 헬리오스의 가축을 잡아먹은 그의 부하들은 신탁에 따라 누구도 살아나지 못했다. 오직 오디세우스만이 아흐레 동안 떠밀리다 칼립소가 사는 오기기아 섬에 표류하게 되었다.

 

345 나우시카는 그를 사랑했으나 그의 귀환을 막을 수는 없었다. 고난에 지치고 슬픔에 젖어 있는 사내가 원하는 평화를 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346 부드럽고 더없이 달콤한 죽음 같은 잠이 그의 눈꺼풀 위로 내려앉았다.

 

346 자신이 누구인지 이곳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를 청년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 중에 한마디도 진실은 없었다. 모두다 매끄러운 거짓말이었고 지어낸 이야기였다.

 

348 고향은 그가 지난 20년 동아 거쳐왔던 어느 곳보다도 위험한 곳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먼저 노인으로 변장했다. 자신의 편이 될만한 사람을 규합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그는 가장 먼저 그의 가축을 잘 돌봐주었던 충성스러운 돼지치기 에우아이오스를 찾아갔다.

 

349 모두 108명의 구혼자들이 각기 하인과 시종까지 달고 있으니 두 사람이 대적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계획을 잤다. 먼저 믿을만한 하인들을 규합하자.

이 방해꾼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귀환을 방해하는 이들. 전형적인 모티프

 

351 오디세우스가 자신도 한 번 해보게 해달라고 말했다. 구혼자들이 초라한 노인을 보고 비웃었다. 하지만 텔레마코스가 에우마이오스를 시켜 오디세우스에게 활을 건네주게 했다. 모두 오디세우스가 활을 잡는 것을 주시했다. 그는 능숙한 음악가가 리라의 줄을 맞추듯이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시위를 당겨 단번에 열두 개의 청동 고리를 꿰뚫었다.

 

352 오디세우스는 노래하는 시인은 살려두었다.

오늘의 일을 잘 기억하여 잊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게. 선생이 악행보다 얼마나 더 나은 것인지를, 노래거리가 많은 그대는 살육을 피해 안마당에 나가 앉아 있도록 하게

 

354 누구도 그 올리브나무의 밑둥을 잘라내지 않는 한 그 침상을 움직이지 못한다오.

 

354 오디세우스 역시 잘 만들어진 배가 바람과 부푼 너울에 산산조각 나서 표류하다가 육지에 첫발을 내딛듯 지조 높고 사랑스러운 아내의 몸을 껴안았다.

그들이 함께 산 세월은 짧다. 20년 만에 만나면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다.    

 

356 시인은 노래한다.

 

젊음의 10년은 전쟁터에서 살았고

10년은 불운의 풍랑을 헤치며 살아왔다.

마지막 가장 위험한 고향에서 맨손으로 일어서니

비로소 한 사내는 홀로 설 수 있게 되었다.

머리와 어깨는 위엄과 젊음으로 오히려 10년 전보다 더욱 빛나니

 

우리도 그렇게 젊은 날들을 공을 세우기 위해 전쟁처럼 바삐 살고

또 그만큼은 칼립소에게 억류되어 날마다 바다를 보고

한숨을 쉬듯 매너리즘에 젖어 산다.

그러나 인생은 모험, 날마다 새로운 파도와 겨뤄야 하니

알게 되리라. 삶은 이타카를 향하는 도중에 있음을

 

357 포세이돈은 이런 경합에 약하고 운이 없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359 신들이 지상의 세계를 나눌 때 아테네는 아테나의 영역이 되고 아틀란티스는 포세이돈의 몫이 되었다. 이 섬에 클레이토라는 여인이 살았는데 포세이돈을 이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들은 섬 한가운데 성벽을 쌓고 호수를 만들어 오래도록 함께 살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다섯 번이나 쌍둥이가 태어났다.

 

359 클레이토 외에도 포세이돈 역시 여러 여인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그 자식들은 대부분 괴물이거나 악인이어서 영웅들에게 제압되었다.

 

361 아테나의 아이기스, 제우스의 벼락, 포세이돈의 삼지창, 하데스의 누구, 아프로디테의 벨트처럼 헤르메스도 자신을 상징하는 신물을 세 개 가지고 있다. 하나는 날개 달린 모자로 페타소스라고 불린다. 또 하나는 날개달린 샌들로 탈라리아라고 불린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날개 달린 지팡이다. 그리스어로는 케리케이온, 라틴어로는 카두케이스라고 불린다. 특이한 것은 이 신물들에 모두 날개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경계를 나타내는 경계석에서 확장된 헤레메스는 경계를 넘나드는존재라는 상징성을 얻게 된다. 그는 신들 사이에 제우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령이며 영혼의 인도자다.

 

362 전령의 상징이 된 헤르메스의 지팡이에는 다음과 같은 뜻이 숨겨져 있다. 지팡이는 우주의 축을 의미하며 헤르메스는 이 축을 타고 하늘과 땅을 왕래한다. 손잡이 부분에 날개가 달려 있는 이 지팡이를 서로 마주 보는 두 마리의 뱀이 휘감고 있다. 두 마리의 뱀은 궁극적으로 통합되는 이원적 대립물을 상징한다. 뱀 한 마리는 독을 뜻하고 한 마리는 치료를 의미한다. 따라서 두 마리의 뱀은 질병과 건강을 상징한다. 이것은 유사요법 즉 자연은 자연으로 물리친다는 고대의 사유체계를 반영한 것이다. 우주에 작용하는 대립하는 두 가지 힘의 상호보완적 성격을 보여준다. 두 마리의 뱀의 결합과 해체, 선과 악, 불과 물, 상승과 하강, 남성과 여성 등 대립 요소를 상징한다. 그러니 헤르메스는 공간을 넘나들 뿐 아니라 대극적 가치의 쌍방을 넘나들어 조화를 이루게 하는 신이기도 한 셈이다.

 

363 옛날에 화학은 헤르메스의 기술이라고 불렸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마법과 연금술로 이어지게 되었다.

 

헤르메스 역시 여러 여인과의 사이에서 자식들을 낳았다.

 

 

9장 트로이->로마 : 위대한 로마의 탄생

 

368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과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들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들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그들이 세운 제국 로마가 세계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번영을 누리고 오늘날까지 그 위대함이 바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로마제국 쇠망사>를 썼다. 

내 책의 질문은 무엇인가? 이것이 컨셉, 씨앗이다.  

 

368 로마 카피톨리누스 언덕의 폐허에 서 있는 기번에게 로마의 쇠퇴와 멸망에 대한 제국의 역사를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찾아들었다. 그것은 영감이었다. 이 느닷없는 생각이 에드워드 기번을 평범한 사람에서 불후의 명작을 써낸 불멸의 역사학자로 만들어주었다. 에덤 스미스는 <로마제국 쇠망사>에 대해 당신은 이 저서 한 권으로 유럽 전체 문단의 선두주자가 되었다라고 크게 칭송했다.

 

370 아이네이아스는 헥토르 다음으로 용감한 트로이의 장수였다. 트로이가 멸망한 후 그는 아버지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유민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찾아 떠났다. 아버지 안키세스는 늙어서 빨리 걸을 수 없기 때문에 그는 아버지를 어깨에 떼메고 갔다. 긴 방랑과 숱한 시련 끝에 아이네이아스는 마침내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자신의 입성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물리치고 새로운 아내의 이름을 따서 라비니움이라는 도시를 세웠다. 그리고 그의 아들 아스카니우스(이울루스) 는 협소한 라비니움을 떠나 새로운 땅을 찾아 알바롱가를 세우고 여기서부터 왕통이 길게 이어졌다. 

 

371 아이네이아스는 로마의 기초를 다진 인물로 알려졌다. 실질적인 창건자인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아니에이아스의 아들이 세운 도시인 알바롱가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372 헤카베는 다산으로 유명했다. 그녀와 프리아모스 왕 사이에 19명의 자녀들이 있었다.

 

374 폴릭세네는 모욕을 당하고 죽어야 하는 패배의 순간에도 인간은 명예를 지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374 내 어머니는 돈이 있다면 돈으로 내 주검을 사실 것이고 돈이 없다면 눈물로 사실 것이다.

 

376 헤카베의 아들들은 에언자 헬레노스만을 남기고 다 죽었다. 트로이의 비극 역시 모든 전쟁터의 비극처럼 끝났다. 전쟁의 이름은 모두 다르나 하나같이 모두 참혹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377 아킬레우스가 너무나 헬레네를 만나고 싶어하여 그의 어머니 테티스와 아프로디테가 만남을 주선해주었다고 한다. 아킬레우스는 그녀를 보자마자 격정에 빠자들어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녀의 남자는 밝혀진 것만 다섯이다. 첫째가 가장 어려서 만난 테세우스, 둘째가 남편 메넬라오스, 셋째가 정부 파리스, 넷째가 격정의 아킬레우스, 그리고 마지막 남자가 프리아모스의 아들 중 하나인 데이포보스다.

 

377 메넬라오스는 데이포보스를 처치한 다음 헬레네도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화장을 하고 화려한 여신의 의상을 갖추어 입은 다음 아프로디테의 신전으로 피했다. 그리고 그 성역에서 전 남편과 은근한 협상을 시작했다. 메넬라오스는 그녀에게 또다시 함락되었다.

 

378 에우리피데스는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메넬라오스에게 자신의 무죄를 변명하는 헬레네를 이렇게 묘사했다. ..이번 전쟁의 근본원인은 파리스를 낳은 어머니에게 있지요. 그리고 그 다음 트로이를 망하게 하고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노왕 프리아모스는  파리스를 갓난아이 때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반딧불만한 불씨가 모든 것을 태워버린 것입니다. …당신은 이렇게 묻고 싶겠지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조국과 가정을 떠나 이방의 남자를 따라 집을 나온 것이냐고 말이지요. 그러나 누가 제우스와 아프로디테의 뜻을 막을 수 있겠어요?

 

380 시인은 노래한다.

 

누구도 예쁜 여자 하나 때문에 10년 전쟁을 하지는 않아

그저 인구가 늘고 팽창의 욕심에

헬레스폰투스의 기름진 땅을 거두려 했지

그러나 남자들이 목숨을 바칠 때는 명분이 있어야지.

권력, 명예, 부보다는 사랑을 위한 전쟁이 훨씬 달콤하지.

 

381 당시 에게 해 연안의 나라들은 해적질이 기본적인 생계수단이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여 약탈하고 여인들을 노예로 데려오는 것은 자랑할 만한 무용담이었다. 그리스와 트로이 모두 초기에는 그렇게 도시의 부를 쌓았다. ..트로이 전쟁은 결국 그리스와 소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연합하여 자웅을 가린 당시의 가장 큰 전쟁 중 하나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381 신화는 역사가 아니라 은유지만 우리는 이 지점에서 신화와 역사가 맞닿아 있는 접점에 이르게 된다. 오랫동안 트로이는 호메로스의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도시로 여겨졌으나 술리만은 트로이에서 실제로 보물을 찾아내지 않았던가?

 

383 “너희들의 옛날 모친을 찾아가라. 그곳에서 너희 종족은 새 나라를 세우고 다른 모든 사람들을 너희들의 지배 아래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탁이 뜻하는 그 곳이 어디란 말인가? 아이네이아스의 아버지 안키세스가 조상이 크레타섬에서 왔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383 크레타 섬에 이주하기 오래 전에 트로이인들의 조상은 이탈리아에 뿌리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386 트로이가 멸망하자 안드로마케는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의 전리품이 되어 그의 아내가 되었다. 그러나 네오프톨레모스는 아름다운 헬레네의 딸인 헤르미오네와 결혼하면서 곧 안드로마케를 버렸다. 그러나 그는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렸다. 아가멤논의 아들인 오레스테스가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기구한 여인이다.

 

386 네오프톨레모스는 죽으면서 포로의 신분이었으나 예언력을 가지고 그를 도왔던 트로이의 왕자 헬레노스에게 왕위를 이어받게 했다. 그래서 헬레노스가 안드로마케와 재혼하여 그 도시를 다스리고 있었다.

헬레노스는 그러니까 형의 아내였던 여자와 산다. 여자가 재산으로 취급된다. 왕비도 마찬가지다.

 

387 그대에게 징표를 알려줄 테니 잊지 마시오. 그대가 괴로워하며 머나먼 강가에 이르렀을 때 강가의 떡갈나무 밑에 거대한 흰 암퇘지가 누워 젖을 먹이는데 갓 태어난 새끼 돼지 서른 마리가 바글거리면 그곳이 그대가 새 도시를 세울 터가 될 것이며, 그대의 고난의 종착지가 될 것이오. 두려워 마시오. 그대는 운명의 길을 찾아낼 것이오.

 

391 그러나 인간의 운명은 여신 하나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 신도 인간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것. 가혹한 신이 있으면 온정으로 도와주려는 신도 있는 법

 

390 시인은 노래한다.

 

인간은 이 운명에서 저 운명으로 부름을 받는 것

부름이 끝나 한 곳에 머무는 순간

삶은 저녁처럼 머문다.

그러니 풍랑과 폭우를 두려워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떨림의 기쁨으로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니

 

풍랑이 내던져놓은 새로운 운명의 해변에서

폭우가 지나간 하늘은 다시 푸르게 살게 하나니

모든 죽음은 영원한 평화, 그러니

살면서 아무 일 없는 무풍의 권태를 참지 마라

떠나지 못한 모험은 삶에 대한 쓰라린 모독이니.

지난 여름방학에 나는 지리산에 갈 생각이었다. 아니면 명상수련에 갈 생각이었다. 그것도 안되었다. 매우 무기력해졌다. 이런 모독스런 느낌이 매우 싫다. 분노스럽다.

 

392 공주였던 디도는 당시 그 나라 최고의 갑부이며, 왕 다음 가는 권력자였던 숙부 시카르바스와 결혼했다.

 

395 결국 사냥대회가 열리던 날 소나기를 피해 동굴로 들어간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헤라의 계획은 두 사람을 서로 사랑에 빠지게 해서 아이네이아스의 마음을 이탈리아로부터 돌려 디도와 함께 그곳에 정착하게 하는 것이었다.

헤라는 결혼을 추동한다. 결혼을 했다면 특히 디도처럼 자기 왕국이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하면 모험을 계속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당연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결혼과 상관없이 자기 길을 가라고 하지 않나?

 

397 헤르메스가 그 앞에 섰다.

그대는 자신의 왕국과 운명을 모두 잊었는가? 하늘의 제왕인 제우스께서 직접 나를 그대에게 보내셨다. 바람을 헤치고 달려온 내가 그분의 명령을 전하니, 당장 이곳을 떠나 그대에게 예정된 왕국을 찾으라. 커가는 그대의 아들 아스카니우스의 희망을 생각하라. 이탈리아 왕국과 로마 땅은 그대의 몫이니.”

 

398 그녀는 궁전의 맨 안뜰 마당에 소나무와 참나무로 거대한 화장용 장작을 쌓게 했다. 그리고 그곳에 화환을 걸고 죽음의 잎으로 장식했다. 그녀는 그 위에 자신의 침상을 얻었다. 그리고 아이네이아스가 입던 옷가지와 그의 칼과 그를 그린 그림을 올려두었다. 그녀는 아이네이아스의 함대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침상 위로 올라갔다. 깊은 회상에 잠겨 잠겼던 그녀는 침상에 누워 스스로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던졌다….그녀는 아이네이아스가 남기고 간 칼 위에 엎어졌다. ..디도는 세 번이나 팔꿈치를 딛고 몸을 일으켜 세웠으나 세 번 모두 다시 침상 위로 쓰러졌다.

아우, 짜증나. 그깟 남자 하나 때문에 목숨을 끊냐? 그녀의 기백은 다 어디로 갔나?

남자가 자기를 떠난다고 자동차에 떨어져 죽거나, 자살을 하는 여자들은 무섭다. 그 남자가 손을 안 잡길 잘했다.

 

401 시빌라는 아이네이아스의 죽은 아버지 안키세스가 그 곳을 알고 있을 것이니 그를 찾아 저승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원한다면 자신이 길을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불행에게 머리를 숙이지 마세요. 그럴 때마다 더 꿋꿋해져야 해요.”

아이네이아스가 이 무서운 저승 모험을 시도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하자 그녀는 하계의 여왕인 페르세포네에게 줄 선물로 황금 가지를 꺾어오라고 했다. 아이네이아스는 충실한 친구이자 부하인 아카테스와 함께 황금 가지를 찾아 떠났다. 두 사람은 광막한 숲으로 들어갔다.

 

402 가장 먼저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시빌라는 베수비오 산의 갈라진 틈, 유황의 불꽃이 튀어나오고 음산한 증기와 신비한 음성이 흘러나오는 아베르누스 호수에 지하로 통하는 동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403 재미있게도 헤카테가 가장 좋아하는 마법의 장소는 십자로로 그녀는 그곳을 지배했다. 사람들은 십자로에 이르러 늘 그녀를 찾곤 했다. 사람들은 세 개의 몸이나 세 개의 얼굴을 가진 여인의 모습으로 그녀를 십자로에 세워두고 봉헌물을 바치곤 했다. 그녀는 왜 교차로의 여신이 되었을까? 후대에 오면서 그녀는 세 가지의 개념이 합쳐진 여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원래 어두운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이었다. 즉 올림포스 신들의 시대 이전, 거인족이었던 티탄족의 달의 여신셀레네였다. 올림포스 신들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지상의숲 속에서 쏜살같이 달리는 모든 짐승들의 여신 아르테미스였다. 그리고 지하세계에서는 달의 어둠, 즉 달이 나타나지 않는 밤의 여신 헤카테였다. 헤카테는 어둠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와 관련이 있었고, 사악한 마법이 이루어지는 모든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세 가지 모습이 모두 들어 있는 이 여신은 그래서 세 갈래 길이 교차하는 갈림길이 교차하는 교차로에 산다. 그녀는 모든 강한 것을 파괴할 만큼 강하고, 그녀의 사냥개는 온 도시가 울리도록 짖어댄다. 선과 악 사이의 불분명한 지점, 그 교차로에 그녀는 웅크리고 있다.

 

410 인생은 달리는 속도가 아니라 가야할 방향이라는 것을

살면서 가장 큰 모험은

죽음을 미리 겪어보는 것

황금가지를 꺾어 손에 들고 700년을 산 시빌라의 안내를 받아

지난 삶을 건너 새로운 포구에 이르면

살아야 할 새로운 포구가 나타나는 법

 

411 열매를 먹은 뒤 빵조각을 마저 먹고 식사를 마쳤다. 이 때 아이네이아스이 아들인 이울루스가 농담을 했다. ‘우리는 마침내 식탁까지도 먹어치웠습니다.”.”만세 만세 여기가 바로 약속의 땅이다. 우리의 땅, 우리의 새 나라에 드디어 도착했다. 예언이 이루어졌다. 저주가 풀려 축복이 되었다.”

 

411 꿈 속에 그의 아버지 파우누스의 유령이 나타나 자신의 손녀이며, 라티누스의 외동딸인 아름다운 라비니아를 곧 도착하게 될 이방인과 결혼시키라는 계시를 주었다.

 

아이네이아스의 이 다음 이야기가 가장 읽히지 않았다. 흔히 접하던 그리스 신화 부분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421 메젠티우스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적에게 덤벼들었던 아들이 죽어서 방패 위에 실려 돌아오자 절규했다.

내 아들아, 늙은 아비가 너의 상처로 구원되고, 너의 죽음으로 살아남아야 한단 말이냐? 이제야말로 나에게 비참한 종말이 다가오고, 이제야말로 더 갈 곳없이 상처가 깊어졌구나

 

421 아이네이아스와 메젠티우스가 다시 만났다. 메젠티우스가 외쳤다.

나는 죽으러 왔다.”

 

422 사악한 메젠티우스는 자신을 보호하려던 용맹한 젊은 아들이 죽고 난 후에야 종말을 맞이했다. 자신을 구하려던 아들을 먼저 앞세웠으니 그의 사악함도 눈물로 동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432 내가 이리온(트로이)의 불을 지키고 있을 때, 내 머리 위에서 털실로 짠 머리끈이 미끄러져 내려와 존엄한 불 앞으로 굴러떨어졌어. 그 머리끈의 양끝에서 하나씩 두 그루의 종려나무가 자라났지. 그중 한 그루가 쑥쑥 자라나서 그 우람한 나뭇가지들이 전세계를 뒤덮고 꼭대기의 우듬지는 한르을 감싸 높은 별에 닿았지. 내 삼촌 아물리우스가 그 두 그루의 종려나무에 도끼질을 하고 있었어. 마르스 신의 상징인 딱다구리와 암늑대가 쌍둥이 나무를 살리기 위해 삼촌과 싸워 두 나무를 지켜냈지. 그 덕분에 둘 다 살아나게 되었어.

 

439 아프로디테의 사랑 중에서 트로이 안키세스와의 사랑은 그 후손에 대한 대표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여신은 안키세스와의 사이에서 아이네이아스라는 트로이 용사를 낳게 되었다.

 

440 로마가 베누스를 수호신으로 삼은 이유다.

 

450 나는 오랫동안 변화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살아왔다. 스스로를 변화경영전문가라 불렀다. 변화를 나의 삶에 적용하는 순간부터 자기계발과 자아경영과 연결되게 되었다. 자기 경영의 요체는 왜곡되고 강요된 껍데기의 삶을 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모색이다. 나의 세계를 찾아내 그 주인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기 혁명인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연구하고 책을 쓰는 저작활동을 해왔다.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낸 변화의 개념을 나에게 적용하는 실험적인 삶을 살아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기업인 1인 기업을 만들었고, 30년 가까이 몸담아온 현장을 줌심으로 변화이론을 만들어온 전문가이며, 일 년에 한 권의 책을 써내는 작가로 살아왔다. 자기 혁명을 꿈꾸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대학원을 만들어 제자를 키우고 함께 공부하고 노는 기쁨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신화야 말로 자기 경영의 요체를 담고 있는 거대한 상징체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화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어느 날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역할과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자각하고는 시련과 고난을 이기고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적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법을 수련하여 드디어 평범한 사람은 결코 해낼 수 없는 과업을 성취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된 힘을 가지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게 되는 이야기다. 신화란 그 이야기 속에 자기 혁명의 진수와 핵심을 뼈와 살로 품고 있는 비서임을 알게 된 것이다.

자기경영의 요체는 자기 혁명에 있고, 자기의 모험을 떠나 자기답게 사는 게 신화읽는 사람의 할 일이다. 나는 나의 신화를 살아낼 거다. 나는 작가가 될 거다. 그건 내 인생이 세탁기처럼 돌아가는 정신없는 와중에서 잃어버렸던 최초의 꿈이었다. 국어선생이 되려는 게 아니라 나는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게 제일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그게 마흔 전환의 내용이 되리라. 지금까지와는 좀 다르게 살아보리라.   

 

451 나는 신화학자가 될 생각은 없다.

 

451 나는 삶을 시처럼 살다 가고 싶다. 책이 보고 싶으면 책을 즐기고, 비가 내리면 비를 즐기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걷고, 여인을 만나 사랑하고, 자식을 낳아 그들이 커가는 것을 보고, 내 세계 하나를 만들어 그 속에서 사람들과 삶의 기쁨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나에게는 살아 있음의 흥분과 떨림이 중요하다. 나에게 있는 특별한 장점은 이렇게 감흥이 도도하게 일어나는 삶의 체험들을 책 속의 지식들과 뒤섞어 그 속에서 무엇인가 진득한 스프를 끓여내는 것이다.

 

451 신화에 대하여 몇 년간에 걸친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나는 어떻게 영웅이 자기를 구현해가는 과정을 밟아갔는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와 모델을 찾고 싶었다. 그것은 변화경영사상가이며 작가인 내게 꼭 맞는 임무였다. 이 일은 즐거움이고 기쁨이었다.

 

451 시인은 말한다.

 

꿈 속 미풍에 실려온 홀씨 하나

땅에 묻히더니 이내 종려나무 싹이 되었네.

우듬지가 쑥쑥 하늘을 향해 커가더니

어느새 머리가 별에 닿았네

머리카락에 별을 잔뜩 달고 내려다보네

 

문득 내 속에 울리는 파우스트 속의 외침

저 문을 열어젖혀라, 사람마다 통과하기를 주저하는 저 문을

푸른 바다를 향한 열망이 나를 이미 선원으로 키웠으니

나는 독에 매어둔 배에 올라 묶어둔 줄을 풀고

두려움과 기쁨으로 가득 차 바다로 나서네. 나의 세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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