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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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을 쓰기 전엔 늘 두렵고 답답하다가도 완성하고 나면 무언가 해냈다는 특유의 성취감이 있다. 또한 내 안에 뭉쳐있는 실타래들을 조금은 푼 것 같아서 상쾌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갑자기 이번 주 칼럼쓰기는 더욱더 두렵게 다가온다. 아마 내가 써내려 가는 내용들이 자꾸 부정적으로 치달아서 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제도 오늘도, 나는 컴퓨터 창에 띄워놓은 백지에 이런 저런 내용들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다. 다른 이들의 글이 점점 더 편안해지고 날로 맵시가 더해져 가며 스스로를 알게 되고 자신감을 충전하는 것과 달리 나의 글은 힘든 현실에 대한 하소연과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지둥 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무겁다. 연구원 과정은 그저 나를 위한 수련의 과정이기에 나 자신에 대한 공부를 더욱 많이 하기로 결심했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공개하는 글이다 보니 부족하고 나약할 인간일 뿐인 내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 같다. 글에 오롯이 묻어나는 나의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왠지 아직도 자신이 없나 보다. 아니면 글을 쓰며 자꾸 발견하게 되는 나의 어두운 모습들과 치부들을 직면할 자신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제쯤이면 편안하게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될까?
그래. 지금 표현하기가 어렵다면 예전의 나의 모습은 어땠을까? 라는 생각에 그간 종종 썼던 일기들을 꺼내 다시 읽어보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최근 1년 정도는 힘들 때만 일기를 써서인지 일기의 내용들이 모두 어둡고 또 그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아파하는 나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충격적이게도 그 때 고민하고 있던 내용들을 지금도 되풀이해서 고민하고 있고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한 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난다. “그래 이러니까 내가 연구원을 하는 것 아니겠어? 더 공부해야 할 것이 많으니까 말이야.”라고 나를 위로해보지만 긍정의 기운을 누가 쏙 빼버린 것 마냥 자꾸 축 쳐지는 내 모습이 왜 이럴까 이상하기도 하면서 또 답답하게 느껴진다. 원래도 감정기복이 좀 있는 편이라 금새 좌절했다가도 또 금새 기운을 회복하고, 금새 울었다가 또 금새 웃었었는데 요즘은 내가 봐도 심하긴 심하다.
얼마 전 회사에서 3일간 교육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나는 평소 성장의 가치를 중시하기에 누구보다도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것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교육에 가면 금새 기운을 받고 희망에 가득 차 돌아오곤 했었다. 그러나 요즈음 반복되는 부정의 기운의 영향 탓일까. 이번 교육에서의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참 낯설었다. 교육 내내 이런 것들이 아쉽다며 툴툴댔고, 발표자로 지명 될까 봐 땅바닥만 멍하니 바라보는가 하면, 가끔은 강의에 집중하지 않고 잠에 몸을 내맡기기도 하고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물론 마지막 강연을 들으면서는 강연자의 인생에 감명 받아 눈물을 흘리며 했고, 간혹 따사로운 햇빛을 쬐며 산책 다닐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졌다는 것만으로 행복감이 찾아오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가슴 속에는 씻기지 않는 체증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제는 중간 관리자로서 부서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하고 상사 뿐 아니라 후배들도 잘 챙겨야 하고, Self leadership을 더욱 강화해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라….등의 내용으로 이어지던 교육은 예전과 달리 더 이상 나에게 힘을 주지 못했다. 대신 갑자기 가슴 속에서 부글부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게 꼭 나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건가? 그럼 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던지 대체 나보고 어떠라는 말이야!’ 교육 중 쉬는 시간마다 사기를 붙들고 있으면서도 계속 툴툴거렸다. “아니 이상한 군주를 만나서 착하고 똑똑한 신하들만 당하는 경우가 왜 이리 많은거야:? 그들이 도를 더 닦고 현명해지기 위해 노력 또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말이다.
왜 이렇게 자꾸 침잠하는 것일까? 내 스스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굳이 찾아 보자면 회사 생활에서 오는 좌절감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최근 나의 책임과 부담감은 가중되었으나,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즐거움이나 가슴뛰는 설레임 등이 없고, 모두가 Me!Me!를 외치는 각박한 생활에 지친 마음의 발로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요즘들어 유래 없이 회사 생활의 회의를 더 없이 느낀다. 정을 주지도 말고 또 받지도 말라는 주변의 충고와 그간 뒤통수도 여러번 맞은 바 있음에도, 나는 또 다시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정을 주고 혼자 상처받아 버린 것이다. '내가 잘하면 되지. 내가 마음을 고쳐먹으면 되지.'라는 마음을 넘어 이제는 바닥 가까이 가라앉아 '나보고 어
쩌라고! 너희들이 고치면 안되냐!'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계속해서 침몰하는 마음 때문에 답답하지만 언젠가는 바닥을 쳐서 올라올 것을 믿어본다. 더욱더 높이 솟기 위해 더욱
더 깊이 가라 앉는지도 모른다. 자꾸 화가 나기도 하고 자꾸 뛰쳐 나가고도 싶어지지만 평온해질 날도 오리라고 기다려
본다. 그동안 너무 참고 있었나보다. 그래. 참지말고 지금은 화도 마음껏 내고 진상 짓도 좀 해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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