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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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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8일 01시 15분 등록

독서모임을 두 개 정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다. 그냥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정기적으로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취지로 시작을 했지만, 그 모임의 생명력은 언제나 생각보다 짧았다. 대부분 책을 좋아하거나 부족한 독서량을 채우고 싶어 시작하게 되는데 첫마음과는 달리 생활의 우선순위에서 뒤쳐지다 보니 지속성이 늘 발에 걸리는 돌이 되었다. 회원이 더 늘어나는 것은 고사하고 처음 맴버라도 유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은 번번히 무너졌고, 여기에 진행자의 미숙함과 책선정의 오류까지 더해져 그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을 자초한 기억이 있다.

몇 달 전 친한 언니의 소개로 알게 된 독서모임에 어떻게 진행을 하는지, 어떤 책을 보는지 궁금해서 견학차 간 적이 있었다. 연구원의 과제도 벅찬 상황에서 이 모임에 나간다는 것이 심적으로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우선순위는 연구원이었기에 힘이 들면 그만두기로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 곳이 지금도 하고 있는 독서모임이다. 나의 이런 마음을 알기라도 한양 진행자는 다독을 하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한 달에 1~2권의 두껍지 않은 책을 선정하고 매주 모여 토론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하니 나에게는 이것부터가 맘에 드는 조건이었다. 연구원 과제에 치이는 주는 책을 읽지 못하고 가는 날도 있었는데, 재미는 당연히 반감이 되지만 책이라는 것이 보통 일상생활의 편린들이기 때문에 토론에서 소외 당하는 일은 없었다.

매주 진행되는 독서모임의 시간은 19:30~21:30 이다. 보통 10명 내외로 진행이 되고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데 그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개성 넘치는 생각이 갈 때마다 신선함을 더해준다. 마치 버라이어티 쇼를 방불케 하는데 생각의 속도를 말이 잡아채지 못하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기에 항상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처음에 사람들은 말하기보다는 눈치를 보게 되는데, 그 시간도 잠시 뿐이고 곧 쏟아지는 비의 시원함을 맛보게 되면, 그 다음은 흠뻑 젖고 싶은 욕구에 빠지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던 소제도 이곳에 오면 곱게 단장한 새색시의 자태를 감출 수가 없다. 처음의 낯섦과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홀짝홀짝 마신 낯술처럼 말하고 듣는 즐거움에 취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공감과 반감과 의구심이 항상 같이 하기에 여기만큼 색다른 정신세계를 구경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곳이 없다. 서로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비난도 비판도 하지 않으며 질문하고 대답하고 간간히 반론을 제기할 뿐 옳고 그름도 없다. 이곳에 오면 쏟아내는 시원함이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금방 알게 된다.

이 모임에서 정해진 시간은 항상 무용지물이다. 한번도 제 시간에 끝난 적이 없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로운 환경이라는 것도 진행자가 운을 한번 떼고 나면, 그 다음은 물 흐르듯이 저절로 방향이 잡힌다. 우리는 이런 환경을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곳만 오면 온 몸에 솜털이 일어나고, 그날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에 저절로 흥분이 된다. 한 번은 우리가 이 모임에 왜 열광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공통점은 이런 이야기를 다른 곳에 가서는 할 수가 없다는 것과 자신도 잊고 있었던 자기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것이 이 모임을 1~2시간씩 오버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늦은 시간까지 같이하면서도 얼굴에 피곤한 기색을 찾아보기 힘들고 활력에 차 있으며, 이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살아 숨쉬는 생물이 된다는 느낌마저 든다. 적응되지 않지만 떠날 수 없는 조직에서 무생물처럼 주어진 일을 하며 부속품처럼 지내다가 드디어 자기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곳에 와서 숨쉬고 팔딱거리는 날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얼굴에서 살아있는 자의 호흡과 빛이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이곳에서 플라톤의 교육현장을 본다. 플라톤은 대학의 역할은 자립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편견과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는 탐구 정신을 함양시켜 주는 것이 사명이라고 했다. 그리고 교육은 그저 단편적인 지식을 줄줄 쏟아 넣는 일이 아닌 변증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하지만 나나 그들은 이런 교육을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다. 질문을 할 때는 수업시간을 지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눈치를 봐야 했고, 항상 질문의 질에 대한 자기검열에 시달리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러니 배울 만큼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지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에 서툴고, 편견 없는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이상하게 더 힘든 일이 되었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마음이 맞는 곳을 찾아 진정한 교육을 스스로 하게 되는 것인듯하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진정한 교육의 목마름이 본능처럼 외치는 소리를 찾아 그들은 이곳에 온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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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8 15:39:08 *.201.146.68

아카데미아랑 데카상스 반상회랑 비교하면 어떤가요? 

(씨~~~~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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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20:03:28 *.218.180.22

데카상스가 아카데미아라는 것을 피울님이 증명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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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8 22:55:31 *.113.77.122

진정한 교육의 목마름이 본능처럼 외치는 소리를 찾아 잘 찾아 간것 같네.

참치의 외침소리가 들리는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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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20:03:56 *.218.180.22

거기 가면 펄떡거리는 것이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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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12:20:42 *.196.54.42

거기 한번 나도 가보고 싶네요, 말로는 여러번 들었지만 글로 보니 훨 감동입니다^^

거기서 말없이 가만히 듣고 있으면 쫓아 내나요? ㅎㅎ

가만히 들으면서 듣기 연습도 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도 하고 그러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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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20:04:45 *.218.180.22

기회를 한번 보죠. 말안해도 쫓겨나진 않는데 말 안하고 있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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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12:26:13 *.94.41.89

만남, 배움, 정화 그리고 나의 목소리로 막 떠들어 보고 싶은 그러한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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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20:05:56 *.218.180.22

맞아 그곳에선 자유로움이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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